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대

안내문

 

추석(22일)을 닷새 앞둔 이번 주말, 산악회들은 산행일정을 취소하느라 바쁘다. 월요일(20일)과 금요일(24일)에 휴가를 내면, 추석연휴로 9일 동안을 즐길 수 있다 보니, 18일 토요일부터 실질적인 추석연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금요일 산행취소통보를 받고, 혼자서 갈 곳을 찾다가 문득 관악산을 떠 올린다.

 

지하철 덕분에 관악산 행 교통이 무척 편해졌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관악산으로는 좀처럼 발길이 가지를 않는다. 국립공원은 아니지만 100대 명산에 꼽히고, 산 이름에 ‘악’자가 들어가 있을 정도로 멀리서 보면 마치 불꽃이 타오르듯 한, 수많은 암봉과 기암로 점철된 아름다운 명산인데도 그렇다.

 

예로부터 관악산은 한양을 위협하는 불의 산으로 여겨져, 길(吉)한 산은 아니라는 인식이 의식 속에 잠재해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실제로 서울의 양반들이 모여 사는 가회동 일대 북촌에서는, 관악산을 마주하고 있는 집에서 자라난 규수와는 혼인을 거절하기도 했다고 하고, 주민들 역시 관악산을 마주보는 택지를 피한다든지, 부득이한 경우에는 친정으로 가 아이를 낳는 풍습까지 있었다고 한다.

 

유명한 팔봉능선, 육봉능선은 제대로 걸어 보았지만, 아기자기한 암릉이 곳곳에 산재한 사당능선은 주로 우회로를 따르다 보니, 아직까지 제대로 암릉을 타보지를 못했다. 지난 9월 4일, 쿰부히말 트레킹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중국의 호도협을 함께 가기로 하고, 그 전에 관악산에 모여 사당능선을 오른다. 이 양반들이야 우회로를 걷지 않고 서슴치 않고 암릉길을 택해 오른다. 하지만 오후 3시가 다 되어 산행을 시작하다 보니, 정상까지는 오르지 못하고, 414m봉에서 도중에 하산을 한다. 아마도 문득 관악산이 떠오른 것은 이때 정상까지 가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던 사당능선 암릉을 타보겠고 9시가 다 된 시각에 집을 나선다.

 

2010년 9월 18일(토)
사당역에서 내려 9시 40분경, 등산안내도가 있는 들머리에 도착하여, 바쁠 것도 없는 길이라 관음사를 둘러보러, 절로 이어지는 가파른 아스팔트도로를 천천히 오른다. 이어 일주문에 이르러, 등산화 끈을 조여 매는 등 산행준비를 마치고 절로 향한다.

산행코스

관악산 관음사 일주문

 

관음사는 신라말엽인 895년(진성여왕 9년)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창건한 비보사찰(裨補寺刹)로 천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관음기도도장이라고한다. 절경내로 들어서서 대웅전, 관음보살 입상 등을 둘러보고, 경내 샘터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절을 나와 등산로로 진입한다. 등산로 입구의 이정표는 연주대 4Km, 2시간 20분이 소요된다고 알려준다.

대웅전

 관음보살 입상

 

이윽고 체력 단련장 옆 헬기장을 지나 사당능선으로 진입하여 본격적인 산행을 이어간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려 훼손이 심한 등산로를 배낭도 물통도 지니지 않은, 인근에 사는 듯싶은, 아주머니가 몸도 가볍게 가뿐가뿐 오른다. 과천이 개발되고, 서울대학교가 들어선 후, 관악산은 등산객들 보다, 인근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산으로 변한 느낌이다.

가벼운 차림의 인근 주민

 

첫 번째 작은 암릉이 앞을 막고 등산로는 이를 왼쪽으로 우회하여 이어진다. 앞서 걷던 아주머니는 이 암릉에 조금 못 미쳐서, 오른쪽의 편한 샛길로 들어 들어선다. 암릉에 오르자, 시야가 트이며, 남쪽으로 사당 방면의 밀집된 아파트 단지, 그리고 동쪽으로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첫 번째 만나는 작은 암릉(9월 4일 사진)

남쪽 조망(상동)

동쪽 조망(상동)

 

10시 11분, 319m봉이 바라보이는 능선을 지나,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에 이른다. 직진하면 암릉길, 오른쪽은 우회하여 연주대로 향하는 길이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오른쪽 우회길로 들어서고, 호기심이 많은 젊은이들, 그리고 암릉을 즐기는 사람들이 직진한다. 직진하여 암릉길로 들어선다. 가파르기는 하지만, 발 놓을 곳, 손잡을 곳들이 확실하여 위험하지는 않다.

