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본 달마산 정상

칼날능선,

하얀 항적을 그리며 땅끝마을 선착장으로 들어오는 배

 

2010년 4월 29일(목)

4월 하순인데 날씨가 요상하다. 비가 잦고, 기온이 뚝 떨어져, 강원도 산간에는 함박눈이 내린다고 한다. 바람마저 심해 서울에서의 체감온도는 영하로 떨어진다. 이런 날씨 때문에 당초에는 27일(화) 해남에 내려가 일박하고, 28일(수)에 땅끝기맥 마지막 구간을 산행하려던 계획을 하루 미루어 28일, 5시 55분 발 해남 행 버스에 오른다. (요금 20,300원)

 

버스가 기흥을 지날 무렵부터 비가 몹시 쏟아진다. 와이퍼가 차창에 흐르는 빗물을 닦아내느라 분주하고, 승객 댓 명을 태운 버스 안이 썰렁하다. 기사양반이, “에어콘을 킬 때인데 히터를 켜야겠네요.”라고 혼잣말을 하더니 난방을 시작한다. 버스가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빗방울이 가늘어 지기는 하지만 광주를 지날 때까지만 해도 비는 여전하고, 도로변에는 “강풍주의”의 붉은 경고등이 점멸한다.

 

해남지방에는 밤부터 비가 그치고, 29일에는 구름이 많은 날씨에 바람도 심하지 않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출발한 것인데 이처럼 비가 그칠 줄 모르니, 은근히 걱정이어, ‘하루 더 연기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깜박 잠이 든 모양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버스는 해남으로 들어섰고, 다행히 비는 내리자 않는다. 10시 25분 경, 버스는 터미널에 도착한다. 바람에 밀렸나? 예정보다 30분 이상 빨리 도착했다.

 

버스터미널 부근의 남도모텔에 투숙한다.(25,000원) 찜질방이 싸서 좋기는 한데 잠을 잘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이번에는 잠을 제대로 자 보려고 모텔에 투숙한 것이다. 4시 30분, 알람소리에 잠이 깨고, 5시 15분, 모텔을 나선다. 벌써 사위가 밝아오는 느낌이다. 비는 말끔히 개었고, 바람도 강하지 않아 다행이다.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떡으로 식사를 하고,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는다.

 

매표소에서 표 파는 아가씨는 닭골재가 어딘지 모르겠다고 한다. 지도를 보여주자, 이번에는 요금을 얼마를 받아야 할지 난감해 한다. 남창까지 표를 끊으라고 하니 꽤나 미안해 한다.(2,800원) 6시 10분 발, 남창 행 버스승객은 시골 아주머니 한 분과 나뿐이다. 기사 양반에게 닭골재에서 내려달라고 하자, 닭골재가 어딘지 잘 모르는 모양이다. 아주머니가 어느 지점이라고 이야기를 하니, 비로소 감이 잡히는 모양인지, 어디서 온 양반인데, 새벽부터 혼자 배낭을 메고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다. 서울서 어젯밤 해남에 내려와 일박하고, 오늘 닭골재에서 달마산을 거쳐 땅끝까지 간다고 하니, 놀랍다는 표정으로 흘끗 돌아본다.

 

버스가 두어군데 마을에 들러, 아주머니들이 타고 내린다. 중년의 기사양반은 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계속 닭골재의 위치를 물어 확인한다. 6시 40분, 버스는 고개 마루턱에 이르러 멈춰 선다. “닭골재에 다 왔습니다. 조심해서 산 타시구요” 정확한 장소에 내려주려는 기사양반의 성의가 피부로 느껴진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린다.

 

버스는 떠나고 고개마루턱에 혼자 남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낮선 곳에 혼자 떨어지면 외롭다. 도로 저편으로 완도의 숙승봉이 우뚝하다. 오른쪽 절개지 위, 나뭇가지에 걸린 표지기들이 보인다. 정확한 지점에서 하차한 것이다. 하지만 절개지가 가파르고 풀이 늘어져 있어 몹시 미끄럽겠다. 절개지 낮은 곳을 향해 되돌아 고개를 내려선다. 도로 건너편에서 인부들이 둘러서서 맨손체조를 하고 있다. 작업 전에 몸을 풀고 있는 모양이다. 반갑다.

닭골재

도로공사장 인부들이 맨손체조를 하고 있다.

 

절개지 낮은 곳에서 수로를 따라 올라, 6시 43분, 표지기들이 걸린 산길로 들어선다. 오늘 구간은 도상거리로 18Km 정도다. 하지만 바람재에서 도솔봉까지 약 6Km 구간이 암봉의 연속이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산악회 무박산행에서는 보통 10시간 정도에 주파하지만, 지도상의 봉우리들을 일일이 확인하며 혼자 산행하는 산꾼들은 통상 12시간 정도가 걸리는 구간이다. 땅끝마을 버스정류장에서 광주행 막차시간이 6시 15분이다. 이걸 놓치면 당일 귀가가 불가능함으로 6시 15분 전에 땅끝마을에 도착해야한다. 하루 종일 이 부담감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자유로워지려면 아직 멀었다. 늦으면 땅끝마을에서 하룻밤 잔다는 생각은 왜 못하나?

수로를 따라 능선으로 향하고

능선 진입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6:40) 닭골재-(06:43) 등산로 진입-(06:47) 경주김공 묘-(06:50) T자, 좌-(06:59) 139m봉-(07:01) Y자, 우-(07:16) 편백나무 숲-(07:17) 작은 닭골재-(07;20) 임도 갈림길, 좌-(07:23) 헬기장-(07:33~07:40) 227m봉/휴식-(07:46) 바람재-(07;56) 암릉 시작-(08:08) 암벽 오른쪽 우회-(08:40) 434m봉-(09:35~09:38) 불선봉-(09:45) ‘달마산 중간’ 표지판-(09:56) 이정표/통천문 아래-(09:58) 통천문-(10;01) 문바위 뒤편-(10:10~10;20) 문바위 사거리/간식-(10:31) 작은샘능선 안부-(11:12) 대밭 삼거리-(11:20) 471m봉-(11:44) 450m봉-(11:55) 하숙골재-(12:09) 떡봉-(12:35) 359m봉-(12;57) 도솔암 갈림길-(12:59) 도솔암-(13:05) 헬기장 갈림길, 직진-(13:16) 중계소 입구-(13:18) 정상석 확인하러 마루금 역주행 -(13:32~14;03) 중식-(14:04) 중계소 입구 회귀-(12:05) 갈림길, 우-(12;10) 도솔봉 정상석-(12:24) 시멘트도로-(14:26) 갈림길, 직진-(12:30) 산책로 팻말, 좌-(12:34) 헬기장-(14:45) 264m봉-(14:51) 남평문공 묘-(15;08) 241m봉-(15:25) 247m봉-(15;45) 헬기장‘/시멘트도로-(15:48) 갈림길, 좌-(15:54) 232m봉-(15:56) 호화묘, 좌-(16:17~16;22) 225.4m봉/휴식-(16:30) 갈림길, 좌-(16:50) 납골당-(17:02) 160m봉-(17:07~17:09) 갈두재-(17:17) 임도, 좌-(17:19) 호화묘-(17;28) 팔각정-(17:37) 사거리 안부-(17;42) 주차장-(17:54) 땅끝마을 선착장』중식 및 휴식 52분 포함, 총 11시간 44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잘 정비된 뚜렷한 등산로를 서둘러 오른다. 다소 쌀쌀하게 느껴지는 맑은 날씨다. 6시 47분, 경주김공 묘를 지나고, 3분 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곳곳에 철쭉이 화사하고, 울창한 송림 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의 연두 빛 신록이 상큼하다. 기분이 더 없이 상쾌하다.

아름다운 산길

 

6시 59분, 오른쪽에 보이는 묘 4기를 지나 139m봉에 오르고, 2분 후, Y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안부에 내려섰다, 출입금지 표지가 보이는 사유지를 로프를 따라 진행한다. 7시 16분, 울창한 편백나무 숲을 통과하고, 1분 후, 작은 닭골재인 시멘트도로로 내려선다. 시멘트도로를 건너 임도를 따라 걷고, 7시 20분, 임도 갈림길에서 왼쪽 임도를 따라 올라, 3분 후 헬기장을 통과한다.

130m봉

출입금지 표지가 있는 사유지

측백나무 숲

작은 닭골재


7시 33분, 227m 관음봉에 오른다. 정면으로 달마산 암봉이 우뚝하고 뾰죽뾰죽한 암릉이 험상궂은데, 왼쪽으로는 아침 안개 속에 둥실 떠 있는 것 같은 완도는 평화롭기만 하다. 227m봉에서 겉옷을 벗고 얇은 윈드 재킷으로 갈아입은 후, 물을 마시며 약 7분간 휴식을 취한다.

달마산 암봉

 

봉우리를 내려서서 안부를 지난 후, 철쭉 능선을 오른다. 간간이 가시넝쿨이 발목을 휘감고, 잡목가지가 얼굴을 때린다. 등산로 주변을 잘 정비한 지금도 이정도 이니, 그 이전에는 어떠했을까를 가히 짐작할 수 있겠다. 7시 46분, 바람재 임도를 건너 능선에 오른다. 왼쪽으로 보이는 바다와 완도가 아까보다는 뚜렷한 윤곽을 드러낸다.

다도해와 완도

 

7시 56분, 암릉으로 들어선다. 닭골재에서 출발 한 후, 1시간 15분 정도 경과한 시점이다. 등산로는 험준한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가파르게 오르며 고도를 높인다. 8시 8분, 이번에는 등산로가 깎아지른 암벽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한차례 떨어졌다 능선으로 진입한다. 이어 조망이 좋은 암릉에서 가야할 434m봉 바라보고, 보다 더 넓게 보이는 바다를 굽어본다.

험한 암릉을 왼쪽 우회하고

깎아지른 암벽을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우회한다.

가야할 암릉

오른쪽으로 우회한 암봉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들과 완도

 

8시 24분, 밧줄이 걸린 암릉을 오르고, 8시 40분, 434m봉에 오르니, 정면으로 달마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힘차게 흐른다. 뒤를 돌아보면 두륜산, 대둔산, 위봉, 그리고 410m봉들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8시 45분, 이정표가 있는 송촌 갈림길 안부에 내려선다. 관음봉 능선이라고 쓰인 이정표가 불선봉까지의 거리가 2.0Km라고 알려준다. 송촌 쪽 방향으로 마치 외계인처럼 생긴 기암 하나가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434m봉에서 본 달마산 정상

두륜산, 대둔산, 그리고 위봉

관음봉 능선 이정표

외계인처럼 생긴 기암

 

9시 4분, 또 다른 암봉에 올라, 달마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모처럼 부드러운 능선길을 굽어보고, 10분 후, 지도상의 달마산인 470m봉에 올라, 눈앞의 불선봉을 가까이 보고,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본다. 9시 35분, 돌탑, 이정표, 그리고 조망안내판이 있는 불선봉(512m)에 오른다. 조망이 뛰어나다. 다도해와 완도, 미황사를 굽어보고, 지나온 능선을 돌아본 후, 9시 38분, 불선봉을 내려선다.

달마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길

470m봉에서 본 불선봉

470m봉에서 본 434m봉과 지나온 길

불선봉 돌탑,

이정표

당겨 찍은 미황사

다도해와 완도

조망안내판

뒤돌아본 불선봉

 

다시 암릉길이 이어지고 북서풍이 거세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암봉을 넘어서자 길섶에 해남소방서의 표지판이 떨어져 있다. 9시 47분, 밧줄이 걸린 암릉구간을 통과 하니 커다란 문바위가 우뚝 앞을 막아선다. 9시 50분, 긴 계단을 내려서며 다도해를 굽어보고, 9시 56분, 이정표가 있는 통천문 아래로 내려선다.

해남소방서 표지판

문바위

문바위 옆으로 보이는 윤도산과 백일도, 흑일도

통전문 아래 이정표

 

통천문 위로 남근석이 하늘을 찌를 듯 힘차게 솟아있다. 9시 58분, 통천문을 지나, 문바위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10시 1분, 표지판이 걸린 문바위 뒤편을 지난다. 이어 계단길을 통과한 후, 10시 10분, 이정표가 있는 문바위 사거리에 내려서서, 바람을 막아주는 바위그늘에 앉아 간식을 들며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통천문을 지나고

통천문 위의 남근석

문바위 사거리 이정표

 

10시 21분, 꿀맛 같은 휴식을 끝내고, 칼날 같이 날카롭게 솟은 바위들을 좌우로 우회한다. 10시 33분, 이정표가 있는 작은샘 능선안부에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미황사다. 불선봉에서 0.8Km 떨어진 지점이고, 이 구간을 통과하는데 45분이 걸렸다. 직진하여 작은 너덜을 지나고, 밧줄이 걸린 암릉을 통과한 후, 뒤돌아 만물상 같은 기암들을 돌아본다.

작은샘 능선 이정표

만물상 같은 기암들

 

시야가 탁 트인 암릉길이 이어진다. 가야할 방행으로 멀리 중계탑이 있는 도솔봉을 바라보고, 뒤돌아 문바위와 지나온 능선, 그리고 왼쪽으로 다도해의 백일도외 흑일도를 바라본다. 11시 12분, 이정표가 있는 대밭 삼거리에 내려선다. 오른쪽은 역시 미황사 방향이다. 직진하여 밧줄이 늘어진 암릉을 오른다. 산벚꽃 나무 한 그루가 하얀 꽃으로 덮여있다. 11시 20분, 전망 좋은 471m봉에 올라, 숙승봉, 백운봉, 상왕봉으로 이어지는 완도의 산줄기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안부에 내려선 후, 밧줄을 잡고 가파른 암릉을 오르고, 나무계단을 지나, 11시 44분, 450m봉에서 도솔봉을 가까이 본다.

문바위와 지나온 능선

가야할 능선과 도솔봉 중계탑

대밭 삼거리

가까이 본 완도의 산줄기

밧줄이 걸린 암릉


450m봉을 내려선다. 돌 많은 길이 이어지더니 가파른 흙길로 변한다. 11시 55분, 이정표가 있는 하숙골재에 내려선다. 산죽밭 사이로 잘 정비된 등산로가 이어진다. 다시 아기자기한 암름을 오르며 뒤돌아 450m봉을 카메라에 담고, 12시 9분, 이정표가 있는 떡봉(442m)에 오른다. 지도상의 도솔봉이다. 하지만 실제 도솔봉은 저 앞에 보이는 중계탑이 있는 봉우리라고 한다. 300도 방향으로 혜원저수지와 남해가 펼쳐진다.

하숙골재 이정표


뒤돌아 본 450m봉

떡봉 이정표

가까이 보이는 도솔봉 중계탑

300도 방향의 조망

 

부드러운 능선길이 가볍게 오르내린다. 일반등산로인 모양이다. 12시 29분, 마주 내려오는 등산객을 만난다.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이다. 무척 반갑다. 12시 35분, 359m봉에 올라 160도 방향으로 윤도산을 굽어보고, 8분 후, 밧줄이 걸린 암릉을 올라 능선으로 진입한다. 도솔암 요사채와 우회로가 보인다. 등산로는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12시 57분, 도솔암 갈림길에 이른다. 잠시 오른쪽 도솔암 쪽으로 진행하여, 도솔암과 도솔암 연혁을 카메라라에 담고 갈림길로 되돌아와 너른 임도를 따라 도솔봉으로 향한다.

