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산, 부처댕이봉, 알봉으로 이어진 능선

금년 겨울 날씨가 심상치 않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자취를 감추고, 벌써 보름 가깝게 한파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호남지방과 충남 서해안지역에는 연일 눈이 내려, 폭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데, 서울을 비롯한 경기지방, 강원도, 그리고 영남지역에는 건조경보, 건조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눈다운 눈을 구경하지도 못한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져가는 작금의 우리 세태를 날씨마저 흉내를 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건조한 곳은 산불방지를 위한 출입금지로, 폭설지역은 차량 진입이 어렵거나, 설중산행이 위험하여 이를 꺼리 기 때문에, 많은 산악회들이 이번 주말 산행계획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나도 금요일 오후에 예약했던 토요산행 계획이 불가피하게 취소된다는 통보를 받는다. 산행이 취소됐다는 소리를 듣고, 집사람이 "다행이네요. 날씨도 춥고 바람도 많이 분다는데……." 라며 반가워한다.

하지만 아직도 단념을 하지 못한 나는 인터넷에서 17일의 산행 계획을 몽땅 뒤져 본다. 산악회가 많기는 해도 가는 곳은 거의 비슷비슷하다. 그 중 M산악회의 금수산 산행계획이 눈에 뜨인다. M산악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산악회이지만, 금수산 산행이 마음에 들어 전화를 해보니, 예정대로 산행한다는 대답이다.

저녁을 먹고, 주섬주섬 산행준비를 하는 것을 보던 집사람이 불쑥 한마디 한다.

"못 말려. 이 추위에 알지도 못하는 산악회를 따라 산엘 가겠다니. 아는 사람도 없잖아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

내일 금수산은 최저기온 영하 14도, 최고기온 영하 6도에 북서풍이 강하게 불거라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낮선 사람들을 따라, 산행을 하겠다고 채비를 하는 내 스스로를 나도 이해할 수 없는데, 집사람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산행을 가이드 하는 M산악회는 홈페이지에서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해있는 금수산(1,015.8m)은 이름 그대로 비단에 수를 놓은 듯한 산 모습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산의 원래 이름은 백운산이었으나, 조선조 중엽 단양군수로 있던 퇴계 이황 선생께서 너무도 아름다운 가을 경치에 감탄하여 금수산으로 이름을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금수산 주능선은 상어 이빨을 연상케 하는 암릉길로 스릴 만점이다. 아름다운 산세와 충주호의 푸른 물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펼친 듯하다." 라고 금수산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의 산하에서는 금수산이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방문객 순위가 60위라고 알려준다.

알봉에서 떡갈기미재로 이어지는 능선

등산코스는 다양하지만, 아래 두 가지가 가장 대표적인 코스라 할 수 있겠다.

* 1코스 : 상천휴게소→용담폭포→망덕봉→금수산→능선→용담폭포→상천휴게소
* 2코스 : 상천휴게소→가은산→고갯골등→중계탑→금수산→망덕봉→용담폭포→상천휴게소

산악회에서는 이도저도 아닌 제 3의 코스를 택한다. <갑오고개-용바위봉-900m봉-살개바위고개-금수산-망덕봉-용담폭포-백운동-상천휴게소>. 산행소요시간은 5시간 30분이다.

2005년 12월 17일(토).
잠실역 1번 출구 쪽, 버스에서 내리니, 7시 5분이다. 산악회 버스는 7시 20분에 도착할 예정이다. 바람이 세차고,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등산모자의 귀마개를 내려 썼는데도, 금세 양 볼이 얼얼하고, 두터운 모 양말에 고어텍스 겨울 등산화를 신은 발이 시려온다. 버스를 기다리는 등산객들도 별로 눈에 뜨이지 않고, 등산객을 기다리는 설악산 행 버스, 관광객을 기다리는 설피마을 행 버스도 텅텅 비어있다.

7시 20분 정각에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승객이 몇 안 되어, 앞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따듯한 버스 안이 바로 천국이다. 버스는 몇 군데 경유지를 거쳐 중부고속도로를 달린다. 버스 안의 대원수는 20명도 채 못 되는 듯싶다. 하지만 대원들끼리는 자주 만난 듯 사뭇 가족적인 분위기이다.

