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9일 오전 8시 30분, 조은관광에서 가이드가 나와 우리 일행 6명을 본사로 안내한다. 조은관광은 교민이 운영하는 관광회사로 LA에 본사, 서울에 지사를 두고 있다. 주로 교민을 상대로 80여개가 넘는 패키지 상품을 통해 세계 각 곳의 여행을 주선하고 있다.


우리는 가장 인기가 있다는 미 서부 대륙 4박5일 패키지를 이용하여, 그랜드 캐넌, 라스베가스, 요세미테, 샌프란시스코 등을 둘러보게 된다. 본사 앞에는 60인승 대형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여행객들이 다양하다. 한국에서 온 여행객은 우리 일행 6명 이외에, 2박 3일의 하와이 관광을 마치고 합류한 10여명의 교회단체 관광객들뿐이고, 그 외에는 모두 교민들이다. 캐나다에서 온 모녀, 호주에서 온 가족들이 있는가 하면, 70대 노부부에서부터 3~4세 어린이들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56명의 관광객들이 차례로 버스에 올라, 내일 그랜드캐넌을 구경하기 위해 애리조나의 프래그스탶(Flagstaff)으로 향한다. 그랜드캐넌의 관문은 윌리암스(Williams)이지만 이미 호텔들이 만원이라. 프래그스탶까지 간다는 설명이다. 버스로 9시간~10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최신형 60인승 대형버스는 장거리용이다. 화장실이 있는 건 물론이고, 창문은 여닫을 수가 없게 밀폐돼 있어, 환기는 컴퓨터가 제어하는 환기구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땅콩껍질 등 부유물질의 차내 반입이 금지되고, 카펫이 깔린 버스바닥에 음료수가 엎질러지면, 역시 컴퓨터 작동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뚜껑 없는 음료수 용기의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버스 1

버스 2


버스가 코리안 타운의 중심가인 올림픽 로드(Oylimpic Road)를 지난다. 가이드는 코리안 타운에 한국국제공원이 생기고, 다울정이라는 정자가 세워진 과정을 설명한다. 이윽고 버스는 10번 하이웨이를 기분 좋게 달린다. 과연 최신형 장거리용 버스라 흔들림이 없고 승차감이 좋다.


버스가 15번 하이웨이로 접어들자 주위 풍광이 달라진다. 끝없는 황무지가 이어진다. 가까이 헐벗은 구릉지가 보아고 그 앞으로 끝없이 길게 이어지는 기차가 달린다. 멀리 흰 눈을 이고 있는 산들이 웅장하다. 거대한 모하비(Mojave) 사막의 남단에 들어선 것이다. 연간 강수량이 130㎜를 넘지 않는 면적 38,000㎢의 이 모하비사막은 북쪽은 시에라네바다산맥과 죽음의 계곡, 남쪽은 샌버너디노산맥, 남동쪽은 콜로라도사막에 접하고 있다. "모하비"는 인디안 말로 "생명"이라고 한다. 황량한 사막에서 콜로라도 강을 발견한 인디언들이 "모하비!"라고 외친 것이 이 사막의 이름이 되었다는 설이다.

 

모하비사막의 위치 - 퍼온 사진

불모지처럼 보이는 이 땅을 미국인들은 후손들을 위해 저축해 놓은 땅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미국의 인구는 현재 약 3억, 인구가 8억까지 늘 때에 대비하여, 서서히 개발한다고 한다. 너른 사막에 관계시설을 하여, 하루에 2회 스프링클러가 자동으로 작동 한다. 세계 최대의 태양열 발전소를 건설하고, 사막 곳곳에 농산물 시험재배를 행한다. 해병대 신병 훈련소가 있는가 하면 에드워드 공군기지가 있고, Air Force One의 지하 이륙장도 이곳에 있다고 한다. 50년 동안은 부식하지 않는 자연 조건을 이용하여, 미국 정부는 중고 비행기들을 이 사막 가운데 보관하여, 매매를 하거나, 폐기하여 부품을 재활용하는 비행기 무덤을 만들었다.

사막을 달리는 길고 긴 기차

흰 눈을 이고 있는 시에라네바다산맥

모하비사막의 풍광 1

모하비사막 풍광 2

모하비사막 풍광 3

중고 비행기 매매장 - 퍼온 사진


버스는 2시간여를 달려, LA에서 123 마일 떨어진 바스토우(Barstow)에 도착한다. 바스토우는 모하비사막의 중심 도시로, 캘리포니아의 풍성한 농산물을 동부로 실어 나르는 교통의 요지다. 15번 하이웨이, 40번 하이웨이, 58번 주(州)도로가 지나가고, 기차가 통과한다. 모하비사막을 달리면서 길고 긴 기차 행렬을 보고, 차량 수를 헤아려 보지만, 20량~30량을 세면 고작이다. 가이드가 차량을 파악하는 요령을 알려 준다. 기관차 하나가 대체로 차량 25량에서 30량 정도를 끌고 간다고 한다. 차량수를 세지 말고 기관차 수를 세는 것이 요령이란다. 보통 3개~5개 정도의 기관차들이 나란히 붙어 차량들을 끌고 간다.


