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령이 도 경계임을 알리는 알림판이 충청도 쪽과 경상도 쪽이 많이 다르다. 죽령, 문경새재, 추풍령 등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 세 군데나 있어, 두 지역이 빈번히 교류는 해 왔을 터인데도, 오랫동안 백두대간으로 갈라져 살아왔기 때문에 이처럼 표현 방식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아 재미가 있다.
<경상도 쪽 도경계 알림판>
2004년 12월 18일(토)
오늘은 백두대간 제 32 소구간을 산행한다. 교통 편의상 역코스를 취하여,『죽령(696)-샘터-1,133봉-1,286봉-삼 형제봉(1,261)-안부(1,150)-도솔봉(1,314.2)-묘적봉(1,148)-묘적령(1,000)』까지 마루금을 타고, 단양군 대강면 사동리로 하산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약 8Km, 날 머리 약 4.5Km, 합계 12.5Km에, 산악회가 제시한 기준 소요시간은 약 6시간이다.
후미당에서도 마루금 소요시간 4시간 10분, 중식 30분, 날 머리 소요시간 1시간 20분 합계 6시간으로 목표를 삼아, 모처럼 산행소요시간이 산악회와 일치한다.
도솔봉과 묘적봉은 소백산 군의 연봉들이지만 죽령을 경계로 그 남쪽에 떨어져 있어 소백산과는 분리된 감을 준다고 한다. 소백산 연화봉이나 장군봉에 올랐으면, 소백산 다녀왔다고 하지만, 도솔봉 산행 후에는 도솔봉 다녀왔다 하지 소백산 다녀왔다고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역도 철쭉과 산죽 군락지 그리고 암봉들과 계곡으로 유명하여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삼형제봉에서 본 도솔봉과 묘적봉>
이미 많이 다녀왔기 때문인가? 오늘 산행 총인원은 30명이 채 못된다. 버스가 중앙고속도를 달린다. 산악회 인솔자가 마이크를 잡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금수산 등을 가르치며 산행하기 좋은 산이라고 소개한다. 아울러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되어 문경 주변의 명산들 찾기가 수월해 졌다고 알려준다.
9시 40분이 조금 지나 버스는 죽령 휴게소에 도착한다. 일행은 풍기 쪽으로 이동, 죽령 돌 표지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는다. 바로 앞에 죽령주막이 있다. 초가집에 청사초롱이 내 걸렸다. 앞으로 넓은 주차장, 그 옆으로 장독대가 마련돼 있다. 정겨운 모습이다. 주모를 찾아 막걸리라도 한 사발 먹고 싶은데 사정이 허락하지 않으니 아쉽다.
<죽령 주막>
죽령주막 건너편, "소백산 국립공원 자연관찰로" 안내판이 붙은 곳에서 등산로로 진입한다. 9시 50분 경이다. 공원 관리직원이 사람 수를 센다. 산불예방 기간도 끝나 제대로 입장료를 내고 모처럼 국립공원으로 당당하게 들어가는 거다.
등산로 바로 입구에 죽령 옛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다. 옛 자취를 되살려 보존하자는 뜻에서 영주시에서 1999년 5월, 2.5Km에 달하는 그 옛날 오솔길을 다시 정비하여, 안내판과 함께 단장을 마친 곳이다. 옛 것도 여유가 있어야 보존할 수 있다. 외국을 여행하면서의 느낌이지만, 우리도 1인당 GNP가 2만 불 정도에 이르면, 즉 우리나라 총 GNP규모가 8 천억 불에서 일조 규모가 되면, 우리에게도 꽤 여유가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옛 죽령길 안내도>
등산로는 울창한 침엽수림 사이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산허리를 감돌아 이어진다. 10시9분 첫 번째 헬기장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가야할 능선이 보이고, 멀리 삼각형의 날카로운 봉우리가 보인다. 방향으로 보아 아마도 삼 형제봉 중 하나인 듯 싶다. 조금 오르니 오른 쪽 나뭇가지 사이로 소백산의 천문대가 보인다. 경사가 점점 심해진다. 죽령과 도솔봉의 고도 차는 약 600m 정도에 달한다. 이제부터 땀께나 빼야한다.
