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참조

명지지맥(1) : 무리울-오뚜기령-귀목봉-명지3봉-연인산-국수당

 

2. 명지산

 

익근리 명지산 입구


가평군청에서 북쪽으로 18km 떨어져 있는, 높이 1,267m의 명지산은 경기도 내에서는 화악산(1,468m)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험난하지 않은 산세에,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이 아름다운데, 수도권에서 가깝다보니, 당일산행지로 적격이다. 가평군에서는 군립공원으로 지정하고, 산림청에서는 100대 명산으로 선정한 곳이다.

 

정상에서는 국망봉, 광덕산, 화악산, 칼봉산 등 높은 봉우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봄에는 진달래가 여기저기 많이 피어나고 장장 30여km에 달하는 명지계곡은 여름철이면 수도권 여행자들의 피서지 구실을 톡톡히 해주며 가을이면 익근리 계곡 - 승천사 - 명지폭포 구간의 단풍이 일품이다. 활엽수가 많이 자라고 있어서이다. 겨울에는 능선상의 설화가 장관이라 겨울 산행지로도 제격이다. (이상 한국의 산천에서 발췌)


이처럼 좋은 산을 아직 가보지 못했다. 하여 산행후보지 0순위로 꼽아 두고, 교통편, 산행코스, 개념도 등 필요한 자료를 항상 정비해 놓는다.


2009년 7월 4일(토).

계획했던 산행에 차질이 생기자, 산행후보 0순위의 명지산을 찾기로 한다. 흐린 날씨에 한 때 소나기도 내린다는 예보도 있고, 1000m가 넘는 큰 산이다 보니,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강행하기로 한다. 코스는 『상판리 귀목마을(2.4Km)-귀목고개(1.8Km)-3봉(0.7Km)-2봉(1.2Km)-명지산(5.4Km)-익근리』로 도상거리는 약 11.5Km이다.

명지산 등산안내도


역시 명산은 한 번에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따금씩 햇살이 비치는 흐린 날씨에 안개, 소나기, 그리고 정상에서의 운무 등으로 조망을 즐기기 못한다. 하산 길에, 명지폭포를 지나자, 날씨는 맑아지지만, 역광이라 오히려 사진 찍기만 거북하다. 적어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각 계절에 한 번씩은 와야 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명지산의 속내인 모양이다.


청량리 환승센터 1번 정류장에서 6시 30분에 출발하는 1330-44번 버스를 타려고,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부산을 떨지만, 지하철 7호선의 첫차를 기다리고, 두 차례나 지하철을 갈아 탄 후, 6시 28분에 청량리역에 도착하지만, 환승센터 1번 정류장을 찾느라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만 첫차를 놓치고 만다. 다음 차는 7시 20분에 있으니, 10시 20분에 현리에서 귀목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탈 수 밖에 없겠고, 그렇게 되면, 익근리에서 6시경에 출발하는 가평 행 막차를 타기가 바쁘다.


가평에서 익근리로 들어가는 버스가 9시에 있으니, 기차로 가평까지 가서 익근리에서 원점회귀 산행을 하는 방안, 오늘은 명지산을 포기하고, 도봉산이나, 북한산으로 가는 방안 등 생각이 많은데, 마침 운악산을 가려고 같은 버스를 기다리던 등산객이 7시에도 버스가 있다고 알려준다. 과연 6시 59분에 1330-44번 버스가 들어온다. 반갑게 버스에 오른다. (요금 1,700원) 버스는 7시 28분경, 도농역을 지난다. 그렇다면, 다음부터는 청량리보다는 도농역에서 승차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시간여유도 있겠다.


버스가 마석정류장에 도착하고, 승객들이 오르는데, 낮 익은 얼굴이 보인다. 3년 전, 화요맥에서 함께 산행을 했던 류주영 씨다. 역시 혼자서 명지산을 가는데, 익근리에서 오를 생각이라고 한다. 명지산이 좋아 이번이 5번째 산행인데, 내가 초행에 귀목에서 오를 계획이라고 하니 고맙게도 기꺼이 동반하겠다고 나선다.


버스는 8시 45분에 현리 버스터미널에 도착하고, 예정대로 8시 50분 발, 귀목 행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362번 국지도를 달려, 9시 15분, 종점인 귀목 정류장에 도착한다. 귀목에서 연인산으로 간다는 부부 등산객,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이 종점까지 온 승객이다. 차에서 내리니 이정표와 등산안내도가 보인다. 등산 안내도는 탐방로 폐쇄구간과 탐방로 개방구간을 구분하여 명시하고 있다.

귀목 버스정류장

이정표


9시 16분, 돌 많은 임도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1분 후, 왼쪽으로 상판리 명지산 산행 들머리의 알림이로 정평이 나 있는 벽돌집과 거대한 소나무가 보인다. 아름답다. 이어 귀목고개 2.0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9시 20분, 아재비고개 갈림길에서 부부 등산객과 작별을 한다. 오른쪽 아재비고개로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에 개망초가 하얗다.

