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1,567m) 능선이 남쪽으로 흐르다가 부소봉(1,547m)에 부딪혀 두 줄기로 크게 갈린다. 한 방향은 동쪽으로 문수봉을 향해 달리고, 다른 한 쪽은 서남쪽으로 비스듬히 고도를 낮추어, 깃대배기봉(1,383m)에 이르고, 더욱 고도가 낮아지며 1141m의 차돌베기로 떨어진다. 이 흐름이 백두대간 길이다. 차돌베기에서 대간 길은 갑자기 방향을 서쪽으로 틀며, 다시 고도를 높여 신선봉(1,300m)을 이룬다.
<태백산 정상에서 본 걸어 온 방향 - 오른쪽으로 신선봉도 보인다.>
2005년. 정월 초하루. 7시 15분 경, 묘지 하나가 덩그렇게 놓여 있는 신선봉 꼭대기에서 20여명 가까운 대간꾼들이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여명으로 주위는 많이 밝아졌다. 나뭇가지 사이로 검은 구름덩이가 산줄기처럼 떠 있고, 그 구름 위가 붉게 타오르고 있다. 머지 않아 찬란한 새해의 태양이 그 구름 사이로 불끈 솟을 참이다.
바람이 강하게 분다. 귀마개를 내린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그 위에 방풍 재킷의 모자를 덮어썼는데도 양 볼이 떨어져 나가는 듯 아프다. 습기 하나 없이 투명한 공기가 콧속을 아리게 한다. 이 때의 온도가 영하 18도였다고 하산 후 산악회 인솔자가 알려준다. 몰아 부치는 강풍까지를 감안한다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를 훨씬 웃도는 깡추위다.
차돌베기로 내려서는 비탈길의 잡목들이 주위의 물기를 모아 나뭇가지들을 하얗게 꽃피우고 있다. - 상고대. 추위로 카메라가 작동을 멈추어, 이처럼 아름다운 광경을 잡지 못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고오텍스 등산화로 중무장한 발마저 시려 온다. 결국 추위에 견디지 못하고, 일출 보기를 포기한다. 서둘러 몸을 움직여, 상고대 사이로 이어진 비탈길을 내려선다.
<신선봉 골짜기 상고대 - 대원 사진>
<신선봉의 새해 일출 - 산악회 대원 사진>
2004년 12월 31일(금)
제40회 토요 대간산행은 무박으로 제37구간을 간다. 산행코스는 『도래기재(780)-구룡산(1,345.7)-곰넘이재(1,080)-신선봉(1,300)-깃대배기봉(1,383)-부소봉(1,546.5)-태백산(1,566.7)-화방재(950)』로 도상거리는 약 23 Km이다. 산악회에서는 산행 소요시간을 10시간으로 보고있다. 지난해 이 코스를 산행한 2차대의 후미는 12시간 55분을 소요했다. 나는 목표시간을 12시간으로 정하고 산행계획을 세운다.
백두대간을 한답시고, 섣달 그믐날 밤에 집을 나가 정월 초하루에 돌아오겠다는 남편을 좋은 마음으로 떠나보낼 부인이 흔할 리 없다. 집사람은 하루 종일 말이 없다. 저녁 무렵 몇 시에 나갈 거냐고 묻는다. 9시 반경이라고 간단히 대답한다.
봉화산에서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던 일, 김 서린 안경을 쓰고 비나리는 조항산 칼바위 길을 걷던 일, 고적대 넘어 분지로 내려오다 낙엽에 덮인 나무뿌리에 걸려 개구락지가 되던 일,... 누이동생은 이런 산행기를 보면 메일을 보낸다.
