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룡산- 서봉, 7봉, 8봉이 보인다.

해남공룡과 뒤로 두륜산

해남공룡 첫 번째 봉우리로 이어지는 암릉

 

송암산악회를 따라 시작했다, 산행속도가 느려 민폐를 끼치는 것이 부담이 되어 중단했던, 땅끝기맥을 다시 시작한다. 사실 중단사유는 단일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합쳐진 복함적인 것이다. 무박도 싫고, 아무리 목적산행이라 하지만 산악훈련 하 듯 정신없이 달리기만하는 것도 그렇고, 진달래로 유명하다는 구간을 진달래 구경도 못하고 지나치는 것도 억울하다. 오죽했으면 일단 시작한 종주산행을 도중에서 중단 했겠는가?

 

2010년 3월 14일(수)
전날 센트럴터미널에서 오후 5시 50분 발 막차를 타고, 해남에 도착하니(요금 20,300원) 바람이 무척 거세다. 내일은 유명한 해남공룡을 넘어야하는데 은근히 걱정이다. 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는 해남 참숫불가마 사우나로 들어선다.(요금 8,000원). 찜질방에서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주위가 어수선하여 자는지 마는지 시간을 보내다 6시경, 부근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점심용으로 컵라면과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준비한다. 바람도 자고, 추위도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터미널 매표소에서 계라리행 버스표를 사고(1,000원), 7시 40분 발 강진 행 완행버스에 오른다. 이른 아침이라 승객은 모두 서 너 명, 기사양반에게 계라리고개에서 내려달라고 부탁을 해보지만, 기사양반은 계라리고개가 어딘지 모른다는 대답이다. 선답자의 “터미널에서 12~13분 거리고, 오른쪽 능선에 통신탑이 우뚝하다.”라는 기록을 떠 올리며 오른쪽 도로변을 주의 깊게 관찰하다, 55번 도로가 분기는 곳에 이르러, 차를 세워달라고 부탁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도로 건너편 절개지에 무덤2기가 보인다. 지난번 절개지를 내려서며 보았던 묘소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7:32) 계라리고개-(07:38) 산행시작-(07:41) KT 통신탑-(07:44) 죽산안공 묘-(07:45) 갈림길, 좌-(07:48) 땅끝기맥 종주 격려 팻말-(07:55) 쌍묘가 있는 안부-(08:09) 여흥민씨 묘-(08:28) 이정표/산불초소-(08:29~08:35) 복덕산-(08;36) 이정표로 회귀-(08:46) 면 경계봉-(08:56) 죽산안공 묘-(09:01) 학동고개-(09:02) 오른쪽 사면 오름-(09:04) 납골당-(09:13) 묘가 있는 봉-(09:23) 삼거리안부, 직진-(09:41) 사거리안부, 직진-(09:45) 수준점 있는 봉-(09:47) 대산고개-(09:59) 204.7m봉-(10:06) 사거리안부, 직진-(10:15)갈림길, 좌)-(10:27) 287m봉-(10:29) 헬기장-(10:48) 첨봉-(11:07) T자, 좌-(11:47) 덕룡산 삼거리(11:54) 407m봉-(12:11) 헬기장-(12:27) 이정표/흔들바위 갈림길-(12:28~12:30) 475m봉-(12:40~13:10) 중식-(13:28) 작천소령-(13:39) 주작산 갈림길-(13:52) 고인돌 바위-(14;05) 석문-(14:15) 갈림길, 좌-(14:35) 갈림길 회귀-(15:38) 427.7m봉-(15:58) 이정표/제3 비상탈출로-(16:27) 이정표/제2 비상탈출로-(16:44) 이정표<오소재 2.4Km>-(17:21) 404m봉-(17:26) 이정표<오소재 1.6Km>-(17:36) 363m봉-(17:51) 갈림길, 우 계단-(18:06) 오소재』중식시간 30분 포함, 총 10시간 28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들머리를 찾아 조금 떨어진 고개 마루턱으로 오르니 왼쪽으로 시멘트도로가 보이고, 그 안으로 표지기 한매가 바람에 팔랑인다. 산행준비를 하고 시멘트도로로 들어서기 전에 계라리고개의 표지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동마을 입구를 알리는 작은 입간판을 카메라에 담는다.