8시 50분경 버스는 여주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다. 넓은 주차장이 비교적 한적하다. 그래서일까? 눈에 익은 엘리트 관광버스가 저 앞에 보인다. 혹시나 해서 다가 가보니 역시 산정산악회 백두대간 행 버스다. 대빵 님, 김한식 대장, 이영하 대장을 반갑게 만난다. 언제 만나도 반가운 대간 식구들이다.

이윽고 버스는 중앙고속도로를 버리고, 국도로 내려서더니, 금수산 이정표를 따라 지방도로로 접어들어, 구불구불 산길을 오른다. 버스는 11시 28분 갑오고개에 도착하여 정차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28 갑오고개 도착-10:52 주능선 전망바위-11:10 용바위봉-11:55 900m봉-12:45~13:05 살개바위고개, 중식-13:24~13:30 금수산 정상-14:30 망덕봉 안부-14:22 망덕봉-14:19 이정표(상천리 2.2K)-14:50 암릉지대-15:20 이정표(상천리 0.5K)-15:30 용담폭포 상부-15:45 용담폭포 하부-15:55 보문정사-16:02 상천 휴게소>> 중식시간 25분을 포함하여, 총 5시간 34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갑오고개

갑오고개는 바람이 세차다. 고개 사진을 찍고, 버스 쪽으로 되돌아오니, 노란색 두툼한 오리털 점퍼를 입은 등반대장이 앞장을 서고, 대원들이 뒤를 따라, 산행리본이 걸려 있는 왼쪽 절개지를 오르고 있다. 급히 이들 뒤를 따른다.

산악회 대표를 흔히 "회장"이라고 호칭한다. 하지만 산악회 회장과 재벌그룹 회장이 모두 회장이라고 호칭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산악회에서는 "등반대장"이라고 호칭하는 곳이 몇 군데 있다. M산악회도 "등반대장"이라고 호칭하고 있다.

오늘 산행하는 것을 보니, M산악회에서는 등반대장이 선두에서 산행을 리드하고, 후미는 젊은 대원 몇 사람이 뒤쳐져, 선두와 수시로 무선으로 교신하며 뒤 따른다. 등반대장이 선두에 서니, 선두를 제치고 앞으로 나서는 대원도 없어 보인다.

절개지를 지나, 잔설과 낙엽이 쌓여있는 가파른 산 사면을 허위허위 오른다. 오른쪽에서 불어 대는 강한 북서풍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나뭇잎을 모두 떨 군 앙상한 나뭇가지들을 스치고 불어대는 바람 소리가 거대한 파도소리 같이 밀려온다. 오른쪽 뺨이 얼얼하고, 주책없이 콧물이 뚝뚝 떨어진다.

이윽고 능선에 오르니, 바람이 더욱 거칠어진다. 가파른 능선길을 따라 고도가 점차 높아지자 왼쪽으로는 깎아지른 절벽이 이어진다. 바위 전망대 위에 선다. 갑오고개로 이어지는 도로와 가까이 이름 모르는 산이 보이고, 멀리 단양이 아득하다. 날카로운 돌들이 삐죽 삐죽 솟은 등산로는 간혹 암릉길로 이어진다. 잘 알려진 등산로가 아니어서인지 이정표 하나 보이지 않고, 등산객도 우리일행 뿐인 것 같다.

뒤돌아 본 고갯길과 이름 모르는 산

왼쪽으로 널찍한 바위 위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용바위다. 등반대장이 바위 위에서 주위를 설명해 주고, 사진도 찍어 주며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정면으로 눈 덮인 900m봉이 아름답고, 그 뒤로 보이는 금수산이 날카롭다. 오른 쪽으로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신선봉(945.3m)이 보이고, 단양 쪽으로는 시멘트 공장이 있는 곳인지 산 전체가 파 헤쳐진 모습이 흉측하다. 이윽고 후미일행이 도착하자 등반대장은 선두 팀을 이끌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용바위에서 본 900m봉과 그뒤로 금수산

단양 방면 시멘트 공장

어느 산을 가도 보통은 산행 시작 후 한 시간 정도가 무척 힘이 든다. 몸도 덜 풀린 상태에서, 절개지를 타고 오르거나, 가파른 능선 길을 올라야하기 때문이다. 용바위를 내려서서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니 등산로는 안부로 이어진다. 바람은 여전히 심하지만, 이제는 거센 바람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라, 잔설이 덮인 안부의 풍광이 평화롭게 눈에 들어온다.

