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암리에서 본 구병산 파노라마

보은과 상주를 잇는 25번 국도를 오갈 때 인공위성지구국이 있는 적암리(보은군 미로면)를 지나면서 동쪽으로 병풍처럼 솟아있는 기암 괴봉의 산을 올려다보게 된다. 구병산이다. 백두대간 형제봉(828m)과 '비재' 중간지점에 위치한 '690m봉'에서 남서쪽으로 분기된 산줄기가 약 12km를 뻗어가다가 아홉 폭의 병풍을 펼쳐놓듯이 아름답게 솟구친 산이 구병산이다 봉우리가 아홉 개여서 옛날에는 구봉산이라 하기도 했다.

25번 국도에서 본 구병산

구병산의 약 1.5km에 달하는 바위능선은 기암과 준봉으로 이루어져 아름답고 아기자기하며 아찔하고 시원한 멋이 있다. 여기에 청정한 소나무들이 어울려져 그 모두가 선경 같은 한 폭의 그림이다. 가을에는 이들 기암괴봉들이 단풍과 어우러져 구병산은 더욱 더 아름답다. 산림청은 이산을 100대 명산으로 선정했다.

옛날부터 구병산은 보은현 삼산의 하나로 불렸다. 속리산의 천황봉을 지아비산(父山), 구병산을 지어미산(婦山), 삼승면의 금적산을 아들산(子山)이라 했다. 구병산에서 서쪽으로 뻗어내린 산줄기 끝에 ㅇ류난히 뾰족하게 솟아 오른 시루봉(421m)도 명물이다. 이 시루봉은 적암 마을 바로 옆 길가에 있다.

하산길, 마을로 들어서며 본 시루봉

구병산은 산꾼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산이지만, 구병산 하나만으로는 관광객 유치에 부족함이 있다고 본 보은군청에서는 1999년 5월 17일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km의 구간을 '충북알프스'로 업무표장 등록을 하고, 널리 홍보하고 있어, 이제는 충북알프스가 백두대간, 영남알프스에 못지않게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2009년 7월 30일(목).

뉴 자이언트 산악회를 따라 구병산을 간다. 평일인데도 참여인원이 40명이나 된다. 모처럼의 맑은 날씨에 산행지가 100대 명산이다 보니 반응이 좋은 모양이다. 버스가 중부고속도로로 들어서자, 산악회에서는 아침식사 대용으로 따끈따끈한 시루떡을 나누어준다.

음성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했던 버스는 청원-상주간의 30번 고속도로 바꾸어 타고, 속리산IC에서 25분 국도로 내려선 후, 10시 12분, 산행들머리인 보은군 마로면 적암리의 사기막마을 입구 공터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선두대장을 따라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10시 17분, 마을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마을입구 폐교 앞 공터 도착

오늘 코스는 『적암리 사기막마을-계곡갈림길-신선대-853m봉-792.5m봉-873.8m봉-구병산 정상-수무골-사기막마을』로 도상거리 약 8Km에 산행시간을 약 5시간 정도로 보고, 산악회는 오후 3시까지는 전원 하산 해달라고 당부한다.

산행지도

마을로 이어지는 시멘트도로를 따라 걷는다. 오른쪽으로 올돌하게 솟은 시루봉(421m)이 눈길을 끈다. 아름답다. 하지만 지금 산 아래에서는 토목공사가 한창이라, 공사가 끝나고 또 건물들이 들어서면 시루봉 주변 경관이 어떻게 변할까 걱정스러워진다. 마을회관을 지나고, 좁은 골목길을 통과하여, 개울을 따라 계곡으로 향한다. 구병산 암봉들이 구름에 가려 제법 고산 같은 풍모(風貌)를 보인다.

