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넌 관광을 마치고, 오후 1시경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버스는 다시 40번 하이웨이를 타고 이번에는 서쪽으로 달린다. 약 2시간 후 버스는 킹맨 외곽의 휴게실에서 잠시 정차한다. 킹맨(Kingman)은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 하자, 미국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을 모아, 집단수용했던 곳이다.

킹맨


용무를 마친 승객들이 차에 오르자, 버스는 68번 도로를 타고 달려, 라플린(Laughlin)을 지난다. 라플린은 콜로라도 강변의 조용한 휴양도시다. 1964년 카지노업계의 대부인 단 라플린이 자가용 경비행기를 타고 라스베가스 인근지역을 비행하던 중, 콜로라도 강가의 백사장을 유심히 살핀다. 2년 후인 1966년, 그가 제2의 라스베가스를 꿈꾸며, 이 지역을 매입하여, 14층 높이의 660개 객실을 갖춘 리버사이드 리조트 호텔을 건립하면서 조성된 도시이다.

콜로라도 강변의 휴양도시 라플린

리버사이드 리조트 호텔


라플린을 지나서 버스는 95번 U.S. 하이웨이로 들어선다. 우리는 이제 네바다로 들어온 것이다. 황량한 사막을 가로 질러, 고속도로가 먼 산까지 일직선으로 뚫려져 있는 95번 U.S. 하이웨이는 실로 장관이다. 중앙 분리대가 없이, 반대 차선과의 사이에는 너른 공간이 비어져있다. 향후 고속도로 확장용으로 마련해 놓은 예비 공간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속도로 밑에는 거대한 배수관을 묻어 놓고, 곳곳에 집수조를 만들었다고 한다. 필요에 의해, 이 넓은 사막을 개발할 때, 강물을 끌어 들여, 물을 공급하기 위한 준비라고 한다.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95번 U.S. Highway


미국을 처음 와 본 사람들은 두 가지에 놀란다고 한다. 하나는 모든 것이 큰 것에 놀라고. 다른 하나는 거미줄처럼 이어진 고속도로를 보고 놀란다고 한다. 미국은 땅도 크고, 사람들도 크고, 코크 잔, 커피 잔도 엄청 크고, 햄버거도 징그럽게 크다. 그래서 크기에 압도되고, 질려버린다.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고속도로는 Interstate Highway (洲間高速道路)이다. 이 고속도로는 외부 침략으로부터 미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군사적인 목적으로 건설됐다고 하는데, 지금은 미국의 대동맥으로 엄청난 물량을 수송하고 있다. 총 45,000 마일에 달하는 이 고속도로는 약 15,000 개의 출입구, 1,500개의 휴게소가 있고, 특별히 지정된 구간에는 5마일마다 1마일의 직선 구간을 두어 비상시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주요 Interstate Highway는 한 자리 또는 두 자리의 숫자로 표시된다. 동서로 달리는 길은 짝수, 남북으로 달리는 길은 홀수다. 동서횡단 고속도로의 짝수 번호는 서쪽 태평양연안에서부터 시작해서 동쪽 대서양연안으로 갈수록 번호가 커지고 (4번에서부터 96번까지), 남북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의 홀수번호는 미 대륙의 남단에서부터 낮은 번호로 시작하여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번호가 커진다. (5번에서부터 97번까지)

I-95(Interstate Highway 95) 고속도로는 플로리다의 남단 마이애미에서 시작해서 북쪽 메인 주 꼭대기까지 남북으로 달리는 고속도로로, 16개 주를 통과한다. 가장 긴 고속도로인 I-90은 서북부의 시애틀에서 동북부의 보스턴까지 대륙 북부를 횡단하는 고속도로인데, 그 길이가 3,085마일로, 남북한 길이의 다섯 배가 넘는다.


이런 Interstate Highway외에, U.S. Highway, State and Provincial Highway, Second State, Provincial and County Highway들이 종횡으로 달리고 있어, 미국의 총 도로 연장길이는 400만 마일에 달하고, 이는 지구를 157 바퀴 도는 거리와 맞먹는다고 한다.


