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본 산방산
기념관 안뜰에서 만난 천마동상
2010년 6월 9일(수)
정 산악회를 따라 거제도의 백암산, 대봉산, 산방산을 연계산행 한다. 초여름인데도 한여름의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런 무더운 날씨인데도 45인승 버스에는 빈자리가 하나도 없다. 정 산악회의 평판이 좋아서인지? 산행지가 매력이 있어서인지? 알 수가 없다.
오늘 산행코스는 『팔골재(3.1Km)-백암산(2.4Km)-대봉산(2,0Km)-산방산(2,5Km)-산방마을』로 도상거리 약 10Km에 산악회의 예상 산행시간은 5시간이다. 백암산(493.3m), 대봉산(460.2m)은 별다른 특색이 없는 평범한 산이지만, 산방산(507.2m)은 거제 10대 명산에 들 만큼 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산행코스
경남 거제시 둔덕면 산방리에 위치한 산방산은 거제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산이다. 거제대교를 넘어 왼편으로 해안 길을 잡으면 바로 눈앞으로 우뚝 솟아있다. 정상에는 큰 바위산 세 개가 빼어난 경관을 연출하여 섬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싶어질 정도다.
산 정상에 서면 왼쪽으로 한산섬이 보이고, 저녁 무렵이면 낙조가 장관을 이룬다. 거제도에 가뭄이 들면, 대대로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났다고 하는데, 지금도 산 정상에서 10M 아래에 무지개 터가 있고 주위에 기우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무지개 터라 부르는 그곳은 바위 틈새로 사시사철 물이 똑똑 떨어져 작은 우물이 생긴 곳이다. 특히 산방산 정상의 삼봉 분지 흙색깔이 다섯 가지의 색을 띄고 있다 하여 오색토라 부르고, 산허리에는 작은 석굴암이 있다.
산 입구에 있는 청마 유치환선생의 생가(生家)와 기념관, 그리고 산골짜기의 보현사가 둘러볼 만한 곳이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7시 20분, 천호역을 출발한 버스는 인삼랜드 휴게소와 덕유산 휴게소에서 잠시 머문 후 먼 길을 달려내려, 11시 54분, 산행들머리인 팔골재에 도착한다. 버스정류장 표기가 옥산고개라고 되어 있어 대원들이 잠시 혼란스러워하지만 선두대장은 묵묵히 고개마루턱을 지나 오른쪽 돌계단으로 대원들을 안내한다.
팔골재
버스정류장 표기는 옥산고개
돌계단을 오르고, 김해김공의 합장묘를 지나 산길로 들어선다. 무성한 잡목 사이로 희미한 등산로가 가파르게 이어진다. 썩은 나무 등걸에 발 뿌리가 걸리고 잡목넝쿨이 몸에 휘감겨온다. 팔골재에서 백암산까지는 거제지맥의 마루금이다. 따라서 맥꾼들이 지나다니는 희미한 등산로가 나 있지만, 일반등산객들은 다니지 않는 곳이라 흡사 정글 속 같은 분위기이다.
묘역을 지나고,
이런 곳이라 앞사람들의 진행이 늦는데도, 뒤 따라오는 사람은 바짝 다가서서, 이따금씩 머리로 배낭을 들이받기도 한다. 산행 시 앞사람과는 최소한 2m 정도의 거리를 두는 것이 예의다. 안전을 위해서도 이정도의 거리 확보는 필수인데, 몰라서 그러는 건지, 알고도 실행을 않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산행 시 이처럼 안전거리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산악회에서도 이런 기본 에티켓 정도는 반복해서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을 터인데도 아직까지 실행하는 곳은 한군데도 보지를 못했다. 12시 9분, 238m봉을 넘고 이어 만나는 Y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238m봉
안부로 내려서는 길이 여러 가닥이다. 삼삼오오 무리를 이룬 대원들이 서로 앞서나가려고 이길 저길로 들어섰다, 제 길을 찾아드느라고, 서로 부르며 한바탕 난리가 난다. 12시 14분, 정글 같은 첫 번째 안부에 내려서고, 4분 후 두 번째 안부를 지나,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진다.
