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산악회가 수요 당일백두대간 종주를 진행하고 있다. 5월 달에는 8번째에서 12번째 구간산행을 계획하고 있고, 그 중 9번째에서 12번째까지의 3구간이 내가 땜방을 해야하는 구간이다. K 산악회는 내가 처음 당일백두대간 종주를 시도했던 산악회로, 작년에는 회원들의 참여 부진으로 당일대간 팀이 도중에 해체되는 일이 있었던 산악회다.
처음 시도했던 백두대간 산행이기 때문인가? 비록 중도에 해체는 됐어도, 산행을 하면서 즐거웠던 일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가끔 K 산악회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것이 버릇처럼 됐고, 그러다 보니 얻게된 정보다. 한편 산정 산악회 6차 백두대간 팀의 이 구간 산행일정은 7월로 잡혀있다. 땜방을 하더라도, 7월 한 여름보다는 5월이 나을 것 같고, 오랜만에 K 산악회의 회장도 만나 볼 겸, K 산악회를 통해, 5월중에 땜방 산행을 하기로 한다. 산정의 대빵 님도 이 정도는 충분히 양해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2005년 5월 11일(수)
오늘 땜방 산행 코스는 『우두령(720m)-삼성산(985.3m)-바람재(810m)-황악산(1,111.4m)-백운봉(770m)-운수봉(680m)-궤방령(330m)』으로 마루금 도상거리는 약 12Km, 산악회 기준 시간은 약 5시간 30분이다.
<황악산 구간 지도>
오늘의 실제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30 우두령- 10:47 870m봉- 11;16 삼성산- 11:49 여정봉(1,030m봉)- 12:08 바람재- 12:29 신선봉 갈림길- 13:00 능여계곡 삼거리- 13:10 황악산- 13:35 중식 후 출발- 14:23 여시골산 갈림길- 14:27 여시굴- 15:00 여시골산- 15:28 궤방령』 마루금 소요시간 4시간 23분, 중식 25분, 모두 합쳐, 약 5시간이 소요된 산행이었다.
버스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린다. 중부지방부터 오후에 비가 내린다더니,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어, 날씨는 몹시 우중충하다. 봄꽃들은 이미 간 곳이 없고, 나뭇가지들의 새순도 야들야들한 연초록 단계를 지나, 점차 녹색이 진해지는 계절이다. 지난 5월 5일이 입하(立夏)이니, 계절은 벌써 성큼 여름이다.
아침 식사를 하라고 죽암 휴게소에서 25분 간 정차했던 버스는 10시에 황간 인터체인지로 내려서서 49번 국도를 타고, 임산에 이르러, 901번 지방 도로로 바꿔 탄다. 산악회 회장이 오늘 산행에 대하여 설명한다.
오늘 산행하는 황악산(黃岳山)은 산 이름에 악(岳)자가 들어 있지만 전형적인 육산이란 점. 이 산 보다도. 고구려 아도화상이 418년에 창건했다는, 천년사찰 직지사가 더 유명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라는 점. 직지사 쪽에서 보면 대간 능선이 부채꼴로 펼쳐있고, 일반 등산객들이 많아, 이제까지 수 십 차례 이 곳을 산행했지만, 알바를 하지 않고 지난적이 한번도 없다는 점. 선두보다는 중위 그룹에서 알바하는 경우가 많으니 특히 주의하라고 강조한다.
대간길에는 잡목이 많고, 싸리나무가 무성하여, 이 구간에서 잡목에 눈을 찔려, 실명한 대원도 발생한 곳이니 특별히 조심하고, 앞사람과는 1.5m-2m 정도의 거리를 두고 걸어서, 싸리나무 회초리로 얼굴을 맞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를 준다.
버스는 10시 30분 경 짙은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내려 비치는 우두령에 도착한다. 우두령에는 동물 이동로(移動路)를 만드는지, 중장비를 동원한 공사가 한창이다. 회장님은 지금은 경방기간이라, 산림 감시원이 나타나기 전에, 재빨리 숲 속으로 숨어들라고 재촉한다.
