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산 정상에서 본 테크 전망봉

 

2010년 10월 8일(금)
오랜만에 심산(深山)대장과 지장산을 함께 가기로 하고, 동서울터미널에서 8시 15분에 만나기로 한다. 심산대장은 30년 이상의 캐리어를 자랑하는 등산 매니어다. 우리나라의 산은 거의 안 가본 곳이 없고, 히말라야, 로키 산맥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의 명산들을 두루 섭렵한 베테랑이다.

 

경기도 포천군 관인면과 연천군 신사면에 걸쳐있는 지장산은 강원도 철원군에서 더 가까운 남한 최북단의 산이다. 지장산의 본래 이름은 보개산 환희봉이라고 한다. 일제 때, 조선총독부에서 제 맘대로 붙인 지장산이란 이름을, 국립지리원이 검증 없이 받아 들여, 지장산이 됐다는 이야기이다. 주능선이 대부분 암릉과 암벽지대로 이루어져 있어 지장산과 동쪽 관인봉사이의 큰골은 피서지로 유명하고,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빼어난 명산이라, 수도권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멀리 호남이나 영남지방의 산악인들도 찾아온다고 한다.

 

지장산 일대는 군사작전지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 많아 산행은 관인면 중리 쪽에서 시작하게 된다. 중리로 가는 교통편은 송우리와 관인을 왕복하는 59번 시내버스를 이용하게 되는데, 10시 40분에 포천시외버스터미널 부근의 한마음약국 앞 버스정류장을 통과하는 버스를 타려고,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59번 버스시간표(펌)


 

산행코스

 

동서울터미널에서 8시20분 발 동송 행 버스를 탄다. 포천까지의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요금은 6,000원이다. 버스는 예정보다 빠른 시각인 9시 30분에 포천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터미널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조금 진행하면 구한내사거리에 이르고, 신호대기를 기다려 도로를 건너 직진하여, 59번 버스가 정차하는 한마음약국 앞 버스정류장에 이른다.

한마음약국 앞 버스정류장

 

버스가 올 때까지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한다. 서울에서는 생각도 못할 일리지만 배차간격이 뜸한 지방도시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버스 편과 시간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며 느긋한 표정이다. 서두르거나 초조해하는 기색이 없다. 그런 분위기에 동화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구경하며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린다. 10시 38분, 59번 버스가 도착한다.

 

11시 24분, 중리에 도착한다. 도로 건너 상점 앞에 ‘지장산 입구’를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도로를 건너, 상점 앞에서 산행준비를 하고, 11시 30분, 마을길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솜처럼 넓게 퍼진 흰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간간이 보이는 청명한 가을 날씨다. 인적이 없는, 공기냄새가 다른, 한적한 길을 천천히 걷는다. 낮선 발자국소리에 개들이 컹컹 짖어댄다.

지장산 막국수집

지장산 입구 팻말

 

11시 34분, 중리저수지를 지난다. 저수지가에 자리 잡은 민박집이 평화롭다. 중리저수지는 낚시터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바쁠 것도 없다보니 호젓한 길을 유장하게 걸어, 11시 43분, 지장산 입구 주차장에 이른다. 중리마을에서 1.17Km 떨어진 지점이다. 산불감시초소와 매표소가 보이지만 역시 인적이 없다. 이어 대형 등산안내도를 카메라에 담고, 넓은 시멘트도로를 따라 큰 골로 들어선다.

중리저수지

도로변의 기암

지장산 입구

등산안내도

지장산 안내문

 

시멘트포장도로는 곧 돌 많은 비포장도로로 바뀐다. 아마도 군사도로로 뚫어 놓은 길인 모양이다. 왼쪽으로 높은 봉우리가 보인다. 향로봉이라고 짐작한다. 12시 5분 보가산 성지를 지나자, 계곡 쪽에서 청아한 물소리가 들린다. 골짜기가 점점 깊어진다. 저 멀리 올돌하게 솟은 봉우리들에는 붉은 색이 감돌고, 가까운 계곡의 단풍나무 한그루가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향로봉

궁예성터

안내문

붉은 색을 띤 산봉우리와 골짜기의 단풍

계곡의 단풍나무

 

12시 32분, 북대 갈림길 이정표가 있는 절터를 지난다. 절터는 중리마을에서 약 4Km 정도 떨어진 지점이다. 이어 12시 44분에는 동마네미고개 갈림길이 있는 잣숲을 지나고, 12시 59분, 계곡 끝지점을 거쳐, 9분 후, 잘루맥이 고개에 이른다. 오른쪽은 관인봉, 왼쪽이 지장산이다. 이정표는 지장산 정상까지 1.33Km라고 알려준다. 잘루맥이고개의 고도가 약 510m이니, 이제 정상까지의 고도차 약 570m를 극복해야 한다.

