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겨 찍은 학바위, 학바위를 오르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산행 스타일이 변했다. 산악회를 따라 산행을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 젊은이들의 어르신 소리도 듣기가 싫고, 때때로 눈치가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찜찜하다. 그러다 보니 산악회를 따라 산행을 한 지도 반년이 훨씬 넘었다.
함께 산행을 할 수 있는 동반자를 찾기가 어려워 혼자 산행을 하다 보니, 이제는 많이 익숙해지고, 혼자 하는 산행이 보다 자유롭고 속 편해서 좋다, 그러다보니 산행스타일도 변해, 원거리 산행보다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손쉽게 찾아갈 수 있는 서울근교 산들을 주로 찾게 된다. 지난겨울에는 일주일에 세 번, 화, 목, 토요일을 산행일로 정하고, 도봉산,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 용마산, 관악산의 다양한 코스들을 오르내리며 아름다운 겨울산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2013년 2월 28일(목)
오늘은 아직 가보지 못한 학바위능선과 자운암능선을 답사해 보려고, 9시가 넘어 집을 나선다. 강남구청역에서 7호선을 이용하여 숭실대학교 앞에 도착하여 2번 출구로 나온다. 이어 5511번 버스를 기다려 타고, 10시경에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내려, 관악산 입구로 향한다.
산행코스
산으로 이어지는 넓은 시멘트도로에 얼어붙었던 눈도 연일 계속되는 따듯한 날씨에 말끔히 녹아, 깨끗해진 도로 위로 하얀 모자를 쓴, 허리가 꾸부정한 할머니 한 분이 산에서 주운 나뭇가지 지팡이를 짚고, 마주 내려온다. 등산복, 등산화 차림에 배낭까지 지고 있다. 너무 왜소한 모습이라 멀리서부터 눈에 띄었지만 실례가 될 듯싶어 정면에서는 사진을 찍지 못하고 뒷모습을 잡는다. 10시가 조금 지난 시각인데 홀로 산행을 마치고 벌써 하산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왜소하지만 당당한 모습의 할머니(화요일에 비가 온다는 예보에 수요일에 관악산을 찾았다. 그때 찍은 사진이다.)
호수공원 쪽으로 접어든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소나무 숲에서, 그리고 꽁꽁 얼어붙은 호수에서 봄기운이 느껴진다. 제 4 광장, 삼거리 약수터를 지나고, 11시 25분, 119 현 위치 표지판<K40/삼거리약수터(상)>이 있는 사거리에 이르러, 왼쪽 능선으로 들어선다. 오른쪽은 삼성산으로 가는 길이다.
꽁꽁 얼은 호수에서 봄기운이 느껴진다.
119 현 위치 표지판
아무도 없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천천히 걷는다. 능선이 서향이라 등산로의 눈은 말끔하게 녹았다. 10분쯤 지나, 첫 번째 암릉에 올라 주위를 둘러본다. 서쪽 건너편에 삼성산이 가깝고, 남쪽으로 보이는 팔봉능선의 북쪽사면은 아직도 한 겨울인데, 팔봉능선 앞에 나지막한 능선이 또 하나가 보인다. 혹시 저 능선이 학바위능선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어 지도를 꺼내 확인해 본다. 하지만 지도상에 등산로가 그려진 그 능선은 학바위를 빗겨간다.
첫 번째 암릉에서 본 팔봉능선과 또 다른 능선
암릉에 우뚝 선 기암
건너편의 삼성산
경사가 급한 암릉에는 로프가 걸려있다. 능선이 가팔라지며 점차 고도가 높아진다. 뒤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나이 지긋한 노인 한분이 모습을 나타낸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이 능선이 학바위능선이 맞느냐고 확인을 해본다. 하지만 노인의 대답은, 인근에 살아 조용한 이 능선을 자주 찾지만, 학바위능선이란 말은 처음 듣는다며, 이 능선은 5봉능선이라고 알려준다. 그렇다! 학바위능선에 봉우리가 5개가 있어 5봉능선으로 불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경사가 급한 암릉에는 로프가 걸려 있고,
노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오르막길을 올라, 작은 봉우리에 서니 눈앞에 학바위가 모습을 보인다. 바위 모양이 하늘로 비상하는 학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학바위인데, 가까이에서 볼 때는 그런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 등산로는 학바위 중턱까지는 정면의 암릉을 타고 오르다, 중턱에 이르서는, 암봉 왼쪽에 걸린 덱크를 지나 학바위를 우회한다. 노인은 덱크가 설치되기 전에는 우회길이 위험했었다고 설명을 해준다.
