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본 신선대
구름다리
지리산 세석평전에서 삼신봉으로 뻗어 내린 긴 남부능선이 섬진강에 가라앉기 전, 평사리 벌에 우뚝 치솟은 봉우리가 성제봉이다. 국립지리원이 발행한 지형도에는 '형제봉'으로 표기돼 있지만 악양 사람들은 이와 관계없이 여전히 성제봉이라 부르고, 정상석에도 성제봉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암봉과 암릉으로 이어지는 멋진 산세가 매력적인데, 5월이면 만개한 철쭉이 미끈한 능선과 너른 산 사면을 온통 뒤덮어 장관을 이룬다. 화개면에서는 매년 5월 중순 철쭉이 만개할 때 철쭉제를 연다.
하얀 철쭉
성제봉 능선이나 암봉에 서면,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와 악양들이 눈 아래 펼쳐지고, 영호남을 가르는 아름다운 섬진강 물줄기가 하얀 백사장을 끼고 굽이굽이 흐른다. 그뿐인가 눈을 들어 섬진강 건너편을 바라보면 매화마을이 가깝고, 그 뒤로 멀리 백운산, 매봉 쫒비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산줄기가 웅장한데, 정맥 산줄기에서 조금 벗어난 억불봉이 독특한 모습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끝내주는 조망이다. (관련자료 발췌)
지나온 능선과 섬진강
2010년 5월 15일(토).
‘산이 좋은 사람들 MLP'를 따라 악양의 성제봉을 간다. 전 같으면 무박산행으로 계획하여야 할 곳이 지금은 도로사정이 많이 좋아져, 당일산행지가 됐지만 서울에서 하동까지는 여전히 먼 길이다. 하여 산악회에서도 평소보다 출발시간을 30분 앞당겨, 천호역에서의 출발시간을 7시로 공시한다. 하지만 출발 전날 늦게 문자메시지로 출발시간이 7시 20분으로 변경되었다고 알려온다. 사연인즉 단체 팀 8명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출발 전부터 삐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7시 20분이 지났는데도 버스는 나타나지 않는다. 천호역 부근의 도로공사로 길이 막히기 때문이란다. 7시 35분이 되어서 비로소 버스가 모습을 보이고, 마지막 경유지인 상일동을 지나 경부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한 시각이 8시 경이다. 산악회에서 예정하는 산행시간이 5시간 30분이니, 버스 안에서는 벌써부터 귀가시간을 걱정하는 소리가 웅성웅성 들린다.
어찌된 일인지 버스는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로 진입하더니, 9시 7분, 정안휴게소에서 정차한다. 산악회에서는 1분 1초가 아까우니, 화장실만 들렀다, 9시 20분까지 전원 탑승해 달라고 당부한다. 정안휴게소는 고속버스환승장이 된 이후 주차장은 복잡하기가 말 할 수 없고, 화장실은 전쟁터다. 화장실 변기에서 넘쳐 나온 오물이 바닥에 흥건하다. 하필 왜 이런 휴게소에 들렀는지 알 수가 없다. 9시 20분, 출발시간인데도 대원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화를 하고, 찾아 나서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9시 30분, 중년 남자가 고개를 빳빳이 든 채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호남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전주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17번 국도를 타고 달린다. 신호등도 많고, 과속단속 카메라도 자주 눈에 뜨이는 2차선 국도다. 버스는 커다란 화물차 뒤를 따른다. 추월할 생각이 전혀 없는 모범운전이다. 서울에서 하동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은 대전에서 대전 통영 간 고속도로로 진입하여 달리다, 산청에서 59번 국도로 갈아타고 하동으로 들어서는 방법이겠다. 이런 숏 커트를 버리고 왜 멀리 도는 길을 택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버스는 남원휴게소에서 두 번째로 머문다. 산악회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도 역시 신사 한분이 출발 예정시간보다 5분 늦게 차에 오른다. 버스가 출발하자 오늘 산행을 총괄하는 78세 된 고문님이 마이크를 잡고 산행 코스를 설명한다. 본인도 그렇고, 다른 두 대장, 어느 누구도 아직 성제봉을 다녀온 경험이 없다며, 본인이 선두를 서겠다고 한다. 아울러 이제 12시경이면, 버스가 산행 들머리에 도착하겠으니, 4시까지는 하산할 수 있도록 모든 대원들이 몸을 빨리 움직여 달라고 당부한다. 식사 후 , 5시에 서울로출발을 하고, 11시 경에 서울에 도착해야,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겠다는 이야기이다. 산행시간 5시간 30분이 졸지에 4시간으로 줄어든다.