윤도산

도솔암 갈림길

도솔암

도솔암 연혁

 

1시 5분, 팻말이 걸려있는 헬기장 갈림길에서 편안한 임도를 따라 직진한다. 임도는 우횟길이고, 헬기장 쪽으로 들어서는 것이 마루금 능선으로 진입하는 길인데, 무심히 지나치고 난 결과, 얼마 지나지 않아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바람이 거세지만 임도를 따라 편하게 걷는다. 1시 16분, 도솔암 입구 표지판, 달마산 등산 안내도 등이 있는 중계소 입구로 나온다. 시멘트도로가 중계소로 이어지고, 공터에 차량 몇 대가 세워져 있다.

달마산 등산 안내도.

 

달마산 등산 안내도를 들여다 본 것이 잘못이다. 등산안내도의 현 위치는 도솔봉을 지나온 곳이다. 중계탑 있는 곳이 정상이니 당연하다. 혹시 중계탑 부근에 정상석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중계탑 쪽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역 방향으로 진행한다. 산길은 철조망을 따라 이어지며 가볍게 오르내린다. 오른쪽으로 중계탑을 지나 12시 24분, 작은 둔덕에 올라서니, 정상석은 없고, 저 아래에 헬기장이 보인다. 할 수 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서다, 1시 32분, 바람을 막아주는 길가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한다. 도솔봉 정상석을 확인한 답시고, 귀중한 17분을 허비한 셈이다.

정상석 확인을 위해 도솔봉 쪽으로 역주행

 

약 30분 동안 떡과 컵라면으로 점심식사를 즐기고, 2시 3분, 중계소 입구로 나와 시멘트도로를 잠시 따라 내리다, 표지기들의 안내로, 오른쪽 산길로 들어서서 빽빽한 철쭉 능선을 오른다. 뒤를 돌아보니 중계소 입구와 도솔봉, 그리고 중게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2시 10분, 산불초소가 있는 정상에 오르니, 한 구석에 정상석이 보인다.

뒤돌아본 중계소

도솔봉 정상석

 

거친 철쭉능선을 지나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2시 24분, 시멘트도로에 이르고, 이어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도로를 따라 내려선다. 왼쪽 넓은 길은 윤도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도로 왼쪽으로 통호리 일대와 흑일도가 가깝게 내려다보인다. 2시 30분, 땅끝 전망대 진입산책로 팻말이 세워진 곳에서 시멘트도로를 버리고, 왼쪽 숲으로 들어선다. 이어 4분 후, 묵은 헬기장을 지나고, 아름다운 산책로를 빠르게 진행한다.

시멘트 도로

시멘트도로를 따라 내리며 본 왼쪽 조망

아름다운 산책로

2시 45분, 264m봉에 오르고, 6분 후, 남평 문공과 죽산 안씨 부인의 합장묘를 지나, ‘미황사 천년 역사길’이라는 팻말 만난다. 3시 8분, 아무 표시도 없는 삼각점이 있는 241m봉을 지나고. 이어 부드럽고 순한 길을 빠르게 달린다. 3시 24분,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며, 뒤돌아 도솔봉을 카메라에 담고, 1분 후, 준,희 님의 표지판이 걸려있는 247m봉에 오른다.

뒤돌아 본 도솔봉

247m봉

 

3시 45분, 헬기장을 지나고, 시멘트도로를 건너, 너른 임도로 들어선다. 3분 후, 표지기를 따라 임도를 버리고, 왼쪽 산길로 진입한다. 이어 김해 김씨 묘를 지나고, 3시 54분, 232m봉에 오른 후, 오른쪽으로 2분 내려서니, 넓은 묘역에 호화롭게 치장한 가족묘를 만난다. 호화 묘 앞에서 임도는 끊어지고, 등산로는 왼쪽 숲으로 이어진다.

호화묘

 

4시 17분, 225.4m봉에 오르니, 나뭇가지 사이로 땅끝 전망대가 보인다. 목적지가 멀지 않다.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내려서다, 길가에 배낭을 내려놓고 약 5분 간 휴식을 취한다. 순탄한 길을 빠르게 걷다보니 목도 마르고 많이 지치는 느낌이다. 이어 밀양박공의 합장묘로 이어지는 너른 임도를 따라 진행하다, 표지기들의 안내로 왼쪽 숲길로 들어선다. 4시 32분, 전주 이씨 부인의 외로운 묘를 지나고, 2분 후, 쌍묘가 있는 묘역에서 땅끝 전망대를 카메라에 담는다.

묘역에서 바라본 땅끝 전망대

 

4시 50분, 납골당을 지나고, 시멘트도로를 건너, 5시 2분, 160m봉에 오른 후, 다시 5분을 더 걸어, 77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갈두재로 나온다. 도로를 오른쪽으로 따라 올라 마루턱으로 향한다. 고개 마루턱 직전, 왼쪽 시멘트 옹벽 위에 표지기들이 걸려 있다. 하지만 도로변 수로를 따라 쌓은 옹벽이 높아 혼자 힘으로 오르기가 어렵겠다. 할 수 없이 철책이 있는 곳까지 되돌아와 철책을 잡고 옹벽에 오른 후 표지기들이 걸린 곳에서 희미한 발자취를 따라 절개지를 올라 임도로 들어선다. 오른쪽으로 테마파크호텔이 보인다.

납골당

갈두재 산책로 표지판

철책 잡고 옹벽을 오르고

공사를 재개하는 테마파크호텔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서고 5시 19분 호화묘를 지나, 팔각정이 있는 168m봉으로 이어지는 긴 계단길을 오른다. 5시 28분, 팔각정에 올라, 사방을 둘러본다. 남쪽으로 전망탑이 가깝고, 북동쪽으로 멀리 도솔봉이 아득한데, 북서쪽으로 송호리 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고, 땅끝마을 선착장으로 들어오는 배한 척이 긴 항적을 그리고 있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풍광이지만 마음은 몹시 바쁘다. 광주행 막차 시간인 6시 15분 까지는 이제 40분 정도가 남았다.

계단길

팔각정

멀리 도솔봉과 지나온 능선

송호리 해수욕장 방향

 

뛰듯이 나무계단을 달려 내린다. 5시 37분, 땅끝 탐방로 안내판이 있는 사거리안부에서 직진하여 주차장에 오른다. 이때의 시각이 5시 42분이다. 전망대가 있는 사자봉에 올랐다, 땅끝 탑을 거쳐, 버스정류장이 있는 갈두선착장까지 가려면 시간이 부족하고. 땅끝 전망대와 땅끝 탑은 가족들과 함께 두 어 차례 둘러 본 곳이기도 하여, 아쉽지만 이곳에서 산행을 마치기로 하고, 도로로 따라 땅끝마을로 향한다.

땅끝 탐방로 안내판

주차장에서 본 전망탑

하산 길

 

도로를 따라 내리다, 오른쪽의 지름길을 택해, 5시 50분, 모노레일 승강장에 내려서고, 4분 후, 버스정류장이 있는 선착장에 이른다. 이제 표를 사고, 화장실에서 간단히 땀을 씻고 버스에 오르면 된다. 승차권을 파는 슈퍼로 들어선다. 어린아이가 계산대에 앉아 있다. 6시 15분, 광주 직행표가 얼마냐고 묻는다. 6시 15분에는 차가 없고, 6시 40분 발 막차가 해남을 거쳐 광주로 간다고 한다. 모르는 사이에 버스시간이 변경된 모양이다. 맥이 빠진다.

모노레일 승강장

선착장

14,300원을 주고, 표를 끊는다. 광주까지 2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근처 화장실에서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버스 출발시간까지 30분 정도 여유가 있다. 간단히 식사를 하려고 근처 식당을 찾는다. 어찌된 일인지 모두 문이 잠겨 있다. 겨우 한 군데 문이 열린 집을 찾아드니, 오늘은 동네에 초상이 나서,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대답이다.

포구

 

할 수없이 슈퍼에 들러 맥주를 주문하고 남은 떡으로 요기를 한다. 6시 40분에 3 사람의 승객을 태운 버스는 해남에 들러 여러 명의 손님을 더 태우고, 9시에 광주에 도착한다. 광주에서 9시 20분 발 강남 행 버스표를 끊고(23,700원) 토스토와 캔 맥주를 사들고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12시가 조금 넘어 센트럴 시티 터미널에 도착하고, 택시로 집에 오니(5,000원) 1시가 채 못 된 시각이다.

 

(2010. 5. 2.)

 

 
Posted by Urimahn
,

 

4월 중순, 남부지방에 내린 눈

두륜봉에서 본 위봉과 완도의 오봉산

두륜산 3봉, 노승봉, 가련봉, 그리고 두륜봉

 

2010년 4월 15일(목).
5시 15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피곤한 몸에, 술도 한 잔 마셨으니 웬만하면 곯아떨어질 만도 한데 여전히 신경이 가는 모양이다. 찜질방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는 자는 둥 마는 둥 시간만 흐른다. 잠은 못 자더라도 누워서 쉬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회복되니 마음을 편히 갖자고 반복해서 세뇌를 해보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띵~하고 무겁다.

 

5시 45분 경 찜질방을 나와 터미널 지하식당엘 들러보지만 불이 꺼져있다. 할 수 없이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떡으로 식사를 하고 점심용으로 컵라면 하나를 준비한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1,200원), 6시 40분에 출발하는 군내버스를 기다렸다 승차한다. 승객은 단 2명, 오소재에서 출발하여 소석문으로 하산하겠다는 젊은 등산객과 나 뿐이다. 기사양반에게 오소재 쉼터에서 내려달라고 부탁을 하고 젊은 등산객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버스가 멈추고 오소재 쉼터라고 알려준다. 두 사람이 서둘러 내리고 보니, 오소재 쉼터가 아니라, 오소재 약수터다. 젊은이와 헤어져 약수터 부근을 둘러본다.

오소재 약수터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7:00) 오소재 약수터-(07:04) 오소재-(07:05) 오소재 쉼터-(07:07) 산행시작-(07:15) 주능선 진입-(07:32) 첫 번째 너덜-(07:53) 큰 바위-(08:10) 둘째 번 너덜-(08:49~08:55) 통천문 아래 암봉에서 휴식-(08:57) 통천문-(09:08~09;09) 노승봉-(09:18) 안부-(09:31~09:32) 가련봉-(09:58) 너덜-(10:21) 119 표지판-(10:27) 만일재-(10:40) 두륜봉입구 삼거리-(10:46) 구름다리-(10:48) 진불암 갈림길-(10:50~10:55) 두륜봉-(11:00) 삼거리 회귀-(11:15) 암벽-(11:29) 직벽 통과-(11:32) 위봉 삼거리-(11;46) 산죽밭-(11:47) 헬기장 1-(11:48) 헬기장 2-(11:59) 팻말이 있는 삼거리, 직진-(11:18) 암릉지대-(12:34~13:32) 도솔봉, 중식 및 휴식-(13:47) 중계소 정문, 탈출-(14:55) 대흥사 입구』들머리 7분, 중식 및 휴식 약 1시간, 마루금 5시간 40분, 날머리 68분이 각각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약수터 오른쪽에 등산로가 보이고 표지기가 걸려있다. 하지만 이 등산로는 오심재로 가는 길이다. 선답자의 이야기로는 마루금은 오소재 고개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서면 오소재 쉼터가 있고, 그 쉼터 뒤의 등산로로 들어서야 한다고 했다. 고개 마루턱을 향해 오른다. 마루턱에서 어제 찍지 못했던 주작산 등산 안내도를 카메라에 담고,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서니, 벚꽃이 활짝 핀 쉼터에 이르고, 오소재 쉼터라는 돌 표지가 보인다. 들머리에 도착한 것이다.

오소재 쉼터 돌표지

오소재 쉼터

 

쉼터 뒤로 산길이 보이고,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7시 7분, 산길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맑은 날씨에 바람도 잠잠하다. 진달래가 만개한 아름다운 숲 사이로 등산로가 부드럽게 이어진다. 헌데 숲에 하얀 눈이 뿌려져 있다. 엊저녁에 내린 눈이다. ‘암릉이 많다는데 눈이 쌓였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면서도. 눈 속에 핀 진달래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행운을 한껏 즐긴다.

4월 중순에 내린 눈

 

등산로가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지며 잇달아 묘를 지나고, 7시 15분, 희,준 님이 표지판을 걸어 놓은 능선에 진입하여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푸른 산죽 밭에도 눈가루가 하얗다, 7시 32분, 등산로가 왼쪽으로 굽어지며 첫 번째 너덜지대로 이어지고, 시야가 트이며 오른쪽으로 고계봉(538m) 암릉이 보인다. 긴 오르막길을 천천히 걷다, 뒤돌아 어제 지나온 주작산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능선표지

오른쪽으로 보이는 고계봉 암릉

지나온 주작산 능선

 

7시 53분, 큰 바위에 이른다. 비박하기 좋은 곳이다. 왼쪽 건너편 능선에 보이는 맷돌 모양의 기암을 당겨 카메라에 담고, 10여분을 더 올라, 거대한 너덜지대로 들어선다. 너덜 위에도 눈가루가 뿌려져 있다. 표지기들이 걸린 방향으로 한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이동한다. 긴 너덜이다. 30여분 만에 겨우 너덜지대를 통과하고, 산죽과 잡목이 뒤섞인 오르막길을 오르니, 암릉이 이어진다.

큰 바위

너덜지대

 

8시 49분, 밧줄을 잡고, 암벽을 돌아올라, 그로테스크하게 보이는 통천문 아래 바위 위에 선다. 바람이 거세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남쪽으로 완도를 바라보고, 북쪽으로 고계봉을 가까이 본다. 8시 57, 통천문을 통과한 후에도 직벽에 가까운 암릉이 계속 이어진다, 밧줄과 체인, 그리고 쇠발받침의 도움을 받고, 9시 8분, 노승봉 정상(685m)에 오른다. 삼각점도, 정상석도, 표지판도 없는 텅 빈 너른 암반뿐이다.

가는 줄을 잡고 1차 트레버스, 굵은 줄을 잡고 암벽 오름

통천문 아래에서 굽어본 만수리와 완도.

가까이 본 고계봉

괴기(怪奇)하게 보이는 통천문

승가봉 오르는 길 1

승가봉 오르는 길 2

텅 빈 노승봉 정상

 

노승봉 정상에서의 바라보는 조망이 좋다. 남서쪽으로 대둔산과 대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로 다도해가 시원한데, 두륜산 정상인 가련봉이 바로 지척이다. 역시 밧줄과 체인, 그리고 발 밭침의 도움을 받으며 암벽을 내려서서, 눈이 하얗게 덮인 안부에 이른다. 노승봉과 가련봉의 중간지점이다 이정표가 보인다. 가련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암릉에도 3중의 안전시설이 돼 있어 위험하지는 않다.

대둔산과 대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가련봉

노승봉을 내려서고

이정표

가련봉 암릉길의 안전시설

 

9시 31분, 정상석이 있는 가련봉(703m)에 오른다. 역시 조망이 빼어나다. 북으로 노승봉과 고계봉이 가깝고, 남으로는 위봉과 완도의 오봉산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북동쪽으로 덕룡산, 주작산 능선이 아련하고, 남서쪽의 대둔산이 한발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안전시설에 의지해 가련봉 암벽을 내려선 후, 가련봉을 뒤돌아 보고, 이어 긴 나무계단, 눈 쌓인 너덜지대, 그리고 얼음이 깔린 암릉을 지나 만일재로 향한다.

가련봉 정상석

노승봉과 고계봉

덕룡, 주작 능선

뒤돌아 본 가련봉

긴 나무계단

너덜

119 위치 표지

만일재

 

10시 27분, 등산안내도와 이정표가 있는 만일재 헬기장에 내려선다. 가련봉에서 이곳까지의 도상거리는 0.5Km, 보통 30분 정도 걸리는 구간인데, 눈과 얼음 덕에 1시간 가까이 걸렸다. 만일재에서 지나온 가련봉을 돌아보고, 정면으로 보이는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10시 40분, 이정표가 있는 두륜봉 입구 삼거리에서 오른쪽 오르막길을 올라, 6분 후, 유명한 구름다리를 통과하고, 진불암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10시 50분, 정상에 오른다.