"오빠 산천 유람하는 건 좋은데, 동생 간 다 떨어진다고.... 자기가 그러니 언니는 가까이에서 보면서 얼마나 애간장이 탈 것이냐" 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집사람은 현명하다. 봉화산 산행기를 보고 난 이후는 아예 산행기는 거들 떠 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밤 10시 15분 경. 서초 구민회관 앞, 한 밤중인데도 배낭을 멘 등산객들로 붐빈다. 대형 버스들이 길가의 차선 하나를 완전히 점령하고 길게 늘어서 있다. 설악산, 지리산, 태백산으로 새해를 맞으러 떠나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산악회 전세 버스들이다.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러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이 정도로 많을지는 상상도 못한다. 아주머니, 할머니들도 떼지어 모여있다. 새해를 맞아 첫 불공을 떠나는 분들이라고 한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3차대간 팀 대원은 신 회장님과 함 선생 부부만이 눈에 뜨인다. 연말 연시의 이런 저런 사정으로 대부분이 결간을 하는 모양이다. 신 회장님은 산악회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오늘 산행 인원은 45명, 그중 3차대간 팀 요원 14명을 포함한 20여명이 대간 코스를 산행하고, 나머지 25인은 태백산 일출을 보기 위해 참여한다고 한다.
10시에 동대문에서 출발한 산악회 버스가 10시 30분이 넘어도 도착하지 않는다. 길이 많이 막히는 모양이다. 날씨가 생각보다 많이 춥다. 내복을 입지 않은 아랫도리가 춥게 느껴지고, 등허리가 써늘하다. 10시 40분이 지나는데도 버스는 나타나지 않는다.
위쪽에서 대원 한 사람이 뛰어 내려온다. 길가 버스 행렬에 막혀, 버스가 위쪽에서 대기 중이란다. 위쪽으로 이동하여, 버스에 오른다. 버스가 겨우 북새통을 뚫고 빠져 나온다. 복정역에서 승객 한 명을 더 태우자, 버스는 만원이다. 산악회 인솔자가 앉을 자리가 없다. 인솔자는 치악 휴게소에서 정차할 예정이니 그 때까지 쉬라고 인사한 후 바닥에 자리를 펴고 앉는다.
버스가 중부고속도로를 벗어나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이천을 지나자, 동해 쪽으로 해돋이를 보러 가는 차량들로 도로가 막혀, 우리 버스도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할 수 없이 여주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 한 후 38번 국도를 타기로 방향을 바꾼다. 버스는 자정을 넘기고, 새해에 들어 겨우 여주 휴게소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20분간 정차한다. 날씨가 예상보다 추우면 입으려고 비상용으로 배낭에 넣어 온 내복 하의와 상의를 들고 화장실로 간다. 여주 휴게소도 만원이라, 겨우 빈 화장실을 찾아, 내복을 껴입는다. 한결 따듯하다.
버스가 출발하자 산악회 인솔자는 산행자료를 배포하고 산행에 대해 설명한다. 대간 산행은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됨으로 오후 3시까지는 화방재에 도착하라고 당부한다. 한편 화방재에서 출발하여, 유일사를 거쳐, 천제단에서 해돋이를 보고, 만경대, 문수봉을 지나 당골로 하산하는 팀의 소요 시간은 5시간에서 6시간 정도를 예상한다고 한다.
버스는 다시 소등하고 뻥 뚫린 국도를 달린다. 어느 틈에 잠이 들었나보다. 실내등이 켜지는 서슬에 잠이 깬다. 버스가 도래기재에 도착한 것이다. 산악회 안내인도 잠이 들었었는지 버스가 정차 한 후에야 마이크를 잡고, 대간 팀은 하차하여, 10분간 산행 준비를 한 후, 산행을 시작하자고 한다. 이 때가 3시 4분 경이다.
버스가 헤드라이트 켜서 어둠을 밝히고, 대간 팀은 헤드랜턴을 쓰는 사람, 등산화 끈을 매는 사람, 스틱 길이를 조절하는 사람, 배낭에서 방풍재킷을 꺼내 입는 사람, 제 각기 산행 준비에 바쁘다. 3시 10분 경 산행준비를 마친 대원들부터, 왼쪽으로 4개의 깃발이 나부끼는 등산로 입구로 진입한다. 나도 서둘러 산행준비를 마치고 이들에 끼어 든다. 어둠 속에서 인원을 파악하려는지 누군가 앞에서부터 번호를 붙이라고 한다. 7번이 내 차례다. 번호는 11번인가에서 그치고 더 이어지지를 않는다. 아직 준비를 마치지 못한 대원이 따르지를 못하는 모양이다.