1970년대 후반, 처음으로 미국에 와서 미국의 고속도로를 달려보고, 미국의 막강한 국력을 피부로 느낀 적이 있다. 그리고 이어서 떠오른 것이 '일본이 어쩌자고 이런 나라와 전쟁을 벌였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우리나라에서는 "대망"이란 제목으로 번역됨)로 잘 알려진 야마오까 소하치(山岡莊八)는 소설, "태평양전쟁"에서 1941년 12월 8일,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한 것을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 코를 할퀸 것."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유럽전쟁에 참여하기를 원하던 루즈벨트는 국내의 거센 반전여론에 부딪혀, 이 여론을 돌려놓을 구실이 필요하다. 이런 루즈벨트에게는 만주사변을 일으킨 후, 국제연맹에서 탈퇴하고, 중일전쟁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본이 좋은 먹이가 된다. 미국은 1941년 8월 1일, 석유금수(禁輸)조치로 일본의 목을 조이고, 이후 의도적으로 미태평양함대를 하와이에 집결시켜, 일본의 개전(開戰)을 치밀하게 유도했다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가가 아니니, 그 진위(眞僞)야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95번 U.S. Highway를 달리는 동안, 부질없는 상념에 잠기며, 새삼 미국이 무서운 나라라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든다.


버스가 라스베가스에 접근하더니, 이윽고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화려한 지역인 스트립(The Strip)으로 들어서서, 최근에 문을 열었다는 황금빛 Wynn 호텔을 지나, 베네시안(Venetian) 호텔 앞에 정차한다. 1999년에 25억 달러를 투자하여 지었다는 이 호텔은 이태리 베네치아를 축소해서 꾸며 놓은 2층이 유명하다. 놀랍게도 호텔 2층에서 베네치아의 하늘을 볼 수 있고, 곤돌라를 타고 운하를 오르내릴 수 있게 해 놓았다.

라스베가스 접근

라스베가스 스트립 지역 지도

Wynn 호텔

베네시안 호텔

베네시안 호텔 2층의 베네치아 - 황혼에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

쇼핑 몰

이태리식 화려한 탈을 즉석에서 만들어 판다.

운하를 따라 흐르는 곤돌라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베네치아 거리


베네시안 호텔을 나온 일행은 저녁식사도 하고, 천정 불꽃쇼를 보기위해 다운타운으로 이동한다. 라스베가스는 그 발상지인 다운타운과 다운타운에서 약 1.6Km 떨어진 신흥 지구인 스트립의 두 구역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시내버스가 24시간 두 구간을 운행한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마친 일행은 천정 불꽃쇼를 보기위해 다운타운의 메인 스트리트인 프레몬트(Fremont) 거리로 나아가 대기한다. 이곳에서는 매일 밤 7시부터 자정까지 매 시간 마다, 약 12분 정도 불꽃쇼를 연출한다. 화려한 불꽃과 웅장한 사운드로 유명해 져서, 이 쇼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고, 쇼 시작 전후에는 이 지역 교통이 완전히 차단된다.


이 천정 불꽃쇼는 신흥 스트립 쪽으로 관광객들을 빼앗기는 것이 안타까운 다운타운의 업자들이 관광객들을 다시 유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획한 것이라고 한다. 이들이 시공업자를 공모한다. 공사의 취지와 내용을 이해한 LG가 공사비를 훨씬 밑도는 최저가를 제시하여, 중국을 제치고, 공사를 수주한다. 불꽃쇼를 보는 세계 각 국에서 모인 관광객들은,(특히 젊은 연인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화려한 불꽃쇼에 매료되어, "LG! LG!"를 연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낸다.

다운타운의 메인 스트리트 프레몬트 거리 풍경 1

다운타운의 메인 스트리트 프레몬트 거리 풍경 2

다운타운의 메인 스트리트 프레몬트 거리 풍경 3

다운타운의 메인 스트리트 프레몬트 거리 풍경 4

불꽃쇼 1

불꽃쇼 2

불꽃쇼 3 - 동생 사진

불꽃쇼 4 - 동생 사진


불꽃쇼 구경을 마친 일행은 벨라지오(Bellagio) 호텔의 분수쇼와 실내정원, 그리고 미라지(Mirage)호텔의 화산쇼를 보기 위해 버스에 올라 다시 스트립으로 향한다. 벨라지오 호텔에 도착한 일행은 우선 호텔 앞, 넓은 인공 호수에서 음악에 맞추어 펼쳐지는 분수 쇼를 본다. 음악에 맞추어 형형색색으로 춤을 추는 물줄기들이 환상적이다. 호텔 안으로 들어선다. 1층 너른 공간 안쪽에 정원을 만들어 놓았다. 가지각색의 꽃들이 만발해 있다. 약 2,500여 평의 정원에 1,200여 가지 꽃들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계절마다 정원의 모양이 바뀌는데, 라스베가스에도 중국인들의 영향력이 커서, 매해 춘절에는 완전히 중국식 정원으로 꾸며진다고 한다.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 - 동생사진 , 뒤로 발리스 호텔이 보인다


