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산(1,433.5m)은 비로봉(1563)을 중심으로 호령봉(1560), 상왕봉(1493), 두로봉(1421), 등 높이 1400-1500m급의 네개 봉우리와 함께 오대산을 이룬다. 그 중 동대산은 주봉인 비로봉과 마주 보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데, 그 덩치가 오히려 주봉 보다도 더 장대하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도상거리는 약 25.5Km, 1,000m가 넘는 봉우리가 20여 개가 넘지만, 백두대간 마루금에 놓여 있는 것은 17-18개 정도이다. 백두대간 제 47구간인 진고개에서 구룡령까지의 구간은 마루금 도상거리 약 21Km, 1,000m를 넘는 봉우리 18개를 지난다. 물론 지리산은 고도 차이가 심한 봉우리들이 많이 있지만, 동대산 구간도 동대산, 두로봉, 만월봉, 응복산, 1,280m 봉, 약수산 등에 오르는 길은 만만치가 않다.

<오대산과 동대산 구간 산행코스>

 

<동대산 구간의 대간능선 - 산악회 사진>

 

오늘은 이런 동대산 구간을 무박산행 한다. 배낭을 챙기는 것을 보고 있던 집사람이 한심한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자기는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해, 거동도 불편한데, 강아지는 어떻게 밖으로 데려 나가 오줌을 뉘라고, 나 몰라라 배낭을 챙기고 있으니, 저런 사람하고 이제껏 한평생을 같이 살았나? 하고 속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기예보에 토요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소리를 듣고, 한마디한다.

 

"산에는 눈이 올지 모르니 아이젠 잊지 말고 가져가요."

 

그래서 아이젠을 찾아, 배낭 밑에 넣는다. 비 올 것에 대비하여, 방수재킷, 오버트라우저, 갈아입을 여벌 옷, 그리고 방한용 옷까지 넣으려니 배낭이 꽉 찬다. 지난 주 황장산 구간 산행 시, 전날에 온 눈이 산에 남아있어, 설경은 훌륭했지만, 아이젠이 필요할 정도가 아니었던 것에 생각이 미치자, 슬그머니 아이젠을 꺼내 놓는다.

 

동대산 구간의 대간 길 내리막은 대부분이 북향이다. 오르막길에는 눈이 없지만 내리막길에는 예외 없이 눈이 덮여있다. 곳곳에 결빙된 곳도 있어 위험하다. 특히 두로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급하고, 여기저기 빙판 길이 많다. 이런 길이 약 1.5Km 정도나 계속된다. 한 두 차례씩 넘어지지 않은 대원이 없다. 아이젠 없이 이런 길을 걸으려니 시간이 걸리고,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 경상도의 눈과 강원도의 눈, 동쪽 길에 쌓이는 눈과 북쪽 길에 쌓이는 눈 - 실제로 경험을 해보아야 그 차이를 알 수 있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으로 멍청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양어깨가 뻐근하다. 그만큼 스틱 웍이 심했단 이야기다

 

하산 후 구룡령 휴게소에서 하산 주를 하며,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대원 한 분이 질책한다. 아이젠 무게가 얼마나 된다고 잔머리를 굴려 빼놓다니 말도 안 된다는 거다. 겨울산행에서는 무조건 가지고 다니라고 한다. 원칙을 무시하고, 잔머리 굴린 게 창피하다.

 

눈 속에 미끄러지고 비를 맞으며 걸어, 동해를 비롯해 인제군, 홍천군, 평창군을 굽어 볼 수 있다는 그 좋은 조망은 전혀 즐기지 못한다. 아쉽다. 기회를 잡아 다시 한번 이 구간엘 와야겠다.