버스는 19번 국도를 타고 섬진강변을 달린다. 화개장터를 지난 버스는 외둔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왼쪽 도로변의 한신사 입구 표지를 보고, 왼쪽 주차장으로 들어서서 정차한다. 이때의 시각이 12시 7분이다.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서둘러 너른 도로를 따라 한신사로 향한다. 조금 오르니, 길가에 ‘한신사 900m’를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다소 경사는 있으나 대형관광버스도 충분히 통행이 가능한 고갯길이다. 도로를 한 구비 돌아 오른다. 오른쪽으로 섬진강이 내려다보인다.
한신사 입구 주차장 도착
섬진강과 건너편 매화마을
12시 26분, 고개 마루턱에 오른다. 왼쪽에 등산안내도와 이정표가 있는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성제봉으로 오르는 주 등산로다. 직진하여 도로를 따라 내리면 한신사를 지나 최참판 댁으로 갈 수가 있다. 외둔에서 0.8Km 떨어진 고도 160m의 지점이다. 산길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산행코스는『외둔-고소산성-통천문 -봉수대-신선대-헬기장/철쭉제단-성제봉-샘터-대나무숲-청학사-노진마을회관』으로 이정표에 표시된 거리로 약 11Km 정도다.
등산로 입구의 이정표
오늘의 등산코스
울창한 숲 사이로 뚜렷한 등산로가 완만하게 이어진다. 비록 끝자각 이지만 그래도 지리산 줄기이다 보니, 등산로 주변에 아름드리 고목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커다란 바위들이 우뚝우뚝 길을 막는다. 12시 33분, 묘 1기를 지나자 능선이 가팔라진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10시 37분, 이정표가 있는 한신사 삼거리 안부를 지난다. 이곳의 높이가 260m다. 5.3Km 떨어진 성제봉의 고도가 1115m이니, 이곳과의 고도차는 850m가 넘는다는 이야기이다. 앞길이 어느 정도 가파를지 가히 짐작 할 수 있겠다.
고목과 바위 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
한신사 삼거리 이정표
12시 44분, 고소산성을 향해 통나무 계단을 오르다, 고소성 안내판을 카메라에 담고, 남문 터를 넘어서니, 이정표가 있는 공터에서 72세의 짝궁 선배가 사진을 찍고 있다. 성벽을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외롭게 혼자 누워있는 강릉 유씨 부인의 유택을 지나, 성벽 위에 올라선다. 너른 악양 들판과 동정호, 그리고 섬진강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그림 같은 풍광이다. 시선을 서쪽으로 돌린다. 섬짐강 너머로 억불봉, 쫓비산, 그리고 멀리 백운산 정상 부분이 시야에 들어온다.
고소성으로 이어지는 계단길
고소성 안내판,
성벽
성벽 위에서 본 악양들, 동정호, 그리고 아름다운 섬진강
섬진강 건너편의 산줄기
잠시 성벽 위를 걷는다. 옆으로 나지막하게 퍼진 보기 좋은 소나무 한 그루가 성벽을 지키고 있고, 가야할 방향, 저 멀리에 성제봉 정상이 모습을 보인다. 12시 49분, 이정표가 있는 한신사와 주차장 갈림길을 지나고, 통나무 계단을 올라, 12시 54분, 405m봉을 넘는다.
