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숲


2008년 11월 8일(토)

무주공산의 안내로 호남정맥 두봉산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고암마을(1.5Km)-말머리재(380m/3Km)-촛대봉(622.4m/2Km)-두봉산(630.5m/3Km)-개기재(290m)』로 들머리 약 1.5Km, 마루금 약 8Km, 비교적 짧은 구간이다.


늦가을의 흐린 날씨다. 귀로의 뉴스에서는 강원도 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렸다는 소식이다.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에, 발목까지 쌓인 낙엽을 밟으며, 시종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때 묻지 않은 호젓한 능선 길을 산책하듯 걷는다. 커다란 바위 하나 없는 부드러운 육산에는 잎 떨어진 참나무들이 빽빽하고, 키를 넘는 산죽 밭을 헤쳐 나간다. 비록 조망은 즐기지 못하지만, 이처럼 호젓하고 멋진 능선을 걷다보니, 아름다운 우리강산의 포근함과 부드러움에 새삼 매료되는 느낌이다.


이동거리가 멀고, 많이 알려진 명소를 지나지 않아서인지, 멋진 정맥 길의 참 아름다움을 즐기고자하는 참여자들이 자꾸 줄어들어 안타깝다. 버스는 29번 국도를 달려 화순을 지나고, 금릉리에서 58번 국지도로 접어들어, 11시 15분, '능성퇴비공장' 입간판이 서 있는 들머리에 도착한다.

능성퇴비공장 입구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15) 능선퇴비공장 입구/산행시작-(11:39) 고암촌 입구-(12:35) 주능선 진입-(12;42~12:45) 말머리재-(13:01~13;16) 봉/간식-(13:41) 467.8m봉-(13:58) 촛대봉-(14:14) 안부-(14:46~14:47) 두봉산 정상-(15:03) 장대봉 분기점-(15:31) 죽산안씨 합장묘-(15:36) 안부 사거리-(15:46) 468.8m봉-(16;04) 개기재』들머리 1시간 20분, 간식 15분 포함, 총 4시간 49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지난번에는 말머리재에서 샛점으로 하산했지만, 이번에는 고암마을에서 말머리재로의 접근을 시도한다. 넓은 비포장도로를 따라 올라, 냄새나는 퇴비공장을 지나니, 잡목넝쿨이 뒤엉킨 움푹 꺼진 골짜기가 앞을 막는다. 남자대원 몇몇이 넝쿨을 헤집고 건너편 임도로 올라서지만, 나머지 대원들은 적당한 건널목을 찾느라 우왕좌왕한다.

산행시작


이런 모습을 본 사료공장의 젊은 직원이 다가와 계곡으로 이어지는 임도는 얼마가지 않아 사리지고, 산길도 없으니, 다시 큰길 나가, 마을을 지나면 능선으로 오르는 산길이 있다며, 그길로 가라고 알려준다. 우리일행은 다시 도로로 나와, 11시 39분, 고암마을 입구에 이르러, 마을로 들어선다.

고암마을 입구


제법 규모가 있는 마을인데도 젊은이나, 아이들이 없다 보니, 마을에는 어리친 강아지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마을을 지나 무덤가에서 골짜기를 건너다 발목을 접질린 젊은 대원이 잠시 응급처지를 받고 산행을 계속한다. 임도를 따라 조금 더 오르니, 조금 전에 건너려고 시도를 했던 바로 그 골짜기에 이른다.

마을을 지나고


지도를 보면, 말머리재로 이어지는 길은 계곡을 따라 오르게 돼있다. 사료공장 직원은 그 길은 없어졌으니, 능선 길로 가라고 가르쳐 주었지만, 제대로 말머리재에 도킹하려면 결국 계곡을 따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우리일행은 계속 임도를 따라 걷는다. 개들이 아우성을 치면 짖어대는 사료공장을 지나, 무덤 여러 기가 있는 지점에 이르니, 계곡이 좌우로 갈린다.

임도 따라


방향은 오른쪽 계곡 쪽이 맞는 것 같은데 길이 없다. 희미하게 이어지는 직진 길을 따라 진행하여 다시 뚜렷한 임도에 이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성한 잡목덩굴이 엄중하게 길을 막는다. 정면 돌파가 불가능해 보인다. 할 수없이 가파른 왼쪽 사면을 바로 치고 올라 능선으로 향한다. 여자대원들이 가파른 사면을 네 발로 기듯이 힘겹게 오르면서도,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하겠느냐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12시 38분, 비로소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향한다.

