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막하지만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능선

 

조약봉(주화산)에서 섬진강을 따라 외망 포구로 벋어 내리는 호남정맥이 바람봉(노적봉) 분기점에서 가지를 쳐 소반바위산(493m), 계천산(400)m, 궁성산(482.4m), 차일봉(328m ), 국사봉(614.8m), 활성산(498m), 월출산 (812.7m), 향로봉(743m), 도갑산(401m), 월각산(456m), 별뫼산(464m), 서기산(511.3m), 첨봉(354m). 두륜산(700m). 대둔산(673.2m), 달마산(499.8m), 도솔봉(421m), 사자봉(119.6m)을 거쳐 땅끝 토말탑에서 맥을 다하는 123Km의 산줄기를 땅끝기맥(土末岐脈)이라 한다.

 

영산강의 동쪽, 그리고 탐진강의 서쪽 울타리가 되는 이 땅끝기맥은 맥의 길이도 길지 않고, 산들이 높지 않은데도, 월출산. 첨봉-오소재. 두륜산-달마산-도솔봉 등 암릉구간이 많은 옹골찬 산줄기에다, 월출산. 두륜산. 달마산 등의 유명한 산들을 지나기 때문에 맥꾼들의 관심이 많은 곳이다. (이상 “펌”)

땅끝기맥(펌)

 

2010년 1월 16일(토)
송암 산악회를 따라 땅끝기맥을 시작한다. 당초에는 무박산행이라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심산대장과 함께 개별적으로 산행을 할 생각이었으나, 막상 산행계획을 짜다보니, 땅끝기맥의 시발점인 노적봉에의 접근이 쉽지가 않다. 노적봉이 있는 장흥군이 호남지방의 내륙오지라 교통편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밤차를 타고 광주로 가고, 다음날 첫 버스로 이양으로 이동한 후, 다시 택시로 학송리 까지 가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겠는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무박산행을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심산대장은 산악회를 따라 하는 강행군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하여 혼자서 산행신청을 하고, 11시 50분 경, 양재 서초구민 회관 앞에서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낮 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정맥이나 지맥을 하며 만난 사람들이다. 12시가 넘어 버스가 마지막 경유지인 죽전에 도착하자, 쿰부히말 트레킹을 함께 했던 추장호 씨가 모습을 보인다.

 

김동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땅끝기맥을 원하는 대원들이 많아 이렇게 시작을 하지만, 산행지까지의 거리가 멀고, 오지가 많아 불가피하게 무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을 설명하고, 그럼에도 신청한 분들을 모두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아울러 예약을 하고 사전연락도 없이 나오시지 않은 분이 두 분이 있어 오늘은 빈자리가 두 곳이 생겼다며 유감스러워한다.

 

버스는 3시경 백양사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한다. 식사를 할 수 있는 마지막 휴게소라 순두부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미리 스패츠를 착용한다. 이어 5시 경, 버스가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인 병동마을에 도착한다. 김동화 대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고, 잠시 눈을 부친 후, 6시 경부터 산행을 시작하겠다며, 산행코스를 상세히 설명한다. 오늘 산행거리는 들머리 포함 약 20Km에, 300m~400m대의 나지막한 산줄기이지만, 봉우리들이 많고 잡목과 산죽에 시달리게 됨으로 결코 쉬운 산행이 아니라며 후미의 하산시간을 3시 경으로 하겠다고 한다.

개념도(펌)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6:00) 병곡마을/산행시작-(06:40) 삼계봉 갈림길-(06:50~06:57) 노적봉-(07:12) 바람재-(07:53) 화악산 능선 삼거리-(07:59) 유치면 개바위등 이정표-(08:03) 묘 2기-(08:13) 각수바위 삼거리-(08:16~08:18) 각수바위-(08:36) 암봉우회-(08:59) 유치재-(09:18) 461m봉, 좌-(09:48) 소반바위산-(10:00~10:30) 식사-(10:56) 갈림길, 우-(11:20) 억새 안부-(11:56) 큰재-(12:18) 398m봉, 우-(12:21) 임도-(12:45) 송전탑-(13:18) 임도-(13:25) 임도 버리고 왼쪽 숲으로-(13:30) 410m봉, 우-(13:40) 820번 도로-(14:01) 371.5m봉, 우-(14:44) 기동재 안부/탈출-(15:01) 소공원-(15:25) 오두재』식사시간 30분 포함, 총 9시간 2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5시 50분 경, 대원들은 버스에서 내려 산행준비를 하고, 6시 정각, 병동마을을 떠나 운곡마을로 향하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25분 후, 도로를 버리고 왼쪽 산길로 들어서서 평탄한 산판길을 걷는다. 생각과는 달리 눈은 흔적도 없다. 6시 40분, 삼계봉 갈림길에 있는 첫 이정표를 만나고, 10분 후, 땅끝기맥 분기봉인 노적봉(434m) 헬기장에 오른다. 이정표와 호남정맥을 하면서 보았던 낮 익은 표지석이 반긴다. 산악회에서 과일과 포를 차려놓고, 막걸리 잔을 올리며, 안전산행을 기원한다.