성벽 위의 소나무
405m봉
12시 56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 최참판댁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6분 후, 첫 번째 철계단을 올라서서 가야할 암봉을 올려다본다. 1시 8분, 암봉 위에선다. 동쪽으로 너른 악양벌과 칠성봉(899m)을, 서쪽으로 섬진강과 지나온 능선, 그리고 백운산 등 힘차게 뻗어 내리는 호남정맥 줄기를 바라본다. 시원한 조망이다.
첫 번째 철계단
가야할 암봉
악양벌과 칠성봉
지나온 능선
섬진강과 장쾌한 호남정맥 산줄기
1시 9분, 통천문을 지나고, 로프가 설치된 가파른 소나무 숲 능선을 오른다. 1시 20분, 586m봉에 오르고 삼거리 안부를 지난다. 활짝 핀 철쭉과 노송 사이로 멋진 등산로가 기분 좋게 이어진다. 1시 24분, 봉수대의 허물어진 돌무더기 위에서 성제봉 정상을 바라보고, 4분 후, 3거리 안부를 지나 통나무계단을 오른다.
통천문
로프가 걸린 가파른 오르막
철쭉과 노송
봉수대 돌무더기
등산로가 가볍게 오르내리며 고도를 높인다. 정면으로 시야가 트이며, 가야할 신선대와 성제봉 정상이 보인다. 이어 두 어 차례 오른쪽 보문사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지나고, 1시 59분, 철계단을 올라 전망바위에 선다. 160도 방향으로 지나온 능선과 억불봉, 그리고 백운산을 바라본다. 다시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 2시 5분, 조망이 좋은 암봉에서 신선대를 가까이 본다.
암봉, 신선대, 그리고 성제봉
지나온 능선, 억불봉, 백운산
가파른 철계단
암봉
신선대와 성제봉
안부에 내려섰다, 2시 21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산죽 밭을 통과한다. 하얀 철쭉꽃이 푸른 산죽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거대한 암봉인 신선대가 앞을 막는다. 등산로는 두 개의 암봉 사이로 가파르게 이어진다. 2시 34분, 능선에 올라, 암봉 사이로 지나온 능선를 굽어보고, 4분 후 왼쪽 철계단을 올러, 신선대 위에 선다.
푸른 산죽과 하얀 철쭉
올려다 본 신선대
두 개의 암봉 사이로 바라본 지나온 능선
신선대에 걸린 철계단
신선대 위에서 보는 풍광이 장관이다. 까마득한 절벽 위에 구름다리가 걸려있고, 눈앞에 우뚝한 1054m봉으로 오르는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지나온 능선과 섬진강이, 그리고 동쪽으로 칠성봉과 악양벌이 펼쳐진다. 구름다리를 건너 긴 철계단을 내려서고, 로프가 걸린 암릉을 올라, 신선대를 뒤돌아본다.
구름다리와 1054m봉
구름다리를 건너고
뒤돌아 본 신선대
2시 48분, 암봉을 내려서서, 강선암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고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하는 철쭉능선을 오른다. 하얀 철쭉 한 그루가 시선을 끌더니, 조금 더 오르자, 이번에는 연분홍 철쭉이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마주 오는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철쭉꽃 사이로 이어지는 통나무 계단 길을 오른다. 뒤돌아본 신선대로 이어지는 꽃밭능선이 장관이다. 고도가 높아지자 산 사면에 가득한 철쭉은 이제 꽃망울이 맺힌 상태다, 일주일 쯤 지나 꽃이 만개하면 가히 장관이겠다.
