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도 이제 종착역인 몰운대까지 33.1Km가 남았다. 심산대원과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먼 거리를 두 차례 왔다 같다 할 것 없이, 떠난 김에 부산에서 일박하고 단숨에 마무리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하지만 심산이 해외산행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자 나 홀로 떠나게 된다.
2008년 9월 9일(화).
중구일, 좋은날,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7시발 부산행 버스에 오른다. 도로사정도 좋고, 철저하게 제한속도를 준수하는 기사양반 덕에 버스는 11시 30분, 정확히 4시간 반 만에 부산 노포동 터미널에 도착한다. 버스터미널과 지하철 1호선이 같은 건물에 있어 편리하다.
부산에도 지하철에 우대권이 있다. 서울과는 달리 발권기에서 주민등록증을 검색하고 표를 내 준다. 믿는 것도 좋지만 필요한 절차는 밟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온천장역에서 내려 203번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12시 20분 경, 동문역에서 하차한다. 산성고개 마루턱에 조금 못 미치는 지점으로, 금오산성 동문으로 들어서는 입구다. 산행준비 후, 12시 25분,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코스는『산성고개-만덕고개-불웅령-백양산-삼각봉-갓봉-개금고개』로 도상거리는 약 13.3Km이다.
맑은 가을 날씨다. 부산이 항구도시다 보니, 해발고도 500m~600m 정도로 높지 않은 산인데도, 산세가 웅장하고, 봉우리마다에서 보는 조망이 뛰어나다. 연연히 이어지는 정맥 산줄기,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탁 트인 바다. 그리고 광활하게 펼쳐진 시가지.... 직접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펼쳐지는 풍광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백양산 전위봉, 불웅령, 상학산 그리고 멀리 금정산
낙동강
북항, 태종대, 영도 방향
부산 시가지
백양산은 부산시민들이 사랑하는 산이다. 등산로가 뚜렷하고, 이정표, 그리고 119 구조대의 팻말이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어 길을 잃을 걱정이 없다. 게다가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하는 시민들을 자주 만나고, 갈림길에서 길을 물어 갈 길을 확인할 수 있어 더욱 편하다. 그러다보니, 방심을 했나보다. 방향을 확인하지 않고, 무심히 119구조대 팻말을 따르다, 갓봉에서 개금고개로 내려서는 능선을 잘못 선택하여, 마지막 하산 길에 마루금을 벗어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2:20) 산성고개-(12:25) 산행시작-(12:33) 산길진입-(12:35) 갈림길, 좌-(12:38) 성벽길-(12:41) 갈림길, 좌-(12:50~12:53) 대륙봉-(13:09)금정산 역사탐방로 안내판-(13:12) 케이블 카 입구-(13:16) 상학산 갈림길-(13:22) 휴정암 갈림길-(13:25) 북구 이정표-(13:44) 돌탑봉-(13:46) 바위 전망대-(14:08) 만덕고개-(14:21) 묘봉-(14:34) 산개구리 보호지역 안내판-(14:39~14:42) 구민의 숲-(14:52) 안부사거리-(15:01) 만남의 숲-(15:46) 전위봉-(15:54) 불웅령-(16:23~16:42) 백양산 정상/간식-(16:53~16:58) 애잔봉-(17:10) 돌탑봉-(17:31~17:34) 산각봉-(17:43) 주배 2동 갈림길-(17:56) 깃봉-(18:00) 부산진구/주례동 갈림길, 우/등로 이탈-(18;25) 정자-(18:26) 임도-(18:38) 개림초등학교 정문-(18:42) 고가도로 삼거리-(18:48) 육교-(18:53) 개금역』 간식19분포함, 총 6시간 28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고개마루턱을 향해 천천히 걸어 오른다. 오른쪽으로 주차장을 지나고, 도로가 왼쪽으로 꺾였다 오른쪽으로 크게 굽어지는 건너편에 이동식 간이매점이 보인다. 고개마루턱에 이른다. 왼쪽으로 임도가 이어지며 전신주에 '남문로'라는 교통 표지판이 걸려있고 입구에 등산안내도가 보인다. 편하게 이 임도를 따라도 되지만 제대로 마루금을 밟으려면 표지기들이 걸려 있는 뚜렷한 왼쪽 산길로 들어서서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면 된다.