버스에서 내려 산행준비

병동 버스정류장

바람재 삼거리 이정표

노적봉 표지석

 

노적봉을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눈 덮인 가파른 능선이 몹시 미끄럽다. 아직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터라 여기저기서 대원들이 엉덩방아를 찧는다. 7시 12분, 바람재에 내려선 후, 잡목이 무성한 능선 사면길을 걸으며 일출 직전의 동녘하늘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눈 덮인 능선을 올라 봉우리 하나를 넘고, 나뭇가지 사이로 각수바위를 보고, 7시 53분, 이정표가 있는 화학산 능선 삼거리를 지난다.

일출 직전의 동쪽 하늘

화악산 능선 3거리 이정표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산죽 밭 사이로 이어지는 눈 덮인 임도를 지난다. 유치면 개바위등 이정표를 통과하여 조금 더 진행하니, 오른쪽 골짜기 쪽에 표지기들이 걸려 있고 앞선 사람들의 발자국이 보인다. 이상해서 임도를 잠시 더 따라 내린다. 임도는 왼쪽으로 굽어지는데 발자국이 전혀 없다. 표지기들이 걸린 곳으로 되돌아와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눈 위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8시 3분, 묘 2기가 있는 묘역을 지나며 각수바위를 가까이 보고 잡목지대를 거쳐, 능선으로 올라서니, 뒤쪽으로 대나무 숲 터널이 보인다. 아마도 우리들은 왼쪽으로 능선을 잠시 벗어났던 모양이다.

유치면 개바위등 이정표

묘역에서 본 각수바위

우회한 대나무 숲 터널

 

8시 13분, 각수바위 갈림길에 도착하여 배낭을 이정표 옆에 벗어 놓고 각수바위로 오른다. 8시 16분, 각수바위 표지석(455m)을 카메라에 담고, 눈 덮인 바위 위에서 주위를 둘러본 후 갈림길로 되돌아 와 유치재로 향한다. 이어 담양 전 씨 묘를 지나고, 8시 36분,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급사면을 내려선다. 8시 59분, 임도가 지나가는 유치재에 내려서서, 직진하여 절개지를 오른다.

각수바위 갈림길 이정표

각수바위 표지석

각수바위에서 본 동남방향의 나지막한 능선들

유치재

 

초등학생 글씨로, “나무들을 잘 자라게 하자.”는 노란 리본들이 걸린 엉성한 숲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3시간이 지난다. 눈 녹은 산 사면에 대원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안면 있는 대원들이 식사를 하고 가라고 부르지만 앞선 추장호 씨는 조금 더 가서 식사를 하자며 지나친다. 9시 13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고, 9시 18분, 461m봉을 왼쪽으로 내려선다. 잡목과 억새가 무성한 안부를 벗어나자, 임도가 내려다보이고, 왼쪽으로 소반바위산이 펑퍼짐하게 누워있다.

잡목, 가시나무, 억새가 무성한 안부

소반바위산

 

임도를 따라 소반바위산으로 향한다. 9시 48분, 오늘 구간에서 가장 높은 소반바위산(493m)에 오르지만 벌목을 하여 헐벗은 정상에는 아무 표시도 없고, 오른쪽 나뭇가지에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시야가 트여 동북방향으로 무등산이 아름답다. 조망은 좋지만 눈 위라 식사할 자리로는 마땅치가 않다. 앞장 선 추장호 씨가 말없이 오른 쪽 능선을 따라 내린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또 다른 봉우리에 올라, 왼쪽의 양지바른 전망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한다.

소반바위산 정상

멀리 보이는 무등산

식사를 하면서 바라 본 남쪽 조망

 

약 30분 동안 식사를 즐기고, 10시 30분,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한 동안 부드러운 산판길이 이어진다. 10시 56분, 갈림길에서 표지기를 따라 오른쪽으로 들어서서, 모처럼 널찍한 능선을 지나고, 11시 20분, 억새가 무성한 안부에 내려선다. 이어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산판길을 건넌 후, 어둑한 대나무 숲을 지나, 11시 56분, 큰재에 이르러 임도를 건넌다.

