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한남금북정맥 마루금
2008년 7월 1일(화)
송 선배, 심산대장과 함께 한남금북정맥 10번째 구간의 땜방 산행에 나선다. 코스는『구치재(280m/2.2Km)백석고개(310m/2.5Km)-수철령(460m/1.2Km)-구룡치(480m/2.5Km)-새목이재(520m/2Km)-말티고개(420m/2.8Km)- 화엄이재(410/1.7Km)-갈목재(395m)』로 도상거리는 약 14.9Km이다.
송 선배와 심산대장은 5시간 이상은 걷지 않겠다며 말티고개에서 산행을 마감하겠다고 한다. 함께 행동하여 말티고개에서 산행을 마치게 되면 갈목이재까지의 약 4,5Km가 이빨이 빠진 것처럼 남게 되니 혼자서라도 갈목이재까지 가기로 한다. 이유야 어찌됐건 함께 산행을 마치지 못하게 되니 기분이 언짢다.
도상거리가 15Km도 못되고, 600m 분기봉이 최고봉으로, 대체로 500m대에서 능선이 오르내리지만, 생각보다 오르막 능선이 많아 체력소모가 심하다. 아울러 591m봉에서 부터 말티고개로 내려서기 전까지 한 시간이 넘는 긴 능선 위에 보기 흉한 특수작물 단지의 시커먼 펜스가 가설 되어 능선을 훼손하고 산의 분위를 온통 망쳐 버렸다. 그뿐인가? 펜스 공사로 표지기들이 모두 철거되어, 말티고개로 내려서는 오른쪽 능선을 찾기가 어렵다.
말티고개를 지나, 속리산 국립공원이 시작되는 화엄이재에서 천황봉까지의 약 10.2Km구간이 자연보호를 위해 새롭게 출입금지 구역으로 설정하면서 주변의 표지기들을 철거하여, 무심히 지나다 보면 갈목재로 하산하는 지점을 모르고 지나치기가 십상이다.
남서울 버스터미널에서 7시 10분 발, 보은 행 우등버스를 탄다. 요금 11.900원에 소요시간은 3시간이다. 잔뜩 흐린 날씨다.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중부지방에는 밤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바람이 간간이 불어 덥지 않으니 산행하기에는 오히려 좋은 날씨라 하겠다.
버스는 8시 30분경, 청주터미널에 도착하여, 30분간 정차한 후, 9시에 보은으로 출발한다고 한다. 출발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다. 헛되이 30분 을 보내지 않으려면, 서울서 청주까지 오고, 청주에서 보은으로 가는 방법을 택하던가, 아니면 기사 양반에게 부탁하면, 바로 출발하는 보은 행 버스로 바꿔 태워준다고 한다. 이런 요령을 몰랐던 우리는 청주에서 30분간을 허송한다.
9시 청주를 출발한 버스는 시내를 지나는 동안은 시내버스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무척 커진 청주를 빠져나오는데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버스가 미원에서 정차하고, 정류장 근처에 택시가 보인다. 버스가 출발한 이후에야 보은까지 가지 말고 미원에서 내렸더라면 시간과 택시비 모두를 절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순발력이 떨어진 것을 한탄하며, 열심히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옆에 앉은 할머니가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보은에 가서 산행을 시작하는 구치재까지 택시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씀드리니, 그렇다면 보은까지 가지 말고, 다음에 버스가 정차하는 창리에서 내려, 택시로 구치재로 가라고 친절히 일러준다. 고마운 할머님이시다.
창리에서 내리니 태시가 2대나 대기하고 있다. 그중 검정색 그랜저에 다가가 구치재로 가자고 하자, 대뜸 한남금북정맥을 하느냐고 묻는다. 자주 산꾼들을 태운다고 한다. 나올 때의 택시 부르는 요령을 묻는다. 말티고개에서 라면 보은 택시를 부르고, 갈목재라면 속리산 택시를 부는 것이 택시비가 적게 들지만, 세 분이라면 갈목재라도 보은 택시를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알려준다. 택시는 10시 7분, 낮 익은 구치재에 도착한다. 요금은 10,000원, 정액요금이다. 고마운 할머님 덕에 시간과 택시비를 공히 절약한다.