간이매점
임도
뚜렷한 등산로
12시 35분, 갈림길에 이르러, 표지기의 안내로 왼쪽길로 들어서서 잠시 성벽길을 걷는다, 12시 50분, 이정표와 119 조난위치 표지판(대륙봉)이 있는 너른 암반 위에 올라선다. 조망이 좋다. 260도 방향으로 상학산, 30도 방향으로 장전동 일대의 부산시가지가 보인다. 암릉길을 지나 넓은 임도로 내려선다. 산성고개에서 보았던 왼쪽으로 뚫린 임도다.
성벽길
대륙봉 암반
대륙봉 표지판
상학산
장전동 일대
1시 9분, 제2 망루 부근, 금정산 역사탐방로 안내판을 지나, 이정표와 안내판이 있는 케이블카 입구에서 케이블카 종점방향으로 진행하고, 5분 후 이정표가 있는 상학산(상계봉) 갈림길에 이른다. 정면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뚜렷하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케이블카, 휴정암 방향의 넓은 도로를 따라 내린다. 산길을 따르더라도 잠시 후 도로와 합치기 때문이다.
제2 망루 부근의 역사탐방로 안내판
케이블카 입구
상학산 갈림길 이정표
1시 25분, 만덕고개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를 만난다. 누군가가 이정표 기둥에 낙동정맥이라고 적어 놓았다. 반갑다. 1분 후, '알리는 말씀' 팻말이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울창한 송림사이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는다. 1시 44분, 돌탑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2분 후,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부산 아주머니들이 쉬고 있는 전망바위에 선다. 240도 방향으로 가야할 능선과 불웅령, 백양산이 펼쳐지고, 300도 방향으로 낙동강이 흐르는데, 광한리 방향으로 월드컵 경기장이 내려다보인다.
만덕고개를 알리는 이정표
가야할 능선과 불웅령, 그리고 백양산
300도 방향의 낙동강
월드컵 경기장
가파른 내리막을 달려 내린다. 철학로 0.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이곳이 낙동정맥 구간입니다.'라는 안내판을 거쳐, 2시 8분, 북구와 동래구의 경계를 이루는 만덕고개에 내려선다.
낙동정맥 구간 알림판
만덕고개 1
만덕고개 2
가파른 통나무 계단길을 오른다. 10분 후, 잔돌로 둘러싸인 묘 1기가 지키고 있는 무명봉에 올라 부산시가지를 굽어보고, 봉우리를 내려서서 아름다운 송림 숲을 걷는다. 돌담도 보이는 운치 있는 산책로다. 구민의 숲 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거치고, '한국 산개구리 보호지역' 입간판을 지나, 2시 29분, 구민의 숲에 도착한다. 아이스케키를 파는 아주머니가 보인다. 맥주가 있느냐고 물으니 반갑게도 있다는 대답이다. 캔 맥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돌담도 보이는 송림 산책로
석빙고 아이스케키
구민의 숲
아름다운 통나무 계단 길을 지나, 돌탑과 이정표가 있는 안부에 내려선다. 119 구조대 표지목은 백양사까지 3.0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통나무 계단으로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작은 언덕에 오르니 정면에 불웅령이 높다랗게 솟아있고, 언덕을 내려서면 만남의 숲이다. 산불감시초소, 이정표 등이 보인다. 시민들이 숲속에서 한가롭게 휴식을 즐기고 있다.
아름다운 계단길
만남의 숲 1
만남의 숲 2
불웅령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이 부근에는 산책 나온 시민들도 보이지 않는다. 300m가 넘는 고도 차이를 극복해야하는 힘든 오르막이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결, 뒤돌아보는 탁 트인 조망 덕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전위봉에 오른다.
높다랗게 보이는 전위봉
상학산과 지나온 능선
가파른 오름길이 끝나고 순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불웅령으로 이어지는 방화선 넓은 길이 보이고, 광안리 방향으로 펼쳐진 부산 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3시 54분, 커다란 돌탑이 있는 불웅령에 오른다. 고도 611m의 봉우리다. 눈앞에 백양산으로 이어지는 방화로가 보이고, 북으로는 상학산 너머 금정산까지 조망된다.
불웅령 가는 길
광안리 방향의 부산 시가지
불웅령
평전(平田)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넓은 능선을 걸으며, 뒤돌아 지나온 불웅령을 보고, 넓은 길을 따라 백양산 전위봉으로 향한다. 4시 10분, 백양산 0.5km를 알리는 119 구조대 표지목을 지나고, 4시 24분, 커다란 돌탑과 작은 정상석, 그리고 삼각점이 있는 너른 백양산 정상(642m)에 오른다.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일품이다.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정상, 벤치에 홀로 앉아 부산시가지를 굽어보며 정상주를 마시고 간식을 먹는다.