안부의 잔설

900m봉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길을 오른다. 너른 산 사면이 거센 북서풍을 막아주나 보다. 이곳은 바람이 없다. 선두 팀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지고, 후미일행은 아직 뒤 따라오는 기색이 없다. 중간에 홀로 쳐져서, "사박사박" 물기가 하나도 없이 얼은 눈을 밟으며, 천천히 오르막을 오른다.

오늘같이 험한 날씨에, 아는 사람도 없는 곳을 왜 홀로 따라왔을까? 아마도 습관인 것 같다. 은퇴 후 2년 가까이 토요일이면 빠짐없이 산을 찾다보니, 토요일만 되면, 거의 습관적으로 산을 찾도록 돼 버린 모양이다. 이 외에는 이유를 설명할 적당한 말이 없다. 남으로 향하던 능선길이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가 싶더니 900m봉 정상에 이른다.

900m봉에서 역시 선두 팀이 간식을 들면서 후미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900m봉은 능선 분기봉으로, 왼쪽으로 가면 금수산, 오른쪽은 신선봉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주위의 나무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신선봉 쪽에서 등반 대장이 올라온다. "그 쪽으로 가면 신선봉이 보이나요?" 라고 물으니, "한참 가야해요."라고 대답한다.

선두 팀이 쉬고 있는 동안 신선봉을 카메라에 담아보려고 신선봉 쪽 능선 길로 내려선다. 한참을 가도 조망은 별로다. 할 일 없이, 900m봉으로 되돌아오니, 후미 일행이 도착하고, 선두 팀은 이미 출발한 후다. 선두 팀을 따라 금수산으로 향한다. 등산로는 비탈길을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주위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하다. 바람은 여전하지만 소나무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는 지금은 잔잔한 해풍소리로 변한다.

뒤돌아 본 900m봉

왼쪽으로 우뚝우뚝 암봉들이 솟아 있다. 등산로는 얕은 암봉은 지나지만 높은 봉우리들은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암릉길에서 길 찾기가 쉽지 않고, 암봉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절벽이 까마득하다. 다시 거대한 암봉이 앞을 막아서고, 등산로는 크게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우회하는 등산로에서 오른쪽으로 지나온 900m봉과 용바위봉이 아름답다.

900m봉과 용바위봉

멈추어 서서 이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여유 있게 조망을 즐기며 산행을 하시는군요." 어느 틈에 쫓아 왔는지 젊은 대원 한 사람이 다가온다. "능선길과 우회로가 자주 교차하여 길 찾기가 쉽지 않던데……."라고 혼자 소리로 후미 일행을 걱정하자, "걱정하지 마세요. 유능한 후미대장들이 있으니까요."라고 응해온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 눈 쌓인 완만한 오름 길로 이어진다. 산세가 바람을 막아, 이곳에는 바람도 없다. "바람이 없으니, 하나도 안 춥네요. 아! 상쾌하다. 이 맛에 산행을 하지요."라고 젊은이가 즐거워한다. 등산로는 오름세가 끝나더니 골짜기로 떨어진다. 오른쪽으로 거대한 암벽이 바람을 막아준다. 살개바위고개 바로 아래다.

좁은 등산로에 선두대원들이 길게 늘어 앉아 점심채비를 하고 있다. 이때가 12시 45분경이다. 등반대장이 위로 올라가면 점심 먹을 곳이 없으니, 이곳에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나도 좁은 곳에 터를 잡고 앉아 보온 도시락을 푼다. 손이 시리다. 다시 장갑을 끼고, 더운 국에 밥을 말아 점심을 먹는다. 이윽고 후미 일행이 도착하여 합류한다.

살개바위고개 아래 둥산로에서 점심 채비

후미 일행이 식사를 마치는 것을 보더니, 등반대장이 선두 팀을 이끌고 먼저 출발한다. 식사가 늦은 나는 후미 일행과 함께 출발한다. 골짜기에서 올라서니 바로 살개바위고개다. 바람이 엄청나다. 이정표가 서 있다. <해발 880m, 금수산 0.3K, 상천 3.3K, 상학 2K>. 오늘 처음 만나는 이정표다.

