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바위
083 북바위산 정상에서 본 박쥐봉 능선
월악산에서 남쪽 만수봉까지 이어지는 암릉 서쪽에 송계계곡이 자리하고 있는데 북바위산은 이 송계계곡 중간쯤인 팔랑소에서 서쪽으로 솟아있는 산으로 비록 높지는 않으나 기암절벽을 거느리고 있어 아기자기한 스릴을 느끼면서 산행할 수 있는 산이다.
북바위산이라는 이름은 지릅재에서 북쪽에 위치한 바위산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주민들에 의하면 이 산자락에 타악기인 북(鼓)을 닮은 거대한 기암이 있어 북바위산이라한다고 한다. 이 산의 특징은 송계계곡으로 이어지는 능선남면이 온통 바위암반으로 슬랩을 형성하고 있으며 아름드리 적송들이 등산로를 에워싸고 있어 그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연내봉이라고도 불리는 박쥐봉은 사시리계곡을 사이에 두고 북바위산 남쪽에 마주한 능선에 우뚝 솟은 봉우리이다. 이곳 촌로들에 의하면 『예부터 정상 부근 바위 속에 박쥐 떼가 들끓어 박쥐산으로도 불려왔다』고 한다. 반듯한 암반 위에 크고 작은 적송군락이 분재처럼 뿌리내린 정상에 서면 미륵리에서 부터 월악 나루터·충주호까지 이어지는 송계계곡과 건너편의 만수계곡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그 뒤로 첩첩이 둘러싸인 산들이 물결처럼 굽이친다. 또 월악산과 포암산, 말마산이 연내봉을 사방으로 감싸고 있고, 멀리 소백산 연봉들이 길게 뻗어있는 모습도 보여 전망이 훌륭하다.(이상 한국의 산하에서 발췌)
2013년 9월 9일(화) ‘좋은 사람들’이라는 산악회를 따라 북바위산을 간다. 산악회를 따라 산행하기는 실로 오랜만이다. 개 몰듯 몰아치는 산악회들의 산행 스타일이 싫어, 요즘에는 혼자 독립군 산행을 해왔는데 우연히 ‘좋은 사람들’ 산악회의 홈페이지를 접한 후, 산행을 신청하게 된 것이다.
예약방식이 독특하다. 참가자는 회비를 입금하고, 버스좌석을 지정하여 예약을 한다. 예약자들이 비교적 많은 편이라 원하는 자리를 확보하려면 적어도 1개월 전쯤에 예약을 해야 한다. 나는 예약을 취소한 사람이 있어, 뒤 늦게 그 자리를 차지할 수가 있었다.
7시 10분, 서초구청 앞에서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40인승 디럭스 리무진이다. 고속버스기사였던 양반이 2억이 넘는 이 차를 사서 직접운전을 한다고 한다. 앞자리와의 공간이 넉넉하여 배낭을 놓고 갈 수가 있어 편하다. 경유지를 모두 경유하자 버스에는 빈자리가 없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린다. 잔뜩 흐린 날씨에 옅은 구름사이로 햇님이 겨우 얼굴을 보인다. 북바위산은 조망이 빼어난 곳인데, 날씨 때문에 그 조망을 충분히 즐길 수 없을 것 같아 유감이다.
옅은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민 햇님
버스가 충주휴게소 가까이에 접근하자 등반대장이 마이크를 잡더니, 아침식사를 하라고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다고 한다. 이 산악회는 차편제공, 개념도 배포, 코스설명 등을 하는 것이 전부다. 식사나 음료제공 등이 따로 없어, 참가비가 저렴하다. 이번 북바위산의 회비는 17,000원이다.
버스가 충주휴게소를 출발하자, 등반대장은 개념도를 배포하고, 오늘 산행일정을 설명한다. 산행기점인 물레방아 휴게소에서 북바위산을 오르고, 북바위산에서 사시리고개 사거리로 내려선 후, 왼쪽 계곡으로 하산하여 물레방아휴게소로 원점 회귀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4~5시간 정도라고 한다.
산행코스
버스는 10시경이면 물레방아 휴게소에 도착할 예정이고, 산행 후 출발시간을 오후 4시로 할 터이니,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산행을 즐기라고 당부한다. 아울러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박쥐봉을 다녀와도 시간이 충분할 것이라고 귀띔한다. 이처럼 시간을 여유 있게 정해주고, 참가자들이 자기들의 책임 하에 자유롭게 산행을 하게 한다. 여행에 비교한다면 여타 산악회가 하는 것이 패키지산행이라면, 좋은 사람들의 산행은 자유산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9시 32분, 버스는 물레방아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정면에 보이는 말미산 암봉이 당당하다. 잠시 물레방아 휴게소 주위를 둘러본다. 북바위 등산로입구를 알리는 입간판, 주 탐방로 안내판 등을 카메라에 담고, 12시 35분, 물레방아휴게소 오른쪽 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주차장에서 본 말미산 암봉
북바위산 탐방로 안내판
화장실을 지나 가파른 통나무계단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진입한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려 통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도, 등산로 훼손이 심해, 나무뿌리들이 힘줄처럼 들어나 있다. 물레방아 휴게소 앞의 주탐방로 안내판에는 휴게소에서 북바위산까지의 거리가 3Km, 오를 때의 소요시간이 2시간 30분, 하산시간은 2시간으로 적혀있다.
