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산(黃腸山, 1,077.3m) 은 경북 문경시 동로면에 있는 산으로 백두대간이 지나 간다. 국립지리원에서 발행한 1/25,000지도에는 황정산(黃庭山)으로 표기되어 있고, 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에는 작성산(鵲城山)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문경군지(1982년)에는 황장봉산(黃腸封山)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정확한 이름은 황장산이라 부르는 것이 옳다.

 

그것은 황장목이 많고 1925년 조선총독부 임시 토지 조사국에서 발행한 『조선의 산악 명칭과 소재 높이』에 황장산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며 현존하는 노인들이 황장산이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작성(鵲城)과 봉산(封山)표석이 있는 산이며, 울창한 계곡과 암릉에 많은 등산객이 찾고 있다. (이상 문경시 홈페이지에서 발췌)

소나무의 한 종류인 황장목(黃腸木)은 균열이 적고 단단해 임금의 관(棺)이나 대궐을 만드는데 많이 쓰인 귀한 나무이다. 이 때문에 조선조 숙종 때인 1680년에 이 산에서의 벌목과 개간을 금지하는 봉산(封山) 표석이 동로면 명전리 벌천계곡 하류에 세워졌다. 또 산 깊숙한 문안골 계곡에는 우람한 석문이 있는 작성산성(鵲城山城)이 있는데 축조방식으로 보아 고구려 시대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 산림청 자료)

<눈 덮인 황장산 - 대빵님 사진>

 

2004년 11월27일(토)
오늘은 백두대간 제30구간을 산행한다. 산행코스는『안생달(500)-작은차깃재(740)-묏등바위(920)-황장산(1.077.3)-황장재(920)-치마바위(1,000)-폐백이재(850)-벌재(650)-옥녀봉(1,077)-저수재(850)』이다. 도상거리 약 13.5Km 에, 산악회 기준 소요시간은 6시간 30분이다.

 

이 구간은 거리는 짧아도, 암벽과 암릉지대가 있고, 고도차도 있어, 2개의 소구간으로 나누어 산행하기도 한다. 또는 무박 산행을 하기도 하니, 당일산행으로는 만만찮은 코스다. 후미당에서는 소요시간을 7시간 30분으로 계산한다. 하지만 산행시작이 작년과 같이 10시 30분이라면, 해 떨어진 후에야 하산을 하게된다. 따라서 이를 피해, 일몰 전 5시 30분 경에 하산키 위해 목표 산행시간을 7시간으로 조정한다.

 

어제는 서울에 첫눈이 왔다. 첫눈이 항상 그렇듯이 강설량도 많지를 않고, 기온도 높아 눈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녹아버려 미쳐 쌓이지를 못한다. 그래도 흩날리는 첫눈의 눈발을 보면, 아직도 마음이 설렌다. '황장산에는 눈이 쌓였를까? 잘 하면 눈을 밟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젠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겠지? 힘든 일정이니 조금이라도 배낭무게를 줄이려면 가져갈 필요는 없겠지?.'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고속도로 주변 산들에는 눈 온 흔적도 없다. 눈을 밟아 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적이 실망한다. 버스가 문경읍으로 접어든다. 주위의 산들이 하얗게 눈을 이고 있다. 가슴이 뛴다. 서둘러 저 눈 속을 걸어보고 싶어진다.

 

노련한 버스기사는 새로 개통한 도로를 이용하여, 9시 45경 안생달에 우리들을 내려 준다. 작년보다 약 40분간 시간을 단축한 것이다. 이래서 일몰 전까지 여유시간을 번다. 산행 준비를 마치고, 9시 50분 경 산행을 시작한다. 후미당의 은영 당수는 여자 대원을 앞세우고 저만치 앞서 나간다. 오늘은 차련 님이 결간하여 정총 님이 앞서는 모양이다.

<안생달 이정표>

 

계곡을 따라 걸으며, 주위를 보니, 서쪽으로 지난주 올랐던 대미산이 눈에 덮여, 반쯤 구름에 가린 모습으로 신비롭다. 오른쪽으로는 감투봉에서 흐르는 능선 위에 우뚝 솟은 이름 없는 봉우리가 눈 속에 아름답다.

 

등산로는 계곡을 버리고 울창한 낙엽송 사이로 이어진다. 하얀 눈 위에 앞선 대원들이 밟고 간 길이 뚜렷하다. 갈색의 솔잎이 쌓인 길이다. 눈 속에서 대원들의 등산복이 더욱 선명하다.

<눈 덮인 소나무 숲길>

 

10시 13분, 작은처갓재에 도착한다. 안생달을 출발하여 23분이 경과 된 시간이다. 후미당 당수는 오솔길 님을 앞세우고 이미 통과했다고 한다. 7시간의 목표산행이 신경에 쓰이는 모양이다. 작은처갓재에서 합류한 東城 님, 영환 님, 정총 님 등 후미당 당원들과 무리를 지어 묏등바위를 향해, 눈 쌓인 사면을 기어오른다.

