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도
물 빠진 갯벌에 얹힌 배들
지난주에는 전국에 한파가 몰아치고 남부와 서해안 지방에는 폭설이 내리는 등 여의치 못한 날씨로 산행도 중단한 채 집안에 틀어박혀 쿰부히말 트레킹 후기를 정리하다 보니 답답하고 몸이 뒤틀리는 느낌이다. 다행이 크리스마스가 끼어 있는 이번 주에 들어, 날씨가 많이 따듯해지며, 정상기온을 되찾는다.
산악회들이 안내하는 산들을 훑어보지만 적당한 곳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고민 끝에 겨울바다 구경도 할 겸 가까운 무의도(舞衣島)를 찾기로 하고, 사촌동생과 10시에 공항철도 종점인 인천국제공항역 출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8시 집을 나선다. 경기도 인천시 중구 무의도동에 속하는 무의도는 섬 모양이 춤추는 무희의 옷자락 같다하여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큰 무의도, 소무의도, 실미도의 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무의도는 인천국제공항 바로 코앞에 있고, 큰 무의도에는 서해의 알프스라 불리는 호룡곡산(244m)과 국사봉(230m)이 있다. 세계적인 공항으로 널리 알려진 인천국제공항은 영종도와 용유도, 그리고 그 사이 작은 섬인 신불도와 삼목도를 연결하는 총연장 17.3km의 방조제를 쌓아 조성한 1,700만 평의 부지에 건설됐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8배나 되는 면적이다.
인천국제공항과 무의도
고속버스터미널에서 9호선으로 갈아탄다. 9호선은 처음 타 본다. 9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에는 긴 무빙 워크, 가파른 에스컬레이터들이 설치되어 있고, 환승노선과 여러 갈래의 출구로 복잡한데, 마침 출근시간이라 인파로 붐빈다. 지하철에 탑승한 후, 1시간 여 만에 김포공항역에 도착한다. 급행도 있지만 시간이 충분하여 갈아타는 번거로움을 피한 것이다. 공항철도를 타러 이동하다 차를 기다리고 있던 사촌동생을 만난다. 이윽고 열차가 도착하고, 10시가 조금 넘어, 종점인 인천국제공항역에 서 내린다.
공항 3층, 5번 게이트 앞에서 잠진도 선착장으로 가는 222번 버스가 매시간 20분에 있다. 10시 20분, 정시에 도착하여, 우리들을 태우고 출발한 버스는 10시 34분, 잠진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무의도를 출발한 카페리가 입항하는 모습이 보인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왕복 대인 2,000원), 10시 44분, 승선한다. 커다란 카페리는 배를 돌리는가 싶더니, 10분도 채 못 되어 큰무리선착장에 도착한다. 싱겁다.
3층 5번 게이트,
카페리 뒤로 보이는 무의도
여객터미널
무의도 도착
상륙
선착장에는 섬 남쪽 샘꾸미까지 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버스를 타고, 샘꾸미로 가서 호룡곡산을 오른 후, 국사봉을 거쳐, 큰무리선착장으로 하산하는 약 3시간짜리 코스를 택한다. 하지만 우리는 3시간 코스는 좀 싱겁다고 보고, 버스를 외면한 채, 정면에 보이는 계단으로 향한다. 우리가 택한 코스는 『큰무리선착장-당산-봉오리재-국사봉-구름다리-호령곡산-하나개유원지-실미도-큰무리선착장』으로 약 5시간 정도 걷는 길을 택한다.
10시 54분, 주위가 어수선한 들머리 계단에 이른다. 젊은 등산객 두 사람이 계단을 내려온다. 인사를 하고 어디서 오느냐고 물었더니, 호룡곡산에서 온다며 약 2시간 30분이 걸렸다고 한다. 계단 옆의 등산로 안내도를 카메라에 담고, 10시 55분, 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들머리의 나무계단
등산로 입구의 안내판
계단을 오르니, 이정표와 표지기들이 안내를 한다. 잡목 숲 사이로 넓은 등산로가 완만하게 오른다. 사람들이 많이 다닌 황톳길이 지난주의 추위로 딱딱하게 굳어져있다. 11시 10분, 산행을 시작한지 15분 후다, 잎이 다 떨어진 참나무 숲 여기저기에 긴 의자가 놓여 진 당산에 오른다. 고도계를 보니 125m다. 조망이 별로라 바로 왼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내린다.
