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고속도로을 달리며 본, 비 그친 강원도의 산


2006년 8월 26일(토).

송암 산악회의 안내로 한강기맥을 산행하는 날이다. 이번이 12번째 산행인데, 코스는 제14구간이다. 『운두령-계방산-뾰지게봉-1,366m봉』까지 마루금을 걷고, 탑동리로 하산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약 11.9Km, 날머리 약 5Km, 합계 16.9Km에, 기준 소요시간은 약 6시간이다.


오대산 국립공원의 출입통제 기간을 피해, 앞 당겨 오대산 구간을 산행하느라, 구목령에서 운두령까지의 12구간, 13구간을 뛰어넘고, 제 14구간을 먼저 산행하게 된 것이다. 잔뜩 흐린 날씨에 오후부터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도 있어, 과연 참여 인원이 얼마나 될까? 걱정이 된다.


6시 45분 경, 선능역 1번 출구, 금강타워 빌딩 앞. 항상 붉은색 대형버스가 서 있던 자리에 노란 밴(Van)이 한 대 서 있고. 김 회장이 웃는 낮으로 반긴다. 예상대로 참여 인원도 많지 않고, 강원도 오지의 들머리, 날머리를 드나들기에는 소형 밴이 편리한 면도 있어 차량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시내 경유지를 모두 거친 25인승 밴이 중부고속도로로 들어선다. 차안을 둘러본다. 오늘 참여 한 대원수는 모두 9명이다. 김 회장이 직접 선두에 서고, 후미는 대원중의 한 사람이 담당을 한다. 이쯤 되면, 산악회의 안내산행이라기 보다, 동호인들끼리 모인 자율산행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처음 한강기맥 출정식이 있던 날 - 꼭 일 년 전인, 2005년 8월 27일(토)에는 참여 인원이 60여명에 가까워, 대형 버스 외에 밴까지 동원했던 것이, 1년 후인 오늘은 참여인원이 9명뿐이다. 그 만큼 기맥이나, 정맥의 안내산행이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산악회 같으면, 포기해도 벌써 포기했을 터인데, 송암의 김 회장은 힘들어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고지식하게 계속 끌고 온다.


산악회가 산행계획을 공시하고, 참여인원을 모집할 때, 김 회장은 이를 일종의 약속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따라서 참여 인원수에는 관계없이, 공표했던 산행을 마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오늘 참여한 인원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12번 산행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개근한 대원이 3명, 1~2회 정도 빠진 대원이 2~3명, 이들을 합치면, 과반수가 넘는다. 이들 또한 김 회장 못지않게 고지식한 양반들이다. 이들은 산악회가 공시한 산행계획을 보고, 일단 참여하기로 결정을 했으면, 다른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빠짐없이, 끝까지 참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나오고 싶으면 나오고, 말고 싶으면 만다는 식의 자세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제 한강기맥 종주를 끝내려면, 4구간을 더 해야 한다. 지금 포기하려하니, 고지식한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지나 온 구간을 생각하면, 너무나 아쉬운 게 많다. 그렇다고 산악회가 계속 손해를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여자들 또한, 마냥 마음의 부담을 안고 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겠다.


아직 임시 번호판도 떼지 못한, 새 차가 영동고속도로를 싱싱 잘도 달린다. 대형 버스에 비해, 차체가 낮아, 조망이 다소 뒤 지는 것 이외는 불편한 것이 전혀 없다. 강원도 쪽에는 지난밤에 비가 내리다, 새벽녘에 개인 모양이다. 먼 산들이 운무 속에 고개를 비쭉비쭉 내밀고 있고, 구름들이 가까운 산 사면을 타고, 빠르게 하늘로 오르고 있다.

평창을 지나면서 본 백적산 방향의 조망


10시 2분, 운두령에 도착한다. 국도를 이용할 때 보다 약 1시간 빠르게 도착한 것이다. 너른 공터의 아스팔트 중간 중간에 빗물이 고여 있고, 통신탑 뒤로 보이는 봉우리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이 산행 준비를 하는 동안, 다른 때와는 달리 선두가 앞서서 출발을 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10시 5분경, 모두 함께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운두령 도착, 텅 빈 계단이 우리들을 기다린다.