구치재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7) 구치재-(10:10) 산행시작-(10:13) KBS 시설물-(10:20) 335m봉, 직진-(10:25) 안부 사거리, 직진/임도에서 오른쪽 숲-(10;27) 임도-(10;28) 안부-(10:31) 봉, 좌-(10;33) 밀양박씨 묘-(10:36) 왼쪽 산판길-(10:42) 오른쪽 사면길-(10:43) T자, 좌-(10;48) 봉, 우-(10:51) 고령박씨 묘-(10:53) 묘군-(10;57) 백석고개-(11:00) 간이집하장-(11;02) 축사-(11:05) 시멘트 갈림길, 좌-(11;09) 수로-(11;10) 왼쪽 숲-(11:14) 안부사거리, 직진-(11:28) 갈림길, 우-(11:40) 600m 분기봉-(11:53) 갈림길, 직진-(11:54) 묘봉, 우-(12:01) T자, 좌-(12:05) 인동장씨 묘-(12:09) 봉, 우-(12:18) 수철령-(12;20) 묘 1기-( 12:25) 안부, 직진-(12:30) 544m봉, 오른쪽 우회-(12:32~12:52) 중식-(12:54) 봉, 우-(12:55) 갈림길, 좌-(13:02~13;05) 구룡치, 직진-(13:17) 560m봉-(13:27) 586m봉, 우-(13:39) 576m봉, 좌-(13:53) 591m봉/철책-(14:24) 592m봉, 좌-(14;51) 전주이씨 합장묘-(14:57~15:16) 하산능선 입구 찾기-(15:20) 전망바위-(15:27~15:37) 말티고개-(15:43) T자, 좌-(15;47) 묘봉-(15:55) 너럭바위-(15:57~15:59) 암봉-(16:03) 무인산불감시초소-(16:13) T자, 우/ 알바시작-(16:29) 547.9m봉/탈출-(17:18) 서원리 505번 지방도로』중식 20분 포함, 총 7시간 8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산행준비를 마치고 구치재 유래비 앞의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몇 걸음 들어서다. 묘지 망부석이 보이는 오른쪽 산길로 들어서니, 어지럽게 걸린 표지기들이 반긴다. 등산로를 따라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KBS 방송시설을 지나고, 10시 20분, 고도 335m 정도의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가파르게 내려선다.
들머리 산길
첫 번째 봉우리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고 안부 사거리에서 직진하여 임도를 따라 걷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산길로 들어서고, 이어 고개 하나를 넘어, 다시 임도로 내려선다. 하지만 곧바로 표지기들이 다시 오른쪽 산길로 들어오라고 부른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봉우리를 넘고, 커다란 느티나무와 서낭당 터 흔적이 보이는 삼거리 안부에서 직진하여, 10시 31분, 고도 305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안부 삼거리
10시 33분, 밀양박씨 묘가 보이는 임도로 나온다. 말티고개에서 산행을 마치겠다던 송 선배와 심산대장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충청도 출신 같아 보이는 두 양반은 호흡이 잘 맞는 모양이다. 잠시 묘역에 서서 340도 방향으로 못골과 탁주봉을 카메라에 담고 임도를 따라 걷는다.
밀양 박씨 묘, 마루금은 왼쪽 밭 뒤로 이어진다.
못골과 탁주봉
10시 36분, 임도를 버리고 왼쪽 산판길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굽어져 북쪽을 향한다. 약 5분 정도 평탄하게 이어지던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떨어져 고령박씨 묘를 지나 임도로 내려선다. 이어 임도는 여러 기의 묘들이 있는 묘역을 지나 오른 쪽으로 이어진다. 정면으로 백석리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오른쪽으로 오늘 구간에서 가장 높은 600m 분기봉이 우뚝하다.
아름다운 산판길
백석리 마을
600m 능선 분기봉
10시 58분, 아스팔트도로를 건너, 시멘트도로로 들어서서 마을로 향하는 일행이 보인다. 묘역에서 마을로 내려서는 길을 찾느라, 시간이 걸린 모양이다. 2분 후, 간이집하장을 끼고 오른쪽 시멘트도로를 따라 축사를 지난다. 인기척에 놀란 소들이 큰 소리로 울어댄다. 축사 안의 어린 송아지들이 무척 귀엽다.
축사를 끼고 오른다.