 

살개바위고개 이정표

왼쪽 암릉길을 따라 금수산으로 향한다. 바로 바위 전망대에 선다. 조망이 기가 막히다. 서쪽으로 충주호가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월악산이 뚜렷하다. 오른 쪽으로는 망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부드럽고, 다시 그 오른 쪽으로 신선봉과 저승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날카롭다. 거센 바람 속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손이 무척 시리다. 동상 걸릴까 겁이나 서둘러 다시 장갑을 낀다.

신선봉과 저승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망덕봉 가는길

 

가까이 본 금수산 정상

사진을 찍는 동안 후미대장들도 앞서 나가고, 최후미로 쳐져 계단에 이른다. 계단에서 보는 서쪽, 북쪽, 그리고 가까이 보이는 금수산 정상 부위를 다시 카메라에 담고, 서둘러 계단을 내려선다. 정상에 들렀다 망덕봉으로 향하는 일행들이 계단을 오르며, 정상이 바로 코앞이라고 일러준다.

1시 24분 경 정상에 오른다. 후미 일행이 정상에 머물고 있다. 바람이 사납지만 정상에서의 조망에 팔려, 사방을 둘러보며 주위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후미일행들도 하산하고 선두대장들이 기다리고 있다. "사진을 너무 많이 찍으시는 군요." 선두대장 한사람이 핀잔을 준다.

금수산 정상석

 

975m 암봉

 

충주호와 망덕봉

온 길을 되돌아 망덕봉으로 향한다. 2시경 안부에 도착한다. 이정표가 나무에 매달려 있다. <정상 1K, 어름골 2K, 상천 휴게소 2K, 망덕봉 0.5K> 당초 계획은 이곳에서 왼쪽으로 하산하는 것이었지만, 시간도 충분하니, 망덕봉에 들러보자고 제안을 하자, 후미대장이 선두대장에게 무선으로 교신을 한다. 선두 팀도 망덕봉에 있으니, 따라오라는 대답이다.

안부 이정표

2시 10분 경 후미 일행도 망덕봉에 오른다. 망덕봉에서는 사방이 나무로 가려져 조망이 별로다. 간식을 들면서 한 동안 쉰 후, 2시 15분 경, 일행이 모두 함께 능선길을 택해 백운동 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2시 19분 상천리 2.2Km를 알리는 해발 880m 지점의 이정표를 지나 암릉길로 접어들자 좌우의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망덕봉 팻말, 나뭇가지 사이로 금수산이 보인다.

왼쪽으로 눈 덮인 금수산이 우람하고, 그 오른쪽으로 부처댕이봉, 알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힘차게 흐른다. 서쪽으로는 충주호와 월악산, 그 왼쪽 너머로 백두대간의 긴 능선이 아련하다. 가까이로는 망덕봉에서 독수리바위, 족두리바위로 이어지는 바위능선이 아름다운 자세로 충주호에 잠겨든다.

하산하며 본 금수산

 

 

망덕봉에서 흘러내린 아름다운 암봉

충주호와 멀리 백두대간 능선

알봉과 그 오른쪽으로 중계탑

 

초경동과 가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암릉길이 이어지며 전망 좋은 곳이 계속되자 후미대장들도 사진을 찍느라 행보가 늦어지는 것이 내게는 무척 다행이다. 이윽고 10여 미터 가까운 직벽에 이르고, 로프에 매달려 직벽을 내려서니, 등반대장이 왼쪽 능선 길 위에서 그 쪽으로 오르라고 부른다. 다른 대원들은 오른쪽 계곡 쪽으로 내려갔는지 보이지 않고, 이제 등반대장과 세 사람의 후미대장, 그리고 나를 포함하여, 5명이 능선길을 계속 타고 내린다. 조망이 좋은 곳에서 등반대장이 후미대장들의 사진을 찍어 준다.