<산행준비>
밝은 낮이면 서둘게 없겠지만, 캄캄한 밤중에 후미에 홀로 쳐지는 것은 겁나는 일이다. 앞사람의 배낭과 등산화 뒤 꼭지의 야광 불빛만 보고 꾸준히 따라 붙는다. 이윽고 선답자들이 산행기에서 말한 무덤 1기가 오른 쪽으로 보인다.
고도가 서서히 높아지면서 왼쪽에서 바람이 강하게 분다. 속내복까지 껴입어 몸은 춥지 않지만, 노출된 양 볼이 따갑다. 장갑도 두툼한 이중 장갑을 꼈더니, 손 움직임은 둔해도 손이 시린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 때의 기온이 영하 14도 내지 15도 정도였다고 한다.
오르막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여 스틱의 도움을 받으며, 큰 어려움 없이 앞사람을 따른다. 경사가 심한 곳에서 다소 뒤쳐지더라도 길이 평탄해지면 속도를 내어 다시 따라 붙는다. 앞으로 첫 번째 임도가 희게 가로지른다. 시계를 보니 3시 40분이다.
앞사람 야광 불빛만 보고 걷는 행보가 계속된다. 바람이 직접 뺨에 닿지 않도록 고개를 숙이고 걷다보니 하늘 한 번 올려보지도 못한다. 별이 총총한지, 달의 모양이 어떤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이윽고 4시 20분 경 2번째 임도를 건너. 가파른 절개지를 타고 오른다.
아마도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는 모양이다. 윈드 재킷과 배낭에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경사가 점점 심해지더니 이윽고 넓은 헬리포트에 이른다. 입구에 구룡산 정상임을 알리는 나무 팻말이 서 있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5시 14분이다. 도래기재를 출발한 후 약 2시간이 경과한 시각이다. 목표시간보다 무려 1시간이나 빠른 진행이다. 땅만 보고 내쳐 달린 결과다. 안쪽으로 이동하니 정상석이 서 있다. 다시 카메라를 열고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추위로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아 사진 찍기에 실패한다.
<구룡산 정상 표목>
어둠 속에서 내리막길을 내 닫는다. 땅은 얼어 단단하고, 눈이 온 흔적도 없다. 몇 차례 업 다운을 거쳐 이윽고 이정표 앞에 선다. <구룡산 5km, 차돌베기 6Km, 참새골 6Km> 6시 12분, 곰넘이재에 도착한 것이다. 앞섰던 대원들이 모여있다. 회장님이 지도를 펴 들고 이정표를 보며 가야할 방향을 가늠하고 차돌베기를 확인한다. 이정표를 카메라에 담는다. 주머니 속에 따듯하게 보관해서인지 여기서는 사진이 찍힌다. 이정표에는 소요시간도 쓰여 있으나 누군가가 앞뒤 글자를 긁어내어, 차돌베기까지 1시간이 소요된다고 적혀있다. 실제로는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거리다.
<참새골 이정표>
이렇게 빨리 곰넘이재에 도착하리라고는 예상을 못해, 순간적으로 가야할 차돌베기를 곰넘이재로 착각한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라고 예상하는데, 대간 길은 오르막이 계속되고, 이어서 급경사 길로 이어진다. 오른쪽에 묘가 누워있다. 그제야 곰넘이봉은 이미 지나고 지금은 신선봉을 오르는 중이 라는 걸 깨닫는다. 길은 점점 가팔라지면서 힘이 든다. 급경사 길에 밧줄이 늘어져 있다. 두 스텝 걷고, 한 스텝 쉬는 특유의 주법으로 천천히 걷는다. 뒤 따라 오는 대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오네 하스트, 오네 라스트(서두르지 말고 쉬지 마라)" 라고 내가 좋아하는 문구를 불경 외우듯 속으로 되 뇌이며 천천히 걸어 오른다.
힘이 많이 든다. 먼 산행을 할 때는 지치기 전에 쉬고, 시장하기 전에 먹으라 하지 않던가? 이제 먼동이 트는지 주위도 훤해진다. 길옆으로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른다. 막힌 길이 뚫리니, 몇 사람이 반갑다고 앞으로 치고 나간다. 한 숨돌리고 다시 대열에 합류하여 천천히 오른다. 이윽고 오름세가 끝나고 공지에 이른다. 중앙에 묘지 하나가 덩그마니 누어 있다. 신선봉 정상이다. 7시 10분 경이다.