 

2004년 12월 3일(금)
금년도 저문다. 12월 첫 주의 산행은 백두대간 제47구간을 무박으로 행한다. 코스는 『진고개(970)-동대산(1,433.5)-1,296봉-차돌바위(1,242)-두로봉(1,421.9)-1,234-신배령(1,211)-만월봉(1,279)-응복산(1.359.6)-마늘봉(1,126.6)-약수산(1,306.2)-구룡령(1,013)』으로 도상거리는 약 21Km이나, 산림청에서 추정하는 실제거리는 약 40Km이다. 산악회에서는 기준시간으로 약 10시간에서 11시간을 제시한다.

 

후미당의 목표시간은 산악회와 조선일보 자료, 그리고 여러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참고로 하여, 약 11시간으로 정한다.

 

서초 구민회관 앞. 다른 때와는 달리 썰렁하다. 토요일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인지, 산악회 버스를 기다리는 등산객들이 별로 보이지 않고, 우리대원들도 몇이 안 된다. 버스는 11시 20 정각에 도착, 기다리던 대원들이 버스에 오른다.

마지막 경유지 복정역에 도착하지만 여기서도 세 분만이 차에 오른다. 산악회 인솔자도 보이지 않는다. 대원 한 사람이 서둘러 핸드폰으로 연락을 취하니, 산악회 인솔자는 양재역에 있다고 한다. 시간을 잘 못 안 모양이다. 택시를 잡아타고, 서둘러 오라고 연락하고, 버스는 복정역에서 기다린다.

 

이윽고 산악회 인솔자가 도착하고 버스는 다시 출발한다. 오늘 참여 인원이 대간회원 과 토요회원을 합쳐 30여명 정도라 버스 안은 널널한 느낌이다. 후미당 당원은 6명이 결간, 당수와 당원 1명만 참여하여 개점 휴업상태를 면치 못한다.

 

어느 결에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버스 안이 밝아지면서, 산악회 인솔자는 버스가 소사 휴게소에 20분간 정차하겠다고 알려준다. 잠이 덜 깬 상태로 휴게소를 둘러보니 먹을 게 없다. 잠이라도 쫓아야겠다고 커피를 마신다.

 

버스가 출발하고, 산악회 인솔자가 자료를 배포하며 주의 할 점들을 이야기한다. 동대산 구간은 현재 휴식년제가 시행되어 입산이 통제된다. 산림청에 수 차례 입산허가를 신청해 봤지만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불법 산행을 하는 수밖에 없다. 다른 산악회들도 다 그렇게 한다. 산행준비는 버스 안에서 완료하고, 버스가 진고개에 도착하면 신속하게 산행을 시작한다. 랜턴은 선두만 키고, 나머지 대원들은 불을 키지 않은 채 동대산까지 선두를 따라간다.

 

2시 30분 경 버스가 진고개 주차장에 도착한다. 너른 공간이 돼서 그런지 아주 깜깜하지는 않고, 한쪽에 서있는 전화부스에서 불빛이 환하게 흘러나온다. 헤드 랜턴을 밝힌 선두를 따라 대원들이 조용히 움직인다. 불빛이 없어도 못 걸을 정도로 캄캄하지는 않다. 하지만 불을 밝힌 선두와 거리가 멀어지면서 하나 둘 랜턴을 켜기 시작한다.

 

가파른 사면을 올라간다. 바람소리가 요란하다. 바람은 차지만 추울 정도는 아니다. 500여 미터쯤 오르니 이정표가 서 있다.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하고 부지런히 걷는다. 너른 헬리곱터장에 이른다. 동대산 정상 같은데 아무표시도 없다. 한 귀퉁이에 "오대 02-06"의 긴급구조 팻말이 박혀있다. 시각은 3시 37분이다

<아무 표지도 없는 동대산 정상, 구조 표지목만 서있다.>

 

동대산을 지나 북쪽 사면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에 눈이 남아 있다. 간간이 미끄러운 곳이 있지만 아이젠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점차 경사가 심해지면서 결빙된 곳도 생겨, 대원들이 하나 둘 아이젠을 착용한다.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내려간다. 4시 10분 경, 표고 1,300m지점의 이정표 앞에 선다, <동대산 2Km, 두로봉 5Km>

