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겨 찍은 고대산 정상부 - 완연히 가을이다.

 

2011년 9월 28일(화)
지난 주 지리산 산행을 하면서 지곡사에서 느꼈던 가을 정취를 북쪽에서는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최북단에 있는 금학산과 고대산을 가보기로 하고 교통편을 점검한다.

 

10시 경에 동송에 도착하기 위해, 동두천에서 8시 50분에 출발하는 신탄리 행 기차를 타기로 하고, 6시 50분에 집을 나선다. 7시 37분, 지하철 7호선으로 도봉산역에 도착하여, 7시 45분, 소요산행 1호선을 타고, 8시 22분, 동두천역에 도착하지만, 매표소에서는 신탄리 행 열차는 운행이 중단됐다며, 밖에 나가 39-2번 버스를 타라고 일러준다.

 

동두천역 앞 버스 정류장에서 신탄리 행 버스를 기다린다. 동두천-신탄리 간의 국철운행이 중단됨에 따라,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39-2번 버스가 20분 간격으로 배차되고, 소요시간은 약 1시간이라고 한다. 매시 50분에 출발하던 기차보다 배차간격이 좁아 오히려 편리한 느낌이다.

 

8시 37분, 동두천역과 신탄리 사이를 순환하는 30-2번 버스를 탄다. 버스는 3번 국도를 따라 전곡, 연천을 지나 9시 42분, 신탄리에 도착하고, 대기하고 있던 동송 행 마이크로버스는 9시 45분에 출발을 한다. 출발할 때 손님은 아주머니 세 사람과 나뿐이다. 할머니 벌의 시골 아주머니들이지만 청바지에 흰 운동화를 신은 차림은 10대나 20대 아기씨들의 차림과 흡사하고, 아주머니들의 입담이 어떻게나 센지 가만히 듣고 앉아 있으려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마이크로버스는 북으로 달려, 강원도 땅인 대마리를 지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가두 풍경이 평화롭고 풍요로워, 휴전선에 가까운 마을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다. 버스는 87번 도로로 들어서서 남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왼쪽으로 골조만 남은 구 노동당 당사라는 건물을 지나고. 버스가 동송에 가까워지면서 승객들이 늘어난다. 10시 10분 경 버스는 동송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맑은 가을 날씨다.

골조만 남은 구 노동당 당사(펌)

 

동송은 생각보다 큰 도시다. 각종 유명 체인점들이 즐비하고, 행인들의 옷차림도 세련돼 보인다. 규모가 작을 뿐 거리모습이 서울과 다를 바가 없다.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인터넷, 통신수단 등의 보급으로 이제는 전국의 생활 패턴에 큰 차이를 발견하기가 어렵게 됐다. 빠리바게트에 들러 점심에 먹을 빵을 사들고, 10시 17분, 길을 물어, 철원여고로 향한다. 10분 쯤 조용한 주택가를 걷어, 철원여고가 보이는 곳, 길가 벤치에 앉아 등산화 끈을 조이고, 스틱을 뽑는 등 산행준비를 한다. 이어 금학정 200m를 알리는 표지판이 걸린 청원여고 왼쪽 담을 끼고,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오른다. 정면에 금학산이 우뚝하다.

철원여고 가는 길

 

10시 32분, 금학 약수터가 있는 금학정 갈림길에서 오른쪽 가파른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오른다. 10시 40분, 금학산 체육공원 앞에 이르러, 왼쪽에 보이는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돌층계를 올라 금학산으로 향한다. 가파른 오르막에 양쪽으로 쳐진 로프 가드레일이 지그재그로 이어지고, 그 사이로 통나무 계단을 깔아 놓았다.

금학 약수터

금학산 체육공원

등산 안내도

 

오늘의 산행코스는 『철원여고-금학산 체육공원-매바위-금학산-대소라치-보개봉-고대산-칼바위-말등바위-매표소』로 산행거리 약 11.6km에 총 산행시간은 7시간 20분 (중식 및 휴식 시간 35분 포함) 이다.

산행코스

 

10시 48분, 금학산이 정면으로 보이고, 이정표와 안내도 등이 있는 비상도로에 올라, 등산조끼를 벗어 배낭에 챙기고,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이정표는 매바위까지의 거리가 650m라고 알려준다.

비상도로에서 본 금학산

비상도로

이정표 1

이정표 2

안내판

 

돌 많은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려 등산로 훼손이 심하고, 경사가 급한 곳에는 안전을 위해 로프를 걸어 놓았다. 마주 내려오는 가벼운 옷차림의 인근주민들을 자주 만나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11시 23분, 이정표와 등산안내도가 있는 고도 약 575m의 매바위에 올라 동송읍을 굽어본다. 황금빛 누런 벌에 학저수지가 푸르고 대교천이 실낱처럼 이어지는데, 산 아래로는 집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면적 129Km²에 인구 약 17,000명 (2005년 기준)의 소도시다. 6.25전에는 북한 땅이었으나. 휴전 후 남한으로 편입되어, 이곳의 주민들은 누구보다도 자유민주주의의 혜택을 톡톡히 보며 살고 있다.

 

20년 동안에 산림의 30%가 남벌되어 사막화가 걱정이 된다는 북한의 끔찍한 현실과 비교하면, 가히 하늘과 땅 같은 차이라 할 수 있겠다.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금수강산을 사막으로 황폐화 시키는 것이 민주 인민공화국의 실체가 아닌가?

