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아덴만에서 6개월간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해군 '최영함' 입항 행사 도중 홋줄(정박용 밧줄)이 끊어져 승조원 최종근 병장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역을 불과 한 달 앞둔 최 병장(하사 추서)은 최선임 수병으로 마지막까지 남아 홋줄을 조정하는 임무를 수행하다 변을 당했다. 환영 나온 부모 앞에서 벌어진 참극으로 국민의 애를 끊게 한다. 세계 군(軍) 통수권자 중에는 나라를 위해 희생된 군인을 직접 찾아 조문하는 경우가 많지만 안보가 최우선인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도 조화만 보냈다. 총리도 가지 않았다.
이 정권의 군 희생자 홀대는 한두 번이 아니다. 청와대는 작년 해병대 기동 헬기 마린온 추락 사고로 5명이 순직했을 때도 영결식 직전까지 조문 인사를 보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북한의 서해 도발로 순국한 우리 장병을 추모하는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불참했다. 화재나 낚싯배 사고 등 민간 희생에는 대응이 전혀 다르다. 2017년 대통령이 제천 화재 현장을 방문한 건 사고 22시간 만이었다. 인천 낚싯배 사고 때는 국무회의에서 단체 묵념까지 했다. 그러면서 순직 용사에게만 인색한 것은 결국 북한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 쇼'를 다시 하려고 북이 싫어하는 일은 무조건 피하려는 것이다. 최근 북은 우리 군 관련이라면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상황이다.
국방부 수뇌부는 북 눈치를 보는 데 한 술 더 뜬다. 북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서해 도발에 대해 "불미스 러운 충돌" "일부 이해할 부분이 있다"고 하는 국방부는 야당 대표에게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한국당 대표가 전방 GP 철거와 북 탄도미사일 문제를 거론하며 "남북 군사 합의를 폐기해야 한다"고 하자, 국방부는 "군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는 무분별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지금 우리 정부와 군이 다른 사람에게 '군 사기'와 '무분별'을 말할 처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