넓은 등산로
당산
11시 17분, 전망바위에 서서 오른쪽의 실미도를 굽어본다. 바닷물이 빠져 큰무의도와의 사이에 육지가 들어나 보인다. 오늘은 11시 26분부터 오후 4시 26분까지 걸어서 섬을 왕래할 수 있다고 한다. 실미도는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사건 이후, 이에 대한 보복을 위해 북한공작원들을 비밀리에 훈련시킨 섬으로, ‘실미도’라는 제목의 영화 이후, 일반에게도 널리 알려진 섬이다.
전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실미도, 물이 빠져 육지가 들어나 보인다.
11시 21분, 관광버스가 정차해 있는 고도 50m 정도의 실미고개에 내려선다. 왼쪽은 큰무리마을, 오른쪽은 실미해수욕장 가는 길이다. 국사봉은 직진이다. 이정표는 국사봉까지의 거리가 1.8Km라고 알려준다. 직진하여 넓은 황톳길을 천천히 오른다. 2분 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국사봉 가는 길은 왼쪽 오르막이다. 직진 길은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다.
관광버스가 정차해 있는 실미고개
실미고개 이정표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작은 봉우리에 이른다. ‘2001, 보2’라고 표기된 삼각점이 보인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뒤섞인 숲길을 걷는다. 길가에 긴 의자들이 놓여있는 산책길이다. 오른쪽의 바다는 썰물 때라 먼 곳까지 갯벌이 들어나 보이는데, 소나무 숲으로 부는 바람소리가 파도소리를 내고 있다.
삼각점
소나무 숲 산책길,
11시 38분, 이정표가 있는 실미도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호젓한 숲길을 가벼운 기분으로 천천히 걷는다. 숲속으로 불어오는 바닷바람 소리가 호젓한 숲길의 정적을 깬다. 11시 41분, 헬기장을 지나며, 정면으로 올라야 할 국사봉을 바라보고, 2분 후 이정표가 있는 봉오리재에 내려서서, 직진하여 국사봉 오르막길을 오른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선착장 가는 길이다.
실미도 갈림길에서 직진하고
헬기장에서 본 국사봉
봉오리재에서 본 큰무리마을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11시 48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나무 계단을 오르고 이어 전망바위 위에 서서 탁 트인 서해바다를 굽어본다.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점점이 떠 있을 섬들을 보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12시 1분,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의 전망대 위에 서서, 조망안내판의 도움을 받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앙상한 관목사이로 이어지는 계단길
전망바위에서 본 서해바다
T자 능선의 이정표
전망대
벼락 맞은 바위, 마당바위 방향의 조망
12시 9분, 국사봉과 호룡곡산 갈림길에 이르러, 왼쪽 국사봉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고, 12시 11분, 너른 전망대가 설치된 국사봉 정상에 도착한다. 일산에서 왔다는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전망대를 가득 메우고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동쪽으로 전망대를 내려선 한 귀퉁이에 정상석이 초라하게 서 있다. 왜 이처럼 좁은 정상에 이리 큰 전망대가 필요할까? 이해하기가 어렵다.