11시 5분, 왼쪽 축대위로 문화 유씨 묘가 보이는 지점에서 시멘트도로는 Y자로 갈린다. 왼쪽 시멘트도로로 들어선다. 시멘트도로는 곧 임도로 바뀌고, 벼가 파랗게 자라고 있는 논이 임도까지 파고드는데, 수로를 건넌 등산로는 숲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골짜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의 방향을 바꾸어주기 위한 인공수로인 모양이다.
Y자 갈림길
뒤돌아 본 수로와 논
왼쪽 숲 나뭇가지에 표지기들이 요란하다. 등산로는 다소 가파른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이장을 했는지 봉분이 있던 자리가 뻘건 황토 바닥이다. 11시 14분, 안부 사거리에서 직진하여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다, 갈림길을 만나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완만하게 이어지던 등산로가 가팔라진다. 송 선배와 심산대장이 길가에 앉아 쉬고 있다. 나는 천천히 걷지만, 좀처럼 쉬지를 않는다. 일행을 지나쳐, 약 6분 정도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잡초가 무성한 묘 1기가 있는 600m 능선분기봉에 이른다. 왼쪽은 장구봉(480.8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고, 마루금은 오른쪽 내리막이다.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왼쪽 숲으로 들어서라고 부르는 표지기들
600m 능선분기봉의 잡초가 무성한 묘
산의 크기에 비해 제법 울창한 숲이 이어진다.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에서 능선이 좁아지더니 갈림길을 만나 직진하여 능선을 타고 오른다. 오른쪽은 우회로 같아 보인다. 이어 묘가 있는 530m봉에 오른다. 오른쪽에 표지기가 보이지만, 앞에서 만났던 우회로라고 보고, 직진하는 희미한 길을 따라 내린다. 언제 따라왔는지 봉우리 위에서 심산대장이 오른쪽 길이 마루금이라고 소리친다. 봉우리로 돌아와 지도를 보니, 과연 마루금이 오른쪽으로 크게 방향을 바꾸고 있다. 심산대장의 뒤를 따른다. 하지만 순식간에 일행은 시야에서 사리지고, 이후는 일행을 만나지 못한 채 끝까지 혼자서 산행을 한다.
울창한 숲
530m봉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굽어 내려서고
12시 1분,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고, 4분 후, 인동장씨 묘를 지나, 낙엽이 깊게 깔린 아름다운 능선을 타고 오른다. 12시 9분, 약 535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2시 17분, 고도 460m 정도의 사거리 안부, 수철령에 내려서서 직진한다.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묘 1기를 지나며, 경사가 가팔라져 봉우리 하나를 넘고, 안부에서 직진하여 오르막길을 오른다.
낙엽이 두텁게 깔린 아름다운 능선
수철령
12시 30분,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본 능선에 오른다. 그러고 보니 우회한 봉우리가 지도상에 삼각점이 있는 554m봉 인 것 같다. 봉우리로 되올라가 삼각점을 확인하고 싶지만, 일행과 너무 많이 떨어진 것 같아, 포기하고 왼쪽으로 내려선다.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544m봉을 오른쪽으로 우회
12시 32분, 길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도시락을 펼치며 심산대장에게 전화를 한다. 자기들은 구룡치를 지난 것 같다며 점심을 먹으며 기다릴 터이니 천천히 따라오라고 한다. 12시 52분,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행을 속개한다. 2분 후, 고도 약 520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갈림길을 만나 왼쪽으로 진행하여, 1시 2분. 구룡치에 내려서서 왼쪽 길을 따른다.
구룡치
1시 17분, 좁은 능선길을 올라 560m봉에 오르지만, 식사를 하며 기다리겠다던 일행은 보이질 않는다. 1시 27분, 586m봉에 올라, 오른쪽 벌목지대로 내려선다. 등산로가 희미하게 이어진다. 이윽고 안부에 내려섰다 급경사 오르막을 거쳐, 1시 39분, 576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약 10분 간격으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톱날 능선이 계속된다.
586m봉
1시 53분, 591m봉을 오른다. 봉우리 위에 시커먼 천막 같은 것이 둘러져 있다. 봉우리에 오르니 시커먼 천막을 뒤집어씌운 철책이 능선을 따라 세워졌고, 임도가 철책을 따라 이어진다. 나중에 게시문을 보니, 산삼 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철책이라고 한다. 이 보기 흉한 철책은 말티고개로 내려서는 능선이 분기되는 곳을 지나서도 계속 이어진다.
