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30일(토).
오늘은 백두대간 제 44 소구간을 산행한다. 『삽당령(680)-862봉-들미재삼거리(910)-978.8봉-석두봉(982)- 989.7봉-1006봉-화란봉(1,069)-닭목재(680)』. 도상거리 약 13.2Km, 산악회가 제시한 소요시간은 약 5시간 40분이다.

 

산악회 인솔자가 오늘 산행코스를 상세히 설명한다. 비교적 수월한 산행이 될 것이라고 한다. 큰 특징이 있는 산은 아닌 듯 싶다. 닭목령에는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하산 후 용평에 가서 오징어 불고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35번 국도를 통해 삽당령에 이르는 길은 여전히 아름답다. 왼쪽으로 오봉호가 아침 햇살을 받아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누워있고. 오른쪽으로는 아직도 골짜기마다 단풍이 절정의 모습들을 뽐내고 있다.


<35번 국도변 풍광>

 

10시 35분 경, 버스는 삽당령에 도착한다. 단체 사진을 찍고, 10시 40분 경, 산행을 시작한다. 삽당령(揷唐嶺), 쉽지 않은 이름이다. 그 이름의 유래를 찾아본다.

 

"삽당령은 왕산면 목계리와 송현리의 분수령으로 해발 721m의 큰 고개다 이 고개를 넘을 때 길이 험하여 지팡이를 짚고 넘었으며 정상에 오르면 짚고 왔던 지팡이를 버리고(꽂아 놓고) 갔다하여 '꽂을 삽(揷)'자를 썼다는 지명 유래와 또 다른 유래는 정상에서 북으로는 대기(大基)로 가는 길과 서쪽으로는 고단(高丹)가는 길로 세 갈래로 갈라지는 삼지창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이라 한다 이 고개는 강희 54년(숙종41년)인 1715년에 개설된 것으로 추정된다."〈삽당령 도로개설과 사라진 지명 "가리손" 작성일: 2001/03/30 수정일: 2001/04/02, 작성자: 홍순석〉 에서 발췌.


<삽당령 돌표지>

 

삽당령의 사진을 찍느라 맨 후미로 쳐져 천천히 등산로로 진입한다. 등산로는 임도를 따라 이어진다. 낙엽 밟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맑은 날씨에 햇볕이 따갑지만 스쳐 가는 바람결이 차갑게 느껴진다.


<임도를 따라 골짜기로 이어진 단풍길이 아름답다.>

 

25분쯤 지나자 등산로는 임도로 내려서더니 다시 완만한 숲길로 이어진다. 골짜기로 뻗은 임도 주변에 노랗게 물든 잎으로 치장한 숲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완만한 경사를 지나자 길가에 강릉시에서 세운 이정표가 서있다. 862봉인 모양이다. 지명과 거리 표시가 없이, 방향만 알리는 심플한 이정표다.


<862봉의 이정표 - 모양은 좋은데, 지명과 거리가 있으면 금상첨화>

 

산죽밭 길을 따라 비교적 빠르게 걷는다. 등산로는 나지막한 언덕에 이르고, 잎 떨어진 참나무가지 들이 앙상하다. 삽당령을 출발하여 한 시간쯤 걸어 들마재를 지난다. 왼쪽으로 대용수동 쪽 임도가 보이고, 부드러운 산세가 임도 쪽으로 내려서는 모양이 보기 좋다.


<부드러운 산세가 마을로 흐르고 마을은 단풍이 한창이다>

 

등산로는 억새 밭 사이로 이어진다. 듬성듬성 서 있는 푸른 소나무 아래로 하얀 꽃을 단 억새들이 경사면을 따라 지천으로 널려있다. 등산로는 그 사이로 이어진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런 풍경에 끌려 사진을 찍느라 더욱 더 뒤로 쳐진다.


<소나무와 억새의 조화 - 아름답다.>

 


<조릿대 길>

 

12시 35분 경. 석두봉에 도착한다. 산행 시작 후 약 2시간 정도 지난 시간이다. 조선일보 백두대간종주의 2시간과는 일치하지만, 산악회가 본 소요시간 3시간보다는 한 시간이나 빨리 온 셈이다. 다른 선답자들도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석두봉은 작은 암봉으로, 정상에는 아무 표시도 없다. 해 묵은 침엽수가 한 그루 서 있고, 나무 가지에 산행 리본들이 어지럽게 걸려있을 뿐이다. 북쪽, 서쪽, 그리고 동쪽 방향의 시계가 터져 있다. 서쪽과 북쪽 방향의 경관이 뛰어나다.


