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봉암 현판


2008년 8월 23일(토).

무주공산의 안내로 호남정맥 무등산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백남정재(320m/2.5Km)-북산(800m/4.5Km)-장불재(910m/2.6Km)-안양산(853m/1.2Km)-둔병재(420m)』로 마루금 도상거리 약 10.8Km에 들머리 약 0.8Km를 합쳐, 산행거리는 11.6Km 정도다.


무등산구간은 호남정맥의 백미(白眉)로 꼽힌다. 무등산(1186.8m)이 출입금지구역이라 비록 꼬막재 갈림길에서 장불재까지는 마루금을 벗어나 왼쪽으로 크게 우회하지만, 입석대, 서석대에 서면 무등산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고, 장불재에서 안양산으로 이어지는 백마능선의 암릉과 억새밭에서 보는 조망이 가히 일품이기 때문이다.


명산이기 때문인가? 무등산은 한 번에 자신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이기를 거부한다. 북산에 올랐을 때부터 운무가 시야를 가리더니 이후 하산할 때까지 가랑비가 찔끔거리며 비구름이 거치질 않는다. 암릉은 미끄러워 발걸음 마다 신경이 쓰이고, 빗물을 담은 억새밭이 대원들의 온 몸을 적신다.

 

신비로운 계절의 변화에 절로 감탄을 하게 되는 시기다. 8월 15일이 지나자 열대야로 잠 못 이루던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돌고, 한 낮의 땡볕은 여전하지만, 그늘에 들어서면 더위가 가신다. 이런 계절의 변화와 무등산이라는 명산 덕에 경유지를 모두 거친 산악회 버스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다.


버스가 호남지역으로 들어서자, 빗발이 오락가락한다. 좁은 땅인데도 이 지역에는 빗발이 굵은데, 조금 내려선 곳에는 햇살이 가득하다. 오전부터 갤 거라는 예보가 맞으려는 지 버스가 푸른 논 사이를 가르며 하얗게 이어지는 시멘트도로를 달려 무등리에 들어설 때, 비는 그치고, 비구름이 산허리를 타고 서서히 오른다. 10시 58분, 버스는 무등촌에 도착하여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무등촌 빨래터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58) 무등촌-(11:00) 산행시작-(11:16) 백남정재-(11:30) 급오름 시작-(11:53) T자, 좌-(11:55) 갈림길, 우-(11:57) 목장안부-(12:22~12:42) 북산정상/중식-(12:48) 신선대-(13:00) 꼬막재 갈림길-(13:18) 돌표지<신선대 입구>-(13:30)거리표지판<장불재3,0Km>-(14:01)이정표<장불재 1.8Km>-(14:02) 규봉암 갈림길-(14:04~14:06) 규봉암-(14:08) 규봉암 갈림길-(14:23) 거리표지판<장불재 1.3Km>-(14:25) 석불암 입구-(14:53~14:58) 장불재-(15:10) 첫 암봉-(15:39) 936m봉-(16:14) 능선 3거리-(16:32) 헬기장-(16:38~16:40) 안양산 정상-(16:49) 갈림길, 우-16:57) 억새밭 끝-(17:16) 임도-(17:24) 등산로 입구/공터-(17:25) 출렁다리-(17:30) 둔병재/버스』중식 20분 포함, 총 6시간 3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잠시 모여 단체 사진을 찍고 마을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2주 전에 내려왔던 길인데도 동네길이라서 그런지 전혀 생소하다. 이윽고 빗물에 젖은 산길로 접어들고, 11시 16분, 낮 익은 돌탑이 있는 백남정재에 도착한다.

백남정재


완만한 오르막을 거쳐 작은 봉우리 두 개를 넘자, 북산을 향한 급 오름이 시작된다. 백남정재와 북산간의 도상거리는 약 1.2Km, 고도차가 420미터에 달하니 그 가파름을 가히 짐작할 수 있겠다. 미끄러운 길을 천천히 오른다. 11시 53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650m봉 직전에서, 산악회가 깔아 놓은 표지판의 지시에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650m봉 직전, 오른쪽으로 내려서라는 표지판,


잠시 가파른 내리막을 거쳐 억새가 무성한 광일목장 안부로 내려선다. 비구름이 능선을 타고 오르다 산봉우리에 걸려 있고, 억새밭을 지나는 대원들의 뒷모습이 한결 여유롭다. "이처럼 아름다운 곳은 아껴가며 천천히 걸어야지."라며 뒤에 오는 여자대원들이 탄성을 발한다. 억새밭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서다 북동쪽으로 바라본 무등리가 그림 같다.

산봉우리에 걸린 비구름

목장 억새밭을 지나는 대원들

무등리 방향


숲속으로 들어서서 완만한 오르막 등산로를 따라 북산으로 향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운무가 짙어진다. 12시 23분, 돌탑, 삼각점, 그리고 통신시설이 있는 북산정상에 오른다. 비구름이 가득한 정상에서 송 선배를 비롯한 대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바람이 부니 춥다. 윈드재킷을 꺼내 입는다.

북산 정상

삼각점

정상의 시설물

식사


북산에서 보는 무등산 조망이 좋다는데, 주위가 온통 운무에 싸여 가시거리는 2~3미터가 고작이다. 아쉽다. 약 20분간 식사를 즐기고, 12시 42분, 송 선배와 함께 북산을 내려선다. 목장 철선을 따라 억새밭을 지난다. 철선이 오른쪽으로 굽어지는 곳에서 철선을 넘어 왼쪽 억새밭으로 진행하고, 12시 48분, 신선대에 이른다. 맑은 날씨라면, 바위에 올라 신선 기분을 내고 싶은 곳이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아니다. 사진만 찍고 신선대를 지난다.

정상에서 내려서서 억새밭을 지나고

신선대

억새밭이 끝나고 숲길이 이어진다. 나뭇가지에 표지기도 보인다. 숲을 통과하여 임도로 내려선다. 꼬막재 갈림길에 이른 것이다. 산악회가 깔아 놓은 표지판이 임도를 벗어나 묘한 방양으로 진행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두 가닥의 길이 보인다. 운무는 더욱 짙어져 1 미터 정도의억새밭만 눈에 들어올 뿐 마루금을 짐작할 능선은 보이질 않는다. 

 숲길

임도에 놓인 표지판, 누군가가 건드린 모양이다, 방향이 이상하다.


나침반을 보고 서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다행히 잠시 운무가 걷히며 오른쪽으로 능선이 보인다. 지금 걷는 길은 능선에서 멀어지며 아래로 향한다. 무등산 주능선 왼쪽 사면으로 이어진다는 우회로와는 거리가 먼 것이 분명하다. 임도로 되돌아와 임도를 따라 걷는다.

억새밭 사이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걷고


1시18분 신선대 입구 돌 표지가 있는 무등산 일반 등산로로 들어선다. 이정표도 보인다. 규봉암까지 3.3Km라고 알려준다. 돌이 많은 넓은 등산로를 빠르게 걷는다. 돌이 없는 곳에는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1시 30분, 꼬막재에서 1.9Km 떨어진 곳이라고 알려주는 거리표지판을 지난다. 인근에서 올라온 젊은 등산객이 건빵으로 먹으며 쉬고 있다가, 묻지도 않았는데, 왼쪽 길로 내려서면 멋진 폭포가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신선대 입구 돌 표지

돌 많은 등산로

거리표지판


산죽이 깔린 암릉길을 오른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짙은 비구름을 이고 있는 인계리가 내려다보인다. 1시 56분, 돌 더미에 편히 앉아 하계를 내려다보며 신선놀음을 즐기던 대원들이 술 한 잔하고 가라고 유혹한다. 하지만 입석대를 꼭 가보고 싶은 욕심에 손을 흔들고 지나친다.

암릉길

비구름이 걷히는 인계리

신선노름을 즐기는 대원들


2시 1분, 이정표가 있는 이서영평 갈림길을 지나고, 1분 후 규봉암 입구에 이르러 오른쪽 암릉길을 오른다. 2분 후, 현판 글씨가 멋진 일주문에 오르니, 왼쪽에 거대한 돌기둥 두 개가 우뚝하고, 음각된 글씨가 뚜렷하다. 절 경내로 들어서서 병풍처럼 둘러친 암봉 아래 자리 잡은 관음암을 둘러보고 시원한 석간수를 마신다.

이정표

규봉암 입구

일주문

돌기둥

관음전

요사채와 암벽

암벽 아래 전각


빗방울이 후드득 후드득 떨어지고 바람이 인다. 서둘러 규봉암을 나와 장불재로 향한다. 몇 차례 너덜지대를 건너고, 2시 25분, 석불암 입구를 지난다. 2시 47분, 장불재 0.1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쉼터에 이른다. 비에 젖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번들거린다. 가랑비가 간간이 이어지고 운무는 더욱 짙어진다.

너덜지대

석불암 입구

쉼터


2시 52분, 운무가 자욱한 장불재에 이른다. 화순군수의 환영팻말, 농무(濃霧) 속의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등산객들, 장불재 표지석이 눈에 뜨이고, 이정표는 입석대 0.4Km, 서석대 0.9Km 라고 알려주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가 봐야 헛일이다. 아쉽지만 농무를 헤치고 백마능선을 향해 비포장도롤 걷는다.

등산안내

장불재

표지석

이정표

입석대를 포기하고 백마능선으로


"컹, 컹."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농무 속에 건물이 나타난다. 한국통신 건물이다. 등산로는 건물 왼쪽 억새밭으로 이어진다. 지금부터 안양산까지의 도상거리 2.5Km는 미끄러운 암릉과 거친 암봉, 그리고 빗물을 가득 먹음은 억새밭의 연속이다. 허리까지 차는 억새밭을 조심스럽게 헤치고 나간다. 발밑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 발걸음이 몹시 조심스럽다. 첫 번째 암봉이 비구름 속에 희미한 모습을 보이고, 이어 두 번째 암봉을 지나, 세 번째 맞는 봉우리가 개념도에 표시된 936m 암봉인 모양이다.

허리를 넘는 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첫 번째 암봉


 

뒤돌아 본 암봉

936m 암봉


암릉을 내려서면 다시 억새밭이다. 시야를 가리는 나무가 없으니 맑은 날씨에 백마능선을 걷는다면 그 조망이 일품이겠다. 하지만 지금은 온통 비구름뿐이다. 이후 몇 차례 더 나타나는 암봉에는 직진로와 우회로가 함께 있다. 가랑비가 내리는 상황이라 주로 우회로를 이용하여 암봉을 통과한다. 4시 14분, 이정표가 있는 능선 3거리에 내려선다. 안양산 정상까지 1.3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또 다른 암봉

능선 삼거리 이정표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며 빗속에 의연히 서있는 멋진 노송을 카메라에 담는다. 다시 억새와 잡목이 뒤섞인 험한 길이 이어진다. 돌 뿌리에 걸려 몸이 휘청거리고, 잡목 가지가 허벅지를 아프게 찌른다. 발에 눈이 달렸으면 좋겠다. 4시 32분, 헬기장을 지나고, 다시 잠시 억새밭을 헤치고 오르니, 운무가 자욱한 너른 안양산 정상이다. 이정표와 표지석은 보이는데 삼각점은 확인하지 못한다.

노송

 

정상이 가깝다.

정상

정상석

 

이정표


휴양림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역시 억새밭이 이어지지만, 오를 때처럼 키가 크지 않아 진행이 훨씬 수월하다. 4시 49분, 바위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이어 억새지대가 끝나며, 반가운 숲으로 들어선다. 하지만 반가운 것은 잠시뿐이다. 로프가 걸린 가파른 진흙길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몸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진흙에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하산 길의 억새밭

미끄러운 하산 길


5시 16분, 표지기와 이정표가 반기는 임도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얄궂게도 가랑비는 언제 멎었는지도 모르게 멎었고, 운무도 많이 걷혔다. 5시 24분, 이정표와 등산 안내판이 있는 너른 공터에 내려서고, 출렁다리를 카메라에 담은 후, 도랑물에 신발에 묻은 진흙을 닦아낸다. 5시 30분, 삼림욕장 입구에 정차해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임도

등산로 입구 공터

출렁다리

둔병재


버스 뒤에서 회장님이 따라주는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수돗가로 나와 간단히 세수를 한 후, 진흙덩어리가 엉겨 붙은 바짓가랑이를 낚아낸다. 옷을 갈아입을 곳이 마땅치 않다. 버스로 돌아와 마른 수건으로 몸을 닦고 젖은 옷을 갈아입은 후 다시 하산주 파티장으로 끼어든다.

안양산 자연 휴양림 입구


이윽고 모든 대원들이 하산하자, 버스는 화순읍의 식당에 마련한 뒤풀이 장소로 이동한다. 새콤한 전어회 무침이 별미다. 뒤풀이를 끝낸 일행은 7시 2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귀경버스 안은 열띤 응원 장으로 변하고, 쿠바와의 야구 결승전은 인간이 아닌 신이 연출하는 감동의 드라마다.

 


(2008. 8. 25.)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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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4일 주월산 오르다 본 존제산


2009년 4얼 16일(목)

호남정맥 종주를 마무리하는 날이다. 유심천 찜질방에서 여느 때처럼 4시 30분에 일어나서 스트레칭과 샤워로 몸을 풀고, 5시 10분경, 김밥 집에 들러 치즈 오므라이스를 주문한다. (4,500원) 맛도 좋고, 양도 많다. 아침으로는 너무 양이 많아 2/3 정도로 포식을 하고 길 건너 순천대 쪽 버스정류장에서 63번 버스를 기다린다.


엊저녁에는 순천에도 제법 많은 비가 내렸으나, 지금은 비는 그쳤지만 검은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언제 또 비가 내릴지 모를 날씨다. 일기예보만 믿고 우중산행 준비를 하지 않아 걱정이다. 아직 어둠이 완전히 물러가지 않은 새벽 날씨가 쌀쌀하다. 6시가 조금 넘어 63번 버스가 도착한다.


기사 양반에게 빈계재에 내려달라고 부탁을 한다. 하지만 기사양반은 빈계재가 어딘지 모르는 모양이다. 혹시 불재가 아니냐고 묻더니, 어느 산엘 가느냐고 다시 묻는다. 백이산, 존제산을 넘는다고 하자, 백이산 등산로는 낙안읍을 지나 한참 더 가야한다고 한다. 일반등산로와 정맥 마루금이 같지 않을 터이니 기사양반의 말로는 감 잡기가 어렵다. 낙안읍 직전 고개마루턱에 내려달라고 부탁한다.