 

미끄러운 길을 더듬더듬 내려선다. 이윽고 안부를 지나 완만한 사면을 오른다. 오르막길은 거짓말처럼 길이 말짱하다. 멀리 오른쪽 뒤로 불빛이 명멸한다. 위치로 보아 강릉의 불빛이라고 짐작한다. 4시 43분 해발 1,230m, 차돌배기 이정표에 도달한다. 두로봉까지 3.9Km가 남았다. 캄캄한 밤에도 허옇게 형태가 뚜렷한 커다란 바위가 서 있다.

<차돌바위>

 

바람이 자고 사방이 조용하다. 아무도 없는 새벽길을 완만한 사면을 밟으며 천천히 오르니 무박 산행의 묘미는 "조용함"에 있다는 산꾼들의 이야기가 실감이 난다. 5시 33분 "오대 02-16"의 구조 팻말을 지나 6시 21분 헬기장에 도착한다. 특별한 표시가 없어 이 곳을 두로봉으로 착각 한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1,383봉이다. 멀리 동해안 쪽으로 불빛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후미의 위치를 확인하는 무선이 들어온 모양이다. 후미대장은 두로봉이라고 대답하고, 상대방은 두로봉에서의 내림길이 무척 미끄러우니까 조심하라는 소리가 들린다.

<1,383봉 - 어둠 속에서 두로봉으로 착각한다.>

 

완만한 경사를 타고 등산로가 뚜렷하게 이어진다. 6시 48분 두로봉에 도착한다. 두로봉 정상에는 정상석도 없다. 이정표 하나가 방향과 거리를 알려준다. <북대사 4Km, 동대산 7Km>. 어둠 속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가파른 사면을 내려선다. 눈이 다져져서 반들거리는 사면이 장난이 아니게 미끄럽다. 지그재그로 스틱을 앞으로 찍으면서 겨우겨우 균형을 잡으며 내려간다. 경사가 심한 곳은 길을 버리고, 눈 덮인 숲길을 마구 타고 내리거나, 스틱은 손목에 걸고, 나무 가지에 매달려 내려간다. 아이젠을 가져오니 않은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두로봉 정상의 이정표>

 

이런 내림길이 거의 1.5Km 정도 계속된다. 넘어지지 않으려 안간임을 다해 내려선다. 다행이 날이 밝으며 주위가 훤해진다. 경사가 끝나고 넓은 잡목지대에 이른다. 참나무들이 잎은 다 떨군 채 하늘을 향해 우쭐우쭐 용립해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훤하다. 나뭇가지에 산행 리본이 무수히 걸린 곳에 이른다. 아마도 1,234봉인 모양이다. 7시 53분 후미 팀이 처음으로 휴식을 취하며 양갱, 초콜릿 등으로 간식을 즐긴다.

<참나무 숲사이로 먼동이 터오고...>

 

1,211봉으로 오르는 완만한 길을 걷는다. 참나무 사이로 키 작은 산죽들이 힘을 잃고 쳐져있다. 뒤를 돌아보니 힘겹게 내려 온 두리봉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8시 21분 신배령에 도착한다. 신배령에는 이정표가 서 있다. <두로봉 2,5Km, 1시간 30분 소요, 응복산 4.8Km, 2시간 30분 소요>

<풀죽은 조릿대 군락>

 

<뒤돌아 본 두로봉>

 

<신배령 이정표>

 

너른 잡목지대를 지난다. 군데군데 녹다만 눈이 희게 남아 있고. 대간 길은 1,210봉을 향해 다시 가파르게 이어진다. 정상을 넘어 내려서는데 후둑후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고, 사방이 어둑해진다. 한차례 비가 내릴 기세다. 8시 45분 경 안부에 내려서서 비가 더 오기 전에 이 곳에서 아침을 먹자고 배낭 벗는다. 비는 내리지만 피할 곳도 없다.