충주호의 은파, 뒤로 월악산

족두리 바위

암릉길의 고사목

3시 20분 해발 400m, 상천리 0.5Km를 알리는 이정표 앞에 선다. 등반대장이 다른 대원과 교신하며, 계속 골짜기를 따라 하산하여 상천리 휴게소로 가라고 지시하고, 우리들은 능선길을 따르다가, 오른쪽 바위 위로 내려선다. 이곳이 바로 용담폭포 윗부분이다. 신기하게도 커다랗게 움푹 파인 돌 웅덩이에 맑은 물이 고인 곳이 나란히 이어져 있다. 물이 일단 이곳에 고였다, 넘쳐흘러 폭포로 떨어지나 보다.

해발 400m 지점 이정표

용담폭포 윗부분

용담폭포는 금수산 비경 중 제 1 경이라 한다. 높이 30여 미터 직벽에서 떨어지는 폭포 모양이 용의 승천 모습과 같고, 주위의 암벽과 노송, 동백나무 숲과 어우러져 가히 절경을 이룬다고 한다. 등반대장은 후미대장들에게 이 폭포의 상층부를 보여주고, 웅장하게 흐르는 대 슬랩에서 멋진 사진을 찍어 주고 싶어 이곳으로 안내한 모양이다.

등반대장은 너른 슬랩에서 후미대장들을 일렬로 세워 사진을 찍더니 10여 미터가 넘는 슬랩을 비스듬히 가로 질러 오른쪽 골짜기로 들어선다. 나도 안 따라갈 수 없어 슬랩을 건넌다. 경사가 급하고 곳곳에 검은 이끼가 돋아 있는 곳을 건너서려니 은근히 겁이 난다. 미끄러지면 50m가 넘는 절벽으로 추락하게 되고 결과는 보나마나 뻔하다. 젊은 후미대장 한 사람이 뒤 따라 오르며 마지막까지 후미를 받혀준다. 겨우 마음을 놓고 슬랩을 건너 골짜기 길로 내려선다.

슬랩 사면에서 용담폭포 위 물웅덩이를 내려보는 등반대장

등반대장은 폭포 아래에 이르러 역시 후미대장들 사진을 찍어 준다. 위에서 보았던 폭포가 신비하다면, 얼어붙은 폭포를 아래서 보는 모양은 장엄하다.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다시 혼자 뒤 떨어진다. 하지만 이제 다 내려왔으니 서둘 것도 없다. 주위 사진을 찍으며 혼자서 천천히 내려선다. 금수산-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산이다. 퇴계 이황 선생이 금수산이라고 명명한 가을 모습을 보기 위해 내년 가을 다시 한 번 찾아보고 싶은 산이다.

얼어버린 용담폭포

용담폭포 안내석

석양 속의 월악산

3시 55분 경 보문정사를 지나자, 골짜기 쪽으로 내려온 대원들이 눈에 뜨인다. 4시 2분 경 상천리 휴게소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올라 배낭을 내려놓고, 식사가 준비된 쉼터로 향한다. 바람은 여전히 세차게 불어대고, 바람을 막을 곳도 없는 쉼터에서 대원들이 추위에 떨며 식사를 하고 있다. 소주를 반주로 뜨거운 찌개에 더운밥을 말아 먹지만, 거센 바람으로 좀처럼 추위가 가시지 않는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버스로 되돌아온다.

버스에는 냉장고 위에 생수통을 비치하여, 뜨거운 물로 커피를 타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니 몸이 다소 풀리는 기분이다. 이윽고 후미일행이 도착하여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오른다. 등반대장이 선두에서 산행속도를 적절히 조절하니, 선두와 후미의 시간차이가 거의 없다. 버스는 4시 35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귀경버스 속의 풍경도 다른 산악회와는 좀 다르다. 산행을 마치고 귀경할 때면 뒷좌석에서는 흔히 술 파티가 벌어지지만 M산악회에서는 술 마시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다. 대신 등반대장이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자리를 넓게 잡고, 편하게 쉬며간다

충주 휴게소에서 20분 정차한 버스는 중부고속도로를 거침없이 달린다. 창문에 맺혔던 물방울들이 얼어붙어 성에가 하얗다. 톨게이트에서 많은 차량들이 붐비자, 더운 배기가스로 성에가 다시 녹아 버스 창에는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8시가 채 못 되어 버스는 잠실역에 도착한다.

(2005. 12. 18.)

Posted by Urim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