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호동폭포

 

석룡산(1,150m)은 경기도 가평군 북면 적목리 용수동 북쪽에 솟아 있는 산이다. 가평천의 발원지인 이 산은 한북정맥의 도마치봉에서 남서쪽으로 가지를 쳐 화악산(1,469m)으로 달아나는 산릉 가운데에 솟아 있다. 능선을 경계로 북쪽은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이다. 산 정상(1,155m)에서 동남쪽으로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화악산(1,468m)을, 서남쪽으로는 두 번 째로 높은 명지산을 볼 수 있어 전망 또한 일품이다.

 

가평군 북면은 천혜의 자연림과 빼어난 경관 때문에 1985년 9월 환경처에서 청정지구로 고시한 지역이다. 따라서 석룡산이 있는 가평군 북면 일원은 '경기도의 알프스'라 불린다. 석룡산에는 조무락골이라는 청정 피서지가 숨어 있다. 조무락골은 가평천의 최상류에 해당되는 가장 깊고 험한 계곡이다. 새들이 늘 조잘(조무락)거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6km에 걸쳐 폭포, 담, 소로 이루어진 조무락골은 피서철에 진가를 발휘한다. 등산코스도 어렵지 않고 산행 내내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2010년 8월 12일(목).
지루한 장마가 끝나니 반갑지 않은 태풍이 한차례 몰려와 적잖은 피해를 남기고 물러간다. 여름을 생명의 계절이라고는 하지만 생활하기에는 불편하고 힘겨운 계절이다. 태풍이 지나고 나면 대개 날이 맑고, 대기가 투명하여 시계가 좋아지는 게 보통인데, 이번에는 태풍 후 바로 저기압이 접근하여 주말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우중산행은 가능한 한 피하자는 생각이라 잘 못하면 이번 주에는 산에도 한 번 못 가게 생겼다. 수요일에 내일(목요일) 날씨를 점검해 보니, 다행히 서울, 경기도 일대는 구름이 많은 날씨에 비는 오지 않는다는 예보다. 열일 젖혀 놓고 서울, 경기도 일원의 산을 찾아가 보기로 하고 적당한 곳을 찾다보니 석룡산이 제 1순위로 꼽힌다.

석룡산 개념도와 산행코스

 

석룡산을 가려면 가평에서 9시에 출발하는 용수동 행 33번 군내버스를 타야한다. 서울에서 가평으로 가는 교통편은 많지만 오랜만에 기차를 타 보려고 7시 2분 청량리 발 기차에 오른다. 평일 이른 아침인데도 청평이나 가평 쪽으로 물놀이를 나선 학생들이 많아 기차 안이 제법 붐빈다.

가평역 도착

 

용수동 행 33번 버스도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가평을 출발할 때는 물놀이를 나온 젊은 학생들, 그리고 배낭을 멘 등산객 몇 사람들이 주 승객이었지만, 버스가 정류장를 거칠 때마다 오르는 나이 드신 현지인들이 많아져, 자리를 잡고 앉았던 학생들이 자리를 양보하기에 바쁘다. 버스가 가평계곡을 따라 달린다. 물놀이를 나온 학생들은 대부분이 백둔리 계곡과 명지산 입구에서 내리고, 9시 55분, 버스가 용수동 종점에 도착할 때에는 등산객 두 어 사람과 현지주민들 뿐이다. 버스에서 내려 산행준비를 하고 약 5분 쯤 도로를 따라 걸어, 10시 3분 삼팔교에 이른다.

삼팔교

 

10시 4분, 조무락골로 들어선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아주머니 부대가 줄을 이어 계곡을 오르고 있다. 시끄럽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여 부지런히 걸어 이들을 제치고 앞서 걷는다. 비로소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태풍이 지나며 내린 비로 계곡물이 많이 불은 모양이다. 군데군데 야영텐트도 눈에 뜨인다.

야영텐트

 

10시 17분, 조무락 펜션을 지난다. 입구의 꽃들이 화사한 제법 규모가 있는 펜션인데 ‘鳥舞樂’이라고 한자로 표기한 안내판이 눈에 거슬린다. 새들의 지절거림을 표현한 아름다운 순수한 우리말 ‘조무락’이 한자로 둔갑을 한 것을 보면, 아마도 주인이 중국인인지도 모르겠다.

조무락 펜션, 가평군에서는 행정지도도 않는가?

 

10시 24분, 마지막 식당을 지나, 이정표가 있는 Y자 갈림길에서 왼쪽의 돌 많은 넓은 길을 따라 석룡산으로 향한다. 1분 쯤 지나자, 오른쪽으로 커다란 조림 안내문이 보인다. 가평군 적목리(赤木里)라는 이곳 명칭이 희귀 수종인 주목이 많은데서 생긴 이름이고, 따라서 새롭게 6,000여 본의 주목을 식재한다는 내용이다. 고도계를 보니, 이곳의 해발 고도가 약 520m다, 석룡산 정상이 1147.2m라고 하니 고도차가 600m를 웃돈다. 땀께나 흘려야겠다.

