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바위에서 본 삿갓봉 능선
올해 첫 산행으로 1월 5일(화) 홍천의 공작산을 가려했으나, 날씨도 춥고, 눈도 많이 내려 같이 가겠다는 사람이 없다. 혼자 가겠다면, 정초부터 집사람과의 말씨름을 피할 수가없는데다, 눈이 많이 내려 초행에 길 찾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혼자서 눈을 헤쳐 나가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으로, 어쩔 수 없이 단념하고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데, 때 맞추어 정 산악회로부터 반가운 문자메시지가 들어온다.
내일 무주의 시루봉 산행은, 도로를 점검을 해보고 산행지의 상태도 확인해 본 결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이야기이다. 시루봉에 관한 자료를 검색해 본다. 영월, 제천, 문경, 남원, 진해 등의 시루봉에 관한 자료는 쉽게 눈에 뜨이는데 무주 시루봉에 관한 자료는 보이질 않는다. 지도에서 무주 시루봉을 확인해 본다. 덕유산 삿갓봉에서 북서쪽으로 분기한 능선위에 우뚝 솟은 1,160m 높이의 봉우리이다. 그 정도라면 안 가봤어도 산세가 짐작되고, 충분히 설산산행을 즐길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선다.
2010년 1월 6일(수)
천호역 6번 출구, 국민은행 앞에서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좌석이 절반이상 비어있다. 경유지를 모두 지나고, 20여명의 참여자들을 태운 버스는 고속도로를 막힘없이 달린다. 차장에 성애가 하얗다. 산악회에서는 아침대용으로 김밥과 백설기를 선택하게하고, 따끈한 매실주를 따라준다. 산악회가 나누어 준 개념도가 훌륭하다. 산행코스, 산행거리, 고도표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무주군 안성면 명천리에서 출발하여, 안산(843.8m), 삿갓봉 갈림길, 시루봉(1,160m), 토옥동 갈림길을 지나 명천리로 돌아오는 회귀코스로 도상거리는 약 8.3km이다.
개념도
버스는 죽암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다. 용무를 마치고, 아이젠을 교체하려고 매점에 들러보니, 주인아저씨는 아이젠과 스페츠가 모두 동이 났는데 길이 막혀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울상이다. 버스는 덕유산IC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명천리로 들어서더니, 10시 32분, 명천호로 이어지는 고개를 오르지 못하고 멈춰 서고 만다. 버스에서 내리니 사방이 온통 하얗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10시 35분, 도로를 따라 오른다. 도로변에 덕유산 국립공원 안내판이 보인다.
덕유산 국립공원 안내판
눈 덮인 도로
10시 43분, 얼어붙은 명천호를 굽어보고, 돌 표지가 있는 고개 마루턱에 이르러 철책이 끊긴 곳에서 오른쪽 시멘트 옹벽을 넘어 들머리로 들어선다. 고도계는 585m를 가리킨다. 돌이 많은 가파른 사면을 오른다. 온통 눈 천지라,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조심스럽게 진행한다. 10시 49분, 비석도 없는 초라한 묘 1기를 지나고, 이어서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파르게 오른다.
명천호 돌 표지
시멘트 옹벽을 넘고
눈 덮인 산죽 밭을 지나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잡목 위로 눈이 무겁게 쌓이고, 키 큰 소나무 등걸에도 눈가루가 하얗다. 아이젠을 했는데도 가파른 오르막이 무척 미끄럽다. 스틱을 손목에 걸고, 나뭇가지를 잡으며 기듯이 오른다. 11시 35분, 바위가 많은 암릉을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산죽 밭 사이로 이어지는 눈길이 환상이다. 나중에 돌이켜보고 우회한 봉우리가 안산(843.8m)이라 짐작한다.
안산 오르는 길
설경 1
설경 2
설경 3
11시 53분, 910m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좁은 우회 길에 파란 슬링이 높게 걸려있다. 눈 덮인 암릉이 미끄러워 앞선 대원이 뒤에 오는 사람의 손을 잡아 건네준다. 이정표도 없고 표지기도 간혹 눈에 뜨일 정도인데, 눈마저 쌓였으니 길 찾기가 쉽지 않을 터인데도, 선두의 진행은 비교적 빠른 편이다. 아마도 사전 답사를 한 모양이다.