상판리 들머리 상징

아재비고개 갈림길


돌 많은 임도가 완만한 오름세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보이는 산세가 골짜기의 깊이를 말해준다. 익근리 계곡에 비하면 보잘 것 없을 정도로 빈약한 수량(水量)이지만 골짜기로 흐르는 물은 수정처럼 맑다. 물소리, 새소리, 돌을 밟는 자신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아무 생각 없이 임도를 따라 오른다. 9시 29분, 자동우량경보시설을 지난다. 산간계곡이나 하천상류의 강우량을 자동으로 관측하고 경보발령을 하여 행락객이나 야영객들의 대피를 유도하는 시설이라고 한다.

자동우량경보시설


9시 30분, 귀목고개 1,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부드러운 산길을 걷는다. 길가 양쪽으로 하얀 개망초가 흐드러지고, 간간이 나뭇가지에 걸린 표지기도 보인다. 잠시 울창한 낙엽송 조림지역을 지나고, 두어 차례 계곡에 걸린 다리를 건넌 후, 너덜 같은 골짜기 길을 걷는다.

부드러운 산길 지나 계곡으로

낙엽송 조림지대

계곡에 걸린 다리


이윽고 등산로는 계곡을 버리고 산 사면을 따라 가파르게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내려다보이는 골짜기가 정글을 닮았다. 오래된 통나무 계단을 밟으며 가파른 사면을 구불구불 오른다. 10시 19분, 귀목고개에 올라선다. 이정표, 119 긴급연락처 등이 보인다. 왼쪽은 귀목봉 가는 길, 북쪽은 적목리로 내려서는 길이고, 오른쪽 계단길이 명지 3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정글 1

정글 2

통나무 계단길

귀목고개 이정표


물 한 모금 마시고, 오른쪽 통나무 계단 길을 오른다. 가파른 능선길이 좁게 이어진다. 땀은 나는데 더운 줄을 모르겠다. 오히려 바람이 한줄기 지나가면 써늘하게 느껴진다. 등산로 주변을 어지럽게 파 헤쳐 놓은 멧돼지들의 흔적이 낭자하고, 녀석들의 배설물이 여기저기 보인다. 오래 된 것이 아니다. 은근히 겁이 나서 호각을 입에 물고 걷는다. 수명을 다한 고목들이 여기저기 눈에 뜨이는데, 싸리나무들은 꽃 자랑이 한창이다.

싸리꽃

고목


암릉길이 이어지고 가파른 오르막에는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10시 45분, 귀목고개 0.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오늘은 시간이 많아 여유 있게 천천히 걷기는 했지만, 가파른 능선에서 시간이 꽤 걸린 셈이다. 10시 51분, 로프까지 드리워진 가파른 계단 길을 올라, 고도 약 960m 높이의 전망바위에 선다. 사방에 안개가 자욱하여 조망은 별로인데, 230도 방향으로 백둔리가 희미하게 내려다보이고, 서쪽 나뭇가지 사이로 청계산과 귀목봉이 하늘금을 긋고 있다.

로프까지 걸린 계단길

백둔리 방향의 조망

귀목봉

청계산


가파른 암릉에 설치된 나무사다리를 두 차례 오른 후, 11시 15분, T자 능선에서 왼쪽 암릉길을 걷는다. 시야를 가리는 나무들이 없어 조망이 트인 곳이지만, 지금은 안개만 자욱하다. 오늘은 처음 왔으니까, 가까운 곳만 보고, 먼 곳의 조망은 다음에 다시 와서 즐기라는 명지산의 뜻인 모양이다. 등산로는 두어 차례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더니, 11시 23분, 귀목고개 1.2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가파른 암릉에 놓여 진 나무사다리

암봉 왼쪽 우회


바위들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에 고산식물, 야생화들이 눈에 뜨인다. 등산로는 흡사 악어처럼 보이는 바위를 지나고, 두 개의 바위사이로 좁게 이어진다. 건너편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젊은이 두 사람을 반갑게 만난다. 귀목에서 올라와 3봉에서 연인산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고산 식물

야생화 1

야생화 2

야생화 3

바위 사잇길


다시 시야가 트인 암릉 길을 걷지만 안개 때문에 여전히 조망은 별로다. 다시 나무사다리를 올라, 11시42분, 이정표가 있는 명지 3봉(1199m) 너른 공터에 이른다. 귀목고개에서 1.8Km 떨어진 지점이다. 남쪽은 아재비고개를 거쳐 연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배낭을 벗어 놓고, 남쪽으로 뻗은 웅장한 능선을 구경하려고, 조금 떨어진 전망바위에 서보지만, 두 젊은이 뒷모습과 구조물만 보일 뿐이다.

