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 시비

 

2011년 4월 3일(일)
서울가고파 산악회를 따라 모악산을 간다. 45인승 버스에 빈 좌석이 없어, 회장이 복도에 앉아있다. 가고파 산악회는 2004년 백두대간을 함께 했던 산악회다. 7월 우기를 맞아, 회원 수가 격감하여, 도중에 중단하기는 했어도 은퇴 후, 처음으로 백두대간을 함께 했던 인연이 깊은 산악회다. 백두대간을 비롯한 9정맥의 안내로 많은 회원들이 모여 한때는 잘 나가던 산악회였지만 이후 경쟁이 심해지면서 어려움을 겪더니, 이처럼 다시 호황을 맞는 것을 보니 무척 반갑다.

 

모악산은 좀처럼 갈 기회가 없어, 서 너 개 남은 미 답사 100대명산 중의 하나다. 금산사의 벚꽃, 모악산의 진달래와 철쭉이 유명하여, 아직은 다소 철이 이른 느낌이지만 가고파 산악회가 안내를 한다기에 오랜 만에 따라 나선 것이다.

 

천년 고도인 전주시 남쪽에 솟은 모악산(793.5m)은 완주군 구이면 원기리 일원에 위치하여 김제시 금산면과 경계를 이루는 명산이다. 금산사, 귀신사, 수왕사, 대원사 등을 품은 모악산은 높이 793.5m로 김제평야의 동쪽에 우뚝 솟아있어 호남평야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모악산의 조망은 과연 호남평야의 전망대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백미는 서쪽 조망이다. 멀리로 실낱같이 만경강이 꿈틀거리는 김제 옥구들녘 너머로 변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바로 아래로는 금산사를 품고 있는 눌연계곡이 금평저수지와 함께 골골샅샅이 내려다보인다.

 

북으로는 익산시와 미륵산이 보이고, 미륵산에서 오른쪽 전주시내 너머 멀리 계룡산 대둔산 종나산이 가물거린다. 정상 오른쪽(남서쪽)으로는 장근재 능선 너머로 회문봉, 무등산, 추월산, 병풍산이 아련하게 시야에 와 닿는다.

 

197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이곳에는 백제 법왕 원년(599년)에 세워지고, 10여 점의 각종 주요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금산사가 자리하고 있다. 금산사의 벚꽃은 변산반도의 녹음, 내장사와 단풍, 백양사의 설경과 더불어 호남의 4경으로 일컬어진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7시에 잠실을 출발한 버스는 10시 35분경, 모악산 관광단지 주차장에 도착한다. 잔뜩 흐린 날씨에 간간이 빗방울이 흩날린다. 배낭커버를 씌우는 등 우중산행 준비를 마치고 주차장을 나서는 기분이 착잡하다. 꽃구경도 못하는데, 조망마저 즐길 수 없으니 말이다.

관광단지 주차장 도착

 

주차장 입구의 안내판을 잠시 들여다보고, 깨끗하게 정비된 모악산 마실길을 따라 오르다, 길가에 핀 노란 꽃을 발견하고 접사를 한다. 봄은 노란색과 함께 온다더니, 빗방울을 머금은 꽃잎이 더욱 더 싱그럽다. 그렇구나! 오늘은 도처에 와 있는 봄을 마지하기에도 바쁜 날이 되겠구나.

흐린 날씨, 잘 정비된 도로

 

길가에 핀 봄의 전령

 

오늘의 산행코스는 아래와 같다. 금산사의 입장료가 3,000원이라 역코스를 취한다는 산악회의 설명이다. 『상학주차장-대원사- 수왕사-모악산 정상-북봉(H)-상원암-금산사-주차장』으로 도상거리는 약 10.5Km 정도다. 이 회장은 산행시간 5시간이면 넉넉할 터이니, 3시 30분 까지 하산하라고 당부한다.

산행코스

 

10시 41분, 대원사 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2분 후, 모악산 표지석과 모악산 시비 그리고 등산 안내도가 있는 등산로 입구에 이른다. 고은의 시, 모악산을 보면, 이 고장 사람들의 모악산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가 있다. 이어 모태정을 지나고, 전국에서 모인 많은 등산객들과 함께, 곱게 깔린 돌길을 오른다.

모악산 표지석

모태정

돌길을 오르고

 

10시 47분, 첫 번째 구름다리를 건너고, 1분 후, 탐방로 입구 이정표와 등산안내도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 계곡 길을 계속 따라 오른다. 오른 쪽은 상학능선길이다. 2시 50분, 선녀폭포를 지나지만, 전설 속에 나오는 사랑바위의 모습은 찾지를 못한다. 10시 52분, 모악산 정상 2,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나무다리를 건너면, 천일암 갈림길이다. 대원사 까지는 이제 300m가 남았다.

구름다리

탐방로 입구 이정표

선녀폭포

 

가파른 오르막 계단길이 이어지고, 저 앞 누런 대나무 숲 속에 대원사가 보인다. 대나무는 항상 푸른 줄만 알았는데, 잎이 저처럼 누렇게 변한 것은 처음 본다. 해탈교를 건너고 계단길을 올라, 11시 9분, 절 경내로 들어서자, 단아한 모습의 석탑이 반긴다. 대원사는 백제 의자왕 20년, 서기 660년에 창건된 천년고찰이라고 한다. 전북유형문화재 215호인 대웅전에 모셔진 삼존불, 유형문화재 21호로 지정된 용각부도, 그리고 민속자료 제 9호인 목각사자 등 귀한 것들을 다수 소장한 명찰이다.