부드러운 산판길

모처럼 너른 능선

어둑한 대나무 숲

큰재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잇달아 이어진다. 등산로는 능선을 왼쪽으로 부드럽게 우회한 후, 완만한 오른쪽 능선을 타고 올라, 정상부근에서 왼쪽으로 내려서기를 반복한 한다. 12시 18분, 398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서다. 준.희 님이 걸어 놓은 격려 표지판을 보고, 12시 21분, 김동화 대장이 기다리고 있는 임도로 내려선다. 김 대장은 후미그룹의 일부를 임도로 탈출시켰다며, 선두가 많이 기다릴 터이니 서둘러 달라고 당부를 하고, 자신도 왼쪽 임도로 탈출을 한다.

봉우리에 걸린 격려표지

김 대장은 왼쪽 임도로 탈출하고

 

산행을 시작한지 6시간이 넘은 시각이라 피곤하기는 하지만 이 시점에서 마루금을 포기한다면 종주의 의미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김 대장도 탈출하라고 강요는 못하고 서둘러 달랄 뿐이다. 씁쓸한 마음으로 직진하여 봉우리 하나를 넘고, 12시 37분, 두 번째 봉우리에 올라서니 300도 방향으로 골프장이 보인다. 이제 목적지가 멀지 않은 모양이다.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12시 45분, 송전탑을 지난다.

300도 방향으로 보이는 골프장

 

1시 18분, 가파른 절개지를 내려서서 임도에 이른다. 마루금이 이어지는 능선에 철책문이 엄중하게 버티고 있고, 좌우로 철조망이 삼엄하다. 한동안 철책문 좌우를 살핀다. 이윽고 왼쪽 철조망 사이로 발자국을 발견하고, 철문 안으로 들어서서, 입산통제 현수막이 걸려있는 임도를 따라 걷다가. 1시 25분, 표지기들의 안내로, 임도를 버리고 왼쪽 잡목 숲으로 들어선다.

철책문 안에서 본 임도

표지기의 안내로 왼쪽 잡목 숲으로

 

또 다시 입산통제 현수막이 걸린 능선을 올라, 1시 30분, 410m봉을 넘고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내려서서, 묘1기가 있는 묘역에서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고, 1시 40분, 820번 도로로 내려선다. 왼쪽에 창고가 보인다. 도로를 건너 산길로 들어선 후 눈 덮인 암릉을 어렵사리 기어올라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2시 1분, 371.5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왼쪽으로 골프장이 내려다보인다.

묘역에서 본 가야할 능선

도로를 건너 산길로 들어서고

지나온 능선

 

왼쪽으로 높게 보이는 궁성산(482.2m) 끝자락에 골프장 입구가 있겠는데, 마루금은 오른쪽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잇달아 솟아 있는 능선으로 크게 우회를 한다. 다시 봉우리 두어 개를 넘고, 2시 44분, 기동재 안부에 내려서서, 왼쪽의 희미한 길을 따라 도로로 탈출한다, 목표를 코앞에 두고 마루금을 벗어 난 것은 눈길에서 지치기도 많이 지쳤지만, 하산시간이 너무 늦어지는 것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지친 몸을 끌고, 눈 덮인 도로를 따라올라, 3시 10분, 후미대장이 기다리고 있는 공터에 도착한다. 탐진강 발원지 이정표가 보인다.

기동재, 그 뒤로 보이는 능선이 마루금

눈 덮인 도로를 걷고

탐진강 발원지 이정표

 

탐진강 발원지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걷는다. 오른쪽 대나무 숲에 표지기들이 보인다. 탐진강 발원지가 바로 코앞이지만, 포기하고, 대나무 숲속으로 들어선다. 이어 무성한 가시넝쿨 안부를 지나 능선에 올라서니, 저 아래 주차장에 산악회 버스가 보인다.

탐진강 발원지를 포기하고, 대나무 숲으로

 

후미대장이 연락을 한 모양이다. 도로변에 내려서니 버스가 다가오고, 3시 25분 경, 최후미로 버스에 오른다. 선두는 약 1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다고 한다. 길을 잘못 든 대원 3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나 버스는 식당을 향해 출발하고, 김 대장이 나머지 대원을 기다리기로 한다.

 

귀경버스 속에서 동행했던 추장호 씨가 오늘 산행에서 세운 3가지 신기록에 관한 이야기한다.

첫째, 9시간이 넘는 산행에서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엉덩이를 땅에 붙여보지 못한 채 계속 걸은 것이 처음이고,

둘째, 마감시간을 넘긴 것도 처음이며,

셋째, 꼴찌로 들어오기도 처음이라는 것이다.


(2010. 1. 20.)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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