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만물상

기타산행기 2012. 12. 17. 14:58

 

만물상 능선(가운데), 2007년 3월 칠불봉에서 찍은 사진

귀로, 차창 밖의 여름하늘

 

사고위험이 높아 38년 동안 폐쇄했던 가야산 만물상능선이 지난 2년 동안 약 5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하여 안전시설을 마련한 후 드디어 개방되었다. 백운동 탐방지원센터에서 서장대(상아덤)까지의 3.2Km 암릉은 설악산의 용아장성 못지않게 위험구간이 산재해 있어 가야산의 용아장성으로 불릴 정도라고 한다.

 

2010년 7월 21일(수)
금주 들어 장마전선이 소강상태를 보이자 연사흘 동안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30도를 웃도는 더위로 폭염경보가 내려지는 등, 더위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늘 푸른 산악회에서 가야산 만물상능선을 안내한다는 소리를 듣고 산행신청을 하겠다고 하니, 집사람이 이 더위에 무슨 산행이냐며 극구 말린다. 국립공원이라 길도 잘 나 있고, 탈출 할 곳도 많아 무리한 산행은 피할 수 있다고 설득하여, 겨우 “맘대로 하시구려.”라는 승낙을 얻는다.

 

늘 푸른 산악회의 안내는 처음 받아본다. 버스가 경유지를 모두 통과하자. 45인 승 버스에는 빈자리가 없다. 등반대장이 시원시원하게 산악회를 운영한다. 오늘의 산행코스를 설명 한 후, 버스가 6시경에 서울로 출발하면 되니, 5시 30분 까지 하산하여 식사를 하라고 한다. 오늘 산행구간은 도상거리로 약 10.9Km 정도다. 6시간 30분을 줄 터이니, 무더위에 서둘지 말고 천천히 걸으며 사진도 많이 찍고, 해인사에 들러 팔만대장경도 구경하라고 권한다. 여유가 있어 좋다.

 

7시 20분 경, 강동역을 출발한 버스는 문경휴게소에서 잠시 머문 후, 10시 55분, 백운분소 주차장에 도착한다. 무더위 속, 평일이다 보니 주차장이 한가하다. 단체기념사진을 찍고, 11시 경, 도로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하여, 가야산 국민관광호텔, 가야산 야생화식물원을 지나고, 11시 5분, 탐방지원센터 건너편의 만물상 탐방로입구에 이르러 돌계단을 오른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백운동 주차장(3.6Km) - 상아덤(1.6Km) - 상왕봉(4.0Km) - 해인사(1.7Km) - 주차장』으로 도상거리는 약 10.9Km이다.

산행코스

주차장 도착

야생화 식물원을 지나고

만물상 탐방로 입구

 

처음부터 돌계단, 통나무계단이 이어지는 급경사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탐방로 입구의 고도가 약 650m 정도이니 상황봉까지의 고도차 약 900m를 극복하려면 어쩔 수 없겠다. 산행을 시작할 때는 강한 햇볕이 따갑게 내려 쪼이는 맑은 날씨라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도 벌써 땀이 줄줄 흐른다. 산행거리에 비해 시간도 넉넉한 편이라 서둘지 않고 잘 정비된 가파른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른다. 11시 18분, 쇠락한 전주이공의 묘를 지나고, 이어 암릉이 이어지며 시야가 트여, 오른쪽으로 안개에 덮인 용기골 건너편의 능선과 남쪽의 마을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가파른 돌계단 길

안개에 가린 용기골 건너편 능선

남쪽 조망

 

11시 25분, 전망바위에 선다. 우선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어 좋다. 남서쪽으로 절이 내려다보이고, 심원골 건너에서 남동쪽으로 흐르는 능선의 윗부분은 안개를 이고 있다. 안개 때문에 만물상 암릉에서 좌우로 펼쳐지는 암봉들의 파노라마를 즐길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다만 가야할 능선이 그나마 제 모습을 보여주어 다행이다.

남서쪽으로 보이는 사찰

왼쪽 능선도 안개에 가리고

가야할 능선

11시 32분, 첫 번째 나무계단을 오른다. 오늘 수도 없이 오르내려야 하는 계단 중의 하나다. 가파른 암릉에는 이처럼 계단을 놓고, 암봉 좌우로 우회로를 만들어 놓아, 가야산의 용아장성을 노약자들도 큰 무리 없이 오르내릴 수 있도록 훼손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가 심했다는 느낌이다. 계단에 올라서니 조망이 좋다. 안개에 덮였던 오른쪽 능선은 제 모습을 보이지만, 왼쪽 능선 은 여전히 비구름이 덮여있고, 북서쪽에 우뚝 선 가야할 암봉 위로도 안개가 내려온다.

나무계단

오른쪽능선

가야할 북서쪽 암봉이 안개에 가리고

 

날씨가 흐려지며 안개가 능선을 타고 내려오지만 아직은 가야할 능선의 가까운 봉우리들은 뚜렷하다. 기암들이 우쭐우쭐 솟은 사이로 등산로가 가볍게 오르내리며 고도를 높이고, 때로는 산죽 밭을 지난다. 12시 5분, 백운동 주차장 1.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벼랑중턱에 걸린 목제통로를 건넌다. 홀연히 한순간 안개가 걷히더니 가야할 암봉이 모습을 보인다. 온통 기암 덩어리의 암봉이다. 가히 만물상이라 하겠다. 날씨가 좋아 계곡까지 떨어지는 암봉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장관이겠다.

