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파노라마
칼라파타르가 에베레스트를 가장 가까이서 잘 몰 수 있는 뷰 포인트(View Point)라고 한다. 그렇다면 서울의 명산인 북한산을 가장 멋있게 볼 수 있는 전망대는 어디일까? 아마도 한북정맥이 지나는 노고산(495.7m)이 아닌가 싶다.
칼라파타르에서 본 에베레스트
에베레스트를 가까이 보려고 칼라파타르를 함께 찾았던 사람들 중, 서울에 거주하는 여섯 사람이 김보일 씨와 추장호 씨의 주선으로 지난 5일 아현동에서 만나, 김 원장의 점심대접을 받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이때 함께 산행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이왕이면 히말라야에서 밟지 못했던 눈을 서울에서 함께 밟아보기로 한다. 그리하여 서둘러 정한 산행일이 1월 12일, 산행지는 추후 통보키로 한다.
에베레스트 하이웨이를 트래킹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의 하나가 아마다블람의 멋진 모습이다. 만년설은 아니더라도 눈 덮인 아름다운 북한산을 바라보며 아마다불람을 연상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어 산행지를 노고산으로 정하고, 숫돌고개에서 솔고개까지의 한북정맥 12Km 구간을 산행코스로 택한다.
세계 3대 미봉 중의하나인 아마다블람
노고산에서 본 북한산
2010년 1월 12일(화).
주말에 한 풀 꺾였던 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 오늘 북한산의 최저기온이 -18도, 최고기온은 -7도라는 예보다. 9시 50분 경 지하철 3호선 삼송역, 약속 시간보다 10분 정도 빠르게, 다섯 사람이 모두 모인다. 스패츠를 하고, 스틱을 조정하는 등 산행준비를 마치고, 10시 정각, 8번 출구를 나선다. 이어 횡단보도를 건너, 통일로를 따라 올라 숫돌고개로 향한다.
통일로를 따라 숫돌고개로 향하고
10시 16분, 숫돌고개에 이르러, 오른쪽 눈 덮인 수로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도로 건너편은 군부대다. 눈이 많이 내려 등산로를 덮고, 지나간 발자국이 없으면 길 찾기가 어렵겠다는 우려와는 달리, 푸석 푸석 얼은 눈 사이로 이미 정맥꾼들의 발자국이 뚜렷하다. 등산로 주변 여기저기에 낡은 교통호와 토치카들이 눈에 뜨인다. 이곳이 서울의 최후 방어선이라는 사실이 새삼 실감된다.
눈 덮인 수로를 따라 오르고
뚜렷한 눈길
몇 차례 나지막한 둔덕을 오르내리자 몸이 더워지며 땀이 나기 시작한다. 대원들은 차례로 두터운 방한재킷을 벗고, 가벼운 윈드재킷을 걸친다. 10시 35분, 배반고개를 지난다. 이곳에서부터 349번 도로가 지나가는 삼막골까지의 2.7Km 구간에는 인근 주민들을 위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곳곳에 쉼터, 운동시설, 이정표와 등산로 안내도 등이 눈에 뜨인다.
배반고개
이정표
눈 덮인 한적한 산책로를 유유히 걷는다. 11시경, 호젓한 정자를 만나, 따끈한 커피를 마시고 김 원장 부인이 오랜만에 해 본다며 삶아주신 계란을 까먹는다. 추장호 씨가 네팔에서 산 털모자를 쓰고 나왔다. 잘 어울린다. 적당하게 바람이 통해 땀이 배지 않고 춥지도 않다며, 여러 개를 사올 것을 잘 못했다고 아쉬워한다. 10개를 사다 여기저기에 선물을 했다는 김연수 씨는 국내에서 이 모자가 45,000원에 팔린다며, 모자를 더 사기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네팔을 다녀와야겠다고 익살을 떤다.
한적한 산책로를 유유히 걷고
네팔에서 산 털모자를 쓴 추장호 씨
11시 18분, 염불선원 갈림길을 지나고, 11시 30분, 구파발에서 송추로 이어지는 349번 도로를 사기막 정류장 앞에서 건넌다. 직진하는 너른 도로의 오른쪽, 철책 아래로 정맥꾼들의 발자국이 이어진다. 발자국을 따라 수로를 타고 가파른 능선을 오른다. 이제까지의 산책과는 달리 제법 등산하는 기분이 난다.
349번 도로
버스 정류장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수로를 따라 오른다.