정글 같은 첫 번째 안부에 내려서고
12시 22분, 돌담만 남아 있는 폐묘를 지나고,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12시 27분, 송전탑을 통과하자, 등산로가 다시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12시 29분, 비로소 잡목 숲이 끝나고 울창한 송림이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군데군데 허물어진 긴 돌담이 보인다. 2시 45분, 바위지대를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12시 47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돌담만 남은 묘
T자, 좌
12시 48분, 통나무 계단을 오르고, 2분 후, 고도 약 380m 정도의 봉우리를 넘는다. 이어 커다란 바위를 왼쪽으로 우회하여, 12시 55분, 성벽이 무너진 돌무더기를 지나니, 420m봉이다. 오른쪽으로 백암산이 가까이 보이는데, 등산로는 왼쪽으로 가파르게 떨어진다.
통나무 계단
성벽이 무너진 돌무더기
12시 59분, 너른 안부에 내려선 후, 백암산을 향해,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오른다. 1시 3분, 송전탑을 지나고, 점차 고도가 높아지자,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북동쪽으로 멀리 삼성중공업이 보인다. 조금 더 올라서서, 이번에는 계룡산 줄기와 그 아래 에 펼쳐진 서상리를 굽어보고, 푸른 거제만을 카메라에 담는다. 1시 21분, Y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몇 발자국 옮기니, 나뭇가지에 표지기들이 요란한 백암산 정상이다. 정상석은 없고 삼각점만 눈에 뜨인다.
송전탑을 지나고
북동쪽의 삼성중공업
백암산 오르다 본 왼쪽 파노라마
백암산 정상의 삼각점
주변의 무성한 나무들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옥산치를 향해 남쪽 능선을 내려선다. 만약 백암산 정상에서 뚜렷한 길을 따라 직진하게 되면 개금치를 지나 거재대교로 이어지는 거제지맥 마루금을 걷게 된다. 실제로 선두보다 앞장서서 질주하던 대원 몇 사람이 직진하여 알바를 하고, 개근치, 옥동을 거쳐, 대봉산을 오르느라 무더위 속에서 무척 고생을 한다. 울창한 밀림 속으로 등산로가 가파르게 떨어진다. 햇빛도 잘 들지 않는 울창한 숲속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진다. 1시 24분, 송전탑이 있는 너른 공지, 땡볕 아래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대원들을 만나, 함께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한다.
땡볕아래 아래 공지에서 식사
1시 34분, 짧은 휴식을 마치고 산행을 속개한다. 가파른 능선으로 산길이 끊겼다 이어졌다를 반복하고, 표지기도 보이지 않는 곳을, 앞선 대원들의 족적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1시 56분, 79번 송전탑을 지나고, 2시 4분, 363m 봉에 오른 후,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옥산치로 내려선다. 도로를 건너 산길로 들어서는 대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옥산치
대봉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정비가 잘 돼있고, 간간이 표지기들도 눈에 뜨인다. 모처럼 편한 길을 따라 산책하듯 유장하게 걷는다. 2시 24분, 402m봉을 오른쪽 사면으로 우회하고, 2시 48분, 너른 능선을 따라 오르니, 오른편 안쪽에 대봉산 정상 표지목이 보인다. 자칫 모르고 지나기가 십상이겠다.
대봉산 정상
정상목
잡목과 잡초를 말끔하게 베어낸 신작로가 이어진다. 등산로가 이처럼 시원하면 한결 힘이 덜 드는 느낌이다. 2시 53분, 이정표가 있는 시멘트도로에 내려서고, 이를 건너, 맞은편의 너른 등산로로 들어선다. 이정표는 산방산 까지 남은 거리가 1.35Km라고 알려준다.
잡초와 잡목을 말끔하게 정비한 등산로
이정표
3시 2분, 438m봉을 넘고, 5분 후, 임도에 내려선다. 임도 건너편, 이정표와 나무 의자가 있는 곳에서 정 회장과 후미대장이 뒤에 오는 대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후미보다 한발 앞서 진행하다, 적당한 곳에서 후미를 기다려주는 이런 배려가 정 산악회에 많은 대원들이 모이는 까닭인 모양이다.
