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봉에서 본 954m봉과 운달산
경북 문경시 산북면에 위치한 운달산은 백두대간 상의 대미산(1,145m)에서 남쪽으로 분기한 운달지맥 위에 가장 높게 솟은 산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산세가 부드러워 운달산을 육산으로 보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도처에 암릉과 기암괴석들이 숨어 있다. 운달산 서릉의 성주봉(891m)과 종지봉(598m)이 대표적인 암봉들 이다.
이화령에 서면 동쪽으로 우뚝하게 보이는 운달산은 주흘산과 조령산, 희양산, 백화산등 주변 명산에 비하면 발길이 적은 편이지만 오히려 그 덕에 때 묻지 않은 호젓함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 운달산이라는 이름은 ‘구름에 가 닿는다.’는 뜻으로, 하늘에 오른다는 얘기가 되지만, ‘해탈이 경지에 올랐다’는 뜻의 운달조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는 설도 있다.
성주봉 정상에서 전개되는 조망이 일품이다. 북으로는 갈평리와 용연리분지 위로 대미산에서 포암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웅장하고, 동으로는 954m봉과 그 뒤로 운달산이 하늘금을 긋는다. 남으로는 법장골 건너로 조항령, 단산으로 이어지는 운달지맥이 한눈에 와 닿고. 남서로는 문경읍이 백화산과 함께 보이는가 하면, 서쪽으로는 주흘산이 우뚝하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2010년 6월 29일(화)
뉴가자 산악회에서 운달산 산행을 안내한다. 코스는 A, B 두 가지이다.
A 코스 : 성주사-종지봉-성주봉-운달산-문바위-김룡사-주차장(12Km/5시간 30분)
B 코스 : 주차장-김룡사-장군목-운달산-문바위-김룡사-주차장(9Km/4시간)
산행코스(A)
회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뉴가자 산악회는 분위기가 좋다. 매 산행 시 마다 45인승 버스에 자리가 모자라 운영진들은 복도에 보조의자를 놓고 앉아간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괴산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했던 버스는 9시 46분, 당포 1리 마을 회관 앞에 도착하고, 모든 대원들이 하차하여 둥글게 둘러서서,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5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나타나 법석을 떠는데도 내다보는 사람조차 없는 한적한 마을인데, 길가에 핀 화사한 접시꽃이 외지인들을 반긴다.
당포 1리 마을회관 옆에 보이는 석비
마을을 지키는 접시꽃
B 코스를 택한 10여명의 대원들은 다시 버스에 오르고, A 코스를 택한 대원들은 9시 54분, 선두대장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주위를 둘러보느라 최후미로 쳐져 이들의 뒤를 따른다. 문경 요를 지난다. 이상하다. 가야할 종지봉이 자꾸 뒤로 멀어 멀어지고, 왼쪽으로 성주봉이 모습을 보이는데도, 선두대장은 임도를 따라 계속 동쪽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지도를 꺼내 확인을 하는데, 앞섰던 대원들이 되돌아 내려오고 있다.
알바를 하면서 본 종지봉
되돌아오는 대원들
버스에서 내렸던 마을회관을 지나 조금 더 내려서니, 다리를 건너, 성주사로 이어지는 넓은 시멘트도로가 보인다. 10시 19분, 이 도로를 따라 오르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약 25분 동안 헤매다 비로소 들머리를 찾아 든 것이다. 이어 안동권씨 사당을 지나고, 오른쪽의 팬션 같은 건물 뒤로 보이는 성주봉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10시 27분, 성주사를 지난다. 대웅전을 비롯한 불전들을 새로 짓고 있어, 돌탑들로 둘러싸인 치성소만을 카메라에 담고, 종지봉을 향해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뒤돌아 본 들머리 입구
성주봉
성주사 치성소
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씨라 따가운 햇살은 피할 수 있으나 습도가 높아 무덥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금방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른다. 슬랩지대에 들어서서, 완만한 슬랩을 오르다, 뒤돌아 당포리 마을과북서쪽으로 포함산을 바라본다.
완만한 슬랩
당포리 마을
슬랩이 가팔라지고 로프가 걸려있다. 여자대원 한 사람이 로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가파른 슬랩을 네 발로 기어오른다. 록 크라이밍 훈련을 받은 모양이이다. 로프를 잡고 대슬랩을 오르면 등산로는 정면에 보이는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우회로에 성주봉 1번 지점을 알리는 119 표지판이 보인다.
