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섬바위와 와룡산 정상
밭고랑의 야생화
산중턱에서 막 피기 시작하는 진달래의 색감이 화사하다.
사천의 상징인 와룡산은 해발 798m로 거대한 용 한 마리가 누워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하여 와룡산이라고 한다. 남녘 해안가에 자리 잡은 이 산은 높이에 비해 산세가 웅장하다. 암릉으로 이루어진 새섬바위와 상사바위, 기차바위 등의 빼어난 암벽과 부드러운 억새 능선길, 시원한 소나무 숲길, 그리고 5월에 철쭉이 만개하면 온산이 진홍색으로 물든다.
정상인 민재봉을 비롯한 새섬바위 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들과 푸른 바다조망이 일품이다. 와룡사, 백천사, 백룡사등 암자와 절이 있다. (이상 ‘한국의 산하’에서 발췌)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왕소군(王昭君)의 한(恨)을 노래한 당나라 시인 동방규(東方?)의 소군원(昭君怨)의 일부이다. 왕소군은 중국의 4대 미녀 중의 하나로, 나르던 기러기가 그녀를 보고 그 아름다움에 취해 날기를 잊고 떨어졌다 해서, 낙안(落雁)이란 별호가 붙을 정도의 빼어난 미인이지만, 불행하게도 흉노 호한야의 첩으로 오랑캐 땅으로 끌려가 35세에 생을 마감한다. “春來不似春”은 그녀의 한을 노래한 명구(名句), 절창(絶唱)이다.
본래의 의미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올해와 같이 꽃샘추위로 봄이 오는 것이 더딜 때, 그 안타까움을 “春來不似春”의 명구를 인용하여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봄 날씨야 으레 변화가 많은 법이지만, 금년 3월처럼 심한 경우도 드물겠다. 하루거리로 눈비가 오고, 내렸다하면 3월에 함박눈이다. 새벽녘의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는 날이 드물어, 일교차가 극심하고, 바람도 심하다. 그야말로 春來不似春이다. 남녘땅에는 개나리, 진달래가 피었을까? 궁금하던 차에 정 산악회에서 사천의 와룡산을 간다기에 따라 나선다.
2010년 3월 28일(일).
일요일, 명산의 봄맞이 산행인데도 버스 안에는 빈자리가 많아 썰렁하다.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하는 정 회장이 “널리 알려진 산이 아니면 아무리 명산이라 해도 이처럼 참여자들이 적다.”며 안타까워한다.
통영, 대전고속도로로 진입한 버스는 서울을 출발한지 2시간이 조금 넘어 인삼랜드 휴게소에 잠시 머문다. 주차장은 봄나들이 차량들로 가득하고, 휴게소 뒤편 분수에서 뿜어 나오는 물줄기에서 벌써 시원함이 느껴진다. 버스가 함양을 지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논밭에는 푸른 기가 감돌지만 꽃들은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버스가 산청을 지난다. 비로소 농가와 과수원에 매화꽃이 하얗다. 버스가 쪽빛 남강을 건넌다. 가까운 산에 울긋불긋 진달래가 보일 것이라고 기대를 해보지만, 이 부근의 진달래도 아직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버스가 사천시로 들어서서 남양동으로 향한다. 민가에 한 두 그루씩 활짝 핀 동백꽃들이 아름답다. 버스는 11시 50분 경, 남양저수지 옆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은 이미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버스로 가득하고, 저수지 옆 야산에 붉게 핀 진달래가 찾아 온 손님들을 반긴다. 동북쪽으로 새섬바위(797m)가 우뚝하다
주차장 도착
저수지 변 야산의 진달래
저수지 둑 너머로 보이는 새섬바위봉
산행준비를 마치고 11시 55분, 예비군 교장으로 이어지는 시멘트도롤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산행코스는 『남양저수지-상사바위-도암재-새섬바위-헬기장-민재봉-백천재-백천사 주차장』으로 도상거리 약 10.7Km, 산악회가 예상하는 산행시간은 4시간 30분이다.
개념도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오른다. 왼쪽 밭두렁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고,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들어서며, 새섬바위에서 북바위로 흐르는 미끈한 능선을 바라본다. 도로변에 활짝 핀 개나리와 진달래가 화사한 모습으로 우리들을 반기는 이곳 사천은 이제 봄이 한창이다.
마을에서 본 북바위l(좌)와 새섬바위
개나리
진달래
12시 10분, 민재봉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와 와룡산 등산로 안내도를 지나고. 12시 15분, 비로소 산길로 들어선다. 돌 많은 완만한 오르막 산길 주변에 울긋불긋 진달래가 아름답고, 이따금씩 노란 꽃술을 단 생강나무가 눈길을 끈다. 암릉길이 이어진다. 중간 중간 시야가 트이는 곳에 멈춰 서서 사천시가지를 굽어보고, 멀리 창선, 삼천포 대교를 바라본다. 가야할 방향으로는 새섬바위가 가깝다.
와룡산 등산로 안내
산길 진입
진달래 꽃길
생강나무
창선, 삼천포대교
사천시가지
가까이 본 새섬바위
암릉길이 점차 험해진다. 위험할 정도는 아니지만 네발로 기어야하는 구간도 나타난다. 1 시 15분, 소나무가 아름다운 암봉에 오른다. 앞뒤로 시야가 트여 조망이 일품이다. 눈 아래 사천시가지 너머로 한려수도가 펼쳐진다. 산수도가 보이고, 삼천포 화력발전소, 그리고 그 왼쪽으로 사량도가 눈에 들어온다. 뒤로는 상사바위, 새섬바위, 그리고 민재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암릉을 오르는 대원들
사천시가지와 산수도, 이곳의 진달래는 아직도 자고 있다.