만일재 이정표

뒤돌아 본 가련봉

구름다리

진불암 갈림길 이정표

 

하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있다는 정상석이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 조금 아래에 있는 전망바위에서 위봉과 대둔산을 가까이 보고 다시 구름다리를 지나, 나무계단을 내려선다. 11시 두륜봉 입구 삼거리로 되돌아와 대둔산으로 향하다,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뒤돌아 두륜봉, 가련봉, 그리고 승가봉을 한눈에 바라본다.

대둔산, 탈출한 시멘트길이 보인다.

 

11시 15분, 밧줄 두 가닥이 걸린 암벽에 선다. 밧줄에 매달려 2단계 암벽을 내려선 후, 잠시 암릉길을 걷고, 또 다시 밧줄이 걸린 암벽을 내려선다. 11시 32분, 위봉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며, 왼쪽의 위봉을 가까이 보고, 산죽 밭, 진달래꽃 길을 걸으며, 곱게 꽃을 피운 동백나무의 환영을 받는다.

2단계 암벽

연이어 나타나는 직벽

갈림길에서 가까이 본 위봉

동백꽃의 환영을 받고

 

11시 46분, 산죽 밭으로 들어선다. 키를 넘는 산죽이지만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 별로 시달림은 받지 않는다. 이어 1분 간격으로 잇달아 헬기장을 지나며 늦어진 시간을 만회하려고 속도를 내어 진행한다. 11시 59분, 팻말이 세워진 탈출로 갈림길을 지나고, 12시 2분, 산죽밭에서 벗어나, 가야할 능선을 바라본다.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걸으며, 뒤돌아 두어 차례 두륜산을 바라보고, 암릉길로 들어선다.

산죽밭

팻말이 있는 탈출로

가야할 길

뒤돌아 본 두륜산 1

뒤돌아 본 두륜산 2

 

12시 18분, 바위지대로 들어서고, 또 다시 너덜을 지나니, 저 앞에 정상석이 있는 대둔산 도솔봉과 그 왼쪽으로 거대한 중계시설이 보인다. 12시 34분, 태양열 판이 부착된 시설물과 정상석이 있는 도솔봉(672m)에 오른다. 맑은 날씨에 햇볕이 따뜻하다. 정상석 옆에 자리를 펴고,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은 후, 정상주를 즐긴다.

대둔산 도솔봉

거대한 중계시설

정상석

 

점심을 먹으며 가야할 길을 생각한다. 고래대장이 GPS로 측정한 오소재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는 약 5.5Km, 그리고 이곳에서 닭골재 까지 남은 거리가 약 6.7Km다. 산행을 시작해서 5시간 30분이 지났는데 절반도 못 왔다는 소리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록을 보면 이곳에서 닭골재까지도 5시간이 넘게 걸린다. 남은 구간도 험한 암릉, 암벽길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지런히 걸어도 닭골재에 내려서는 시각은 7시가 가깝겠고, 오늘 귀가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고속버스로 5시간이 걸리는데, <닭골재-해남-광주-서울> 순으로 차를 3번이나 바꿔 타고나면, 잘해야 내일 새벽에나 서울에 도착 하겠고, 길에서 겪는 고초도 말이 아니겠다.

 

체력문제도 문제다. 찜질방에서 이틀 동안 잠을 설친데다 어제 10시간, 오늘도 이미 5시간을 넘게 걸었으니 몸도 지칠 만큼 지쳤는데, 시간에 쫓기다가, 험한 암릉이나, 암벽에서 자칫 실수라도 하면 큰일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계속 망설인다. 탈출을 한다면 이곳뿐이다. 중계소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대흥사에 이르고, 그곳에서 버스로 해남에 도착하면, 5시 30분 서울행 막차를 충분히 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중계소 정문까지 진행한 후, 그곳에서 도로를 따라 탈출하기로 결정을 하고, 13시 32분, 왼쪽 중계소를 향한다. 표지기들의 안내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 빽빽한 잡목사이를 어렵사리 헤집고 지나간다. 이어 암릉지대가 나타나고, 바위가 길을 막아, 숏 다리가 단숨에 오르기가 부담스러워, 이리저리 발을 바꾸어 본 후에야 겨우 지나간다. 이런 길이라 일부 종주꾼들은 도솔봉에서 오른쪽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시멘트도로로 내려선 후, 도로를 따라 중계소 정문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그래서 도솔봉에는 좌우 양쪽에 모두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능선을 따라 중계소로 향하면서 시야가 트여 왼쪽으로 보는 두륜산 줄기가 멋지다.

대둔산 도솔봉의 태양열판 시설물

연화봉 쪽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

중계소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본 두륜산

 

13시 47분, 중계소 정문 앞에 내려선다. 정문 오른쪽 철책에 표지기가 보인다. 계속 진행하려면 철책을 따라야 하지만, 이 시간에는 더 이상의 진행은 무리다. 아쉽지만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시멘트도로를 따라 탈출한다. 13시 56분, 데이콤 통신탑을 지난다.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내린 사람들은 이 부근에서 도로로 떨어지게 된다.

중계소 정문

도로변의 데이콤 통신탑

 

시멘트도로를 따라 내리며 오른쪽으로 두륜산 암봉들을 올려다보고, 14시 30분, 이정표가 있는 진불암 입구를, 13분 후에는 돌 표지가 있는 관음암 입구를 지나, 14시 55분에 대흥사로 들어선다. 1시간이 조금 넘게 시멘트도로를 따라 내린 것이다. 발바닥에서 불이 나는 느낌이다. 14시 57분, 절문을 들어서서, 약 20분 동안 절 경내를 둘러보고, 해남 행 군내버스를 탈 수 있는 집단시설지구로 향한다.

도로에서 본 두륜산 암봉

관음암 입구 돌 표지

두륜산 대흥사

부도, 대흥사 부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규모다.

서산대사 부도 안내판

경내 이정표, 그만큼 규모가 크다.

대흥사 연리지

대웅보전 현판

 

아스팔트길을 터덜터덜 걸어 내린다. 25분 정도 걸어 내리니 비로소 일주문이다. 무지하게 넓은 절이다. 다시 5분을 더 걸어, 버스 정류장에서 도착하여 버스를 기다린다. 채 5분도 못되어 버스가 도착하고, 약 15분 후 해남종합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요금 1,000원) 매표소에서 5시 30분 발 서울행 버스표를 사고, 화장실에 들러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대흥사 일주문

 

해물탕으로 유명하다는 인근 식당을 찾아 들어선다. 해물탕 1인분은 팔지를 않고, 쇠꼬리탕도 시간이 걸려, 내장탕을 주문한다. 5시 30분, 버스는 출발하고, TV에서는 천안함 후미 인양상황이 생방송되고 있다.

 

(2010. 4. 20,)

* 사진의 3월은 4월의 잘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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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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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룡산- 서봉, 7봉, 8봉이 보인다.

해남공룡과 뒤로 두륜산

해남공룡 첫 번째 봉우리로 이어지는 암릉

 

송암산악회를 따라 시작했다, 산행속도가 느려 민폐를 끼치는 것이 부담이 되어 중단했던, 땅끝기맥을 다시 시작한다. 사실 중단사유는 단일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합쳐진 복함적인 것이다. 무박도 싫고, 아무리 목적산행이라 하지만 산악훈련 하 듯 정신없이 달리기만하는 것도 그렇고, 진달래로 유명하다는 구간을 진달래 구경도 못하고 지나치는 것도 억울하다. 오죽했으면 일단 시작한 종주산행을 도중에서 중단 했겠는가?

 

2010년 3월 14일(수)
전날 센트럴터미널에서 오후 5시 50분 발 막차를 타고, 해남에 도착하니(요금 20,300원) 바람이 무척 거세다. 내일은 유명한 해남공룡을 넘어야하는데 은근히 걱정이다. 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는 해남 참숫불가마 사우나로 들어선다.(요금 8,000원). 찜질방에서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주위가 어수선하여 자는지 마는지 시간을 보내다 6시경, 부근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점심용으로 컵라면과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준비한다. 바람도 자고, 추위도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터미널 매표소에서 계라리행 버스표를 사고(1,000원), 7시 40분 발 강진 행 완행버스에 오른다. 이른 아침이라 승객은 모두 서 너 명, 기사양반에게 계라리고개에서 내려달라고 부탁을 해보지만, 기사양반은 계라리고개가 어딘지 모른다는 대답이다. 선답자의 “터미널에서 12~13분 거리고, 오른쪽 능선에 통신탑이 우뚝하다.”라는 기록을 떠 올리며 오른쪽 도로변을 주의 깊게 관찰하다, 55번 도로가 분기는 곳에 이르러, 차를 세워달라고 부탁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도로 건너편 절개지에 무덤2기가 보인다. 지난번 절개지를 내려서며 보았던 묘소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7:32) 계라리고개-(07:38) 산행시작-(07:41) KT 통신탑-(07:44) 죽산안공 묘-(07:45) 갈림길, 좌-(07:48) 땅끝기맥 종주 격려 팻말-(07:55) 쌍묘가 있는 안부-(08:09) 여흥민씨 묘-(08:28) 이정표/산불초소-(08:29~08:35) 복덕산-(08;36) 이정표로 회귀-(08:46) 면 경계봉-(08:56) 죽산안공 묘-(09:01) 학동고개-(09:02) 오른쪽 사면 오름-(09:04) 납골당-(09:13) 묘가 있는 봉-(09:23) 삼거리안부, 직진-(09:41) 사거리안부, 직진-(09:45) 수준점 있는 봉-(09:47) 대산고개-(09:59) 204.7m봉-(10:06) 사거리안부, 직진-(10:15)갈림길, 좌)-(10:27) 287m봉-(10:29) 헬기장-(10:48) 첨봉-(11:07) T자, 좌-(11:47) 덕룡산 삼거리(11:54) 407m봉-(12:11) 헬기장-(12:27) 이정표/흔들바위 갈림길-(12:28~12:30) 475m봉-(12:40~13:10) 중식-(13:28) 작천소령-(13:39) 주작산 갈림길-(13:52) 고인돌 바위-(14;05) 석문-(14:15) 갈림길, 좌-(14:35) 갈림길 회귀-(15:38) 427.7m봉-(15:58) 이정표/제3 비상탈출로-(16:27) 이정표/제2 비상탈출로-(16:44) 이정표<오소재 2.4Km>-(17:21) 404m봉-(17:26) 이정표<오소재 1.6Km>-(17:36) 363m봉-(17:51) 갈림길, 우 계단-(18:06) 오소재』중식시간 30분 포함, 총 10시간 28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들머리를 찾아 조금 떨어진 고개 마루턱으로 오르니 왼쪽으로 시멘트도로가 보이고, 그 안으로 표지기 한매가 바람에 팔랑인다. 산행준비를 하고 시멘트도로로 들어서기 전에 계라리고개의 표지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동마을 입구를 알리는 작은 입간판을 카메라에 담는다.

계라리고개

 

가파른 시멘트도로를 천천히 오른다. 바람도 없고 다소 쌀쌀하게 느껴지는 맑은 날씨다. 3분 후, KT통신탑 앞에서 표지기들이 요란한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진달래가 화사하고, 새순이 파랗게 돋기 시작하는 쾌적한 능선길을 혼자서 산책하듯 천천히 걷는다, 산악회를 따라 왔으면 꿈도 꿀 수 없는 호사다.

화사하고 쾌적한 능선길

 

7시 44분, 죽산안공과 평산신씨 부인이 잠들고 있는 쌍묘를 지나고, 이어서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등산로 왼쪽 나뭇가지에 준.희님이 걸어놓은 땅끝기맥 종주자들을 격려하는 팻말이 보인다. 7시 55분, 쌍묘가 있는 안부를 지나고,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서, 여흥민씨 묘역에 이른다. 제법 규모 있는 묘이지만 최근에는 손을 보지 않았는지 많이 피폐한 모습이다. 묘역 왼쪽으로 만덕산 줄기가 멋지게 펼쳐진다.

준.희 님의 격려 팻말

여흥 민씨 묘역에서 본 만덕산 줄기

 

진달래와 신록이 어우러진 오르막 능선으로 뚜렷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북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서기산, 흑석산 가학산이 조망된다. 8시 28분, 산불초소 이정표를 지나, 1분 후 복덕산(275.7m)에 오른다. 산불초소, 삼각점(해남 317/2001 재설) 그리고 준,희 님이 걸어 놓은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정상석도 없는 초라한 정상이지만 사방이 트여 조망이 시원하다. 동으로 만덕산, 북으로 서기산, 남으로 덕룡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동남쪽으로 강진만이 보인다. 재킷을 벗고 바람막이로 갈아입은 후,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 1.3Km 떨어진 도암/옥천 경계로 향한다.

복덕산 오르다 본 북쪽 조망, 서기산(우), 흑석산, 가학산 줄기

이정표

복덕산 정상

정상표지판

봉황저수지와 덕룡산 줄기

강진만

 

진달래 꽃길을 내려서서, 8시 46분, 옥천면과 도암면의 경계가 되는 봉우리를 넘고, 죽산안공과 선산임씨 부인의 합장묘를 지나, 이정표가 있는 학동고개로 내려선다. 왼쪽의 봉황리 봉황저수지와 오른쪽의 흑천리 학동마을을 잇는 고개다. 절개지가 절벽 수준이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돌아서 절개지를 내려선다.

학동고개 이정표



 

학동고개

 

고개 왼쪽에 보이는 넓은 묘지 길로 들어선 후, 바로 표지기를 따라 오른쪽 사면을 올라 능선으로 진입한다. 왼쪽으로 보이는 새로 조성한 납골당을 지나고, 묘가 있는 봉우리를 넘어, 삼거리 안부에서 직진한다. 9시 31분, 능선 분기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왼쪽으로 덕룡산 줄기가 더욱 가깝게 보인다.

능선 분기봉, 우

 

9시 41분, 골이 깊은 사거리 안부에서 직진하여 절개지를 오르고, 4분 후 수준점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 대산고개로 내려선다. 봉황리와 대산리를 잇는 고개다. 오른쪽으로 하동정공과 원주이씨 부인을 모신 넓은 묘역이 보인다. 묘역에서 보는 조망이 시원하다. 9시 59분, 삼각점<해남 456/2001 복구>이 있는 204.7m에 오른 후,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내린다. 가시넝쿨과 잡목으로 악명이 높다던 땅끝기맥은 이제는 옛말이다.

