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량리에 내려서서 본 덕룡산 암봉 파노라마

암릉에서 내려다 본 봄

 

강진 덕룡산은 높이에 비해 산세는 1,000m 산에 견줄 만큼 웅장하다. 창끝처럼 솟구친 험한 암봉이 이어지며 진달래 군락이 많은 산이다. 산을 오르는 내내 남해바다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산을 오르는 묘미이다.

 

웅장하면서도 창끝처럼 날카롭게 솟구친 암봉의 연속, 말 잔등처럼 매끄럽게 뻗는 초원능선 등, 능선이 표출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힘의 진수를 보여주는 산이다. 정상이 동봉과 서봉 쌍봉으로 이루어진 덕룡산은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 자연미를 그대로 지니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날카로운 암봉들의 연속으로 만덕산에서 시작 된 돌병풍이 덕룡산과 주작산을 거쳐 두륜산, 달마산을 지나 송지 해수욕장이 있는 땅끝까지 이른다. 짙푸른 빛깔의 이끼가 끼어 있는 암봉은 바위틈마다 이름 모를 야생화가 피어나 있어 억세면서도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암봉과 암봉을 연결하는 육산은 일단 들어서면 하늘을 볼 수 없을 만큼 키 큰 수풀이 우거져 있어 대자연의 은밀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덕룡산은 산행 중 내내 바다를 조망하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월출산은 물론이며, 수인산, 제암산, 천관산, 완도의 상황봉이 보이고 해남 두륜산의 노승봉과 백운봉 등 산행 중 줄곧 주변을 조망할 수 있다. (이상 한국의 산하에서 발췌)

주작, 덕룡(펌)

 

주작산, 덕룡산의 모습은 봉황이 힘차게 날개를 펼친 모습이다. 가운데 주작산(429m)이 머리, 472m봉이 몸통, 몸통에서 소석문까지는 왼쪽 날개, 오소재까지가 오른쪽 날개이고, 땅끝기맥이 내려오는 첨봉(354m)이 꼬리라고 한다. 그래서 보다 높은 472m봉이 머리에게 정상을 양보하여 429m봉이 주작산이 됐다고 한다. (무주공산 산악회의 장군님 설명) 그럴듯한 이야기다. 왼쪽날개인 덕룡산 암릉지대와 오른쪽 날개인 주작산 암릉지대에 우쭐우쭐 수 없이 솟은 기암과 암봉의 아름다움과 호쾌함이 설악산의 공룡능선에 비유될 정도다.

 

 

가까이 본 덕룡산 암봉

 

2010년 3월 10일(토).
무주공산 산악회를 따라 덕룡, 주작산을 간다. 무주공산 산악회는 산악동호인들의 모임으로 분위기가 무척 좋은 곳이다. 호남정맥을 할 때 한동안 즐겁게 함께 산행을 한 인연이 있었지만, 그 후 1년 가까이 찾아보지를 못하다가, 무주공산이 진달래 산행으로 덕룡, 주작을 택하자 반갑게 따라 나선 것이다. 덕룡산의 진달래는 4월 10일 경부터 15일경까지가 절정이라 하니 시기도 최상이 아닌가?

 

오랜만에 모습을 보였는데도 모든 분들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좋은 분들이다. 버스로 장거리 이동을 싫어하는 분들이 많아, 빈자리가 많다. 덕분에 두 자리를 혼자서 차지하고 앉아 편하게 간다. 잔뜩 흐린 날씨에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지만. 고속도로변의 풍광은 하얀 조팝나무, 노란 개나리들로 화사하다.

 

버스는 천안논산고속도로로 들어선 후, 탄천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다. 일기예보만 믿고, 우중산행 준비를 하지 않은 터라, 2,000원 짜리 일회용 우비를 사서 배낭에 챙긴다. 다시 출발한 버스 속. 10시가 넘자,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떡과 함께 식사를 한다. 새벽 5시 30분경에 식사를 했으니, 이른 점심이라 할 수 있겠다. 차 안에서 냄새를 풍겨 미안하지만, 산행 중 점심시간을 줄여, 일찍 하산한 사람들의 기다리는 시간을 가능한 한 짧게 하려는 눈물겨운 결단이다 보니 동반자들이 십분 이해리라 믿는다.