마을에서 본 구병산 암봉들

길가에 ‘구병산 등산로안내’와 ‘충북 알프스’ 입간판이 보인다. 10시 31분, 다리를 건너고, 구병산 포장마차를 지나 산길로 들어선다. 오른쪽으로 팔각정이 보인다. 왼쪽 너덜지대와 오른쪽 계곡 사이로 이어지는 돌 많은 길을 걷고, 10시 39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물 없는 계곡을 건넌다. 이어 갈림길을 만나, 왼쪽으로 가파른 능선을 오른다. 이 지점의 고도가 약 300m이니, 이제부터 약 580m 정도의 고도차를 극복해야 한다. 

구병산 등산로 안내도

너덜지대

갈림길 이정표

 

가파른 오르막길을 허위허위 오른다. 바람도 없는 습도 높은 능선길을 오르려니,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안경에 수증기가 끼어 시야를 가린다. 11시 22분, 고도 약 600m, 한 무리의 대원들이 쉬고 있는 지점을 통과한다.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져 여전히 가파른 능선으로 이어진다. 주능선이 가까운 모양이다. 등산로가 왼쪽 사면으로 이어지더니, 11시 35분, 주능선으로 진입한다. 충북 알프스 마루금능선이다. 왼쪽 신선대로 향한다.

가파른 능선을 한 차례 오른 후 휴식을 취하는 대원들

주능선, 왼쪽 신선대로 향한다.

 

로프가 드리워진 암릉을 오르고, 전망바위에 서서 40도 방향으로 속리산을, 170도 방향으로 산행들머리인 적암리를 굽어본다. 11시 47분, 표지석이 있는 신선대(785m)에 오른다. 넓은 암반에서 대원들이 주위조망을 즐기고 있다. 충북 알프스 능선이 동쪽으로 흐르다 갈골을 왼쪽에 끼고 북동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동쪽 끝으로는 멀리 백두대간이 남쪽으로 달리고 있다. 원경이 뚜렷하지 않아 아쉽다. 

암릉을 오르는 대원들

속리산 방향의 조망

적암리 방향

 

신선대 위의 대원들

 

 

신선대 표지석


 

충북알프스와 백두대간

신선대를 내려서서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 암릉으로 진행하여 작은 암봉을 넘고 안부에 내려선다. 왼쪽으로 우회로가 보이지만, 직진하여 암릉을 오르니, 멋진 전망바위다. 가야할 방향으로 암봉들이 우쭐우쭐 솟아 있고, 그 뒤로 구병산 정상이 멋진 모습을 보인다. 암릉과 암봉에 뿌리를 내린 청청한 소나무들과 어우러져...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다. 남쪽으로 뻗어 내리는 힘찬 지능선들, 그리고 그 아래로 펼쳐지는 평화로운 들녘... 힘들여 오른 수고를 단숨에 보상해주는 기막힌 조망이다.

 전망바위

가야할 암봉들과 그 뒤로 구병산 정상

남쪽 조망

암반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전망바위를 내려서서 능선안부에 이르니, 위험 표지판이 보인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떨어지며 암봉을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우회한다. 12시 10분, 이정표가 있는 절터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암릉을 오르며 뒤돌아 우회한 암봉을 카메라에 담고, 암봉에 선다. 하지만 직진하는 내리막길이 여의치 않다. 할 수 없이, 오른쪽 암릉으로 내려서서, 로프와 발판이 설치된 직벽을 통과하여 능선 안부에 이른다. 정면을 동봉(853m)이 막아서고, 표지기들은 오른쪽으로 우회하라고 유도한다.

위험표지판

절터 갈림길 이정표



 

 

직벽 내리막

동봉을 우회하고, 12시 30분, 이정표가 있는 본 능선에 오른다. 이정표는 동봉까지의 거리가 100m라고 알려준다. 최후미로 쳐져있지만 가까이 있는 동봉을 그냥 지나려니 아쉽다. 후미대장의 눈총을 받으며 혼자서 동봉으로 향한다. 12시 35분, 정상석이 있는 동봉에서 구병산 정상을 가까이 보고, 12시 39분, 갈림길로 되돌아와 서둘러 일행의 뒤를 쫓는다.

