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산
강원도 평창군 진부읍과 대화면 사이에 자리한 잠두산(蠶頭山 1,243m)과 백석산 (白石山 1,364m)은 서쪽으로 평창강, 동쪽에는 오대천을 끼고 있으며, 약 2km의 거리를 두고 같은 능선 위에 솟아있다. 잠두산이란 이름은 정상부분의 암봉이 누에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유래한 이름이고, 백석산은 서쪽에서 보는 암봉이 희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잠두산 정상은 초목이 무성하고, 백석산 쪽으로 하산하는 넓은 능선에는 산죽이 장관을 이룬다. 평전(平田)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넓은 능선의 설경 과 백석산을 오르내리면서 만나는 수빙(樹氷)이 일품이라 특히 겨울산행에 좋은 곳이다.
눈 덮인 산죽밭
수빙
백석산 서편은 기암절벽이고, 북으로는 잠두산이 지척인데, 백적산(1,141m), 계방산 ,오대산이 하늘을 가르고 있다. 동쪽으로는 박지산 상원산이 시야를 가리고 남쪽으로는 가리왕산, 중왕산이 버티고 있어 조망 또한 빼어난 곳이다.
2006년 8월, 계방산 동쪽 1462.3m봉에서 영월에 이르는 약 80Km의 산줄기인 계방지맥을 하면서 지났던 산이다. 한여름, 청정오지의 숲속을 걷는 재미도 좋지만, 이 넓은 능선에 눈이 하얗게 쌓인 절경을 보고 싶어, 겨울에 다시 와 봐야겠다고 다짐을 했던 곳이다.
2010년 1월 23일(토).
반더룽 산악회를 따라 눈 덮인 백석산을 보러간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인데도 30여명이 참여하여, 40인 승 버스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어 보인다. 반더룽 산악회는 처음 참여하는데다, 늦게 신청을 한 때문인지, 배정된 자리가 36번, 맨 뒷자리의 앞줄 창가다. 복도 쪽에 앉은 몸집 큰 젊은이가 졸면서 자꾸 기대오고, 자리 아래 히터에서는 끊임없이 더운 기운이 올라온다. 찜통 같은 좁은 공간에 꼼짝도 못하고 갇혀 있자니 보통 고역이 아니다. 나중에 들으니 이 자리가 제일 나쁜 자리라고 한다. 빈자리도 여러 곳이 있는데, 제일 나쁜 자리를 비워 놓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문막 휴게소에서 25분간 정차한 버스는 영동고속고로를 계속 달려, 장평IC에서 31번국도로 들어서서 대화로 향하다, 신리에서 국지도로 접어든다. 등반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오늘 코스를 설명한 후, 산행시간은 점심시간 30분을 포함, 5시간 30분으로 하고, 하산 후 송어장에서의 식사시간 30분을 감안하여, 4시 정각에 버스가 출발할 예정이라며, 시간을 엄수해 달라고 당부를 한다. 오늘코스는 『모릿재-950m봉-점두산-백석산-마랑치-던지골-대화4리』로 등반대장이 GPS로 측정한 실제거리는 약 10.5Km라고 한다.
개념도(펌)
버스는 10시 15분, 모릿재 터널 입구에 도착하고,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눈 덮인 도로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지난 수요일 비가 내려 꽁꽁 얼어붙은 눈길이다. 2분 후, 돌 표지가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도로를 따라 올라, 10시 25분, 모릿재에 오른다. 왼쪽 백적산 등산로 입구에 이정표가 보이고, 우리가 가야하는 능선은 오른쪽 통신 탑이 있는 절개지를 따라 오른다. 등반대장은 이곳에서 모두 아이젠을 착용하라고 지시한다. 북서풍이 강하게 분다, 몹시 춥다.
모릿재 터널 입구
꽁꽁 언 눈길
모릿재
통신탑 옆 절개지를 오르는 대원들
모릿재와 잠두산의 고도 차이는 500m에 가깝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눈이 얼어붙은 사면은 아이젠을 했는데도 미끄럽고, 오른쪽에서 불어대는 강한 바람에 장갑을 낀 손이 시리다. 아무 생각 없이 눈과 바람 속을 부지런히 걸어 오른다. 코 끝에 와 닿는 공기가 알알할 정도로 투명하고 맑다. 10시 50분, 이정표가 있는 950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왼쪽 나뭇가지사이로 잠두산이 우뚝하다.
