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곡산 정상에서 본 구름 모자를 쓰고 있는 천왕봉
2011년 9월 21일(수)
지리산 거사(居士) 추장호씨가 두 번째로 안내하고 싶어 하는 곳은 구곡산이다. 써레봉에서 시작되어 국수봉(국사봉)을 거쳐 구곡산까지 이어지는 20여km의 동남부능선인 구곡능선을 '지리산 황금능선' 이라고 부른다. 구곡산은 이 황금능선의 꼬리부분에 솟아올라, 동부 지리산의 전망대 역할을 한다.
구곡산 정상에 서면 황금능선을 따라 북서쪽으로 써레봉, 중봉이 연결되고, 그 왼편에 천왕봉이 우뚝하다. 영신봉에서 시작되는 남부능선은 낙남정맥으로 이어져, 남해바다와 그 주변의 산들이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데. 북동쪽으로는 웅석봉, 감투봉, 수양산으로 이어지는 산세가 웅장하고, 남쪽으로 펼쳐진 덕산마을이 평화롭다.
이런 구곡산을 간다는 소리를 듣고, 덕산마을에서 출발하여 구곡산에 오른 후, 가을에는 억새와 산죽이 황금물결을 이룬다는 황금능선을 따라 오르다. 국수봉 직전에서, 중산리로 하산하는 코스를 머릿속에 그리며, 중산리 버스 운행시간까지 조사해 두었으나, 추 거사는 머리를 설레설레 젓는다. 추 거사도 지리산으로 내려온 후, 여자 산 친구와 함께 황금능선에 도전을 해보았지만, 산죽장벽에 막혀, 5시간 넘게 사투를 벌인 끝에, 천잠으로 겨우 탈출을 했다고 한다.
아침식사 후, 일행은 승용차 두 대에 분승하여, 7시 55분 경, 이정표<구곡산 정상 2.62Km/덕천사원 2.45Km)와 구곡산 등반 안내도가 있는 들머리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어 산행준비를 마치고, 8시 정각, 잡초가 무성한 계곡 길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구곡산 등반 안내도
산행시작
8시 5분, 이정표가 있는 도솔암 갈림길에서 왼쪽 계곡을 따라 오른다. 돌 많은 계곡길이 점차 가팔라진다. 숲에 가려 물은 보이지 않지만, 돌돌돌 흐르는 물소리가 산의 정적을 깬다. 가파른 등산로는 한동안 무성한 산죽 밭을 지나더니, 청정한 대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산을 그렇게 많이 다녔어도 대나무 숲 사이로 등산로가 나 있는 곳은 흔치가 않다고, 지리산 거사의 자랑이 한창이다. 물소리에 끌려 잠시 계곡으로 내려선다. 계곡 가에는 가을의 전령, 들국화가 소담하게 피었다.
산죽밭을 지나고
대나무 숲 선경을 걷는다.
가을의 전령 들국화
계곡이 멀어졌는지 어느 순간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가파른 오르막을 코를 땅에 박고 힘겹게 오른다. 9시 6분, 이정표가 있는 본 능선에 진입하여 배낭을 벗어 놓고, 후미를 기다린다. 이윽고 후미가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 후, 9시 26분 다시 산행을 속개한다. 다소간의 업 다운은 있어도 이제부터는 걷기가 쉬운 능선길이다.
주능선 이정표
9시 42분, 이정표가 있는 고도 918m 정도의 헬기장을 지난다. 이정표는 구곡산까지의 남은 거리가 750m라고 알려준다.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지리산의 주능선과 천왕봉이 줄곧 따라온다. 이어 통신탑을 지나고, 9시 58분, 바위전망대 위에 선다. 비로소 시야가 트이며 지리산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헬기장
남부능선
주능선
삼신봉 방향
주능선 크로즈업
10시 4분,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는 구절산 정상에 올라, 막힘없이 탁 트인 조망을 즐긴다. 오! 이처럼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다니... 이는 분명 축복이다. 정상주와 간식을 즐기며 이 귀한 축복을 마음껏 향유한다.
정상
정상석
덕산마을
땅에 떨어진 이정표
10시 49분, 아쉬움을 남긴 채 하산을 시작하여, 2분 후, 삼각점이 있는 또 다른 정상(고도가 정상석이 있는 지점과 같다)을 지나고, 10시 52분, 이정표가 있는 국수봉 갈림길에서 오른쪽의 가파른 길로 내려선다. 황금능선을 밟아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10시 58분, 전망바위에 서서 주위 조망을 즐긴다.
하산 시작
또 다른 정상의 삼각점
국수봉 갈림길 이정표
황금능선
서남쪽 멀리 바다가 보이고
왕능재 방향의 조망
동쪽, 웅석봉 방향
11시 22분 도솔암 1.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급경사 내리막이 끝나고 능선이 부드러워지며 가볍게 오르내린다. 12시 19분, 산행을 시작했던 도솔암 갈림길로 내려선 후, 계곡에서 땀을 씻고, 12시 48분 주차장에 이르러 산행을 마친다. Watch GPS는 산행거리 5.65Km에, 순 산행시간이 3시간 13분이라고 알려준다.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잘 정비된 계단길을 걷고
산행을 시작했던 도솔암 갈림길
지리산 거사의 산 친구가 점심초대를 한다. 덕산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집, 잔디밭에 차려주는 점심상이 풍성하다. 매실 주, 샐러드, 흑미밥, 묵은지, 국수장국, 부침개...식사가 끝나자, 갈 때 차에서 먹으라고, 삶은 밤과 고구마를 한보따리 싸준다. 후한 인심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자. 산을 좋아하는 분들에 대한 대접이라고 겸손해 한다.
아주머니 집에서 본 건너편 잠사산
가든 파티
인정미가 넘치는 훈훈한 아주머니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서울로 향하다, 함양에 들러 잠시 상사화 전시장을 돌아본다. 서울이 가까워지면서, 서쪽 하늘의 노을이 곱다.
상림입구
상사화
연꽃 1
연꽃 2
황혼
미국 작가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를 영화화한 진 시몬즈 주연의 ‘황혼’을 떠올리며 아련한 옛 추억에 잠긴다.
(2011.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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