눈 덮인 멋진 능선
204.6m봉을 넘어 사거리 안부에서, 처음으로 왼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 두 명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고, 직진하여 눈 덮인 아름다운 산판길을 걷는다. 이윽고 첫 번째 군부대 철책을 따라 올라, 표지기들이 여럿 걸린 옥녀봉을 넘어선다. 내리막길의 눈을 군인들이 깨끗이 쓸어 놓았다. 정면으로 노고산 정상이 보인다.
눈 덮인 산판길
군부대 철책을 따라 오르고
옥녀봉 내리막길에서 노고산 정상을 본다.
12시 8분,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 안부에서 직진하여 182m봉에 오르고, 9번 철탑을 지난 후, 경고판이 보이는 사격장을 통과한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북한산의 멋진 모습이 가까이 보인다. 선두가 시장했던 모양이다. 길가에 눈을 쓸고 식사할 자리를 만들어 놓았다. 10분쯤 오르면 식사하기 좋은 멋진 전망대가 있는데, 하지만 이미 자리를 잡아 놓았으니 어쩌랴.... 김연수 씨가 힘들게 지고 온 머루주 등 술 두 병을 어한주로 하고, 따끈하게 끓인 라면에, 김밥, 유부초밥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사거리 안부 이정표
경고문
눈 위라 역시 춥다. 30여분 만에 서둘러 식사를 끝내고 산행을 속개한다. 이어 이정표가 있는 금바위 저수지와 효자동 갈림길을 지나, 1시 24분, 전망대에 올라, 북한산을 가까이 바라보며 기념사진을 찍고,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전망대에서 본 북한산
기념사진
150도 방향의 의상능선과 북한산 주능선
전망대를 뒤로하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어둑한 소나무 숲을 지나고, 심하리 갈림길을 거쳐, 고사목 지대를 통과한다. 500m도 채 안 되는 나지막한 산에 이처럼 많은 고사목들이 있는 것이 이상하다. 2시 18분, 군부대가 있는 노고산 정상 직전의 헬기장에 오른다. 보라! 하얀 눈이 덮인 백운대와 인수봉, 그리고 그 사이의 숨은 벽의 아름다운 모습을.... 만약 북한산이 두터운 만년설을 이고 있다면, 그 아름다움은 결코 아마다블람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소나무 숲
고사목지대
헬기장과 군부대
헬기장에서 본 북한산
왼쪽으로 상장능선, 도봉산, 그리고 멀리 사패산이 보이고 320도 방향으로는 일영리가 광활하다. 멋진 조망이다. 배낭을 벗어 놓고, 바위 아래에 둘러 앉아 정상주를 마시며 약 20분 동안 조망을 즐긴다. 이어 철조망을 따라 부대를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부대정문 앞, 군사도로로 들어선다.
상장능선과 왼쪽의 도봉산
일영리
부대 철망을 따라 돌고
군사도로를 내려선다.
3시, 안내문과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도로를 버리고 청룡사 방향의 산길로 들어서서, 다시 군부대 철책을 따라 걷는다. 3시 14분, 등산로는 철책을 버리고 왼쪽 내리막으로 이어져, 이정표가 있는 청룡사 입구로 내려선 후, 직진하여 군부대 철책을 따라 가파르게 오르내린다. 고약한 길이다. 이윽고 마을로 내려서서, 솔고개로 향한다.
도로를 버리고 왼쪽 산길로
청룡사 입구 이정표
4시 1분, 3번 국도가 지나가는 솔고개로 나온다. 마침 우리가 타고 갈 34번 버스가 신호대기에 걸려 멈춰 서 있다. 기사 양반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부대 앞을 지나, 버스정류장으로 달린다.
솔고개
일행은 먹거리를 찾아 연신내역에서 내려 해물탕 집으로 들어선다. 술잔이 두어 순배 돌 무렵, 파주에 사는 장영동 씨가 솔방울 술을 들고 모습을 나타낸다. 김연수 씨가 산행 중에 전화를 했더니, 자기에게는 연락도 주지 않아 무척 섭섭했다며, 하산 후 뒤풀이 자리에라도 참석하겠다고 뒤늦게 모습을 보인 것이다. 평소에는 말이 없어 무뚝뚝해 보이지만, 내면은 이처럼 정이 많은 양반이다. 파주가 멀다고 생각하여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이 무척 미안하다. 뒤풀이 자리가 점점 무루 익어간다. 분위기에 휩쓸려 오래간만에 과음을 한다.
(2010.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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