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운대에서 본 동대천
광대산은 강원도 정선군 동면의 '화암8경'으로 유명한 화암 국민관광지 동쪽 몰운리에 위치한 숨은 비경이다. 광대산은 화암8경중에서 제 2경인 거북바위를 머리에 이고 있는 그림바위에서 동쪽으로 길게 뻗어 올라가는 능선상의 최고봉이다 그러나 거북바위가 있는 그림바위에서는 올라갈 수가 없다 수 백길 절벽이라 전문 클라이머가 아니면 오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상에는 측량을 위해 베어버린 거목들이 어지러이 누워있고 '임계. 458. 2005. 재설' 이라고 표시된 삼각점이 자리한다. 탁 트인 청자 빛 하늘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북녘으로 각희산이, 시계방향으로 삼봉산, 대덕산, 함백산, 백운산, 두위봉, 민둥산, 군의산, 행산 등이 손을 흔든다.
화엄 8경의 하나인 광대곡은 몰운리에서 동쪽으로 갈라져 나가는 동대천의 지류로 초입에 병풍바위가 버티고 있어 부정한 사람은 출입할 수 없다는 전설이 있다. 계곡 안에는 골뱅이소, 영천폭포, 바가지소 등 태고의 신비를 지닌 폭포와 소가 연이어 비경을 자아낸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2010년 8월 18일(수)
정 산악회를 따라 정선의 광대산을 간다. 널리 알려진 산이 아니라 찾는 사람들이 드물어 산의 정기가 여전히 살아있는 광대산을 오르고, 화엄 8경중의 하나인 광대곡으로 하산하는 환상적인 코스다. 그 뿐인가 하산 후, 20여분만 짬을 내면 몰운대도 다녀올 수 있는 보너스도 기다리고 있다.
산행코스
말복이 지나고, 8월도 중순을 넘어서자 날씨의 변화가 완연히 느껴진다. 한낮의 더위야 여전하지만, 아침저녁으로 폭염은 이미 그 기세가 한풀 꺾이고, 습도가 낮아지며, 공기 속의 끈적거림도 많이 사라졌다. 산악회들이 앞 다투어 안내하는 피서를 위한 계곡산행도 막바지에 이른 모양이다. 모처럼의 오지산행인데도 참여자가 적어 한 사람이 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편안하게 간다.
정선의 오늘 날씨는 구름은 많지만 비가 올 확률은 20%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 기상청의 예보라는 것이 맞으면 이상할 정도로 엉터리인데다. 불안정한 대기로 언제 건 소나기는 내릴 수 있는 상황이라 우중산행 준비를 철저히 하고 집을 나선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린다. 산허리에 걸린 비구름이 능선을 타고 서서히 하늘로 오르고 있다. 이 지역에도 새벽녘에 한 소나기 퍼부은 모양이다.
버스가 중앙고속도로로 접어들 무렵, 사납게 내리는 빗줄기가 차창을 두드린다. 하여 당초 치악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하려는 예정을 변경하고, 제천휴게소까지 내쳐 달려, 그곳에서 비로소 20분 간 정차한다. 비가 멎어 다행이다. 제천 휴게소를 출발한 버스는 고속도로를 버리고 38번국도로 들어서서 영월을 지나고, 석항천을 끼고 달린다. 깊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세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한 소나기 지난 후, 비구름에 싸인 산(제천 휴게소에서)
증산에 도착한 버스는 국도를 버리고 421번 지방도로로 들어서서, 몰운대, 정선소금강을 지나, 산행들머리인 비슬이재를 향해 숨 가쁘게 고도를 높인다. 10시 53분, 버스는 화암면과 임게면의 경계를 이루는 비슬이재에 도착한다. 하지만 고개위에 세워진 입간판에 '벌문재/795m'라는 표기에 잠시 혼란이 생긴다. 선두대장이 혹시 비슬이재를 지나친 것이 아니냐? 라는 물음에 기사양반은, 명칭이야 어떻든 이곳이 산행들머리가 틀림없으니, 표지기를 찾아보라고 권한다. 과연 서쪽 절개지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보이고 나뭇가지에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비슬이재
벌문재 팻말
비슬이재가 맞나?, 뒷머리가 벗어진 양반이 기사분이다.