이윽고 버스가 불재를 넘는다. 기사양반이 고개를 내려서면 낙안읍이라고 알려준다. 서둘러 버스를 세워달라고 부탁하고, 버스에서 내린다. 되돌아 고개 마루턱까지 올라가 보지만 아무리 보아도 어제 하산하여 들머리를 확인했던 지점이 아니다. 물어 볼 곳도 없는 불재 주변에서 난처하게 됐다.


고개를 내려서면 낙안읍이라는 기사 양반의 말을 기억하고, 일단 낙안읍까지 가서 방법을 찾기로 하고 터덜터덜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내린다. 호남정맥을 마감하는 날의 산행인데 왠지 시작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약 15분 쯤 걸어, 어제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에 도착한다. 어제는 2~3대의 택시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지금은 택시도 보이질 않는다.


114에 물어 택시를 호출하려는데 마침 빈 택시 한대가 모습을 보인다. 빈계재까지 간다니까 다행스럽게도 택시기사가 빈계재를 알고 있다. 불재에서 내려왔던 도로와는 다른 도로인 왼쪽도로로 들어서서, 약 5분 쯤 달려 택시는 낮 익은 빈계재에 도착한다. 요금을 물으니 6,000원을 내라고 한다. 거리에 비해 다소 과한 요금이라는 느낌은 들지만 목적지에 무사히 데려다 준 것이 고마워 군소리 없이 요금을 지불하고 차에서 내린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불재는 금전산으로 오르는 고개고, 빈계재는 같은 58번 국지도를 따라 낙안을 지나 외서면 쪽으로 달리다 만나는 고개다. 버스기사의 이야기가 맞는 건데, 착각을 하고 불재에서 내린 것이 잘못이다. 7시 24분, 표지기가 걸려있는 절개지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들머리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7:24) 빈계재/산행시작-(07:39) 봉, 좌-(07:47) 570m봉-(08:04~08:05) 백이산 정상-(08:05~08:20) 알바 후 정상 회귀-(08:29) 530m봉-(08:41) 임도-(08:55) 370m봉-(09:05~09:16) 석거리재-(09:23) 묘-(09:31) 417m봉-(09:47) 참호봉-(09:51) 안부-(09:58) 봉, 우-(10:03) 묘지봉-(10:14) 벌목능선-(10;15) 임도-(10;26) 하얀집-(10:29) 임도삼거리, 좌-(10:31) 왼쪽 산길 진입-(10:33) 갈림길, 우-(10:36) 억새안부-(10:47) 490m봉, 좌-(11:01~11:27) 485.5m봉/식사-(11:39) 2차선 포장도로-(11:45) 창녕조공 합장묘-(11:47) 측백나무숲-(11:48) T자, 좌-(12:00) 주랫재』중식 26분, 알바 15분포함, 총 4시간 36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아직도 어둑한 산길을 가파르게 오른다. 7시 39분, 고도 435m 지점에서 능선은 왼쪽으로 굽어져 한동안 평탄하게 이어진다. 짙은 비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산속의 분위기가 스산하다. 7시 47분, 510m봉에 오른다. 바람에 불려 비구름이 흩어지며 눈앞에 억새로 뒤 덮인 부드러운 봉우리가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낙안읍성이 비구름 사이로 흐릿하게 내려다보인다.

510m봉

 

가야할 봉우리

 

낙안읍


비구름이 몰려오면 안개비 같은 빗방울이 옷자락을 적신다. 바람이 불어, 비구름을 걷어내자, 눈앞에 백이산이 커다랗게 다가온다. 8시 4분, 백이산 정상(584.3m)에 오른다. 넓은 정상에 정상석, 삼각점, 그리고 정상표지판 등이 보인다. 주변에는 억새가 무성하고 잡목이 없어 맑은 날에는 조망이 무척 좋겠다. 하지만 지금은 온통 비구름뿐이다.

구름이 흩어지며 백이산 오르는 등산로가 홀연히 나타난다.

 

정상표지판

 

정상석과 삼각점.


정상에서 1분 정도 머물고, 왼쪽 억새능선으로 내려선다. 나뭇가지에 홀대모 표지기, 9정맥 표지기가 보여 아무 의심 없이 내려선다. 8시 12분, 무심히 나침반을 보니, 남쪽으로 내려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 비구름에 싸여 주변 능선의 흐름은 전혀 볼 수가 없다. 지도를 꺼내 본다. 백이산에서 분기되는 능선이 세 가닥이다. 올라온 능선, 남쪽 능선, 그리고 서쪽 능선인데 마루금은 서쪽이다. 약 8분 정도 내려왔던 길을 되짚어 다시 정상으로 향한다.

알바라고 인식한 지점에서 되돌아서고


8시 20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다른 하산 길을 찾지만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나침반을 보며 서쪽을 집중적으로 훑어 나가다 보니, 비로소 가파르게 떨어지는 흙길이 보이고, 아래쪽 나뭇가지에 걸린 표지기들도 눈에 들어온다. 약 15분 정도 알바를 한 후에 다시 마루금을 찾아 들어선 것이다. 약 4분간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니, 길이 평탄해지며 울창한 송림 사이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서쪽 하산길

 

송림 숲 산책길


8시 29분, 530m봉을 내려선다. 저 아래에서 기계음이 요란하고 채석장이 내려다보인다. 8시 41분, 너른 임도로 내려선다. 왼쪽으로 채석장 경계인지, 로프가 쳐져있고 위험을 알리는 표지가 바람에 펄렁인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져 채석장 경계로프를 따라 거친 잡목 사이로 비좁게 오르내린다. 8시 55분, 370m봉에 오른다. 비로소 백이산이 모습을 보인다.

임도

 

채석장

 

모습을 보인 백이산


370m봉을 내려서서 석거리재로 향한다. 묘지를 지나며 건너편 산을 바라보고, 9시 5분, 순천시 외서면과 보성 벌교읍의 경계가 되는 석거리재에 내려서서, 27번 국도를 건너 휴게소로 들어선다. 포카리스웨트를 사고, 더운 커피를 마시며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고도가 낮아서인지, 비구름은 다소 걷혔지만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날씨는 여전하다.

석거리재

 

휴게소


9시 16분, 버스정류장 옆 절개지를 오르며 산행을 속개한다. 9시 23분, 묘역을 지나며 뒤돌아 백이산을 바라보고, 가파른 잡목 능선을 올라, 9시 31분, 417m봉에 이른다. 이어 거친 능선을 오르내린다. 잡목들의 저항이 심하고, 쓰러진 나무들이 갈 길을 방해한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추동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417m봉

 

추동저수지


9시 47분, 참호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잇달아 봉우리 두 개를 넘어, 벌목능선을 걸으며 다시 구름에 가린 백이산을 돌아본 후, 농장사이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걷는다. 타이탄 트럭 옆에서 일을 하는 젊은이 두 사람을 만나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그 중 하나가 어디서 오느냐고 묻더니 농장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퉁명스럽게 주의를 준다. 저 앞에 보이는 하얀 건물울 향해 계속 임도를 따라 걷는다.

참호봉

 

다시 구름에 가린 백이산

 

임도


임도를 따라 오르며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언덕 위의 하얀 집에 이른다. 사람이 상주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주위는 잘 정비해 놓았다. 아마도 농장 관리인이나 인부들이 잠시 머무는 곳인가 보다. 뜰에 들어서서 주위를 조망하는데 차 소리가 들리더니 아까 보았던 타이탄 트럭이 와서 멈춘다. 다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임도에는 꽃잎이 하얗게 떨어져있고 좌우에는 나무들을 정연하게 싶어 놓았다.

지나온 능선

 

하얀 집

 

임도


10시 29분, 임도 삼거리에 이르러, 표지기들이 보이는 왼쪽 길로 내려선다. 임도가 오른쪽으로 굽어 내리는 곳에 출입금지 팻말이 보이고, 왼쪽 산길에 표지기들이 요란하다. 표지기를 따라 왼쪽 산길로 들어서는데 다시 차 소리가 들리더니 차가 멈춰 선다. 아마도 농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고 계곡 따라 온 모양이다. 기분이 언짢기는 하지만 이해는 간다. 힘들여 나무나 고사리를 심어 놓은 농장을 등산객들이 마구 훼손해 피해를 본 사람들의 자구책이 아니겠는가?

임도 삼거리

 

출입금지 팻말

 

왼쪽 산길로 유도하는 표지기들

 

험한 잡목길이 이어진다. 10시 33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왼쪽은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다. 10시 47분, 490m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철쭉능선을 오른다. 양지 바른 곳인지 철쭉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11시 1분, 좁은 485.5m봉에 오른다. 나뭇가지에 준,희 님이 걸어 놓은 표지판이 보인다. 바람을 피해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한다.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는 철쭉

 

485.5m봉


점심식사를 하면서 자주 건너편 존제산 방향을 보지만, 비구름이 덮여 산의 형태도 보이질 않는다. 고민이 생긴다. 능선도 아닌 임도를 6Km나 걸어, 정상에 올라가 보아야 조망도 없을 터이고, 군부대 철수 후 유령의 집처럼 버려진 부대 막사를 통과하고, 개 무덤을 지나, 철조망을 넘어야한다는 정상통과가 맑은 날씨에도 오싹하다는데, 오늘처럼 비구름에 덮여 있을 때는 더 더욱 분위기가 고약할 터이니 선뜻 마음이 내키질 않는다. 11시 27분, 식사를 마치고 무거운 기분으로 비탈길을 내려선다. 울창한 낙엽송 숲을 지나고 11시 39분, 2차선 포장도로에 내려선다.

존제산 방향

 

포장도로


도로를 건너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고, 11시 45분, 창녕조공 합장묘를 지나면서 뒤돌아 485.5m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능선이 왼쪽으로 굽어지며 울창한 편백나무 숲을 지나고,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등산로가 벌목지대를 통과하여 내려선다. 시야가 트이며 오른쪽으로 구산리 넓은 들과 주랫재를 지나는 도로가 내려다보인다.

묘역에서 본 485.5m봉

 

편백나무 숲

 

구산리 넓은 들

 

주랫재 1

 

주랫재 2

 

주랫재 3

12시 주랫재에 내려선다. 정자가 있고,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 문학비'그리고 문학비 안내문이 보인다. 안내문에서는 "장광산(존제산)줄기와 제석산줄기는 벌교를 넓게 보듬고 있는 벌교의 상징이다."라고 했고, 문학비에서 조정래씨는 "장광산과 제석산은 태백산맥이라는 거대한 나무의 잔가지에 피어난 잎들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문학비

 

문학비 안내문


존제산으로 이어지는 아스팔트 도로입구에 백림농장 간판이 보인다. 약 2Km정도 오르면 백림농장이고, 그곳에서 임도를 따라 4Km 쯤 걸으면 존제산 정상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왠지 마음이 내키지를 않는다. 비구름이 낮게 깔린 음산한 날씨에, 아침부터 버스를 잘못 내리고, 백이산 정상에서 알바를 하는 등 집중력이 떨어지는 날이다.

존제산 가는 길

"기록들에 의하면 49년 이래 5년여에 걸친 소백, 지리 지구 공비토벌전에서 교전회수 실로 10,717회, 전몰군경의 수는 6.333명에 달한다. 빨치산 측 사망자 수는 믿을 만한 근거는 없지만 줄잡아 1만 수천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피아 2만의 생령들이 희생된 그 처절함은 세계 유격전 사상 그 유례가 드믈다." (이태의 남부군에서)

조정래 씨 말씀대로 제석산은 태백산맥이라는 거대한 나무의 잔가지에 피어난 잎에 불과하지만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억울하게 죽어간 젊은 넋들이 갈 곳을 몰라, 아직도 허공을 헤매고 있을, 존제산을 이처럼 음산한 날씨에 혼자 오르기가 겁이 난다.


한동안 망설이다 벌교택시를 부른다. 바람이 고개마루턱을 향해 분다. 차가군 바람을 맞으며, 약 20분 정도 기다리니 택시가 온다. 12시 55분, 벌교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고 (택시요금 13,000원), 1시 5분 발, 광주행 버스를 탄다. (7,800원) 광주까지는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광주 유 스퀘어에 도착하여 3시35분 발 강남 행 버스표를 끊고 (16,100원),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산 후(1,800원), 지난번에 식사를 했던 식당을 찾아 다시 돈까스를 주문한다. (5,000원)

 


(2009. 4. 24.)









at 12/24/2010 03:30 am comment

참 산행을 즐기시는 분 같습니다 갑사히 담아갑니다

 

고락산성 at 05/07/2010 07:53 am comment

형님은 대한민국 산줄기를 거의 설렵하셨군요.여전히 건강하시죠? 항상 앚지않고 있슴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 갈 기회가 있으면 한번 뵙도록 하렵니다.항상 건강을 기원합니다.오늘도 편안하시구요.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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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동편제 판소리도 듣고


2박 3일 일정으로 호남정맥 마지막 남은 구간을 산행한다. 주화산에서 시작하여 망덕산을 넘어 외망 하구에서 끝나는 도상거리 약 432Km의 호남정맥은 9정맥 중 최장이고, 서울에서의 이동거리도 멀어, 그 만큼 완주에 어려움이 따르는 정맥이다. 동호인 모임인 무주공산 산악회를 따라 2008년 1월 남진대열에 참여하지만, 성원부족으로 산행이 중단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송암 산악회의 북진행렬에 끼어들어 남북연결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래도 공백이 생긴 구간은 '나 홀로 산행'으로 메워, 이번 구간산행으로 종주 마무리를 하게 된다.


4월 14일(화) : 순천 이동, 1박. 산행 없음.

4월 15일(수) : 접치-빈계재, 도상거리 약 15Km

4월 16일(목) : 빈계재-주릿재, 도상거리 약 9Km


소요비용은 버스비 46,300원, 택시비 19,000원, 숙박비 14,000원, 식대 및 음료수 33,300원, 계 112,600원이다.