910m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이따금 만나는 표지기가 무척 반갑다.
12시 16분, 왼쪽 10시 방향으로 시야가 트이며 시루봉이 보인다. 이어 눈 덮인 산죽 밭 사이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발자국을 따라 작은 공터가 있는 1,118m봉에 오른다. 하지만 소나무 등걸에는 '명천안산(844m)'이고 쓰인 표지목이 걸려있다. 누군가가 착각을 한 모양이다. 1,118m봉을 왼쪽으로 내려선다. 능선에 핀 설화가 장관이다.
1,118m봉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시루봉
설화 1
설화 2
잠시 평탄하게 이어지던 능선이 가팔라지며 작은 등성이를 넘는다. 앞사람들이 지나간 발자국이 눈 속에 깊게 나 있다. 1시, 표지기가 걸려있는 삿갓봉 갈림길을 지난다. 왼쪽 삿갓봉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능선이 마치 거대한 누에 같은 모양을 하고 누워있다.
앞 사람들이 지나간 발자국
삿갓봉 갈림길
삿갓봉 능선
눈 덮인 가파른 암릉을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능선 안부를 지나, 1시 7분,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전망바위에 선다. 지나온 능선 분기봉과 암릉, 20도 방향의 명천리, 그리고 삿갓봉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가파른 암릉을 조심스럽게 내려서고
전망바위에서 본 능선 분기봉과 암릉
20도 방향의 명천리
전망바위를 지나 한차례 내려섰다, 가파르게 올라서면 고도 1,160m의 수리봉 정상이다. 나뭇가지에 노란 정상표지판(1,105m)이 보인다. 역시 고도 표기가 잘못되어있다. 정상에서 구름에 싸인 남덕유산을 바라본다. 후미 대장님이 선두와 무선통화 하는 소리가 들린다. 선두그룹은 약 600m 정도 떨어진 헬기장에서 간식을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눈꽃을 헤치고 정상으로 오르는 대원
정상의 후미 대장님
정상표지판
남덕유 방향의 조망
서둘러 정상을 내려선다. 1시 18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1시 44분, 선두그룹이 쉬고 있는 헬기장에 오른다. 이곳에도 시루봉 정상 표지판이 걸려있다.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친다. 그 바람에 삿갓봉과 남덕유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지만, 향적봉 쪽은 여전히 구름에 가려 보이지가 않는다. 정상주 두어 모금과 사과 서너 쪽으로 간식을 하고 1시 57분, 하산을 시작한다.
헬기장으로 오르다 뒤돌아 본 시루봉
헬기장
헬기장의 정상표지판
삿갓봉
남덕유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고도 960m의 능선안부에 내려선다. 눈꽃이 환상이다. 능선이 점차 넓어지며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2시 45분, 갈림길에서 직진하는 능선길을 버리고 오른쪽 사면 길로 들어선다. 시야가 잠시 트이며 오른쪽으로 향적봉 방향의 능선이 그림처럼 올려다 보인다.
넓어진 능선
능선 버리고 오른쪽 사면으로
향적봉 방향의 능선
좁은 사면길이 한동안 이어지며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3시 11분, 등산로는 계곡으로 떨어지고, 다시 반대편 사면으로 이어진다. 능선을 크게 벗어난 것이 이상하지만 알바는 아닌 모양이다. 나뭇가지에 표지기가 걸려있다. 3시 28분, 주능선으로 진입하여 시멘트 말뚝 삼각점을 지난다. 이어 안부를 지나 다시 왼쪽 봉우리 하나를 우회하자, 시야가 트이며, 명천리가 내려다보인다.
계곡으로 내려섰다 다시 사면으로 오르고
능선 진입
한동안 가시나무가 많은 벌목지대를 지나고, 4시 5분, 임도로 내려선다. 저 아래 산악회버스가 보인다. 4시 11분, 버스에 도착하니, 식사준비가 한창이다. 눈 덮인 도로 위에 식탁이 마련되고, 막걸리와 소주를 어한주 삼아, 추위 속에서 떨며 식사를 한다.
저 아래 보이는 산악회 버스
식사준비
버스는 4시 5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10.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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