장거리 여행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화장실이다. 버스에도 화장실이 있지만, 비상시를 제외하고는 사용을 제한한다. 따라서 버스는 대개 2시간 단위로 휴게실에서 정차를 해야 한다. 버스가 바스토우의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 앞에 정차하자, 승객들은 앞을 다투어 화장실부터 찾는다.


바스토우의 한국식당에서는 한식뷔페를 제공한다.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함께 나와 손님들이 불편한 것이 없나 살펴준다. 이 집의 손자가 웨스트포인트에 수석으로 입학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있어서, 할머니를 보고, "축하 합니다." 라고 아는 체를 하니,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 함빡 웃음이 번진다. 이 곳 황량한 모하비사막까지 와서 뿌리를 내린 한민족의 애환이 담긴 웃음이다.

바스토우의 한국식당


식사를 마치고, 주변의 사진을 찍는다. 내려 쪼이는 태양열이 뜨겁다. 하지만 그늘에 들어서면 서늘한 것이 더운 줄 모르겠다. 12시 40분 경 식사를 마친 일행들은 다시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이제 40번 하이웨이로 갈아타고 동쪽을 향해 달린다. 버스가 니들스(Needles)에 접근한다. 멀리 시험재배를 하는 푸른 농장이 보이고, 니들스 마운틴이 가까이 다가온다. 이윽고 버스는 콜로라도 강을 건너 애리조나로 들어선다.

바우토우 풍경 1

바스토우 풍경 2

푸르게 보이는 시험재배 농장

멀리 보이는 니들스산

가까이 찍은 니들스산

콜로라도 강을 건넌다.


바스토우의 한국식당을 떠난 지 2시간이 조금 넘었다. 화장실을 들러야 할 시간이다. 콜로라도 강을 건너, 애리조나로 들어서서, 바로 휴게소를 찾아 들어선다. 웬일인지 휴게소 주유소에는 오토바이 폭주족들로 가득하고, 휴게소 앞, 너른 도로에는 헤드라이트를 밝힌 오토바이들이 굉음을 내면서 질주하고 있다. 무슨 행사가 있는 모양이다. 가까이 가보니 폭주족들은 머리가 허연 늙은이들이다. 뒷자리에는 할머니가 타고 있다. 가이드 말로는 미국에서는 은퇴한 노인들이 스피드를 즐긴다고 한다.

휴게소 옆 이정표

헤드라이트를 밝히고 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족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는 폭주족들 - 수염이 허옇다.


건장하게 생긴 노부부에게 다가 가, 사진을 찍어도 좋겠냐고 물으니 오토바이 앞에서 선선히 포즈를 취해 준다. 그리고는 뜻밖에도 내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자기 오토바이를 타 보라고 한다. 매제(妹弟)와 나란히 오토바이에 앉아 귀한 기념사진을 얻는다. 무섭게 생긴 거한의 따듯한 마음씨가 전해온다. 미국은 철저하게 엘리트들이 지배하는 나라다. 일반 국민들이 은퇴를 한 후에도, 이처럼 아무 걱정 없이 스피드를 즐길 수 있게 나라를 다스리는 곳이 미국이다.

스피드를 즐기는 노부부

이들의 따듯한 마음 씀에 귀한 사진을 얻는다.


버스는 다시 사막을 달린다. 애리조나의 사막 풍광은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서부영화에서 본 낮 익은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버스가 킹맨(Kingman)을 지난다. 사막 가운데 멀리 도시가 보인다.

서부영화에서 본 낮 익은 풍경 1.

서부영화에서 본 낮 익은 풍경 2

서부영화에서 본 낮 익은 풍경 3

멀리 보이는 킹맨


버스는 다시 주유소에 정차한다. 거대한 화물트럭들이 정차해 있다. 너른 대륙을 횡단하며 화물을 수송하는 이들 화물차들은 흔히 부부들이 교대로 운전을 하며, 필요한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주유소나 휴게소에는 식사는 물론, 이들이 샤워를 하거나 세탁을 할 수 있고, 값싸게 숙박도 할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다고 한다.

화물트럭 1

화물트럭 2


버스는 6시 경에, 그랜드캐넌 관문인 윌리엄스에 도착한다. 전형적인 미국의 소도시라는 윌리엄스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도 Miss Kitty's Steakhouse라는 한국식당이 있다. 제법 규모도 크고 깔끔하다. 일행은 이곳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윌리엄스의 한국식당

식사 후 휴식을 취하는 여행객들 - 엄마 품에 안긴 꼬마도 보인다.

윌리엄스 풍경 1

윌리엄스 풍경 2


저녁 식사를 마친 일행은 다시 버스에 올라 1시간 정도를 더 달려, 프래그스탶에 도착한다. 제법 큰 도시로, 가이드는 이곳이 아파지족의 마지막 추장, 제로니모의 고향이라고 알려준다. 하지만 관광시즌이 가까워지자, 이 곳 시내에서도 호텔을 잡기 어려워 일행 일부만 시내 호텔에 투숙하고, 나머지 일행은 외곽의 트레블 롯지(Travel Lodge)에서 여장을 푼다. 실내 수영장까지 갖춘 조용하고 깔끔한 숙소다.

트래블 롯지 안내판


그랜드캐넌을 보러 모하비사막을 건너, 먼 길을 달려와. 조용하고 아름다운 롯지에서 애리조나의 밤을 맞는다.

 


(2006. 5. 31.)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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