산행지역의 일기예보에는 비 소식은 없었으나, 15일 하산 후 낙안읍성 민속마을을 구경하는데 비가 내리더니, 16일에는 산행 중에 빗방울이 간간이 흩날리고 비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원거리 조망은 제로다. 이런 날씨에 마루금을 지그재그로 우회하는 임도를 6Km나 걸어, 귀신이 나올 것 같이 음산하다는 존제산 정상에 오르는 것이 겁도 나고 자신이 없어 포기한다. 따라서 주릿재에서 존재산을 거쳐 천치재까지의 도상거리 약 5Km구간을 공백으로 남겨두게 되어 아쉽다.


2009년 4월 15일(수).

유심천 찜질방 수면실에서 4시 30분에 일어나 아침 용무를 본 후, 24시간 김밥집으로 이동하여, 오늘 아침은 김치찌개를 주문한다. (4,500원). 두부를 넣고 끓인 김치찌개가 간이 맛아, 수북이 담아준 밥 한 공기를 다 비우고, 아래층 편의점으로 내려와 커피를 마시며 버스를 기다린다.


6시 2분, 생각보다 빨리 접치를 통과하는 111번 버스가 도착한다. 종점이 송광사가 돼서 그런지 이른 아침인데도 버스 안에는 승객들이 가득하다. 기사양반에게 접치에서 내려달라고 부탁한 후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시내를 벗어나자 버스는 거의 논스톱으로 달려. 6시 31분, 낮 익은 접치에 도착한다.

 
접치


구름이 낮게 깔린 흐린 날씨라 사위는 아직도 어둑한데 호남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의 소음만이 요란하다. 두월육교를 건넌다. 왼쪽으로 절개지에 걸린 철사다리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표지기들이 요란한 일반 등산로 입구가 눈에 들어온다. 잠시 망설이다. 일반 등산로 쪽으로 이동하여, 입구의 조계산 산행도를 들여다보며 진행방향을 가늠하고, 6시 36분, 산행을 시작한다.

두월육교에서 내려다 본 호남고속도로

 

일반등산로 입구

 

조계산 산행도.


6시 40분, 삼거리에 이른다. 절개지 철사다리를 오르고, 쌍묘를 지나는 맥꾼들의 전용통로와 만나는 곳이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조금 높게 자리 잡은 쌍묘에 올라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지난번 힘들게 올랐던 오성산은 새벽안개에 가려, 아랫부분의 윤곽만 겨우 보일 뿐이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 조계산으로 향한다.

쌍묘

 

되돌아 온 삼거리


정맥마루금은 신작로처럼 뚜렷한 일반등산로를 따라 남서쪽으로 이어져 영산봉 삼거리에 오르고, 그 곳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또 다른 삼거리에 서 북상하여, 장군봉으로 오른다. 접치에서 약1시간 30분~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장군봉에서 빼어난 조망을 즐기고, 남쪽으로 하산하여, 매바위, 작은 굴목재를 거쳐 큰 굴목재까지도 뚜렷한 일반등산로가 이어진다. 장군봉에서부터 약 1시간이 소요는 곳이다. 이후 장안치에 이르러 비로소 조계산 군립공원을 벗어나게 되니, 오늘 산행은 조계산 산행이라 할 수 있겠다.


"조계산(曹溪山, 884.3m)은 예로부터 소강남(小江南)이라 부른 명산으로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 폭포와 약수 등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불교 사적지가 많은 곳으로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의 하나다.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세가 부드럽고 아늑하여 험하지 않고, 전국 3대사찰 중의 하나인 송광사와 고찰인 선암사가 주능선을 중심으로 동서에 자리 잡고 있다. 선암사 둘레에는 월출봉, 장군봉, 깃대봉, 일월석 등이 줄지어 솟아있고, 선암사 계곡을 흐르는 동부계곡은 이사천으로, 남부계곡은 보성강으로 흘러든다. 따라서 절을 찾는 참배객들과 가족단위의 소풍객들로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상 한국의 산하에서 발췌)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6:31) 접치-(06:36) 등산로 입구-(06:40~06:47) 삼거리-(07:01) 두 번째 송전탑-(07:10) 비림안내문-(07:40) 공터-(08:08) 연산봉 삼거리-(08:17) 안부 삼거리-(08:29~08:43) 장군봉-(08:50~08:55) 배바위-(09:11) 작은 굴묵재-(09:28) 큰 굴묵재-(09:32) 깃대봉 오른쪽 우회-(09:36) 산죽 밭-(09:37) 낙엽안부-(09:43) 임도-(09:51) 얼레지 밭-(09:55) 산불감시초소-(10:01) 700.8m봉-(10:09) 장안치-910:25) 송전탑봉-(10:34) 헬기장-(10:50) 620m봉-(10:57) 이동통신기지-(11:09~11:10) 고동산-(11:12~11:34) 중식-(12:01) 고동치-(12:03) 갈림길, 좌-(12:07) 임도 버리고 왼쪽 능선-(12:16) 600m봉-(12:30) 안부-(12:37) 511.2m봉-(12:40) 편백나무 숲 안부-(13:16) 벌목지대-(13:21) 철책-(13:44) 빈계재』중식 22분포함, 총 7시간 1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청아한 새소리를 들으며 넓은 등산로를 천천히 따라 오른다. 이른 아침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숲속의 공기가 더 할 수 없이 상큼하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혼자 걸으며, 조계산을 통째로 독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다. 7시 1분, 두 번째 송전탑을 지나고, 신작로 같이 넓은 오르막길을 올라 7시 20분, 비림 안내문이 있는 봉우리에 오른다. 비림은 송광사 일주문 옆에 있는 비석들의 숲이라고 하는데, 이 비석들에는 불도 성취를 위해 정진한 고승들의 치열한 삶의 자취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너른 등산로, 돋아나기 시작하는 새싹으로 산속의 분위가가 상큼하다

 

비림 안내문


7시 40분, 빈 안내판이 있는 고도 약 670m정도의 공터에 이른다. 왼쪽으로 내려서는 샛길에 표지기가 보이지만, 신경 쓸 것 없다. 무조건 큰길만 따라가면 된다. 무성한 산죽 밭을 오르고, 돌길을 지나, 능선에 이르니 왼쪽으로 장군봉보이고,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져, 8시 8분, 연산봉 삼거리에 도달한다. 오른쪽 연산봉 쪽으로 표지기들이 많이 걸려있다.

산죽길 우회로

 

장군봉

 

연산봉 갈림길


왼쪽 평탄한 길을 따라 장군봉으로 향한다. 시야가 트이며 60도 방향의 운무 위로 산봉우리들이 섬처럼 떠 있다. 8시 17분, 안부 삼거리에서 직진하여,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오름길을 오른다.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파란 하늘과 운무를 배경으로 연산봉이 고운 자태를 뽐내고, 300도 방향에 운무 사이로 고개를 내민 산봉우리들이 장관이다.

60도 방향의 조망

 

3거리 안부

 

연산봉

 

300도 방향의 조망


8시 29분, 정상석, 삼각점<순창 11 1991 재설>, 돌탑 그리고 이정표가 있는 장군봉(884.3m)에 선다. 서쪽의 연산봉을 제외하면 사방이 온통 구름바다다. 장관이다. 이른 아침이라 장군봉도 독차지다. 마치 구름 위에서 노니는 신선이라도 된 기분이다. 정상주 두어 모금을 마시며 모처럼의 행운을 자축한다.

장군봉

 

이정표

 

돌탑

 

운무 1

 

운무 2


8시 43분, 아쉬움을 남긴 채, 작은 굴목재로 내려선다. 가파른 돌길을 지나, 8시 50분, 안내판이 있는 배 바위에 이르러, 로프에 매달려 배 바위 위에 오른다. 지금은 운무에 가려 장군봉과 연산봉만을 보지만 맑은 날에는 조망이 빼어나겠다.

배 바위

 

배 바위 전설

 

배 바위 오름길

 

배 바위에서 본 장군봉

 

연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연산봉


잘 뚫린 일반등산로를 걷는다. 9시 11분, 벤치, 이정표, 조계산 도립공원 안내판이 있는 작은 굴목재를 지나고, 9시 26분에는 큰 굴목재를 통과한다. 큰 굴목재에서 너른 일반등산로가 끝이 나고, 이제부터는 정다운 정맥산길이 이어진다.

작은 굴목재

큰 굴목재

정맥산길


9시 33분, 깃대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낙엽이 곱게 쌓인 사면 길을 걷고, 산죽 밭을 지나, 너른 안부를 거치고, 9시 43분, 임도를 건넌다. 이어 잡목과 철쭉의 심한 저항을 받으며 산불초소가 있는 봉우리로 향한다. 9시 47분, 전망바위에 서서 장박골재의 보리밥집을 굽어보고, 이어 너른 얼레지 꽃밭을 지난다. 꽃이 피면 장관이겠다. 9시 55분,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 오른다.

낙엽 쌓인 사면길

장박골재의 보리밥집

얼레지꽃밭


잠시 능선 안부로 내려섰다 아름다운 낙엽송 숲 오르막을 오르면, 삼각점<순창 406 1986 재설>이 있는 700.8m봉이다. 준.희 님의 표지판이 보인다. 아름다운 소나무 숲을 지나, 10시 9분, 너른 안부인 장안치에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뚜렷한 산길이 보인다. 지도상으로는 장안치가 조계산 군립공원의 경계가 된다. 비로소 조계산을 벗어나는 것이다.

낙엽송 숲

정상표지판

 

아름다운 송림

장안치


송전탑이 있는 697m봉을 향해 오른다. 능선을 오르다 뒤돌아 연산봉 좌우로 흐르는 부드러운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멀리 오성산을 보고, 10시 25분, 송전탑 봉에 올라  고동산의 통신탑을 본다. 송전탑 봉을 내려서서, 소나무 숲 안부를 지나고, 봉우리 하나를 넘어, 헬기장 같이 넓은 공터를 지난다. 이어 소나무 향기를 맡으며 간벌 중인 낙엽송 숲을 지나 능선을 우회한 후, 10시 50분, 620m봉에 서자, 정면으로 고동산이 바라보인다.

연산봉의 부드러운 능선

멀리 보이는 오성산

송전탑봉

간벌 중인 낙엽송 숲의 소나무향기

10시 57분, 이동통신기지가 있는 시멘트도로에 내려서서 고동산을 바라보고 억새가 우거진 임도를 따라 고동산을 오른다. 11시 9분, 산불감시초소와 정상석이 있는 고동산에 이르러, 조계산을 돌아보고 금전산을 바라본 후, 억새 길을 따라 하산하다 11시 12분,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며 점심식사를 한다.

가까이 본 고동산

고동산 정상

조계산

금전산

가야할 능선


11시 34분, 식사를 마치고 산행을 속개한다. 억새밭을 지나며 330도 방향으로 장안리를 굽어보고, 12시 1분, 고동치에 내려선다. 이어 갈림길에서 표지기를 따라 왼쪽으로 들어서고, 소나무가 받혀주는 일산을 받으며 산책로를 걷는다, 12시 7분, 임도를 버리고 왼쪽 철쭉능선을 올라, 12시 16분, 600m봉에서 금전산과 너른 낙안읍을 바라본 후 왼쪽으로 내려선다.

장안리

고동치


12시 30분, 거미줄이 얼굴에 휘감기는 안부를 지나, 12시 37분, 삼각점<순천 405 1986 재설>이 있는 511.2m봉에 오른다. 준.희 님의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이어 편백나무 숲 안부에 내려서고, 억센 철쭉능선을 헤집고 어렵게 봉우리에 올라서니, 백이산과 낙악읍성이 가깝다.

511.2m봉

백이산

낙안읍성


1시 16분, 벌목지대 안부를 지나, 농장철책을 따라 걷는다. 등산로는 잠시 왼쪽 능선으로 들어섰다 다시 철책을 따라 이어진다. 울창한 편백나무 숲을 지나고, 1시 44분,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빈계재에 내려선다. 이른 시각이지만, 오늘산행은 이곳에서 마감하고 남은 시간은 낙안읍성의 민속마을을 구경을 하기로 한다.

벌목지대 안부

농장 철책을 따라 걷고

편백나무 숲을 지나

빈계재에 내려선다.


낙양읍성은 빈계재에서 약 1.3Km 떨어져 있다. 63번 순천시내버스가 다니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기보다 걷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내린다. 몇 발자국 걷지 않아, 찦차 한 대가 경적을 울리며 멈춰서더니, 창문이 열리며, 50대쯤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낙양읍성으로 간다고 하니 타라고 한다. 등산을 좋아하는 아저씨다. 하지만 지리산 종주를 몇 차례 무리하게 했더니 무릎 연골이 닳아져, 약을 먹고 있다며, 등산만큼 건강에 좋은 것도 없지만 무릎을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친절한 아저씨가 낙안읍성 서문 앞에 내려주며 장도를 빌어준다. 고마운 아저씨다.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물으니 경노우대라며 무료라고 한다. 성안으로 들어선다. 비포장도로 양쪽에 초가집들이 늘어서고 공터에는 노란 유채꽃이 한창인데, 구경나온 유치원생들이 사진 찍기에 바쁘다.

서문 입구, 뒤로 보이는 산이 금전산


"삼한시대 마한 땅, 백제 때 파지성, 고려 때 낙안군 고을 터며, 조선시대 성과 동헌(東軒), 객사(客舍), 임경업 군수비, 장터, 초가가 원형대로 보존되어 성과 마을이 함께 국내 최초로 사적 제302호에 지정되었다.

돌담길

국창 송만갑 선생 댁


조선 태조6년(1397) 왜구가 침입하자 이 고장 출신 양혜공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쌓아 방어에 나섰고 300년 후 인조4년 (1626) 충민공 임경업 장군이 33세 때 낙안군수로 부임하여 현재의 석성으로 중수했다.