절터 이정표

잘루맥이고개

잘루맥이고개 이정표

 

가파른 절개지를 올라, 1시 20분, 본 능선으로 진입하고, 지정산 정상 1.13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전망바위에서 잠시 고대산(832m)과 금학산(941.3m)의 장쾌한 능선을 바라본다. 능선이 가볍게 오르내리며 고도를 높인다. 능선안부에는 잠시 쉬어 가라고 벤치를 설치해 놓았다.


가파른 절개지 올라 본능선 진입

고대산과 금학산의 장쾌한 능선

 

좁은 능선의 잡목길은 이미 추색이 완연하다. 1시 58분, 지장산 정상 0.24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좁은 암릉을 걷는다. 정면 나뭇가지사이로 우뚝 솟은 정상이 가깝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를 지나, 정상이 가까운 전망바위에서 관인봉 능선을 굽어본다. 단풍이 곱다.

추색이 완연한 잡목 능선길

갈림길 이정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정상

붉게 물든 단풍나무

단풍이 아름다운 관인봉 능선

 

2시 10분, 정상에 선다. 젊은 부부가 야호~ 소리를 지르며 정상에 오른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오늘 처음 만난 등산객이다. 이정표, 등산안내도, 삼각점<철원 312/2007 재설>, 그리고 연천군과 포천 시에서 각각 세운 두 개의 정상석, 돌탑 등이 있는 정상에서, 고롱이. 미롱의의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정상에서 보는 조망이 시원하다. 서쪽의 전망봉과 남쪽의 화인봉은 단풍이 곱고, 북쪽으로 고대산, 금학산 줄기가 첩첩인데, 그 뒤로 철원평야가 아련하다.

정상

고롱이, 미롱이

안내문

정상석

인봉

고대산과 금학산

 

정상석 주위에 자리를 잡고, 정상주를 마시며, 점심식사를 한다. 단풍이 고운 능선, 소슬한 바람, 맑은 햇살, 그리고 투명한 공기... 명산이 연출하는 멋진 무대에서 약 30분 동안 식사를 즐기고, 2시 40분, 하산을 시작하여 로프가 걸린 가파른 암릉을 내려선다. 암릉 아래에서 등산객 한 사람이 기다리고 서 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오늘 두 번째 만나는 등산객이다.

로프가 걸린 암릉길

암릉 길을 내려서다 만난 노란 단풍

 

암릉을 내려서서 뒤돌아 수직절벽을 카메라에 담고, 가야할 방향으로 단풍이 곱게 물든 화인봉을 가깝게 바라본다. 3시 2분, 두 개의 이정표가 있는 안부 사거리에 내려선다. 왼쪽은 계곡 끝 지점, 오른쪽은 석대암으로 가는 길이다. 정면 화인봉으로 오르는 암벽에는 발 밭침이 박혀있고 로프가 걸려있다.

수직절벽, 그 위가 정상이다.

화인봉

이정표 1

이정표 2

화인봉 오름길

 

3시 10분, 정상석과 이정표가 있는 화인봉 정상에 오른다. 삼형제봉이 가깝고 160도 방향으로 불무산이 보인다. 이정표는 삼형제암까지의 거리가 2.61Km라고 알려준다.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 3시 18분, 벤치가 놓인 너른 안부를 지나고, 삼형제암 1.95Km를 알리는 봉우리를 내려서다, 전망바위에서, 화인봉과 삼형제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화인봉 정상

정상석

산 첩첩, 삼형제봉이 가깝고, 불무산(좌)이 보인다.

쉬어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벤치가 놓인 안부,

뒤돌아 본 화인봉

가까이 본 삼형제봉

 

3시 41분, 이정표가 있는 동마네미고개에 내려서고,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가파른 내림, 오름을 거쳐 본 능선에 들어선 후, 노송 한 그루가 서있는 전망바위에서 큰골 깊은 골을 바라본다.

