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1,117.8m)

기타산행기 2012. 12. 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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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암약수 계곡의 단풍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위치한 민둥산은 억새로 유명하다. 해마다 10월 한 달 동안은 억새를 보러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붐빈다. 종전에는 증산으로 불리던 평범한 육산이었으나, 산나물이 많이 나라고 예전에 주민들이 해마다 산에 불을 질러, 지금은 수십만 평에 이르는 주능선 일대가 억새만 무성한 민둥산으로 변하고, 이 억새 덕에 일약 관광의 명소가 되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자, 산 이름도 증산에서 민둥산으로, 기차역도 증산역에서 민둥산역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정선 인근의 여러 산들을 오르느라, 정선을 지나며 수 도 없이 바라다 본 민둥산이자만 해 마다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는 소리에 질려, 자꾸 뒤로 미루다 보니, 민둥산은 아직도 미답지역이다. 하지만 명성산, 화왕산, 오소산, 재약산, 간월산, 신불산, 천관산 등 억새로 유명한 산들을 두루 살피고 나니, 이제는 이들 산들과의 억새비교를 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쫓기게 된다. 지난 번 종자산 산행 시, 심산대장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심산대장도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는 소리에 자기도 아직 가 보지를 못했다며 반색을 한다.

 

2010년 10월 23일(토)
7시 10분 경, 서초구청 구민회관 앞에서 심산대장과 만나, 산악회버스를 기다린다. 여행사 버스, 산악회 버스들이 뒤범벅이 되어 몹시 붐빈다. 7시 20분, 정각, 산악회버스가 도착했다는 전화 연락이 온다. 많은 버스 속에서 간신히 국제산악회 버스를 찾아 오른다. 버스가 마지막 경유지인 복정을 지나자, 40인 승 버스는 만석이 되어, 강 회장은 버스를 타지도 못하고, 총무는 복도에 앉아서 간다. 피닉스, 산정 등 4개 산악회의 연합으로 이루어진 승객들이다. 오늘이 10월 들어 4번 째 맞는 토요일이다 보니, 민둥산을 다녀 올 사람들은 벌써 대부분 다녀온 모양이다.

 

총무가 산행코스를 설명한다. 증산초교 앞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민둥산정상까지의2.6Km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정상까지의 오름길도 깔딱고개를 넘는 가파른 코스와 비교적 완만한 우회로, 두 곳이 있으니 각자의 체력에 맞추어 선택하라고 한다. 민둥산 정상의 억새를 구경하고, 8.1Km 떨어진 화엄약수로 하산하는 길은 전나무 숲, 낙엽송 숲 사이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산책길이니, 가을 정취를 마음껏 즐기고 4시 30분 쯤 하산하면, 식사를 마치고, 5시경 서울로 출발할 수 있겠다고 한다. 이어 선두대장을 소개하고, 자신은 후미를 맡겠다고 한다. 선두대장 역시 여자 분이다.

산행코스

 

이른 시각인데도, 가을나들이에 나선, 많은 차량들로 고속도로가 많이 밀린다. 밖의 온도와 차안의 온도 차이 때문에, 차창에 수증기가 잔뜩 끼어, 밖을 내다 볼 수 도 없다. 모르는 사이에 깜박 잠이든 모양이다. 휴게소 도착을 알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버스는 어느 사이에 38번국도로 내려서고, 신제천 휴게소에서 25분 동안 정차한다고 한다. 산에 대한 경험이 많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참여자들 위에 군림하려하는 일부 산악회들과는 달리, 오늘은 귀경 후에, 무박으로 영남알프스를 하러 떠나야 하는 타이트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들을 배려하여 산행시간, 식사시간을 충분히 할애하는 마음가짐이 보기가 좋다.

 

버스는 10시 57분, 산행들머리에 도착하여, 424번 국지도변에 우리들을 내려준다. 차에서 내리니 들머리는 북새통이다. 호각을 불며 오르내리는 차량들과 몰려드는 인파를 정리하는 아저씨, 민둥산교차로 교통표지판, 등산안내판 앞에 모인 등산객들, 그리고 잘 정비된 나무 계단을 오르는 등산객들과 벌써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다.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하고 인파에 떠밀려 움직인다.

들머리 1

들머리 2

인파에 떠밀리고

 

11시 10분, 깔딱고개와 우회로 갈림길에 이른다. 이정표는 우회로가 정상까지 약 200m 멀다고 알려준다. 오른쪽 깔딱고개 쪽으로 들어선다. 등산객들이 확 줄어, 비로소 제정신이 드는 느낌이다. 2분 쯤 진행하여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민둥산 정상은 왼쪽이고, 직진하면 밭두덕이다. 발구덕은 분지 속의 마을로, 석회암의 침식으로 함몰된 돌리네 구덩이가 산재한 특이한 지형이라고 한다. 이런 지형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직진하여 밭구덕을 들렀다, 정상에 올라도, 큰 시간차가 나지 않겠다. 우리들은 왼쪽의 가파른 통나무 계단 길을 올라 바로 정상으로 향한다.

깔딱고개 갈림길

밭구덕 갈림길

가파른 통나무 계단 길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사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어 송림사이로 넓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르고, 빽빽하게 들어찬 낙엽송 숲을 통과하여, 11시 36분, 간이매점과 쉼터가 있는 시멘트도로에 오른다. 이정표는 증산초교에서 1.3Km 떨어진 지점이라고 알려준다. 정상까지 딱 절반 거리를 온 셈이다. 도로를 건너, 송림으로 들어선다.