임경업 군수비


동문을 비롯하여 서, 남문을 통해 성안에 들어서면 사극 촬영장이 아닌가하는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용인 ,제주민속마을 같이 전시용이나 안동하회마을과 같이 양반마을이 아닌 그저 대다수의 우리 서민들이 살아왔던 옛 그대로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성벽

동문


순천시가지에서 서쪽 22㎞거리의 읍성민속마을은 6만8천여 평으로 초가는 초라한 느낌마저 들지만 조상들의 체취가 물씬 풍겨 친근한 정감이 넘친다. 남부지방 독특한 주거양식인 툇마루와 부엌, 토방, 지붕, 섬돌위의 장독과 이웃과 이웃을 잇는 돌담은 모나지도 높지도 않고 담장이와 호박넝쿨이 어우러져 술래잡기 하며 뛰놀던 어린 시절 마음의 고향을 연상케 하며 마당 한편의 절구통마저도 예스럽다." (이상 순천시 홈페이지에서)

순천행 버스정류장 옆 식당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약 40분 정도 민속마을을 둘러보고, 동문으로 나와 버스정류장에서 맥주를 마시며 순천시내버스를 기다린다. 3시 40분 경, 63번 버스가 도착하고, 5시가 다 되어 순천대 앞에서 내려, 이제는 단골숙소가 된 유심천 찜질방으로 향한다.

 


(2009. 4. 21.)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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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장으로 변하는 산


2009년 4월 10일(금).

엊저녁 뉴스를 보고, 9시가 조금 넘어, 수면실로 들어선다. 100만 불의 검은 돈 거래가 청와대 안에서 이루어 졌다는 전무후무한 뉴스가 세상을 놀라게 한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노인네를...."운운하며, 날카로운 세치 혀로 순진한 사람을 자살로 몰아넣은 이중성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창피해서 이제는 밖에 나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소리도 못하겠다.


몸은 피곤하지만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쉽게 잠들지 못한다. 혼자서 민박은 부담이 되고, 모텔은 분위기가 싫다. 잠자리가 어수선하지만 찜질방이 그래도 모텔보다는 낫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4시 30분에 맞춰 놓은 핸드 폰 알람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주고, 화장실을 들렀다 샤워를 한 후, 5시 10분 경 찜질방을 나선다.


24시간 김밥 집은 시내 쪽으로 버스 한 정류장 떨어진 순천대 정문 앞에 있다. 김밥집이라지만 메뉴가 다양하다. 얼큰 콩나물이란 것을 주문한다.(4.000원) 생각보다 얼큰하지 않고, 콩나물도 질기다. 역시 잘 모르면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주문하는 것이 요령이겠다. 하지만 이런 새벽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만도 고마운 일이 아닌가?  6시 10분 전, 아래층 편의점으로 내려와 포카리 스웨트, 우유를 사고 커피를 마시며 버스를 기다린다. 6시 10분 전, 아래층 편의점으로 내려와 포카리 스웨트, 우유를 사고 커피를 마시며 버스를 기다린다.

김밥집과 편의점


6시 10분, 생각보다 빨리 31번 버스가 도착한다. 송치재에 가느냐고 확인하고 버스에 오른다. (1,000원) 승객 서너 사람이 띄엄띄엄 앉아있다. 버스는 새벽길을 기운 좋게 달려, 6시 30분 경, 송치재 정류장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려, 터널 옆으로 희미하게 나 있는 발자국을 따라 산길로 들어선다.

 

잠시 후 갈림길에 이른다. 오른쪽에 표지기들이 보이지만, 방향이 틀린다. 직진하여 사면으로 올라선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발자취는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개의치 않고 눈앞에 보이는 능선을 향해 똑바로 치고 오른다. 벌목을 한 곳이라 잡목의 저항이 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임도를 건너 능선에 오르니 송치재에서 조금 내려선 아스팔트 도로다. 6시 42분 표지기들이 걸린 마루금 능선으로 들어선다.

산행 들머리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6:42) 송치재-(06:44) 전주이공 합장묘-(06:51) 로프길-(06:57) 묘 3기봉-(07:08) 안부-(07:19) 능선 좌로-(07:24) T자, 좌-(07:44) 바랑산 정상 갈림길-(07:45~07:50) 바랑산 정상-(07:51) 갈림길 회귀-(07:56) 묘 1기/갈림길, 좌-(08:05) 570m봉, 우-(08:09) 벌목지대-(08:20) 임도-(08:31) 510m봉, 우-(08:35) 안부-(08:42) 묘 1기-(08:56) 590m봉-(09:06) 임도-(09:31) 능선 왼쪽 우회-(09:40) 문유산 갈림길-(09:45~09:47) 문유산 정상-(09:52) 문유산 갈림길-(10:06) 670m봉, 우-(10:35) 610m봉, 좌-(10:50~11:22) 중식-(11:30) 농장 출입금지 팻말-(11:31~11:32) 노고치-(11:35) 시멘트도로, 좌-(11:45) 413.2m봉-(11:47) 안부-(12:14) 능선분기봉, 우-(12:23) 훈련봉-(12:33) 측백나무 숲-(12:39) 버들재-(13:04) T자, 좌-(13:07) 암릉 오른쪽 우회-(13:13~13:14) 닭봉-(13;15) 왼쪽 사면길-(13:28~13:38) 뱃바위-(13:57) 산판길-(13:59) 왼쪽 숲으로-(14:02) 유치고개-(14:18) 봉, 좌-(14:21) 유치산-(14:25) 안부-(14:30) 사면길-(14:45) 490m봉-(15:00) 440m봉, 좌-(15:06) 안부 사거리-(15:32) 두모재-15:46) 430m봉-15:55) 470m봉-(16:25) 전망바위-(16:13) 540m봉-(16:21) 570m봉-(16:26~16:34) 오성산-(16:35) 헬기장-(16:41) 돌탑-(17:00) 갈림길, 좌-(17:05) 김해김공 합장묘-(17:08) 접치』 중식 32분, 휴식 18분포함, 총 10시간 26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송치재의 고도가 280m, 바랑산이 약 620m 정도이니, 340m 정도의 고도차를 극복해한다. 하지만 중간에 봉우리 두어 개가 끼어 있어 처음부터 심하게 가파르지는 않다. 전주이공의 합장묘를 지나고, 로프가 걸린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6시 56분, 묘 3기와 벙커가 있는 봉우리에서 70도 방향으로 지나온 농암산을 바라본다.

묘봉

 

묘역에서 본 70도 방향의 농암산


안부를 향해 비탈길을 내려서면서 왼쪽으로 가야할 능선을 보고, 싸리나무가 무성한 안부에 내려섰다, 가파른 오르막 암릉길을 걷는다. 7시 19분, 고도 약 470m 정도의 능선에서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져 소나무 사이로 멋진 산책로가 전개된다. 7시 24분, T자 능선에서 다시 왼쪽으로 진행하여, 바랑산으로 오르는 가파른 바윗길을 지난다. 홀로 핀 진달래와 얼레지꽃밭이 눈길을 끈다.

멋진 산책로

얼레지꽃밭


7시 44분, 갈림길에 이른다. 오른쪽이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난 바랑산 정상이다. 바랑산 정상(618.9m)에는 산불 감시초소, 삼각점, 정상석, 정상표지판 등이 보인다. 사방이 탁 트인 정상에서의 조망이 빼어나다. 지나온 방향으로 병풍산, 가야할 방향으로 군장마을과 문유산이 보이고, 서쪽으로 멀리 모후산이 오뚝하다.

바랑산 정상

 

삼각점

 

정상표지판

 

병풍산 방향과 지나온 능선

문유산 방향

7시 51분, 갈림길로 되돌아와 남쪽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약 5분 후, 묘 1기를 지나며 능선길이 비로소 평탄해진다.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며 뒤돌아 바랑산을 바라보고, 8시 5분, 520m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벌목지대를 지난다. 시야가 트이며 오른쪽으로 군장마을, 왼쪽으로 월계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520m봉

군장마을

월계저수지


8시 20분, 임도를 건너 능선으로 들어서고, 묘1기를 지나, 가파른 능선을 오른다. 이어 510m봉과 590m봉을 차례로 넘고, 다시 임도로 내려선 후, 건너편 산길을 오른다. 진달래 꽃길, 울창한 소나무 숲이 이어지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9시 31분, 등산로는 능선 하나를 왼쪽으로 우회한 후,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임도

510m봉

울창한 송림


9시 40분, 문유산 갈림길에 선다. 마루금은 직진이고,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문유산은 왼쪽이다. 왕복 1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라, 왼쪽 문유산으로 향한다. 거의 평탄한 길을 5분 정도 진행하면, 삼각점<구례 458 1985 복구>과 정상석이 있는 문유산 정상(688m)이다. 조망이 좋다.

문유산 갈림길

지나온 능선

도정리 방향이 조망


9시 52분, 문유산 갈림길로 되돌아와 마루금 능선을 탄다. 완만한 잡목 능선을 오르내리고 석축을 두른 묘를 지나, 10시 6분, 670m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하는 빽빽한 철쭉군락지가 가파르게 떨어진다. 이윽고 능선이 다시 평탄해지며 화사하게 핀 진달래가 고요한 산속의 분위기를 밝게 한다. 이어 능선안부를 지나고 10시 35분, 610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니, 농장으로 개간한 개간지 너머로 노고치가 내려다보인다.

되돌아 온 문유산 갈림길

철쭉 군락지 내리막

노고치


산행을 시작한 지 4시간이 지나고, 새벽밥도 부실했던 터라, 시장기가 느껴진다. 바람이 잘 통하는 길가 그늘에 앉아, 희야산을 바라보고, 노고치를 굽어보며 점심식사를 한다. 가야할 훈련봉이 나뭇가지 사이로 부드러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제 오늘 일정의 절반가량을 소화한 셈이니 급할 것이 없다. 30여분 동안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다.

훈련봉

닭봉과 희야산


11시 22분, 식사 뒷정리를 마치고, 비탈길을 내려서며 왼쪽의 훈련봉을 바라본다. 골짜기 깊숙한 곳까지 개간하여 농장이나 축사로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정맥 마루금이 지나가는 300m~400m 정도의 사면은 모두 농장으로 개간될 모양이다. 이윽고 농장임도에 이르고, 축사를 지나, 11시31분, 노고치에 내려선다.

가까이 본 훈련봉

출입금지 팻말이 걸린 농장을 지나고

노고치 돌표지


도로를 건너고, 시멘트옹벽을 올라 산길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휘어 오르더니, 시멘트도로와 만나는 곳에서 왼쪽 산판길로 들어선다. 산판길을 걸으며 뒤돌아 지나온 봉우리와 통과한 농장을 돌아본다. 역시 산사면의 절반정도가 농장으로 변해있다.

시멘트옹벽을 넘고

시멘트도로로 나가 왼쪽으로

지나온 봉우리와 통과한 농장


11시 45분, 길가의 삼각점을 지난다. 나뭇가지에 준.희 님의 표지판이 보인다. 413.2m봉이다. 아마도 주변이 농장으로 개간되면서 평지가 돼버린 모양이지만, 이처럼 정맥 마루금의 흔적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느껴진다. 왼쪽으로 배밭이 보이는 안부를 지나,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길가의 삼각점

정상 표지판


동네 뒷산같이 정겨운 길에 진달래가 곱다. 하지만 때 이른 더위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기가 무척 힘겹다. 땀이 비 오듯 흐른다. 12시 14분, 능선분기봉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12시 28분, 고도 634m인 훈련봉에 올라 나뭇가지 사이로 닭봉, 뱃바위, 희야산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내려선다. 고도차 약 280m, 도상거리 약 1.5Km 구간을 오르는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 때 이른 무더위가 그만큼 발목을 잡은 셈이다.

동네 뒷산 같은 정겨운 길

훈련봉


푸른 측백나무 숲을 지나고, 시야가 트여, 닭봉과 희야산, 그리고 뱃바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12시 39분, 버들재에 내려서서, 왼쪽으로 뱃바위와 골짜기의 잘 개간된 농장을 보고, 가파른 암릉길을 오르며 조계산 방향의 탁 트인 조망을 즐긴다. 1시 7분,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한 후, 본 능선에 진입하고, 1시 13분, 헬기장인 닭봉에 올라, 희야산을 바라보고, 넓게 펼쳐진 월등면을 굽어본다.

측백나무 숲

닭봉(좌)과 희야산

뱃바위

산속의 농장

닭봉정상

희야산

월등면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7시간이 가깝다. 찜질방에서의 잠이 아무래도 숙면과는 거리가 먼데다가, 때 이른 더위에 시달리라다 보니 많이 지친 느낌이다. 눈앞에 보이는 희야산을 포기하고, 왼쪽 사면길을 따라 내려선다. 정면으로 뱃바위가 커다랗게 다가오고, 왼쪽으로 유치마을과 멀리 조계산 줄기, 그리고 뱃바위 오른쪽으로 올돌하게 솟은 오성산이 아름답다.

유치마을과 조계산 방향

가까이 본 뱃바위

올돌한 오성산


1시 28분, 뱃바위에 올라선다. 엉뚱하게 유치산 정상석이 서있는데, 다행히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이정표는 현 위치가 뱃바위라고 제대로 알려준다. 암봉이라 역시 조망이 좋다. 가야할 정맥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지나온 닭봉이 뒤로 우뚝하다. 무척 덥다. 포카리스웨트로 갈증을 달래지만, 혹시 더위를 먹는 건 아닌지 겁이 날 정도다. 잠시 바위그늘에 앉아 몸의 열을 식힌다.

뱃바위 정상

잘못 된 정상석

제대로 된 이정표

뒤돌아 본 닭봉

가야할 능선


약 10분 정도 달콤한 휴식을 즐긴 후, 로프가 걸린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긴 내리막이다. 이윽고 급경사 내리막이 끝나고 등산로는 부드러운 산판길로 이어진다. 1시 59분, 산판길을 버리고 왼쪽 숲으로 들어선 후, 표지판이 있는 유치고개에 내려서서 직진한다.

로프길

유치고개

표지판


억새밭, 산죽밭을 지나 봉우리 하나를 넘고, 암릉길을 지나 능선분기봉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2시 21분, 삼각점과 정상표지판이 있는 진짜 유치산 정상(530.5m)에 오른다. 유치산을 지나면 마루금은 줄곧 남쪽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2시 33분, 너른 한방이재에 내려서고, 완만한 오르막길을 올라, 470m, 460m, 두개의 봉우리를 잇달아 지나며 고도를 낮추더니, 3시 6분 너른 사거리 안부를 지난다

유치산 정상

 

삼각점


3시 16분, 시야가 트이는 간벌지대를 지나며 두월리 방향을 굽어보고, 나뭇가지사이로 우뚝 솟은 오성산을 바라본다. 계속되던 내리막길이 오르막으로 바뀌더니, 고도 약 390m정도의 봉우리를 넘고, 3시 32분, 두월리와 행정리를 이어 주는 두모재를 건넌다. 고도가 약 330m까지 떨어진다. 606m의 오성산이 까마득하게 높아 보인다.