204.7m봉

잘 정비된 잡목 숲길

 

10시 6분, 다시 사거리안부에서 직진한다. 길가에 핀 산 벚꽃이 화사하고, 연분홍 진달래와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나뭇가지의 푸르름이 어우러진 등산로 주변의 풍광이 환상적이다. 10시 15분, 갈림길을 만나 왼쪽으로 진행한다. 진달래꽃길이 이어진다. 진달래꽃잎이 붉게 깔린 등산로를 김소월의 시를 웅얼대며 유장하게 걷는다. 이어 산죽과 진달래가 어우러진 곳을 지난다. 가히 환상의 숲이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화사한 산벚꽃

진달래와 신록

진달래꽃 길

10시 27분, 준,희 님이 걸어 놓은 표지판이 있는 287m봉 넘고, 울창한 편백나무 숲을 통과한다. 햇빛을 받고 반짝이는 녹색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10시 39분, 헬기장을 지난다. 오른쪽으로 덕음산이 머리를 내민다. 이어 잡목 오름길을 올라. 10시 48분, 첨봉에 오른다. 이정표와 준,희 님이 걸어놓은 화원지맥 분기점 표지판이 보인다. 첨봉에서 화원지맥줄기와 가야할 해남공룡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287m봉

편백나무 숲

꽃처럼 아름다운 나뭇잎

첨봉

화원지맥


해남공룡

 

산죽과 진달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산길이 이어진다. 도암면에서 등산로 주변을 깔끔하게 정비해 놓았다. 유난히 색감이 짙은 진달래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지며 고도를 높인다. 11시 7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시야가 트이며 300도 방향으로 옥천면 백호리가 내려다보이고, 부드러운 능선길이 가볍게 오르내린다. 왼쪽으로 덕룡산 줄기, 오른쪽으로는 주작산의 암릉이 보인다. 주작의 좌우 날개다. 나는 지금 주작의 머리를 향해, 주작의 몸통을 걷고 있는 것이다.

산죽과 진달래

도암면 발전협의회의 환영

유난히 색감이 짙은 진달래

백호리 방향의 조망

 

이제 삼거리가 있는 덕룡산 주능선이 코앞이다. 죽은 나뭇가지가 만들어준 아치를 지나고 억새밭을 통과한다. 왼쪽으로 덕룡산, 오른쪽으로 두륜산이 보인다. 11시 47분, 이정표와 무덤이 있는 덕룡산 삼거리에 이른다. 지난주 덕룡산 산행 시 지났던 곳이라 새삼 반갑다. 그 때에는 사람들로 북적대던 곳이 지금은 사람의 그림자도 없다.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어느 사이엔가 햇빛이 사라지고 바람이 인다. 날씨는 쌀쌀해지고 분위기가 음산하다.

죽은 나무가 만들어 준 환영아치

좌 덕룡

우 두륜

덕룡산 삼거리

 

삼거리에서 오른쪽의 407m봉으로 오르면서 뒤돌아 덕룡산 서봉과 7봉, 8봉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도암면 수량리와 강진만을, 서쪽으로 첨봉과 지나온 능선을 굽어본다. 11시 54분, 407m봉에 올라 가야할 475m봉과 주작산을 바라보고, 헬기장으로 내려서면서 475m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을 카메라에 담는다.

뒤돌아 본 덕룡산과 평원, 지난 주 사람들로 붐비던 곳이 지금은 적막강산이다

수양리와 강진만

475m봉(우)와 주작산(좌)

헬기장과 475m봉으로 이어지는 암릉

 

12시 11분, 헬기장을 지난다. 지난주에는 시간에 쫓겨 이곳에서 왼쪽의 수양관광농원으로 탈출했었다. 작은 너덜지대를 지나고, 암릉을 올라, 12시 27분, 이정표가 있는 흔들바위 갈림길을 지나고, 1분 후, 475m봉에 오른다. 바람이 거세다. 정상석, 이정표, 그리고 준,희 님의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정상석에는 주작산 475m, 이정표에는 덕룡봉 정상이라고 표기돼 있다. 이 475m봉은 주작, 덕룡 중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주작의 몸통이다. 왼쪽에 보이는 주작의 머리 부분인 429m봉이 비록 그 높이는 자신보다는 낮지만 어쩔 수 없이 몸통이 머리에게 양보를 하여,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1/50,000 지도에는, 429m봉을 주작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흔들바위 갈림길 이정표

 475m봉 정상

 

어쨌건 사방이 확 트여 조망이 일품이다. 동남쪽으로 주작산이 가깝고, 남서쪽으로는 삐죽삐죽 솟은 해남공룡과, 그 뒤로 두륜산이, 북으로는 덕룡산과 첨봉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점심시간이지만 거센 바람을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아, 정상을 내려서다, 12시 40분, 바람막이 바위를 등지고 앉아 정상주를 마시고,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주작산

덕룡산(우)과 첨봉

 

라면과 떡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뒤처리를 하는데 등산객 한 사람이 모습을 보인다. 반갑다. 오늘 산 속에서 처음 만나는 젊은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오소재에서 출발하여 소석문으로 하산한다고 한다. 아침 8시경 출발하여 혼자서 사진을 찍으며 널널하게 걷다보니 이제야 이곳을 지난다며 웃는다. 서로 조심해서 산행을 하라고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13시 28분, 이정표가 있는 작천소령에 내려 선 후, 시멘트도로를 건너 오르막길을 오른다. 점심식사 후 18분이 지난 시각이다.

작천소령 이정표

 

13시 39분, 주작산 갈림길에서 오른쪽 암릉으로 향한다. 이어 1봉을 넘고, 안부로 내려서다 봉우리 사이로 장수저수지와 도암만을 굽어본다. 3봉을 넘고, 4봉을 오르다, 오른쪽에 고인돌 같이 생긴 바위가 허공에 걸려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4봉에서 밧줄에 매달려 안부에 내려선 후, 5봉과 그 너머로 두륜산을 바라본다.

주작산 가는 길

암봉 사이로 보이는 도암만

가야할 4봉

고인돌 바위

4봉에 걸린 첫 번째 밧줄

5봉과 두륜산

 

14시 2분, 두 번째 밧줄지대를 통과하고, 3분 후 석문을 지나, 철 지난 동백꽃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암릉길을 걷는다. 주위의 기암들이 눈길을 끈다. 암봉이 잇따르지만 등산로를 따라 진행하면 특별히 위험한 곳은 없다. 5봉을 내려선 후, 14시 15분, 6봉을 오른다. 동백꽃을 따라 무심히 진행하다 보니, 좁은 칼날능선으로 들어서고, 앞이 절벽이다. 마침 건너편 7봉에 모여 있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절벽을 내려서는 길이나, 우회하는 길이 있느냐고 소리치니, 없다면서, 되돌아가서 우회로를 찾으라고 알려준다.

석문

철 지난 동백

뒤돌아 본 지나온 암봉 1

뒤돌아 본 지나온 암봉 2

6봉

7봉의 등산객

 

왔던 길을 한동안 되돌아선다. 과연 동백나무가 무성한 곳에 이르니 우회로가 보인다, 동백꽃에 시선을 빼앗기다, 오른쪽 우회로를 보지 못하고, 왼쪽 직등 길로 들어섰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14시 35분, 밧줄이 걸린 우회로에서 마주 오는 등산객들을 만난다. 서울의 산악 동호인 모임으로 11시에 오소재를 출발 했다며, 갈 길이 아직 머니 조심하라고 격려해준다. 우회로를 내려선 안부에서 6봉을 올려다본다. 자일이 없으면 내려올 수 없는 직벽이다.

6봉 우회로

안부에서 올려다 본 6봉

 

14시 47분, 밧줄의 도움으로 7봉에 올라 6봉과 8봉을 바라본다. 9봉은 우회하고, 10봉 11봉을 넘으면서 지나온 암봉을 돌아본다. 15시 38분, 12번째 봉우리인 427.7m봉에 오른다. 이정표, 삼각점<해남 23/1993 복구>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이정표는 오소재까지 4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암릉으로 유명한 산으로 흔히 8봉산, 8영산, 9봉산, 또는 9병산 등이 거론된다. 2시간에 걸쳐 12개의 암봉들을 오르내리려니 이제는 질리는 느낌이다. 호남의 산들은 높지는 않지만 봉우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톱날능선이라 사람을 지치게 만들더니, 암봉도 예외가 아니다.

7봉에서 본 6봉


8봉

 

9봉

10봉

지나온 암봉

11봉

427.5m봉

11봉에서 본 조망

정상표지판

 

나무다리가 걸린 봉우리를 카메라에 담는다. 13봉인 셈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세어본 봉우리 수가 12개였는데, 아직도 넘어야할 봉우리들이 더 남았다면 잘 못 세었던 모양이다. 13봉에 접근하며 주위의 기암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15시 50분, 나무계단을 통해 13봉에 오르고, 14봉을 넘어 안부에 내려서니,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는 오소재 까지 아직도 3.6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바람은 여전히 거세고, 잔뜩 흐려 음침한 날씨가 쌀쌀하다.

13봉

기암 1-불꽃바위


기암 2-의자바위

14봉

제3 비상탈출로 이정표

 

기가 질려 봉우리 세기를 포기한다. 칼날능선이 전면에 펼쳐진다. 다행히 등산로는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봉우리에 올라 가야할 방향을 보니, 비로소 능선이 다소 부드러워지는 느낌이다. 한결 부드러운 능선을 걸으며 위봉을 가까이 보고, 또다시 지나야할 암봉 뒤로 두륜산이 가깝다. 16시 22분, 로프가 걸린 봉우리를 내려서고, 안부에서 가야할 암봉을 바라본다.

칼날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가야할 능선 1

가야할 능선 2

 

16시 27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이제 오소재까지는 3Km가 남았다. 16시 34분, 나무계단을 통해 암봉을 오르고, 밧줄이 걸린 직벽을 내려선 후, 16시 44분, 오소재 2.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오랜만에 부드러운 흙길을 걷는다. 주변 산 사면에 진달래가 지천이다. 다시 암릉길이 이어지고, 17시 21분, 준,희 님이 걸어 놓은 표지판이 있는 404m봉에 오른다. 이제 두륜산이 코앞이고, 마지막 봉우리와 오소재가 내려다보인다.

제2 비상탈출로 삼거리 이정표

암봉으로 이어진 나무계단


404m봉

두륜산이 코앞이고, 오소재가 보인다.

 

17시 26분, 오소재 1.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10분 후, 363m봉에 올라 310도 방향으로 양촌제를 굽어본 후, 능선을 따라 내린다. 시야가 트이며 마지막 암봉과 827번 국지도가 보인다. 17시 49분, 밧줄을 잡고 암봉을 내려서고, 2분 후, 갈림길에서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선다.

양촌제 방향의 조망

마지막 암봉과 오소재를 지나는 827번 국지도

마지막 밧줄


18시 6분, 이정표가 있는 오소재에 이른다. 주위의 사진을 찍을 새도 없이 해남 행 군내버스가 다가온다(요금 1,200원). 아마도 신전리 내동마을에서 6시경 출발한 버스인 모양이다. 만약 이 버스를 놓쳤다면 히치하이크를 하든가, 택시를 불렀어야 할 판이니, 힘든 산행 후 억세게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오소재 하산

주작산 등산 안내도(다음날 아침에 찍은 사진)

 

버스는 활짝 핀 벚꽃 가로수 길을 달려 약 20분 후, 해남 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매표소에서 내일 아침 오소재 행 버스시간표를 확인하고, 식사할 만한 곳을 알려 달라고 부탁한다. 값은 좀 비싸지만 해남에 오셨으면 천일식당을 가보라며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 거리라고 알려준다. 해남의 천일식당이면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다. 떡갈비로 널리 알려진 집이다. 터미널을 나와 택시로 천일식당으로 향한다.(2,500원)

 

떡갈비 정식(23,000원)과 백세주(7,000원)을 주문한다. 청어구이, 송이, 게장, 여러 종류의 젓갈 등 10여 가지의 반찬과 떡갈비가 한상 그득히 차려진다. 음식이 모두 정갈하고 간이 맞는다. 따끈할 때 들어보라고 권하는 떡갈비 맛이 담백하다. 술과 음식으로 포식을 하고 식당을 나서니, 진눈깨비가 흩날린다. 4월의 남부지방에 진눈깨비가 내리다니 흔한 일이 아니다. 내일 산행이 걱정이 된다. 택시를 부르려다, 식사를 한 후라 멀지 않은 길을 걷기로 한다.

 

어젯밤 잠을 설쳐 오늘은 모텔에서 숙박할 생각이었으나, 술도 한잔했겠다, 포식을 한 후이니, 웬만큼 주위가 어수선하더라도 지친 몸이 쉬 잠들 수 있겠다고 여기고 찜질방으로 들어선다. 사우나실에서 TV를 보며, 약 1시간 정도를 보낸 후, 샤워를 하고 안마 탕에서 발바닥, 종아리, 무릎, 허벅지를 풀고, 폭포수로 어깨, 등뼈 그리고 허리를 안마한다. 30여분 정도를 안마 탕에서 보내고 나니 몸이 거뿐해진 느낌이다. 찜질방의 잠자리는 어수선해도 사우나시설은 일품이다.

 

TV에서 내일 일기예보를 보고 10시가 넘어 수면실로 내려와 잠을 청한다.


 

(2010. 3. 17.)

* 사진에 프린트된 3월은 4월의 잘못입니다.

 

 



 

at 05/11/2010 05:48 am comment

잘 보았습니다 감사하며 담아갑니다 우림님 기쁘고 고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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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대봉에서 본 북쪽 조망, 별뫼산(좌), 월각산(우), 멀리 월출산

 

2010년 2월 20일(토)
송암산악회를 따라 땅끝기맥 네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오늘코스는 강진군과 해남군의 군계를 따라 남진한다. 도상거리가 약 22Km이라고 하니, 아무리 고도가 낮은 지역이라고 해도 실제거리는 25Km 이상이겠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보면, 식사시간과 휴식시간을 포함한 총 산행시간은 10시간에서 11시간 정도다.

땅끝기맥 4구간 지도

 

산악회의 후미기준 산행소요시간은 9시간이라고 한다. 거리는 길지만 강진군에서 등산로를 정비하여, 잡목이나 가시넝쿨의 저항이 없고, 별뫼산을 오르고 나면 업 다운도 심하지 않아 진행이 빠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간당 도상거리 2.5Km 이상을 걸으라는 이야기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9시간 55분 만에 최후미로 계라리고개에 도착한다. 식사와 휴식시간 30분을 제외하고는,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달린 결과다. 이제 산악회가 안내하는 기맥이나 지맥산행에 참여하는 것은 무리인 모양이다. 산악훈련을 하듯 정신없이 달려도 앞선 사람들을 따라잡기 어려우니 몸과 마음이 공히 편치가 않다. 땅끝기맥 남은 것이 3구간에 도상거리 약 45Km 정도이지만 산악회 안내를 받는 것은 이 정도에서 접고, 꽃 피는 3월 말에서 4월초에 단독으로 나머지 구간을 마감 해야겠다.

 

버스는 밤길을 달려 함백 휴게소에서 잠시 머물더니, 새벽 5시 12분 경, 들머리인 밤재에 도착한다. 산행준비를 하고, 3분 후, 차에서 내린다. 오른쪽 길가에 강성철강 안내판이 보인다. 선두대장이 대원들의 산행준비가 끝나기를 기다려 아직 출발을 하지 않았는데도 선두꾼들은벌써 절개지를 오르고 있다.