뒤돌아 본 불웅령
백양산 전위봉 가는길
백양산 정상
정상석
삼각점
애진봉과 가야할 능선
4시 52분, 애진봉 헬기장 너른 안부에 내려선다. 119 구조대 표지목에는 개림초등학교까지의 거리가 6.8Km라고 적혀있다. 공원처럼 꾸며지고, 커다란 표지석이 있는 애진봉에서 부산 시가지를 둘러본 후, 삼각봉, 깃봉을 거쳐 개금고개로 이어지는 가야할 능선을 눈여겨본다. 이어 완만한 오르막길을 올라 돌탑이 있는 봉우리 두 개를 지나고, 누렇게 변하기 시작하는 억새가 하늘거리는 안부에 내려서서, 철탑이 있는 588m봉을 바라본다.
황령산 방향
뒤로 영도, 영광산, 앞에 삼각봉, 깃봉, 그리고 개림초등학교
돌탑봉으로 오르다 뒤돌아 본 백양산
뒤돌아 본 애진봉, 멀리 장산과 해운대
누렇게 변하기 시작하는 억새
송전탑이 있는 588m봉
5시 29분, 588m봉을 지나고, 정상석이 있는 암봉인 삼각봉에 올라 을숙도를 굽어본다. 삼각봉을 내려서서 암릉길을 걸으며 지는 햇빛을 받고 있는 암봉을 되돌아본다. 정면에는 오늘 올라야할 마지막 봉인 깃봉이 우뚝하다.
삼각봉
정상석
뒤돌아 본 암봉
깃봉
5시 53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 주례 2동 방향으로 진행하고, 5시 56분, 산책객 두 사람이 쉬고 있는 깃봉 바위에 올라 가야할 길을 확인한 후 산책객과 함께 하산을 시작한다. 6시 3분, 부산진구, 주례동 갈림길에서 무심코, 119 신고 표지목이 가리키는 오른쪽 개림초등학교 방향으로 진행한다. 한참진행하다 보니 왼쪽으로 송전탑이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주례 2동 갈림길
깃봉 정상
갈림길, 오른쪽 길을 택해 알바 시작
동행하던 산책객들은 이 길로 내려가도 개림초등학교 정문을 통과하고, LG 아파트를 지나 개금고개에 이른다고 알려준다. 찜찜하지만 그대로 내려선다. 6시 25분, 정자를 지나고, 1분 후, 시멘트도로를 건너 원효아파트 단지로 내려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림초등학교 운동장 너머로 LG 아파트가 보인다.
개림초등학교 운동장과 LG아파트
6시 42분, 고가도로가 지나가는 삼거리에 이르러 왼쪽으로 진행하여 육교를 건너고, 개금역 2번 출구로 들어가 3번 출구로 나오니, 도로건너에 국민은행이 보이고, 왼쪽으로 어둠 속에 백병원 간판이 하얗게 떠있다.
고가도로가 지나가는 삼거리
육교
개금역 2번 출구
백병원
횡단보도를 건너, 오른쪽에 보이는 찜질방으로 찾아든다. 처음 들어가 보는 찜질방이다. 카운터의 여직원에게 숙박도 가능하냐고 물으니, 가능하다고 한다.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하러 잠시 나와도 되느냐고 물으니, 찜질방 안에 24시간 문을 여는 식당이 있다고 알려준다. 찜질방 이용 요금은 5,000원이다.
4층에 있는 넓고 시설이 잘된 욕탕에서 샤워를 하고, 3층에 있는 찜질방으로 내려온다. 넓은 공간에 남녀 구분 없이 여러 사람들이 앉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하면, 한쪽 TV 앞에서는 남자들이 야구중계를, 건너편 TV 앞에서는 여자고객들이 연속방송극을 시청하고 있다. 식당, 여러 종류의 사우나 실, 그리고 중간층에는 수면실이 따로 있다.
식당의 음식 값도 저렴하다. 비빕밥, 김치찌개, 된장찌개가 4,000원, 추어탕이 4,500원 등이다. 추어탕과 맥주를 주문하여 식사를 한다. 이어 내일 산행코스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여자들과 함께 월화드라마 '식객' 마지막 편을 보다가, 졸음에 겨워, 10시 40분쯤 수면실로 올라간다. 넓은 수면실은 텅 비어있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피곤한 몸을 눕힌다.
(2008.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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