 

버스가 호남고속도로를 달린다. 장성을 지나면서부터 차창 밖으로 활짝 핀 벚꽃이 보기 시작하더니, 버스가 광산에서 호남고속도로를 버리고 13번 국도를 따라 나주시로 접근하자, 영산강 변의 벚꽃이 흐드러지고, 차안에서는 여자대원들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국도라 버스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 월출산을 바라보며 영암을 지나고, 성전에서 2번 국도를 갈아 탄 후, 강진으로 향한다. 이후 18번 국도를 거치고, 55번 국지도를 달려, 11시 49분, 드디어 버스는 소석문에 도착한다. 먼 길이다 도로변의 좁은 주차장에는 대형관광버스, 승합차, 승용차들로 가득하고, 등산로 입구에는 등산객들이 긴 줄을 만들고 있다.

소석문 도착

 

차에서 내리자마자, 적당한 곳을 찾아 급한 용무부터 해결하고 산행준비를 한 후, 11시 52분, 주차장에 세워진 등산안내도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잠시 사람들이 빠지기를 기다려, 작은 개울에 걸린 다리를 건너며 산행을 시작한다. 돌 많은 가파른 오르막길을 길게 이어진 사람들 뒤를 따라 천천히 오른다. 빗방울이 부슬부슬 떨어지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멈춘다. 오늘 산행은 등산로도 뚜렷하여 알바의 위험도 없고, 많은 인파로 정체가 심해 시간도 참고가 될 수가 없다. 이하 그림을 중심으로 산행과정을 정리한다.

작은 다리를 건너 등산로 입구로 들어서고

암릉길의 정체

암봉을 우회하고

석문리와 강진만

 

아이스케익 장사가 있는 231m봉에 오른다. 신임회장인 백상님이 아이스케익을 사서 회원들에게 돌린다. 조망이 좋은 봉우리이다. 앞에 보이는 것이 292m봉인 모양이다.

231m봉의 진달래와 여인

건너다보이는 292m봉

292m봉에서 본 가야할 능선

석문산과 그 뒤로 보이는 만덕산

 

암봉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진달래 꽃길이 이어진다. 부지런히 앞 선 일행을 뒤쫓는데, 왼쪽 진달래 꽃밭 속에서 점심상을 차리던 대원들이 식사를 하고 가라고 부른다. 점심을 했다 대답하고, 지나치려는데, 그러면 술이라도 한잔 하라고 재차 부른다. 어쩔 수 없이 진달래 꽃밭 속으로 들어선다. 당초에는 주작산까지 간다는 생각이었지만 이제까지의 진행상황을 보아서는 중도 탈출이 불가피하겠다. 그럴 바에야 모두들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즐기려는 모양이다. 여자들이 끼인 식사자리는 항상 음식이 풍성하다. 남자대원들에게 술을 얻어 마시고, 여자들에게 밥도 얻어먹는다. 약 25분 후, 식사할 자리를 찾는 다른 등산객들에게 방을 빼 주고 일어선다.

진달래 꽃길

꽃밭 속의 중식

 

암릉길을 걸으며 주위 조망을 즐긴다. 진달래의 색감이 서로 다르다. 연분홍 꽃이 많지만 짙은 분홍색의 꽃들도 꽤 눈에 뜨인다. 우리민족 정서에 가장 잘 맞는 꽃이 진달래꽃이다. 정다운 누님같이 느껴지는 꽃, 진달래꽃은 아무래도 연분홍 꽃이 제격이다.

봉황저수지와 멀리 서기산

가야할 암봉에도 진달래는 만발하고

연분홍 진달래

짙은 분홍색의 진달래

 

다시 암봉에 올라, 가야할 능선을 바라본다. 아마도 제일 끝에 보이는 두 봉우리가 동봉과 서봉인 모양이다. 마침 인근에서 오신 분의 설명을 듣는다. 덕룡산에는 정상인 동봉, 서봉을 제외하고도 8개의 큰 봉우리가 있는데, 지금 선 곳이 3봉쯤 된다고 알려준다.

3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능선과 멀리 동봉, 서봉

밧줄이 걸린 암릉길

암봉 위의 등산객들

가까이 보이는 동봉과 서봉

 

동봉 0.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갈림길에 이르러, 오른쪽 우회로로 들어선다. 등산로가 지나치게 서쪽으로 떨어지며 능선과 멀어진다. 혹시 하산길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서 갈림길로 되돌아와 암릉길을 택한다. 암릉길에는 안전시설은 없지만 위험하지는 않다. 암릉을 걸으며 가야할 봉우리 4봉과 5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정표

암릉에서 본 4봉과 5봉

 

5봉 직전, 이정표가 있는 만덕공업 갈림길을 지나고, 암릉을 걷는다. 능선 사면에 진달래와 생강나무가 사이좋게 꽃을 피우고 있다. 2시 25분, 이정표와 정상석이 있는 동봉에 올라 가야할 서봉을 바라본다. 점심시간을 빼고, 3Km 떨어진 소석문에서 이곳까지 올라오는데 2시간이 넘게 걸린 것이다.