암봉을 내려서고
강선암 갈림길 이정표
샘터 갈림길 안부
분홍 철쭉
뒤돌아 본 신선대
3시 10분, 조망안내판, 형제봉 철쭉제단 등이 있는 헬기장에 오른다. 1054m봉이다. 헬기장을 지나니, 성제봉이 가깝다. 3시 16분, 안부에 내려서고, 오르막길을 올라, 3시 27분, 함안이공과 밀양박씨의 합장묘에서, 지나온 1054m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1분 후, 이정표를 지나, 표지석이 있는 정상(1115.5m)에 오른다.
형제봉 안내석
형제봉 철쭉제단
성제봉
뒤 돌아본 1054m봉
이정표
정상석
조망이 좋은 정상에 앉아, 정상주를 마시고 간식을 들며, 약 15분 동안 휴식을 취한다, 이어 북쪽 건너편의 1117m봉 뒤로 빼꼼이 고개를 내민 천왕봉을 확인한 후, 성제봉을 내려서서 앞에 보이는 1117m봉으로 향한다. 3시 44분, 안부에 내려선다. 오른쪽 계곡의 등산로를 폐쇄한다는 안내판이 보인다. 하지만 땅에 깔린 산악회 종이 표지판은 폐쇄된 등산로로 하산하라고 지시를 하고 있다. 한동안을 망설이다, 고문님을 선두로 우리 일행은 계곡길로 하산을 시작한다.
1117m봉과 그 위로 머리를 내민 지리산 천왕봉
등산로 폐쇄 안내문
하지만 나중에 하산해서 선두그룹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앞에 보이는 형제 2봉인 1117m봉에 올라 삼각점을 확인하고, 이정표가 지시하는대로 능선을 타고 청학사로 내려서는 길이 올바른 길이다.또 하나,악양 사람들은 헬기장과 철쭉제단이 있는 1054m봉을 형제봉, 정상석이 있는 1115.5m봉을 성제봉, 그리고 삼각점이 있는 1117m봉을 형제 2봉으로 부르는 모양이다.
각설하고, 급경사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샘터를 지나고, 너덜지대를 내려선다. 험한 길이다. 4시 40분, 대나무 숲을 지나고, 시멘트 길로 나와, 청학사에 이른다. 작지만 아담한 절이다. 4시 52분, 장승들이 서 있는 청학사 입구를 지나고, 5시 10분,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노진마을회관에 도착한다. 휴식시간 15분을 포함, 총 5시간 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너덜지대
대나무 숲
청학사 대웅전
약사전
청학사 입구
노전마을회관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마을회관 수돗물로 땀을 닦고, 웃옷을 갈아입은 후, 뒤풀이 자리로 끼어든다. 시원한 막걸리로 갈증을 풀고, 된장국과 밥으로 허기를 달랜다. 이윽고 후미그룹이 도착하여 식사를 끝내자, 버스는 6시 7분,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갈 때는 올 때와는 달리 장수에서 통영, 대전고속도로로 진입한 후, 대전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달린다. 10시 15분 경, 버스는 동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한다.
(2010. 5. 17.)
* 이후 성제봉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TIP.
- 서울에서 통영, 대전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산청까지 가고, 산청에서 59번 국도로 하동에 도착한 후, 19번 국도를 타고 북상하여 노전마을에 도착한다.
- 노전마을회관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청학사를 둘러본 후, 계곡길이 아닌 능선길을 택해 형제2봉(1117m)에 오르고, 이어 성제봉(1115m)-형제봉(1054m)-신선대-봉수대-통천문-고소산성-159m봉-한신사-최참판댁을 거쳐 상평마을 주차장에 도착한다.
- 귀경 루트는 올 때의 역순으로 잡는다.
'기타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경(秘景) (0) | 2012.12.17 |
---|---|
백암산, 대봉산, 산방산 연계산행 (0) | 2012.12.17 |
인왕산(仁王山, 338m )과 북악산(北岳山, 342m ) 성벽길 순례 (0) | 2012.12.17 |
덕룡산(德龍山, 432m) (0) | 2012.12.17 |
와룡산(臥龍山, 798.6m) (0) | 2012.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