동마네미고개 이정표

암봉 우회길

전망바위

큰골

 

4시 20분, 이정표가 있는 절터 갈림길을 지나고, 4시 33분, 헬기장에 이르러 지나온 능선을 한 눈에 돌아본다. 장관이다. 4시 36분, 삼형제봉 아래 안부에 내려선다. 등산로는 삼형제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우회 길도 만만치 않다. 로프가 걸린 가파른 암릉을 내려서니, 현 위치/삼형제봉(북대, 724m)을 알리는 표지목이 보인다. 실제 위치는 삼형제봉 아래에 해당하겠다. 등산로는 이곳에서 왼쪽으로 급하게 떨어지며 험한 길이 이어진다.

절터 갈림길 이정표

헬기장

지나온 능선과 금학산

삼형제봉 아래 안부

등산로는 왼쪽으로 우회하고

삼형제봉 표지목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 5시 2분, 너른 헬기장이 있는 임도 삼거리에 내려서서, 뒤돌아 삼형제바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향로봉이고, 왼쪽 임도는 큰골로 내려서게 된다. 중리에서 포천 가는 버스가 5시 45분에 있고, 이 버스를 놓치면, 7시 35분 버스를 기다려야한다. 5시 45분 버스를 타려고 향로봉을 포기하고, 왼쪽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가 향하는 방향이 이상하다. 큰골로 내려서려면 동쪽으로 향해야 하는데 임도는 북쪽으로 뻗으며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버스시간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보니, 마음이 급해, 지도를 자세히 검토할 여유가 없다. 고도가 낮아지는 것을 보면 골짜기로 향하는 길이틀림없겠기에 임도를 뛰듯이 달려 내린다.

 뒤돌아 본 삼형제암

임도 삼거리 이정표

북쪽으로 이어지는 임도

 

5시 10분, 출입금지 경고판을 지나고, 2분 후 만난 이정표에는 절터 0.19Km라고 적혀있다. 맥이 빠진다. 5시 17분, 절터에 내려선다. 이곳에서 중리까지는 약 4Km, 따라서 5시 45분 까지 도착이 불가능하다. 북쪽으로 향한 임도를 따르다 보니, 약 15분 동안, 큰골 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선 꼴이 됐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향로봉을 지나 사기막고개에서 중리마을로 향하는 것이 더 빨랐을 것이다. 나중에 집에 와서 자세히 지도를 살펴보니, 임도 삼거리에서 헬기장을 건너 향로봉으로 향하다. 향로봉 오름 직전 안부에서 왼쪽 궁예성터로 내려서는 길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항상 마음이 급해 여유가 없는 곳에 실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경고판

이정표

 

5시 53분, 매표소를 지나고, 6시 10분 경, 87번 국도변으로 나와 매점으로 들어선다. 우선 맥주를 주문해 마시며, 주인아주머니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한다. 이윽고 택시가 도착하여 관인으로 향한다. 기사양반은 이 택시가 관인에 있는 택시 2대 중에 1대라며, 관인이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역이라고 알려준다. 이윽고 택시가 관인에 도착한다. 미터의 요금은 10,400원, 기사양반은 10,000원만 내라며, 버스 타는 곳, 식사할 만한 식당을 친절히 알려준다.

 

기사양반이 알려준 서울회관으로 들어선다. 삼겹살 2인분, 백세주 1병, 밥 2공기를 주문하니 된장국이 따라 나오는데, 식대는 26,000원이니, 서울보다 싸다. 음식 맛도 좋고, 종업원들도 싹싹하다. 모처럼 포식을 하고, 7시 50분 발 수유리 행 좌석버스에 올라, 약 1시간 30분 후, 도봉산역에서 내린다.

 


(2010. 10. 10.)

 

'기타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구룡계곡, 노치마을, 덕운봉 그리고 둘레길  (0) 2012.12.17
종자산(種子山, 643m)  (0) 2012.12.17
왕방산(王方山, 737m)  (0) 2012.12.17
수락산 (水落山, 638m)  (0) 2012.12.17
관악산 - 사당능선  (0) 2012.12.17
Posted by Urim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