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 협곡
종자산은 지장산, 관인봉, 북대봉 등 아름다운 산이 많은 포천시의 최북단인 관인면의 지장산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종자산의 모산은 지장산이고 이 일대의 산들이 모두 모산인 지장산을 닮아 암봉이나 바위가 많은 것은 종자산도 예외가 아니어서 협곡이 깊고 벼랑이 많다. 특히 깊은 협곡을 흐르는 한탄강 변에 솟아 있어 강 쪽에서 보는 주능선의 절벽이 압권이다.
남쪽 임도에서 올려다 본 종자산 주능선
옛날 3대 독자 부부가 아기가 없어 고심하던 중 이 산 중턱에 있는 굴속에서 백일기도를 올린 후 아기를 낳았다는 전설로 종자산이라 불리게 되었으며 일명 씨앗산 이라고도 한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2010년 10월 15일(금)
지난주 지장산에 이어 종자산을 가려고 심산대장과 동서울터미널에서 8시49분 발 신철원 행 3000번 버스를 기다린다. 아침시간인데도 47번국도가 붐비는지, 버스는 10분 정도 지각을 하여, 9시경에 터미널로 들어온다. “이놈의 버스는 맨 날 지각이야.”라고 단골손님 한분이 불평을 한다.
산행코스
10시 10분 경, 포천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구한내사거리를 건너, 한마음약국 앞 정류장에서 관인 행 59번 버스를 기다린다. 맑게 갠 가을 날씨에 갑자기 떨어진 기온으로 제법 쌀쌀하게 느껴지는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138-6번 버스로 명성산을 가려는 등산객들, 관인면, 장수면 쪽으로 가려는 이 지방 사람들이다. 10시 41분, 1분 늦게 관인 행 59번 버스가 도착하고, 지방민들의 뒤를 이어 버스에 올라 맨 뒷자리의 좌석에 자리를 잡는다.
한마음약국 앞 버스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
버스가 37번 국도를 지나, 87번 국도로 접어들어 속력을 낸다. ‘이 버스는 정류장 이외에는 정차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기사양반은 지방주민인 승객들이 요구하면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도 선선히 차를 세워준다. 기사양반의 여유로움과 융통성이 보기가 좋다. 종자산 들머리인 중리 2리와 중리 3리를 지나, 우리는 관모봉이 보이는 중리에서 하차한다. 종자산의 모산인 지장산 능선을 타고 종자산에 접근하고 싶기 때문이다.
중리에서 우리를 내려주고 출발하는 59번 버스
도로 건너 상점 앞에서 산행준비를 마치고 중리마을로 들어선다. 여전히 인적이 없는 조용한 마을길이다. 동네 개들도 지난주의 우리들 발자국소리를 기억하는지 잠잠하다. 중리저수지를 지난다. 물가의 민박집들이 평화롭다. 하지만 이 평화로움을 깨고 갑자기 요란한 포 소리가 가까이에서 연달아 들린다. 북한이 가까운 최전방에 와 있다는 사실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저수지 물가의 민박집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요란한 포 소리를 들으며, 10시 46분, 지장산 입구, 주차장에 접근한다. 산불초소 앞에 군인이 앉아 있고, 초소 뒤에는 군 찦차와 미군을 포함한 군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들이 접근하자, 군인 한 사람이 다가와 제지를 한다. 포 사격 중이라 민간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이야기이다. 종자산을 가려고 서울에서 3시간 이상을 달려, 이곳까지 왔는데 방법이 없겠냐고 물으니, 저 미군의 승인도 얻어야 한다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할 말을 잃고 망연히 서 있는데, 장교인 듯싶은 군인이 찦차를 타고 모습을 나타낸다. 사병이 달려가 상황을 보고하자, 우리 쪽을 흘깃 바라보던, 장교는 포 사격은 12시에 끝나니, 그 이후에 들어가시게 하라고 지시를 한다.
지장산 등산로 입구, 분위기가 이상하다.
12시가 지나, 군인들에게 수고하라고 인사를 하고, 사기막고개로 이어지는 임도로 들어선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임도는 사라지고 잡초사이로 희미한 등산로가 물 없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우뚝 솟은 향로봉이 가깝다. 계곡이 깊어지며, 돌 많은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험한 길이다. 왼쪽으로 사기막고개 잘룩이가 보이는 지점에서 등산로는 사라지고, 정면의 산등성이로 향한 희미한 족적이 보인다. 발자국을 따라 등성이에 올라서니, 계곡 건너에 넓은 시멘트도로가 보인다. 12시 16분, 시멘트도로로 내려서고, 3분 후 사기막고개에 이른다.