통나무계단길
선두그룹은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지만, 가파른 오르막길을 서둘지 않고 천천히 오른다. 가파른 등산로가 계속 이어지며 서서히 고도를 높아지고, 등산로 주변에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모습을 보인다. 9시 48분 월악 05-10번의 119 구조목을 지난다.
9시 55분, 로프가 걸린 암릉을 지나고, 이어 5분 후, 소나무 한 그루가 암반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전망바위에 올라, 건너편의 말미산 암릉, 그리고 북동쪽으로 멀리 보이는 월악산과 동남쪽의 만수봉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로프가 걸린 암릉
첫 번째 전망바위
말미산 암릉
월악산
만수봉 능선
등산로는 암릉을 피해 왼쪽 우회로로 내려섰다, 10시 9분, 북바위가 정면으로 보이는 전망대로 이어진다. 북쪽, 동쪽, 남쪽으로 시야가 트여 조망이 일품이다. 맑은 날씨라면 더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을 터인데 아쉽다.
북바위가 정면으로 보이는 전망대
10시 12분, 능선 안부에 설치된 이정표를 지난다. 물레방아휴게소에서 0.8Km떨어진, 고도 480m 지점이다.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걷기도 했지만, 제법 가파르고 험한 코스이다 보니, 800m를 진행하는데 40분 가까이 시간이 걸렸다. 이어 길고 가파른 철계단을 오른다. 오른쪽으로 칼로 자른 듯한 북바위가 가깝게 보이고, 왼쪽은 계곡으로 떨어지는 가파른 대 슬랩이다.
이정표
철계단 위에서 본 북바위
철계단을 지나, 10시 20분, 로프가 드리워진 완만한 슬랩을 오르며 사시리계곡 건너편의 박쥐봉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10시 27분, 05-08번 119구조목을 지나고, 이어 아름드리 멋진 소나무가 있는 600m봉에 오른다. 나뭇가지에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로프가 드리워진 완만한 슬랩
600m봉
600m봉을 내려선 후, 산책길처럼 평단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한동안 기분 좋게 걷는다. 10시 39분, 완만한 슬랩에 로프가 걸려있고, 노송이 아름다운 암봉에 올라, 월악산과 만수산 방향을 카메라에 담고, 박쥐봉을 가까이 본다.
노송이 아름다운 암봉
만수산 능선
박쥐봉
10시 43분, 북바위 1.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제 물레방아휴게소에서 북바위까지 절반 거리를 오른 셈이다. 고도는 584m다. 10시 56분, 또 다른 전망바위에 올라 남서쪽으로 뫼약동 그리고 멀리 마패봉과 신선봉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가까이 모습을 보이는 북바위 정상부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뫼약동, 마패봉(좌)과 신선봉(우)
암릉길이 계속 이어진다. 10시 59분, 흡사 고래 등같이 생긴 암릉을 걷다, 바위 틈새가 넓게 벌어진 곳에서 건너뛰지를 못하고 왼쪽 우회로로 내려서서, 한 무리의 대원들이 쉬고 있는 너른 암반을 지난다. 이어 11시 2분, 가파른 나무계단을 내려서며 정면의 북바위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왼쪽 박쥐봉으로 뻗은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고래등 암릉
북바위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계단을 내려선 후, 다시 암릉길을 걷는다. 나뭇가지에 걸린 표지기가 방향을 알려준다. 이어 두 번째 계단을 거쳐, 11시 5분, 북바위산 1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안부에 내려서고, 가파른 철계단과 기암과 노송이 아름다운 등산로를 지나, 11시 9분, 675m봉에 오른다.
두 번째 계단
철계단
한동안 평탄한 능선길을 빠르게 걷는다. 11시 27분, 북바위산 0.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가파른 철계단을 오른 후, 선바위가 눈길을 끄는 능선을 지난다. 11시 32분, 가파른 철계단 아래에 선다. 이 철계단은 암봉 허리에 걸린, 허공다리를 거쳐, 또 다른 철계단으로 이어진다.