<첫번째 헬리포트에서 본 가야할 능선>
10분 후 첫 번째 이정표에 이른다. <죽령 1,3Km, 도솔봉 4.7Km>. 바로 뒤에는 돌탑이 서있고, 바닥에 철판이 박혀 있다. 글씨가 불분명하지만 아마도 종철이 묘비인 모양이다.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철쭉의 가지들이 얼굴을 때리기도 한다. 군데군데 산죽 군락지도 보인다. 10시 45분 1,130m 지점의 <소북 11-13> 구조 표지목을 지난다. 1,133봉이 가깝다.
<돌탑과 동판>
119구조대 표지목-해발 1130m
길은 더욱 더 가팔라진다. 왼쪽으로 굽은 능선위로 중위 팀이 지나는지 시끌버끌 요란하다. 왼쪽 능선 길 나뭇가지 사이로 김진희 대장의 붉은 재킷도 보인다. 11시 3분. 1286m 봉 이정표 앞에 선다. 사진을 찍으며 주위를 살피는데, 선우 대장이 여전사 한 분과 함께 올라온다. 선우 대장이, 이정표에는 등산로 없음이라고 표시한 방향으로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다고 귀띔해 준다.
<1286봉 이정표>
낙엽 쌓인 경사를 오르니 왼쪽으로 커다란 바위가 절벽 위에 솟아 있다. 바위 전망대에 오른다. 앞으로 가야할 삼 형제봉, 도솔봉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참으로 장관이다. 이제부터 오늘 산행 구간의 기막힌 조망 즐기기가 시작되는 거다.
<전망 바위에서본 도솔봉 가는 길, 그리고 도솔봉.>
전망바위가 절벽 끝에 솟아 있어, 이 곳에는 삼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안부로 바로 내려서는 길이 없다. 할 수 없이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내려서니 선우 대장이 올라온다. 이정표가 서 있는 곳으로 돌아와 안부로 향한다. 이번에는 김진희 대장이 되돌아온다. 전망대 조망이 어떠냐고 묻는다. 그냥 지나쳤던 모양이다. 조망 끝내준다고 풍을 떤다. 김진희 대장은 전망대로 향하고 나는 급경사 암릉길을 따라 안부로 향한다.
앞에 차련 님이 아드님과 함께 조심조심 내려간다. 등산로는 안부를 지나 다시 가파른 바위 위로 이어진다. 뒤돌아 1,286봉 전망대를 돌아본다. 절벽 위에 우뚝 솟은 모습이 올돌하다. 어느 틈에 내려왔는지 김진희 대장이 따라 붙는다. 삼 형제봉 오름 길에 잠시 쉬며 차련 님에게서 선식을 탄 음료수를 얻어 마신다. 아드님은 73년 생으로 함께 대간 길을 걷는 것이 차련 님에게는 무척 대견스런 모양이다.
<뒤돌아 본 전망대 바위>
11시 34분 삼 형제봉에 오른다. 목표 시간보다 약 15분 정도 빠른 진행이다. 이 곳에서는 소백산의 연봉들이 깨끗하게 보인다. 천문대, 비로봉, 국망봉, 특히 죽령에서 천문대로 오르는 길까지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끝내주는 조망이다.
<삼형제봉에서 본 소백산 천문대 방향>
5분쯤 내려서서 전망바위에 선다. 이곳에서는 도솔봉으로 흐르는 능선이 한 눈에 보이고, 뒤로는 걸어 온 봉우리들이 펼쳐져 있다. 역광이지만 도솔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전망대를 내려서니 계단이 이어진다. 11시49분 이정표를 지난다.<도솔봉 1.7Km, 죽령4.3Km>. 급경사 계단을 따라 1150m의 안부로 향한다.
<삼형제봉에서 본 도솔봉>
완만한 능선길이 끝나고, 도솔봉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곳곳에 암릉이 이어진다. 뒤돌아, 삼 형제봉과 1,286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12시 30분 도솔봉에 오른다. 제법 널찍한 정상에는 정상임을 알리는 동판이 박혀있고, 자그마한 돌탑이 서있다. 누군가가 나뭇가지에 태극기를 걸어 놨다. 정상에 서니 사방이 확 트였다.