숲 속에서 산행 준비를 마치고, 완만한 산 사면을 오른다. 상수리나무들의 녹색, 새 순이 밝은 햇빛 아래 반짝인다. 상큼한 산 냄새가 코끝에 와 닿는다. 상쾌하다. 능선에 올라서자 경사가 급해지더니, 이윽고, 산행 표지기가 어지럽게 달려 있는 870m봉에 오른다. 좁은 공간에 사방이 나무에 가려 조망이 별로다. 철쭉 한 그루가 연분홍 꽃잎을 활짝 피우고, 화사하게 서 있다.
<신록의 대간길이 상큼하다>
<870m봉 정상 가까이에 핀 연분홍 철쭉>
등산로는 내리막을 거쳐 평평하게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에 야생화들이 얼굴을 내밀고, 여자 대원들은 산나물을 캐느라 등산로를 벗어나 숲 속을 헤맨다. 널널하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는다. 길은 서서히 오르막으로 바뀌고, 정면 나무사이로 삼성산이 보인다, 우두령을 출발한지 약 45분이 지난 후, 삼성산 정상에 선다. 정상에는 갈대가 무성하고 삼각점이 박혀 있다. 조망이 좋은 곳이라고는 하지만 북서방향만 뚫리고, 나무에 가려 남쪽의 대덕산, 삼도봉 등 대간 능선은 조망하지 못한다. 아쉽다.
<당겨 찍은 삼성산>
삼선봉을 내려오다 전망이 확 트인 곳에 선다. 정면으로 가야할 능선이 눈앞에 펼쳐진다. 1,030m봉이 푸르게 우뚝 솟아 있고. 그 뒤로 누렇게 벗겨진 관측소가 이어진다. 그리고 멀리 황악산이 보인다. 동쪽으로는 주례리가 내려다보이고. 눈 아래, 숲에 묻힌 암자가 보인다. 삼성암인 모양이다. 당겨서, 카메라에 담는다.
<가운데 뾰족 한봉우리가 여정봉, 오른쪽 으로 관측소, 그 뒤로 황악산>
<주례리>
안부를 지나 등산로는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천천히 오르막길을 오른다. 정상에는 여정봉(1,030m)이라는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고, 대간길은 오른쪽으로 굽어,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저 아래 관측소가 보이고, 이윽고 관측소 앞 임도에 이르자, 산행 표지기가 왼쪽 숲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입구로 유도한다.
<여정봉(1,030m)>
<관측소-대간길은 리본 달린 왼쪽으로>
임도를 따라 이어진 숲길은 다시 임도와 만난다. 아래에 헬리포트가 보인다. 바람재다, 바람재를 뒤로하고, 신록이 아름다운 봉우리 두개가 우뚝 솟아있다. 형제봉이다. 12시 8분 경 바람재의 헬리포트에 내려선다. 산행 시작 후 1시간 38분이 경과된 시점이다. 헬리포트에는 회장님과 대원 몇 사람이 쉬고 있다.
<바람재와 형제봉>
<임도에서 본 형제봉과 황악산>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급경사 길을 오른다. 20여분을 허위허위 올라, 신선봉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고. 나뭇가지 사이로 황악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12시 46분 경 형제봉을 지난다. 등산로는 다시 평지로 이어지고. 북서쪽으로 영동군이, 그리고 579번 지방도로가 아련히 내려다보인다. 다시 경사가 급해지면서 황악산 사면으로 이어진다. 뒤돌아 뾰족하게 솟은 형제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1시에 능여계곡, 직지사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5분 후 황악산 정상에 선다.
<신선봉 갈림길 이정표>
<형제봉 오르다 본 황악산>
<굽어 본 영동군>
<뒤돌아본 형제봉>
황악산 정상에는 한뫼 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이 서있고, 돌탑이 쌓여있다. 또 산림청에서 세운 커다란 백두대간 해설판도 자리를 잡고 있다. 기념사진을 찍고, 주위를 둘러본다. 북쪽과 동쪽방향의 시야가 트여 있다, 동쪽으로 멀리 김천시가 광활하게 펼쳐있고, 바로 아래로 직지사가 내려다보인다.