통신탑이 있는 319m봉과 가파른 암릉길


 

갈림길 이정표, 암릉길 쪽으로는 안내가 없다.

암릉을 오르는 등산객들

 

10시 21분, 태극기가 계양된 깃대봉에 오르고, 이어 밧줄이 드리워진 슬랩을 지나 시멘트 구조물과 통신탑이 있는 정상에 오른다. 조망이 좋다. 앞으로 가야할 암릉이 한 눈에 들어오고, 멀리 높다란 송신탑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정상이 보인다.

첫 번째 깃대봉

깃대봉 오른쪽, 낙성대 쪽으로 떨어지는 암릉에 솟은 암봉들

시멘트 구조물이 있는 봉우리에서 쉬고 있는 등산객들

 

가파른 암릉을 내려서고, 암벽을 기어올라, 10시 37분, 두 번째 암봉에 올라, 앞으로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고, 지나온 봉우리를 돌아본다. 지난 9월 4일에는 이곳까지 올라, 사진에서 보는 암반 위에서 대원 한 사람이 가져온 막걸리를 마시며 한담을 하다. 오른쪽에 보이는 깃대봉을 지나 하산했던 것이다. 오늘 산행은 미완성의 그날 산행을 완성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다.

가야할 암봉과 멀리 정상

지나온 암봉(시멘트 구조물과 통신탑이 보인다.)

지난번 한담을 즐기던 암반

가야할 암봉(좌)과 오른쪽의 깃대봉

9월 4일 하산하면서 찍은 사당능선 암릉길

 

앞에 보이는 작은 암봉으로 향한다. 앞에 우뚝 솟은 바위를 보고, 뒤에 오는 등산객들이 거북바위라고 한다. 하지만 각도가 틀려서인지 거북이 생김새는 아닌 것 같다. 10시 47분, 이정표가 있는 헬기장에 이른다. 앞서 갈림길에서 암릉길이 아닌 우회로에서 올라오는 길과 이 헬기장에서 만나게 된다. 헬기장 뒤로 낙선대 쪽으로 떨어지는 능선 위에 우뚝 솟은 깃대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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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장, 암릉길과 우회로가 만난다.

이정표

이곳부터는 등산로도 신작로처럼 넓어지고, 등산객들도 부쩍 늘어 시장 통을 방불케 한다. 10시 29분, 연주대 2.8km를 알리는 낙성대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고, 이어 많은 등산객들이 쉬고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연주대로 향한다. 이정표는 연주대 까지 2.4Km 남았다고 알려준다.

신작로 같이 넓은 등산로

넘치는 등산객들

10시 56분, 연주대 2.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1분 후 하마바위를 만난다. 등산객들이 커다란 하마바위 옆 좁은 통로를 줄지어 통과한다. 하마바위를 지나, 통신탑이 있는 암봉에서, 가야할 또 다른 작은 암봉을 바라보고, 뒤돌아 하마바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정표

하마바위 표지판

하마바위 옆 좁은 암릉길을 줄지어 통과하는 등산객들

가야할 암봉


 

뒤돌아 본 하마바위

 

11시 등산로가 암릉을 만나 왼쪽으로 우회한다. 암릉길은 통천문 같은 좁은 바위틈 사이로 이어진다. 통천문을 통과하여, 커다란 바위 두어 개를 넘으면, 표지판이 있는 마당바위다. 많은 사람들이 바위 그늘에서 쉬고 있다.