정상에 서니 바람이 거세고, 날씨가 춥다. 카메라를 꺼내 그로테스크한 무덤을 찍어 보지만 역시 작동하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산행 리본들이 무수히 걸려있고, 그 옆 나뭇가지에는 이정표가 매달려있다. 뒤따르던 대원들도 다 오르고, 몇 사람은 추위를 견디지 못해 오른쪽 길로 서둘러 하산한다. 하산 길은 잡목들이 하얗게 얼어 있다. 아름다운 광경을 찍으려 카메라를 품속에 넣어 따스하게 한 후 시도해봐도 역시 말을 듣지 않는다. 안타깝다. 추위도 잊는 채 몇 번을 시도해 봐도 번번이 실패한다.
정상 쪽이 시끄럽다. 무덤 뒤쪽으로 직진했다가 길을 잘 못 든 것을 눈치채고, 선두 그룹이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 온 거다. 이제 정상에 거의 전 대원이 모두 모였다. 곧 일출이 시작될 터이니 여기서 일출을 보자는 제안에 모두 자리를 잡고 동쪽 하늘을 바라본다.
동쪽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다. 머지 않아 새해 첫날 첫해가 솟아오를 참이다. 하지만 바람이 거센 정상은 너무 너무 춥다. 재치 있는 대원이 보온병의 뜨거운 물로 커피를 타서 나누어 마셔보지만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다. 움직이지 않고 서 있으려니 발마저 시려온다.
일출을 보는 것도 좋지만, 추위에 견디지 못한 나는 상고대 사이로 난 하산 길을 혼자 내려선다. 상고대를 사진으로는 보았지만, 실제 모양은 처음 본다. 신비할 정도로 아름답다. 하지만 여명 속에서 보아서일까 무언가 어두움이 깃든 아름다움이란 느낌이 든다. 도봉산 망월사 쪽에서 포대능선 너머로 지는 해를 받으며, 영롱하게 반짝이던 수빙(樹氷)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아름다움이다.
등산로는 키가 큰 산죽 사이로 이어진다. 산죽의 높이가 내 키를 웃돈다. 산죽 잎 위에도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보이지 않는 발 밑을 조심하며 천천히 걷는다. 많은 사람들이 추위를 견디지 못해, 일출 보기를 포기하고 줄줄이 하산한다.
무성한 산죽 군락지가 그치고 등산로는 언덕길을 오른다. 7시 40분 경, 왼쪽으로 커다란 암벽이 솟아,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는 아늑한 곳에 이르러 아침식사 채비를 차린다. 보온 도시락의 밥을 국에 말지만, 따듯한 기운은 금방 사라져, 바로 차게 식어 버린다. 손이 무척 시리다. 배낭에서 얇은 장갑을 꺼내 끼고, 서둘러 식사를 한다. 바람은 없지만 움직이지 않으니 발이 시리다.
옆에서 컵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넣고, 한참 기다린 후 뚜껑을 열어 본 젊은이들이 깜짝 놀란다. 컵 속에 살얼음이 얼어 있다고 한다.
신선봉 정상에서 끝까지 남아서, 뜻 깊은 일출을 보고 하산한 일행 6명이 도착하고. 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이들에게 자리를 내 준 후, 8시 15분 경 서둘러 출발한다. 8시 46분 차돌베기 이정표를 지난다.<참새골 입구 6Km, 태백산 10Km,>
차돌베기에서 등산로는 북쪽으로 휘어지고, 비교적 평탄한 마루금이 계속된다. 이제는 해도 높이 솟아올라 추위도 많이 가신다. 한차례 내리막을 거쳐 오름세로 이어진다. 1,174m 봉을 지나는 모양이다. 뒤돌아보니 나무 가지 사이로 신선봉이 우뚝 솟아 있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어본다. 이제는 카메라도 제대로 작동한다. 길은 내리막을 거쳐 안부에 도착한다.