계라리고개

 

가파른 시멘트도로를 천천히 오른다. 바람도 없고 다소 쌀쌀하게 느껴지는 맑은 날씨다. 3분 후, KT통신탑 앞에서 표지기들이 요란한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진달래가 화사하고, 새순이 파랗게 돋기 시작하는 쾌적한 능선길을 혼자서 산책하듯 천천히 걷는다, 산악회를 따라 왔으면 꿈도 꿀 수 없는 호사다.

화사하고 쾌적한 능선길

 

7시 44분, 죽산안공과 평산신씨 부인이 잠들고 있는 쌍묘를 지나고, 이어서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등산로 왼쪽 나뭇가지에 준.희님이 걸어놓은 땅끝기맥 종주자들을 격려하는 팻말이 보인다. 7시 55분, 쌍묘가 있는 안부를 지나고,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서, 여흥민씨 묘역에 이른다. 제법 규모 있는 묘이지만 최근에는 손을 보지 않았는지 많이 피폐한 모습이다. 묘역 왼쪽으로 만덕산 줄기가 멋지게 펼쳐진다.

준.희 님의 격려 팻말

여흥 민씨 묘역에서 본 만덕산 줄기

 

진달래와 신록이 어우러진 오르막 능선으로 뚜렷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북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서기산, 흑석산 가학산이 조망된다. 8시 28분, 산불초소 이정표를 지나, 1분 후 복덕산(275.7m)에 오른다. 산불초소, 삼각점(해남 317/2001 재설) 그리고 준,희 님이 걸어 놓은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정상석도 없는 초라한 정상이지만 사방이 트여 조망이 시원하다. 동으로 만덕산, 북으로 서기산, 남으로 덕룡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동남쪽으로 강진만이 보인다. 재킷을 벗고 바람막이로 갈아입은 후,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 1.3Km 떨어진 도암/옥천 경계로 향한다.

복덕산 오르다 본 북쪽 조망, 서기산(우), 흑석산, 가학산 줄기

이정표

복덕산 정상

정상표지판

봉황저수지와 덕룡산 줄기

강진만

 

진달래 꽃길을 내려서서, 8시 46분, 옥천면과 도암면의 경계가 되는 봉우리를 넘고, 죽산안공과 선산임씨 부인의 합장묘를 지나, 이정표가 있는 학동고개로 내려선다. 왼쪽의 봉황리 봉황저수지와 오른쪽의 흑천리 학동마을을 잇는 고개다. 절개지가 절벽 수준이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돌아서 절개지를 내려선다.

학동고개 이정표



 

학동고개

 

고개 왼쪽에 보이는 넓은 묘지 길로 들어선 후, 바로 표지기를 따라 오른쪽 사면을 올라 능선으로 진입한다. 왼쪽으로 보이는 새로 조성한 납골당을 지나고, 묘가 있는 봉우리를 넘어, 삼거리 안부에서 직진한다. 9시 31분, 능선 분기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왼쪽으로 덕룡산 줄기가 더욱 가깝게 보인다.

능선 분기봉, 우

 

9시 41분, 골이 깊은 사거리 안부에서 직진하여 절개지를 오르고, 4분 후 수준점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 대산고개로 내려선다. 봉황리와 대산리를 잇는 고개다. 오른쪽으로 하동정공과 원주이씨 부인을 모신 넓은 묘역이 보인다. 묘역에서 보는 조망이 시원하다. 9시 59분, 삼각점<해남 456/2001 복구>이 있는 204.7m에 오른 후,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내린다. 가시넝쿨과 잡목으로 악명이 높다던 땅끝기맥은 이제는 옛말이다.

204.7m봉

잘 정비된 잡목 숲길

 

10시 6분, 다시 사거리안부에서 직진한다. 길가에 핀 산 벚꽃이 화사하고, 연분홍 진달래와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나뭇가지의 푸르름이 어우러진 등산로 주변의 풍광이 환상적이다. 10시 15분, 갈림길을 만나 왼쪽으로 진행한다. 진달래꽃길이 이어진다. 진달래꽃잎이 붉게 깔린 등산로를 김소월의 시를 웅얼대며 유장하게 걷는다. 이어 산죽과 진달래가 어우러진 곳을 지난다. 가히 환상의 숲이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화사한 산벚꽃