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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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송림 오르막

시멘트도로 1

시멘트도로 2

이정표

 

등산로가 산 사면을 따라 좁게 이어진다. 잡목 사이로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2시 방향에, 멀리 우뚝 솟은 산이 눈길을 끈다. 광대산(1,019m)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며 동쪽으로 웅장한 백두대간이 하늘금을 긋고 있다. 급경사가 끝나고 산 사면을 따라 착한 길(뒤 따라 오던 아주머니의 표현)이 이어지고, 11시 56분, 이정표와 벤치가 놓인 쉼터 전망대에 도착하여, 남쪽으로 백운산과 두위봉을 바라본다. 이제 정상까지 600m가 남았다.

두시 방향의 조망

백두대간

착한 길

정상 직전 쉼터의 이정표

남쪽 조망

 

정상을 향한다. 아직 활짝 피지는 않는 억새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하늘거리고, 정상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이 온통 억새밭인데, 그 사이로 등산객들이 줄지어 오르내린다. 가히 장관이다. 12시 5분, 우회길과 만나고, 이어 정상으로 오르다, 잠시 멈춰 서서,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민둥산 억새 1

민둥산 억새 2

우회로를 만나고

지나온 길

 

12시 13분, 사람들로 가득 찬 정상에 올라, 남쪽으로 억새밭과 사북을 굽어본 후, 동남쪽으로 멀리 보이는 함백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정상석 주변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12시 16분, 이정표를 지나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북쪽 사면에도 넓은 억새밭이 펼쳐진다. 아마도 규모로 볼 때 국내 제일이 아닌가 싶다. 화왕산이나, 간월산, 신불산보다 규모가 더 커 보인다.

정상에서 본 남쪽 조망

남동쪽 멀리 함백산(중앙)

정상의 인파

정상석

이정표

하산길 1

하산길 2

하산길 3

 

목책길을 따라 하산 하면서 억새밭을 찬찬히 둘러본다. 억새가 남쪽보다 북쪽이 더 활짝 핀 것 같다. 12시 33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오른쪽은 밭구덕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화암약수로 가는 길은 산책로다, 억새길이 끝나고, 단풍이 고운 잡목 숲 사이로 산책길이 이어진다.

억새 1

억새 2

억새 3

뒤돌아 본 민둥산

뒤돌아 본 억새밭

이정표

화암약수 가는 길

 

등산로가 왼쪽으로 굽어지더니, 울창한 전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솔잎이 노랗게 깔린 길, 나무냄새가 짙다. 전나무 숲이 모르는 사이에 낙엽송 숲으로 바뀌었다. 숲가에 앉아 빵과 음료로 간식을 즐긴다.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젊은 부부가 올라온다. 아이들이 귀여워, ‘호랑이가 나온다. 어흥~’하고 외쳐도 아이들은 놀라는 기색도 없이 깔깔대기만 한다.

전나무 숲길

낙엽송 숲

 

간식을 마치고, 다시 산책길을 걷는다. 12시 58분, ‘제동길/(임도) 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임도가 보이고 승용차들이 세워져있다. 아까 지나간 젊은 부부도 이곳까지 승용차로 올라와 낙엽송 길로 들어선 모양이다. 다음에는 차를 가지고 집사람과 함께 다시 와봐야겠다. 환상적인 목책길이 이어지고, 그 오른쪽으로 임도가 따라온다.

이정표

환상의 목책길

임도

 

1시 14분, 이정표가 있는 삼내약수 갈림길에서 직진하고, 1분 후 다시 울창한 전나무 숲을 지나, 헬기장을 통과한다. 1시 26분, 시멘트도로로 나와 이동매점을 차리고 있는 아저씨에게 이 도로가 어디서부터 올라오는 것이냐고 묻는다. 마침 빵으로 식사를 하던 아저씨가 몰운리 제동에서 올라오는 길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왼쪽 산길로 들어서서, 1시 28분, 돌리네 안내판을 지난다.

삼내약수 갈림길 이정표

전나무 숲

시멘트도로

화암약수 가는 길

돌리네 안내판

 

멋진 산책길이 이어지며 단풍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2시 7분, 화암약수 3.1Km를 알리는 이정표을 지나, 시멘트도로로 들어선다. 도로변의 단풍이 화사하다. 2시 38분, 화암약수 1.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계곡의 단풍들이 더할 수 없이 곱다.

산책길 1

낙엽송 숲의 단풍

산책길 2


 

신책길 3

단풍 1

단풍 2

낙엽 과 계곡

 

3시 화암약수에 들러, 물맛을 보고, 야영장 근처의 화장실에서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깨끗한 화장실에서는 고전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온다. 화암 국민관광단지로 손색이 없는 자연풍광과 시설들이다. 이어 산악회에서 예약한 고향식당에서 더덕동동주를 반주 삼아, 곤드레 비빔밥으로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고 났는데도 4시가 채 못 된 시각이다.

화암약수

안내판

야영장

기다림

삼내약수로 잘못 내려간 사람들이 있어 하산이 늦어진다고 한다. 이들이 도착하여 식사를 마치자, 5시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늦게 찾은 민둥산! 억새와 단풍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멋진 산이다. 가을철 가족나들이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2010. 10. 25.)

 

 

 

 

 

 

 

 

 

 

 

 

 

at 11/12/2010 05:15 am comment

잘보았습니다 감사히 담아갑니다 고운 하루 되세요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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