우회한 암봉

 

853m봉 갈림길 이정표

정상석

구병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로프와 발판이 설치된 절벽길을 내려선다. 12시 46분, 구병산 0.9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안부를 지나 오르막 능선을 오르며, 동봉과 지나온 암봉을 카메라에 담고, 암봉을 넘어 안부에 내려서서, 또 다른 이정표를 지난다. 어찌된 일인지 구병산까지의 거리가 여전히 0.9Km라고 적혀있다.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다시 만난 삼거리에서 직진하여, 봉우리 하나를 넘는다. 1시 11분, 위험 표지판이 있는 안부에서 직진하여 암릉길을 오른다.

뒤돌아 본 절벽길

이정표

동봉(우)와 지나온 능선

이정표

위험표지가 있는 안부

1시 21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내려선다. 이정표는 정상까지의 거리가 100m라고 알려준다. 직진하여 로프가 걸린 슬랩을 오르고, 암릉에서 지나온 암봉들을 다시 돌아본 후, 130도 방향으로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굽어본다. 칼날 암릉길이 이어진다. 1시 28분, 정상석, 삼각점, 그리고 이정표 등이 있는 구병산 정상에 오른다. 산행을 시작해서 약 3시간 10분이 지난 시각이다. 먼저 올라온 대원들이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정상 직전 갈림길

지나온 암봉들

곧게 뻗은 고속도로

 

구병산 정상

이정표

탁 트인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본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충북 알프스 능선이 힘차고, 남쪽으로 펼쳐진 조망이 시원하다. 정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정상주를 마시고 간식을 들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1시 38분, 왼쪽 우회로를 경유하여, 1시 44분, 갈림길로 되돌아와 오른쪽 무수골로 내려선다. 이정표는 위성지국까지의 거리가 2.5Km라고 알려준다.

충북알프스 1

충북알프스 2

남쪽 조망

갈림길 이정표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돌이 많고 미끄러운 길이다. 계곡으로 드리워진 무성한 잡목넝쿨이 정글을 방불하게 한다. 앞서 걷던 대원이 바위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다. 더욱 조심스럽게 걷는다. 이름 모를 나무에 핀 꽃이 시선을 끌어 카메라에 담는다. 2시 7분, 물 없는 계곡에 내려선다. 양쪽이 절벽인 협곡이다. 이윽고 물소리가 들린다. 미끄러운 암반을 로프를 잡고 지나고, 철계단을 내려서며 실 폭포를 본다. 깊은 협곡에 비해 빈약한 물줄기다.

이름 모를 꽃

물 없는 협곡

로프와 철계단

실 폭포

고도가 낮아지며 계곡을 따라 부드러운 산책길이 한동안 이어지고 길섶에는 산딸기가 지천이다. 이어 등산로는 돌 많은 계곡으로 내려서고, 몇 차례 물 맑은 계곡을 건넌다. 2시 47분, 시원한 계곡물로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2시 48분 계곡을 벗어나 개울을 따라 이어지는 마룻길을 지난다. 이어 구병산 2.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임도를 걸으며, 뒤돌아 암봉들을 돌아본다.

부드러운 산책길

산딸기

 

마룻길

뒤돌아 본 암봉

3시 7분, 갈림길에서 표지기의 안내로 왼쪽으로 접어들어 마을로 향한다. 위성지국안테나를 지나며 왼쪽의 구병산 연봉과 정면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시루봉을 카메라에 담고 마을을 통과한 후, 3시 15분, 하산한 대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합류하여 막걸리로 갈증을 풀고, 산악회가 준비한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

위성지국 안테나

구병산 연봉

하산한 대원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자 산악회는 수고 했다며 시원한 수박을 후식으로 내 놓는다. 버스는 4시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5번 국도에서 아름다운 구병산 연봉들을 차창 밖으로 내다본다.

 

 

(2009. 8. 1.)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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