<너른 대간 마루금에는 녹다만 눈이 남아있고,>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덮어놓자. 경사진 사면을 따라 욱재 님이 우산을 받고 유유히 내려온다. 아침 채비를 하는 것을 보더니 비를 맞으며 어떻게 식사를 하느냐고 묻는다. 비가 더 오기 전에 서서라도 후딱 먹어치우자 했더니, 비 맞고 먹다가 땀 식으면 추워서 못 견딜 거란다. 더 걷다가 바위 밑이나, 나무 그늘을 찾자고 제안한다. 후미대장과 관영 님도 풀었던 배낭을 다시 챙긴다. 말없는 동의 표시다. 하지만 이미 라면에 물을 부은 나는 어쩔 수 없다.

 

세 사람을 먼저 보내고 커다란 떡갈나무에 기대어 비를 맞으며 김밥과 라면으로 아침을 먹는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니 춥다. 남은 더운물로 커피를 타려고 커피 믹스를 찾으나 보이질 않는다. 아마 집사람이 도시락을 챙길 때 빠뜨린 모양이다. 뜨거운 물을 한 컵 마시니 추위가 좀 가신다. 식사를 하겠다고 뒤로 쳐졌던 오늘 처음 나온 젊은이 두 사람이 지나간다. 눈 아래로 비안개 속에 산들이 산수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떡갈나무에 기대 서서아침을 먹으며 보는 산수화>

 

많이 오는 비는 아니지만 쉽사리 그칠 비 같지도 않다. 갈 길은 아직도 먼데, 바지가 젖고, 신발에 물이 들어와 발이 젖으면 견디기 어렵다고 보고, 오버트라우저를 입고, 비닐로 등산화 발등을 가려 발이 젖지 않게 채비를 한다. 빗속에서 배낭을 뒤적이며 이렇게 채비를 하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9시 20분 채비를 완료하고 천천히 사면을 오른다. 이제는 폭우가 내려도 끄덕 없겠다.

 

맨 꼴찌로 쳐져, 서둘러 걷는다. 만월봉은 언제 지난지도 모르고 지난다. 눈 쌓인 비탈길에서 후미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세 사람이 기다리다, 욱재 님과 관영 님은 방금 전에 출발했다고 한다. 식사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마땅한 곳이 없어 못했다는 이야기다. 서둘러 앞선 사람들을 쫓는다. 젊은이 둘이 앞에 보인다. 뒤를 따르다가 미안하지만 일행을 쫓아야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추월한다. 후미대장은 어쩔 수 없이 젊은이들 뒤를 따른다.

<비나리는 대간길>

 

가파른 사면을 허덕허덕 오른다. 10시 40분 응복산 정상에 도착한다. 날씨가 차지는지 비가 우박으로 변하고 안개는 더욱 짙어진다. 이정표와 정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눈 덮인 긴 비탈길을 구르듯 달린다. 가끔씩 백두대간 리본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으나, 산정산악회 리본은 눈에 뜨이지 않는다. 지도에서 응복산 정상 부근에 길 주의 표시가 있고, 약수동 하산길이 있다고 봤는데 혹시 알바를 하는 게 아닌가 은근히 걱정이 된다. 마음은 급해도 어쩔 수 없이 멈춰 서서 지도를 꺼내본다. 하산하면서 왼쪽으로 크게 굽었으니 방향은 틀림없다. 안심하고 미끄러운 눈길을 달려 내려간다. 저 앞에 녹색의 배낭 커버가 보인다.

<응복산 정상>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하더니 관영 님이 욱재 님과 떨어져 천천히 걷고 있다. 어느 사이에 비는 멎었다. 마늘봉은 어떻게 지나는 지도 모르고 지난다. 12시 10분경 1,261봉을 지나고, 1,280봉 오르는 비탈길에서 욱재 님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약수산 오르기 전에 아침을 먹는 게 좋겠다고 도시락을 푼다. 백세주를 꺼내 한잔씩 나눠 마시고, 나는 앞서 1,280봉을 향해 된비알을 오른다. 12시 28분 1,280봉에 이른다. 길은 서남쪽으로 급격히 휘고, 산악회 방향 표지가 땅바닥에 돌로 눌러 놓아져 있다.