<정상석과 돌탑>
<김천시>
<직지사>
정상 동쪽 사면 나무그늘 아래에 혼자 앉아 김천시를 굽어보며, 도시락을 푼다. 쾌청한 날씨에 바람이 시원하다. 식사를 마친 대원들이 하나 둘 하산한다. 나도 천천히 따라 일어선다. 북쪽 헬리포트 앞에 세워진 장승같은 이정표는 북으로 곤천산, 동으로 지곡사, 남으로 형제봉/ 바람재를 가르치고 있다. 족히 3m 정도는 될 듯 싶은 멋대가리 없이 키만 큰 이정표다.
<황악산 정상의 장승 이정표와 헬리포트>
동쪽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를 따라 하산한다. 한 5분쯤 걸으니 황악산, 직지사 양 방향만을 표시한 장승 이정표가 서있다. 조금 더 내려서니, 잘 나 있는 등산로에서 벗어나 왼쪽으로 희미하지만 뚜렷한 등산로가 보인다. 회장님이 잘 나있는 등산로를 버리고, 왼쪽 길을 택하라는 곳이 여기인 모양인가 하고 망설이며, 뒤에 오는 대원을 기다린다.
뒤에 오던 대원도 왼쪽길이 맞겠다고, 그 길을 택하자고 한다. 함께 10여분 가까이 걷는다. 등산로임에는 틀림없지만 산행 표지기 하나 없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나침반을 꺼내 방향을 본다.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은 북으로 향하고 있고, 지도 위의 마루금은 북동 방향이다. 잘못을 확인하고, 서둘러 원점에 회귀하여, 잘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내려간다. 간간이 대간 표지 리본이 걸려있고, 멋대가리 없는 장승 이정표를 2번씩이나 지나치지만, 단순히 황악산, 직지사 양 방향만을 표시하고 있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내려오는 길에 전망대에 선다. 뒤돌아보니 우두령을 출발하여 지나온, 870m봉을 비롯하여, 삼성산, 바람재, 형제봉 등이 황악산을 향해 달리는 모양이 한 눈에 들어온다. 뒤로는 멀리 석교산이 보인다. 가히 장관이다.
<걸어온 능선- 삼성산, 바람재, 형제봉으로 이어진다.>
마주 등산객 두 사람이 올라온다. 이 길이 궤방령 가는 길이냐고 물었더니, 궤방령은 잘 모르겠고, 자기들은 직지사에서 올라오는 길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 사람이 말을 보탠다. 요 아래에서 K 산악회에서 온 사람이, 혹시 도중에, K 산악회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거든, 이 길을 따라 계속 내려오라고 전해 달라고 부탁하더란다. 비로소 안심하고 비탈길을 내 닫는다.
2시 24분, 여시골산, 직지사, 황악산이 갈리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제대로 세 방향을 표시하는 장승 이정표가 서 있고, 쉬었다고 가라고 친절하게 벤치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이제까지 달랑, 양 방향만을 표시한 이정표만을 세운 사람들의 무신경이 참으로 한심하게 느껴진다. 일행들을 뒤 따라 여시골산 오름 길을 부지런히 걷는다. 후미를 기다리던 회장님을 따라 잡고, 나물 캐는 여자대원들을 지나친다.
<직지사 삼거리>
실제로 이 구간은 알바를 할 만큼 길조심을 해할 곳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북으로 달리던 대간길이 황악산에서 북동쪽으로 휘어진다는 것만 기억하고, 잘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산행 표지기가 지시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무조건 이정표의 직지사 방향으로만 진행하면 만사 오케이라 하겠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오히려 헷갈린다. 오늘도 중위 그룹은 하산 길에서 왼쪽 길을 따라 걷다가, 뒤쫓아간 회장님이 다시 데리고 나왔다고 한다.
등산로 왼쪽으로 바위굴이 땅 속으로 깊게 떨어진다. 아마도 여시굴인가 보다. 지루한 길이 계속된다. 나뭇가지 사이로 빼꼼이 얼굴을 내민 황악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무덤 1기를 지나고, 산행 표지기가 어지럽게 매달린, 봉우리에 오른다. 여시골산인 모양이다.