<뒤돌아 본 삼형제봉>
<뒤돌아 본 1286봉>
<도솔봉 정상 동판>
멀리 북으로 소백산 연봉들이 보인다. 더 멀리 태백산도 보인다고 하지만 구분을 못한다. 가까이는 1,286봉, 삼 형제봉이 보이고, 흰봉산도 알아보겠다. 남쪽으로는 묘적봉 등 지난 번 지났던 산들이 누워 있다. 동쪽으로는 가까이 풍기읍이, 그리고 멀리 영주가 보인다. 서쪽으로는 월악산, 금수산이 보인다지만 가벼운 가스에 가려 식별치 못 한다.
<묘적봉 가는 길>
<눈아래 펼쳐진 풍기읍>
급경사 길을 내려선다. 눈앞에 펄쳐진 헬리포트를 지나는 중위 팀이 보인다. 앞 팀이 1185봉을 지나며. 급사면을 내려서는 우리들을 보고, 양팔을 높이 벌려 포즈를 취하라고 소리친다. 내려오는 우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이 보인다. 경사가 완만해지며 걷기 편한 능선길이 계속된다.
<뒤돌아 본 도솔봉>
<1185봉에서 본 묘적봉>
1시경에 안부에 내려선다. 안부 낙엽 쌓인 사면에 열 대여섯 명에 달하는 중위 팀이 막 도시락을 풀고, 점심을 들려는 참이다. 합류하여 함께 식사를 한다. 중위 팀과 후미 팀이 합수를 한 셈이다. 지난 산행부터 우정 님이 중위 팀에 끼어 들어, 중위 팀 진행속도에, 알게 모르게 브레이크를 거는 모양이더니, 드디어 양 팀이 합수하도록 유도한 모양이다.
1시30분 경 식사를 마친 대원부터 묘적봉으로 향한다. 15분쯤 지나 묘적봉에 오른다. 좁은 정상에는 작은 돌탑과 묘적봉이라는 표지석이 놓여있다. 기념사진을 찍고 서둘러 하산한다. 오른쪽 사면으로부터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모자를 눌러 쓰고 빠르게 진행한다. 2시 2분 높다란 암벽 전망대에 오른다. 바람이 더욱 거세다. 서둘러 주위의 사진을 찍고 묘적령으로 향한다. 2시 8분 묘적령에 도착한다.
<묘적봉 정상>
<전망대에서 본 묘적봉과 도솔봉>
이제는 중위, 후미의 구별이 없이, 20여명 가까운 대원들이 편대를 이루어 조심스럽게 사동리로 향하는 비탈길을 내려선다. 차련 님 아들이 뒤로 쳐진다. 앞선 차련 님은 아들이 걱정이 되는지. 뒤돌아보고, 아드님이 보이면 다시 걷는다. 오늘은 중간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던 잭 울프 님이 후미를 보는지 뒤로 쳐져 젊은이를 앞세우고 내려온다. 차련 님은 비로소 마음을 놓는다.
지난주 내려왔던 길이라 그런지 먼저처럼 지루하지가 않다. 이윽고 골짜기로 내려서서 냇물을 따라 걷는다. 가문 데도 냇물의 수량은 풍부한 편이다. 워낙 산이 깊기 때문인 모양이다. 임도를 거쳐 유원지에 내려선 것이 3시 30분 경이다. 오늘은 5시간 40분 정도 산행을 한 셈이다.
중위, 후미 구분 없이 함께 어울려 하산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버스 앞에서 카메라에 담는다. 이윽고 모든 대원들이 버스에 오르고, 3시 54분, 버스는 서울로 향한다.
박달재 휴게소에서 묵채밥으로 저녁을 하고, 지난 번 9위에 이어 오늘은 5위로 입성한 東城 님이 한 방 쏘겠다 하여, 연탄 한 장 집에 예약을 한다. 버스는 7시가 못되어 서울에 도착한다. 성탄 준비로 바쁜 차련 님 모자와 얼른 집에 돌아가 강아지 오줌을 뉘여야 하는 처량한 신세의 사나이를 제외한 전원이 양재역과 강남역 중간에서 우르르 하차한다. 참으로 부러운 분위기이다.
(2004.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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