로프의 도움으로 대슬랩을 오르고
성주봉 1번 지점
11시 9분, 로프가 두 줄 드리워진 직벽 아래에 이른다. 선두대장이 중간에서 스틱을 받아 주는 등 대원들을 돕고 있다. 11시 13분, 직벽을 올라 전망바위에서 포함산을 카메라에 담고, 2분 후, 종지봉(598m)에 오른다. 좁은 정상에 돌탑이 보이고, 제일 윗돌에 누군가가 검은 매직으로 종지봉이라고 써 놓았다.
종지봉 아래 직벽
북서방향의 포함산
종지봉 정상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종지봉을 내려선다. 11시 20분, 로프가 걸린 2단계 직벽에서 대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도 선두대장이 중간에서, 밧줄을 잡고 내려오는 대원들을 안심시키며, 발 놓을 곳을 알려주고 있다. 기다리는 동안 건너편에 보이는 헬기장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2단계 직벽
건너편의 헬기장봉
11시 29분, 안부에 내려선다. 성주산 2번 지점을 알리는 119 표지판이 보인다. 이어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여,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안부에 내려섰다, 가파른 암릉을 오른다. 12시 6분, 위험지역을 알리는 팻말을 지나니, 또다시 로프가 걸린 직벽이다. 차례를 기다리며 건너편의 무명봉과 그 좌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위험 팻말
또 다른 직벽
가야할 무명봉
봉 오른쪽
봉 왼쪽
12시 14분, 직벽을 내려서서 성주봉 3번 지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는 안부를 지닌다. 이어 밧줄이 걸린 직벽을 올라, 12시 33분, 무명봉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성주봉과 운달산을 바라보고, 안부로 내려서며 오른쪽으로 보이는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12시 36분, 로프가 걸린 짧은 암벽을 올라, 소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암름길을 걷는다. 오른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성주봉 3번 지점
직벽
성주봉과 운달산
지나온 암봉
평탄한 암릉길
정체구간도 지나고 대원들은 모두 앞서 나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참을성 있게 뒤따라오는 선두대장이 자꾸 신경에 걸린다. 천천히 뒤 따라 갈 터이니, 앞서라고 길을 비켜준다. 선두대장이 괜찮겠느냐고 묻는다. 많이 뒤지 지는 않을 터이니 걱정 말라고 대답한 후 뒤로 쳐진다. 성주봉이 눈앞에 가까운 지점이다. 12시 48분, ‘등산로 아님’ 팻말이 있는 능선안부를 지나고, 가파른 암릉길을 오르다, 나뭇가지 사이로 954m봉을 가까이 보고, 1시 2분, 성주봉에 오른다. 정상석, 이정표, 그리고 성주봉 안내판 등을 둘러본다. 정상 조금 아래, 너른 공터에, 모든 대원들이 함께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한 옆에 자리를 잡고 나도 점심식사를 한다.
가까이 본 성주봉
정상석
산행들머리를 출발하여 2시간 40여분 만에 약 5Km 떨어진 성주봉에 오른 것이다. 성주사를 지나 오르막길로 들어선 후 평탄한 길은 한 군데도 없이, 오르면 내려서고, 내려섰다가는 오르기를 반복하는 험한 암릉길을, 습도 높은 무더위 속에서, 걷다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몸도 많이 지치는 느낌이다. 아이스박스에 넣어 온 차가운 캔 막걸리를 마시며 산악회가 준 떡으로 식사를 한다. 무전기로 교신하는 소리가 들린다. B 팀은 이미 운달산에 도착했다고 한다. 선두대장이 식사가 끝난 사람들은 앞서 출발 하라고 독촉을 한다. 나도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1시 16분, 약 2.1km 떨어진 운달산으로 향한다.
성주봉 출발
이정표는 운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바로 가리키고 있으나. 우리들은 위험구간인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가파른 우회 사면 길에 로프가 매어져 있어 다행이다. 1시 29분, 이정표가 있는 고주골 갈림길에서 직진하고, 6분 후 본 능선으로 진입하여, 가볍게 오르내리는 능선을 따라 빠르게 진행한다.
우회 사면길에 걸린 로프
고주골 갈림길 이정표
1시 46분, 커다란 암봉이 다시 길을 막자,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며 이를 우회한다. 7분 후, 안부를 지나고, 이번에는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로프가 걸린 가파른 암릉을 오른다. 2시 17분, 석굴을 지난다. 여전히 가파른 암릉길이 이어진다. 비 오듯 흐르는 땀으로 바지까지 흠뻑 젖었다. 가파른 암릉을 천천히 오른다. 속이 메스껍고 기분이 이상하다. 언뜻 탈진 직전의 상태라는 느낌이 든다.