이정표

조림 안내문

 

용수목에 내렸을 때만 해도 구름이 많은 잔뜩 찌푸린 날씨라 오늘도 정상 부근에서 한북정맥과 화악지맥의 웅장한 산세를 구경하기는 글렀다고 체념을 했었는데 석룡산을 향해 지계곡을 오르는 지금은 밝은 햇볕이 내려 쪼여, 덥기는 해도 조망을 즐길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는다. 계곡물에 손수건을 적셔 목에 두르고 돌 많은 넓은 길을 따라 오른다.

지계곡의 애기폭포

 

완만한 오름막 임도가 울창한 조림지역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다. 인적이 없는 한적한 길을 혼자서 산책하듯 천천히 오른다. 청량한 계곡물 소리, 자지러지듯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공짜로 들으며 삼림욕을 즐긴다.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가 왕성하게 방출된다는 시간대다. 도시매연에 찌든 폐가 모처럼 호강을 한다.

삼림욕 1

삼림욕 2

 

10시 53분, 임도가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잠시 좁은 산길로 이어지더니 다시 노란 솔잎이 곱게 깔린 임도로 변한다. 그러고 보니 좁은 산길이라고 본 것은 임도가 잡목지대를 지날 때, 잡초가 임도로 파고 들어와서 생긴 것인 모양이다. 5분 후, 삼거리에 이른다. 표직들이 왼쪽과 직진길 양쪽에 걸려있다. 왼쪽으로 들어서서 조금 진행하다보니 곧 두 길이 만나는 것을 알 수 있겠다.

삼거리

삼거리에서 뒤돌아 본 산책길

 

11시 11분, 삼팔교 ‘2.6Km/석룡산 정상 2.2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여전히 솔잎이 곱게 깔린 부드러운 산책길을 걷는다.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진다. 저 앞에 등산객 한 사람이 앉아서 쉬고 있다. 산속으로 들어서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 반갑게 인사를 하고, 벌써 정상엘 다녀오는 길이냐고 묻자, 그 양반은 겸연쩍게 웃으며, 일행들은 앞서가고, 자신은 힘이 들어 이곳에서 쉬며, 일행을 기다린다고 한다. 더위를 무릅쓰고 힘든 산행에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아름다운 숲속에서 이처럼 여유를 갖고 자연을 즐기는 멋도 보기가 좋다.

이정표

자연속의 여유

 

어느 사이에 햇볕은 사라지고 다시 구름이 몰려와 사방이 어둑해 지는 느낌이다. 11시 33분, 갈림길에 이른다. 왼쪽 산길 쪽에 표지기들이 걸려 있고 임도 쪽은 누군가가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다. 왼쪽으로 접어들어 가파른 등산로를 오른다. 축축하게 젖은 맨땅이 미끄럽다. 인기척이 들리더니 5~6명의 등산객들이 마주 내려온다.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눠 보니, 쉬고 있던 등산객의 일행이다. 시간이 없어 정상등반을 포기하고 하산하는 중이라고 한다. 이들과 작별을 하고, 11시 36분, 이정표가 있는 너른 석룡산 주능선에 오른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땀을 식혀준다.

갈림길

주능선

이정표

 

시원한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가져온 떡으로 간단히 식사를 한 후, 11시 51분, 다시 산행을 속개한다. 등산로 가운데에 버티고 선 커다란 고목이 눈길을 끈다. 식사를 한 후라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아무 생각 없이 천천히 걸어 오른다. ‘저벅, 저벅...’ 들리는 내 발자국 소리에 문득 산의 정적에 신경이 쓰인다. 구름이 낮게 내려 어둑해진 산길, 언제 사라졌는지 요란하던 매미소리 들리지 않는다. 싸늘한 바람이 불고,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다. 왠지 으스스한 기분이다.

주능선의 고목

 

12시 3분, 짧은 암릉지대를 거치고, 이어 석룡산 정상 0.8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다시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한 후, 능선안부를 지나 전망바위에 올라서지만, 보이는 것은 안개뿐이다. 금방이라도 한 소나기 쏟아질 듯한 분위기이다. 12시 34분, 움막을 지나고, 1분 후,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에 오른다. 화악지맥의 도마치고개에서 이어온 능선이다. 이정표는 정상까지 0.3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암릉 왼쪽 우회

전망바위

움막

이정표

 