<태백산 구간 백두대간 등산 안내도 - 대원 사진>
길은 다시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40여분쯤 오르니 경사가 완만해 지며 산죽 군락지로 이어진다. 산죽들 위로 눈이 하얗게 뿌려져 있다. 참나무 숲 사이로 평탄하고 넓은 능선길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주위의 경관도 특별한 것이 없다. 잔설이 덮인 길을, 눈 밟는 소리를 들으며,터벅터벅 걷는다. 차돌베기에서부터 이런 단조로운 길이 약 3시간 정도 이어진다. 아무 생각도 없다. 머리 속이 하얗게 표백되는 느낌이다. 태백산을 남성다운 중후함과 포용력을 지닌 산으로 표현한 이유를 알겠다.
<눈가루가 흩날린 산죽길>
<유장한 대간길 - 과연 큰 산이다>
11시 13분 나뭇가지에 산행 리본이 무수하게 매달린 봉우리에 선다 아마도1,467m 봉인 모양이다. 문수봉이 오른쪽으로 가까이 보이고 등산로는 내리막으로 떨어지더니 산 사면을 타고 이어진다. 11시 29분 왼쪽으로 태백산이 보인다.
<1,467m 봉을 내려서는 대원>
<태백산 정상, 주목 그리고 고사목>
11시 43분 문수봉 갈림길 이정표에 이른다. 뒤따라 온 대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 위치에서 추위에 떨며 서 있던, 신선봉이 멀리 보인다. 태백산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 정상 쪽에서 문수봉을 향해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긴 행렬을 잇고 있다. 우리는 이 흐름을 역류하여 태백산 정상을 향한다.
11시52분 첫 번째 제단 앞에 선다. 쾌청한 날씨,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없다. 뒤돌아보니 걸어 온 길이 아스라이 보인다. 12시 3분, 천왕단에 오르지만. 사람들이 많아, 천왕단이나, 태백산 정상석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한다. 다행히 산악회 인솔자가 기다리다가 자리를 마련하고, 천왕단 앞에서 우리 일행의 사진을 찍어준다.
<천왕단>
<문수봉>
<장군봉>
동서남북 사방이 탁 트였다. 동남쪽으로 문수봉이 코 앞에 있고, 그 뒤로 이름 모를 산들이 푸르게 보인다. 북쪽으로 가까이 보이는 산이 함백산이다. 서남쪽으로 역광 속에 오늘 걸어 온 능선이 멀리 펼쳐 있다.
<정상에서 본 주목과 산 1>
<정상에서 본 주목과 산 2>
12시 15분 경 장군봉에 이른다. 역시 등산객들이 몰려 있다. 조망이 끝내준다. 특히 북쪽과 동쪽의 조망에 막힘이 없다. 사진을 찍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동안 우리 일행은 모두 하산을 한 모양이다. 아쉽지만 더 지체하지 못하고 12시 20분 경 유일사 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장군봉의 장군단>
<장군봉에서 본 함백산과 복쪽 조망>
<장군봉에서 본 동쪽 조망>
유일사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급한 돌길이다. 군데군데 얼음이 언 곳이 흙에 덮여 있다. 가벼운 차림의 등산객들이 줄지어 오른다. 무질서하게 올라오는 이들을 피해서 내려서야 한다. 위험한 길이다. 마음은 급하지만 조심조심 내려선다. 유일사 까지가 무척 멀게 느껴진다.
유일사 쉼터에서 우리 일행들이 쉬고 있다. 신 회장님도 보인다. 아마도 최후미로 쳐진 나를 기다린 모양이다. 뜨거운 라면 국물과 소주잔을 받아 마신다. 몸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신 회장님을 선두로 후미 그룹이 화방재로 향한다. 비교적 평탄한 길이지만 추위 속에서 잠도 못 자고 10시간 정도를 걸은 지친 몸에게는 지루하고 먼 길이다. 서둘러 걸으니 몸에서 땀이 솟는다.
<신령각 이정표>
1시52분 신령각 이정표를 지난다. 이제 화방재가 멀지 않다. 다시 힘을 내 걷는다. 2시 10분 경 화방재에 도착한다. 강추위를 견디고 거센 바람을 헤치며 걸은, 약 11시간에 걸친 산행이 막을 내린다. 새해를 맞는 첫날, 힘든 산행을 거뜬히 마친 것이다. 비록 몸은 무거워도, 정초부터 무언가를 한 건 올린 듯한, 흐뭇한 기분에 잠긴다.
버스는 2시 3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5.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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