두월리 방향

오성산 정상까지는 다섯 고비를 넘어야한다. 긴 산행과 때 이른 더위에 지친 몸으로 이 고비를 넘으려니 죽을 맛이다. 나뭇가지를 잡으며 빡센 오르막 지나. 3시 46분, 430m정도의 봉우리에 오르고, 3시 55분에 약 470m를 거쳐, 세 번째로 전망바위에 올라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며 잠시 숨을 고른다. 이어 4시 13분, 산죽밭을 거쳐 약 540m 정도의 봉우리에 오르고, 4시 21분, 암봉을 우회한 후 약 570m봉을 넘어서서, 성터흔적을 지나, 2시 26분, 오성산 정상에 오른다. 두모재로부터 도상거리 약 1Km를 진행하는데 54분이 걸렸다.

암릉길을 올라 전망바위에 오르고

지나온 능선

오성산 정상 직전


너른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 정상석, 삼각점이 있고 바로 아래에 헬기장과 묘가 보인다. 조망이 빼어나다. 훈련봉, 닭봉, 그리고 유치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 행정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데 가스가 끼어 원거리 조망을 즐길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주위를 둘러보고, 간식을 들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오성산 정상

삼각점과 정상석

한눈에 들어오는 지나온 능선


잠시 동안의 꿀맛 같은 휴식 후, 헬기장을 지나고 이어 돌탑을 통과한다. 로프가 매어진 급경사 내리막의 험한 길이 10여분 동안 길게 이어진다. 4시 56분, 임도로 들어서고, 4분 후 갈림길을 만나, 왼쪽 산길로 들어서면, 묘역 너머로 호남고속도로가 내려다보인다. 5시 6분, 밀양박공의 합장묘를 지나고, 5시 8분, 22번국도가 지나가는 접치에 내려선다.

묘역 너머로 보이는 호남고속도로

접치


다음 구간 들머리인 두월육교를 확인하고, 도로를 건너, 승주읍 방향의 버스정류장에서 111번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텅 빈 도로에는 인적은 고사하고, 차량통행도 뜸하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버스를 막연히 기다린다. 10시간이 넘는 산행으로 몸은 지칠대로 지치고, 배도 고프다. 순천 쪽으로 향하는 차가 모습을 보이면 염치불구하고 손을 들어본다. 서너 대는 반응이 없이 지나가고, 5번째 차가 다가와 선다. 창문이 내려지고 젊은 여자 분이 내다본다.


"순천시내로 가시면 좀 태워주세요." 라고 부탁한다.


"순천은 아니고, 구례로 가는데, 중간까지라도 타세요."라고 운저석의 여자 분이 대답한다.


차에 올라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땀 냄새를 피워 미안하다고 스스로 자수를 하자. 운전하는 여자 분이 웃으며, 혼자 어느 산엘 다녀오느냐고 묻는다. 호남정맥 종주 중이고, 아침에 송치재를 출발해서 접치까지 10시간 정도를 걸었다고 하니, 자신도 이 구간을 얼마 전에 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여자 산꾼이다. 반년 만에 백두대간을 마치고, 시간 나는 대로 정맥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구례 갈림길을 조금 지난 버스정류장 앞에 내리니, 바로 시내버스가 다가온다. 6시 경에 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6시 40분 발, 동서울 행 버스표를 사고 (23,200원), 부근 식당을 찾아들어 저녁식사를 한다. (9,000원) 차를 태워 준 여자 분 덕에 때맞추어 시장기를 해소하고,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서울에 도착한다. 무척 고맙다. 혹시 서울에 올라 올 일이 있으면, 식사라도 대접하며, 산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2009. 4. 18.)

 

 

at 03/26/2010 06:20 am comment

잘 보았습니다 부릅네요

 

 

우림 at 05/15/2009 03:39 pm comment

좋은 곳을 고향으로 가지셨네요. 부럽습니다.희야산은 정맥마루금에서 조금 밖에 벗어나지 않았지만 갈 길이 바빠, 들러보지 못 한 것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at 05/13/2009 06:18 pm comment

참 좋은데 다녀오셨네요 희야산 밑 첫동네(월등면 운월)이 저의고향인데 사진잘봤습니다.. 고향이면서 그런 산행을 못해봤네요...감사합니다 namili777@hanmail.net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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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재에서 본 병풍산


길고 긴 호남정맥 종주도 이제 죽정치에서 존제산 넘어 천치고개까지의 도상거리 약 54.5Km가 남았다. 더워지기 전에 마무리를 하려고 이번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죽정치에서 예재까지 도상거리 약 27.5Km를 산행한다.


첫째 날 : 죽정치-송치, 도상거리 약 6.5Km

둘째 날 : 송치-예재, 도상거리 약 21Km


쓴 비용은 교통비 47,600원, 식대 및 음료수 31,400, 숙박비 7,000원 합계 86,000원이다.


산악회가 안내하는 당일산행에서는 죽정치-노고치의 17Km, 노고치-예재의 10.5Km로 구간을 나누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렇게 할 때는 일정을 2박 3일로 잡고, 순천에서 2박을 해야 한다. 1박을 줄이기 위해 잔머리를 굴려, 언밸런스하게 구간을 나눴지만, 때 이른 무더위 때문에 둘째 날에는 4월 달에 더위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한 정도로 고전을 한다.


순천은 순천을 경제권으로 하는 외곽지역이 광범위한 모양이다. 시내버스 노선이 50개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하여 대단히 편리하다. 하지만 노선별 이용객 수가 많지 않다보니, 배차시간이 뜸 할 수밖에 없다. 순천역 앞 버스 정류장에는 시골 아주머니들이 보따리 서너 개씩을 갖고, 1시간이 건, 2시간이건 마냥 버스를 기다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이 이런 곳에서 버스를 이용하려면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순천에서 외곽으로 나가는 버스시간은 노선운행 시간표에 의해 대강 감이 잡히지만, 순천으로 들어오는 버스시간은 감 잡기가 영 어렵다. 참고 참아, 30여분 정도는 기다려보지만, 그것이 한계다. 혹시 정보가 잘 못 된 것은 아닌 가? 불안하다. 하지만 인적이 없는 시 외곽 버스정류장에서는 마땅히 물을 곳도 없다. 할 수 없이 땀 냄새가 진동하는 몸으로 염치없이 히치하이크를 시도하여, 송치에서 순천시내, 예재에서 구례 갈림길 까지, 이틀에 걸쳐 고마운 분들의 신세를 진다. 

2009년 4월 9일(목)

32번 시내버스는 순천시내에서 죽청까지 하루 8회 운행한다. 그중 12시 45분 발 버스를 타려고, 7시 20분 강남 발, 순천행 버스에 오른다. 소요시간이 4시간 30분이니, 12시 경에 순천에 도착하여, 점식식사를 하고, 버스를 탄다고 생각한 것이다. 버스는 예정 보다 빠른 11시 30분경에 순천종합터미널에 도착한다.


시간이 많이 남는다. 순천은 처음이라, 두어 정거장 떨어져 있는 순천역을 향해 걸으며 시내를 구경한다. 도로를 따라 오밀조밀 상가가 형성되어 있으나, 그럴듯한 식당이 보이질 않는다. 어느 덧 순천역에 도착하여, 버스정류장을 확인하고 식사 할 곳을 찾는다. 관광안내소가 있어 문을 밀어보지만, 안에 불은 켜져 있는데, 문은 굳게 잠겨있다. 아마도 직원이 식사를 하러간 모양이다.

순천역


한낮의 태양이 뜨겁다. 기상청의 예보로는 금주 말까지 한여름 날씨가 계속되다, 내주에야 정상기온을 되찾을 거라고 한다. 역 앞의 우동 등을 파는 편의점으로 들어선다. 제육 김치 덮밥을 주문한다.(3,000원) 나오는 음식을 보니, 인스턴트식품을 데운 것이다.


그런대로 맛은 괜찮아 후딱 먹어치우고, 12시 30분,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한다. 혹시 예정보다 빨리 도착하여, 12시 45분차를 놓치게 되면 다음 차는 2시 50분에 있다. 보따리들을 앞에 늘어놓은 시골 아주머니들이 정류장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나도 의자 한 귀둥이를 차지하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도착하는 버스들을 구경하며 버스를 기다린다.

관광안내도(부분), 오른쪽 아래 순천역, 중앙에 가야할 청소년 훈련소


32번 버스 출발지는 호반 아파트라고 한다. 순천역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인지는 알 수 없으나 늦어도 1시경이면 도착하리라 짐작하고 도착하는 버스마다 유심히 번호를 들여다본다. 1시가 지나는데도 버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뭐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앉지도 못하고 서성댄다. 10분 정도 더 기다리다 안 오면 포기하고 택시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한다.


1시 4분, 승객 댓 명을 태운 32번 버스가 도착한다. 죽청에 가느냐고 확인하고 요금을 묻는다. 기본요금 1,000원 이라고 한다. 버스가 지방도로로 들어서자, 승객들은 어느 사이에 다 내리고, 버스에는 나 혼자다. 버스가 한적한 지방도를 씽씽 달려, 1시 34분, 종점인 죽청마을에 도착한다. 죽청마을에서 청소년수련소까지는 하루에 2회만 연장 운행을 한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1,2Km 떨어진 순천청소년수련소를 향해 아스팔트 도로를 터덜터덜 걷는다.

죽청마을 유래

청소년수련소 가는 길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3:34) 죽청마을-(13;54) 청소년수련소-(14:26) 죽정치-(14;32) 로프-(14:39) 470m봉, 우-(14:46) 430m봉, 좌-(15:03) 갈림길 회귀<7분 알바>-(15:07) 장사골재-(15:10) 무명봉-(15:15) 측백나무 숲-(15:18) 벌목지대-(15:19) 왼쪽 등산로 진입-(15:29) 400m봉-(15:35) 묘봉-(15:39~15:40) 농암산-(15:49) 봉, 왼쪽 우회-(16:12) 570m봉, 좌-(06:20) 병풍산 갈림길-(16:37) 임도-(16:40) 붉은 지붕농장-(16:42) 아스팔트도로, 우-(16:43) 오른쪽 산길 진입-(16:46) 참호봉-(16:49) 도로 삼거리-(16:53) 묘3기봉, 우-(16:55) 임도-(16:56) 경주정공 가족묘-(16:57) 헬기장-(17:00) 아스팔트도로-(17:02) 송치재-(17:28) 송치터널』들머리 52분, 마루금 2시간 36분, 날머리 26분, 총 3시간 5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차량통행도 없는 호젓한 도로를 따라 오른다. 하얀 벚꽃이 도로주변에 흩날린다. 죽청저수지를 지나 도로가 한 굽이 휘어지자 저 앞에 청소년훈련소 건물이 모습을 보인다. 1시 54분, 훈련소 원내로 들어선다. 왼쪽에 유스호스텔 건물도 보이지만, 주차장은 텅 비어 있고, 사람들이 전혀 눈에 뜨이질 않는 한적한 분위기다.

죽청저수지


관리사무소 앞, 등산안내도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오른다. 이어 아스팔트도로는 시멘트 도로로 바뀌고, 오른쪽에 하얀 탱크가 보이는 곳에서 임도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 임도로 접어들고, 2~3m 지나면, 왼쪽 절재지에 희미한 발자국이 보인다. 표지기도 없다. 절개지를 지나면 비로소 죽정치로 오르는 등산로가 뚜렷해지고, 간간이 낡은 표지기들도 보인다. 2시 26분, 이정표가 있는 낮 익은 죽정치에 도착하여, 표지기들이 걸려 있는 왼쪽 마루금으로 진입하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안내도(사진 크릭하면 크게 보임) 

하얀 탱크

죽정치- 하얀 탱크가 있는 곳에서 오른 쪽 임도를 따라와도 된다.

마루금 진입


2시 32분, 로프가 걸린 암를길을 오르며 뒤돌아 지난 구간의 정맥 마루금의 흐름을 카메라에 담는다. 앞에 보이는 것이 갈매봉(508.2m)이고 뒤에 우뚝한 봉우리는 갓꼬리봉(689m) 쯤 되겠다. 2시 39분, 470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등산로는 북쪽으로 이어진다. 한낮의 더위에 조끼도 벗어 배낭에 챙긴다.

로프길

뒤돌아 본 정맥 마루금

470m봉


잡목 숲이 이어진다. 숲속에 울긋불긋 보이는 진달래가 곱다. 2시 46분, 430m봉에 올라, 이번에는 왼쪽으로 내려선다. 왼쪽으로 산 한 면을 벌목하여 개간하는 골짜기가 내려다보인다. 등산로는 산 사면을 타고 좁게 이어진다. 우회로라고 생각하고 별 생각 없이 한동안 따라 걷는다. 문득 오른쪽에 보이는 능선은 점점 멀어지고, 등산로는 산 아래로 향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표지기도 보지를 못했다, 즉시 알바라고 판단을 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선다.

 벌목하여 개간 중인 산사면


3시 3분, 갈림길에 이른다. 개간중인 골짜기를 내려다보느라고 모르고 지나쳤건 갈림길의 오른쪽에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잘못 들어섰던 왼쪽 길을 줄곧 따라 내려서면 장척마을에 이르게 된다. 무심히 걷다 7분 정도 마루금을 벗어났던 것이다. 3시 7분, 고도 340m의 안부인 장사골재에 내려선다. 왼쪽으로 내려서는 희미한 길이 보인다. 직진하여 오르막길을 오른다.

되돌아 온 갈림길

장사골재


3시 10분, 봉우리 하나를 넘고, 아름다운 측백나무 숲을 지난다. 이어 벌목지대로 나와 잠시 임도를 따라 걷다, 왼쪽 숲으로 들어선다. 3시 29분, 능선 같은 410m봉을 지나고, 이어 붉은 속살이 보이는 석축 묘가 있는 곳에서 동쪽으로 갓꼬리봉, 갈매봉 등 지나온 능선을 바라본 후, 삼각점<구례 464 1985 재설>과 정상표지판이 있는 농암산 정상(476.2m)에 오른다.