국사봉, 호령곡산 갈림길
정상에 마련된 너른 전망대에서 식사하는 등산객들
전망대 한 귀퉁이에 초라하게 버려진 정상석
정상에서 남쪽으로 보이는 호룡곡산, 오른쪽의 하나개해수욕장. 그리고 영종도와 잠진도 방향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고, 소란스런 정상을 서둘러 내려선다. 왼쪽으로 밧줄이 걸린 가파른 길이 보인다. 재배기로 이어지는 옛길이다. 직진하여 호룡곡산 갈림길로 되돌아와 왼쪽의 완만한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남쪽의 호룡곡산
서쪽의 하나개 해수욕장
북쪽의 잠진도, 영종도
내리막길이 점차 가팔라진다. 12시 21분, 국사봉 오르는 옛길과 돌아가는 길이 갈리는 안부를 지나고, 5분 후, 고도 180m 정도의 작은 봉우리에 오른다. 조망대 표지판이 있는 이 봉우리에서 지나온 국사봉을 돌아보고, 왼쪽으로 개안마을을 굽어본다. 다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12시 34분, 국사봉 1Km, 호룡곡산 1.5Km를 알리는 이정표와 긴 의자가 있는 삼거리에서 직진하여 황톳길 안부를 지나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국사봉 가는 2개의 길
조망대 표지판이 있는 작은 봉우리에서 뒤돌아 본 국사봉
왼쪽으로 보이는 개안마을
황톳길 안부
12시 39분, 이정표와 국사봉 안내판이 있는 재배기고개에 이르러 구름다리를 건넌다. 왼쪽으로 보이는 포내마을에 ‘하늘지기’라는 이름의 예쁜 건물이 눈길을 끈다. 재배기고개에서 호룡곡산으로 오르는 길은 삼림욕장 길이다. 북쪽을 향해 누워있는 잘 손질된 묘들을 지나, 1시 5분, 조망대 표지판이 있는 작은 봉우리에 오른다. 바위 위에서 바라보는 소무의도가 그림 같다. 오른쪽으로 호룡곡산 정상이 가까워, 바닷바람을 막아 준다. 멋진 풍광을 내려다보며 점심식사를 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배재기 고개의 이정표
국사봉 안내판
구름다리
예쁜 모양의 건물
호룡곡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삼림욕장길
조망대
조망대서 본 그림 같은 소무의도
아무리 명당자리라지만 정상을 코앞에 두고 여기서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겠다. 도사가 아니면 정상이 바로 옆에 있는지도 모르는 초보자 정도일 것이다. 도사도 초보자도 아닌 우리들은 잠시 소무의도를 바라 본 후 정상을 향해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1시 11분, 호룡곡산 0.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1시 17분, 이정표, 등산안내도, 정상석, 전망대 등이 있는 호룡곡산 정상에 오른다.
호룡곡산 정상
정상석
전망대에서 조망안내판을 참고로 하여 서쪽바다를 바라보지만 대부도, 영흥도, 덕적도 등 큰 섬들도 보이질 않는다. 환상의 길, 하나개해수욕장, 국사봉을 카메라에 담고, 점심식사를 할 만한 곳을 찾아보지만 차가운 바닷바람을 피할 마땅한 곳이 눈에 뜨이질 않는다. 할 수 없이 1.8Km 떨어져 있는 하나개유원지를 향해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전망대의 조망안내판
대부도 방향, 허나 섬은 보이질 않는다.
하나개해수욕장
국사봉
1시 22분, 이정표가 있는 국사봉 갈림길을 지나고, 서해알프스 안내판을 만나 오른쪽으로 내려서다, 바람을 막아 주는 바위 아래 길가에 자리를 잡고, 점심상을 펼친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백세주와 보드카의 혼합주로 반주를 한 후, 집사람이 싸준 주먹밥을 먹는다. 바람은 막아주지만, 햇볕이 비치지 않는 응달이라, 조금 지나니 벌써 춥게 느껴진다. 서둘러 과일과 커피까지 마신 후, 2시경 산행을 속개한다.
서해알프스 알림판
내리막길이 생각보다 순하다. 2시 11분, 호랑바위를 지나면서 비로소 이 길이 환상의 도로로 이어지는 길이 아니고, 하나개유원지로 이어지는 삼림욕장 길이라는 것을 안다. 한 무리의 여자들이 마주 올라온다. MT를 온 초등학교 선생님이라고 한다. 저 아래 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인다. 물이 빠진 바다는 멀리까지 갯벌이 이어진다. 헌데 이상한 것은 갯벌이 해수욕장 모래사장 보다 높아 보인다. 착시 현상인가?
호랑바위
안내판
해수욕장, 물 빠진 갯벌이 높아 보인다.