 능선에 진입하여 부군의 머리에 붙은 나뭇가지를 떼어주는 부인


12시 42분, 말머리재에 이르러, 잠시 숨을 고르고, 좁게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오른다. 참나무들은 이미 잎이 거의 떨어져 앙상한데, 낙엽이 발목까지 덮이고, 낙엽 밟히는 소리가 산의 정적을 깬다. 오늘은 시종 이런 호젓한 산길을 산책하듯 여유 있게 걷는다.

말머리재


고도 약 400m 정도의 좁은 봉우리에 올라, 푹신한 낙엽 위에서 약 15분 동안 간식을 즐기고, 다시 길을 떠난다. 진달래 억센 가지가 배낭에 휘감기는 날등길을 지나고 장난치듯 낙엽을 발로 차며 부드러운 능선을 오르내린다. 1시 41분, 467.6m봉에 올라 나뭇가지 사이로 촛대봉을 바라보고, 그림 같은 능선을 따라올라, 1시 58분, 좁은 촛대봉 정상(622.4m)에 이른다. 정상 표지판과 표지기들이 보이는 평범한 봉우리다. 나뭇가지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나뭇가지 사이로 본 촛대봉

그림 같이 아름다운 능선길

촛대봉 정상


가파른 내리막 능선을 달려 내린다. 오른쪽으로 잠시 시야가 트이며 골짜기 너머로 첩첩히 이어지는 산세가 보이고, 잎새 하나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붙은 붉은 열매가 눈길을 끈다. 2시 14분, 산죽 밭이 시작되는 능선안부로 내려선다.

오른쪽 계곡과 그 뒤로 이어지는 첩첩산세

붉은 열매

능선 안부


오늘 구간에서 가장 높은 두봉산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심한 가파름은 아니지만 산죽 밭이 점점 울창해지더니 어느 사이에 훌쩍 키를 넘기며 갈 길을 방해한다. 12시 46분, 정상표지판과 삼각점이 있는 두봉산 정상(631m)에 오른다. 역시 조망은 없다.

키를 넘는 산죽 밭

두봉산 정상

땅에 떨어진 정상 표지판

삼각점


두봉산에서 한차례 내려서니 다시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지고,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뾰족한 삼각봉이 눈에 들어온다. 장재봉이 갈라지는 분기봉이다. 3시 3분, 낙엽이 가득 들어찬 벙커가 있는 장재봉(549.5m) 분기점을 지난다. 여자대원 두 분이 푹신한 낙엽 위에 앉아 과일을 들며 쉬고 있다.

장재봉 분기점


마루금은 분기봉에서 왼쪽으로 굽어내려, 화순군과 보성군의 군 경계를 따라 남으로 달린다. 여전히 아름다운 능선을 타고 이어지는 등산로는 봉우리 두 개를 넘어서며 서서히 고도를 낮추더니, 3시 33분, 통정대부 죽산안씨 합장묘로 떨어진다. 묘역에서 가야할 468.8m봉과 그 뒤로 계당산의 꼭지를 본다.

죽산안씨 합장묘

묘역에서 본 468.8m봉


부드러운 묘 길을 내려서서, 3시 36분, 숨 막히게 아름다운 사거리 안부에 이르러 직진한다. 이어 고운 산판길을 지나고, 완만한 오르막 능선을 올라, 3시 46분, 오늘 구간의 마지막 봉우리인 468.8m봉에 오른다. 삼각점이 보인다. 차 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개기재로 내려서는 숲길은 말 그대로 환상이다. 4시 4분, 818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개기재에 내려서서, 버스가 기다리는 보성군으로 향한다.

468.8m봉 정상

삼각점

사거리 안부

개기재

화순군에서 보성군으로


만추(晩秋)의 숲 속으로 시종여일(始終如一),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이처럼 호젓하고 아름다운 능선을 만나기가 어찌 쉽겠는가?  오늘 산행에 참여한 분들은 모두 축복 받은 분들이다. 4시 40분 경, 대원들이 모두 하산하자, 버스는 화순읍의 뒤풀이 장소로 이동한다.

 

 

(2008. 11. 9.)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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