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석봉 오르다 본 상장면. 덕천강이 푸르고, 천왕봉은 구름을 이고 있다.
2009년 11월 쿰부히말 트레킹을 함께 했던 사람들 중에서 빛고을 광주사람 정성원 씨가 제주도의 풍광에 매료되어 ,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 해변가에 ‘자주 올레 팬션’을 짓고, 제주도민이 되더니, 지리산을 좋아하는 수지사람 추장원 씨는 경남 산청군 시천면 덕산마을에 새 터전을 마련하고, 조선의 유명한 학자 남명 조식(1501~1572) 선생께서 노래한 무릉도원 속에서 살고 있다. 덕산에는 조식선생의 유적지인 덕천서원과 신천재가 있다.
두류산 양단수를 예 듣고 이제 보니
복숭아꽃 뜬 맑은 물에 산 그림자조차 잠겼어라.
아이야 무릉도원이 어디메뇨?
* 두류산은 지리산의 다른 이름이고, 양단수는 덕천강 상류로 삼장면 쪽 계곡물과 시천면 쪽 계곡물을 말한다. 이들은 모두 지리산을 발원지로 하여 황금능선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흐르다가 이곳 덕산(원리)에서 합쳐진다.
지리산 거사 추장원씨
경남 산청군의 웅석봉은 지리산 천왕봉과 가장 가깝게 마주보고 산청읍을 감싸 안으며 당차게 솟아있다. 산세가 험해 59번 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웅석봉 오르기가 천왕봉 오르기보다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밤머리재 도로와 청계방면의 도로가 산허리를 지나게 되자, 산 중턱에서 능선을 따라 걷는 웅석봉 산행은 힘 들이지 않고 더할 나위 없는 운치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변한다. 밤머리재에서 능선을 따라 오르며 바라보는 지리산의 풍광이 일품이고, 정상에서 굽어보는 경호강과 산청읍이 그림 같은데, 멀리 합천 쪽으로는 황매산과 가야산이 아련하다.
“동무들! 저기가 달뜨기요. 이제 우리는 지리산에 당도한 것이요!”
앞서 가던 문춘 참모가 걸음을 멈추고 한참 정면을 바라보고 있더니 뒤를 돌아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달뜨기는 그 옛날 여순사건의 패잔병들이 처음으로 들어섰던 지리산의 초입이다. 남부군은 기나긴 여로를 마치고 종착지인 지리산에 들어선 것이다. ( 이태 저 ‘남부군’에서)
지리산 태극능선은 건각들 사이에 큰 인기가 있다. 태극능선은 동쪽의 웅석봉을 기점으로 하는 동부능선과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의 주능선, 그리고 지리산 서북능선의 종점인 덕두봉까지의 능선이 태극을 닮았다 해서 생긴 이름이다. 도상거리 약 70.5Km의 마루금을 건각들은 무박으로 40 여 시간 정도에 주파한다.
이런 웅석봉으로 추장원씨가 우리들을 자랑스럽게 안내한다.
2011년 9월 20일(화)
어제 밤늦게 덕산마을에 도착하여 추장원씨가 잡아 준 덕천강변의 아름다운 팬션에서 1박 한 후, 아침식사를 하고, 택시 한 대에 6명이 함께 올라, 59번 구도를 달린다, 7시 55분 경, 밤머리재에 도착한 일행은 굼부히말 트레킹을 함께 했던 다섯 사람과 김연수씨의 여자 산 친구인 정원씨를 합쳐 모두 6명이다.
숙박했던 팬션, 친환경로 63번지. 경상남도 지사가 우수주택으로 인정한 집이다.
우수주택 인증패
구름이 낮게 깔린 흐린 날씨지만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다. 지난 주말까지 맹위를 떨치던 늦더위도 기가 꺾여 선선한 느낌이고, 그런대로 시계도 괜찮은 편이라 산행하기에는 무척 좋은 날씨다. 공터에서 산행준비를 마치고, 도로를 건너, 8시 3분, 등산로 입구 계단을 오른다. 오늘 산행코스는 『밤머리재-삼거리-왕재-달뜨기능선 갈림길-웅석봉-삼지봉-지곡사-내리마을』로 도상거리 약 12.4Km이다. 똑 같은 코스를 2005년 12월 24일 돌아 본 적이 있다.
