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 정상, 종각, 금호 저수지, 구미 시가지
경북 구미시와 김천시, 칠곡군에 걸쳐있는 금오산은 산세가 특이하다. 정상 일대는 분지를 이루고 있으며 그 아래쪽은 칼날 같은 절벽이 병풍처럼 솟아 있다. 정상은 월현봉, 약사봉, 보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정상 부근은 하늘로 비상하려는 새의 모습과 비슷하기도 하고 누워있는 사람의 얼굴 모습 같기도 하다. 외관이 장엄한 만큼 명소도 많은 이 산은 야은 길재선생과 고사리에 얽힌 전설로도 유명하다. 금오산의 명소로는 금오저수지, 채미정, 명금폭포, 도선굴 등이 있다.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 중의 하나다.
197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관광시설이 골고루 갖추어진 명승지이다. 정상부근에 길이 2km의 금오산성이 있으며, 단풍의 명소로 옛 부터 경북 8경의 하나로 꼽혀왔다. 정상에서 북동쪽으로는 금오저수지와 구미시, 그리고 경부고속도로와 낙동강이 내려다보이고 동쪽으로는 구미공업 단지, 북서쪽으로는 효자암, 제석봉, 국사봉이, 북쪽으로는 선산읍이 조망된다.
금오산은 1978년 10월5일 자연보호헌장을 박정희대통령이 처음으로 공포한 곳이기도 하다. 금오산 자락인 구미시 상모동에서 태어난 박 대통령이 해발 400m 고지에 있는 높이 27m의 대혜폭포에 들렀다가 계곡 바위틈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보고 자연보호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고 한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2009년 11월 10일(화).
뉴 가자산악회를 따라 금오산을 간다. 금오산은 정맥, 지맥을 하면서 수도 없이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고 지나쳤던 산이라 모처럼 안내하는 산악회가 눈에 뜨이자 만사를 젖혀놓고 산행신청을 한다. 하지만 날씨가 수상하다. 영남지방에는 화요일, 수요일에 비가 온다는 예보다.
뉴 가자산악회는 처음이다. 혹시 비가 온다는 예보에 참석자가 적어 산행이 취소되는 것은 아닌가? 불안한 마음으로, 오전 7시, 잠실역1번 출구 버스정류장 앞에서 산악회 버스를 기다린다. 잔뜩 흐린 날씨, 바람이 불어 낙엽이 이리저리 흩날린다. 도착 예정시간인 7시 10분이 지나도 산악회 버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통상 예정시간보다 5분~10분 정도는 늦는 것이 보통이라, 20분까지는 별 생각 없이 기다렸지만 20분이 넘어도 버스가 도착하지 않아 산악회에 전화를 하려는데, 여자분 한분이 다가와 태능에서 작은 해프닝이 생겨 버스 도착이 늦어진다며 몹시 미안해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장승은 회장님이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고, 상일동을 지나 수지를 경우하자 버스에는 자리가 모자란다. 장 회장이 통로에 접의자를 깔고 앉아 간다. 무척 소탈한 양반이다. 산악회 회장들 중에는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분들도 있는데 이 양반은 그렇지가 않다.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매주 화요일 주로 명산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금강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했던 버스는 구미IC를 지나 시내로 들어선다.
날씨는 잔뜩 흐려있지만 바람은 심하지 않은 모양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나뭇잎들이 조용하다.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이 도로변에 노랗게 깔려 있다. 낙엽을 쓸어 모으고 있는 청소부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아름다운 도시다. 버스는 11시 13분, 남통고개에 도착하여 대원들을 내려준다. 샘터, 화장실 등이 정비된 너른 전망대다. 구미 시가지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고, 낙동강 건너 저 멀리 팔공지맥의 마루금이 우람하다.
고개 샘터
남통고개에서 본 구미시
오늘의 산행코스는「남통고개-효자봉(525m)-도수령-정상/현월봉(976.6m)-약사암-할딱고개-주차장」으로 도상거리 약 11Km에 산악회의 후미기준 산행시간은 5시간 30분이다. 다른 산악회에 비해 30분 정도 더 여유가 있다. 이런 점도 마음에 든다.