암릉길

명지 3봉의 이정표

연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하지만 능선은 안개 속에 잠기고


다시 3봉 공터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한다. 땀이 식으며 추위가 느껴져 방수재킷을 꺼내 입는다. 야생화가 지천인 공터 주변이 아름답다. 노란 야생화가 눈길을 끈다. 12시 경, 식사를 마치고 뒤처리를 하는데, 소나기가 쏟아진다. 우선 바위그늘로 뛰어들어 비를 피한다. 이윽고 빗발이 가늘어진다. 우비를 입은 등산객들이 3봉에 모습을 보인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빗속을 걸어 암봉에 오르지만 보이는 것은 비구름뿐이다.

3봉 정상 주변

3봉의 야생화 1

야생화 2


2봉으로 향하는 길이 평탄하게 이어진다. 암릉 하나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12시 31분, 이정표가 있는 2봉 갈림길에 이른다. 류주영 대원은 갈림길에서 쉬고 있겠다고 한다. 소나기가 지나간 바윗길이 미끄럽다. 간간이 햇살이 비치기도 한다. 2분 후, 삼각점<일동 22, 1983 재설>과 정상석이 있는 2봉 정상(1250.2m)에 오른다. 20도 방향으로 가야할 봉우리가 안개에 휘감겨 있고, 명지산은 보이지도 않는다. 갈림길로 되돌아와 류 대원과 함께 명지산으로 향한다.

2봉 가는 길

감림길 이정표

정상석과 삼각점


12시 41분, 전망바위에 서서, 왼쪽으로 지나온 능선을, 오른쪽으로 종을 엎어 놓은 것 같은 모양의 명지산을 바라본다. 12시 46분, 등산로가 내리막으로 떨어지는 지점에서 조금 더 가깝게 보이는 명지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지나온 능선

명지산 1

명지산 2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암봉 하나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계단길을 지나, 1시 2분, 고도 1160m 정도의 직전 안부에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1시 7분, 명지산 2봉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어 정상 직전의 전망바위에 서서, 운무 속에서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는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명지산 정상을 우러른다.

정상 직전안부

지나온 능선

가까이 보이는 정상


1시 19분, 이정표가 있는 정상 갈림길을 지나, 정상석이 있는 바위에 오른다. 정상석 주변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등산객들로 붐빈다. 사방이 탁 트인 바위 위이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어 아쉽다. 가을에 다시 와서 청명한 하늘아래 시원하게 펼쳐진 멋진 조망을 즐겨야겠다. 정상석을 카메라에 담고 바위에서 내려서서, 암벽 아래에 자리를 잡고,류 대원과 함께 정상주를 마시며 간식을 즐긴다.

정상의 이정표

정상석

1시 43분, 휴식을 끝내고, 계곡을 향해 왔던 길을 되 집어 내린다. 정상의 이정표가 가리키는 익근리 방향은 4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1시 46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경사가 급한 계곡길로 내려선다. 젖은 돌길이 미끄럽다. 로프를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삼거리 이정표

급경사 돌길, 로프를 잡고 내린다.


2시 7분, 명지산 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습기가 많은 골짜기이기 때문에 안경에 김이 서려 시야를 가린다. 급경사 비탈길을 힘들여 올라오는 젊은이들 의 모습이 건강하다. 하산을 시작한지 1시간이 가까워서야 겨우 오른쪽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3분 후, 내려선 계곡에는 물이 없다. 7분 쯤 더 내려선 후에야 비로소 첫 번째 계곡물을 만난다. 고도계를 보니 635m다.

첫 번째 만난 계곡물


2시 52분, 지계곡에 걸린 다리를 건너니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4봉을 지난 후, 화채바위(1079m)에서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서면 만나게 되는 지점이다. 역시 계곡길 보다는 능선길을 택하는 것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계곡을 따라 잘 정비된 등산로가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명지계곡의 물소리가 요란하다.

지게곡에 걸린 다리

갈림길 이정표

잘 정비된 산책로


3시 9분, 이정표가 있는 명지폭포 갈림길에 이르러, 통나무 계단을 내려서서, 폭포로 향한다. 골짜기에 폭 파묻힌 작고 아담한 폭포다. 강한 음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다시 길로 올라와 편한 길을 터덜터덜 걷는다. 날씨는 맑아져 햇볕이 강하다. 예쁜 돌탑과 이정표를 지나고, 승천사에 들러 잠시 경내를 둘러본다. 4시, 매표소를 지나, 오른쪽 개울로 내려서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4시 10분 가평 행 군내 버스를 타러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명지폭포

안내문

승천사

일주문


종점 출발시간이 4시 10분인 가평 행 군내버스는 4시 20분경 명지산 입구에 도착한다. 버스에 오르니 만원이다. 가평천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다, 4시 45분 경,류 대원의 권유로 목동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청량리 행 버스시간을 물으니, 5시 15분이라고 한다. 서둘러 길 건너 자매식당에 들러, 삼겹살을 안주로 가평 잣 막걸리를 마시고, 5시 17분에 출발하는 버스에 오른다.류 대원은 마석에서 내리고, 나는 도농역에서 지하철로 바꿔 탄다.

명지산 입구 상점가

목동버스터미널


집에 도착하니 7시 45분이다.

 


(2009. 7. 6.)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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