거친 등산로에서 시멘트도로로 내려서서 고개로 향한다.
황량한 사기막고개 너른 공터에는 엄중한 출입금지 표지판이 두 개나 세워져 있고, 반대편 고개 내리막길은 육중한 시멘트 차폐물로 차단을 해 놓았다. 하지만 고개 좌우로 종자산과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넓은 등산로가 뚜렷하다. 왼쪽 등산로로 들어서서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간간이 나뭇가지에 걸린 표지기들도 보인다. 12시 25분, 진양 하공의 묘를 지나고, 이어 가을 정취가 물씬 나는 산책로를 걷는다.
사기막고개에 세워진 경고판
사기막고개
가을정취가 물씬 풍기는 산책로
표지기
12시 41분, 종자산 2.4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출입금지를 알리는 군 경고판과 등산인들을 위한 이정표가 공존하고 있으니 어느 것이 진짜인지 잠시 헷갈린다. 산책로처럼 편안하던 등산로가 끝나고, 흡사 너덜지대와 같은 돌투성이의 가파른 오르막을 힘들게 오르며 향로봉을 가까이 보고, 나뭇가지 사이로 지장산, 삼형제봉,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정표
뒤돌아 본 향로봉
지장산, 삼평제봉, 향로봉
1시 5분, 씨리나무와 억새가 무성한 초원지대로 들어서고, 1시 10분, 이정표가 있는 500m봉에 오른다. 왼쪽에 표지기들이 보인다. 지능선을 따라 중리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이다. 봉우리에서 57번국도 너머의 아담한 수리봉과 그 왼쪽의 철원평야를 바라본다. 1시 19분, 벤치가 놓여있는 590m봉을 지나, 전망 바위에서 중리저수지를 굽어보고, 100도 방향으로 멀리 각흘봉(466.3m)을 바라본다.
초원지대
500m봉에서 본 57번국도와 수리봉
590m봉
중리저수지, 중리마을
100도 방향의 각홀봉
590m봉을 내려서며 정면으로 보이는 550m봉을 카메라에 담고, 1시 28분, 이정표가 있는 안부 삼거리에 내려선다. 이정표는 종자산 정상까지 남은 거리가 0.99m라고 알려준다. 이어 작은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1시 31분, 두 번째 중리3리 갈림길을 지나며 마을을 굽어보고 건너편 보장산(555m) 아래로 흐르는 한탄강을 카메라에 담는다.
정면으로 보이는 550m봉
첫 번째 중리3리 갈림길 이정표
평화로운 중리마을
한탄강과 보장산
좁은 암릉길이 이어지며 610m 암봉이 앞을 막아선다. 암봉에서 동쪽으로 떨어지는 사면은 천야만야한 절벽인데, 저 아래로 흐르는 한탄강과 마을, 그리고 국도가 그림같다. 암봉을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서며, 뒤돌아 암봉에서 떨어지는 깎아지른 절벽을 카메라에 담는다. 1시 55분, 마지막 이정표가 있는 안부를 지나고, 이어 로프가 드리워진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2시 1분, 종자산 정상에 오른다.
610m 암봉
암봉 아래로 펼쳐진 강과 마을과 길
절벽
정상직전, 로프가 걸린 오르막
정상에는 정상석, 등산안내도, 삼각점<철원 25/1983재설> 등이 두루 갖춰져 있다. 정상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북으로 경기 북알프스에 속하는 고대산, 금화산, 지장산, 삼형제봉, 관인봉, 향로봉, 등의 산들이 첩첩하고 지나온 능선이 가까운데, 그 오른쪽 뒤로 멀리 보이는 철원평야가 황금빛이다. 그런가하면 서쪽 연천읍 쪽으로 길게 이어진 능선이 눈길을 끈다. 지금은 군사훈련장으로 접근이 불가능하지만 언젠가 이런 제약이 풀리면 한 번 걸어보고 싶은 능선이다. 동남쪽과 남쪽으로 한탄강이 유유히 흐르고, 가까워 더욱 우람하게 보이는 불무산 뒤로 한북정맥의 산줄기가 하늘금을 긋고 있다. 정상 그늘 진 곳에 자리를 잡고 한탄강과 중리 마을을 굽어보며 늦은 점심식사를 즐긴다.