12시 36분, 삼각점 흔적이 남아있는 1145m봉에 오른다. 비구름인지, 안개인지에 가려 조망은 별로인데 아직 비는 내리지 않지만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듯한 침침한 분위기다. 바람이 싸늘하여 더위는 고사하고 추위가 느껴져, 윈드재킷을 챙기지 않은 것에 생각이 미친다. 암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동자꽃 등 야생화들이 아름다운 능선을 지나, 12시 51분, 석룡산 정상(1147.2m)에 오른다. 여전히 조망은 전무하고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1145m봉

야생화가 아름다운 능선

 

정상주를 마시며 잠시 고민에 빠진다. 당초계획은 석룡산에 올랐다, 쉬밀고개에서 조무락계곡으로 하산할 생각이었는데, 혹시 비가 많이 오면 계곡물이 불어 위험해 질 수도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 계획대로 밀어붙일 것인지?  "600" alt="" hspace="5" src="../images/2q3Zo6rlo44hRWhPSb8l9Q.jpg" width="800" vspace="5" border="0">

 

석룡산 정상

 

1시 6분, 이정표가 있는 넓은 공터인 쉬밀고개에 도착한다. 정상에서 0.7Km 떨어진 지점이다. 다행히 비는 더 심해지지 않고 가는 빗발이 흩날리는 정도다. 배낭커버를 씌우고, 주저 없이 오른쪽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조무락골로 향한다. 가파른 길이지만 지난번 중봉에서 조무락골로 내려오던 길에 비해서는 양반이다. 뛰듯이 달려 내린다.

쉬밀고개 이정표

 

1시 16분, 삼팔교 4.7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이어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화악산 정상의 시설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빗발이 굵어지며 나뭇잎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계곡의 물은 금방 불기마련인데, 잘못하다가 신문에 나서, 망신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계곡물소리가 가까이 들리기 시작하며 내리막 경사는 더욱 가팔라진다. 이윽고 계곡에 내려서자, 저 앞에 하산채비를 하는 물놀이꾼들의 모습이 보인다.

왼쪽으로 보이는 화악산 정상의 시설물

 

1시 32분, 와폭에 이르고, 이어 이정표가 있는 중봉 갈림길에 내려선다. 지난번에 보았던 반가운 이정표다.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앞으로 3~4차례 계곡을 건너야 하지만, 이 정도라면 물살에 휩쓸릴 염려는 없겠다. 배낭을 벗어 놓고 세수를 하며 땀을 들인 후 잠시 휴식을 취한다.

와폭

이정표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계곡 길을 천천히 걷는다. 1시 43분, 삼팔교 3.7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2분 후, 첫 번째 계곡을 별 어려움 없이 건넌다. 1시 59분, 복호동폭포 갈림길에서 왼쪽 폭포로 향한다. 지난번에는 버스시간에 쫓겨 들러보지 못한 곳이다. 냉기가 감도는 골짜기로 긴 물줄기가 하얗게 떨어진다.

첫 번째 계곡 건넘


 

복호동폭포 갈림길 이정표

복호동폭포

 

비 덕분에 조용해진 계곡을 통째로 전세 내어 즐긴다. 번들번들 물기를 머금은 바위들, 우렁찬 물소리,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부슬부슬 내리는 비, 옅은 안개가 서린 숲속의 황토 빛 등산로....아름답다. .누가 이런 그림 속에 나를 그려 넣었나? 2시 33분, 이정표가 있는 석룡산 등산로 갈림길에 이른다. 아침에 이지점을 통과한 시각이 10시 24분이었으니, 4시간 9분 만에 원점으로 되돌아 온 셈이다.

조용해진 계곡

호젓한 등산로

 

식당과 펜션 사이를 걸어 내린다. 2시 33분, 삼팔교 1,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아직 3시도 안 됐으니 버스시간인 4시 10분까지는 시간이 널널하다. 비는 소강상태다.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비구름 속에 화악지맥 능선이 보인다. 2시 54분, 삼팔교를 건너고, 3시 정각에 용수동종점에 도착한다.

저 멀리 비구름에 휩싸인 화악지맥이 보이고

 

용수동 버스종점

물레방아집

 

버스 정류장 뒤, 가평천으로 내려가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버스정류장 건너편 물레방아집에 주문한 맥주와 촌 두부를 즐기며, 부슬부슬 내리는 이슬비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언제쯤에나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2010. 8. 14.)

 

수락큰솔 at 08/16/2010 12:52 pm comment

잘 읽었습니다. 비 오는 날 고생하셨군요. 저도 2008년 11월 8일 혼자서 석룡산을 산행한 적이 있었는데 산행 내내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햇던 고독한 산행이었읍니다. 산행 전 과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하셨는데 기억력이 아주 좋으신 분 같습니다. 늘 줄거운 산행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림 at 08/16/2010 01:56 pm reply

안녕하세요?반갑습니다.구체적인 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디카 덕분이지요.시간이 기록되고, 녹음이 되기 때문입니다.건강하고 즐거운 나날 보내시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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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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