석굴
2005년 7월 23일, 금남호남정맥의 마지막 구간인 강정골재에서 모래재까지의 15.2Km를 산행할 때인데, 10Km 정도를 진행한 후 대부분의 대원들이 탈진상태에 빠져, 오룡동 고개로 탈출한 적이 있다. 그날도 오늘처럼 습기가 많은 무더운 날씨라 많은 땀을 흘리고 나니, 속이 메스껍고 아랫배에 힘이 하나도 없어, 걷기가 무척 힘들었다.
아직 갈 길은 멀고, 탈출할 곳도 마땅치 않은 이곳에서 탈진상태에 빠지면 큰일이다. 2시 20분, 954m봉 바로 아래에 있는 커다란 소나무 밑에 앉아, 우선 위(胃)를 달래기 위해,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위스키를 꺼내 두 어 모금 마시고, 이어 포카리스웨트로 수분을 공급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한다. 다행히 위가 안정이 되는 느낌이다. 식염 포도당 2알을 복용한 후, 954m봉으로 오른다.
954m봉 아래 소나무 밑에서 위를 달래고
954m봉을 내려선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진다. 다행이다. 후미그룹을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내서 달린다. 저 앞에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는 대원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커다란 바위가 길을 막고, 등산로는 암릉을 좌우로 우회한다. 사면길이 점차 가팔라진다. 레스트 스텝(Rest Step)으로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며 천천히 진행하여, 3시 18분, 후미그룹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운달산 정상에 오른다. 성주봉에서 2.1Km,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구간을 2시간 만에 오른 것이다.
대원들 뒷모습이 보인다.
이정표
삼각점
정상석
3시 20분,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김룡사 주차장까지 남은 거리는 약 5Km이다. 3시 31분, 헬기장에서 선두대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왼쪽으로 내려서라고 일러준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하산길이 지루하다.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터라, 나무뿌리들이 울툭불툭 튀어나온 맨땅길이 미끄럽다. 4시 26분, 이정표가 있는 화장암 위 삼거리를 통과하고, 4분 후, 화장암을 지나 돌이 많은 임도를 따라 내린다.
헬기장봉 이정표
삼거리 이정표
4시 37분, 취수장에 이른다. 왼쪽 골짜기에서 먼저 내려온 대원 두 사람이 족욕을 하고 있다. 나도 물속으로 뛰어들어 발을 식히고, 상의를 벗고 땀을 닥아 낸다. 이윽고 후미대장이 모습을 보인다. 4시 50분, 서둘러 뒷정리를 하고 일행들 뒤를 따른다. 4시 57분, 이정표가 있는 대성암 입구를 지나고, 아름드리나무들 사이로 이어지는 멋진 임도를 따라 내린다.
취수장
족욕을 한 계곡
멋진 임도
임도를 따라 올라오던 오토바이 한 대가 멈춰서더니 수고했다라며 타라고 한다. 생전 처음 타 보는 오토바이다. 오토바이는 앞섰던 대원들을 순식간에 제치고 신나게 달린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버스기사 양반이 식당 오토바이를 타고 마중을 나온 것이다. 5시가 조금 넘어 오토바이는 식당에 도착하여 나를 내려주고, 나머지 사람들을 태우러, 다시 임도를 거슬러 오른다. 식당으로 들어서서, 막걸리 3잔을 연거푸 비우고 된장국에 밥을 말아 식사를 한다. 이어 여자대원 두 사람이 함께 오토바이로 도착하고, 마지막으로 선두대장이 대원 한 사람과 걸어서 내려온다. 이윽고 뒤풀이가 끝나고, 5시 45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주차장 앞에 있는운달산 등산안내도
구간별 시간.
운달산! 멋진 산이다. 무덥지 않은 가을철에 오늘 우리가 걸은 A코스를 여유 있게 산행을 하면서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도상거리 약 12Km라고 가볍게 보고, 무더운 날씨에 A 코스를 택했다가 탈진직전까지 이르렀던, 7시간의 힘든 산행이었다.
산행을 시작할 때는 선두에서 들머리를 찾고, 위험한 암릉, 암벽구간에서는 대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보살핀 후, 맨 마지막에 하산을 한 선두대장의 올 코트 프레싱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10.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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