들머리 도착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5:15) 밤재/산행시작-(05:23) 송전탑-(05:48) 전망바위/이정표-(06:00) 별뫼산-(06:17) 봉 왼쪽 우회-(06:30) 216m봉-(06:40) 숲 벗어나 둔덕, 좌-(06:43) 13번국도-(06:47) 숲 진입-(06:58) 대안고개-(07:05) 묘-(07:07) 송전탑-(07:13) 과수원 둔덕-(07:15) 정골재-(07:40~07:45) 깃대봉-(08:08) 장근봉-(08:26) 임도/안부-(08:36) 산불감시초소-(08:43) 320m봉, 우-(09:04) 276m봉, 좌-(09:12) 당재-(09:15~09:30) 묘역/식사-(09:51)묘가 있는 벌목봉, 우-(10:18) 송전탑-(10:21) 방화로 버리고 왼쪽 능선-(10:28) 355m봉-(10:48) 주능선 직전 안부-(10:53) 쌍묘-(11:00) T자, 좌-(11:05) 350m봉-(11:17) 능선 안부-(11:32) 폐 헬기장-(11:36) 임도-(11:50) 서기산 정상 이정표-(11:52) 헬기장-(11:54~12:04) 휴식-(12:27) 400m봉-(12:40) 405m봉-(13:11) 366m봉-(13:18) 352m봉-(13:19) 돌 축대-(13:31) 안부 사거리-(13:33) 폐 헬기장-(13:41) 299.2m봉-(13:46) 284.4m봉-(13:47) 헬기장-(14:22) 293m봉-(14:40) 251m봉, 우-(14:59) 묘역-(15:05) 벌목봉-(15:10) 계라리 고개』식사 및 휴식 35분 포함, 총 9시간 5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절개지에 올라 가파르게 이어지는 뚜렷한 산길을 초장부터 힘들게 걸어 오른다. 새벽인데도 춥지가 않고, 날씨가 맑은지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하다. 5시 23분, 송전탑을 지나고, 바위지대를 거쳐 가파른 사면 길을 오른다. 5시 48분, 별뫼산(星山) 0.2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전망바위에 서서 강진읍 쪽의 불빛을 잠시 바라본다. 뒤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후미대장이 모습을 보인다.

송전탑을 지나고,

 

전망바위에서 내려서서 완만하게 이어지는 주능선을 따라 봉우리 하나를 넘고, 능선 안부를 거쳐, 6시 정각, 이정표가 있는 별뫼산 정상(465m)에 오른다. 영암군, 강진군, 해남군의 3개 군의 경계가 되는 산인데 정상석도, 삼각점도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은 가학산, 흑석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고, 땅끝기맥은 왼쪽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별뫼산 정상의 이정표

 

가파른 내리막을 서둘러 내려선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6시 17분, 268,9m봉을 왼쪽 사면으로 우회한다. 랜턴불빛 속에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등산로가 가볍게 오르내리며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6시 30분, 준.희 님의 표지판이 걸려있는 216m봉을 지나고, 이어 차 소리를 들으며, 울창한 소나무 숲을 통과한다. 6시 40분, 숲을 벗어난 둔덕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13번 국도로 내려선다.

216m봉

새벽안개가 자욱한 국도를 차량들이 맹렬한 속도로 달린다. 후미그룹과 함께 잠시 도로 변에서 기다렸다, 차가 뜸한 틈을 타, 중앙분리대를 넘어 도로를 건넌다. 이어 밭을 가로 질러 숲으로 들어서기 전에, 뒤돌아 어둠 속의 별뫼산의 암봉과 국도를 카메라에 담는다. 그 사이에, 후미대장을 포함한 대원들이 모두 사라지고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도로를 건너고

어둠 속의 별뫼산 암봉과 국도

 

숲으로 들어서서 뚜렷이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무심코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잘 손질 된 커다란 무덤가에 이르자 길이 끊어진다. 아마도 무덤으로 이어지는 길로 잘못 들어선 모양이다. 지도를 꺼내 보니 마루금의 방향은 동남쪽이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왼쪽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길을 찾아 들어선다. 나뭇가지에 표지기도 한매 걸려있고, 멀리 보이는 능선 뒤로 하늘이 붉어져 온다.

잠시 헤매다 제 길로 들어서고

 

6시 58분, ‘愛鄕’이라고 적힌 커다란 표지석이 있는 재안고개로 나와, 왼쪽에 보이는 표지기를 향해 도로를 건넌다. 산행을 시작해서 1시간 43분이 지난 시간이다. 이곳까지의 도상거리가 약 3.7Km 이니, 시간당 약 2Km 정도의 속도로 걸은 셈이다. 표지기들이 걸려 있고, ‘여기가 재안고개입니다.’라는 표지판이 보이는 절개지를 올라 능선으로 진입한다.

재안고개 돌 표지

도로 건너 절개지

 

평탄한 능선길을 빠르게 걷는다. 7시 4분, 아무 표기도 없는 삼각점을 지나고, 이어 안개가 자욱하게 낀 무덤가에서 왼쪽으로 만덕산을 바라본다. 7시 7분, 19번 송전탑을 지나 밭으로 내려서고, 왼쪽으로 멀리 월출산을 바라본 후, 밭을 건너 임도로 들어선다.

무덤가에서 본 만덕산

임도를 따라 과수원을 지나고 작은 둔덕을 넘는다.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깃대봉이 우뚝하다. 이어 울창한 대나무 숲을 통과하고, 7시 15분, 대나무에 표지판과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정골재로 내려섰다, 무성한 대나무 숲 오르막을 지나, 더욱 가팔라진 진달래 능선을 한동안 오른다. 이윽고 7시 40분, 삼각점이 있는 깃대봉 정상(314.5m)에 이른다.

과수원이 있는 둔덕

정골재

깃대봉 삼각점

 

사방이 트여 깃대봉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북서쪽으로 어둠 속에 지내온 별뫼산과 그 건너편의 밤재와 암봉, 그리고 월각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월출산이 먼데, 서쪽으로 가학산과 흑석산이 가깝다. 이처럼 홀로 정상에서 주위를 조망하고 있는데, 인기척이 들리더니, 대원 두 사람이 모습을 보인다. 버스에서 어느 정도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뒤늦게 출발한 젊은이 들이다.

별뫼산과 지나온 능선

2번국도와 암봉, 그리고 월각산

멀리 보이는 월출산

7시 45분, 두 사람에 앞서 깃대봉을 내려선다. 안부를 지나 완만하게 이어지는 진달래 능선을 오르다, 커다란 바위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8시 8분,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걸려있는 장근봉(335m)에 오른다. 삼각점도 표지석도 없는 평범한 봉우리이다. 제안고개를 출발해서 1시간 9분이 지난 시각이다. 장근봉에서 가파른 왼쪽능선으로 내려선다.

장근봉

 

시야가 트이며 정면으로 가야할 능선이 펼쳐지고, 왼쪽으로 엷은 안개에 덮인 도림리 넓은 들이 내려다보인다. 8시 17분, 안부에 내려섰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왼쪽으로 너른 임도가 지나가는 안부에 내려선다. 임도는 완만하게 왼쪽으로 굽어지고, 마루금은 직진하여 절개지를 올라 능선으로 이어진다. 완만한 오르막 능선길을 유장하게 걸으며, 왼쪽으로 월학산과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고, 뒤돌아 330도 방향의 흑석지맥을 카메라에 담는다.

가야할 능선

도림리 너른 들

월악산과 지나온 능선

흑석지맥

 

8시 36분,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공터에 이르러 이번에는 100도 방향으로 안개에 묻힌 금당리 벌을 내려다본다. 이어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 8시 43분, 좌우 양쪽에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320m봉에 이른다. 왼쪽으로 진행하면 삼각점이 있다는 295.6m봉이다. 아마도 봉 따먹기를 좋아하는 맥꾼들이 다녀오면서 걸어놓은 표지기들인 모양이다.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깃대봉에서 만났던 젊은 대원 두 사람이 앞질러 나간다.

산불감시초소

안개 덮인 금당리

 

9시 4분, 능선분기봉인 276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오른쪽은 각시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어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9시 12분, 서낭당 흔적이 뚜렷한 당재에 내려선다. 준.희 님의 “여기가 당재입니다.”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당재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3분 쯤 오르니, 등산로 왼쪽에 커다란 묘가 보이고, 조망이 좋은 묘역에서 젊은 대원 두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다. 합류하여 나도 자리를 잡고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당재

조망 좋은 묘역에서 식사.

 

앞서 간 대원들은 쉬지도 않고, 식사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식사를 끝낸 두 사람이 먼저 자리를 뜨고, 다시 홀로 남은 나는 15분 동안에 서둘러 식사를 마친 후, 벌목 능선을 천천히 오르며 왼쪽 산골짜기의 층계논과 도로를 굽어본다. 9시 28분, 준.희 님의 표지판이 걸려있는 328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서산저수지를 굽어본다.

산골짜기의 층계논과 도로

328m봉

 

9시 51분, 묘가 있는 벌목봉에서 왼쪽으로 서기산을 가까이 본 후, 가야할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표지기들이 걸려 있는 오른쪽으로 90도 꺾어져 내려, 벌목능선을 따라 걷는다. 이어 봉우리 하나를 넘고, 안부에서 방화로를 따라 직진하다, 10시 18분, 송전탑을 지난 후, 방화로를 버리고 왼쪽 능선으로 들어선다.

묘가 있는 벌목봉

서기산

가야할 능선

 

빽빽하게 들어 찬 어린 참나무 숲 사이로 뚜렷한 등산로가 좁게 이어진다. 10시 28분, 355m봉에 올라 정면으로 서기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가까이 보고, 이후 봉우리 서 너 개를 지루하게 넘는다. 10시 48분, 주능선 직전의 안부에 내려선 후, 잘 손질 된 산죽밭 능선을 오르고, 이어 쌍묘를 지나, 11시 정각,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서기산 주능선에 이른 것이다.

빽빽한 참나무 숲 사이로 좁게 이어지는 등산로

잘 손질된 산죽밭 능선

T자, 좌

 

11시 5분, 350m봉에 올라 나뭇가지 사이로 서기산을 가까이 바라보고, 왼쪽으로 꺾어져 내린다. 이어 고만고만한 봉우리 2개를 잇달아 넘고, 11시 17분, 능선 안부를 지나 서기산 오르막길을 오른다. 왼쪽 시야가 트이며 240도 방향으로 황죽리와 신평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11시 32분, 폐헬기장을 지나고, 4분 후, 이정표가 있는 임도로 내려선다. 이정표는 서기산 정상까지 0.4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안부 지나 서기산 오르막 시작

240도 방향의 신평저수지

임도

11시 50분, ‘서기산 정상 511m’ 라고 적힌 이정표가 있는 서기산에 올라, 산불감시탑을 카메라에 담고, 2분 후, 왼쪽의 헬기장으로 오른다. 나뭇가지에 준.희 님이 걸어 놓은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정상인 헬기장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멀리 북서쪽으로 월악산, 남동쪽으로 임전저수지와 가야할 능선, 그리고 그 뒤로 만덕산(412m)이 조망된다. 11시 54분,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와 자리를 잡고 앉아 정상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서기산 정상 이정표

산불 감시탑

헬기장이 있는 정상 나뭇가지의 정상표지판,

남동쪽으로 보이는 임전저수지, 가야할 능선, 그리고 만덕산

 

약 10분 동안의 달콤한 휴식 후,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12시 17분, 안부를 지나고, 다소 가파른 오르막을 10분 동안 올라, 400m봉을 넘는다. 이어 바위지대를 지나, 12시 40분, 405m봉에 오르니, 나뭇가지에 준.희 님이 걸어 놓은 표지판이 보인다, 암봉인 405m봉에서 보는 조망이 빼어나다.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영파리가 그림 같고, 그 뒤로 만덕산이 우뚝하다. 동북쪽으로 멀리 강진읍이 보이고, 남쪽으는 가야할 능선이 펼쳐져 있다.

동백 숲이 있는 400m봉

405m봉의 표지판

뒤돌아 본 405m 암봉

영파리와 만덕산

가야할 능선

 

암봉을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갑자기 왼쪽 허벅지에 쥐가 난다. 비탈길 나무그루터기에 앉아 아스피린 2알을 복용하고 약 5분간 휴식을 취한다. 아마도 지난 3일 동안 스키를 타고 하루 쉰 후 바로 무박산행에 나선 것이 무리였던 모양이다. 이어 폐 헬기장을 지나고, 1시 11분, 만덕산분기봉인 366m 봉에 오른다. 준.희 님이 표지판을 걸어 놓았다.

만복산 분기봉

 

1시 18분, 또 하나의 능선분기봉인 352m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이어 돌 축대를 지나고, 1시 31분, 좌우 길이 뚜렷한 안부 사거리에 이른다. 오른쪽의 한치 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누군가가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고, 왼쪽은 만세로 이어지는 길이다. 직진하여 다시 폐 헬기장을 지나고 1시 41분, 299.2m봉에 올라 만덕산을 가까이 본 후, 삼각점이 있고, 준.희 님의 표지판이 걸려 있는 284.4m봉을 넘는다.

돌 축대

299.2m봉에서 본 만덕산

삼각점

284.4m봉

 

284.4m봉을 내려서면 이정표가 있는 헬기장이다. 지나쳤던 2개의 폐 헬기장과는 달리 현재 사용 중인 헬기장인 모양이다. 이정표가 참샘입구까지 4.4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지금 시각이 1시 47분이니, 빨리 달려도 3시까지의 하산은 어렵겠다. 마음이 급해진다. 뚜렷한 등산로가 가볍게 오르내린다. 봉우리 3개를 잇달아 넘고, 2시 22분, 준.희 님의 표지판이 걸려있는 293m봉을 지난다.

헬기장 이정표

이어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잇달아 넘고, 큰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한 후, 2시 40분, 251m 능선분기봉에 이르니, 후미대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수고했다며 반긴다. 후미대장과 함께 오른쪽의 계라리고개를 향해 뛰듯이 달린다. 오른쪽으로 너른 동령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지겹게 이어진다. 2시 58분, 밧줄이 걸린 봉우리를 내려서고, 이어 새로 조성한 묘역을 지난다.

251m봉에서 기다리는 후미대장

오른쪽으로 보이는 지석리와 동령저수지

 

3시 5분, 마지막 벌목봉에 오른다. 계라리고개가 내려다보이고, 왼쪽에 만덕산이 가까운데, 정면의 복덕산 너머로 덕룡산 암봉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3시 10분 경, 산악회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계라리고개에 내려서서 오늘의 힘든 산행을 마친다.

계라리고개와 만덕산

멀리 보이는 덕룡산 암봉

계라리 고개의 산악회 버스

 

버스는 지난번에 들렀던 서창휴게소의 백반 전문집으로 향한다.

 

(2010.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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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 속의 천황봉, 향로봉, 구정봉

 

2010년 2월 9일(토)
송암산악회 안내로 땅끝기맥 세 번째 구간을 간다. 맹위를 떨치던 입춘추위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자정에 서초구민회관 앞에서 산악회버스를 기다리려니 몹시 춥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한다. 오늘 참여인원은 30명이 채 안 되는 것 같다. 산악회에서는 명산인 월출산을 지나는 구간이라 맥꾼들 외에 일반인들의 참여를 기대했으나 여의치가 못한 모양이다. 하기야 무박으로 명산을 가겠다는 사람이 있겠는가?

산행지도

오늘은 월출산 국립공원의 출입금지 구역을 지나야한다. 김동화 회장은 아직까지 이곳에서 과태료를 징구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별일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두로 밤재에 내려서던 대원 세 사람이 적발되어 50만원씩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땅끝기맥을 하는 산꾼들이 밤재에 내려선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감시요원들이 차량 3대를 동원, 밤재에서 대기하다, 차량 당 한 사람씩 3사람을 적발하고 철수를 했다고 한다.