오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5) 산행시작-(10:15) 능선분기, 왼쪽으로-(10:24) 이정표<운두령 1.0K, 계방산 2.9K>-(10:27) 안부-(10:45) 공터 이정표(운두령 2.0K, 계방산 1.9K>-(11:03) 쉼터-(11:15) 첫 번째 헬기장-(11:20) 1,492m봉-(11:31) 두 번째 헬기장-(11:40~12:05) 계방산 정상, 중식-(12:17) 주목 군락지-(12:32) 1,494m봉-(12:46) 안부-(12:54) 두 번째 위 삼거리 갈림길-(13:04) 한강기맥 갈림길-(13:23) 첫 번째 안부 사거리-(13:49) 두 번째 안부 사거리-(14:20) 1,270m봉-(14:39~14:50) 뽀지게봉 정상-(15:55) 1,159고지 헬기장-(15:04) 1,336m 분기봉-(15;27) 갈림길-(15:49) 민간인 피살지역-(16:04) 산판길-(16:15) 시멘트 길-(16:20) 하산, 버스대기』 점심시간 25분을 포함, 총 6시간 1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겨울의 눈 쌓인 계방산이 좋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그 동안 한 번도 찾아 본 적이 없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올 여름에는 벌써 세 차례나 계방산을 찾게 된다. 크고 넉넉한 산, 이제 친구가 된 느낌이다. 가파른 계단에 올라, 뒤돌아 맞은 편 봉우리를 본다. 비가 개는 모습이다. 예보와는 달리 오늘 산행 중에 비 맞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계단을 올라 뒤돌아 본 맞은 편 봉우리


계방산의 높이는 1.577.4m다. 한강기맥 중 가장 높은 산이다. 오대산 비로봉(1,563.4m) 보다도 높고,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운두령(1,088m)과 약 500m 고도 차이가 나지만, 약 4.7Km의 도상거리가 이를 희석하여, 큰 산답게, 산세가 유순하고 능선이 부드럽다.

안부 지나, 두 번째 오르막길

짧은 암릉길도 지나고,


비가 올 거라는 예보 때문인지, 산에는 우리 일행 외에는 인적이 거의 없다. 밤새 많은 비가 내린 모양이다. 등산로에 빗물이 쏟아져 내린 흔적이 뚜렷하고, 안부는 아직도 진 수렁이다. 비온 뒤의 숲길이 싱그럽고. 안개에 휩싸인 숲이 신비롭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배경으로, 유난히 뚜렷한 고사목


등산로가 뚜렷하고,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 길을 일을 걱정도 없다. 간간히 부는 바람에 심하게 더운 줄도 모르겠다. 아무 생각 없이, 텅 빈 머리로, 꾸벅꾸벅 산길을 오른다. 산에 동화되어, 산과 일체가 되는 느낌이다.

안개 속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등산로

안개 속의 이정표


첫 번째 헬기장, 1492m봉 오름길, 그리고 두 번째 헬기장을 지나면서 보는 야생화 군락지는 가히 천상의 화원을 보는 느낌이다. 계방산 정상은 비교적 너른 공간으로, 정상석과 돌탑이 서 있다, 지금은 안개에 파 묻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맑은 날에는 북쪽으로 홍천군 내면의 넓은 골짜기와 설악산, 점봉산이 아득하고, 동쪽으로는 노인봉과 대관령, 서쪽으로는 운두령 너머로 회령봉과 태기산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암릉길의 야생화

첫 번째 헬기장

헬기장의 야생화 1

헬기장의 야생화 2

헬기장의 야생화 3 - 뚝갓(?)

계방산 오름길의 야생화 1

계방산 오름길의 야생화 2


계방산 정상에서 김 회장과 모든 대원들이 모여,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때 이른 점심식사를 한다. 안개 속에서, 땀이 식으며, 한 여름에 오싹 한기가 느껴진다. 배낭에서 윈드 재킷을 꺼내 입고 식사를 한다. 지금 도심지 더위 속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계방산 정상

정상에서의 식사


12시 5분, 김 대장을 선두로 계방산을 내려선다. 잡목과 잡초가 어우러진 험한 내리막을 거쳐, 12시 17분 이정표가 서 있는 주목 군락지를 지난다.<계방산 정상 0.5K, 제2 야영장 4.2K> 날등길을 거치고, 1,546m봉을 넘어, 안부로 내려선다. 야생화가 가득한 안부에는 잡초가 뒤엉켜 길을 찾기가 어렵다. 12시 54분, 두 번째 윗삼거리 갈림길을 지나고, 1,462.3m봉을 우회하여, 김 회장이 기다리고 있는 갈림길에 도착한다.

안부에서 길 찾기

두 번째 윗삼거리 갈림길을 지나고,

한강기맥과 계방지맥 갈림길


일행들이 모두 모이자, 김 회장을 선두로 동쪽 참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급경사 내리막을 곤두박질친다. 이윽고 안부를 거쳐, 평탄한 오솔길로 이어진다. 안개가 걷히며, 이따금씩 햇살이 비치기도 한다. 불어오는 바람결이 시원하다. 녹색의 장원을 산책하는 기분이다. 작은 봉우리를 넘어, 1시 24분, 첫 번째 안부 사거리에 이른다. 낫을 들고 길을 내며 달려온 김 회장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직진하는 길가에 국립공원표지 말뚝이 보인다. 오대산 국립공원으로 들어서는 모양이다. 이어서 1,230m봉을 넘어, 1시 49분, 두 번째 안부 사거리로 내려선다. 제법 널찍한 안부다. 왼쪽으로는 척천리로 갈리고,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서면 방아다리로 하산할 수 있는 곳이다.