미라지 호텔로 이동한다. 역시 크고 화려한 호텔이다. 호텔 정면에서 폭포수처럼 물이 떨어져, 도로 경계까지 이르는 넓은 호수로 흘러내린다. 화산쇼를 보려면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귀중한 시간을 30분씩이나 기다리며 흘려보내기 보다는 그 시간에 MGM 그랜드 테마 파크를 구경하자는 가이드의 제안에 따라 버스에 올라, 빠리의 에펠탑, 개선문을 축소해 놓은 빠리 광장, 맨해튼을 축소 해 놓은 뉴욕, 뉴욕 광장을 둘러보고, MGM Grand 앞에 이른다. MGM Grand는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로 5005개의 객실이 있다고 한다.

미라지 호텔

빠리광장


왼쪽으로 피라미드 모양의 검은 룩소(Luxor) 호텔이 보인다. 독특한 형태와 시설로 많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하지만, 중국인들은 하필이면 왜 무덤 속에서 자느냐고 투숙을 꺼린다고 한다. 어느덧 쥬빌리쇼를 보러가야 할 시간이다. 일행은 버스에 올라 발리스( Bally's) 호텔로 향한다. 잠시 둘러본 라스베가스의 야경이지만 그 규모가 크고, 화려하다. 보기에 따라서는 가볍고 기품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피라미드까지도 호텔로 이용하는 자유로운 발상, 거침없는 상상력의 발현, 분망한 표현 등이 가히 미국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또한 미국의 막강한 힘이 아닌가?


9시 45분 경, 쥬빌리쇼가 열리는 발리스 호텔에 도착한다. 쥬빌리쇼 관람은 80불짜리 옵션이다. 카지노장을 지나 극장으로 들어선다. 생각보다는 극장규모가 크지 않다. 쥬빌리쇼는 25년의 전통을 자랑하고. 지금의 쇼는 제작비가 6백만 불이 투입된 매머드 쇼라고 한다. 100명이 넘는 라스베가스 최고의 쇼걸들이 토플리스( Topless )차림으로 나와 1시간 45분 동안 다양하고 화려한 공연을 펼치기 때문에 영어가 전혀 필요 없고, 남자, 여자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쥬빌리쇼 선전사진(펌)

쇼가 시작되기 전, 늦은 시간인데도 극장 안의 좌석은 거의 만석이다. 10시에 쇼가 시작된다. 무대를 가득 채운 토플리스 차림의 미끈한 미녀들이 눈부시다. 이들 미녀들이 7가지 테마를 소화하는데. 각 테마마다 적게는 5개, 많게는 13개의 장면(Scene)이 전개된다.

선전사진(펌)

 

특히 잘 알려진 Act 3의 삼손과 델리라에서, 궁전이 무너지는 장면, Act 5의 타이타닉에서, 배의 침몰 장면 등이 압권이다. 완벽한 세트장, 눈 깜박할 사이에 변하는 무대 장치, 화려한 조명, 춤과 어우러진 노래,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최고의 쇼걸들이 펼치는 이 무대는 관객들에게 라이브 쇼의 재미를 한껏 선사한다. 라스베가스의 그 많은 쇼들 중에서 쥬빌리 쇼가 9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수긍이 간다.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여, 사진을 남길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쇼 구경을 마치고 다운타운 쪽에 있는 호텔로 돌아오니 12시가 넘었다. 가방을 방에 옮겨 놓고, 바로 카지노장으로 내려온다. 라스베가스 까지 와서 12시가 넘었다고 카지노장 구경을 생략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시간에도 카지노장에는 사람들로 붐빈다. 카지노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유리한 게임인 슬롯머신 앞에 집사람과 나란히 앉는다.


한 시간여 만에 50불을 날리고,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니, 새벽 3시다. 아침 6시 30분에 모닝콜을 한다고 하니, 3시간 남짓 잘 수 있겠다. 길고 긴 하루였다.

 


(2006. 6. 6.)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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