정글용 만도(蠻刀) 쥔 선두대장이 앞장을 서서, 잡목을 헤집고, 숨은 등산로를 찾아 절개지를 오른다. 이곳에도 얼마 전까지 비가 내렸던 모양이다. 가파른 절개지 오름길이 몹시 미끄럽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바지 아랫도리가 물에 젖어 금방 후줄근해진다. 10시 59분, SK통신탑이 서 있는 본 능선으로 진입하여, 통신탑을 바라본다. 구름사이로 하늘이 파랗다.
가파른 절개지를 오르고
통신탑
뚜렷한 능선길이 완만하게 이어지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11시 1분, 첫 번째 송전탑을 지나고, 이어 등산로는 잠시 능선을 왼쪽으로 우회하더니, 4분 후 두 번째 송전탑을 지난다. 아직도 비구름이 서기(瑞氣)처럼 감도는 잡목 숲이다. 오지의 싱그러움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11시 12분, 봉우리 하나를 넘고 능선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던 등산로는 힘에 겨운지 슬그머니 능선을 버리고 오른쪽 사면으로 들어서서 부드럽게 이어간다.
싱그러운 잡목 숲길
좁은 진달래 능선에 간간이 작은 바위들이 모습을 보인다. 전형적인 강원도 오지의 산에서 볼 수 있는 능선의 형태다. 정선지맥, 황병지맥을 하면서 수도 없이 보았던 정겨운 모습이다. 등산로는 다시 한 차례 능선을 우회하고, 본 능선으로 진입한 후, 완만한 오름세로 변한다. 11시 53분, 길 위에 놓인 삼각점을 발견한다. 990m봉이다. 비슬이재에서 도상거리로 약 2Km 떨어진 지점이다.
좁은 진달래능선
990m봉 삼각점
능선길이 평탄하게 이어진다. 동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나뭇가지 사이로 고랭지채소밭이 있는 1000m가 넘는 산줄기가 굼실굼실 흐르고, 그 위로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12시 10분 경, 능선안부에 내려섰다. 5분 후,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여 울창한 송림을 지난다.
고랭지채소밭이 보이는 산줄기
울창한 송림(역광)
울창한 송림(순광)
고도 980m 정도의 능선을 산책하듯 걷는다. 12시 23분, 넓은 공터 안부를 지나고 오른쪽으로 굽어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니, 정면으로 수직 절개지가 앞을 막고, 등산로는 절개지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절개지 아래는 동쪽 송이재로 이어지는 금대지맥 갈림길이다. 등산로는 절개지 끝을 돌아 잡목넝쿨을 뚫고, 건너편 능선으로 이어진다.
해발 980m 능선을 산책하듯 걷고
지나온 건너편 절개지
부드러운 능선길이 계속된다. 저 앞에서 정 회장이 대원 두 사람과 쉬고 있다가, 수고했다며 막걸리 잔을 내밀고, 포도를 권한다. 산행에서는 가능한대로 배낭무게를 줄이는데 익숙한 내게는, 여자인 정 회장이 무겁게 지고 온 막걸리와 포도를 얻어먹기가 거북하다. 막걸리 한 잔을 마시고 포도 몇 알을 입안에 넣고는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 도망치듯 앞서나간다.
12시 52분, 잡목이 무성한 정상에 접근하여, 삼각점을 확인하고, 정상표지판을 카메라에 담는다. 주위의 잡목에 가려 200도 방향으로 민둥산 줄기가 보일 뿐, 좋다는 조망을 더 이상 즐길 수 없어 유감이다. 쏟아져 내리는 땡볕으로 목덜미가 뜨겁다. 쫓기듯 정상을 내려선다.
정상의 잡목넝쿨
삼각점
정상표지판
정상에서 본 200도 방향의 조망
하산하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정상에서 서쪽능선을 타고내리다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969m봉과 892.2m봉을 지나고, 남쪽의 광대사나 몰운대 쪽으로 하산하는 능선길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남쪽능선을 타고 내려, 광대곡 상류에 이르고, 이어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방법이다. 산악회에서는 계곡길을 택해 부드러운 남쪽능선을 따라 내린다. 아름다운 능선길이다. 빽빽하게 들어찬 낙엽송들이 산의 정취를 돋운다.