참나무 숲속 오솔길, 햇볕이 비치고, 바람이 시원하다.

첫 번째 안부 사거리

두 번째 안부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산죽길


다시 작은 봉우리 두개를 넘고, 2시 20분 1,270m봉을 넘어서니, 나뭇가지사이로 뾰지게봉이 보인다. 안부를 지나, 다소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2시 39분 경, 너른 헬기장인 뾰지게봉(1358m)에 도착한다. 날씨는 맑아 졌지만, 헬기장 주변의 잡목들이 시야를 가려, 겨우 동쪽으로 대관령 방향, 고루포기산 방향이 보일 뿐이다. 이 헬기장에서 남쪽 능선을 타고 내리면, 역시 방아다리에 이르게 되고, 한강기맥은 동쪽으로 이어지다, 1,366m봉에서 북상을 하게 된다. 김 회장이 한강기맥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입구에 준비해 온 뾰지게봉 비닐 표지판을 부착한다.

1,270m봉

뾰지개봉 정상

정상의 삼각점

대관령 방향의 조망

새롭게 부착한 뾰지게봉 비닐표지판


뾰지게봉에서 약 10분간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약 5분 후, 잡초가 무성한 헬기장에 도착한다. 헬기장 한 귀퉁이에는, 96년 10월, 동해안에 침투한 북괴 무장공비의 도주로임을 알리고, 거동 수상자나 간첩을 신고하라는 입간판이 버려져 있다.

무장공비 도주로 표기 입간판이 버려진 헬기장


3시 5분, 1,366m 능선 분기봉에 이른다. 한강기맥은 북으로 굽어져 효령봉으로 향하고, 우리들은 동쪽으로 직진하여 하산을 시작한다. 인근 마을 사람들이 약초나 나물을 캐러 다닌 길이지만, 비교적 뚜렷한 길이 이어진다. 완만한 내리막길에 돌배들이 어지럽게 떨어져 있고, 잡목 숲으로 이어지는 길은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15분 가까이 이런 길을 내려서는데, 앞서 걷던 김 회장이 되돌아 올라온다. 아무래도 남쪽으로 빠지는 갈림길을 지나친 것 같다는 설명이다. 일행들은 숲에 앉아 쉬기로 하고, 김 회장만 온 길을 되돌아 오른다. 3~4분 후, 후미대장은, 백(Back) 하라는 김 회장의 연락을 받는다.

1,336m 능선 분기봉

돌배가 어지럽게 떨어진 등산로

원시림을 헤치고


4분 정도, 내려온 길을 되 집어 오르니, 남쪽으로 갈리는 능선 갈림길에 김 회장이 서 있다. 산행리본, 거동 수상자를 신고하라는 리본들이 걸려 있으나, 무성한 나뭇가지에 가려, 모르고 지나쳤던 곳이다. 하늘을 가리는 잡목 터널을 지나 능선길을 달려 내린다. 무장공비가 민간인 3명을 살해한 장소를 지나고, 아름다운 적송지대를 지나, 옛 임도로 내려선다. 정면으로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임도를 버리고, 동쪽 채소밭으로 내려서는 길에서 동대산 방향의 백두대간을 본다. 채소밭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 주변에, 포도송이 같은 열매를 단 나무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김 회장이 오미자나무라고 설명하며, 재배하는 것인지도 모르니, 채취하지 말라고 대원들에게 주의를 준다.

거동 수상자 신고 요청 리본

잡목터널을 지나, 탑동리로 하산하는 대원들

무장공비, 민간인 3인 피살지역

아름다운 적송 숲

야생 오미자

고랭지 배추밭


4시 12분 고랭지 배추밭을 지나, 시멘트 도로로 내려서서 마을로 향한다. 마을에서 만나는 아주머니가 뭣들 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으며, 경계하는 표정이 역역하다. 4시 20분 경, 탑동교 부근에 도착하여, 적송(赤松)들이 병풍처럼 둘러 선, 개울가로 내려서서, 알탕을 하고, 산행을 마친다.


(2006. 8. 27.)

두일 막국수 집


뒤풀이.

4시 50분 경, 알탕을 마친 일행들은 차에 올라, 시멘트도로를 타고 내린다. 오른쪽으로 흐르는 한강기맥 줄기가 장쾌하다. 5시 15분 경, 아스팔트길에 이르러, 두일 막국수 집에서 감자전, 모밀전, 도토리묵 등을 안주로 하산 주를 즐기고, 막국수로 저녁식사를 한다. 음식들이 깔끔하고 맛이 좋다. 음식 값은 대원들이 만원씩 추렴하여 충당한다. 1시간이 넘게 뒤풀이를 즐긴 대원들은, 6시 20분 경 서울로 향한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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