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릉과 소나무
2011년 12월 31일(토)
신묘년(辛卯年) 마지막 날이다. 앵자지맥 마지막구간 산행을 위해 8시경 집을 나선다. 8시 40분 명지역에 도착하여 1번 출구로 나와, 석덕여중고 버스정류장에 이르니, 운 좋게도 퇴촌 행 13-2번 버스가 바로 도착한다. 약 1시간 쯤 걸려, 9시 36분, 퇴촌 농협 앞에서 하차하여, 버스정류장에 계시된 버스시간표를 본다. 38-83번 버스가 9시 55분, 38-2번 버스가 10시 15분에 축협에서 출발하여 염치고개를 지난다고 한다.
서리가 하얗게 내린 도로변
하지만 대합실도 없는 한데에서 추위에 떨며, 10시 16분까지 기다려도 영동리 쪽으로 가는 버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다시 버스시간표를 확인해본다. 아뿔사, 비로소 위의 버스시간이 광주 축협에서 출발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안다. (광주)축협을 (퇴촌)농협으로 착각을 하고 농협 앞에서 한 시간 가까이 오지도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바보짓을 한 것이다.
퇴촌농협 앞 버스정류장, 퇴촌농협과 광주 축협을 혼동한다.
길 건너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에 올라 염치고개로 향한다. 등산객들이 자주 이용을 하는지 여자 택시기사는 염치고개를 잘 아는 모양이다. 택시는, 지난번 등로이탈 끝에 차를 탔던 털보 바비큐 집을 지나, 얼마 되지 않아 염치고개에 도착한다.(택시요금 6,000원) 날씨가 추운데도 염치고개 간이매점은 영업을 하고 있다.
염치고개
고개마루턱을 지나 도로를 건너고, 절개지 철책이 끝나는 지점까지 따라 내린 후, 10시 27분, 표지기가 걸려있는 왼쪽 등산로로 들어서서 절개지를 오른다. 10시 33분, 절개지 위 묘지 터를 지나고, 이어 오른쪽 굽어져 가파르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 10시 49분, 112번 송전탑이 있는 봉우리를 지난다. 이후 등산로는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지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철책이 끝나고 절개지로 오르는 길
돌 많은 오르막길을 올라 11시, 360m봉을 내려서는데 저 앞에서 사람들소리가 들린다. 아무도 없는 호젓한 산길에서 느닷없이 들리는 사람소리에 깜짝 놀란다. 이윽고 낮은 안부에 내려서니, 송전탑 아래에 대여섯 명의 등산객들이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송전탑을 지나며 등산객들과 인사를 나눈다. 인근에 사시는 분들인데, 해협산에 올랐다 귀여리 쪽으로 하산한다고 한다.
360m봉
114번 송전탑 아래에서 쉬고 있는 인근 등산객들
벌목지대 가파른 오르막을 한동안 올라, 11시 20분, 이정표와 돌무더기가 있는 T자 능선에 이른다. 잔뜩 흐린 날씨에, 오후가 가까워지자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고 바람도 없어, 한동안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땀이 난다. 재킷을 벗어 배낭에 챙기고, 오른쪽으로 오른다.
이정표가 있는 T자능선
11시 24분, 정상석, 등산안내도, 이정표 그리고 긴 의자들이 있는 해협산 정상(531.3m)에 오른다. 맑은 날씨에는 북동쪽으로 용문산이 보인다고 하는데, 지금은 흐린 날씨라, 원경은 운무 속에 잠겨버리고, 가까운 능선만 보일 뿐이다. 직진하여 잔설이 남아 있는 가파른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11시 34분, 해협산 0.7Km/수청리 1.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며, 뒤돌아 내려선 해협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해협산 정상석
뒤돌아 본 해협산
11시43분, 이정표가 있는 청탄 갈림길에서 오른쪽의 완만한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이정표에는 2시 방향의 정암산을 직진으로 표시하고 있어, 누군가가 매직펜으로 방향을 정정해 놓았다. 낙엽이 쌓이고, 그 위에 잔설이 내린 넓고 아름다운 능선을 아무 생각 없이 유유히 걸은 후, 11시 54분, 만나는 귀여리 갈림길 사거리 안부에서 직진하여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장암산 방향을 잘못 가리키고 있는 청탄 갈림길의 이정표
아름다운 길 1
아름다운 길 2
뒤돌아 본 귀여리 갈림길 안부
12시 4분, 서낭당 터 흔적이 뚜렷하고,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 안부에서 직진하여 오르막길을 오른다. 이정표는 정암산까지의 거리가 3.0Km라고 알려준다. 이곳 이정표에도 정암산 방향이 잘못돼 있어, 누군가가 매직펜으로 바른 방향을 표시하고, “휴~ 헷갈리는 이정표다.”라고 적어놓았다.
서낭당 안부
휴~ 헷갈리는 이정표다.
12시 12분,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올라 작은 봉우리를 넘고, 안부를 지나, 정면의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한다. 등산로가 가팔라진다. 12시 29분, 이정표가 있는 409m봉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한다. 바람이 없어 마치 봄날처럼 포근한 느낌 속에서 기분 좋게 식사를 한다. 약 30분 동안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고, 왼쪽으로 내려선다.
409m봉 이정표
1시 11분, 344m봉에서 왼쪽 가파른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정암산이 마주 보인다. 가까이 보이지만 정암산에 이르려면 너덧 차례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두 어 차례 갈림길도 만나 직진한다. 1시 48분, 갈림길에서 정암산을 바라보고, 1분 후 정상(403.3m)에 오른다.
344m봉
나뭇가지사이로 보이는 정암산
한 고개 넘고
세 고개 넘고
다섯 고개 넘고
정암산 갈림길
넓은 정상에는 정상석, 삼각점<양수 461/1998 복구>, 이정표 등이 있고, 정상에서 남동쪽으로 보이는 해협산이 아슬하다. 이곳에서 앵자지맥의 종착지, 종여울까지는 2.3Km다. 배낭을 벗고 정상주 두 어 모금을 마시며 잠시 쉰 후,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이어 로프가 걸린 눈 덮인 암릉을 조심조심 내려선 후, 눈앞의 암벽은 로프를 잡고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잠시 암릉길을 지나고 나니, 등산로는 거짓말 같이 순하고 부드럽게 변한다.
정상 1
정상 2
정암산 정상에서 본 해협산
암벽을 로프를 잡고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암릉길
부드러운 능선길을 산책하듯 걷는다. 왼쪽으로 눈이 덮여 하얗게 보이는 얼어붙은 남한강이 따라온다. 2시 36분, 갈림길에서 직진하고, 종여울 0.75Km, 종여울 0.6Km를 알리는 이정표들을 잇달아 통과한다. 2시 47분, ‘등산로폐쇄’ 이정표가 십자로 안부에서 표지기들을 따라 직진하여, 철조망이 있는 봉우리를 넘고, 철조망을 따라 내린 후, 넓은 묘역을 지나, 2시 56분, 363번 도로로 내려서서 산행을 마친다.
남한강
갈림길, 직진
도로를 건너 강변으로 내려서서 잠시 강변도로를 걷다, 다시 363번 도로로 나와, 대종농원 앞에서 택시를 불러 타고, 퇴촌농협으로 나와(요금 11,000원) 13-2번 버스를 기다린다.
대종농원
신묘년(辛卯年) 마지막 날, 앵자지맥을 마무리하니 홀가분한 기분이다. 동행이 있으면 당연히 한잔 걸치겠지만, 혼자서는 술을 마실 기분이 아니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고 모처럼 이른 시각에 귀가한다.
(1012.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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