매바위

동송읍

 

황금빛 벌판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덧없는 상념에 잠겼다가, 다시 산행을 속개하여, 로프가 걸린 암릉과 긴 나무계단을 지나, 12시, 이정표와 안내판이 있는 금학산 등산로 3 지점에 오른다. 조망이 좋아, 북쪽으로 관전리, 그리고 300도 방향으로 고대산이 보인다. 이정표는 정상까지 700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나무계단길

관전리

12시 9분, 정승바위를 지나고, 12시 23분, 화장실, 토치카, 그리고 화생방종이 있는 지점을 거쳐, 너른 시멘트 헬기장에서 왼쪽으로 군부대가 있는 정상을 보고, 오른쪽의 고대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군부대 쪽에 있는 정상석을 확인하고, 웅장한 주위의 산세를 조망한다. 철원여고에서 3,09Km 떨어진 고도 948m 지점이다. 군부대 초소병이 내다볼 뿐, 등산객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정승바위

토치카와 그 위의 화생방종

헬기장에서 본 군부대

정상석

정상에서 본 고대산

보개봉과 고대산

지장능선

 

12시 35분, 대소라치를 향해 산을 내려서다 조망이 좋은 바위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남쪽으로 뻗은 지장산능선이 힘차고, 북쪽으로는 철원평야를 너머 북녘의 산이 어렵프시 눈에 들어온다. 식사를 마치고 1시에 산행을 속개하여, 5분 후, 고대산 4.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지장능선, 용정능선

북쪽조망, 멀리 북녘의 산이 보인다.

이정표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군부대에 물자를 실어 나르는 모노레일이 구불구불 따라온다. 이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는 사병들에게 웃으라고 권하는 팻말이 보인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지 않던가? 가파른 나무계단을 내려서고, 시야가 트이며 정면에 보개봉이 우뚝 모습을 보인다. 1시 46분, 이정표와 탱크 저지 시설물이 있는 대소라치에 내려서서 직진한다.

웃음을 권장하는 팻말

보개봉

이정표

탱크저지 시설물

 

직진하다 바로 만나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산길로 들어서서, 교통호를 따라 걷다, 뒤돌아 금학산과 대소라치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다시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들어서고, 또 다른 갈림길에서도 표지기가 걸린 왼쪽 길로 진행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금학산에는 표지기가 보이질 않고 요소요소에 이정표가 길을 안내하더니, 금학산을 벗어나자 이정표는 없고, 표지기들이 길 안내를 한다. 2시 32분, 시멘트 헬기장인 보개봉 정상(752m)에 오른다. 철원여고에서 5.60Km 떨어진 지점이다. 헬기장 주변의 하얗게 핀 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조망이 좋다.

첫 번째 삼거리에서 오른쪽 산길로

세 번째 갈림길의 표지기들

보개봉 정상

보개봉에서 본 금학산과 대소리치

고금능선과 고대산,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지장산 방향의 조망

서쪽방향의 만고봉 능선

 

2시 54분, 왼쪽에 기암이 보이는 고도 717m 정도의 능선 안부에 내려선다. 이후 큰 고도차이 없이 능선이 가볍게 오르내리고, 험한 암릉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우회로가 이어진다. 3시 26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를 지나고, 1분 후, 억새가 무성한 공터를 지나면서 추색이 완연한 고대산 정상부를 카메라에 담는다.

능선 안부의 기암

로프가 걸린 직벽을 내려서고(오른쪽에 우회로도 있다.)

삼거리 이정표

 

3시 38분, 벤치와 이정표가 있는 구 헬기장을 지난다. 이정표는 고대산 정상까지 430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3시 58분, 고대산 정상에 오른다. 철원여고에서부터 8.02Km 떨어진 지점이다. 전에 왔을 때는 시멘트 헬기장이였었는데 지금은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해 나무 덱크를 깔아 놓았다. 등산객 몇 사람이 눈에 뜨이고, 군인들이 모노레일을 이용하여 물품을 실어 올리고 있다. 한적한 정상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정상석

이정표

고대산 헬기장과 멀리 지장산

고대산에서 본 북쪽 조망, 제3코스로 하산하는 등산객들, 봉래호, 철원평야

서쪽 가야할 능선

40도 방향의 조망

금학산

4시 9분, 제 2등산로로 하산을 시작한다. 4시 16분, 삼각봉 전망바위에 앉아 고대산을 되돌아보고, 한동안 황금빛 철원평야를 망연히 바라다본 후, 정자가 있는 대광봉(800m)으로 향한다. 왼쪽으로 고대산에서 남쪽으로 뻗은 능선 위에 뾰족하게 솟은 만고봉(664m)을 카메라에 담고, 4시 30분, 대광봉에서 오른쪽 제 2코스로 내려선다.

삼각봉

뒤돌아본 고대산

대광봉과 정자

뾰족한 만고봉

 

4시 46분, 칼바위 능선으로 들어서서, 신탄리를 굽어보고, 전망대에 올라 잠시 주위 경관을 조망한다. 5시 20분, 말등바위를 지나고, 5시 42분, 제 2등산로 입구를 거쳐, 5시 50분, ‘아름다운 숲 고대산’ 아치가 있는 입구에서 산행을 마친다.

칼바위 능선

신탄리

전망대

말등바위

제 2등산로 입구

산행 종료

 

신탄진 역 가까이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내려서다. 체험관 화장실에 들러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9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한다. 혼자 산행을 할 때 불편한 것 중의 하나는 밥 때가 되어도 혼자 식당을 찾아들기가 싫고, 8시가 넘어 귀가하여, 밥 달라고 하기도 그렇다.

 

(2011.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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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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