진달래와 신록

진달래꽃 길

10시 27분, 준,희 님이 걸어 놓은 표지판이 있는 287m봉 넘고, 울창한 편백나무 숲을 통과한다. 햇빛을 받고 반짝이는 녹색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10시 39분, 헬기장을 지난다. 오른쪽으로 덕음산이 머리를 내민다. 이어 잡목 오름길을 올라. 10시 48분, 첨봉에 오른다. 이정표와 준,희 님이 걸어놓은 화원지맥 분기점 표지판이 보인다. 첨봉에서 화원지맥줄기와 가야할 해남공룡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287m봉

편백나무 숲

꽃처럼 아름다운 나뭇잎

첨봉

화원지맥


해남공룡

 

산죽과 진달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산길이 이어진다. 도암면에서 등산로 주변을 깔끔하게 정비해 놓았다. 유난히 색감이 짙은 진달래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지며 고도를 높인다. 11시 7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시야가 트이며 300도 방향으로 옥천면 백호리가 내려다보이고, 부드러운 능선길이 가볍게 오르내린다. 왼쪽으로 덕룡산 줄기, 오른쪽으로는 주작산의 암릉이 보인다. 주작의 좌우 날개다. 나는 지금 주작의 머리를 향해, 주작의 몸통을 걷고 있는 것이다.

산죽과 진달래

도암면 발전협의회의 환영

유난히 색감이 짙은 진달래

백호리 방향의 조망

 

이제 삼거리가 있는 덕룡산 주능선이 코앞이다. 죽은 나뭇가지가 만들어준 아치를 지나고 억새밭을 통과한다. 왼쪽으로 덕룡산, 오른쪽으로 두륜산이 보인다. 11시 47분, 이정표와 무덤이 있는 덕룡산 삼거리에 이른다. 지난주 덕룡산 산행 시 지났던 곳이라 새삼 반갑다. 그 때에는 사람들로 북적대던 곳이 지금은 사람의 그림자도 없다.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어느 사이엔가 햇빛이 사라지고 바람이 인다. 날씨는 쌀쌀해지고 분위기가 음산하다.

죽은 나무가 만들어 준 환영아치

좌 덕룡

우 두륜

덕룡산 삼거리

 

삼거리에서 오른쪽의 407m봉으로 오르면서 뒤돌아 덕룡산 서봉과 7봉, 8봉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도암면 수량리와 강진만을, 서쪽으로 첨봉과 지나온 능선을 굽어본다. 11시 54분, 407m봉에 올라 가야할 475m봉과 주작산을 바라보고, 헬기장으로 내려서면서 475m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을 카메라에 담는다.

뒤돌아 본 덕룡산과 평원, 지난 주 사람들로 붐비던 곳이 지금은 적막강산이다

수양리와 강진만

475m봉(우)와 주작산(좌)

헬기장과 475m봉으로 이어지는 암릉

 

12시 11분, 헬기장을 지난다. 지난주에는 시간에 쫓겨 이곳에서 왼쪽의 수양관광농원으로 탈출했었다. 작은 너덜지대를 지나고, 암릉을 올라, 12시 27분, 이정표가 있는 흔들바위 갈림길을 지나고, 1분 후, 475m봉에 오른다. 바람이 거세다. 정상석, 이정표, 그리고 준,희 님의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정상석에는 주작산 475m, 이정표에는 덕룡봉 정상이라고 표기돼 있다. 이 475m봉은 주작, 덕룡 중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주작의 몸통이다. 왼쪽에 보이는 주작의 머리 부분인 429m봉이 비록 그 높이는 자신보다는 낮지만 어쩔 수 없이 몸통이 머리에게 양보를 하여,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1/50,000 지도에는, 429m봉을 주작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흔들바위 갈림길 이정표

 475m봉 정상

 

어쨌건 사방이 확 트여 조망이 일품이다. 동남쪽으로 주작산이 가깝고, 남서쪽으로는 삐죽삐죽 솟은 해남공룡과, 그 뒤로 두륜산이, 북으로는 덕룡산과 첨봉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점심시간이지만 거센 바람을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아, 정상을 내려서다, 12시 40분, 바람막이 바위를 등지고 앉아 정상주를 마시고,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주작산

덕룡산(우)과 첨봉

 

라면과 떡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뒤처리를 하는데 등산객 한 사람이 모습을 보인다. 반갑다. 오늘 산 속에서 처음 만나는 젊은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오소재에서 출발하여 소석문으로 하산한다고 한다. 아침 8시경 출발하여 혼자서 사진을 찍으며 널널하게 걷다보니 이제야 이곳을 지난다며 웃는다. 서로 조심해서 산행을 하라고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13시 28분, 이정표가 있는 작천소령에 내려 선 후, 시멘트도로를 건너 오르막길을 오른다. 점심식사 후 18분이 지난 시각이다.

