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송마을 입구, 개울가에 핀 붉은 코스모스

황금빛 논

정 산악회에서 지리산의 덕운봉(745m), 구룡봉(728.2m)을 간다고 한다. 봉우리 이름들이 생소하다. 지도를 찾아보니 수정봉 가까이에 덕운봉이 있다. 비로소 노치마을 지나 백두대간 길을 걷는다는 안내문이 이해가 된다. 2004년 2월, 백두대간을 처음 시작하면서 걸었던 길이다. 어찌 관심이 없겠는가?

그뿐만 아니라, 약 13Km의 산행거리 중, 5Km 정도는 지리산 둘레길이라고 한다. 아직 지리산 둘레길을 답사하지 못한 터라, 극히 작은 부분이기는 해도, 둘레길을 걸어볼 수 있는 기회라니 구미가 당긴다.

 

2010년 10월 20일(수)
천호역에서 7시 20분이 조금 지나 도착한 산악회버스에 오른다. 오늘 산행지가 잘 알려진 명산이 아니기 때문인지, 45인 승 버스에 빈자리가 제법 눈에 뜨인다. 버스가 고속도로로 접어들자 정 회장이 산행코스를 설명한다. 오늘 코스는 구룡계곡을 지나 지리산 둘레길만을 걷고 내송마을로 하산하는, 산행거리 약 10Km의 B코스와 덕운봉, 구룡봉을 오른 후, 둘레길에 합류하여 내송마을로 하산하는 산행거리 약 13Km의 A코스로 나눈다고 한다. 대부분의 대원들이 A코스를 택하고, 불과 대 여섯 명의 대원들만이 B코스로 가겠다고 한다.

산행코스

 

버스는 도중 두 군데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 후, 11시 23분, 들머리 주차장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다, 제일 먼저 눈에 뜨인 것이 춘향의 묘를 알리는 돌 표지다. 그렇다면 춘향이가 가공인물이 아닌 실제 있었던 인물이란 말인가? 집에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니, 1962년, 이 부근에서 “성옥녀지묘”라는 지석(誌石) 발견되자, 남원시에서 그 자리에 봉분을 만들고, “성춘향지묘”라고 묘비까지 세운 것이라고 한다.

춘향묘 입구

 

춘향묘 건너편에 육모정, 멋진 정자가 눈길을 끈다. 안내문을 보니, 400년 전, 이곳의 선비들이 용소 앞 넓은 바위 위에 육모정을 지었으나, 1960년 큰비로 유실되어, 그 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60번 도로를 따라 오른다. 이번에는 왼쪽 도로변에 고색창연한 영호서원이 보인다. 11시 33분, 삼곡교에 이르러, 왼쪽의 구룡계곡으로 내려선다.

육모정

용호서원

도로를 따라 걷는 대원들

 

삼곡교 앞

 

계곡으로 내려서는 계단길 옆에 작은 정자가 있고, 계곡으로 내려서자 구룡계곡 안내판이 보인다. 약 3Km에 달하는 이 계곡에는 12개의 소(沼)가 있는데, 옛날에 음력 4월 초 8일이면, 아홉 마리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이곳에서 노닐다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길고 깊은 계곡, 곳곳에 보이는 작은 폭포와 푸른 소들이 아름답다. 과연 전설처럼 멋진 계곡이다.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

구룡계곡 이야기

깊은 계곡 1

깊은 계곡 2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고, 간간이 이정표도 보인다. 쟁이소, 구시소를 잇달아 지나고, 11시 52분, 콰이강의 다리처럼 멋진 사랑의 다리를 건넌다. 이어 유선대를 거쳐, 12시 2분, 지주대 안내판 앞에 걸린 출렁다리를 건너고, 갈림길에서 왼쪽둔덕을 넘어 지계곡을 따라 오른다. 12시 15분, 비룡동을 지나고, 안전시설이 되어 있는 칼날능선을 오르자, 앞에 3단으로 포개진 바위가 보인다.

잘 정비된 등산로

쟁이소

안내문

사랑의 다리

출렁다리

비룡동

안내문

칼날능선

바위, 이게 장군바위인가?

 

12시 34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직진한다. 이정표는 구룡폭포까지의 거리가 20m 남았다고 알려준다. 1분 후, 또 다른 출렁다리가 나타나고, 오른쪽으로 구룡폭포가 보인다. 잠시 구룡폭포 주위를 둘러본 후, 왼쪽 사면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오르며, 구룡계곡과 작별을 한다.

삼거리 이정표

구룡폭포

 

약 5분 정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임도가 지나가는 사거리에 오른다. 직진하면, 구룡사, 좌우는 둘레길이다. 둘레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천룡암을 지나서, 시멘트도로를 따라 걷다, 12시 46분, 산악회의 종이표지판이 깔려있는 갈림길을 만나 왼쪽 임도로 들어선다. 황량한 임도가 가파르게 이어진다. 1시 58분, 둘레길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산악회 종이표지판이 좌우 양쪽에 모두 놓여있다. A팀과 B팀이 갈라지는 곳이다. B팀은 왼쪽으로 진행하여 계속 둘레길을 따르고, A팀은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회덕마을 쪽으로 향한다.