안내문
한강기맥의 오음산과 용문산, 팔공지맥의 팔공산의 군부대 철책 길만큼 고약하지는 않지만, 철책을 세우느라 능선이 온통 훼손되고, 시커먼 철책이 줄곧 왼쪽 시야를 가려, 산의 분위기를 온통 버려 놓았다. 등산로는 이따금 오른쪽 숲으로 들락거리지만, 결국 1시간을 넘게 철책을 벗어나지 못하고, 말티고개로 하산을 하게 된다.
잠시 오른쪽 숲길을 걷기도 하지만, 바로 다시 철책길로
철책을 따르다보니, 새목이재를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나고, 2시 24분, 592m봉이라고 짐작되는 봉우리에 올라, 철책은 왼쪽으로 급격히 꺾어져 내린다. 내리막길에서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나뭇가지사이로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이번에는 등산로가 철책을 따라 좁게이어진다. 철책을 만들기 위해 뚫어 놓은 임도는 철책 안으로 이어지는 모양이다.
592m봉
철책길
2시 51분, 전주이씨 합장묘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나니, 철책을 따라 넓은 임도가 다시 이어진다. 넓은 임도를 터덜터덜 걷는다. 임도가 나지막한 고개를 넘어 안부에 내려섰다 다시 고개 위로 이어진다. 시야기 트이며 130도 방향으로 구병산(876m) 줄기가, 40도 방향으로 속리산 줄기가 보이고, 임도는 동북쪽으로 방향으로 떨어진다. 순간 마루금을 벗어났다는 느낌이 든다.
전주이씨 합장묘
다시 넓은 임도가 이어지고
구병산 줄기
속리산 줄기
왔던 길을 되돌아 내린다. 완만한 내리막을 지나 고개 마루턱을 넘어서면서, 왼쪽을 주의 깊게 살핀다. 드디어 고개 마루턱 직전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진 산길을 발견한다. 공사 중에 철거를 했는지 표지기는 한매도 보이지 않는다. 3시 16분, 산길로 들어서고, 1분 후,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선다.
임도 오른쪽의 산길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3시 20분, 전망바위에 서서, 장재 저수지와 37번 국도를 굽어본 후, 3시 27분, 정자, 도로개통 기념비, 돌장승 그리고 돌 표지석이 있는 말티고개에 내려선다. 칙 뿌리 주스를 파는 아가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헌데 먼저 내려와있어야 할 일행은 보이질 않는다. 아가씨에게 물어도 다른 등산객은 못 봤다는 대답이다.
장재 저수지
말티고개로 오르는 37번 국도
도로개통 기념비와 돌장승
표지석
칙 뿌리 주스를 마시며 심산대장에게 전화를 한다. 알바를 하는 바람에 하산이 늦었다며 지금은 말티재가 내려다보이는 지점에 있다는 대답이다. 나는 갈목재까지 갈 터이니 기다리지 말고 먼저 서울로 올라가라고 이르고 전화를 끊는다. 전화 통화내용을 듣고 있던 아가씨가 갈목재에서 속리산 택시를 부르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011-461-7151, 박천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3시 36분, 도로를 건넌다.
말티고개
등산로 입구에 출입금지 팻말이 세워져있다. 야생 동, 식물 서식지 및 자연보호를 위해 화엄이재 공원경계부터 천황봉까지의 10.2Km 구간을 통제한다는 내용이다. 못 본 척 무시하고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3시 43분,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여, 4분 후, 묘가 있는 봉우리를 지난다.
등산로 입구에 세워진 출입금지 팻말
3시 55분, 펑퍼짐한 바윗길을 지나, 2분 후, 이정표가 있는 암봉 위에 서서 주위를 둘러본 후 왼쪽으로 내려선다. 4시 3분, 무인산불 감시시설 있는 봉우리에서 지나온 암봉과 서쪽으로 장재리, 오창리를 굽어보고,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암봉 위의 이정표,
지나온 능선 - 가운데 능선이 말티고개로 이어지는 능선
가까이 본 구병산 줄기
무인 산불감시 시설
장재리, 오창리
돌아본 암봉
안부를 지나, 4시 13분, 벤치와 이정표가 있는 545m T자 능선에 오른다. 나중에 귀가하여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면밀히 검토해 보니, 이곳애서 무심히 이정표가 가리키는 '숲속의 집' 방향으로 진행한 것이 알바의 시작이다. 마루금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높게 걸린 표지기 방향으로 이어지는 모양이다. 출입금지를 시키며 낮게 걸린 표지기들을 모두 떼어 버린 덕에 그냥 모르고 지나쳐버린 것이다.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
마루금(푸른선)과 알바 및 탈출경로(주황선)
T자 능선을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알릉길에 밧줄이 걸려 있고 가파른 내리막에는 통나무 계단을 까는 등 잘 정비된 등산로다. 4시 18분, 이정표와 벤치가 있는 안부 삼거리에서 직진하여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4시 29분 , 잡목이 무성한 봉우리에 오른다. 고도계의 고도는 약 540m 정도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 봉우리가 마루금에서 남쪽으로 약 500m 정도 벗어나 있는 지도상의 547.9m봉이다.