이정표
선바위
허공다리
두 개의 철계단과 허공다리를 지나 암릉울 오른다.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박쥐봉이 보이고 그 뒤로 백두대간 줄기가 희미하게 하늘 금을 긋고 있다. 11시 45분, 이정표와 표지석이 있는 북바위산 정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본다. 남쪽으로 부봉과 뤌향삼봉, 남서쪽으로 신선봉이 보인다. 정상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박쥐산과 그 뒤로 보이는 주흘산
이정표
정상 표지석
약 40분 동안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즐기고 12시 25분, 하산을 시작하여, 5분 후 이정표를 만난다. 정상에서 200m 떨어진 지점이다. 수리봉, 석문봉 가는 길은 막아 놓았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천천히 내려선다. 간간히 암릉길도 지난다.
이정표
가파른 내리막이 끝나고 소나무 숲 사이로 산책길이 이어진다. 등산로 위에 있는 삼각점과 두 번째 이정표를 지나 한동안 내려서니, 저 아래로 사시리고개가 내려다보인다. 1시 55분, 이정표가 있는 사시리고개 사거리에 이른다. 북바위산에서 1Km 떨어진, 고도 520m 지점이다.
사시리고개
이정표
하산로는 왼쪽 계곡, 직진하면 박쥐봉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뫼악동이다. 고민이 생긴다. 지금시각이 1시, 계곡을 따라 하산하면 2시경에 물레방아휴게소에 이를 터이니, 버스 출발시간 4시까지, 장장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등반대장으로 부터 박쥐봉이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소리를 들은 바도 있고 해서, 처음부터 박쥐봉을 오를 생각이 없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 지도를 보니, 박쥐봉까지 가려면 700m대 봉우리를 4개정도 넘어야 한다. 한동안 궁리를 하다,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봉우리까지 올라 주위 조망을 살핀 후, 되돌아 내려와 계곡을 따라 하산하기로 하고 박쥐봉 능선으로 들어선다. 헌데 이상한 것은 샛길출입금지 게시문은 있으나 박쥐봉 출입금지 팻말은 보이지 않는다.
임도 왼쪽에 능선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보이고, 철책에 샛길출입을 금한다는 게시문이 붙어 있다.
뚜렷한 능선길이 가파르게 이어진다. 1시 16분, 715m봉에 오르지만, 나무들 빽빽하게 들어 찬 나무들이 시야를 가린다. 되돌아가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조금 더 진행하기로 한다. 1시 26분, 표지기들이 가득 걸려있고, 등산객들이 쉬고 있는 725m봉에 오른다.
725m봉
“안녕하세요?”
“이곳에서 박쥐봉까지 갈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요?”
라고 묻자,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른다는 대답이다. 내친 김에 전망바위까지 가보기로 한다. 1시 46분, 등산로는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전망바위가 있는 갈림길 로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내려서는 길이 보이고, 전망바위 옆에는 샛길금지 현수막이 걸려있다.
샛길 출입금지 현수막
표지기들의 안내로 왼쪽 오르막길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773m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가파른 산 사면으로 위태롭게 이어지더니 이윽고 능선으로 진입하여 북동쪽으로 이어진다. 이제 절반이 넘게 진행한 이 지점에서는 박쥐봉까지 가는 도리 밖에 없겠다. 다소간의 업 다운은 있겠지만 심한 오르막도 없을 것 같아, 2시 30분경에 박쥐봉에 오르고, 북쪽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4시 이전에 하산이 가능하겠다.
위태롭게 이어지는 사면 우회길
평탄한 능선길을 빠르게 달린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멀리 보이는 주흘산을 당겨 찍는다. 암봉이 앞을 막고 등산로는 왼쪽으로 암봉을 우회한다. 2시 20분 전위봉을 오르며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2시 33분, 박쥐봉에 올라, 건너편 북바위 능선과 남쪽으로 백두대간의 희미한 산줄기를 바라본 후, 북쪽능선을 따라 하산한다.
당겨 찍은 주흘산
암봉이 앞을 막고
지나온 능선
박쥐산 정상
급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암릉길을 걷고, 커다란 바위를 만나면 좌우로 우회하여 내려선다. 다행스러운 것은 등산로가 그런대로 뚜렷하고 갈림길에서는 표지기들이 길을 인도한다. 능선을 따라 내리며 건너편의 북바위산 능선과 북바위산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암릉길
큰 바위를 만나면 우회하고
표지기
북바위산 능선
북바위산
3시 30분 경, 사시리계곡으로 내려선다. 이어 길 없는 갈대밭을 지나고, 개울을 건넌 후, 잡목 숲을 헤집고, 597번 도로에 오른다. 왼쪽으로 낮 익은 말미산 암봉이 보인다.
다리 건너 주차장이 보인다.
3시 50분 버스에 올라, 배낭을 내려놓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젖은 옷을 갈아입은 후, 버스로 돌아오니 4시 3분 전이다.
(2013.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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