속리산 천황봉- 백두대간은 이곳에서 한남금북정맥을 분기시킨다.


2007년 5월 12일(토).

우중산행 채비를 하고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으며 대문을 나선다. 가고파 산우회가 안내하는 한남금북정맥의 마지막 구간을 산행하는 날이다. 오늘 구간은 『갈목재-540m봉-불목이재-574m봉-667.3m봉-십자로안부-687m암봉-속리산 천황봉-법주사』로 마루금 도상거리 8.8Km, 날머리 5.6km 합계 약 14.4Km에 달한다. 한남금북정맥 구간 중 유일하게 잘 알려진 명산이라 할 수 있는 속리산 구간의 산행일에 비를 만나는 것이 참으로 얄궂다.


백두대간은 속리산 천황봉에서 한남금북정맥을 분기 시키고 문장대를 지나, 청화산, 대야산으로 이어진다. 산악회에서는 일반 등산객들을 염두에 두고, 천왕봉에서 비로봉, 입석대, 신선대를 거쳐 문장대에서 시어동으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비도 오고, 일반 등산객들의 참여도 없다보니, 천황봉에서 법주사로 바로 하산키로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논현역에서 대기하고 있는 산악회 차량이 버스가 아닌, 25인승 승합차다. 오늘은 한남금북정맥을 졸업하는 날이지만, 비 때문에 참여자수가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 고작 14명뿐이다. 모두 9정맥종주에 도전하는 산꾼들 뿐인 모양이다. 이렇게 인원수가 적다보니, 승합차 안의 분위기가 썰렁하다.


산악회 이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남금북정맥의 참여자수가 다른 정맥에 비해 유난히 적다고 한다. 아마도 서울에서 가까워, 접근이 쉽다보니, 구지 산악회의 안내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일 거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험 많은 산꾼들의 분석은 조금 다르다. 이 구간에는 잘 알려진 명산이 없어서, 일반 등산객들의 참여가 적은 것이 주요인일 것이라는 진단이다.


승합차는 천안휴게소에서 대원들 아침식사를 위해 30분간 정차한다. 비가 오는 날이지만, 주말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휴게소는 여전히 붐빈다. 하지만 바람마저 불어 빗방울이 마구 흩날리니, 휴게소의 분위기도 스산한 느낌이다. 다시 출발한 버스는 빗속을 뚫고, 청주를 지나, 505번 지방도로에 들어서고, 11시 14분, 해발고도 390m의 갈목(葛木)재에 도착한다.

갈목재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14) 갈목재-(11:22) 묘-(11:26) 봉, 좌측우회-(11:31) Y자 갈림, 우측사면-(11:36) 540m봉-(11:40) 은진 송씨 묘-(11:47) 갈림길, 우-(11:54) T자 능선, 좌-(12:00) 헬기장-(12:04) 불목이재-(12:09) 묘-(12:15) T자 능선, 우-(12:19) 594m봉-(12:29) 560m봉, 좌-(12:37) 십자로 안부-(12:46) T자 능선, 우-(12:51) 갈림길, 우측사면-(13:06) 능선에 오름-(13:08~13:22) 갈림길/중식, 우-(13:43) T자 능선, 좌-(13:55) 667.3m봉-(14:06) 암봉, 우측우회-(14:23) 소나무봉-(14:25) 모명봉, 좌-(14:29) 십자로 안부-(14:40) 687m 암봉-(15:15) 전망바위-(15:35) 암봉, 우측우회-(15:46) 백두대간길과 만남-(15:48) 천황봉-(15:58) 장각동 갈림길-(16:04) 법주사 갈림딜-(17:35) 법주사 일주문』중식시간 14분, 마루금 4시간 34분, 날머리 1시간 47분, 총 6시간 21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차에서 내린 내원들은 재빨리 등산로로 뛰어들어, 몸을 숨긴다. 비를 맞아 더 한층 푸르러진 숲속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11시 22분, 뻘겋게 흙이 다 드러난, 낡은 묘를 지나고, 11시 26분, 봉우리 하나를 좌측으로 우회한 후, 11시 31분, Y자 갈림길에서 오른쪽 사면으로 진행한다. 비는 계속 내리고, 등산로는 점점 가파르게 이어진다. 11시 36분, 고도 540m정도의 봉우리에 올라서지만, 사방이 온통 비구름에 가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비 내리는 아름다운 숲길


송림 숲으로 이어지는 내리막을 거쳐 안부에 내려서고, 11시 40분, 은진 송씨 묘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른다. 11시 47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11시 54분, T자 능선에 이르러, 표지기들이 가득 달린 왼쪽으로 진행한다. 발 빠른 대원들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고, 후미를 보겠다던 이 회장도 오늘 저녁 야간산행 일정 때문에 마음이 바빠서인지 앞서 나가버린다. 최후미에 심산대장과 내가 달랑 남았다. 모자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고요한 산속을 걷는 즐거움이야 크지만, 지금쯤이면 오른쪽으로 보여야 할 구병산의 연봉들을 조망할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조용한 산속, T자 갈림길에서, 표지기들을 따라 왼쪽으로 진행하고


12시, 억새가 무성한 헬기장을 지나고, 12시 4분, 예전에 불목이마을과 삼가마을을 연결하던 불목이재를 건넌다. 12시 9분, 잡초가 무성한 무덤 1기를 지나고, 12시 15분,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12시 19분, 통신탑이 서 있는 574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불목이재

574m봉의 통신탑


좁은 능선길이 아름답게 이어진다. 낙엽과 신록과 옅게 드리워진 비구름, 빗속이지만 마냥 걸어도 싫증이 나지 않을 길이다. 12시 29분, 고도 약 560m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정면에서 마주 올라오는 대원 한사람이 보인다. 바로 앞의 갈림길에서 무심코 직진하다, 아무래도 방향이 이상해 되돌아온다며 겸연쩍어 하더니, 마루금 쪽으로 방향을 돌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만다.