<여시굴>
<뒤돌아 본 황악산>
평평하게 이어지던 등산로가 급경사로 떨어진다. 저 아래로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등산로는 수로을 건너 임도로 이어진다. 3시 15분 경, 수로에서 젊은 홀대간꾼을 만난다. 몇 일을 걸었는지, 수염이 더부룩하지만, 무척 선량해 보이는 얼굴이다. 옆에 내려놓은 배낭은 내 배낭의 두 배는 넘겠다. 해 지기 전에 야영 터를 찾아야 할 터인데, 아마도 황악산 정상 못 미쳐, 헬리포트에서 자게 될지도 모르겠다.
독일어에 "아인잠카이트(Einsamkeit)", "즈바이잠카이트(zweisamkeit)"란 말이 있다. 또 "군중 속의 고독(Alone with Everybody)"이란 말도 있다. 혼자 있어도 고독하고, 둘이 함께 있어도 고독하고, 군중 속에서도 고독을 느끼는 것이 사람이란 소리다. 고독이라는 것은 마치 그림자와도 같아서, 떨쳐 버릴 수도 없는 것인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고독을 스스러워하지 않고, 외로움을 외로움대로 있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한다. 젊은 홀대간꾼에게서는 이러한 기도소리가 크게 들려오는 것 같다.
궤방령으로 내려서면서, 앞에 보이는 가성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길가에 하얗게 꽃을 피운 조팝나무 한 그루가 아름답다. 3시 28분 경 도로에 내려서서, 오른 쪽 궤방령 쉼터 부근에 정차해 있는 버스에 오른다. 버스에서 땀에 젖은 상의를 갈아입고, 쉼터 정자로 향한다. 쉼터에는 산악회에서 준비해 온 따듯한 밥과 국, 그리고 김치와 나물이 스티로폴 상자에 담겨져 있다. 막걸리를 반주로 대원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궤방령 내려가다 본 가성산>
<길가의 조팝나무>
<궤방령 쉼터>
후미대원들이 도착하여 식사를 마치고, 나물을 캐느라, 떠나기를 아쉬워하는 여자대원들을 독촉하여, 4시 20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5, 5. 12.)
[대빵 / 2005-05-13,14:49:38]
우림님
이번이 빠진 구간이셨군요.
나머지 구간도 꼭 안전산행하시기 바랍니다.
우림님의 산행기는 후배 백두대간 대원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좋은글 항상 감사드립니다 [삭제]
2 [우림 / 2005-05-15,15:07:08]
대빵 님 !
외도를 했음에도 너그럽게 포용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삭제]
3 [東城.... / 2005-05-16,16:25:20]
우림님 오랜만입니다. 6차대에서는 땜방 세줄이 없는지요.
빼재에서 칠현계곡의 6차대 14일 대간코스에는 처녀치마,
개불알꽃이 꽃은 피지 않았지만 엄청 깔려있데요.
이름이 이상해서 필화사건이 또 생길라....또 뵙지요..... [삭제]
4 [우림 / 2005-05-17,15:13:43]
동성 님 ! 반갑습니다.
6차대 산행모습에서 즐겁게 산행하는 모습은 보았지요.
지난주에는 어려운 코스를 다녀오셨네요. 삼도봉은 올라도 올라도
계속 오름세가 이어지던 것이 기억나네요.
땜방을 해야하는 구간은 덕유산군의 일부 구간인데,
6차대에서는 7월에 그 곳을 산행할 계획이더군요.
물론 홀수 토요일은 6차대와 함께 땜방하지만,
짝수 토요일에 걸리는 구간은 정맥산행과 겹쳐,
부득이 외도를 하게되겠네요, 그렇지 않으면 7차대까지 기다려야 하니 말입니다.
산정에는 언로가 열려 있으니, 더 이상 필화사건 걱정말고,
자유롭게 표현하여, 읽는이들을 줄겁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진으로 산행모습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건강하고, 즐산하시기를.....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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