측백나무 숲

벌목지대 임도

묘역에서 본 정맥 마루금

농암산 정상

정상표지판

커다란 소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잡목 숲 사이에 연분홍 고운 진달래꽃이 눈길을 끈다. 저 만치 혼자서 피어있는 모습이 말 그대로 산유화(山有花)다. 군락지에 떼 지어 피어, 처절한 느낌마저 주는 진달래와는 달리, 진달래의 진면목을 보는 것 같아 더 더욱 반갑다. 커다란 바위를 지나고 540m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진달래꽃 1

진달래꽃 2


4시 12분, 능선분기봉인 570m봉에 오른다. 오늘산행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좌우 양쪽에 표지기들이 걸려 있다. 마루금은 왼쪽이다. 이어 좁은 능선길을지나, 4시 20분, '道'자 돌 말뚝이 박힌 병풍산 갈림길에 이르러, 왼쪽 마루금으로 내려선다. 오늘은 3시간도 안 되는 짧은 산행이라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병풍산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더운 날씨라 포기한다.

570m봉

병풍산 갈림길


평탄한 능선길을 걷는다. 등산로가 내리막으로 이어지며 시야가 트여, 가야할 능선과 송치, 그리고 송치터널 개통 후 폐도로가 된 17번 국도가 구불구불 이어지고, 그 뒤로 시설물이 있는 바랑산이 보인다. 이어 임도로 내려서서 이를 따라 진행하며 오른쪽으로 병풍산을 가까이 보고, 지금은 폐가 된 빨간 지붕의 농장과 축사를 지나, 아스팔트도로에 이른다.

가야할 능선과 송치 그리고 구 도로와 바랑산

임도에서 본 병풍산

붉은 지붕의 농가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내리다, 오른쪽 산길로 들어서고, 4시 46분, 벙커와 교통호가 있는 봉우리를 넘어 아스팔트 도로 삼거리에 이른다. 직진하여 묘 3기가 있는 봉우리를 넘고, 임도를 건너, 잘 손질된 김해정공 가족묘를 지나 헬기장을 통과한다.

도로 삼거리

김해정공 가족묘


다시 아스팔트 도로에 내려서서 잠시 이를 따라 걸으면 오른쪽에 2층 벽돌건물과 너른 주차장이 있는 송치재다. 전에 야망연수원이었던 건물은 비어있는 것 같은데, 너른 주차장에는 웬일로 군 트럭과 찦차 그리고 군인들이 보인다. 5시 2분, 송치재에 내려서서, 돌표지를 카메라에 담고, 내일아침의 산행들머리를 확인한다.

야망연수원과 훈련 나온 군인들

송치재 돌표지


지금은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17번 도로, 좌우 어느 쪽으로 내려서는 것이 좋을지 몰라 군인 아저씨에게 묻는다. 왼쪽 도로를 가리키며 그 도로를 따라 내려서면 순천 가는 버스정류장이 있다고 친절히 알려준다. 도로를 따라 걷는다. 바로 눈 아래 보이는 송치터널로 이어지는 도로를 향해, 구도로는 이리구불 저리구불 한 없이 돌아내린다.

구불구불 구도로


내일 아침 다시 이 길을 오를 생각을 하니 한심하다. 마침 길가에 '엄마농원/민박' 팻말이 걸린 예쁜 농장이 보인다. 찾아 들어가 하루 숙박비가 얼마냐고 묻자, 몇 사람이냐고 되묻는다. 혼자라고 하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보일러를 때야하니, 50,000원은 받아야하는데 부담이 클 터이니, 미안하지만 시내로 나가 숙박을 하라고 권한다.

엄마농원


아스팔트도로를 터덜터덜 내려선다. 5시 28분, 터널 앞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버스를 기다린다. 외목리에서 나오는 여러 노선의 버스가 있다고 들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지나가지를 않는다. 이쪽만 아니라 반대쪽으로 지나는 버스도 없다. 30분을 기다려도, 별 무소식이다. 마침 타이탄 트럭 한 대가 구도로 쪽에서 내려온다. 얼른 뛰어가, 차를 세우고, 시내까지 태워달라고 부탁한다.

송치터널


40대쯤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아랫마을 가는 길이라며 미안해한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다시 버스를 기다리는데, '500m 전방 휴게소'라는 팻말이 우연히 눈에 들어온다. 우선 맥주나 사 마시고, 택시라도 부르려고 휴게소를 향해 터덜터덜 도로를 따라 내린다. 갑자기 뒤에서 클랙션 소리가 나더니, 타이탄 트럭이 노견으로 들어서서 멈춘다.


조금 전에 아랫마을에 간다던 아저씨다. 가다 생각하니 늙은이 부탁을 거절한 것 같아, 되돌아오는 길이라고 한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새삼 인사를 하니, 블록 몇 장을 사야할 일도 있어 시내로 나가기로 했으니 걱정 말라며, 말을 놓으라고 한다. 순천대 앞에서 차에서 내린다. 아마도 이런 것이 남도 인심인 모양이다. 마음속까지 훈훈해지는 느낌이다.


순천의 메인 도로변, 나지막한 단층 기와집에 '삼산식당'이란 간판이 보인다. 한눈에 보아도 오래 된 집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주머니가 반색을 한다. 간혹 혼자 등산 온 사람들이 찾아든다고 한다. 맥주 한 병에 삼겹살 1인분을 주문하자, 어쩌면 주문도 똑 같다며 웃는다. 순천대 부근에는 24시간 운영하는 유심천 관광호텔 찜질방이 있고, 건너편 김밥 집도 24시간 영업을 한다고 알려준다. 죽정치, 송치재, 노고치, 접재를 지나는 시내버스들이 지나는 정류장이 식당 앞에 있어 홀대간꾼들이 자주 찾아드는 모양이다.

 

친절한 아주머니 덕에 푸짐한 식사를 즐기고 (12,000원), 유심천 호텔 찜질방을 찾아든다. (7,000원)


(2009. 4. 12.)











at 05/09/2010 06:05 am comment

잘보았습니다 감사히 담아갑니다 건강하세요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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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바위 암릉길


2009년 3월 30일(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오정자재에 접근하는 방법은 순창에서 운복리 행 군내버스를 타고 오정자삼거리까지 가고, 그곳에서 792번 지방도로를 따라 추월산 방향으로 7~8분 걷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러니 서울서 출발하여 산행을 하려면 담양이나, 순창에서의 일박이 불가피하다.


무박에 우중산행이라 빼먹었던 호남정맥 강천산 구간산행을 땜방하기 위해 어제 봉미산 산행 후, 큰덕골재에서 탈출하여, 광주와 담양을 거쳐 저녁 늦게 순천에 도착한다. (택시비, 버스비 15,000원) 갈비탕과 맥주로 저녁 식사를 한 후 (9,000원) 영빈모텔에서 1박한다.(숙박비 35,000원) 이어 새벽에 문을 연 김밥 집에서 식사를 하고(3,500원), 순창버스터미널에서 7시발 운복리 행 버스표를 산다.(1,600원)


이른 아침이라 승객은 달랑 나 혼자뿐이다. 버스는 21번 국도를 달려, 7시 18분, 792번 지방도로가 분기하는 오정자삼거리에 도착하여, 나를 내려주고, 빈차로 운북리로 향한다. 오정자마을 앞 삼거리에서 왼쪽 792번 지방도로를 따라 오정자재로 향한다. 맑게 갠 날씨에 바람도 없는데 아침이라 쌀쌀하다. 차량 통행도 없는 한적한 도로를 혼자 걷는다. 발자국 소리에 동내 개들이 요란하게 짖어댄다.

낮 익은 오정자재


오늘의 산해기록은 아래와 같다.

『(07:24) 오정자재/산행시작-(07:42) T자, 우-(07:46) 송전탑-(07:52) 420m봉-(08:09~08:14) 여시골봉-(08:27) 암봉 /로프-(08:31) 암봉 위-(08:36) 전망바위-(08:46) 사거리안부, 직진-(09:05) 무명봉, 좌-(09:11) 깃대봉 갈림길-(09:16) 왕자봉삼거리-(09:26) 형제봉삼거리-(09:44) 봉, 왼쪽우회-(09:52) 봉, 왼쪽우회-(09:59) 봉, 왼쪽우회-(10:06) 본능선진입-(10:16~10:19) 북문터-(10:30~1032) 공터/강천저수지갈림길-(10:46) 삼각점-(10:54~11:24) 운대봉/중식-(11:28) 강천사 갈림길-(11:32) 동문-(11:38) 시루봉 갈림길-(11:42) 전망바위-(11:59) 하성고개-(12;10) 무멸봉, 우-(12:23) 적우재-(12:39) 두 번째 철계단-(12:41) 갈림길, 직진-(12:44~12:49) 광덕산 정상-(12:52) 갈림길 회귀, 좌-(13:02) 임도-(13:08) 두 번째 임도-(13:09) 왼쪽 산길-(13:12) 갈림길, 우-(13:14) 세 번째 임도-(13:16) 262.9m봉-(13:18) 갈림길, 우-(13:25) 김해김씨 묘-(13:43) 358m봉, 좌-(14:02) 300m봉-(14;08) 332m봉, 우-(14:42) 묘2기-(14:47) 임도-(14:48) 갈림길, 좌-(14:50) 마을진입-(14:56) 금과동』중식 30분포함, 도상거리 약 16.5Km의 구간에, 7시간 32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7시 24분, 낮 익은 고개 마루턱에 도착하여, 오정자재 돌표지를 카메라에 담고, 쌍치 12Km, 강천산 4Km를 알리는 교통표지판 앞, 산길에 걸린 표지기의 안내로 절개지를 오른다. 왼쪽은 출입금지 팻말이 세워진 농장이고, 등산로는 '전기위험' 팻말이 자주 보이는 농장경계를 따라 호젓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오정자재 돌표지

교통표지판

마루금 진입


7시 42분,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오르고, 4분 후, 만나는 송전탑에서 왼쪽 능선을 따라 진행한다. 7시 52분, 420m봉에 올라 오른쪽에 보이는 여시골봉(510m)을 카메라에 담고, 봉우리를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오른쪽 사면 길을 걷는다. 등산로는 주능선으로 진입한 후, 산죽밭 사이로 가파르게 이어진다.

 

여시골봉


8시 9분, 삼각점<순창 405, 1981 재설>이 있는 여시골봉 정상에 오른다. 나뭇가지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정상에서 두꺼운 옷을 얇은 방풍재킷으로 갈아입고 왼쪽으로 내려선다. 이어 전망바위에서 동쪽으로 청계저수지를, 남쪽으로 가야할 암봉을 바라본다.

여시골봉 정상

청계저수지

암봉


8시 27분, 암봉을 로프를 잡고 왼쪽으로 오른다. 손잡을 곳, 발 딛을 곳이 확실하여 크게 위험할 것은 없겠지만, 왼쪽이 천야만야한 절벽이라, 로프가 심리적으로 큰 도움을 준다. 8시 31분, 암봉 위에서 여시골봉을 돌아보고, 가야할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로프가 걸린 암봉 왼쪽 오름길

뒤돌아본 여시골봉

가야할 능선


8시 36분, 다시 전망바위에 서서 힘차게 이어가는 추월산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8시 46분, 사거리안부에서 직진하고, 넓고 평탄한 능선을 올라, 무명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이어 등산로는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더니, 9시 11분, 이정표가 있는, 강천산 제 2봉인 깃대봉(671.5m) 갈림길에 이른다. 강천산 군립공원에 들어선 것이다.

추월산

깃대봉 갈림길


마루금은 오른쪽 왕자봉 방향이다. 신작로 같은 공원길이 이어진다. 순창군은 1981년 1월 강천산을 국내 첫 군립공원으로 지정한다. 깃대봉, 왕자봉, 형제봉, 산성산, 시루봉, 광덕산을 지나면서, 능선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인 강천산은 "호남의 소금강"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의 하나로 꼽힌다. 2005년 10월, 산정산악회를 따라 둘러본 적이 있다.

신작로 같은 공원길


아무리 명산이라 해도 월요일 아침부터 산에 오르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으니, 아무도 없는 텅 빈 산길을 온통 전세 내어 혼자 휘적휘적 걷는다. 자유스럽기가 비할 데 없다. 9시 16분, 이정표가 있는 왕자봉 삼거리에 이른다. 왕자봉(583.7m)은 강천산 제 1봉이지만, 가 본 곳이라 생략하고, 오늘은 정맥 마루금에 충실하기로 한다. 오른쪽 형제봉 쪽으로 향한다.

삼거리에서 본 왕자봉(옛 사진)

 

정상석(상동)


아침이라 더욱 청청해 보이는 산죽길을 지나, '등산로 폐지' 팻말이 세워진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안부에 이르면, 이정표가 있는 형제봉 삼거리다. 직진하면 '구장군 폭포'로 이어지고, 마루금은 오른쪽 송락바위 방향이다. 등산로는 서쪽으로 이어진다.

형제봉 삼거리


등산로가 평탄하게 오르내리며, 봉우리를 만나면 예외 없이 왼쪽으로 우회한다. 봉우리를 3차례나 우회한 후, 10시 6분, 비로소 본 능선으로 진입하여, 완만한 산죽길을 지나고, 암릉길을 걸으며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추월산과 담양호를 가까이 본다. 10시 16분, 북문 터로 들어선다. 이정표와 북문 터 안내판이 있는 이곳에서의 조망이 빼어나다.

북문 터 입구

이정표

북문 터 안내판

성터

담양호와 추월산

서문 쪽 성터 길과 담양호

북문에서 본 형제봉


마루금은 동문 방향이다. 너른 등산로를 따라,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니, 성터흔적이 남아 있는 너른 공터다. 이정표와 안내판 등이 보이는 강천저수지 갈림길이다. 구장군 폭포와 송낙바위는 왼쪽 내리막이고 마루금은 오른쪽 오르막이다. 가까이 보이는 광덕산을 카메라에 담고, 가파른 성벽 길을 따라 오른다.

성터흔적의 너른 공터

이정표

안내판


성벽 길을 오르며 노란 생강 꽃을 본다. 600m 정도의 이곳 높이를 감안하면 산수유는 아니라고 짐작한다. 오름세가 끝나는 곳에 오르니, 시야가 트인다. 북 바위로 이어지는 성벽 길이 장관이다. 120도 방향으로 왕자봉 방향의 절벽을 카메라에 담고, 오르막 성벽 길을 걷는다. 길 가운데 삼각점이 박혀있다. 지금은 다른 표지가 없지만, 전에는 근방에 '산성산 603m' 라는 표지판이 있던 걸로 기억한다.