아름다운 능선길


12시 37분, 십자로 안부에 내려서고, 12시 46분,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좁은 능선길을 걷는다. 12시 51분, 갈림길에 이른다. 직진하는 희미한 길은 앞의 봉우리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의 뚜렷한 길은 봉우리를 우회하는 길이다. 오른쪽에 표지가가 보인다. 별다른 생각 없이 우회길로 들어선다. 우회길이 산허리를 타고 계속이어 진다. 하지만 길이 점차 희미해지더니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앞에 골짜기가 보인다. 비구름 속에서 길 만보고 걷다가 어디선가 잘못 들어선 모양이다.


이럴 경우에는 지나온 길을 되 집어 나가면서, 오른쪽에 길이 없나를 유심히 살피며, 갈림길까지 회귀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런 원칙을 따른 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가 않은 법이다. 진행한 것이 아까워, 원점회귀 대신, 비구름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능선을 향해 왼쪽 사면을 타고 오른다. 1시 6분, 능선에 올라서니, 다행히 눈앞에 표지기가 보인다.


1시 8분, 갈림길에 이른다. 직진하는 길은 북쪽을 향하고 있어, 방향은 맞는데, 표지기가 하나도 없고, 몇 발자국 진행해 보지만, 사람들이 지난 흔적이 없다. 오른쪽으로는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걸려있지만, 길이 동쪽 내리막으로 떨어지고 있어 방향이 틀린다. 잠시 망설이다 마침 비도 그친 참이라, 점심부터 먹고 보자고, 점심상을 펼친다.

갈림길


우리들이 우회로를 따르다 한동안 마루금을 벗어났었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운지도 모르겠다. 1시 22분, 점심을 마치고 지나온 능선을 다시 따라 남쪽으로 내려서며 감을 잡기로 한다. 능선을 따라 조금 내려서니, 등산로는 왼쪽으로 봉우리를 우회하여 내려선다. (오를 때는 반대로 오른쪽 우회로이다) 비로소 이 능선길이 틀림없다고 판단하고, 뒤돌아 식사를 했던 갈림길로 되돌아와 오른쪽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내리막길이 왼쪽으로 굽어지고, 등산로는 북동쪽으로 이어진다. 돌이켜 보면, 12시 51분의 갈림길에서는 희미한 길을 따라 봉우리를 넘고, 그 다음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우회하여야 하는데, 봉우리 하나를 먼저 우회하는 바람에 혼란에 빠졌던 듯싶다.


뚜렷한 등산로가 소나무와 돌들 사이로 이어진다. 1시 43분,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무덤 1기를 지난 후, 봉우리를 넘고, 안부를 거쳐, 다시 T자 능선에서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좁은 능선을 따라 진행하여 1시 55분, 667.3m봉에 오른다. 아무 표시도 없는 삼각점이 보인다.

바윗길과 소나무

T자 능선의 표지기들

암릉길이 이어진다. 2시 6분,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계속되는 암봉들도 대부분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칼날능선을 지난다. 2시 13분, 바위와 소나무가 있는 고도 740m 정도의 봉우리를 넘고, 2시 25분, 고도 600m 정도의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내려, 2시 29분 십자로 안부에 내려선다. 오른쪽은 윗대목골, 왼쪽은 법주사로 이어지는 사거리다.

소나무와 바위 능선길 

사거리 안부


급경사 오르막을 지나, 2시 40분 687m 암봉에 오르고, 암봉을 내려서면서 왼쪽으로 처음으로 모습을 보이는 봉우리와 암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암봉 두 개를 연이어 우회하고 급한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른다. 같이 진행하던 심산대원도 어느덧 시야에서 사라지고, 다시 내리기 시작하는 비를 맞으며, 어둑한 오르막길을 혼자 힘들여 오른다. 하지만 이제는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암봉을 조심스레 우회하고, 꾸준히 이어지는 오르막길만 따르면 된다

처음으로 모습을 보이는 봉우리

암벽


3시 15분, 고도 850m정도의 전망바위에 서지만, 보이는 것은 구름뿐이다. 비는 여전히 산발적으로 흩날리고, 바람마저 강하다. 이어 산죽길이 이어진다. 계속하여 봉우리를 넘거나, 봉우리를 우회하며, 고도를 높인다. 3시 35분,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크게 떨어지며, 바위를 우회하고, 3시 46분, 거대한 바위 틈 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내려서자,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백두대간 마루금과 만난다. 3시 48분, 정상석이 서 있는 천황봉에 오른다. 정상에서 심산대원이 기다리고 있다. 사방이 구름뿐이라 볼 것이 없다. 정상석과 삼각점을 카메라에 담은 후, 북쪽을 향해 바윗길을 내려선다.

바위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

대간길과 만남

천황봉 삼각점


3시 58분, 장각동 갈림길을 지나고, 산죽길을 달려, 4시 3분, 법주사 5,1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5시 35분, 법주사 일주문을 지나고, 5시 55분 경, 식당가에 이르러, 이 회장에게 전화를 한다. 승합차는 버스 터미널에 대기하고 있으니, 빨리 식사를 하고 내려오란다. 인근 식당에 들어서서, 동동주 한 되를 시키고, 송이버섯 해장국을 주문하여 모처럼 하산 후 제대로 된 식사를 한다. 6시 30분 경, 승합차에 도착한다.

 


(2007. 5. 13.)




savina at 05/17/2007 09:34 am comment

법주사는 가본지가 까마득하네요.62년도에 문장대를 올랐었는데...잘 ...보고 갑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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