대원사를 향해 돌계단을 오르고

석탑

삼존 불상, 좌로부터 아미타불, 석가여래불, 약사여래불이다.

 

잠시 대원사를 둘러보고 산행을 속개한다. 가파른 돌계단길이 계속 이어진다. 오락가락 하던 비는 멎었지만 여전히 흐린 날씨에 습도가 높아 덥게 느껴진다. 바람막이도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꾸벅꾸벅 계단길을 오른다. 산악회를 따라 단체로 온 사람들이 많다보니, 등산객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닌다.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 트랜지스터 라디오 소리, 서로 부르는 소리... 모악산이 시장바닥 같다. 11시 30분, 쉼터를 지나, 오른쪽 지능선을 따라 본능선으로 오른다.

쉼터

 

11시 45분, 수왕사 갈림길에 이르러, 잠시 왼쪽의 수왕사에 들러, 샘물로 목을 축이고,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11시 56분,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정상까지는 이제 800m가 남았다. 12시 6분, 정자가 있는 무제봉에 오르지만, 짙은 비구름으로 겨우 구이저수지가 어렴프시 내려다보이고, 정상의 송신탑이 허공에 떠 있다.

수왕사

본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무제봉

안개 속의 정상

 

12시 14분, 쉰길바위를 카메라에 담고, 키 작은 산죽길을 지나, KBS방송국에서 정상을 개방한다는 안내문을 본다. 1977년 KBS가 모악산 정상에 송신시설을 건설한 이후, 등산객들의 정상출입을 완강하게 막더니, 결국 여론에 밀려 정상을 개방하기로 한 모양이다. 반가운 소식이다.

쉰길바위

정상으로 이르는 능선길

KBS 안내문

 

12시 23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을 지나, 12시 30분경에, 표지판이 있는 모악산정상과 KBS건물 옥상에 오르지만 보이는 것은 안개뿐이고, 여기저기 좁은 공간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등산객들로 혼잡하기만하다. 서둘러 갈림길로 되돌아와 금산사를 향해 나무계단을 내려선다.

송신소 갈림길 이정표

 

모악산 정상 표지판

KBS 건물 옥상

긴 나무계단

 

서서히 안개가 걷힌다. 남서쪽으로 호남정맥에 속하는 산들이 첩첩히 모습을 나타내고, 12시 52분, 이정표가 있는 정상 삼거리에 내려서자, 안개 속에 모악산 정상이 홀연히 모습을 나타낸다. 등산객들 대부분은 이곳 삼거리에서 왼쪽 계곡으로 내려서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홀로 직진하여 북봉으로 향한다.

남서쪽으로 본 호남정맥 줄기

정상 삼거리 이정표

삼거리에서 본 정상

 

12시 52분, 헬기장인 북봉에 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다. 북봉에서 능선이 분기한다. 오른쪽은 매봉을 지나 모악지맥으로 이어지고, 금산사는 왼쪽 길로 내려선다. 이정표는 금산사까지의 거리가 4Km라고 알려준다. 북봉에서 다시 한 번 정상을 바라본 후, 왼쪽 나무계단을 내려선다.

북봉에서 본 정상

이정표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산죽길이다. 이런 산죽길은 심원암 갈림길 까지 줄곧 이어진다. 이제까지와 달리 인적이 완전히 끊긴 한적한 산죽길이 완만하게 내려서며 고도를 낮춘다. 유유자적, 온 능선을 통 채로 전세 내어 한가롭게 걷는다. 1시경, 남쪽으로 시계가 트인 바위 앉아 떡과 우유로 간식을 취하며 10분 간 휴식한다.

한적한 산죽길

간식을 들며 바라본 남쪽 조망

 

1시 33분, 고도 약 485m의 의자가 있는 봉우리을 지나고, 1시 36분, 이정표가 있는 심원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이어 전라북도 보물 제 29호로 지정되고, 탑돌이 기원 효과가 탁월하다는 금산사 심원암 북강 3층 석탑을 잠시 둘러본 후, 심원암으로 향한다. 이제야 비로소 등산객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심원암은 작은 암자다. 암자 한 모퉁이에 세워진 보살상과 암자 곁에 하얗게 핀 매화꽃을 카메라에 담고, 아름다운 편백나무 숲길을 내려선다.

상원암 갈림길 이정표

심원암 북강 3층 석탑

심원암

보살상

 

금산사로 향한다. 길가에 산수유가 노랗다. 이어 금산사 부도전을 지나고, 금강문, 천왕문을 지나, 금산사 경내로 들어선다. 경내의 고목들이 사찰의 연륜을 말해준다. 백제 법왕에 의해 599년에 창건되고, 진표율사가 6년여에 걸쳐 중창했다는 금산사는 미륵전, 오층석탑, 육각 다층석탑, 석련대, 대장전 등 허다한 문화재를 소장한 큰 가람이다.

산수유

미륵전

미륵전 안의 불상


오층석탑

육각 다층석탑

적멸보궁

탑전에서 본 경내

 

일주문을 나와 주차장에 이르니, 2시 50분이다. 산악회 버스를 확인하고, 식당에 들러, 맥주를 주문한다. 버스는 3시 4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일주문



 

 

주차장에서 멀리 본 모악산

 

봄나들이 나섰던 차량들로 귀경길 고속도로가 붐빈다. 버스는 7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각에 잠실 전철역에 도착한다.

 

 

(2011. 4. 4. )

 


 
Posted by Urim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