황량한 성벽 가의 생강 꽃

북바위로 이어지는 성벽길

왕자봉 방향의 절벽

삼각점


성벽 길을 따라 걷는다. 북바위가 가까워지고, 오른쪽으로 시루봉이 우뚝하다. 북바위 못 미쳐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성벽을 내려선다. 전에 올랐던 북바위라, 오르기를 생략하고 등산로를 따라 내려, 이정표가 있는 운대봉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준비해온 칵테일로 반주를 하고, 빵과 과일로 요기를 한다. 마침 동문 쪽에서 올라오던 젊은이 세 사람이 커다란 바위 아래에서 늙은이 혼자 빵을 먹고 있는 꼴을 보더니, 황급히 인사를 하고 사라진다.

시루봉

운대봉 이정표

뒤돌아 본 운대봉


약 30분 동안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11시 28분, 동문 0.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성터로 향한다. 1시 32분, 이정표가 있는 동문 터를 지나며 왼쪽으로 광덕산, 정면으로 시루봉을 가까이 본다.

동문 성터

동문 이정표

가까이 본 광덕산


11시 37분, 시루봉 갈림길 직전에서 시루봉을 올려다보고, 갈림길에서 로프가 걸린 가파른 왼쪽 내리막으로 바로 내려선다. 시루봉도 지난번에 올랐던 곳이기 때문이다. 가파른 암릉길을 내려서다, 오른쪽으로 금성리 너른 들을 굽어보고, 11시 47분, 전망바위에서 서쪽 대성리 방향을 바라본다. 이어 철 계단을 내려서고, 뒤돌아 시루봉을 바라본다.

가까이 본 시루봉

시루봉 갈림길

금성리 너른 들

뒤돌아 본 시루봉


11시 59분, 하성고개 안부에서 직진하고, 12시 10분 무명봉에서 오른쪽으로 문암저수지를 내려다본 후, 이정표와 헬기장이 있는 적우재에 내려선다. 이제 광덕산까지는 450m다. 헬기장에 서서 잠시 북바위와 산성산등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고, 광덕산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문암저수지

적우재고개

지나온 능선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암릉을 지나고 철계단을 오른다. 12시 41분, 두 번째 철계단을 올라 갈림길에 이른다. 오른쪽 내리막길이 마루금이다. 광덕산 정상은 마루금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직진하여 광덕산 정상으로 향한다. 로프가 걸려 있는 암름길을 올라, 12시 44분, 정상석, 이정표, 그리고 강천산 군립공원 안내도 등이 있는 광덕산 정상(584m)에 선다.

두 번째 철계단

갈림길

정상석

이정표


정상은 조망이 좋은 곳이지만 오늘은 가스가 끼어 원거리 조망은 뿌옇다. 지나온 능선, 가야할 능선을 돌아보고, 지난번에는 강천사 쪽으로 하산했지만, 이번에는 올라왔던 암릉을 되돌아내려, 갈림길에 이르러, 왼쪽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돌이 많은 미끄러운 비탈길을 10여분 정도 내려서서 임도에 이르고, 임도를 건너, 숲으로 들어선다.

지나온 능선

가야할 능선


1시 8분, 두 번째 임도에 내려서서 약 1분 쯤 이를 따라 걷다, 왼쪽 산길로 들어서고, 1시 12분, 갈림길을 만나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2분 후, 세 번째로 임도에 내려서서, 이를 건넌 후, 오른쪽 능선에 올라, 1시 16분, 삼각점이 있는 262.9m봉에 이른다.

세 번째 임도

삼각점


모처럼 순탄한 산책길이 이어진다. 1시 18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지금은 잘 정비된 등산로가 이어지지만 주위에 산재한 잡목넝쿨 흔적을 보면, 전에는 이 부근이 가시넝쿨로 악명 높았던 곳인가 보다. 3분 후, 다시 갈림길을 만나, 이번에는 왼쪽으로 올라, 1시 25분, 김해김씨 가족묘를 지난다.

갈림길, 우

김해김씨 가족묘


1시 43분, 능선분기봉인 358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이어 능선안부를 지나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길을 오르다, 뒤돌아 지나온 시루봉, 광덕산, 그리고 358m봉을 돌아보고, 2시 2분, 고도 약 300m 정도의 봉우리에서 정면에 보이는 덕진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2시 8분, 332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385m봉

지나온 길, 시루봉(좌), 광덕산, 358m봉(중앙)

덕진봉

332m봉


2시 16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2시 33분, 돌탑과 정상표지판이 보이는 덕진봉(364m)에 오른다. 이제 방축재까지는 30분 거리다. 2시 42분, 평묘 2기가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임도에 이르고, 대나무밭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마을로 들어선다. 이어 마을 시멘트 길을 따라 진행하여, 2시 56분, 24번 도로에 이른다. 도로 건너편에 금과택시가 보인다. 방축재에서 도로를 따라 광주 쪽으로 조금 내려선 금과동이다.

덕진봉 정상

마을 진입

금과동


길 건너에 있는 기사양반에게 광주 가는 버스 정류장이 어디냐고 묻자, 내가 서있는 바로 옆 상점을 가리키며, 그곳에서 표를 사라고 일러준다. 상점에서 버스표를 사고 (3,000원), 3시 30분 도착 예정인 버스를 기다린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한다. 4시 20분 경, 광주 유 스퀘어에 도착하여, 5시 30분 발 서울행 고속버스표를 산 후 (16,100원), 화장실에서 웃옷을 갈아입는다. 이어 식당에 들러, 돈가스를 주문하고, 남은 술을 반주로 저녁식사를 한다. (5,000원)

 


(2009. 4. 6.)













at 11/17/2010 05:52 am comment

부럽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고이 담아갑니다

at 06/03/2010 10:29 am comment

잘 보았습니다 감사하며 담아갑니다 산은 사진으로 봐도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Delete at 09/28/2009 01:41 am comment

간결하면서 포인트가 있으면서 거침없고 거리낌없는 글들 너무 잘 읽었습니다.책을 내셔도 손색이 없을듯 하옵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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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덕골재


2009년 3월 29일(일)

송암산악회의 호남정맥 제15구간 당일산행에 참여한다. 산악회는 곰재에서 큰덕골재를 지나 가위재까지 산행을 하지만, 나는 지난해 무주공산산악회를 따라 예재에서 가위재, 고비산을 거쳐 큰덕골재에 이르는 구간을 이미 지났음으로 큰덕골재에서 산행을 마치고 대덕마을로 탈출한다.


호남정맥의 오정자재에서 방축재까지의 구간은 유명한 강천산을 지난다. 이 구간은 도상거리가 약 16Km 정도이고, 강천산 군립공원 내에 갈림길이 많아 등로이탈의 가능성이 큰 외에, 광덕산을 지나서는 악명 높은 가시넝쿨 지역도 많아, 산악회로서는 골치 아픈 구간이다. 지난해 무주공산에서는 이 구간을 무박으로 우중산행을 한 바가 있다. 나는 무박도 싫은데, 비 까지 온다는 예보로 미련 없이 산행을 포기한 곳이다.


오늘은 큰덕골재에서 탈출하여, 담양이나 순창에서 일박한 후, 내일 아침에 오정자재로 이동하여, 이 구간의 보충산행을 할 계획이다. 큰덕골재는 남진하던 무주공산과 북진하는 송암이 만나는 곳으로, 내가 남북으로 나누어 진행해온 호남정맥 종주의 연결지점이다. 중도 탈출을 하다 보니, 오늘 산행거리는 도상으로 약 8.5Km 정도로 짧다.


30여명의 대원들을 태운 버스는 11시 30분, 낮 익은 곰재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언제나처럼 허겁지겁 산행을 시작한다. 주변의 사진을 찍고 등산로로 들어서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김연아 선수가 207점대로 우승을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버스에 장착 된 TV가 작동되지 않아, 결과를 알려달라고 전화를 한 것에 대한 집사람의 답신이다.

곰재, 지난번 하산지점

산행시작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31) 곰재/산행시작-(12:00) 헬기장-(12:07) 봉미산-(12:21) 헬기장-(12:29) 바윗골사거리-(12:38) 391.1m봉-(13:02) 숫개봉-(13:15) 380m봉-(13:18) 임도, 우/왼쪽 산길-(13:19) 묘 3기-(13:40) 460m봉-(13:44) 암봉, 왼쪽 우회-(13:48) 안부-(14:00) 420m봉, 좌-(14:03) 땟재-(14:10) 군치산-(14:17) 서낭당 안부-(14:32) 400m봉-(14:42) 330m봉-(14:58) 큰덕골재』총 3시간 27분이 소요된 짧은 산행이다


* * * * *


가파른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른다. 큰덕골재에서 중도 탈출할 생각이니 서두를 것이 하나도 없다. 김연아 선수가 대단하다. 어린 선수가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오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제 기량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그 강한 정신력과 많은 연습량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참으로 대단하다. 앞선 대원들이 봉미산을 향해 민둥산을 줄지어 걷는 모습이 보인다.

봉미산과 민둥산을 걷는 대원들


봉미산을 향해 동남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걷다, 오른쪽으로 지난번에 지나온 가지산 암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에 바람이 없어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벌써 땀이 솟는다. 파란 나뭇잎과 연분홍 진달래로 봄기운이 물씬 나는 호젓한 산길을 최후미로 쳐져 산책하듯 유장하게 걷는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가지산 암봉

봄기운이 물씬 나는 호젓한 산속


12시, "93-6-9"의 시멘트 표지석이 있는 헬기장을 지나고, 7분 후, 오늘 구간에서 가장 높은 봉미산 정상(505.6m)에 오른다. 넓은 헬기장에 삼각점과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조망이 별로라 바로 왼쪽으로 내려선다. 12시 21분, 다시 너른 헬기장을 지나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정면에 가야할 숫개봉이 모습을 보인다.

봉미산 정상

정상 표지판

삼각점

숫개봉(우)


12시 29분, 바윗골사거리 안부에 내려서서 직진하여 오르막길을 걷는다. 완만한 오르막 산길에서도 역시 봄 냄새가 흠씬 느껴진다. 12시 38분, 391.1m봉을 넘고, 1시 2분, 숫개봉에 오른다. 좁은 정상에 정상표지판이 보이고 표지기들이 요란하다.

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산길

숫개봉 정상


숫개봉을 내려서서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임도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이어 표지기를 따라 임도를 버리고 왼쪽 산길로 들어서서, 묘 3기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며 140도 방향으로 바윗골을 굽어본다. 다시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1시 40분, 대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460m봉에 올라, 북동쪽의 가야할 군치산을 카메라에 담고,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임도

왼쪽 산길로

바윗골

460m봉

군치산


가파른 암릉길이 이어진다. 커다란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안부에 내려섰다, 봉우리 하나를 넘은 후, 2시 3분, 땟재에서 직진하고, 2시 10분, 군치산에 오른다. 이제 큰덕골재까지는 도상거리로 약 2.5Km가 남았으니, 한 시간 정도면 오늘산행의 마무리가 되겠다. 다소 싱거운 느낌이다. 하지만 일찍 하산하여 담양에 들러, 가능하면 소쇄원과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를 보겠다는 욕심에 발길을 서두른다.

땟재

군치산 정상


2시 17분, 서낭당 흔적이 뚜렷한 안부에 내려서고, 산죽밭을 지나 400m봉에 지난 후, 오른쪽에 보이는 마지막 330m봉을 오르며 지나온 능선을 돌아본다. 2시 40분, 진달래가 곱게 핀 봉우리에서 직진하여 산판길로 내려서고, 임도를 만나 왼쪽으로 진행하여, 2시 58분 큰덕골재에 내려선다.

서낭당 안부

산죽밭

지나온 능선

330m봉

왼쪽 임도

죽산안공 묘


큰덕골재에서 후미일행과 작별을 한다. 이어 왼쪽 임도를 따라내려, 대덕마을로 향한다. 3시 17분, 대덕마을에 내려서지만, 큰 마을에 인적이 전혀 없다. 마을회관 노인정은 텅 비었고, 비료부대가 가득 쌓인 버스정류장에는 버스운행 시간표도 보이질 않는다. 버스정류장 안에서 땀에 젖은 웃옷을 갈아입고, 이양의 개인택시를 호출한다.

대덕마을회관

버스정류장


15분 쯤 지나 택시가 도착하고, 3시 45분 경, 이양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요금 8,000원), 4시 광주행 버스를 탄다.(요금 3,200원)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완행이라 화순을 지나 이곳저곳 들르다보니, 5시 20분이 넘어서야 겨우 광주종합터미널에 도착한다. 하지만 버스 안에서 특이한 모양의 예성산과 용암산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기대하지 않았던 수확이다.

예성산

용암산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인 유 스퀘어의 규모가 대단하다. 크고 편리하다. 고속버스를 제외한 직행버스 등은 발권기를 통해 버스표를 구매한다. 담양까지 2,000원, 20분이 걸린다. 6시가 다 되어 버스를 타게 되니. 소쇄원 구경은 물 건너갔고,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을 잠시 걸어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담양터미널에 도착하여 오정자재를 지나가는 버스 편을 알아본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메타세콰아어 가로수길


담양버스터미널에서 오정자재를 통과하는 버스는 없고, 순창으로 가서, 군내버스를 이용하여 오정자 삼거리에서 하차하라고 알려준다. 어쩔 수 없어 터미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를 잠시 구경하고, 터미널로 다시 돌아와 순창 행 버스를 탄다.




(2009. 4. 2.)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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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억불봉 능선


2009년 3월 25(수).

5시 30분 모닝콜 소리에 잠을 깬다. 어제 저녁 9시가 조금 넘어 잠자리에 들었으니 8시간 이상 숙면을 한 것이다. '천지민박'은 외화마을 지계교를 건너 첫 번째 집이다. 계곡을 끼고 있어 여름에는 찾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외화마을에는 민박집들이 여럿 있지만, 천지민박 주인이 젊은 사람이라, 편하게 느껴져서인지, 홀대간꾼들이 자주 찾는 모양이다.