바위 틈새길

마당바위 표지판

마당바위 1

마당바위 2

 

마당바위를 지나 내리막길로 내려서기 직전, 오른쪽 전망바위에 서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사당능선과 하늘금을 긋고 있는 주능선을 파노라마로 잡아본다. 아름답다. 11시 19분, 헬기장(하) 표지판을 지나고, 완만한 암릉을 오르면서, 왼쪽에 보이는 암봉과 뒤돌아 암릉을 오르고 있는 등산객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암봉에 오르니, 송신탑이 우뚝한 정상이 가깝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왼쪽으로 보이는 암봉

가야할 암릉길

완만한 암릉을 오르는 등산객들

 

11시 39분, 제 2 헬기장을 지난다. 이정표는 연주대까지 1.2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이어 10분 후 이정표가 있는 연주암 갈림길에 선다. 직진하면 연주대로 이어지는 암릉길이고 왼쪽은 관악사지로 내려서는 길이다. 이제 연주대 까지는 600m가 남았다. 작년에 동생들과 함께 이곳에 왔을 때는 왼쪽 연주암 쪽으로 내려서서, 연주대로 이어지는 암릉길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교적 가파른 암릉길이지만 특별히 위험한 곳은 없다.

제 2 헬기장

연주암 갈림길 이정표


 

연주대로 이어지는 암릉길

 

11시 57분, 관악문을 통과한 후, 암봉에 서서 천문대, 송신탑등 시설물이 어지러운 관악산의 정상을 가까이 본다. 이어 지도바위를 지나고 쇠줄이 걸린 좁은 바윗길을 건너, 기암들이 늘어선 가파른 바윗길을 내려선다. 다시 오르막 암릉을 오른다. 뒤를 돌아보면, 관악문이 있는 지나온 암봉이 그림같다.

관악문

지도바위

구조물들이 가득한 정상

기암

뒤돌아 본 관악문이 있는 암봉

 

12시 9분, 등산안내판이 있는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가파른 암릉을 오르고, 작은 암봉에서 건너편 연주대로 이어지는 직벽길을 바라본다. 줄을 이은 등산객들로 정체현상이 일고 있다. 12시 25분, 삼각점이 있는 정상에 올라, 지나온 긴 사당능선을 굽어본다. 관음암을 출발한 후 약 2시간 30분이 지난 시각이다.

등산안내판이 있는 갈림길

정상으로 오르는 직벽길

삼각점

사당능선

 

정상에서 간이매점을 차려놓고 등산객들에게 라면과 음료수를 팔고 있다. 농심 사발 면이 3,000원, 막걸리 한 사발에 3,000원, 캔 맥주가 4,000원이다. 유명한 한라산 윗오름세 휴게소의 똑 같은 사발 면이 1,500원이니, 서울과 제주도의 물가 차이가 꼭 배인 셈이다. 등산객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맥주 한 캔을 주문하고, 장사가 잘 된다고 웃으니, 오늘은 그렇지만 올여름은 비가 많이 와서 공을 쳤다는 대답이다. 매점 차일 아래에서 가져온 떡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성업 중인 간이매점

 

식사를 마치고 정상 주변을 둘러본다. 정상석 주변은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빈다. 연주대 쪽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을 것 같아, 연주대는 생략하고, 12시 50분 경, 연주암 쪽으로 하산을 시작하다, 전망대에서 연주대의 멋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정상석

119 표지목

 

하산 길에 잠시 효령각에 들러, 효령대군의 영정에 참배하고,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연주암을 둘러본 후, 하산을 계속한다. 지루한 돌계단길이 이어진다. 1시 42분, 119표지목이 있는 제2약수터를 지난다. 수질 검사표에 ‘부적합’판정이 선명하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관악산을 찾다보니 주위의 오염이 심한 모양이다.

효령각

안내문

연주암

 

이윽고 계곡물 소리가 도란도란 들리고, 계곡에서 쉬고 있는 등산객들의 한가한 모습이 보인다. 1시 58분, ‘물소리가 잘 들리는 곳’, ‘자연경관 담는 곳’이란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잠시 멈춰 서서, 계곡물 소리를 듣고, 건너편 경관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긴 마루 길을 지난다. 이제 종착지점인 과천향교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안내판

계곡 건너편의 경관

긴 마루 길

 

2시 10분 경, 계곡으로 내려가 한동안 족욕(足浴)을 즐기며 땀을 식힌다. 이어 등산안내도가 있는 등산로 입구를 지나, 과천향교를 둘러 본 후, 지난번 미완성으로 그친 ‘사당능선 제대로 타기’ 과정을 완성한다.

족욕을 즐기고 땀을 식힌 계곡

과천향교

 

과천역으로 가는 길이 아름답다. 이런 아름다운 길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우리가 산업화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쳤기 때문이 아닌가?   정치가들의 집권 욕에서 비롯한 작금의 심각한 국론분열현상이 걱정이다.

 

 

(2010.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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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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