 

고래대장이 GPS로 측정한 불치재에서 밤재까지의 실제거리는 17.5Km라고 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5:17) 산행시작-(05:38) 337m봉-(05:47) 묘-(05:51) 누릿재-(05:55) 출입금지 팻말-(06:21) 산죽밭-(06:35) 묘-(06:57) 밧줄 걸린 직벽-(07:31) 경포대 삼거리(07:39) 통천문 삼거리-(07:45) 통천문-(07:52~07:54) 천황봉 정상-(07:59) 흔들바위-(08:28) 남근석-(08:32) 바람재-(08:42) 베틀바위 갈림길-(08:44~08:59) 베틀바위/식사-(09;03) 구정봉-(09:06) 향로봉 삼거리-(09:37) 헬기장-(09:39) 미왕재-(09:41) 헬기장-(09:42) 갈림길, 우-(09:43) 묘 2기-(09:47) 대나무 울타리/출입금지-(09:51) 425m봉-(10:13) 430m봉-(10:29) 도갑산-(10:34) 도갑재-(11:25) 주지봉 갈림길-(11:30) 330m봉-(11:34) 전망바위-(11:50) 352m봉-(12:02~12:12) 묘 2기/휴식-(12:20)월각재-(12:47) 월각산 삼거리-(12:48) 전망바위-(13:00) 383m봉-(13:13) 밤재 갈림길-(13:23) 바위가 있는 봉-(14:06) 국립공원 표지말뚝-(14:08) 대나무 울타리/출입금지-(14:12) 묘 1기-(14:14) 밤재』식사 및 휴식 25분 포함, 총 8시간 5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새벽 3시 30분 경 백양사 휴게소에 도착하여 전주 콩나물 국밥으로 이른 아침식사를 한다. 버스는 5시가 조금 넘어, 들머리인 불치재에 도착하고, 산행준비를 마친 대원들은 서둘러 버스에서 내린다. 쌀쌀한 날씨에 하늘에는 반달이 높다랗게 걸려있다. 5시 17분, 출입금지 안내판 옆, 절개지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버스에서 내려 본 들머리 주변

산행시작

 

절개지를 오르니 뚜렷한 등산로가 완만하게 이어지다 점차 가팔라진다. 5시 38분, 337m봉에 오르니, 화요맥에서 함께 산행을 했던 죽천대원의 표지기가 보인다. 반갑다. 5시 47분, 묘1기를 지나고, 4분 후, 사거리 안부에 내려선다. 누릿재인 모양이다.

337m봉

 

5시 55분, 출입금지 차단물을 우회하여 안으로 들어선다. 한 동안 임도같이 너른 길을 편하게 걷다, 이윽고 잡목 숲으로 들어서고, 이어 키를 넘는 산죽 밭을 통과한다. 앞서 걷던 여자대원이 안경을 잃었다며 당황해한다. 산죽대에 걸려 안경이 벗겨진 모양이다. 대원들이 멈춰 서서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핀다. 드디어 뒤따르던 대원이 안경을 찾고, 멈췄던 행렬이 다시 움직인다.

키를 넘는 산죽 밭.

 

6시 35분, 커다란 석물이 있는 묘를 지나고, 양면석불 갈림길은 어둠 속에서 모르고 지나친다. 이어 암릉지대로 들어서서,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밧줄이 걸린 짧은 직벽을 통과한 후, 또 다른 암봉은 왼쪽으로 우회한다. 여명이 시작된다. 동녘하늘이 붉어지고, 암봉들의 윤곽이 들어난다.

여명

암봉들의 윤곽이 들어나고

좌우로 우회한 암봉

 

암릉길을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연실봉, 매봉, 사자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우람하다. 안부를 지나 전망대에 오른다, 천황봉과 향로봉, 구정봉으로 이어지는 월출산 주능선이 뚜렷이 모습을 보인다. 7시 31분, 출입금지 울타리를 우회하고, 이정표가 있는 경포대 삼거리를 지나 천황봉으로 향하다, 사자봉 위로 솟아오르는 태양을 본다.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길은 곳곳에 얼음이 얼어 있어 미끄럽다.

어둠 속에 모습을 보이는 오른쪽 암봉

천황봉

향로봉, 구정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경포대 삼거리 이정표

일출

 

7시 39분, 통천문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고 나무계단을 올라, 천황봉의 마지막 관문인 통천문을 지난다. 다시 계단길이 이어지고, 7시 48분, 천황봉 0.1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암벽 앞에서 남쪽으로 일남저수지를 굽어보고, 이어 전망바위에 올라, 북동쪽으로 영암읍을 내려다본다. 암릉길을 오른다. 바람이 거세고 서리가 내린 암릉이 미끄럽다. 7시 52분, 천황봉(812.7m)에 오른다.

통천문

일남저수지

영암읍

정상의 동판지도

 

정상석과 삼각점을 카메라에 담고, 조망 안내판의 도움으로 월출산의 서쪽 경관을 둘러본다. 맑은 날씨에 시계는 좋은 편이나 바람이 거세게 불어 몹시 춥다, 서둘러 하산을 하다 흔들바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정상석

삼각점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노적봉과 목포 앞바다

강진방향의 조망

흔들바위

 

한동안 가파른 암릉길을 내려서고, 커다란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한 후, 잠시 뒤를 돌아본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우뚝 선 천황봉과 그 주위의 기암들이 아름답다. 8시 28분, 남근석을 지나고, 4분 후, 이정표가 있는 바람재 삼거리에 이른다. 바람이 여전히 거세게 분다. 2003년, 처음 월출산에 왔을 때도 바람이 심하더니, 오늘도 마찬가지다.

뒤돌아 본 천황봉과 기암

남근석

 

8시 42분, 이정표가 있는 베틀굴 갈림길에서 베틀굴로 향한다. 8시 44분, 베틀굴 안내판을 카메라에 담고, 바람을 피해, 굴속에 자리를 잡고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후미대장과 또 한사람의 대원은 떡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는 춥다며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혼자 남아 어한주를 마시고 라면을 먹는다. 15분 동안에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일행들 뒤를 쫓는다.

베틀굴 안내판

베틀굴

 

9시 3분, 구정봉에 오르지만 아무도 없는 바위에 바람만 거세다. 서둘러 향로봉과 첫 번째 얼어붙은 바위 웅덩이를 카메라에 담고, 암봉을 내려선다. 9시 6분, 이정표와 산행안내판이 있는 향로봉 아래, 삼거리에 이르러 뒤돌아 지나온 천황봉과 암봉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문자 그대로 형형색색의 기암들로 이루어진 만물상이다. 등산로는 향로봉을 오른쪽으로 10여 분간 우회더니 이윽고 본 능선으로 진입한다. 능선을 따라 내리며 노적봉(586m)과 주지봉(490.7m)을 카메라에 담는다.

구정봉에서 본 향로봉

얼어붙은 물 웅덩이

뒤돌아 본 천황봉과 지나온 길

산행 안내판

노적봉

주지봉

 

9시 24분, 억새밭 0.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앞선 대원들의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등산로는 암릉길을 오르내리며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정면으로 보이는 묘한 모양의 기암을 당겨 찍는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월각산(456m)과 멀리 밤재 너머 별매산(465)이 바라다 보인다. 9시 37분, 헬기장을 지나고, 이어 미왕재를 굽어본다. 저 앞에 후미대장의 모습이 보인다.

억새밭 0.6Km를 알리는이정표

당겨찍은 정면 기암

월각산과 별매산

미왕재

 

9시 39분, 미왕재 삼거리에서 직진하고, 출입금지 팻말 앞에서 잠시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목책을 넘어 헬기장을 지나서 무심히 뚜렷한 길을 따라 내린다.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무성한 산죽 밭 속으로 이어진다. 방향이 이상하다. 왔던 길을 되돌아서니 오른쪽으로도 억새사이로 희미한 길이 보이고, 그 끝으로 가야할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심히 들어섰던 왼쪽 길은 무이사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출입금지

지나온 길

 

9시 43분, 묘 2기를 통과하고, 3분 후, 도갑주차장 3.9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자, 츨입금지 표지판이 걸려있는 대나무 울타리가 길을 막는다. 울타리를 왼쪽으로 우회하여 능선을 이어간다. 이제까지의 암릉과 달리 부드러운 육산길이다. 9시 51분, 425m봉에 올라, 왼쪽으로 성전저수지와 월각산을, 그리고 정면으로 가야할 능선을 바라본 후, 왼쪽으로 내려선다.

성전저수지와 월각산

 

가야할 능선

 

9시 59분, 도갑주차장 3.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가볍게 오르내리는 능선을 따라 걸으며 좌우의 조망을 즐긴다. 이어 도갑주차장 3.0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430m봉을 왼쪽으로 내려서고, 안부를 지나 산죽밭 능선을 오르면, 도갑산 정상(375.8m) 이다. 준.희 님의 정상표지판이 없으면 모르고 지나가기 십상인 평범한 봉우리다. 정상에서 성전저수지 뒤편의 백운동을 굽어본다.

도갑저수지와 도갑리

도갑산 정상

성전저수지와 백운동

 

도갑산을 왼쪽으로 내려선다. 10시 34분, 이정표가 있는 도갑재를 지나고, 이어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지루하게 오르고 내린다. 키를 넘는 산죽밭을 지나고, 능선을 좌우로 우회하는 가하면, 좁은 날등 능선을 지나 펑퍼짐한 안부에 내려선다. 11시 25분, T자 능선에 오른다. 좌우 양쪽에 표지기들이 보인다. 오른쪽은 주지봉로 이어지는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진행하여, 330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서, 동남방을 향한다.

도갑재 이정표

주지봉 갈림길에서 좌

 

11시 33분, 전망바위에 올라, 북서쪽으로 주지봉을, 북동쪽으로 월출산을 바라 본후, 이어 능선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본 능선으로 진입하여 봉우리에 오른다. 준.희 님이 걸어놓은 352m봉 표지판이 보인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니 묘 2기가 앞을 막고, 오른쪽 내리막길에 표지기들이 보인다. 정면으로 월각산이 지척이다. 무덤가에 앉아 월각산을 바라보며 10분 동안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든다. 월각산 쪽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전망바위애서 본 월출산

주지봉

352m봉

 

12시 20분, 월각재에 내려서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봉우리 하나를 넘은 후, 산죽밭을 통과한다. 12시 47분, 이정표가 있는 월각산 삼거리에 오른다. 인근 지역에서 올라 온 등산객들인 모양이다. 젊은 남녀 등산객들이 월각산으로 오르는 능선에 모여 앉아 버너를 피워놓고 점심준비를 하느라 떠들썩하다. 이들을 헤집고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난 월각산으로 오르려다 단념하고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산행을 시작한지 7시간이 넘어, 지치기도하고, 2시 30분 전에 하산을 하려면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월각재

월각산 삼거리

 

12시 48분, 전망바위에 서서, 왼쪽으로 월각산을 바라보고, 성전저수지와 백운동을 가깝게 굽어본다. 1시 정각, 383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능선을 따라 걸으며, 왼쪽으로 다시 아름다운 월출산을 바라본다. 1시 13분, 이정표가 있는 밤재 갈림길에서 오른쪽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봉우리 하나를 넘고 바위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 340도 방향으로 주지봉을, 그리고 20도 방향으로 월각산과 멀리 추월산을 바라본 후, 남쪽의 월평제, 밤재와 다음 구간에 가야할 별매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전망바위에서 본 월각산

성전저수지와 백운동

선길에서 본 월출산

밤재 갈림길 이정표

340도 방향의 주지봉

밤재와 별매산

 

가파른 암릉길을 내려서자, 이후는 부드러운 산책로가 이어진다. 동백나무 숲을 지나고 등산로는 이리구불 저리구불 여러 차례 방향을 바꾼다. 2시 6분, 국립공원 표지 말뚝을 지나고, 2분 후, 입산금지 표지판이 걸린 대나무 차단막을 우회한다. 이어 묘 11기가 모여 있는 묘역을 지나, 2시 14분, 2번국도가 지나가는 밤재에 내려선다.

가파른 암릉길

동백나무 숲

밤재 이정표

 

도로변에 정차해 있는 버스에 오르니 자리가 많이 비어 있는 것이 분위기가 이상하다. 선두 세 사람이 국립공원 감시요원들에게 적발되자. 김동화 회장이 하산하지 않은 대원들에게 전화를 해서, 마루금을 벗어나라고 지시를 하고, 아울러 방금 하산한 후미대장을 산으로 되 올려 보냈다고 한다. 이윽고 대피했던 대원들이 입이 잔뜩 부어 도착하자, 버스는 3시 26분, 인근 식당으로 향한다. 대원들은 3시 36분, 서창휴게소에 도착하여 한 상 그득히 차려주는 백반으로 식사를 한다. 술을 안 하는 김동화 회장이 식사를 일찍 끝낸 모양이다. 4시에 버스가 출발한다며, 식사가 덜 끝난 대원들을 또 한바탕 몰아세운다.

서창휴게소

 

(2010.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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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마을을 지나며 본 국사봉

활성산 오르다 본 월출산

 

송암산악회를 따라 땅끝기맥 두 번째 구간을 간다. 가시넝쿨, 잡목, 그리고 벌목지대 등 땅끝기맥의 악명을 높여 준 대표구간이다. 지난해 3월, 이 구간을 산행한 고래대장의 기록을 보면, GPS로 측정한 실제거리는 약 23.8Km, 중식 및 휴식시간 47분을 포함한 총 산행소요시간은 11시간 44분이다. 고래대장이 본래 마루금에 충실하고 산행시간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지만, 거리에 비해 시간이 이처럼 많이 걸린 것도 역시 악명 높은 이 구간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개념도

지난번 첫째 구간에서 함께 동행 했던 추장호 씨에게 3가지 신기록을(산행 중 식사시간 외에는 한 번도 쉬지를 못하고, 제한시간을 초과하여, 꼴찌로 도착) 세우게 했더니, 이 양반 이번에는 함께 가겠다는 소리가 없다. 민폐를 끼치는 것이 부담이 됐던 모양이다. 산악회는 이번 구간의 산행시간을 약 10시간으로 제시하고 있다. 고래대장의 기록을 감안할 때, 내 경우라면 12시간 이상이 걸릴 터이니, 고민이다.

 

추장호 씨처럼 깨끗이 포기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이미 시작한 것이니 해볼 때가지 해보는 것이 옳은 건지? 좀처럼 판단이 서지 않는다. 포기를 해 버리면 간단하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 궁여지책으로 짜낸 묘안이라는 것이, 송장고개에서 활성산 근처까지의 약 5Km의 구간은 마루금을 포기하고, 시멘트도로를 걸어 마루금을 제대로 밟는 선두와의 시간차를 줄이기로 작정을 하고, 비로소 산행신청을 한다.

 

2010년 1월 30일(토).
산행지인 장흥 일대에 비가 내리고, 이 비는 내일 오전까지 계속된다는 예보다. 한밤중에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를 맞으며 잡목 숲을 헤쳐 나간다고 생각하니 정나미가 떨어진다. 못 간다고 연락을 할까? 아니지, 이제까지 대간이나 정맥, 기맥을 하면서 눈이나 비가 온다고 산행을 거른 적이 없었지.... 11시 45분, 서초구청 구민회관 앞으로 나간다. 5~6명의 대원들이 모여든다. 수지 정류장은 그냥 통과한다. 오늘 참여인원은 30명 정도라고 한다.

