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선 철도가 휴전선에 막혀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멈추는 곳에 고대산이 솟아있다. 경기도 최북단인 연천군 신서면 신탄리와 강원도 철원군 사이에 있는 고대산은 정상에서는 북녘의 철원평야와 6ㆍ25 때 격전지인 백마고지(白馬高地), 금학산(金鶴山:947m)과 지장봉(地藏峰:877m)ㆍ북대산(北大山)ㆍ향로봉(香爐峰)은 물론 한탄강(漢灘江) 기슭의 종자산(種子山)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경원선 최북단 신탄리
분단의 한, 망향의 한이 굽이쳐 북녘이 그리울 때, 멀리서나마 북녘땅을 바라볼 수 있는 3대 명산으로 고대산, 복계산(福桂山.1057m), 지장봉(地藏峰·877m)을 꼽는다. 해마다 6월이면 분단 상황을 체험해보려는 많은 등산인들이 고대산을 찾는다. 수려한 전망과 적당한 코스 등 최적의 산행코스를 갖췄음에도 전략적 요충지라는 이유로 웬만한 지도에는 감춰진 산이다.
철원평야와 구름에 가린 북녘 땅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여태껏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 산이 간직한 매력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매력은 역에서 산행 들머리 까지 걸어서 불과 10여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한국의 산하에서 집계한 ‘인기명산 100’ 가운데 75위를 점한다.(이상 ‘한국의 산하’에서 펌)
고대산 지도
2009년 10월 14일(수)
신탄리로 가는 국철은 동두천에서 매시 50분에 출발하고, 신탄리에서 동두천으로 나오는 기차는 매시 정각에 있다.(요금 편도 1,000원, 경노 500원) 동두천까지는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으니 교통비의 부담 없이 편리하게 오갈 수가 있는 곳이 바로 고대산이다.
동두천역에서 매제와 사촌동생을 만나 9시 50분발 기차를 탄다. 평일 오전인데도 열차 안에는 승객들이 제법 많다. 정시에 출발한 열차는 전곡, 연천을 지나 중부전선의 최전방으로 접근하지만 아직 추수를 하지 않은 황금빛 들녘은 무척 풍요롭고 평화롭기만 하다. 열차가 신망리역, 대광리역에 도착하자, 등산복 차림의 승객들이 많이 내리고, 오히려 10시 37분에 도착한 신탄리역에서 내리는 등산객들은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추수가 끝나지 않은 황금 벌
신탄리역 도착
역 주변이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열차 승강장에는 화분에 심은 꽃들이 화사하고 역사 주변도 화분과 넝쿨아치로 곱게 단장을 해 놓았다. 차에서 내려 선로를 따라 북쪽으로 걸어본다. 북으로 뻗은 선로는 계속 북으로 이어져 있지만, 건널목에는 차단기도 보이지를 않고, 허술한 녹색 비닐 망이 처져 있을 뿐이다. 되돌아와 역사로 향한다. 왼쪽에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구호 아래 철도종단점임을 알리는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경원선 종단점
철마는 달리고 싶다.
신탄리 역사
역 앞 광장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곧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향하고, 건널목을 넘어서면 왼쪽에 고대산상회가 보인다. 도로 양쪽으로 식당과 민박집들이 즐비하다. 공터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안개 긴 고대산이 가깝다.
기차가 끊긴 건널목을 지나고
안개 낀 고대산
10시 55분, ‘아름다운 숲 고개산’ 아치가 있는 고대산 입구에 도착한다. 문이 닫힌 매표소와 고대산 등산안내도가 보인다. 제1등산로 쪽은 도로공사를 하느라고 막아 놓아, 왼쪽 시멘트 도로를 계속 따라 오른다. 왼쪽에 ‘욕쟁이 할머니 집’ 식당이 보이지만 문이 닫혀있다. 11시, 공사 중인 너른 공터에 이르러, 정면에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제2등산로 입구로 들어선다. 등산로와 산림보호 안내를 담은 팻말이 보인다.
고대산 입구
제2등산로 입구의 안내문
울창한 낙엽송 숲 사이로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어젯밤에 내렸던 비로 더욱 싱그럽게 느껴지는 숲 속을 천천히 걸어 오른다. 이윽고 오르막길이 가팔라지며, 11시 13분, 이정표와 119표지판이 있고 벤치가 놓여 진 제3등산로 갈림길에 오른다. 습기 때문에 땀이 많이 흐른다. 조끼를 벋어 배낭에 챙기고, 오른쪽 능선 길을 따라 오른다.
아름다운 낙엽송 숲길
제3갈림길 이정표
등산로가 점차로 가팔라지고 험해진다. 왼쪽에 낡은 토치카가 보인다. 11시 22분, 벤치가 있는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우뚝 선 커다란 바위를 지나고, 11시 27분, 다시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에 오른다. 두 번째 제3코스 갈림길이다. 붉게 물든 화사한 단풍이 폐타이어로 둘러싸인 황폐한 참호와 대조를 이룬다.
제2,3등산로 갈림길 이정표
참호와 단풍
암릉이 이어지고 경사가 가팔라지자 통나무 계단이 이어진다. 11시 32분, ‘고대산 2-4(말등바위)’ 119 팻말을 지나고, 이어 이정표가 있는 말등바위에서 평화로운 신탄리를 굽어본다. 다시 구불구불 이어지는 통나무 계단 길을 한동안 올라, 11시 52분,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로프가 쳐진 사면 길을 통과한다.