<석두봉 정상 - 아무 표시도 없다.>

 


<석두봉에서 본 조망 - 부드럽다.>

 

석두봉에 잠시 머문 후, 비탈길을 내려온다. 한참 내려서니 앞섰던 대원들이 점심식사 차비를 하고 있다. 합류하여 도시락을 푼다. 예상보다 빨리 석두봉에 도착하고, 이제 갈 길도 2시간 조금 더 남았을 뿐이니 서두를 것 없다고, 천천히 식사를 한다. 커피와 과일까지 챙겨 먹고, 화란봉으로 향한다.

 

어찌된 건지 석두봉을 다 내려 선 안부에 석두봉 정상 팻말이 서 있다. 산악회 인솔자 설명으로는 석두봉 갈림길을 잘못 표기한 것 같다고 한다. 강릉시에서 세운 이 부근의 이정표들에는 산행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성의가 충분치 않아 보인다. 철가방 공무원들이, 시키니까 한다는 식의 안이함이 역력하게 보이는 것 같다.


<안부에 세워진 석두봉 이정표>

 

울창한 산죽 밭을 헤집고, 975봉에 오른다. 이제 점심을 먹은 지도 꽤 지난 터라 앞 선 사람들을 쫓아 속도를 낸다. 989.7봉에서 등산로는 급격히 서쪽으로 꺾여 해를 마주한다. 3시 경 화란봉(花蘭峰)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산악회에서 나온 리더가 기다리고 있다.


<989.7봉>

 


<화란봉 정상 이정표>

 

쉬면서 후미 일행을 기다린다. 정상의 넓지 않은 공간에는 정상 표지목이 서 있고, 비닐로 된 간이 이정표가 나무 가지에 걸려 있다. 정상을 내려서자 바위 지대에 노송(老松) 몇 그루가 보기 좋게 서있다. 이 지역에서 서쪽으로 닭목령을 지나는 도로가 멀리 보인다. 사진 몇 장을 찍는다. 산악회 인솔자가 선두와 무전기로 교신을 한다. 선두 팀이 닭목령 못 미친 능선 길에서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노송>

 


<뒤돌아본 화란봉>


 

<하산하면서 본 닭목령 방향>

 

해를 안고 내려오는 하산 길 경치가 그만이다. 등산로 주변은 산죽이 무성하고, 사이사이로 키 작은 활엽수들은 단풍이 고와. 머리 위 칩엽수들의 푸르름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이 모든 광경이 지는 해를 받고 반짝인다. 숨막히게 아름다운 광경이다. 이윽고 선두가 기다리고 있는 곳에 이른다.


<해를 안고 내려오는 하산길 - 눈부시다.>

 

선두와 후미가 서로 어울려 닭목령을 향해 내려선다.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말들은 않지만 모두들 흐믓한 기분인 모양이다. 3시 50분 경 닭목령에 도착한다. 후미 기준으로 5시간 10분 정도 걸린 산행이다. 수돗가에서 간단히 세수를 마친 일행들이 버스에 올라용평 오징어 불고기 집으로 향한다.


<닭목령>

 


<용평 오징어 불고기집>

 

5시경용평 납작식당에 도착한다. 모두 함께 하산하면서 얻어진 일체감이 식당으로 이어져 ,식당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그 여파는 귀경 버스까지 연장된다. 문막 휴게소를 지나 버스의 주행 속도가 떨어지자 뒷자리에서 노래 소리가 들리더니, 합창으로 이어진다. 수면을 취하려는 분들에게 방해가 된다고 질색을 하는 반응도 있지만, 스스로 자제할 줄 아는 젊은이들의 흥겨움이니 내 내버려둬도 상관없다는 반응도 있다. 여주를 지나면서 다시 버스에 속력이 붙자. 뒷자리의 노래 소리도 언제 멈췄는지 모르게 멈춘다. 9시가 조금 넘어 버스는 서울에 도착한다.

 

 

(2004. 10. 31)

Posted by Urim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