화력발전소와 사량도(좌)
암봉에서 다도해를 굽어보는 등산객들
가까이 본 상사바위
새섬바위와 민재봉
다시 암릉길을 오르다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굽어보고, 1시 24분, 대원들이 간식을 들며 쉬고 있는 천왕봉(상사바위, 630m)에 오른다. 추모비, 돌탑 등이 눈에 뜨일 뿐, 삼각점이나, 정상석은 보이지 않는다. 돌탑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주위조망을 둘러보며, 정상주를 마시고 간식을 즐긴다. 남양저수지에서 이곳까지의 도상거리는 약 2.8Km, 고도차는 627m 정도인데,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뒤돌아 본 지나온 능선, 바로 앞이 소나무가 있는 암봉
천왕봉의 추모비
돌탑
새섬바위로 향해 암릉길을 걷는 대원들
가까이 본 새섬바위와 민재봉
약 15분 동안 휴식을 취한 후, 도암재를 향해 가파른 암릉길을 내려서다,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오른쪽의 와룡골을 굽어보고, 천왕봉을 돌아본다. 1시 54분, 이정표가 있는 너른 사거리안부, 도암재에 내려선다. 직진하면 1Km 거리의 새섬바위에 오르게 되고, 오른쪽은 와룡골, 왼쪽은 죽림동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전국 등산대회가 와룡산에서 벌어진 적이 있는 모양이다. 기념비와 거리 표지판이 보인다. 직진하여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와룡골
뒤돌아 본 천왕봉
도암재
도암재 이정표
대통령기 전국 등산대회 기념비
거리 표지판
오르막길이 가파르다. 반대편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떼를 지어 내려온다. 오르는 사람에게 통행 우선권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모양이다. 줄지어 내려서며 길을 막는다. 점차 고도가 높아진다. 2시 8분, 첫 번째 너덜지대를 지나고, 암봉 하나를 왼쪽으로 우회한 후, 두 번째 너덜지대를 거쳐, 2시 36분, 전망바위에 선다. 왼쪽으로 새섬바위로 이어지는 암릉이 힘차고, 오른쪽으로는 우회한 암봉, 천왕봉, 그리고 와룡저수지와 한려수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첫 번째 너덜
암봉 왼쪽 우회
두 번째 너덜
전망바위, 건너편 능선의 기차바위가 뚜렷하다.
새섬바위로 이어지는 암릉
천왕봉, 와룡저수지, 한려수도
2시 42분, 작은 암봉에 올라 가야할 암릉과 새섬바위, 그리고 민재봉을 가까이 본다. 이어 가파른 암릉을 내려선 후 안부에서 뒤돌아 내려선 암봉을 카메라에 담고, 눈앞의 사자머리처럼 생긴 바위를 왼쪽으로 우회한 후, 2시 49분, 새섬바위에 올라 주위를 둘러본다. 도암재에서 도상거리 1Km 떨어진 지점이지만, 주위 조망을 즐기며 오르다 보니, 55분이 소요된다.
지나온 암릉
새섬바위애서 본 민재봉
북바위와 백운저수지
가파른 암릉을 타고 내린다. 2시 53분, 이정표가 있는 안부에 내려서서, 웅장한 새섬바위를 돌아보고, 민재봉을 향해 철쭉 능선길을 빠르게 달린다. 꽃망울도 맺히지 않은 철쭉가지는 아직은 잿빛이다. 5월 중순경, 철쭉이 만개하면 가히 장관이겠다. 3시 7분, 이정표가 있는 수정굴 갈림길을 지나고, 3시 15분,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헬기장에 오르니, 민재봉이 지척이다.
새섬바위 이정표
뒤돌아 본 새섬바위
수정굴 갈림길 이정표
헬기장
가까이 본 민재봉
민재봉을 향해 오르다,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3시 24분, 삼각점, 정상석, 이정표, 그리고 두 개의 조망안내판이 있는 너른 민재봉 정상에 올라, 정상주를 마시며, 한동안 주위 조망을 즐긴 후, 3시 28분, 백천재로 향한다.
민재봉 오르다 뒤돌아본 지나온 능선
민재봉 정상
기차바위 능선
와룡골과 한려수도
정상석
삼각점
이정표
부드러운 내리막 능선을 빠르게 달린다. 3시 32분, 이정표가 있는 백천재 갈림길을 지나고, 3시 50분, 너른 백천재에 내려서서, 왼쪽 백운마을로 향한다. 3시 55분, 두 번째 너덜지내를 지난 후, 4시 6분, 임도로 내려서고, 4분 후 이정표가 있는 백천골에서 왼쪽 시멘트도로를 따라 내린다.
백천재 이정표
너덜지대
도로변 건물 돌담 가에 활짝 핀 빨간 동백꽃이 눈길을 끈다. 이어 다리를 건너 계곡으로 내려서서 세수를 하고, 땀에 젖은 웃옷을 갈아입은 후, 백천사 주차장으로 내려선다. 지는 해를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백천저수지가 아름답다.
돌담가에 핀 빨간 동백꽃
백천저수지
관광버스와 사람들로 붐비는 백천사 주차장은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 바람이 불 때마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인다. 4시 40분 경, 뒤풀이를 위해 주차장에서 한참 떨어진 한적한 도로변에서 기다리고 있는 산악회 버스에 도착한다. 간식 및 휴식시간 약 30분을 포함, 총 4시간 4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회원들이 10,000원씩 추렴하여 마련한 푸짐한 회를 안주로, 하산주 잔이 돌고, 매운탕을 곁들인 따끈한 식사로 시장기를 달래며 한 시간이 넘게 뒤풀이를 즐긴다. 5시 55분,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10. 3. 30.)
잠시 머물다 갑니다 . 행복만 가득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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