안부 삼거리
공터를 지나 조금 더 진행한다. 길은 사라지고, 잡목을 헤치고 전진하니, 엉뚱하게 폐 무덤의 봉분 위에 서있는 것이 아닌가? 놀라서 봉분에서 내려서니 이번에는 봉분 절반이 잘려져 나가 텅 빈 묘지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이다. 기분이 으스스 하여 봉우리로 되 돌아와 동쪽으로 하산로가 있는지를 찬찬히 살핀다.
잡목이 무성한 547.9m봉
다행히 등산로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다니 흔적이 분명한 희미한 길 보인다. 족적을 따라 동쪽으로 흐르는 능선을 타고 내린다. 족적이 없어지면, 능선 형태를 살피며 무조건 동쪽으로 내려선다. 5시 경주 김씨와 두 부인을 합장한 묘를 지나면서 묘로 오르내리는 길이 뚜렷하여 이를 따라 편하게 하산을 한다.
5시 15분, 시멘트도로를 따라 마을로 내려서서 서원리 마을회관을 지나고, 5시 17분, 505번 지방도로에 내려선다. 하산해야 하는 갈목리에서 남쪽으로 한참 처진 곳이다. 도로를 따라 갈목리로 향하다. 왼쪽에 문이 닫힌 상점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숨을 돌린다. 상점 뒤로 '속리산 고시원'이라는 흰색의 큰 건물이 보인다.
서원리, 저 앞에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한숨 돌리고, 소개를 받은 박천규 씨에게 전화를 한다. 15분에서 20분 후면 올 수 있다는 대답이다. 의자에 앉아 남은 간식을 꺼내 먹는데, 상점 뒤 민가에서 영감님 한 분이 나온다. 상점주인 같아 보여, 캔 맥주가 있느냐고 물으니 있다며, 상점 문을 연다. 노인이 어쩌다 혼자 여기까지 왔느냐고 묻는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보은을 거쳐 서울로 올라간다니까, 시간이 충분하다며, 여기서는 보은으로 나가는 것이 빠를 거라며, 택시를 부르면 보은까지 10,000원이면 갈 거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5시 35분 경 택시가 도착한다. 속리산까지 요금을 물으니 20,000원을 달란다. 몇 시에 버스가 있느냐고 묻자, 지금가면 속리산에서 6시 차를 탈 수 있다고 한다. 보은으로 나가면 요금이 얼마냐고 묻는다, 22,000원이고, 지금 보은으로 나가면, 보은에서 6시발, 청주행 버스를 탈 수 있다는 대답이다. 요금이 10,000원 정도 비싼 느낌이지만, 부른 차를 보낼 수도 없어, 22,000원에 보은까지 타고 나온다.
보은에서 6시 행 버스를 타고, 6시 15분 경, 청주에 도착하고 (요금 5,300원), 6시 20분 동서울 행 버스표를 산 후 (요금 7,100원), 다시 캔 맥주 한 개를 사들고 버스에 오른다. 달리는 버스에서 천천히 맥주를 마시며, 오늘 하루를 반추해 본다. 인삼재배를 위한 철책으로 볼 상 사납게 훼손된 한남금북정맥의 마루금과의 조우, 세 사람이 같이 왔다 혼자 쳐져 귀가해야 하는 상황, 엉뚱한 알바로 마루금 약 1,8Km를 빼 먹은 미완성의 산행, 바가지요금...등, 화불단행이라더니, 무려 네 가지 화가 겹쳐진 피곤한 하루다.
(2008.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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