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입장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제 국감에서 “지난 총선 후 민주당에서 사퇴하란 얘기가 나왔을 때 대통령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전했다”고 했다. 현직 대통령이 한 말을 검찰총장이 거짓으로 공개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뒤로는 윤 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들어 쫓아내려 갖은 궁리를 다 하면서 겉으로는 윤 총장에게 ‘흔들리지 말고 소임을 다하라’고 한 것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 겉과 속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그런 차원을 넘어섰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보통의 상식으로는 정말 이해하기가 힘들다.
문 대통령은 전 정권을 겨냥한 적폐 수사를 이끌던 윤석열을 초고속 승진시켜 검찰총장에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우리 권력도 눈치 보지 말고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모두가 문 대통령의 이 지시를 높이 평가했다. 모든 비리는 살아있는 현재의 권력이 저지르는 것이다. 검찰이 문 대통령의 이 지시만 지키면 그것이 진정한 검찰 개혁이다.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의 그 지시를 그대로 이행했다. 때마침 문 대통령이 조국씨를 법무장관으로 내정했다. 검증 과정에서 조국의 파렴치가 양파 껍질 벗겨지듯 드러났다. 구체적인 범법 혐의가 드러나고 고발이 들어와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잠시 뒤엔 청와대가 문 대통령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려 경찰을 동원한 공작을 벌인 혐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역시 검찰이 수사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자신의 지시를 이행하는 윤 총장을 포위 공격하기 시작했다. 산 권력 수사를 하는 검사들을 인사 학살하고 수사팀을 공중분해시켰다. 독재정권 때도 없던 폭거다. 조국 비리 관련으로 기소된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의원이 “윤석열을 손보겠다”고 위협하자 문 대통령은 이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검찰 개혁을 함께하자”고 했다. 윤석열을 손보라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을 임명해 윤 총장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수족을 모두 잘라 완전히 식물 총장으로 만들었다. 추 장관이 펀드 사기꾼의 일방적 폭로를 근거로 윤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자 하루도 안 돼 청와대 대변인이 “불가피한 조치”라며 추 장관을 두둔했다.
이 모든 일의 뒤에 문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윤 총장에게 ‘흔들림 없이 소임을 다하라’고 했다니 이 이중성은 ‘유체 이탈’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다. 문 대통령의 이 말에 조금이라도 진심이 담겨 있다면 지금 여권이 윤 총장을 향해 하루가 멀다 하고 ‘사퇴하라’고 공격하는 것을 멈추게 해야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문 대통령은 자신은 나서지 않고 여권을 동원해 윤 총장에게 온갖 모욕을 줘서 스스로 물러나게 만들 계산인 듯하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온갖 좋은 말, 옳은 말, 선한 말을 다 하나. 겉과 속, 말과 행동이 이렇게 다를 수 없다. 문 대통령은 공작을 그만두고 윤 총장을 직접 해임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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