둘레길 사거리, 구룡사 입구에서 쉬고 있는 대원들

천룡암 돌 표지

 

1시 1분, 둘레길 이정표가 있는 60번 국지도로 올라서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이정표는 노치마을 까지의 거리가 1,2Km 남았다고 알려준다. 맑게 갠 가을하늘, 추수가 끝난 탁 트인 들녘, 햇볕을 가려줄 그늘 없는 도로를 따라 한 무리의 아줌마 둘레길꾼들이 마주 다가온다. 생각보다 지리산 둘레길이 많은 사람들 호응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60번 국지도 가에 세워진 둘레길 이정표

마주 오는 아줌마 둘레길꾼들

왼쪽으로 보이는 가야할 덕운봉

 

1시 13분, 회덕마을 입구를 지난다. 들레꾼들에게 150m 떨어진 마을 화장실을 이용하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1시 17분, 소나무들로 둘러싸인 무덤이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이정표가 왼쪽으로 들어서라며, 운봉 7.0Km/주천 6.6Km라고 알려준다. 1시 20분, 다시 둘레길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서서, 노치마을로 향한다.

회덕마을 입구

소나무에 줄러 싸인 묘

이정표

노치마을로 들어서는 대원들

 

노치마을 입구에 있는 수령 500년에, 높이 15m의 느티나무가 우람하다. 그 아래에 백두대간과 14정맥 그리고 주요 강이 표시된 조형물이 있고, 안내판이 보인다. 이들을 카메라에 담고, 낮 익은 노치샘을 지나, 마을 공판장에서 캔 맥주 하나를 사들고, 커다란 소나무 4그루가 서 있는 마을 뒷산으로 오른다.

500년 수령의 보호수인 느티나무

백두대간과 14정맥

안내문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국내 유일한 노치마을을 소개하는 글

노치샘

우명한 노치마을 뒷산의 노송

우람한 노송 등걸

 

건너편에 보이는 산줄기가 만복대, 정령치, 그리고 고리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서북능선이다. 백두대간은 이 서북능선을 따르다, 인월리의 광천에 막혀, 고리봉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고기리로 내려서고, 노치마을을 지나, 수정봉으로 이어진다. 서북능선을 바라보며, 약 15분 동안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한 후, 빽빽하게 늘어선 소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을 걷는다. 2004년 2월에 걸었던 길이지만, 그 때는 눈길, 지금은 낙엽길이다 보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노치마을과 고기리, 그리고 그 뒤로 지리산 서북능선

덕운봉 오르는 백두대간 길

 

2시 10분, 고도 745m의 덕운봉에 오른다. 정상석도 이정표도 없다. 표지기들과 구룡폭포 방향을 알리는 비닐표지판, 그리고 조금 내려선 곳에 움막이 보일 뿐이다. 백두대간은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굽어 수정봉으로 향하고, 왼쪽 길은 구룡봉을 지나 내송마을로 이어진다.

덕운봉 정상, 오른쪽이 백두대간 길이다.

움막

 

구룡봉을 향해, 뚜렷한 등산로가 이어지는, 왼쪽 능선을 따라 내린다. 벌목지대를 내려서며 가야할 구룡봉을 바라보고, 2시 28분, 739m봉을 통과한다. 이어 4분 후, 갈림길에서 산악회의 종이표지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2시 37분,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걸려있는 구룡봉(728.2m)에 오른다. 역시 표지기 이외에 별다른 표시가 없다.

구룡봉

739m봉

구룡봉 정상

 

2시 40분, 허물어진 노치산성을 카메라에 담고 잠시 산성 위를 걷는다. 부드러운 능선길이 가볍게 오르내린다. 2시 50분, 무명봉을 넘고, 완만한 비탈길을 내려서다, 외롭게 누워있는 김녕 김씨 부인의 묘를 지난다. 오랫동안 돌본 흔적이 없는 쇠락한 묘라 더욱 쓸쓸해 보인다. 빽빽한 소나무들이 무질서하게 자란 숲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3시 3분, 둘레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노치산성

빽빽한 송림

둘레길과 만나는 삼거리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둘레길이 아름답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둘레꾼들이 보인다. 3시 9분, 둘레길 이정표가 있는 구룡치를 지나고, 2분 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3시 19분, 이번에는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다, 왼쪽, 멀리 뾰족한 산을 바라본다. 고리봉이라고 짐작한다. 3시 28분. 임도에 내려서서 이를 따라 걷는다, 도로변의 적송이 아름답고, 임도를 버리고 왼쪽으로 들어선 산길은 추색이 짙은 산책로다.

아름다운 둘레길

구룡치 이정표


3시 34분, 개미정지 이정표를 지나, 밭둑길을 걸어내려 내송마을로 들어선다. 이정표가 보인다. 대부분의 논들은 추수를 끝냈는데, 아직도 가을걷이를 하지 않은 논이 황금빛이다. 3시 57분, 내송마을 입구, 도로변에 서 있는 버스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친다.

개미정지 이정표

아름다운 지리산 둘레길

노송마을 입구

 

대원들이 모두 하산하여 식사를 마치자, 5시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10. 10. 22.)

 

'기타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서산(571m)과 삼태봉(630.5Km)  (0) 2012.12.17
민둥산(1,117.8m)  (0) 2012.12.17
종자산(種子山, 643m)  (0) 2012.12.17
지장산(地藏山, 877m)  (0) 2012.12.17
왕방산(王方山, 737m)  (0) 2012.12.17
Posted by Urim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