산행코스
산행준비를 마친 대원들이 총무님의 구령소리에 맞추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정 회장이 총무 바로 옆에서 솔선수범하며 거든다. 호흡이 척척 맞는 중년 여인들이다. 둘러서서 운동을 하는 모습이 신기했던지, 나이 드신 아저씨 한분이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서울서 왔다는 대답에 멀리서 왔다고 반긴다. 이어 효자봉 들머리를 묻는 선두대장에게 가는 길을 자세히 가르쳐준다.
스트레칭, 가운데 검은 옷이 총무님, 그 옆의 붉은 옷차림이 회장님이다.
몸 풀기를 마친 대원들은 11시 20분, 도로를 따라 걸으며 산행을 시작하고, 1분 후, 효자봉 1.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만나 산길로 들어선다. 낙엽이 쌓인 그림 같은 숲길을 후미로 쳐져서 천천히 오른다. 경사가 첨차 가팔라지고 몸이 더워지기 시작하자 대원들이 하나 둘 겉옷을 벗기 시작한다.
고개 마루턱을 넘어 산행시작
들머리의 이정표
그림 같이 아름다운 숲길
11시 36분,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에 오른다. 오른쪽이 효자봉, 왼쪽은 시영아파트로 가는 길이다. 우리가 버스에서 내렸던 곳을 이정표는 ‘형곡 전망대’라고 부르고 있다. 작은 둔덕을 하나 넘고,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왼쪽에 벤치와 운동기구들이 있는 쉼터가 보인다. 이처럼 시내 가까이에 1,000m에 가까운 명산을 가진 구미시민들은 축복 받은 사람들이다.
T자 능선의 이정표
11시 43분, 효자봉 0.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어린 소나무들이 늘어선 능선이 더욱 가팔라지며 통나무계단이 이어진다. 11시 55분, 후미대장이 기다리고 있는 정자를 지나며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성모동 방향을 굽어본다. 구미산업단지와 낙동강을 건너는 고속도로가 보인다.
가파른 통나무 계단길
박 대통령 생가가 있는 성모동 방향, 산업단지와 고속도로
12시 정각, 효자봉(525m)에 오른다. 정상 표지목, 벤치, 그리고 이정표가 보인다.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구미시가 더 넓게 보이고, 300도 방향으로는 구름을 이고 있는 백운봉(935m)이 가깝다. 12시 1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도수령으로 내려선다. 어린 소나무 숲 사이로 낙엽길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효자봉 정상 표지목
구미시와 낙동강
구름을 이고 있는 백운봉
12시 11분, 543m봉에 오른다. 회장님을 비롯한 여러 대원들이 간식을 들며 쉬고 있다. 사과와 감 한쪽씩을 얻어먹고, 낙엽 쌓인 내리막길을 앞서 내려선다. 긴 내리막이다. 한 없이 고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12시 18분, 이정표가 있는 능선안부를 지나고, 2분 후, 469.6m봉에 올라, 선두대장이 깔아 놓은 종이 표지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안부의 이정표
단풍보다 더 정감이 있는 낙엽 길
내리막길을 4~5분 정도 내려서자, 알바라며 앞섰던 대원들이 되돌아오고, 선두대장과 무선교신을 하고 난 회장님도 되돌아서라고 한다. 지도를 꺼내 방향을 본다. 진행하던 길은 서쪽방향이다. 이때까지 469.6m봉을 543m봉이라고 착각한 나는 지금 의 진행방향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들 돌아서는데 혼자서만 나아갈 수도 없어 맨 꼴찌로 쳐져 459.6m으로 되돌아와 부드러운 왼쪽 능선을 타고 내린다. 방향은 남쪽이다. 그때서야 469.6m봉을 543m 봉이라고 착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 12시 43분 돌탑, 이정표, 그리고 등산안내도가 있는 너른 도수령에 내려선다. 직진하면 정상, 오른쪽은 법성사, 왼쪽은 숭산으로 통하는 사거리다.