생강나무와 진달래

동봉 정상석

이정표

동봉에서 본 서봉

 

동봉에서 내려서서 통천문을 지나 서봉으로 향한다. 고도차 때문인지 주변에 꽃망울을 단 진달래가 자주 눈에 뜨인다. 로프가 걸리고 쇠 발받침을 밖아 놓은 절벽을 내려선 후 암릉을 걸으며 오른쪽 능선의 봄을 내려다본다. 이어 정체가 심한 우회로를 거쳐 서봉에 오른다.

통천문

서봉가는 길

동봉에서 내려서는 절벽길

서봉 정상석

서봉 이정표

 

7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길이 유장하다. 안부에 내려서서 서봉을 되돌아보고 7봉으로 가는 암릉에서 편안하게 다리쉼을 하는 등산객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이정표가 있는 수양마을 갈림길을 지나고, 7봉에 올라 8봉으로 향하는 사람들, 그리고 8봉 왼쪽으로 보이는 봉양제와 주작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7봉으로 이어진 유장한 암릉길

뒤돌아 본 서봉

휴식

가까이 본 7봉

수양마을 갈림길 이정표

8봉 가는 길

8봉 왼쪽으로 보이는 봉양제와 멀리 가운데 주작산

7봉 하산길

 

8봉 우회로의 정체가 극심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능선을 탈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겨우 정체구간을 벗어나 안부에 이르러 뒤돌아 8봉을 돌아본다. 이어 작은 너덜지대를 거쳐, 이정표가 있는 수양마을 갈림길을 지나고, 억새와 진달래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너른 평전을 걸으며 지나온 암봉들을 되돌아본다.

8봉 우회로의 극심한 정체

뒤돌아 본 8봉

산죽, 진달래, 그리고 기암

진달래와 억새가 어우러진 평전

뒤돌아 본 평전과 암봉

 

부드러운 407m봉을 넘고, 430m봉을 향하다, 다시 뒤돌아 암봉을 카메라에 담은 후, 무덤과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를 지나 직진하여 작천소령으로 향한다. 이때의 시각이 4시 23분, 이제 늦어도 1시간 이내에 하산을 완료해야, 6시경 서울로 출발, 12시전 서울 도착이 가능하겠다. 속도를 내어 걷는다. 430m봉에서 지나온 길과 가야할 472m봉을 바라본 후 안부를 향해 내려서는데, 430m봉에서 후미대장이 되돌아오라고 소리를 지른다. 후미그룹은 삼거리에서 탈출을 한다고 한다. 되돌아서기가 어정쩡하다. 작천소령에서 탈출하더라도 크게 시간차가 날 것 같지 않아, 앞서 걷는 총무님 핑계를 대고, 직진하겠다고 대답 후 계속 진행한다.

삼거리

지나온 길

가야할 길

 

4시 40분, 안부인 헬기장에 이른다. 472m봉으로 오르는 직진 길은 다시 암릉이고, 왼쪽으로 탈출로가 보인다. 여자대원 두 사람과 나는 이곳에서 탈출하기로 하고, 뒤 따라온 후미대장은 직진하여 혹시 앞서간 사람들이 없나를 확인하기로 한다.

헬기장에서의 탈출

 

진달래 꽃길을 지나 마을로 내려서서 덕룡산 암봉을 카메라에 담고, 관광버스가 서 있는 봉양제로 내려서서, 수양관광공원 주차장의 위치를 묻는다. 도로를 따라 계곡 쪽으로 10분쯤 걸어 오르라는 대답이다. 주차장으로 향하다 삼거리에서 탈출한 후미그룹을 만나 벚꽃이 만개한 도로를 함께 걷는다. 4시 30분 경 꼭대기 주차장에 도착하니, 명예회장님이 막걸리 병을 들고 쫓아 나온다. 버스에 올라 배낭을 내려놓고, 뒤풀이 자리로 끼어드니, 작천소령까지 갔다 탈출한 후미대장도 도착했다고 한다. 후미그룹이 시간에 쫓겨, 3갈래로 나뉘어 탈출을 했지만, 결국 거의 비슷한 시간에 버스에 도착한 셈이다.

봉양제

벚꽃길

 

막걸리와 소주로 하산 주를 즐기고 시원한 국밥에 밥을 말아 시장기를 달랜다. 버스는 6시가 조금 지나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10. 3. 12.)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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