<1,280봉 정상>

 

1,280봉에서 약수산 까지는 도상거리가 약 1.5Km 정도다. 힘이 빠지고 마음이 조급해져서인가, 이 거리가 가도가도 끝이 없는 것 같다. 대간길은 고도를 완화시키려는지 이리구불, 저리구불, 휘어지고 업 다운도 심하다. 저 사면에 올라서면 약수산일 듯 싶어 허위허위 오르면 길은 휘어져 다시 뚝 떨어진다.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욱재 님과 관영 님이 뒤따라온다.

 

비는 멎었지만 안개는 여전하다. 대간길은 다시 된비알을 오른다. 배낭이 무겁게 느껴지고 허리가 아프다. 눈길에서 많이 지친 모양이다. 1시 28분, 언덕 마루턱에 올라서니 기가 막힌 전망대다. 하지만 지금은 보이는 것은 안개뿐이다.

 

1시 30분까지는 구룡령에 도착하겠다는 목표가 물 건너 가 버린다. 맥이 탁 풀린다. 배낭을 벗어놓고 관영 님과 둘이 휴식을 취한다. 뒤따라오던 욱재 님는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중간에서 후미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물도 마시고, 초콜릿도 먹으며 힘을 키운다. 전망대 바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안개만 자욱하다. 관영 님이 먼저 출발하겠다고 떠난다.

<좋은 위치의 멋진 전망대 - 보이는 건 안개뿐.>

 

전망대를 지나 한 굽이를 돌아 언덕을 오르니 약수산 정상임을 알리는 동판이 바위에 박혀있다. 1시 36분이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바로 앞 전망대에서 쉰 거다. 관영 님은 벌써 지나쳤는지 보이지 않는다.

<약수산 정상>

 

사진을 몇 장 찍고 서둘러 하산한다. 새로이 돌계단을 만드는지 돌 위에 뿌려 논 횟가루가 신발에 엉겨붙어 발걸음이 무겁다. 급사면을 내려서니 능선길이 평평해진다, 고목으로 만든 의자들이 한가하게 놓여있고, 길가에 사람 키 정도로 밑동만 남은 고목이 의연히 서 있다. 한차례 오름세를 오른다. 1,218봉을 지난다. 이제는 내리막 길 뿐이다.

<밑둥만 남은 고목>

 

2시 10분 경 구룡령 휴게소에 도착한다. 화장실로 가 엉망이 된 신발을 닦고, 땀에 젖은 상의를 바꿔 입는다. 세수도 마친 후 배낭을 버스에 두고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 안은 훈훈하다. 자리에 앉아 맥주를 마시니 마치 집에 돌아온 듯 편한 느낌이 든다.

 

후미대장이 도착한다. 약수산을 넘어 1,218봉까지 두 젊은이를 안내를 하고는, 아침도 못 먹어 배가 고파 먼저 내려온다고 한다. 하지만 3시가 넘어도 젊은이들은 도착하지 않는다. 이윽고 젊은이들이 도착해 식사를 한 후 4시가 다 되어 버스는 서울로 향한다. 이들 30대 젊은이들은 백두대간은 처음 해 본다고 한다. 후미대장이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고 고마워 하더란다. 혼이 난 모양이다. 덕분에 11시경에 하산한 선두 팀은 5시간 가량을 기다리는 신기록을 세운다.

 

버스는 8시가 넘어 서울에 도착한다. 일부 대원들이 고생한 후미대장 등을 위로하기 위해 뒤풀이를 하겠다고 제일생명 사거리에서 우르르 몰려 내린다.

 

 

(2004. 12. 5.)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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