이정표가 있는 950m봉
등산로는 좁은 날등으로 이어져 봉우리 하나를 넘고, 안부에 내려섰다, 앞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11시 33분, 잠두산 직전 안부에 내려서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른다.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두 뺨이 얼얼해 온다. 이윽고 바위지대를 통과하여, 11시 42분, 정상표지판이 걸려 있는 잠두산 정상에 오른다. 백적산(1142.2m), 오대산 방향의 조망이 트였다.
좁은 날등길
우회한 봉우리
안부에서 본 고목
바위지대 통과
정상표지판
백적산, 오대산 방향
11시 45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로 되돌아와 백석산으로 향한다. 백석산으로 향하는 눈밭 길은, 능선이 바람을 막아주어, 포근하다. 산죽들이 하얗게 얼어붙은 눈을 무겁게 이고 있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파랗다. 11시 53분, 길가 전망바위에 서서 250도 방향으로 신리마을과 북쪽의 백적산을 바라본다.
눈밭길 1
눈밭길 2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
신리마을 방향
백적산
완만한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정면으로 시야가 트이며 백석산이 가깝다. 안부에 내려서자 넓은 눈밭이 펼쳐진다. 12시 12분, 눈 속에 깊게 박힌 발자국들을 따라 완만한 오르막 능선을 천천히 오른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60도 방향으로 박지산이 다가온다.
가까이 보이는 백석산
눈밭 1
눈밭 2
박지산
백석산으로 오르는 눈꽃 길은 문자 그대로 환상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자주 멈춰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점입가경이다. 시야가 트이며 지나온 잠두산과 그 뒤로 백적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수빙이 일품이다.
눈길1
눈길2
눈밭 속의 고목
수빙1
가까이 본 정상
수빙2
계방산 방향
12시 49분, 백석산 정상에 오른다. 눈 덮인 헬기장 한 귀퉁이에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약 5분 동안 정상에 머물며 주위를 둘러보고 하산을 시작하여 다시 환상의 눈꽃 길을 걷는다.
백석산 정상
정상표지판과 서쪽 조망
동쪽 조망
가리왕산
하산길의 눈꽃
1시 12분, 봉우리 하나를 넘어선다. 대원 5~6명이 눈밭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합류하여 어한주를 마시고 빵과 과일로 가볍게 간식을 한 후, 1시 29분, 산행을 속개한다. 주위의 아름다운 눈꽃을 즐기며 편한 내리막길을 유장하게 걷는다. 1시 38분, 이정표가 있는 마랑치에서 오른쪽 가파른 길로 내려선다. 계방지맥은 직진하여 계속능선을 따라내려 중왕산 방향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나온 봉우리
마랑치
대화리 하산길
급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몹시 미끄럽다. 1시 48분, 첫 번째 돌탑을 지나고, 이어 밧줄이 드리워진 사면 길을 걷는다. 2시 22분, 계곡에 내려서서 계곡 길을 따라 내리다, 두 번째 돌탑을 본다. 2시 29분, 임도로 들어서고, 잠시 이를 따라 내리다, 표지기들릐 안내로 왼쪽으로 들어선 후, 2시 31분, 돌 표지가 있는 임도 삼거리에 이르러, 직진하여, 던지골로 향한다.
로프가 걸린 사면 길
두 번째 돌탑을 만난 계곡 길
임도 3거리 이정표
임도 3거리에서 뒤돌아 본 백석산
2시 38분, 도로변의 첫 번째 펜션 계단에 앉아, 아이젠과 스패츠를 벗어 챙기고, 2시 47분, 개가 요란하게 짖어대는 송어펜션을 지나, 도로변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오른다. 선두대원 중 일부가 송어장 횟집에서 식사 중이고, 후미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버스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송어펜션
3시 30분 경, 모든 대원들이 도착하자,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10.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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