 

버스는 정안 휴게소에서 한 차례 쉰 후, 3시 30분 경, 백양사 휴게소에 도착한다. 비가 그쳐 다행이다. 식욕이 있을 턱이 없는 시간이지만 전주 콩나물 국밥을 주문한다. 버스는 5시 30분 경, 아크로 CC 정문 앞에 도착하고, 오늘은 대기시간 없이 바로 출발한다고 한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버스에서 내린다. 남쪽이라 새벽인데도 추운 줄 모르겠다. 5시 35분, 골프장 정문, 오른쪽 임도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시작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5:35) 산행시작-(05:39) 통신탑 봉-(05:59) 묘 2기-(06:27) 전망바위-(06:30) 송전탑-(06;35) 사슴농장-(06:59) 노룡재-(07:14) 차일봉 정상-(07:18) 벌목지대-(07:29) 323m봉-(07:34) 모개나무재-(07:46) T자, 좌-(07:55) 산판길-(08:09) 434m봉-(08:11) 주당고개/이정표-(08:35) 전망바위-(08:38~08:56) 국사봉 정상/식사-(08:58) 전망바위-(09:02) 갈림길, 우-(09:13) 갈림길, 좌-(09:19) 쌍계사지 갈림길, 좌-(09:26) 개 사육장-(09:33) 가음치-(09:36) 남양 방씨 가족묘-(09:42) 갈림길, 좌-(09:47) 해주 최공묘-(09:54~10:39) 송장고개~축사/마루금 벗어나서 도로 따라-(10:40) 삼거리, 우-(10:44) 영암목장 입간판-(10:55) 오른쪽 잡목 숲-(11:02) 정상부근 초지-(11:09) 활성산-(11:12) 부대 좌측 도로-(11:16) 우측 임도-(11:22) 철조망 넘고-(11:36) 묘 2기-(11:40) 벌목지대-(11:46) 임도-(11:47~11:56) 휴식 후 왼쪽 능선-(11:58) T자, 좌-(12:23) 353m봉-(12:36) 임도-(12:45) 338m봉-(13;01) 돈밭재-(13:23) 347m봉-(13:45) 338m봉-(14:03) T자, 좌-(14:20) 330m봉-(14;30) 송전탑-(14:35) 불치재』식사 및 휴식시간 27분 포함, 총 9시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역시 비가 왔던 모양이다. 축축하게 젖은 임도가 가파르게 이어진다. 추위에 대비해 중무장을 한 터라, 높은 습기에 금방 땀이 나기 시작한다. 5시 39분, 통신탑이 있는 봉우리에 올라 사진을 찍다보니, 앞선 사람들이 간곳이 없다. 밤눈도 어두운데 길마저 희미하니 길이 보이지를 않는다. 이리저리 길을 찾는데, 산행준비가 늦었던 대원들이 합류하여, 함께 길을 찾아 내려선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앞 사람들을 놓칠까 허겁지겁 정신없이 따라 내린다. 5시 59분, 묘 2기가 모셔진 잘 손질된 묘역을 지난다.

간신히 길을 다시 찾고

 

고만고만한 봉우리 두어 개를 넘는다. 좌우로 마을 불빛이 보인다. 6시 13분,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6시 27분, 전망바위를 지나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이어 송전탑을 통과하고, 발이 푹푹 빠지는 밭을 지난다. 마을이 가까운 모양이다.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시멘트 건물이 있는 곳(아마도 선답자들의 후기에 나오는 사슴농장인 모양이다.)에서 도로는 왼쪽마을로 떨어지는데, 오른쪽 능선으로 붙는 길을 찾을 수 없다. 한동안 헤매다 다시 밭을 건너, 간신히 능선으로 붙는다. 문자 그대로 암중모색이다.

발이 빠지는 밭에서 길을 찾아 헤매고

 

6시 59분,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가는 노령재에 내려선다. 버스정류장이 보이고, 야광 안내판이 강기갑이처럼 공중부양을 하고 있다. ‘너희들도 무죄다.’ 라고 중얼거리며 빙긋이 웃는다. 오두재에서 노령재까지의 실제 거리는 약 3.5Km라고 한다. 암중모색을 하면서 이 구간을 1시간 24분 만에 주파했으니, 상당히 빠른 진행이다. 어둠의 덕인 모양이다. 골프장 입구에서 길을 건너,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오른다. 대원들이 모여 있다. 등반대장이 힘이 드는 사람들은 도로를 따라 진행하고, 능선을 탈 사람들은 오른쪽 절개지로 오르라고,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초장부터 도로를 따를 수는 없는 일, 가파른 절개지를 오른다.

버스 정류장

공중부양과 무죄판결을 연상시켜 준 야광 표지판

 

가파른 능선길이 이어진다. 오른쪽 버섯재배단지에 그물망이 쳐져있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져 더욱 가팔라진다. 7시 11분, 성곽 흔적의 돌무더기를 지나고, 2분 후, 평평한 정상에 오르니,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묘 2기를 지난다. 이어 나뭇가지에 걸린 준.희 님의 차일봉(382m) 정상표지판을 발견하고, 이를 반갑게 카메라에 담는다. 정상을 내려서서 성가신 벌목지대를 지난다. 왼쪽 저 아래에서 야호 소리가 연달아 들린다. 도로를 따르다 어둠 속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정상

정상표지판

 

사위가 부옇게 밝아오고 왼쪽으로 석교산의 윤곽이 뚜렷하다. 하지만 날씨가 흐려 여명의 붉은 빛은 볼 수가 없다. 생각보다 잡목, 넝쿨이 심하지 않은 순탄한 길이 이어진다. 날이 밝아져 길 잃을 염려가 없다보니, 죽어라고 앞 사람을 따라갈 필요가 없어지고,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늦어지나 보다. 대원 한 사람이 “편하자고 도로를 따라 갔다 혼이 났다.” 며 추월해 나간다.

사위가 밝아지며, 왼쪽으로 산의 능선이 뚜렷하다.

 

7시 29분, 큰 바위가 있는 323m봉을 넘고, 부드러운 산판길을 지나, 갈림길에서 표지기를 따라 왼쪽으로 들어선다. 모개나무재라고 짐작을 한다. 뒤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여자대원 한 사람이 스쳐 지나간다. 아마도 도로를 따라 차일봉을 우회했던 대원인 모양이다. 밤길에 여자 혼자서 길을 찾아 헤맸을 터인데도, 뒷모습이 당당하고, 발걸음이 가볍다. 대단한 산꾼이다.

부드러운 산판길, 잡목과 넝쿨을 정비했다.

모개나무재를 지나는 여자대원

 

7시 39분, 나무가 쓰러져 있는 봉우리를 넘고, 7분 후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7시 50분, 고도 약 390m 정도의 봉우리에 오르니,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국사봉이 보인다.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멋진 산판길이 이어진다. 상쾌한 아침, 산책하듯 부드러운 길을 걷는다.

나무가 쓰러져 있는 봉우리

 

능선이 좁고 가팔라진다. 최근에 등산로 주변을 손질한 흔적이 역력하고 무성한 산죽도 많이 잘랐다. 악명 높은 땅끝기맥 마루금이 이처럼 잘 정비된 것을 보니, 한편으로는 시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섭섭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참으로 묘한 기분이다. 8시 9분, 434m봉에 올라 국사봉을 더욱 가까이 바라보고, 2분 후, 이정표가 있는 주당고개에 내려선다.

잘 정비된 등산로

주당고개 이정표

 

국사봉 오름길이 시작된다. 고만고만한 봉우리 두어 개를 넘고, 또 다른 봉우리 하나는 왼쪽의 잘 정비된 사면 길로 우회한다. 이어 시야가 트여, 110도 방향으로 펼쳐지는 첩첩한 산세를 잠시 굽어본 후. 8시 28분, 산죽을 베어 낸 너른 공터에 이르러, 표지기들이 걸린 왼쪽의 넓은 길을 따라 오른다. 8시 35분, 전망바위에 올라 북쪽으로 입석제와 쌍효제를, 동북쪽으로 석교산, 북서쪽으로 멀리 아크로 CC, 그리고 국사봉의 산불감시탑을 카메라에 담는다.

상 직전의 공터

입석제와 쌍효제


석교산

산불감시탑

 

8시 38분, 산불감시탑을 지나며 남쪽 조망을 굽어보고, 대원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 국사봉 정상(614m)에 이른다. 잡목과 산죽을 베어 낸 깔끔한 정상에는 나주 출신의 한 양반이 두 부인과 함께 잠들어 있는 묘택, 영암군에서 세운 국사봉 유래 안내판, 정상석, 삼각점 등이 고루 갖추어져 있다. 정상석 옆에 자리를 잡고 정상주를 마신다. 이어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주위를 조망한다. 남서쪽으로 활성산, 월출산이 그림 같고, 그 오른쪽으로 가야할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불감시탑에서 본 남쪽조망

국사봉 정상

정상석과 후미대장

국사봉 유래와 삼각점

 

컵 라면을 맛있게 먹는다. 옆에 있는 후미대장이 무선으로 김 회장에게 야단을 맞는 소리가 들린다. 후미가 너무 쳐졌다며, 송장고개에서 둔덕치까지는 마루금을 타지 말고, 도로를 따라 쫓아오라고 지시를 하는 모양이다. 해도 너무한다. 활성산도 오르지 말라는 소리다. 오두재에서 국사봉까지는 약 7.6Km에, 보통 3시간에서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는 구간이다. 오늘 후미가 약 3시간 정도에 국사봉에 올랐으니, 빠르면 빨랐지, 결코 느린 진행은 아니다. 후미대장과 대원들이 서둘러 뒷정리를 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정상에 혼자 떨어져, 나머지 라면을 마저 먹고, 8시 56분, 서둘러 일행의 뒤를 따른다. 8시 58분, 전망바위에서, 가야할 송장고개, 활성산, 그리고 멀리 뾰죽한 월출산을 바라본다.

활성산과 월출산

송장고개와 저수지, 그리고 활성산

 

9시 2분, 표지기를 따라 주능선을 버리고 오른쪽 잡목 숲으로 들어선다. 가파르게 떨어지는 능선에 산죽이 무성하다. 9시 13분, 쇄락한 묘역에서, 다시 표지기를 따라 왼쪽으로 진행하여 임도로 내려선다. 9시 19분, 정자와 이정표가 있는 쌍계사지 갈림길에서 왼쪽 임도를 따라 내린다. 저 앞에서 컹컹 개들이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개 사육장을 지나면 임도는 시멘트도로로 바뀌어, 23번 국지도가 지나가는 가음치까지 계속된다. 9시 33분, 가음치 고개를 건너 절개지를 타고 오른다.

표지기를 따라 오른쪽 잡목 숲으로 들어서고

표역에서 좌

쌍계사지 갈림길

개사육장으로 이어지는 임도

가음치, 23번 도로

 

9시 36분, 남양 방씨 가족묘를 지나 울창한 숲 사이로 이어지는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진행한다. 방향이 조금 이상하게 굽어지는 느낌이 들지만, 군데군데 표지기들이 보여, 안심하고 진행한다. 9시 42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며 비로소 방향도 잡히고, 이어 해주 최공 묘를 지나 임도로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저 앞에 저수지 둑이 보인다.

갈림길, 좌

해주 최공 묘

 

9시 48분, 임도가 왼쪽으로 굽어지는 곳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들어서라는 산악회 종이 표지판이 바닥에 깔려있고, 나뭇가지에 표지기들도 보인다. 오른쪽 능선으로 들어서서 거친 잡목 숲을 지나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여, 지나온 국사봉을 카메라에 담고, 9시 54분, 송장고개 시멘트도로로 내려선다. 오른쪽 능선 나뭇가지에 표지기들이 보인다. 마루금이다. 하지만 땅에 깔린 산악회 종이 표지판은 도로를 따라 오르라고 강력하게 지시를 하고 있다.

임도 버리고 오른쪽 능선으로

송장고개

 

아마도 선두대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원들은 마루금을 포기하고 도로를 따라 진행한 모양이다. ‘과연 몇 명이나 마루금을 탔을까? 궁금해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든다. 선두가 마루금을 타지 않고 도로를 따라 진행했다면, 또 일찌감치 불티재에 도착하여, 후미를 기다릴 것이 아닌가? 모처럼의 잔꾀가 도루묵이 되어 다시금 마음이 바빠지고, 한편으로는 진행위주로 마루금을 쉽게 포기하게 하는 산악회의 안내에 거부감을 느낀다. 도로는 커다란 저수지를 끼고 오른다, 오른쪽으로 마루금 능선이 따라온다. 부리나케 도로를 따라 오른다. 저 앞에 대원들 뒷모습이 보인다.

저수지

오른쪽 마루금 능선

 

한동안 걷다보니 장갑 한 짝이 보이질 않는다. 조금 전, 지도를 꺼내보고, 시간을 가늠하다 빠뜨린 모양이다. 비싼 장갑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사용하여 정이 든 물건이다. 멀지 않은 도로 위에 떨어져 있을 것이 분명한데, 아무리 바빠도, 그냥 버리고 갈 수는 없다. 뒤돌아 5분 쯤 뛰듯이 달려간다. 도로 위에 검은 장갑 한 짝이 외롭게 하늘을 보고 누워있다. 10시 8분, 뱅뱅 삼림욕장 입구를 지난다. 오른쪽의 민가를 지키는 커다란 개가 사납게 짖어댄다.

뱅뱅 삼림욕장 입구

 

10시 12분, 450년 된 느티나무를 카메라에 담고, 이어 금오마을 마을회관을 지난다. 왼쪽으로 국사봉의 단아한 모습과 11시 방향으로 활성산의 통신탑을 바라보며, 완만한 오르막길을 서둘러 걷는다. 10시 39분, 텅 빈 축사들을 지나고, 이어 갈림길에서 표지기의 안내로 오른쪽 아스팔트도로로 들어선다.

보호수 느티나무

11시 방향으로 보이는 활성산

텅 빈 축사

 

10시 44분, (주)서광의 영암목장 입간판을 지나,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내리며, 왼쪽으로 넓은 목장을 바라보고, 오른쪽의 아름다운 월출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간간이 도로 변 나뭇가지에 표지기들이 보인다. 10시 55분, 도로변의 표지기를 따라 오른쪽 잡목 숲으로 들어선다. 희미한 족적이 무성한 잡목 속에서 끊겼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이윽고 7분 후, 활성산 정상이 가까운 초지로 나온다. 정상으로 오르는 대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영암목장 입간판

텅 빈 목장

오른쪽 잡목 숲으로 유도하는 표지기

정상 직전의 초지

 

11시 9분, 통신탑이 있는 활성산 정상에 서서, 북동쪽으로 국사봉을 바라보고, 북쪽으로 보이는, 아쉽게 포기한 마루금을 카메라에 담은 후, 직진하여 시멘트 도로로 내려선다. 도로 건너편은 철조망이 쳐진 군부대다. 군부대를 오른쪽에 끼고, 도로를 따라 걷는다. 마루금은 군부대가 있는 능선에서 남서쪽으로 휘어지는데, 군부대로 들어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 도로를 따라 조금 더 내려서니, 길을 찾는 대원들이 우왕좌왕 모여 있다. 이윽고 선두와 무선통화를 한 후미대장이 마루금 능선 왼쪽으로 이어지는 묵은 임도로 대원들을 유도한다.

활성산 정상

포기한 마루금

부대 옆 도로

마루금 능선 왼쪽의 임도

 

임도를 걷다 뒤돌아, 군부대가 있는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흐르는 마루금을 카메라에 담는다. 11시 22분, 표지기들이 걸린 철조망을 넘어서면서, 비로소 마루금으로 진입한다. 악명 높은 땅끝기맥의 가시넝쿨 잡목 숲의 시작이다. 희미하게 이어지는 족적과 표지기를 따라 조심, 조심 진행한다. 여름에는 거의 통과가 불가능해 보이는 잡목 숲이다. 11시 36분, 묘 2기를 지나고, 이어 벌목지대로 나온다. 아마도 이 근방의 어딘가가 개념도에 표기된 달뜬 봉일 터인데, 확인을 하지 못하고 11시 46분, 임도로 내려선다.

뒤돌아 본 마루금 능선

철조망을 넘고

잡목 숲 1

잡목 숲 2

벌목지대

임도.

11시 47분, 임도가 오른쪽으로 크게 휘어지는 곳에서 후미 일행이 모여, 약 10분간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하고, 표지기를 따라 왼쪽 능선으로 들어선다. 11시 58분,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여, 가볍게 오르내리는 능선을 따라 빠르게 진행한다. 12시 19분,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나고, 12시 23분, 353m봉을 넘어선다.