 

15분쯤 오르니 너른 바위가 나타난다. 바람에 날렸는지, 바위 위에는 눈이 드믄드믄 보일 뿐이다. 주위의 푸른 소나무들이 눈 속에 아름답다. 이 전망대에서 눈 덮인 깨끗한 대미산을 본다. 그 아래 멀리 중평리가 내려다 보인다. 카메라가 밧데리 부족이란 사인을 계속 보낸다. 어제 새롭게 충전하여, 예비 밧데리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일이 난처하게 됐다.

<전망대 바위>

 

<전망바위에서 본 대미산>

 

묏등바위를 오르는 슬랩 구간에는 자일이 두 줄 늘어져 있다. 눈에 젖어 바위가 미끄러워 자일이 없었다면 고생할 뻔했다. 묏등바위를 지나 커다란 바위를 옆으로 통과하여야 하는 구간이 나타난다. 역시 자일이 2중으로 매어져 있어, 눈으로 미끄러운 바위에, 더 한층 스릴을 느끼며 무사히 통과한다.

<묏등바위 오르기 - 대빵님 사진>

 

암릉지대를 지나니 잡목 지대가 이어진다. 왼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북동쪽에 부는 바람에 실려 능선 길에는 제법 눈이 쌓이고, 잡목들이 소복이 눈을 뒤집어쓰고 있다. 아름다운 눈꽃이 활짝 피어 우리들을 반긴다. 아름다운 풍광에 넋을 잃는다.

<황장산의 첫눈꽃>

 

11시 17분 황장산 정상에 도착한다. 목표시간 보다 약 7분이 뒤졌다. 전망바위에서, 조망을 즐기고, 눈꽃에 팔려 시간을 보낸 탓이다. 오솔길 님과 은영 당수는 이미 통과하고 보이지 않는다. 이제부터 열심히 따라 붙어야겠다.

<황장산 정상석 - 대빵님 사진>

 

<눈 덮인 감투봉>

 

대빵 님과 함께 황정산을 내려오며, 주위 산들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왼쪽으로 뾰족 솟은 산이 투구봉, 저 멀리 북동쪽으로 보이는 산이 황정산이란다. 대간 길에서는 벗어난 산이지만 무척 아름다운 산이라고 설명한다. 설명을 듣고 사진을 찍었지만 밧데리 부족으로 그림을 얻는데 실패한다. 참으로 아쉽다. 수고스럽지만 대빵 님이 찍은 사진을 올려 주시면 좋겠다.

<멀리 보이는 투구봉 - 대빵님 사진>

 

이야기를 하며 걷던 대빵 님이 감투봉 우회 길에서 직진한 발자국을 보고, 소리를 치며 달려 나간다. 직진하면 배창골로 빠져 다시 안생달에 이르는 길이다. 무심코 걷다가는 자칫 알바를 하기 쉬운 길이다. 대빵 님은 알바를 한 대원들을 잡으러 쫓아가고, 우리들은 왼쪽으로 크게 떨어지는 급사면 우회로로 내려선다. 뒤따라오던 선우 대장이 못마땅해 한다. 대간 길이 동쪽으로 진행된다는 것만 알아도, 반대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가며 알바를 할 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급사면 내리막에도 자일이 걸려 있어 미끄럽지만 위험한 길은 아니다. 다행히 알바한 대원들이 많이 떨어져 있지 않아, 대빵 님이 이들을 데리고 함께 모습을 보인다. 오솔길 님과 은영 당수도 끼어있다. 급경사 길에서 정체되어 모두가 한 무리를 이룬다. 알바한 대원들을 눈이 살려 준 셈이다. 눈이 없었다면 발자국이 남을 리 없고, 그러면 아무리 대빵 님이라도, 알바 사실을 눈치채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12시 조금 못 미쳐 10여명이 넘는 후미 일행들이 황장재에 모여, 과일 등 간식을 먹으며, 함께 쉰다. 정확한 시간은 사진이 나오지 않아 알 수 없으나, 여기까지의 목표 시간 2시간을 크게 넘기지는 않는다. 휴식 후 오솔길 님이 선두, 그 뒤를 은영 당수가 받치는 후미 편대가 985봉을 향한다.

<황장재 휴식 -대빵님 사진>

 

등산로는 오르막을 거쳐, 암릉 길로 이어진다. 비구름이 짙어지며, 날씨가 흐려진다. 양쪽이 절벽인 칼날 능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바위 위의 눈이 녹아 바위가 미끄럽다. 조심스럽게 진행한다. 스릴 있는 암릉 능선 길이다. 대빵 님이 치마바위를 알려준다. 카메라에 담았으나 후에 보니 역시 그림은 없다. 따라서 치마바위를 통과한 시간도 모른다. 아쉽다.

<칼날 능선길 - 이하 대빵님 사진>

 

<암릉길>

 

<치마바위>

 

<황장산 암봉>

 

1시 20분 경 폐백이재에 이른다. 대빵 님과 함께 걷던 여자 분이 이 꼭대기에서 폐백드릴 일이 있었냐고 하며 웃는다. 東城 님과 영환 님이 시장하다고 이 곳에서 점심을 하겠다고 한다. 다른 대원들은 대부분 점심을 버스에 두고 와, 벌재에 가서 식사를 해야한다. 두 사람을 뒤에 남기고 일행들은 기나긴 비탈길을 내려서서, 2시 5분 경 벌재에 도착한다. 후미당 목표 시간보다는 약 15분 뒤진 시각이다.