얼음이 얼은 계곡을 지나, 2시 26분, 하나개유원지 입구에 내려선다.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려면 매표소에서 표를 사야한다. (2,000원) 매표소 아가씨에게 하나개해수욕장에서 해안을 따라 실미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이 있느냐고 묻는다. 아가씨 대답은 갯벌을 지나고, 산을 넘어야 하는데 길은 없다며, 많은 등산객들이 같은 질문을 한다며 웃는다. 실미해수욕장을 가려하는데 어떻게 가면 좋으냐고 재차 묻는다. 도로를 따라 내려서다, 구름다리 있는 곳에서 왼쪽 등산로로 진입하여 국사봉을 넘거나, 이곳에서 마을버스를 타라며, 마침 들어오는 봉고차를 가리킨다.
호룡곡산 삼림욕장 입구,
하나개유원지 입구
마을버스인 봉고차를 타고 구름다리를 지나,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달린다. 2시 45분, 봉고차는 실미해수욕장 입구에 우리들을 내려준다. 역시 매표소가 있다. 대인 2,000원, 경노는 얼마냐고 묻자 1,000원이란다. 표를 사고 안으로 들어선다. 4시까지 실미도에서 나와야한다고 직원이 주의를 환기시킨다. 실미도 안내판을 지나 물이 빠진 바닷길로 들어선다.
실미유원지 입구
실미도 안내판
바닷길이 열린 실미도
징검다리
굴 따는 주민
실미도로 건너온다. 제일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파도에 밀려 쌓인 하얀 굴 껍데기 들이다. 모래사장을 지나 섬의 북쪽 모퉁이를 돌아선다. 돌투성이의 해안이 으스스하다. 되돌아 바닷길로 나와 낙조의 실미도 남단을 카메라에 담고, 실미해수욕장으로 건너온다.
해안에 쌓인 굴 껍데기
돌 많은 북쪽해안
낙조
실미해수욕장
실미해수욕장을 나와 실미고개를 넘는다. 길가에 예쁜 팬션들이 눈길을 끈다. 3시 42분, 큰무리마을로 들어서서 해안도로를 따라 선착장으로 향한다. 물 빠진 개펄에 배들이 얹혀있다. 선착장에 도착하여 4시 배를 타고, 4시 10분 경, 잠진도 선착장에 내린다. 버스도착 시간은 4시 30분이다. 그 버스를 타면 인천공항까지 내처 갈 터이니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다. 5시 30분, 막차를 탈 셈으로 도로를 따라 영종도로 향하다. 왼쪽에 보이는 조개구이 집으로 들어선다.
팬션 1
팬션 2
조개구이 소(小)를 주문한다. 40,000원. 심양에서 왔다는 예쁜 아줌마가 열심히 조개를 구워준다. 두 사람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해물 칼국수 주문도 생략하고, 아줌마에게 수고비 5,000원을 주고, 5시 30분 밖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린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고, 5시 50분경, 인천공항에서 내린다.
잠진도 조개구이 집
6시 경, 공항철도 역에 도착한다. 직행차가 기다리고 있다. 승차를 하려니, 여자승무원이 표를 보여 달라고 한다. 카드를 찍고 나왔다고 하니, 무슨 카드냐고 또 묻는다. ‘별 이상한 아가씨 다 있네.’라고 생각하며, “경노 카드.”라고 대답하자, 3,000원을 더 내야한다고 한다. 직행은 공짜가 없는 모양이다.
직행은 떠나고, 5분 쯤 후 일반 차량이 들어온다. 널찍하고 쾌적한 차량이다. 2년 전 한남정맥을 하면서 처음 탓을 때는 텅텅 비었던 공항철도가 이제는 제법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 특히 짐이 적은 젊은 해외여행객들, 외국인들이 눈에 많이 뜨인다. 김포공항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며 급행을 이용한다. 집에 도착하니 8시가 채 못 된 시각이다.
(2009. 12. 24.)
* 인천공항에서 매시 20분에 출발한 222번 버스는 장진도 선착장에서는 매시 30분에 나온다. 평일 막차는 5시 30분, 금요일, 토요일은 6시 30분이다. 이 버스 외에 인천공항 3층, 3번과 5번 게이트 앞에서, 302번, 306번, 308번 버스가 15분 간격으로 영종도 끝, 잠진도 입구를 지난다. 버스에서 내려 15분 쯤 걸으면 잠진도 선착장이다. 나올 때도 마찬 가지다. 15분 쯤 걸어 나와 이들 버스를 타면 1시간씩 기다리는 불편이 없이 공항에 도착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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