임도 건너편에서 후미를 기다리는 정 회장과 후미대장
여전히 신작로가 이어진다. 작은 둔덕을 하나 넘자, 산방산이 눈앞에 다가온다, 이어 암릉길을 지나고, 3시 20분, 철 계단에 올라 한동안 주변의 아름다운 조망을 즐긴다. 북쪽으로 백암산, 동북쪽으로 지나온 능선을, 그리고 남동쪽의 거제만과 남쪽의 산달도를 카메라에 담는다. 멋진 조망이다.
암산 방향의 조망
지나온 능선
거제만
산달도
두 번째 철 계단을 오르고 이정표가 있는 보현사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3시 28분, 산방산 정상(507.2m)에 오른다. 암봉 위에 정상석, 삼각점, 이정표, 그리고 조망안내판이 보인다. 조망안내판을 참고로 주위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남서쪽으로 소록도, 한산도, 바다 건너 통영의 미륵도가 보이고, 남쪽으로는 산달도 와 거제만의 많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지나온 능선과 거제항이 그림 같다. 바위에 걸터앉아 정상주를 마시며 한동안 멋진 조망을 음미한다.
보현사 갈림길 이정표
정상석
삼각점
조망안내도
소록도, 한산도, 그리고 바다 건너 미륵도
산달도와 거제만의 섬들
거제항
3시 35분, 아쉽지만 하산을 시작하여 Y갈림길에 이른다. 오른쪽은 전망바위로 가는 길이고 왼쪽이 하산로다. 오른쪽 전망바위에 서서 남쪽 암봉을 카메라에 담고, 서쪽으로 그림같이 펼쳐진 산방리를 바라본다. 이윽고 갈림길로 되돌아와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남쪽의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는 가파르고 거친 길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일반등산로다.
남쪽의 암봉
그림 같은 산방리 풍광
3시 39분, 이정표가 있는 무지개 터 갈림 길에서 오른쪽 부처굴로 내려서고, 10분 후, 부처굴에 도착하여, 이를 잠시 둘러본 후 하산을 계속한다. 3시 56분, 너른 암반 위에 올라, 뒤돌아 산방산을 바라보고, 암릉을 내려선 후, 많은 사람들의 왕래로 속살이 들어난 너른 등산로를 빠르게 달려 내린다.
무지개 터 갈림길
부처굴
안내판
굴 내부
뒤돌아 본 산방산
4시 10분, 이정표가 있는 시멘트도로에 내려선다. 산악회가 깔아 놓은 종이표지판이 도로를 따라 내려오라고 지시를 하고 있다. 도로를 따라 해를 마주 보고 내려선다. 간간이 바람이 불어주어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인기척이 없는 사곡마을을 지나고, 산방 소류지로 내려서자 어느 사이에 길은 포장도로로 바뀌고, 마을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도로 오른쪽으로 보이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마을의 역사를 말해준다.
이정표
마을을 지키는 느티나무
4시 25분 경, 산방마을 입구, 청마기념관 부근에 정차해 있는 버스에 도착하여 우선 냉 막걸리 두 어 잔으로 더위를 쫓고 가까운 화장실에서 젖은 옷을 갈아입은 후 식사를 한다. 다양한 음식이 맛도 좋고 양도 풍성하다. 준비한 막걸리가 동이 난다. 귀로의 버스 속에서 정 회장이 다음부터는 막걸리를 충분히 준비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식사를 끝내고 가까이 있는 청마기념관을 둘러본다. 유치환의 시 ‘깃발’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청마는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사람이다. 서울서 먼 이곳에서 청마기념관을 둘러볼 수 있어 반갑고, 그 기회를 마련해준 산악회가 고맙다.
기념관 입구의 청마흉상
이상의 초상
2층 기념관 내부
5시 30분, 뒤풀이 자리를 정리하고, 버스는 서울을 향하여 출발한다. 서울로의 출발을 서둘지 않고, 여유 있게 진행하는 모습이 좋다.
(2010. 6. 10.)
'기타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달산(雲達山, 1097,2m) (0) | 2012.12.17 |
---|---|
비경(秘景) (0) | 2012.12.17 |
악양 성제봉 (聖帝峰, 1,115m ) (0) | 2012.12.17 |
인왕산(仁王山, 338m )과 북악산(北岳山, 342m ) 성벽길 순례 (0) | 2012.12.17 |
덕룡산(德龍山, 432m) (0) | 2012.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