작천소령 이정표

 

13시 39분, 주작산 갈림길에서 오른쪽 암릉으로 향한다. 이어 1봉을 넘고, 안부로 내려서다 봉우리 사이로 장수저수지와 도암만을 굽어본다. 3봉을 넘고, 4봉을 오르다, 오른쪽에 고인돌 같이 생긴 바위가 허공에 걸려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4봉에서 밧줄에 매달려 안부에 내려선 후, 5봉과 그 너머로 두륜산을 바라본다.

주작산 가는 길

암봉 사이로 보이는 도암만

가야할 4봉

고인돌 바위

4봉에 걸린 첫 번째 밧줄

5봉과 두륜산

 

14시 2분, 두 번째 밧줄지대를 통과하고, 3분 후 석문을 지나, 철 지난 동백꽃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암릉길을 걷는다. 주위의 기암들이 눈길을 끈다. 암봉이 잇따르지만 등산로를 따라 진행하면 특별히 위험한 곳은 없다. 5봉을 내려선 후, 14시 15분, 6봉을 오른다. 동백꽃을 따라 무심히 진행하다 보니, 좁은 칼날능선으로 들어서고, 앞이 절벽이다. 마침 건너편 7봉에 모여 있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절벽을 내려서는 길이나, 우회하는 길이 있느냐고 소리치니, 없다면서, 되돌아가서 우회로를 찾으라고 알려준다.

석문

철 지난 동백

뒤돌아 본 지나온 암봉 1

뒤돌아 본 지나온 암봉 2

6봉

7봉의 등산객

 

왔던 길을 한동안 되돌아선다. 과연 동백나무가 무성한 곳에 이르니 우회로가 보인다, 동백꽃에 시선을 빼앗기다, 오른쪽 우회로를 보지 못하고, 왼쪽 직등 길로 들어섰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14시 35분, 밧줄이 걸린 우회로에서 마주 오는 등산객들을 만난다. 서울의 산악 동호인 모임으로 11시에 오소재를 출발 했다며, 갈 길이 아직 머니 조심하라고 격려해준다. 우회로를 내려선 안부에서 6봉을 올려다본다. 자일이 없으면 내려올 수 없는 직벽이다.

6봉 우회로

안부에서 올려다 본 6봉

 

14시 47분, 밧줄의 도움으로 7봉에 올라 6봉과 8봉을 바라본다. 9봉은 우회하고, 10봉 11봉을 넘으면서 지나온 암봉을 돌아본다. 15시 38분, 12번째 봉우리인 427.7m봉에 오른다. 이정표, 삼각점<해남 23/1993 복구>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이정표는 오소재까지 4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암릉으로 유명한 산으로 흔히 8봉산, 8영산, 9봉산, 또는 9병산 등이 거론된다. 2시간에 걸쳐 12개의 암봉들을 오르내리려니 이제는 질리는 느낌이다. 호남의 산들은 높지는 않지만 봉우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톱날능선이라 사람을 지치게 만들더니, 암봉도 예외가 아니다.

7봉에서 본 6봉


8봉

 

9봉

10봉

지나온 암봉

11봉

427.5m봉

11봉에서 본 조망

정상표지판

 

나무다리가 걸린 봉우리를 카메라에 담는다. 13봉인 셈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세어본 봉우리 수가 12개였는데, 아직도 넘어야할 봉우리들이 더 남았다면 잘 못 세었던 모양이다. 13봉에 접근하며 주위의 기암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15시 50분, 나무계단을 통해 13봉에 오르고, 14봉을 넘어 안부에 내려서니,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는 오소재 까지 아직도 3.6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바람은 여전히 거세고, 잔뜩 흐려 음침한 날씨가 쌀쌀하다.

13봉

기암 1-불꽃바위


기암 2-의자바위

14봉

제3 비상탈출로 이정표

 

기가 질려 봉우리 세기를 포기한다. 칼날능선이 전면에 펼쳐진다. 다행히 등산로는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봉우리에 올라 가야할 방향을 보니, 비로소 능선이 다소 부드러워지는 느낌이다. 한결 부드러운 능선을 걸으며 위봉을 가까이 보고, 또다시 지나야할 암봉 뒤로 두륜산이 가깝다. 16시 22분, 로프가 걸린 봉우리를 내려서고, 안부에서 가야할 암봉을 바라본다.

