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2일(월).

미국여행 닷새 째 되는 날이다. 새벽 4시 기상, 5시 식사, 5시 30분 출발이다. 오늘은 요세미티를 구경하고,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등을 둘러본 후, 그 곳에서 일박한다. 꽤나 타이트한 일정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여행도 마치 전쟁 치루 듯이 한다.


서둘러 아침 식사를 마친 일행들이 버스에 오르고, 정시에 버스는 출발한다. 요 며칠 동안, 함께 여행을 하면서 보아 왔지만, 늑장을 부려, 버스 출발을 지연시키는 사람들이 없다. 여행객 대부분이 교민들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외국에 나와 살면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모양이다.


버스는 41번 주도로(州道路)를 타고 북쪽을 향해 새벽길을 달려, 6시 54분,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와우나 안내소(Wawona Information Station)에 도착한다. 이른 아침이라 주위에는 인적도 없고, 한없이 고요하다. 아침 햇살 속의 주위 풍광이 숨 막히게 아름답다.

요세미티 공원 접근도

Wawona 안내소 주변 풍광 1

Wawona 안내소 주변 풍광 2

Wawona 안내소 주변 풍광 3


버스는 와우나 로드(Wawona Road)를 달린다. 차창 밖에 산불로 황폐해 진 숲이 보인다. 국립공원 측에서는 산불이 나서 황폐해 진 곳을 그대로 방치한다고 한다. 자연 복원력에 의한 복원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원에서 돌 조각 하나, 솔방울 하나라도 반출하는 것은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하여, 이를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산불로 황폐해진 숲


요세미티는 시에라네바다 산맥 중앙에 위치한 산악공원으로 총 면적은 3,079Km², 제주도보다 조금 넓다고 한다. 해저의 융기와 빙하가 만들어낸 웅대한 자연의 걸작 - 요세미티는 거대한 바위들, 수많은 폭포, 울창한 산림, 그리고 자이언트 세코야(Giant Sequoias)로 유명하다. 1890년 지구상에서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라고 한다.


원주민인 인디언들이 살던 요세미티 계곡에, 1833년 죠셉 워커(Joseph Walker)탐험대가 최초로 발을 들여 논 이후, 1849년 시에라네바다 산자락에서 금광이 발견되고, 일확천금을 꿈꾸는 광부들이 몰려들어, 원주민들과 마찰이 심해지자,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1851년 말리포사 대대(Mariposa Battalion)를 파견하여, 요세미티 계곡의 인디언들을 토벌한다.


버스는 우리나라 현대건설에서 3년간의 공사 끝에 완공한 와우나 터널(Wawona Tennel)을 지나, 요세미티 계곡(Yosemite Valley)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Valley View에 정차한다. 아침 안개가 채 가시지 않아, 옅은 안개속의 요세미티 계곡이 더욱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 깊은 계곡 왼쪽에 거대한 바위 덩어리인 엘 캐피탄(El Capitan)이 안개 속에 우뚝 솟아 있고, 요세미티의 상징이라는 하프 돔(Half Dome)이 계곡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오른쪽에는 거대한 암벽 중반에 면사포폭포(Bridalveil Fall-189m)가 정말로 신부의 면사포처럼 하얗게 걸려 있다.

와우나 터널

안개 속의 요세미티 계곡

엘 캐피탄과 하프 돔

면사포 폭포


요세미티 계곡은 길이 11.5km, 깊이 1000m, 폭 1600m로, 먼 옛날 빙하가 흘러내리면서 깎아 놓은 계곡이라고 한다. 인디언들을 토벌하기 위해 이곳에 왔던 마리포사 대장은 요세미티 계곡을 굽어보고는, "천국의 문에 이르렀다." 라며, 조용히 총을 내려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엘 캐피탄 왼쪽으로 쭉쭉 뻗은 삼나무(Sequoias) 뒤에 용립한 암벽에는 아직도 눈 자취가 남아 있고, 그 옆의 리본 폭포(Ribbon Falld)에는 빙벽이 걸려있다. 이 얼음은 5월 말 경에야 비로소 녹기 시작한다고 한다.

리본폭포

잔설이 남아 있는 암봉


가이드는 계곡 풍광에 넋을 놓고 있는 일행들의 등을 떠밀어 버스에 태우고, 방문객 센터(Valley Visitor Center)로 향한다. 버스가 엘 캐피탄 아래에서 잠시 정차하여, 사진을 찍도록 일행을 풀어준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화강암 덩어리인 엘 캐피탄(인디언 말로 '쏘아 올린 별'의 의미라고 한다.)은 그 높이가 1,095m로 세계의 암벽 등반가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한다. 건너편에는 면사포 폭포가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까이 본 앨 캐피탄

이정표

아름다운 면사포 폭포


버스는 8시 경, 방문객 센터에 도착하고, 가이드는 우리들에게 1시간의 자유 시간을 주며, 요세미티 폭포와 방문객 센터 주변을 돌아보라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바라 본 요세미티 폭포가 굉장하다. 흡사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포와 같은 느낌이다. 일행들은 서둘러 폭포로 향한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세코야 나무사이로 잘 정비된 길을 따라 걷는다. 폭포 주변의 암벽들도 범상치가 않다.