암릉길에 이은 통나무 계단 길
말등바위
신탄리
말등바위 이정표
12시 10분, 이정표가 있는 칼바위 전망대에 선다. 대광봉, 삼각봉, 고대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 철원읍과 백마고지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곳이다. 전망대에 있는 등산안내도가 고대산의 3개의 등산코스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고, 아울러 “고대산(高臺山)이란 이름의 유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고개산의 지명은 큰고래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하는데 이것은 신탄(薪炭)지명에서 연루된 것으로 보이며 "방고래"(땔나무를 사용하는 온돌방 구들장 밑으로 불길과 연기가 통하여 나가는 고랑을 고래하고 함)를 이르는 것으로 고대산은 골이 깊고 높아 고대산 (高臺山)이라고 한다.”
칼바위 전망대
고대봉, 삼각봉, 대광봉
등산 안내도
이정표는 칼바위에서 정상까지의 거리가 1.3Km라고 알려준다. 칼바위에서부터 칼날암릉이 한동안 이어지고 양쪽에는 로프가 쳐져있다. 위험을 알리는 팻말도 보인다. 암릉길이라 시야가 트인다. 유장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오른다.
칼날능선 1
굽어본 대광리
칼날능선 2
12시 20분, 칼바위 능선 꼭대기 전망대에 서서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고, 길게 이어지는 통나무 계단 길을 올라, 단풍이 고운 능선 길을 걷는다. 12시 35분, 절벽 끝에 서서 제1등산로로 이어지는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통나무 의자가 놓인 갈림길에서 고대산 정상을 바라본 후, 12시 43분 대광봉에 오른다.
지나온 능선
단풍이 고운 암릉길
제1코스에서 오르는 능선
대광봉
대광봉에서 한동안 주위를 둘러본 후, 평탄한 능선길을 따라 삼각봉으로 향한다. 능선에서 보는 조망이 빼어나다. 남서쪽으로 내산리로 흐르는 능선과 우뚝 솟은 석봉(630m)이 아름답고, 남쪽으로는 보개봉, 지장산으로 흐르는 능선이 웅장하다. 너른 능선 군데군데 연통 같은 것이 보인다. 아마도 지금 우리는 토치카 위를 지나는 모양이다.
내산리로 흐르는 능선과 석봉
보개봉-지장산 능선
토키카 위를 지나고
12시 51분, 이정표가 있는 삼각봉을 지나고, 모노레일 선로가 지나가는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다, 뒤돌아 삼각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1시 1분, 정상석(832m)과 삼각점<철원 307/ 2007 재설>이 있는 고대봉에 오른다. 정상은 시멘트 헬기장이다. 120도 방향으로 금학산(946.9m)이 가깝고, 160도 방향의 보개산(752m) 방향의 능선에는 또 다른 헬기장이 보는데, 30도 방향으로 철원평야가 시원하다.
삼각봉 이정표
모노레일과 고대봉
정상석
금학산과 그 앞의 보개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30도 방향의 조망
헬기장 위에 자리를 잡고 점심상을 펼친다. 그늘이 없어도 더운 줄을 모르겠다. 오히려 땀이 식으며 선선하게 느껴진다. 정상주를 마시고, 김밥과 컵라면으로 식사를 한다. 벌써 컵라면이 어울리는 계절이다. 부담이 없는 산행이다 보니 점심시간이 길어진다. 2시 3분, 식사를 마치고, 제3코스로 이어지는 나무계단을 내려선다.
제3코스로 하산
2시 12분, 이정표와 경고판이 있는 부대 앞에서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져 폐타이어 계단으로 내려선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경사가 급한 곳에는 철주를 박고 로프를 연결해 놓았다. 2시 34분, 목재계단 길을 지나고, 2시 57분, 이정표가 있는 표범바위 앞에서 오른쪽으로 100m 떨어져 있는 표범폭포로 향한다. 와이어 로프가 설치되고 스텐 홀더가 박힌 암릉길이다.. 폭포에 내려서지만, 지금은 물이 말라 높은 절벽일 뿐이다. 수량이 많으면 장관이겠다.
부대로 이어지는 길의 철조망
목재계단 길
표범바위
표범폭포
3시 18분, 교량공사가 한창인 작업장을 지나, 비포장도로를 따라 내리고, 1분 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이어 3시 24분, 오전에 지났던, 제2코스 갈림길 능선에 올라, 직진하여 0.8Km 떨어진 매표소로 향한다. 3시 31분, 제1코스, 제3코스가 갈리는 공터에 내려서서 도로를 따라 걷는다.
교량공사
갈림길 이정표
3시 35분, 주차장 화장실에서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서둘러 역으로 향하여, 4시 차를 탄다. 5시경, 동두천역에 도착하여 지하철로 바꿔 타지만, 소요산을 다녀오는 사람들로 빈 좌석이 하나도 없다. 앉아서 가려면 전철역종점인 소요산역에서 내리는 것이 요령이겠다. 오늘 저녁에는 야구와 축구, 두 가지 중계방송이 있다. 저녁도 생략한 채 바로 귀가하여, 6시 30분경 집에 도착한다.
(2009.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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