정상석
안내도
경기 북 알프스와 철원평야
주능선에서 서쪽으로 뻗은 긴 능선
한탄강 1
한탄강 2
한탄강 3
불무산과 한북정맥 마루금
30분 정도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즐기고, 2시 30분 경 하산을 시작하여 가파른 암릉을 내려서서, 삼거리에 이른다. 왼쪽은 중리 2리, 늘거리로 내려서는 길이다. 직진하여 서남능선을 따라 내린다. 포 사격도 끝난 터라 이제는 거리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2시 38분, 헬기장을 지나고, 3분 후 또 다른 작은 헬기장을 통과하니, 보라! 단풍이 곱게 물든 서남능선과 한탄강, 그리고 연천군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첫 번째 헬기장
서남능선
2시 44분, 커다란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바위 틈 사이로 푸른 하늘을 빼 꼼이 내다본 후, 노송 한그루가 버티고 있는 전망바위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한탄강을 가까이 본다. 이어 능선안부를 지나 좁은 암릉길을 오른다. 고도가 높아지며 시야가 넓어져, 한탄강과 포탄의 탄착지점이라고 짐작되는 너른 공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3시 5분, 암봉을 넘는다. 개념도에 표시된 비박굴은 모르는 사이에 지나친 모양이다. 3시 8분, 다시 소나무 암봉에 서서 지나온 암봉을 돌아보고, 한탄강을 가까이 굽어본다.
커다란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은빛으로 빛나는 한탄강과 탄착지점
지나온 암봉
3시 19분, 노송능선에 선다. 탄착지점 못 미쳐 잘못 떨어진 포탄들로 벌거숭이가 된 산줄기 암릉 위에 드믄 드믄 푸른 노송들만 남아 있는 특이한 모습의 능선이다. 바위틈 사이로 이어지는 희미한 길을 따라 능선을 내려선다. 오른쪽 저 아래 골짜기에 까만 염소 떼가 보인다. 서쪽에서 부는 바람이 강하고, 이따금씩 들리는 소총소리가 신경에 쓰인다. 앞장 선 심산대장도 긴장이 되는 모양이다. 뛰듯이 바쁘게 험한 능선을 달려 내린다.
노송능선 1
노송능선 2
건너편 능선, 출입금지 구역이다.
탄착지점
노송 1
노송 2
노송 3
뒤돌아 본 노송능선 1
뒤돌아 본 노송능선 2
3시 41분, 곰바위를 지난다. 고도가 낮아지며 억새밭이 펼쳐진다. 강한 바람에 역광 속의 하얀 억새들이 몸부림을 치고 있다. 키를 넘는 억새사이를 지나다,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4시 7분, 한탄강을 가까이 굽어보고, 임도로 내려서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10분 후, 경고판과 시멘트 차폐물이 있는 지점을 지나고, 이어 부드러운 임도를 산책하듯 걷는다.
억새밭 1
억새밭 2
뒤돌아 본 지나온 능선
가까이 본 한탄강
임도
밤나무 단지를 지난다. 그 뒤로 보이는 지나온 암릉이 한눈에 들어온다. 4시 28분, 시멘트도로로 들어서고, 4시 40분, 피탄지 통제 안내판과 경고판이 보이는 철책문을 통과하여 마을로 들어선다. 마을이 어수선하다. 한탄강 땜이 만들어지면 물속에 잠길 마을이라, 빈집들이 대부분이지만, 아직 남아 있는 농가는 마지막 가을걷이에 바쁘다. 5시 10분 경, 87번 국도로 나와 아슬아슬하게 물에 잠기기를 면한 매점에 들러, 맥주를 마시며, 5시 50분경에 도착할 버스를 기다린다.
철책문과 피탄지 통제 안내판
수몰지역 비닐하우스 안에서 고추를 말리는 농부
가로등이 켜진 87번 국도, 왼쪽에 불 켜진 건물이 매점
5시 50분, 헤드라이트를 켠 59번 버스가 고개를 넘어 모습을 나타낸다.
(2010.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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