<벌재에서의 중식>

 

<벌재의 황장산 안내도>

 

버스기사 이야기에 의하면 점심도 거르고 통과한 선두 팀보다는 약 1시간 반, 점심을 먹고 통과한 중위 팀보다는 약 1시간 뒤진다고 한다. 점심시간을 감안하면 이제는 선두와 중위간의 시간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15분만에 식사를 마친, 오솔길 님과 은영 당수가 2시 20분 경 먼저 출발한다. 알바를 하느라고 뒤진 15분을 점심시간 단축으로 커버한다. 무서운 목표의식이다. 목표인 7시간 안에, 따라서 4시 50분 이전에 저수재에 도달할 기세다.

 

5분 후, 앞서 출발한 사람들을 따라 벌재를 출발한다. 폐백이재에서 점심을 한 東城 님 등이 걱정이 된다. 산굽이를 한차례 돌아 임도를 건넌 등산로는 급경사 오르막으로 치 닫는다. 산행기를 쓰시는 분들의 표현으로 빡센 오름 길이다. 점심을 먹은 후라 천천히 걷는다. 아니 점심이 아니더라도 빨리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천천히 걸으면 아무리 경사가 심해도 힘들 건 없다.

 

이윽고 823봉에 오른다. 뒤따르던 대원이 오른쪽 신발 끈이 풀렸다고 귀띔해 준다. 산행 중 신발 끈이 자주 풀려, 일부러 풀리지 않는다는 방법을 배워, 그대로 묶었는데, 잘 못 묶인 모양이다. 길옆으로 비켜서, 배낭을 내려놓고, 신발 끈을 다시 맨다. 오늘 새로 온 남녀 두 분이 지나친다.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앞을 보니 신발 끈이 풀렸다고 가르쳐준 대원은 이미 간 곳이 없고, 지나쳐 간 남녀 두 분이 저 멀리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인다. 맥이 탁 풀린다. 천천히 뒤따른다. 1,020봉으로 향하는 급경사 길을 오른다. 오르막길은 결국 체력이 말해주나 보다. 대간 산행을 하며 보행법도 배웠고, 쌍 스틱의 도움도 받지만, 오래 지속되는 오르막길에서는 여전히 뒤로 쳐진다.

 

뒤에서 인기척이 난다. 벌재에서 東城 님과 영환 님을 기다렸던 선우 대장이 두 사람과 같이 뒤따라온다. 1,020봉쯤에서 선우 대장은 앞서나가고, 3시 40분 경, 1.040봉에 이른다. 이제는 세 사람만 최후미에 남아,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부지런히 걷는다. 능선 길에서 뒤돌아보니 대빵 님도 이름을 모르겠다던 봉우리가 구름사이로 내려 비치는 햇빛 속에 누워 있다. 영환 님이 예수 그리스도 재림 장면 같다고 한다. 허허 실수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 본다. 신기하다. 나중에 보니 이 그림만은 유일하게 살아 있다.

<찬란한 햇살 속의 무명봉>

 

4시 10분 경 옥녀봉에 이른다. 문복대(門福臺)라는 돌 표지가 서있고, 높이가 1.074m로 표기되 있다. 이제는 큰 오름길도 없다, 다 온 거다. 서둘러 내리막길을 달린다. 바람이 거세지며, 사방이 벌써 어둑해지는 느낌이다.

<옥녀봉(?) 정상석>

 

5시경에 저수령 휴게소에 도착한다. 화장실에서 땀에 젖은 상의를 바꿔 입고 식당으로 들어오니, 東城 님과 영환 님도 도착해 있다. 후미당에서 나이 먹은 세 사람을 제외하면 모두가 산행시간 목표를 달성한 거다. 영환 님은 새로 산 등산화를 신고 발이 부르터 절뚝이면서도 최선을 다 한다.

<저수령>

 

막걸리 몇 잔을 마신다. 버스는 5시 20분 서울로 출발한다.

 

서울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오늘의 산행을 반추하며, 반성한다. 산행 목표시간 설정에 무리가 있은 듯 싶다. 처음에 계산한 7시간 30분 정도가 역시 합리적인 목표다. 일몰이라는 요소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이를 무작정 7시간으로 수정한 것에 무리가 있은 듯 싶다.

 

7시간 30분이 목표였다면, 선두에 선 오솔길 님도 보다 여유 있는 산행을 즐길 수 있었을 거다. 영환 님도 부르튼 발을 달래며 걸을 수 있었을 거고, 은영 당수도 주위를 살필 여유가 있어, 감투봉 우회 길 부근에서 알바를 피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편대산행 시간이 더 길어졌을 가능성을 놓친 것 같아 자책감에 빠진다.

 

 

(2004. 11. 28.)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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