부드러운 남쪽 능선길
울창한 낙엽송 숲
1시 11분, 하산을 시작해서 약 19분이 지난 시각, 고도 약 910m가 되는 지점에 이른다. 계곡이 가까운 지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임도가 내려다보인다. 길가에 밝은 햇빛을 함빡 받고 화사하게 핀 야생화가 눈길을 끌어 카메라에 담는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임도가 보이고
눈길을 끄는 야생화
1시 16분, 임도로 내려서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헬기장을 지나고, 2분 후 임도에 깔린 산악회 종이표지판을 따라 오른쪽 숲길로 들어선다. 계곡물 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고랭지채소밭도 보인다. 1시 22분, 선두그룹을 만난다.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절벽이라 선두대장은 알맞은 길을 찾아 나서고 나머지 대원들은 대기 중이라고 한다. 아마도 개념도에 표기된 장하리폭포 부근인 모양이다. 이윽고 선두대장으로부터 산악회 종이표지판을 따라 내려오라는 연락이 온다.
임도에 내려서서 왼쪽으로 진행
임도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1시 31분, 계곡으로 내려선다. 아침에 내린 비로 계곡물이 많이 불어 흙탕물인데다, 바위가 물에 젖어 몹시 미끄럽다. 여기서 일행들이 모여, 의견이 분분하다. 선두대장은 물이 불어 다소 위할지도 모르지만 계획한대로 계곡을 따라 하산하자는 의견인데 반해, 대부분의 대원들은 계곡을 따라 7부 능선을 타고 이어지는 사면길을 따라 안전하게 하산하자는 주장이다. 결국 정 회장이 안전한 사면길을 택하고, 일행은 급한 경사면에 가늘게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는다. 신경이 쓰이는 길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여야 하는 정 회장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비가 그쳐 계곡물이 더 불을 것도 아니고, 폭포를 만나면 당연히 우회로가 있을 터이니, 생각처럼 위험하지는 않을 터인데, 참으로 아쉽다. 아마도 속인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광대곡의 전설이 맞는 모양이다.
계곡 도착
거의 한 시간 가까이 7부 능선으로 이어지는 좁은 사면을 삐딱하게 걸으려니, 지루하기도 하고, 힘이 든다. 표지기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등산로는 아닌 게 분명하고, 아마도 심마니나 약초꾼들이 다니는 길인 모양이다. 겨울에 눈이라도 덮이면 산짐승들도 지나기가 어려운 위태로운 길이다. 왼쪽으로 도로가 가까운 모양이다. 차량소리가 가깝다. 선두대장이 사면길을 버리고 도로를 향해 앞장을 서서, 가파른 사면을 기어오른다. 2시 34분, 2차선 아스팔트도로인 국지도로 올라선다. 건천리 쪽에서 내려오는 도로다.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당초의 하산 예정지점인 421번 국지도변에 이르게 된다.
계곡을 버리고 좁은 사면길을 오르내린다.
아스팔트도로
땡볕을 가려줄 나무그늘 하나 없는 달아 오른 아스팔트도로를 아무 생각 없이 터덜터덜 내려선다. 이따금씩 화물차들이 굉음을 내며 질주한다. 다행이 간간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 땀을 식혀주고, 이따금 시야가 트이며 북으로 각희산(1083.2m)을, 그리고 280도 방향으로 군의산(921.6m)을 볼 수 있는 것으로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2시 59분, 교통 표지판이 있는 424번 국지도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421번 국지도가 지나는 다리 아래로 내려선다.
북쪽의 각희산
군의산
교통표지판
다리아래 동대천으로 옷을 입은 채 뛰어들어 땀을 말끔히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이어 3시 27분 경, 광대식당 앞 공터에서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올라 배낭을 내려놓고, 3시 30분 몰운대로 향한다. 차를 타고 입구는 몇 차례 지난 적이 있지만 몰운대에 오른 적이 없어 산악회가 식사준비를 하는 동안 짬을 내어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광대곡 입구에서부터 몰운대까지는 왕복 약 20분이 소요되는 거리다. 귀로에 광대곡 입구의 표지석을 카메라에 담고, 뒤풀이 자리로 끼어들어,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오이냉국에 밥을 말아 식사를 한다.
도로변에서 본 몰운대 절벽
몰운대 입구에 세워진 표지석
몰운대 안내판
몰운대
몰운대 시비
광대곡 입구 돌표지
4시 40분, 모든 대원이 하산하여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10.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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