등산로 입구
산행코스
가파른 오르막 산길을 천천히 오른다. 평일의 이른 아침이라 다른 등산객들이 있을 리가 없다. 웅석봉 명산이 온통 우리들 차지다. 8시 37분, 이정표가 있는 주능선 삼거리에 이른다. 밤머리재에서 도상거리 1Km되는 지점이다. 북쪽은 대장으로 가는 길(4.0Km)이고 웅석봉은 오른쪽이다.(4.3Km)
주능선 삼거리 이정표
남쪽으로 완만한 오르막 등산로가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삼장면이 그림같이 내려다보이고 구름이 걸린 천왕봉이 모습을 보인다. 8시 57분, 헬기장을 지나고, 861m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한 후, 암릉을 걸으며 왕등재를 가까이 본다. 이어 882m봉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9시 28분, 889m봉을 넘는다.
삼장면 1
삼장면 2
구름이 걸려있는 천왕봉
암릉
882m봉 오른쪽 우회
9시 30분, 이정표가 있는 왕재에 내려선 후, 직진하여 암릉길을 걷고, 10시 9분, 전망바위에 올라, 한동안 주위조망을 즐긴다.
왕재
밤머리재와 지나온 능선
가야할 능선
240도 방향의 조망-천왕봉이 구름을 이고 있다
뒤돌아 본 전망바위
고도가 높아서인가? 능선 위로 안개가 내린다. 옅은 안개에 속의 호젓한 산길 주변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10시 26분, 1067m봉을 지나고, 이어서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10시 42분, 달뜨기능선 갈림길에서 일행들과 함께 한동안 휴식을 취한 후, 왼쪽 가파른 내리막을 달려내려, 11시, 이정표가 있는 헬기장을 통과한다. 이정표는 정상까지 300m 남았다고 알려준다.
안개가 내리는 능선
1,067m봉
달뜨기능선 갈림길
달뜨기능선 가는 길
헬기장
11시 8분, 이정표, 산불초소, 정상석, 그리고 삼각점 등이 있는 웅석봉 정상(1099.3m)에 오른다. 안개에 가려 주변 조망을 즐길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정상 아래 나무 데크 쉼터에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추장호씨가 점심으로 주먹밥을 준비했다기에, 그런가 보다 했는데, 보따리를 풀고 보니, 한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앙증스럽게 만든 주먹밥인데, 흑미와 잡곡, 밤 등을 넣은 영양식이다. 그뿐인가? 여러 종류의 산나물과 묵은지 반찬에, 후식으로 수정과에 담가 얼렸다는 연시를 준비했다. 일행 모두가 음식모양과 맛에 감탄한다.
이정표
정상석
식사 후 인증 샷, 반딧불 1, 도깨비불 2
삼각점 <산청25/1991재설>
추장호씨가 지리산으로 내려와서 사귄 50대 여자 산 친구의 솜씨라고 한다. 3년 전에 부군을 잃고 혼자 사는 산 친구라고 하는데, 이처럼 정성이 가득 담긴 점심을 준비한 것을 보면, 단순한 친구 사이만은 아닌 모양이다. 추장호씨도 상처를 하고 오랫동안 외롭게 혼자 지내는 홀아비가 아닌가? 뜻밖의 멋진 점심식사를 하고, 11시 40분 경, 추워서 하산을 서둔다.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12시 38분, 십자봉을 넘고, 이어 암릉길로 들어선다. 다행이 안개가 걷혀, 시야가 트인 암릉 위에서 정상에서 놓친 조망을 즐긴다.
암릉길
들국화
뒤돌아 본 웅석봉
30도 방향의 조망
산청읍과 경호강
1시 55분, 이정표가 있는 임도에 내려서서 산행을 마친다. 임도 주변의 밤나무에 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한동안 밤을 따 먹으며 휴식을 취한 후, 지곡사를 둘러 보고, 내리마을에서 택시를 불러, 산청으로 이동한다. 6사람이 타고 온 택시비가 4,000원이니 버스비 보다 싼 셈이다.
이정표
지곡사 - 황매산이 누워있는 부처님 모습이다.
안내문
코스모스
지곡사가는 길의 가을 정취
산청에서 사우나를 하고, 저녁시간을 즐기기 위해, 일행은 진주행 버스를 탄다.
(2011.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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