울창한 소나무 숲

353m봉을 넘고

 

이어 작은 봉우리 하나를 다시 넘고, 12시 36분, 임도를 건너 직진하여, 울창한 측백나무 숲을 통과한다. 12시 44분, 돌 많은 봉우리를 넘어서니, 시야가 트이며, 월곡제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12시 50분, 작은 봉우리에 올라, 남서쪽으로 학송리 너른 벌과 월출산을 바라보고, 1시 1분, 835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돈밭재에 내려선다. 커다란 표지석이 보인다.

측백나무 숲

월곡제

월출산

표지석

 

도로를 건너 절개지에 올라, 오른쪽으로 쌍정제가 내려다보이는 긴 오르막을 걷는다. 1시 23분, 347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고, 산죽밭을 지나, 1시 45분, 338m봉에 오른다.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내려선 후,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고, 키를 넘는 산죽밭을 통과한다. 한동안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2시 3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등산로는 375m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부드러운 능선을 달려내려, 2시 20분, 330m봉을 지난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잇달아 넘자니, 지루하고 힘이 든다. 이윽고 차 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2시 30분 송전탑을 지나고, 5분 후, 13번 국도가 지나가는 불치재에 내려서서 버스로 다가간다.

쌍정제

375m봉 오른쪽 우회

불치재

청풍원 휴게소.

 

2시 43분, 청풍원 휴게소에 들러 식사를 한다. 식사는 뷔페다. 식대는 1인당 8,000원, 기준 식대를 3,000원 초과하다 보니, 산악회의 추가부담이 약 100,000원 쯤 되겠다. 김 회장은 추가비용의 찬조를 호소하지만 반응이 없다. 이런 경우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대원들에게 3,000원씩을 추가로 부담시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겠지만 그러자는 사람도 없다. 약 30분 정도 식사를 즐기고, 버스는 서둘러 서울로 출발을 한다. 서울의 양재역 도착시간은 7시 30분이다. 오늘 산행 중, 송장고개에서 영암목장까지의 약 5Km 구간에서, 마루금을 벗어난 것이 못내 아쉽다.

 

(2010. 2. 2.)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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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하지만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능선

 

조약봉(주화산)에서 섬진강을 따라 외망 포구로 벋어 내리는 호남정맥이 바람봉(노적봉) 분기점에서 가지를 쳐 소반바위산(493m), 계천산(400)m, 궁성산(482.4m), 차일봉(328m ), 국사봉(614.8m), 활성산(498m), 월출산 (812.7m), 향로봉(743m), 도갑산(401m), 월각산(456m), 별뫼산(464m), 서기산(511.3m), 첨봉(354m). 두륜산(700m). 대둔산(673.2m), 달마산(499.8m), 도솔봉(421m), 사자봉(119.6m)을 거쳐 땅끝 토말탑에서 맥을 다하는 123Km의 산줄기를 땅끝기맥(土末岐脈)이라 한다.

 

영산강의 동쪽, 그리고 탐진강의 서쪽 울타리가 되는 이 땅끝기맥은 맥의 길이도 길지 않고, 산들이 높지 않은데도, 월출산. 첨봉-오소재. 두륜산-달마산-도솔봉 등 암릉구간이 많은 옹골찬 산줄기에다, 월출산. 두륜산. 달마산 등의 유명한 산들을 지나기 때문에 맥꾼들의 관심이 많은 곳이다. (이상 “펌”)

땅끝기맥(펌)

 

2010년 1월 16일(토)
송암 산악회를 따라 땅끝기맥을 시작한다. 당초에는 무박산행이라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심산대장과 함께 개별적으로 산행을 할 생각이었으나, 막상 산행계획을 짜다보니, 땅끝기맥의 시발점인 노적봉에의 접근이 쉽지가 않다. 노적봉이 있는 장흥군이 호남지방의 내륙오지라 교통편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밤차를 타고 광주로 가고, 다음날 첫 버스로 이양으로 이동한 후, 다시 택시로 학송리 까지 가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겠는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무박산행을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심산대장은 산악회를 따라 하는 강행군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하여 혼자서 산행신청을 하고, 11시 50분 경, 양재 서초구민 회관 앞에서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낮 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정맥이나 지맥을 하며 만난 사람들이다. 12시가 넘어 버스가 마지막 경유지인 죽전에 도착하자, 쿰부히말 트레킹을 함께 했던 추장호 씨가 모습을 보인다.

 

김동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땅끝기맥을 원하는 대원들이 많아 이렇게 시작을 하지만, 산행지까지의 거리가 멀고, 오지가 많아 불가피하게 무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을 설명하고, 그럼에도 신청한 분들을 모두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아울러 예약을 하고 사전연락도 없이 나오시지 않은 분이 두 분이 있어 오늘은 빈자리가 두 곳이 생겼다며 유감스러워한다.

 

버스는 3시경 백양사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한다. 식사를 할 수 있는 마지막 휴게소라 순두부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미리 스패츠를 착용한다. 이어 5시 경, 버스가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인 병동마을에 도착한다. 김동화 대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고, 잠시 눈을 부친 후, 6시 경부터 산행을 시작하겠다며, 산행코스를 상세히 설명한다. 오늘 산행거리는 들머리 포함 약 20Km에, 300m~400m대의 나지막한 산줄기이지만, 봉우리들이 많고 잡목과 산죽에 시달리게 됨으로 결코 쉬운 산행이 아니라며 후미의 하산시간을 3시 경으로 하겠다고 한다.

개념도(펌)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6:00) 병곡마을/산행시작-(06:40) 삼계봉 갈림길-(06:50~06:57) 노적봉-(07:12) 바람재-(07:53) 화악산 능선 삼거리-(07:59) 유치면 개바위등 이정표-(08:03) 묘 2기-(08:13) 각수바위 삼거리-(08:16~08:18) 각수바위-(08:36) 암봉우회-(08:59) 유치재-(09:18) 461m봉, 좌-(09:48) 소반바위산-(10:00~10:30) 식사-(10:56) 갈림길, 우-(11:20) 억새 안부-(11:56) 큰재-(12:18) 398m봉, 우-(12:21) 임도-(12:45) 송전탑-(13:18) 임도-(13:25) 임도 버리고 왼쪽 숲으로-(13:30) 410m봉, 우-(13:40) 820번 도로-(14:01) 371.5m봉, 우-(14:44) 기동재 안부/탈출-(15:01) 소공원-(15:25) 오두재』식사시간 30분 포함, 총 9시간 2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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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50분 경, 대원들은 버스에서 내려 산행준비를 하고, 6시 정각, 병동마을을 떠나 운곡마을로 향하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25분 후, 도로를 버리고 왼쪽 산길로 들어서서 평탄한 산판길을 걷는다. 생각과는 달리 눈은 흔적도 없다. 6시 40분, 삼계봉 갈림길에 있는 첫 이정표를 만나고, 10분 후, 땅끝기맥 분기봉인 노적봉(434m) 헬기장에 오른다. 이정표와 호남정맥을 하면서 보았던 낮 익은 표지석이 반긴다. 산악회에서 과일과 포를 차려놓고, 막걸리 잔을 올리며, 안전산행을 기원한다.

버스에서 내려 산행준비

병동 버스정류장

바람재 삼거리 이정표

노적봉 표지석

 

노적봉을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눈 덮인 가파른 능선이 몹시 미끄럽다. 아직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터라 여기저기서 대원들이 엉덩방아를 찧는다. 7시 12분, 바람재에 내려선 후, 잡목이 무성한 능선 사면길을 걸으며 일출 직전의 동녘하늘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눈 덮인 능선을 올라 봉우리 하나를 넘고, 나뭇가지 사이로 각수바위를 보고, 7시 53분, 이정표가 있는 화학산 능선 삼거리를 지난다.

일출 직전의 동쪽 하늘

화악산 능선 3거리 이정표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산죽 밭 사이로 이어지는 눈 덮인 임도를 지난다. 유치면 개바위등 이정표를 통과하여 조금 더 진행하니, 오른쪽 골짜기 쪽에 표지기들이 걸려 있고 앞선 사람들의 발자국이 보인다. 이상해서 임도를 잠시 더 따라 내린다. 임도는 왼쪽으로 굽어지는데 발자국이 전혀 없다. 표지기들이 걸린 곳으로 되돌아와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눈 위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8시 3분, 묘 2기가 있는 묘역을 지나며 각수바위를 가까이 보고 잡목지대를 거쳐, 능선으로 올라서니, 뒤쪽으로 대나무 숲 터널이 보인다. 아마도 우리들은 왼쪽으로 능선을 잠시 벗어났던 모양이다.

유치면 개바위등 이정표

묘역에서 본 각수바위

우회한 대나무 숲 터널

 

8시 13분, 각수바위 갈림길에 도착하여 배낭을 이정표 옆에 벗어 놓고 각수바위로 오른다. 8시 16분, 각수바위 표지석(455m)을 카메라에 담고, 눈 덮인 바위 위에서 주위를 둘러본 후 갈림길로 되돌아 와 유치재로 향한다. 이어 담양 전 씨 묘를 지나고, 8시 36분,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급사면을 내려선다. 8시 59분, 임도가 지나가는 유치재에 내려서서, 직진하여 절개지를 오른다.

각수바위 갈림길 이정표

각수바위 표지석

각수바위에서 본 동남방향의 나지막한 능선들

유치재

 

초등학생 글씨로, “나무들을 잘 자라게 하자.”는 노란 리본들이 걸린 엉성한 숲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3시간이 지난다. 눈 녹은 산 사면에 대원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안면 있는 대원들이 식사를 하고 가라고 부르지만 앞선 추장호 씨는 조금 더 가서 식사를 하자며 지나친다. 9시 13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고, 9시 18분, 461m봉을 왼쪽으로 내려선다. 잡목과 억새가 무성한 안부를 벗어나자, 임도가 내려다보이고, 왼쪽으로 소반바위산이 펑퍼짐하게 누워있다.

잡목, 가시나무, 억새가 무성한 안부

소반바위산

 

임도를 따라 소반바위산으로 향한다. 9시 48분, 오늘 구간에서 가장 높은 소반바위산(493m)에 오르지만 벌목을 하여 헐벗은 정상에는 아무 표시도 없고, 오른쪽 나뭇가지에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시야가 트여 동북방향으로 무등산이 아름답다. 조망은 좋지만 눈 위라 식사할 자리로는 마땅치가 않다. 앞장 선 추장호 씨가 말없이 오른 쪽 능선을 따라 내린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또 다른 봉우리에 올라, 왼쪽의 양지바른 전망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한다.

소반바위산 정상

멀리 보이는 무등산

식사를 하면서 바라 본 남쪽 조망

 

약 30분 동안 식사를 즐기고, 10시 30분,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한 동안 부드러운 산판길이 이어진다. 10시 56분, 갈림길에서 표지기를 따라 오른쪽으로 들어서서, 모처럼 널찍한 능선을 지나고, 11시 20분, 억새가 무성한 안부에 내려선다. 이어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산판길을 건넌 후, 어둑한 대나무 숲을 지나, 11시 56분, 큰재에 이르러 임도를 건넌다.

부드러운 산판길

모처럼 너른 능선

어둑한 대나무 숲

큰재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잇달아 이어진다. 등산로는 능선을 왼쪽으로 부드럽게 우회한 후, 완만한 오른쪽 능선을 타고 올라, 정상부근에서 왼쪽으로 내려서기를 반복한 한다. 12시 18분, 398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서다. 준.희 님이 걸어 놓은 격려 표지판을 보고, 12시 21분, 김동화 대장이 기다리고 있는 임도로 내려선다. 김 대장은 후미그룹의 일부를 임도로 탈출시켰다며, 선두가 많이 기다릴 터이니 서둘러 달라고 당부를 하고, 자신도 왼쪽 임도로 탈출을 한다.

봉우리에 걸린 격려표지

김 대장은 왼쪽 임도로 탈출하고

 

산행을 시작한지 6시간이 넘은 시각이라 피곤하기는 하지만 이 시점에서 마루금을 포기한다면 종주의 의미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김 대장도 탈출하라고 강요는 못하고 서둘러 달랄 뿐이다. 씁쓸한 마음으로 직진하여 봉우리 하나를 넘고, 12시 37분, 두 번째 봉우리에 올라서니 300도 방향으로 골프장이 보인다. 이제 목적지가 멀지 않은 모양이다.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12시 45분, 송전탑을 지난다.

300도 방향으로 보이는 골프장

 

1시 18분, 가파른 절개지를 내려서서 임도에 이른다. 마루금이 이어지는 능선에 철책문이 엄중하게 버티고 있고, 좌우로 철조망이 삼엄하다. 한동안 철책문 좌우를 살핀다. 이윽고 왼쪽 철조망 사이로 발자국을 발견하고, 철문 안으로 들어서서, 입산통제 현수막이 걸려있는 임도를 따라 걷다가. 1시 25분, 표지기들의 안내로, 임도를 버리고 왼쪽 잡목 숲으로 들어선다.

철책문 안에서 본 임도

표지기의 안내로 왼쪽 잡목 숲으로

 

또 다시 입산통제 현수막이 걸린 능선을 올라, 1시 30분, 410m봉을 넘고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내려서서, 묘1기가 있는 묘역에서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고, 1시 40분, 820번 도로로 내려선다. 왼쪽에 창고가 보인다. 도로를 건너 산길로 들어선 후 눈 덮인 암릉을 어렵사리 기어올라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2시 1분, 371.5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왼쪽으로 골프장이 내려다보인다.

묘역에서 본 가야할 능선

도로를 건너 산길로 들어서고

지나온 능선

 

왼쪽으로 높게 보이는 궁성산(482.2m) 끝자락에 골프장 입구가 있겠는데, 마루금은 오른쪽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잇달아 솟아 있는 능선으로 크게 우회를 한다. 다시 봉우리 두어 개를 넘고, 2시 44분, 기동재 안부에 내려서서, 왼쪽의 희미한 길을 따라 도로로 탈출한다, 목표를 코앞에 두고 마루금을 벗어 난 것은 눈길에서 지치기도 많이 지쳤지만, 하산시간이 너무 늦어지는 것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지친 몸을 끌고, 눈 덮인 도로를 따라올라, 3시 10분, 후미대장이 기다리고 있는 공터에 도착한다. 탐진강 발원지 이정표가 보인다.

기동재, 그 뒤로 보이는 능선이 마루금

눈 덮인 도로를 걷고

탐진강 발원지 이정표

 

탐진강 발원지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걷는다. 오른쪽 대나무 숲에 표지기들이 보인다. 탐진강 발원지가 바로 코앞이지만, 포기하고, 대나무 숲속으로 들어선다. 이어 무성한 가시넝쿨 안부를 지나 능선에 올라서니, 저 아래 주차장에 산악회 버스가 보인다.

탐진강 발원지를 포기하고, 대나무 숲으로

 

후미대장이 연락을 한 모양이다. 도로변에 내려서니 버스가 다가오고, 3시 25분 경, 최후미로 버스에 오른다. 선두는 약 1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다고 한다. 길을 잘못 든 대원 3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나 버스는 식당을 향해 출발하고, 김 대장이 나머지 대원을 기다리기로 한다.

 

귀경버스 속에서 동행했던 추장호 씨가 오늘 산행에서 세운 3가지 신기록에 관한 이야기한다.

첫째, 9시간이 넘는 산행에서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엉덩이를 땅에 붙여보지 못한 채 계속 걸은 것이 처음이고,

둘째, 마감시간을 넘긴 것도 처음이며,

셋째, 꼴찌로 들어오기도 처음이라는 것이다.


(2010. 1. 20.)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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