도수령을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대원들
도수령 이정표
숭산 가는 길
나중에 전망바위에 서서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니 능선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효자봉에서 능선이 서쪽으로 흘러 543m봉을 지나고, 이어 급하고 긴 내리막을 거쳐 한차례 고도를 낮춘 후, 469.6m봉에 이르러, 능선이 서쪽과 남쪽으로 분기된다. 우리들은 처음 서쪽의 가파른 능선으로 내려서다, 너덜지대에서 알바라고 인식을 하고, 469.6m봉으로 되돌아 와, 남쪽능선을 타고 도수령에 내려선 것이다. 이런 정황을 볼 때, 469.6m봉은 이정표 설치가 꼭 필요한 곳이라 하겠다.
지나온 능선과 알바를 한 곳
정상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른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구름에 쌓인 정상과 약사암이 보인다. 12시 58분, 밧줄이 걸린 암릉을 올라 전망바위에 서서 구미시가지와 지나온 능선을 돌아본다. 1시 10분, 피폐한 무덤이 있는 작은 둔덕에서 가야할 암봉을 카메라에 담고 완만한 길을 내려선다. 길가 공터에 대원들이 모여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합류하여 함께 식사를 한다. 움직이면 덥고 멈춰 있으면 춥게 느껴지는 날씨다. 감기 들기 딱 좋겠다. 서둘러 배낭에서 재킷을 꺼내 입는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정상과 약사암
올라야 할 암봉
1시 33분, 식사를 마치고 산행을 속개한다. 후미 대장님과 제일 뒤로 쳐져, 암릉길을 천천히 오른다. 오르막길에서는 체력소모를 줄이려고 천천히 걷는데, 지금은 식사 후라 걸음걸이가 더욱 더 유장하다. 그런데도 후미 대장님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참을성 있게 따라온다. 대단한 양반이다.
전망바위와 후미 대장님
산행은 차량운행과 닮은 점이 많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듯 앞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한다.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앞사람에게 바짝 따라 붙으면 실례가 됨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고발생의 위험이 크다. 최소 2m 정도의 거리를 두는 것이 예의다. 우측통행을 해야 하고, 오르막을 오르는 사람에게 통행 우선권이 있다.
암릉길, 너무 가까우면 앞 사람에게 부담을 주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커다란 바위들을 왼쪽,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등산로가 가파르게 이어진다. 로프가 걸려 있어 위험하지는 않지만, 이제까지의 부드러운 육산과는 달리, 암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에서 자못 스릴이 느껴지고, 시원하게 트인 조망은 산행의 재미를 배가 시킨다. 멋진 코스다.
가파른 암벽 능선에 오른쪽으로 우회로가 나 있다.
130도 방향의 조망, 낙동강과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2시 9분, 추락주의 팻말이 있는 공터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정상과 약사암이 멋지게 바라다 보인다. 2시 14분, 이정표가 있는 주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800m 떨어져 있는 정상으로 향한다. 성벽을 따라 돌 많은 등산로가 가볍게 오르내리다. 바위가 앞을 막아서면 안전하게 왼쪽으로 우회한다. 주능선에서 보는 조망이 빼어나 자주 발걸음이 멈춰진다.
추락주의 팻말이 있는 공터, 당초에는 이곳에서 식사를 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가까이 본 정상과 약사암
주능선의 이정표
성벽길 1
성벽길 2
지나온 능선 1
지나온 능선 2
190도 방향의 조망
종각과 구름다리
2시 37분, 금오산 정상 1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이어 헬기장에 내려서서 남서쪽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2시 40분, 정상(976m)에 올라, 정상석을 카메라에 담고 서둘러 약사암으로 향한다. 2시 44분, 일주문인 東國第一門을 지나 암벽 사이를 통과 한 후 계단길을 내려서서 삼성각을 구경하고 약사암 앞에 선다. 불가에서의 정진은 끝이 없는 모양이다. 이런 절벽에 둥지를 틀 듯 도장을 지어 놓았으니 말이다.