주차장에서 본 요세미티 폭포

폭포로 가는 길

앙증맞은 이정표

암벽 1

암벽 2

암벽 3


8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각인데도 폭포로 오르는 길은 사람들로 붐빈다. 우리들처럼 새벽 4시에 일어나 출발한 사람들은 많지 않을 터이니, 많은 사람들이 방문객 센터 주변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 산책 겸 폭포 구경을 나온 모양이다. 요세미티 폭포가 홀연 전모를 보인다. 한마디로 장관이다. 폭포는 상폭(435.8m), 중폭(205.7m), 하폭 (97.5m)의 삼단폭포로 총 높이가 739.1m,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폭포라고 한다.

폭포 전경

상단 폭포

하단 폭포


폭포로 접근할수록 물 떨어지는 소리가 커지고, 물보라가 안개처럼 흩어진다. 하폭이 떨어져서 계류를 이루는 지점에 나무다리가 놓여있다. 나무다리 위에 서니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바람에 휘날려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얼마 견디지 못하고 함빡 젖어서, 뛰쳐나온다.

다리에서 맞는 물보라


폭포를 뒤로 하고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길가에 동판으로 만든 요세미티 폭포의 모형도가 보인다. 이 모형도에는 요세미티 폭포 상단으로 오르는 트래킹 코스가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다, 시간을 갖고 이런 길을 걸어 봐야하는 건데, 참으로 아쉽다. 주차장 부근에 설치된 쓰레기통들이 육중하다. 쇠로 만들어져 있고, 윗부분의 뚜껑도 앞으로 당겨야 열 수가 있다. 냄새를 따라 산에서 내려온 곰들이 쓰레기통을 뒤지지 못하게 하느라고 견고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요세미티라는 말이 인디언어로 "곰"을 뜻한다더니, 지금도 자주 곰이 출현하는 모양이다. 방문객 센터 주위의 사진들을 모아 놓는다.

폭포 모형

폭포 안내도

쓰레기통

주변 풍광 1

주변풍광 2

주변 풍광 3

 

세코야 1

세코야 2

 

암벽 1

암벽 2

암벽 3

계류 1

계류 2


요세미티는 크게, 요세미티 계곡과 만년설이 덮여있는 투오름( Tuolumne) 고원지대, 그리고 세코야 거목으로 유명한 마리포사 그로브(Mariposa Grove)의 세 지역으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먼 길을 달려와서, 서둘러 요세미티 계곡만을 둘러보고 떠나야한다. 참으로 아쉽다. 특히 3000m가 넘는 투오름 고원지대는, 그 비경 속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석양과 일출을 꼭 보고 싶은 곳인데 참으로 아쉽다. 앞으로 LA나 샌프란시스코에 올 일이 있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일정을 쪼개어, 다시 요세미티로 와 봐야하겠다.


낙석으로 다른 도로들의 통행이 통제되는 바람에 버스가 49번 주도로를 타고 북상 하면서 투오름 고원지대를 가까이 지나치는 것이 큰 행운이다. 멜시드 강(Merced River)이 내려다보인다. 구절양장(九折羊腸)의 위태로운 길을 오르며, 파도치듯 이어지는 울창한 산림을 굽어본다. 실로 대단한 광경이다.

멜시드 강

울창한 숲과 저수지


버스는 험난한 산길을 벗어나, 평지로 내려서서 휴게소 앞에 정차한다. 마리포사다. 옛날 마리포사 대대가 주둔하던 곳이라고 한다. 일행은 휴게소 옆에 있는 주유소 뒤쪽의 너른 간이식당으로 안내된다. 간이식당 앞에는 태극기가 걸려있고, 식당 안에는 한식 도시락이 준비되어 있다. 구수한 된장국에 밥, 그리고 장조림, 계란 등의 밑반찬이 담긴 도시락만으로도 입맛이 도는데, 상추, 쑥갓 그리고 쌈장까지 준비된 성찬이다. 교민 아주머니들이 밥과 반찬을 더 날라다 주면서 많이 먹으라고 정성껏 권한다.

마리포사 부근의 휴게소

한식 도시락이 제공되는 간이식당


놀랍다. 이국땅에서, 그것도 시에라네바다 산속, 오지에서 이처럼 정성이 담긴 우리 음식을 먹을 수가 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관광코스를 개발하던 여행사에서 요세미티 관공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 몫인, 이 근방에서 적당한 식당을 찾았으나, 실패하자, 인근에 거주하는 교민들에게 도시락을 부탁한다.

휴게소 부근, 맨 땅에서 시작한 도시락 점심이, 시간이 가면서 관광객 수가 늘자, 휴게소도, 주유소도 재미를 보기 시작한다. 이를 본 우리 아주머니들이 주유소와 휴게소를 설득하여 간이식당을 짓고, 상추, 쑥갓 등을 제공하여, 식사의 질을 높이고, 정성을 기울여 왔다고 한다. 태극기 까지 걸어 놓으니, 이제는 우리 땅이 된 느낌마저 든다.

마리포사 풍광 1

마리포사 풍광 2


내가 사는 곳이 고향이라 했던가? 좁은 땅에서 복작거리지 않고, 너른 땅에 나와 어려움을 극복하며, 꿋꿋하게 살아나가는 우리 교민들이 자랑스럽고, 눈물겹다. 12가 조금 지나, 식사를 마친 일행은, 아주머니들의 전송을 받으며 버스에 올라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2006.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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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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