정면에 모습을 보이는 학바위
학바위 우회 데크
학바위를 지나자 노인은 앞으로는 험한 곳이 없다며 휘적휘적 앞서 나간다. 사진을 찍느라 자꾸 지체하는 나와 보조를 맞추기가 답답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한동안 외지인의 초행길을 안내해준 노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학바위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이정표와 ‘현위치/K39/학바위능선(2)’라고 표기된 119표지판이 있는 능선 안부에 내려서서, 쉬고 있는 젊은 등산객들을 만나 인사를 나눈다.
뒤에서 가까이 본 학바위
이정표
가파른 능선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른다. 시야가 넓어지며 학바위를 우회하지 않고 바로 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보이고, 학바위 너머 삼성산, 국기봉, 그리고 장군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학바위능선 뒤로 보이는 삼성산, 국기봉, 그리고 장군능선
오르막길이 끝나고 한동안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모르는 중에 5봉 중의 또 다른 봉우리 하나를 지난 보양이다. 저 앞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깃대봉이 보인다. 이윽고 깃대봉 암릉 아래에 도착하여, 깃대봉을 우회한 후, 뒤쪽에서 깃대봉에 올라 주위를 둘러본다.
깃대봉 암릉
암릉을 우회하면서 본 KBS 송신탑
깃대봉 정상에서 본 가야할 능선
깃대봉에서 내려서서, 암릉을 버리고, 능선사면으로 이어지는 우회로를 따라 걷는다. 이어 119 표지판<현위치/K33/학바위능선(1)>을 만나고, 오르막길을 올라, 등산로 오른쪽에 보이는 전망바위에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점차 고도가 높아져 시야가 트이며, 삼성산, 8봉능선, 그리고 KBS송신탑 쪽으로 이어지는 암릉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날카로운 자운암능선
천문대
지나온 깃대봉과 삼성산
8봉능선
KBS 송신탑과 암릉
12시 56분, 현 위치/삿갓승군을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 주능선으로 진입하여 정상방향을 카메라에 담고, 잠시 천문대 홍보관에 들러, 최근에 보다 많이 정확해진 기상관측에 관한 설명을 듣는다.
119 표지판
삿갓승군
연주대와 정상
천문대에서 본 8봉능선
가야할 자운암능선
천문대 홍보관
1시 30분경 지장암능선으로 들어선다. 암릉 남쪽은 눈이 없지만, 북쪽은 눈이 얼어붙어 빙벽이 돼 버렸다. 바위와 빙벽을 번갈라 오르내려야 함으로 아이젠을 하지 않고, 북쪽 빙벽은 밧줄에 매달려 조심조심 내려서다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 사진을 찍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런 위험구간을 두어 차례 지나, 저 앞에 깃대봉이 보이는 암릉으로 내려선다.
남쪽 암릉은 눈이 없지만
북쪽 암릉은 빙벽이다.
깃대봉이 가까이 보이는 암릉에 내려서고
여전히 미끄러운 등산로를 따라 능선 안부를 지나고, 2시 14분, 깃대봉 바위아래에 서서 지나온 능선과 건너편 KBS송신탑에서 북서쪽으로 흘러내리는 또 다른 험한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깃대바위 왼쪽으로 우회한다.
깃대봉 바위 아래
지나온 자운암능선
멋진 노송과 송신탑 쪽에서 흘러내리는 또 다른 능선
또 다시 한차례 위태로운 빙벽을 조심스럽게 지나 깃대봉을 내려서고, 2시 32분, 119표지판<현 위치/K24/제3왕관바위>이 있는 갈림길에 이르러, 약 15분 동안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한 후, 자운암으로 향한다.
119 표지판
119표지판이 있는 갈림길에서 뒤돌아 본 깃대봉
하산 길에도 군데군데 암릉이 이어지지만, 눈이 녹아, 빠르게 진행한다. 2시 55분, 정면에 무인산불감시탑이 있는 봉우리 앞에서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져 내리고, 눈 아래 서울대 너른 캠퍼스가 펼쳐진다. 이어 잠시 자운암에 들러 경내를 둘러보고, 3시 23분, 서울대 공학관에 내려서서 산행을 마친다.
서울대 캠퍼스
자운암 대웅전
서울대 공학관 앞
10여분 쯤 기다리자, 숭실대역 앞을 통과하는, 5511번 버스가 도착하여 차에 오른다.
(2013.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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