헬기장에서 본 남서쪽 조망
정상석
일주문
암벽사이 돌길
약사암
약사암이 있는 암벽을 건너 뛴 암봉에 종각을 짓고 구름다리를 놓았다. 저 아래 가뭇하게 펼쳐져 있는 속세에, 동종(銅鐘)소리를 멀리 멀리 전파시켜. 부처님의 자비를 알리겠다는 염원이 담긴 종각이다. 동국제일문 이라는 일주문의 현판이 말해주듯 과연 천하절경에 담은 처절한 염원이다.
종각과 구름다리
약사암 오른쪽의 단애
멋진 암자를 뿌듯한 마음으로 구경을 하고,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하산을 서둔다. 3시 1분, 폭포 1.8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돌길을 따라 걷는다. 3시 12분, 등산로에서 왼쪽으로 조금 떨어진 전망바위에 서서 칼다봉(584.9m)을 바라보고, 금오 저수지를 가까이 본다. 3시 14분, 이정표가 있는 마애석불 갈림길에 이르지만, 경방기간이기 때문인지, 마애석불 가는 길을 막아 놓았다
칼다봉
마애석불 갈림길 이정표
가까이 본 금오 저수지
돌 많은 길이 가볍게 오르내리며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다 보니 등산로가 넓게 벌어지고 움푹 파인 곳이 많다. 가파른 내리막을 달리며, 왼쪽으로 단풍이 아름다운 단애를 굽어보고, 3시 45분, 할딱고개 옆의 너른 전망바위에 올라 주위를 조망한다.
단풍이 아름다운 단애
전망대에서 본 도선굴과 해운사
할딱고개 알림판
이리구불 저리구불 길게 이어지는 계단길을 따라 내린다. 계곡의 단풍이 아름답다. 3시 58분, 물이 마른 커다란 폭포 앞에 내려선다. 대혜폭포(大惠瀑布)다. 대혜폭포 안내문을 카메라에 담다보니, 또 다른 안내판이 보인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7년 이곳을 방문하여 주변 청소작업을 한 것이 우리나라 자연보호운동의 시작이었다는 안내문이다. 또 한 번 박 대통령의 뛰어남에 머리가 숙여진다.
긴 계단 길
대혜폭포
대혜폭포 안내문
자연보호운동의 시작
폭포를 지나, 도선굴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위험하여 길을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보인다. 할 수 없이 폭포 쪽으로 되돌아와 하산로를 따라 내린다. 하산로 주변의 단풍이 곱다. 4시 1분, 이정표가 있는 도선굴 갈림길을 만나지만, 시간이 없어 그냥 지나친다. 이어 대혜사를 잠시 둘러보고, 하산을 서둔다. 등산로 주변에 정교하게 쌓은 돌탑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여자대원들은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하산로 주변의 고운 단풍
대혜사 대웅전
돌탑과 단풍 속의 포즈
4시 10분, 대혜문을 벗어나고, 이어 금오산성 사적비를 지나 아스팔트 도로로 내려선다. 멋진 삼나무 단풍길이 아름답다. 4시 30분, 채미정에 도착하여 회고가(懷古歌)가 음각된 돌 표지를 카메라에 담고, 건너편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먼저 내려온 후미대장의 안내로 식당으로 향한다.
대혜문
금오산성 안내판
삼나무 단풍길
채미정 입구의 돌 표지
한방 가득 대원들이 모여 앉아 뒤풀이를 즐기고 있다.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맛있는 돌솥 비빕밥으로 식사를 한다. 회원 한 분이 잘 아는 식당인 모양이다. 분위기가 좋다. 이윽고 식사가 모두 끝나고, 5시가 조금 넘어,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9.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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