칼날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가야할 능선 1

가야할 능선 2

 

16시 27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이제 오소재까지는 3Km가 남았다. 16시 34분, 나무계단을 통해 암봉을 오르고, 밧줄이 걸린 직벽을 내려선 후, 16시 44분, 오소재 2.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오랜만에 부드러운 흙길을 걷는다. 주변 산 사면에 진달래가 지천이다. 다시 암릉길이 이어지고, 17시 21분, 준,희 님이 걸어 놓은 표지판이 있는 404m봉에 오른다. 이제 두륜산이 코앞이고, 마지막 봉우리와 오소재가 내려다보인다.

제2 비상탈출로 삼거리 이정표

암봉으로 이어진 나무계단


404m봉

두륜산이 코앞이고, 오소재가 보인다.

 

17시 26분, 오소재 1.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10분 후, 363m봉에 올라 310도 방향으로 양촌제를 굽어본 후, 능선을 따라 내린다. 시야가 트이며 마지막 암봉과 827번 국지도가 보인다. 17시 49분, 밧줄을 잡고 암봉을 내려서고, 2분 후, 갈림길에서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선다.

양촌제 방향의 조망

마지막 암봉과 오소재를 지나는 827번 국지도

마지막 밧줄


18시 6분, 이정표가 있는 오소재에 이른다. 주위의 사진을 찍을 새도 없이 해남 행 군내버스가 다가온다(요금 1,200원). 아마도 신전리 내동마을에서 6시경 출발한 버스인 모양이다. 만약 이 버스를 놓쳤다면 히치하이크를 하든가, 택시를 불렀어야 할 판이니, 힘든 산행 후 억세게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오소재 하산

주작산 등산 안내도(다음날 아침에 찍은 사진)

 

버스는 활짝 핀 벚꽃 가로수 길을 달려 약 20분 후, 해남 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매표소에서 내일 아침 오소재 행 버스시간표를 확인하고, 식사할 만한 곳을 알려 달라고 부탁한다. 값은 좀 비싸지만 해남에 오셨으면 천일식당을 가보라며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 거리라고 알려준다. 해남의 천일식당이면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다. 떡갈비로 널리 알려진 집이다. 터미널을 나와 택시로 천일식당으로 향한다.(2,500원)

 

떡갈비 정식(23,000원)과 백세주(7,000원)을 주문한다. 청어구이, 송이, 게장, 여러 종류의 젓갈 등 10여 가지의 반찬과 떡갈비가 한상 그득히 차려진다. 음식이 모두 정갈하고 간이 맞는다. 따끈할 때 들어보라고 권하는 떡갈비 맛이 담백하다. 술과 음식으로 포식을 하고 식당을 나서니, 진눈깨비가 흩날린다. 4월의 남부지방에 진눈깨비가 내리다니 흔한 일이 아니다. 내일 산행이 걱정이 된다. 택시를 부르려다, 식사를 한 후라 멀지 않은 길을 걷기로 한다.

 

어젯밤 잠을 설쳐 오늘은 모텔에서 숙박할 생각이었으나, 술도 한잔했겠다, 포식을 한 후이니, 웬만큼 주위가 어수선하더라도 지친 몸이 쉬 잠들 수 있겠다고 여기고 찜질방으로 들어선다. 사우나실에서 TV를 보며, 약 1시간 정도를 보낸 후, 샤워를 하고 안마 탕에서 발바닥, 종아리, 무릎, 허벅지를 풀고, 폭포수로 어깨, 등뼈 그리고 허리를 안마한다. 30여분 정도를 안마 탕에서 보내고 나니 몸이 거뿐해진 느낌이다. 찜질방의 잠자리는 어수선해도 사우나시설은 일품이다.

 

TV에서 내일 일기예보를 보고 10시가 넘어 수면실로 내려와 잠을 청한다.


 

(2010. 3. 17.)

* 사진에 프린트된 3월은 4월의 잘못입니다.

 

 



 

at 05/11/2010 05:48 am comment

잘 보았습니다 감사하며 담아갑니다 우림님 기쁘고 고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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