가야할 눈앞의 봉우리

뒤돌아 본 지나온 암봉

이정표

기암 위의 대원들

가야할 암봉 1

가야할 암봉 2

 

12시 15분, 서성재 1.7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며 심원골을 굽어본 후, 또 다시 나무계단을 올라 암봉에서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본다. 이어 계단을 내려서며, 안개 사이로 절벽을 바라보고, 밧줄에 매달려 암봉을 오른다. 안개 속의 고사목과 한줄기 가냘픈 나무가 그림 같다. 암봉 위 안개 속에서 대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해발고도가 이미 1000m를 넘어선 지점이다. 안타깝게도 안개가 점점 짙어진다. 눈앞에 가야할 또 다른 암봉이 안개 속에 흐릿하다.

암릉에서 심원골을 굽어보고

암봉에서 지나온 능선을 바라본다.

로프가 걸린 암봉

안개 속의 고사목

기암 곁에서의 식사

가야할 암봉

 

12시 53분, 머리조심 팻말이 세워진 안부에 내려섰다 계단을 오른다. 계단중턱에 기암이 돌출해 있어 무심히 오르다가는 머리를 다치겠다. 한동안 가파른 암릉지대가 계속되고, 형형색색의 기암들이 시선을 끈다. 계단이 하늘을 향해 뻗어있다. 1시 31분, 상아덤 안내판을 지난다. 만물상능선이 끝나는 지점이다. 산행시작 후 2시간 31분이 지나 시각이다.

기암 1

기암 2

하늘로 뻗은 계단

상아덤 안내판

 

1시 37분, 이정표가 있는 서성재 넓은 공터에 이른다. 많은 대원들이 삼삼오오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나도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서성재는 2007년 3월 수도지맥을 할 때, 장자동고개에서 두리봉을 거쳐 상왕봉칠불봉을 오른 후, 이곳에서 동쪽능선과 용기골을 지나 백운동 주차장으로 하산한 적이 있어 낮이 익은 곳이다.

서성재 이정표

점심식사를 하는 대원들

 

1시 50분,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아름다운 목재통로를 지나 상왕봉으로 향한다. 2시 7분, 상왕봉 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돌 많은 거친 길을 가파르게 오른다. 2시 16분, 암릉구간으로 들어서니, 다시 구불구불 계단길이 이어진다. 서성재 이후는 철 계단이다. 안개 속에서 암봉과 거대한 기암들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고도가 높아지며 안개는 더욱 짙어지고, 간간이 이는 바람 속에서 더위를 잊는다.

아름다운 나무통로

거친 돌길

철 계단

안개 속에 숨은 봉

안개속의 기암

기암 1

기암 2

 

2시 44분, 상왕봉 200m전방, 칠불봉 갈림길에 이른다. 바로 눈앞의 칠불봉이 안개 속에 떠있다. 가 보아야 안개뿐일 터라, 사진만 찍고 상왕봉으로 향한다. 종을 엎어 놓은 것 같은 모습의 상왕봉이 안개 속에 뿌옇게 보이는데, 어느 순간 안개가 잠시 걷혀 상왕봉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행운을 누린다. 2시 51분, 공터를 지나 해인사 경내로 들어서고, 4분 후, 해인사 갈림길에서 오른쪽 상왕봉으로 오른다. 올라가 보아야 조망도 없겠지만, 정상주라도 한 잔 마시려면, 상왕봉 마저 빼 먹을 수야 없지 않은가?

갈림길에서 본 칠불봉

상왕봉

 

3시 경, 정상에 올라 정상석을 카메라에 담고, 짙은 안개를 바라보며 정상주 두어 잔을 마신 후, 3시 7분, 다시 해인사 갈림길로 돌아와 하산을 시작한다. 3시 10분, 해인사 3.8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안개 속의 가파른 암릉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3시 31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이어 산죽 밭을 지난다. 안개가 심하지만 그래도 비는 내리지 않아 다행이다.

정상석

해인사 갈림길

이정표

산죽 밭

 

3시 45분, 마애불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4시 1분, 해인사 1,9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이어 왼쪽 토신골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울창한 잣나무 숲 산책로를 유장하게 걷는다. 4시 27분, 공원지킴터를 지키는 아저씨와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하고, 4시 41분, 해인사로 들어서서, 잠시 경내를 둘러보고 일주문을 나선다.

울창한 잣나무 숲

해인사 범종각과 구광루

대웅전

일주문

 

해인사 비석거리를 지나, 차도를 버리고, 인도로 들어서서 주차장으로 향한다.

비석거리

길상탑

안내문

비림

안내판

 

5시 10분, 대형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올라, 갈아입을 옷을 들고, 슈퍼 뒤 계곡으로 들어서서 시원하게 알탕을 한 후, 맥주 두어 잔을 마시니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이어 산악회가 마련한 음식으로 식사를 한 후, 주위를 둘러본다. 버스는 6시가 조금 넘어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버스가 출발하자 등반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무사히 산행을 마쳐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후, 맨발로 남을 불쾌하게 하거나, 의자를 너무 뒤로 젖혀 뒷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말라는 등의 꼭 필요한 주의사항을 유머러스하게 에둘러 말한다. 자신만을 위해 타인에 대한 배려를 무시하는 행위들이 비일비재하지만, 손님들의 눈치를 보느라, 이런 사실에 눈을 감아버리는 많은 산악회와는 다른 모습이다.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진다.

 

(2010.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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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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