오늘 아침에도 작업인부들을 불렀다고 하면서도, 일찍 식사를 마련해 주고, 관동마을사거리 근처까지의 험한 길을 차로 데려다 준다. 올해 39세인 정영석씨는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와 임야를 농지로 개간하여, 고사리, 둥굴레, 고로쇠, 매실 등을 경작하느라고 바쁜 나날을 보낸다고 한다. 헌데 이 양반에게 가장 무서운 적이 산악회라고 한다. 산악회를 따라온 20명~30명의 등산객들이 고사리 밭을 밟고 지나면, 그해 고사리 농사는 끝장이 나고, 둥굴레 같은 것은 남아나지가 않는다고 한다.


둥굴레를 심었다 등산객들이 망쳐놓는 바람에 둘러엎고, 고로쇠나무 묘목을 심어 놓았다는 농장 끝까지 차로 올라, 아쉬운 작별을 한다. 이어 희미한 길을 따라 약 7분 쯤 오르니, 이정표가 있는 관동삼거리 주능선이다. 지난번 관동마을에서 40분이 넘게 급경사 오르막을 거쳐 올랐던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구름아래 검게 보이는 산이 백운산이다


 

주능선, 관동마을 갈림길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6:45) 농장 임도-(06:52) 관동삼거리-(07:00) 외화재-(07:26) 430m봉-(07:33) 천황재-(07:43) 512.3m봉-(08:13) 이정표<고사마을 갈림길>-(08:47) 이정표<항동마을 갈림길>-(08:54~08:57) 매봉정상-(09:50) 960m봉/헬기장-(10:00) 무명봉-(10:18) 1115m봉/헬기장/묘-(10:37) 전망바위-(10:41~11:07) 백운산 정상-(11:17~11:38) 중식-(11:41) 이정표<정상 0.3Km>-(11:48) 신선대-(11:55) 전망바위-(12:07) 난간 길-(12:23) 헬기장-(12:29) 헬기장-(12:45) 한재-(12:31) 헬기장-(13:37~13:39) 따리봉-(14:15) 참샘이재-(14:20) 헬기장-(14:48) 철계단-(14:52) 전망바위-(14:59~15:03) 도솔봉-(15:25) 무명봉, 우-(15:48) 890m봉/성불사 갈림길-(15:59) 새재/성불사 갈림길-(16:26) 성불사』들머리 7분, 중식 21분, 마루금 8시간 46분, 날머리 27분, 총 9시간 41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산속이라 아직도 어둑한 느낌이다.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비교적 맑은 날씨에 바람이 거세다. 꽃샘추위로 봄 같지 않게 춥게 느껴지는 산길을 혼자서 터덜터덜 걷는다. 위잉~위잉~거세게 불어대는 바람소리에 으스스한 느낌이 든다. 7시 정각, 외화재 사거리 깊은 안부에 내려서서 직진한다.

외화재


햇살이 능선을 비치자 분위기가 비로소 밝아진다. 참나무사이로 뚜렷하게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 곳곳에 연분홍 진달래가 화사하고,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섬진강물이 반짝인다. 큰 기복이 없이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능선을 따라 아침산책을 하듯 유장하게 걷는다. 7시 23분, 고도 약 430m정도의 봉우리를 넘고, 10분 후, 천황재를 지나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햇살이 비친 봉우리, 진달래가 곱다.


7시 42분, 너른 헬기장에 삼각점이 있는 512.3m봉을 지나고, 5분 후, 안부에 내려선다. 왼쪽 내화마을로 내려서는 길이 희미하게 보인다. 북서쪽으로 오르막 능선이 꾸준히 이어진다. 240도 방향으로 그로테스크하게 보이는 억불봉을 당겨서 찍는다.

512.3m봉

삼각점

당겨 찍은 억불봉


능선 하나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8시 13분, 이정표가 있는 고사마을 가림길을 지난다. 해가 오르면서 바람이 다소 잦아드는 느낌이지만 표지기들의 몸부림은 여전하다. 능선 하나를 왼쪽으로 우회한다. 고도는 600m대로 변하고, 앙상한 나뭇가지사이로 계속 오르막이 이어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고도를 700m대로 높인다. 가까이 선회하면서 울어대는 까마귀가 기분 나쁘다.

고사마을 갈림길

꾸준히 고도를 높이는 황량한 능선 길

8시 47분,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에 올라 왼쪽 매봉으로 향한다. 이정표는 매봉까지의 거리가 0.3Km라고 알려준다. 오른쪽은 항동마을이다. 8시54분, 매봉 정상(867.4m)에 오른다. 도상거리 약 4.5Km, 그리고 약 500m의 고도차가 나는 구간을 1시간 54분 만에 오른 것이다. 넓은 헬기장이지만 주변의 나무들 때문에 조망은 별로인데. 왼쪽으로 백운산의 흰 머리가 빼꼼하게 보인다. '눈이 남았나?' 라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보니 상고대다. 헬기장 복판에 삼각점이, 그리고 나뭇가지에 정상표지판들이 걸려있다. 

항동마을 갈림길

삼각점

정상표지판

하얗게 보이는 백운산 머리


이제 동서로 이어진 백운산의 주능선에 진입한 것이다.

 

"상봉이라고도 불리는 백운산은 해발 1,218m 높이로 전남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웅장한 산세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백운산은 광양인의 기상이요, 영원한 고향으로 지역민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백운산은 남해안 지방에서 보기 드물게 장엄한 산세를 가졌고 능선이 잘 발달되어 있다.

 

정상인 상봉에서 동으로 매봉, 서로는 따리봉, 도솔봉, 형제봉에서 이어지는 해발 1천 미터에 달하는 주능선 16km를 가졌으며 남북으로는 각각 20km에 달해 4개면(봉강, 옥룡, 진상, 다압)을 경계 지으며 능선이 광양만을 향해 뻗어 내린다. 능선을 따라 각각 10km에 이르는 4대 계곡(성불사계곡, 동곡계곡, 어치계곡, 금천계곡)은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펌)

도솔봉에서 본 따리봉, 상봉, 매봉 줄기


매봉을 왼쪽으로 내려서서 백운산으로 향한다. 맨땅이 들어난 능선은 얼어서 딱딱하고 등산로 주변의 진달래는 갈색 꽃망울을 달고 있다. 바람결에 반장갑을 낀 손끝이 시리다. 황량한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9시 50분, 헬기장인 960m봉에 오른다. 한 귀퉁이에 쓰러져 있는 이정표가 백운산까지의 거리가 3.0km라고 알려준다.

얼어붙은 능선길

쓰러진 이정표


10시 18분, 1,115m봉, 묘가 있는 헬기장에서 정면으로 백운산을 바라본다. 우뚝 솟은 정상과 오른쪽 신선대로 이어지는 암릉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늘 금을 긋고 있다. 백운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에 푸른 산죽이 모습을 보이고 죽은 나무가 길을 막는다. 백운산을 향한 마지막 오름길을 오른다. 암릉을 지나, 10시 37분, 전망바위에 서서, 백운산에서 억불봉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을 굽어보고, 섬진강 너머로 남해의 금오산을 본다.

가까이 보이는 백운산

백운산 가는 길

섬진강과 남해 방향


10시 41분, 삼각점이 있는 정상에서 백운산 암봉을 바라보고, 암릉길을 지나, 10시 47분, 정상석이 있는 암봉에 오른다. 사방이 트여 조망이 일품이다. 지나온 능선, 가야할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로 성불사계곡, 동곡계곡, 어치계곡에 물을 갈라주는 두 개의 지능선이 힘차게 흐르는가 하면, 북으로는 지리산 줄기가 뚜렷하다.

백운산 암봉

 

정상석과 뒤로 보이는 도솔봉

지나온 능선

지리산 방향

암봉 위

암봉 아래에 등산로와 이정표가 보인다. 낮선 길이라, 암봉을 내려서서 이정표 앞에 선다. 이정표를 보니, 이 길은 억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임을 알 수 있겠다. 이정표 주변에 상고대가 피어있다. 산 중턱에는 진달래가 활짝 폈는데, 산꼭대기는 상고대다. 과연 큰 산이다. 로프가 걸린 암릉길을 지나, 신선대로 향하며, 돌탑과 거북바위를 굽어보고 암봉을 돌아본다.

정상 이정표

상고대

 

돌탑과 거북바위

뒤돌아 본 정상


11시 10분, 철계단을 오르내리며 신선봉으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거대한 바위들이 우뚝우뚝 솟아있다. 인근 주민인지 배낭도 메지 않은 등산객 한분을 반갑게 만난다. 11시 17분, 바람을 막아주는 돌길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11시 38분, 키 작은 산죽 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내려서며 뒤돌아 정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11시 48분 이정표가 있는 신선대에서 오른쪽의 한재로 내려선다. 왼쪽은 진틀로 가는 길이다.

철계단

뒤돌아 본 정상

신선대


11시 55분, 전망바위에서 따리봉과 도솔봉을 카메라에 담고, 북쪽으로 지리산능선을 바라본다. 이어 암릉길을 지나며 공깃돌 같은 바위를 보고, 산죽길, 난간길을 지나, 12시 29분, 헬기장에서 따리봉을 가까이 본다.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능선 하나를 왼쪽 사면으로 우회하고, 급 내리막은 철계단을 따라 내린다. 12시 45분, 이정표가 있는 한재에 내려선다.

따리봉과 도솔봉

가까이 본 따리봉

한재 이정표

한재


도로를 건너 따리봉 오르막길을 오른다. 고도차 약 270m를, 도상거리 1.3Km 구간에서 극복하여야 하는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군데군데 로프가 걸려있다. 1시 31분, 헬기장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고, 6분 후, 정상석과 이정표가 있는 따리봉 정상(1,127.4m)에 오른다. 조망이 좋다.

로프가 걸린 가파른 오르막

정상석

따리봉에서 본 백운산

도솔봉, 마루금은 오른쪽, 왼쪽은 남쪽으로 흐르는 지능선

논실, 동곡 계곡을 만들어 주는 지능선


1시 39분, 따리봉을 서쪽으로 내려선다. 철계단을 지나며 고도를 낮추고, 뒤돌아 능선에 도열한 회색빛 나무들과 따리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2시 15분 이정표가 있는 참샘이재에 이르러 직진한다. 왼쪽은 논실마을로 이어지는 길이다. 북서풍이 강하게 불어 정신이 하나도 없다. 2시 20분 너른 헬기장에 올라 도솔봉과 따리봉을 바라보고, 철계단을 올라 능선에 서니, 왼쪽에 남쪽으로 흐르는 능선이 유장하다. 등산로는 잡목 사이로 이어지고, 저 앞에 도솔봉 정상에 걸린 철계단이 보인다.

능선에 도열한 회색빛 나무들, 큰 산이다

뒤돌아 본 따리봉

참샘이재

도솔봉

따리봉

마루금 왼쪽, 남으로 흐르는 능선

도솔봉에 걸린 철계단


2시 59분, 헬기장인 도솔봉 정상(1,123.4m)에 오른다. 이정표와 정상표지석이 보이고, 삼각점은 누군가가 파헤쳐 놓아 땅에 뒹굴고 있다. 왼쪽으로 상봉과 억불봉을 바라보고 가야할 마루금을 카메라에 담은 후, 3시 3분, 도솔봉을 내려선다. 이제까지 신작로 같던 등산로가 일변하여 산길로 모습을 바꾼다. 이제부터는 정맥꾼들이 주로 다니는 마루금이다.

도솔봉 정상

정상석

상봉과 억불봉

가야할 정맥 마루금


3시 25분, 무명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3시 48분, 이정표가 있는 890m봉을 지나, 3시 59분, 새재에 도착하여 왼쪽 성불사로 내려선다. 지난해 11월, 송암산악회를 따라 새재에서 죽정치까지 마루금을 걸었으니, 이제 죽정치에서 한치재까지의 도상거리 약 55.5Km를 걸으면, 호남정맥 종주가 완성된다.

890m봉

새재


4시 26분, 성불사에 도착하여, 버스 타는 곳을 물으니, 절에서 2Km 떨러진 하조마을까지 내려가야 한다며, 지금가면, 5시 40분차를 탈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성불사 입구에서 성불사 사이를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지만, 운행시간이 지나, 지금은 다른 교통수단이 없다. 할 수 없이 아스팔트도로를 터덜터덜 내려선다. 몸은 지쳤지만, 호남정맥 끝머리를 무사히 해 냈다는 성취감으로 기분은 상쾌하다.

성불사 일주문


5시 10분, 하조마을에 도착한다. 추운 날씨 탓인지 마을에는 어리친 강아지 한 마리도 보이질 않는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새마을 회관 경로당을 두드리니 할머니들이 내다보며 버스정류장을 알려준다. 바람 피할 곳을 찾자고, 혹시 마을에 상점이 없느냐고 묻는다. 바로 옆이 공판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공판장 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할 수 없이 마을을 지키는 커다란 소나무 아래에서 바람을 등지고 앉아 얼마 남지 않은 어한주를 아껴 마시며 버스를 기다린다. 5시 35분, 버스가 도착하고, 5분 후 광양으로 출발한다. (요금 1,000원) 버스는 6시 조금 지나 광양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하고, 나는 6시 30분 발, 동서울 행 버스표를 산다. (요금, 우등 32,100원) 저녁을 사 먹을 시간도 없다. 화장실에서 땀에 젖은 상의를 바꾸어 입고, 슈퍼에 들러 우유와 맥주를 산다. 차가 출발하면, 남은 행동식, 떡으로 저녁을 때울 심산이다.

 


(2009. 4. 1.)















at 05/07/2010 06:17 am comment

잘 보았습니다 감사하며 담아갑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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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망


2박 3일 일정으로 호남정맥의 아래 두 구간을 산행한다.


첫째 날 : 서울에서 광양으로 이동, 광양에서 일박, 산행 없음

둘째 날 : 외망-토끼재, 도상거리 약 14Km

셋째 날 : 관동사거리-새재, 도상거리 약 16Km


비용 : 123,500원(교통비 70,100원, 숙박비 36,000원, 식대 17,400원)


2008년 3월 22일, 무주공산 산악회를 따라 관동마을 사거리에서 토끼재까지, 도상거리 약 6.2Km 구간을 산행한 바 있고, 또 2008년 11월 2일, 송암산악회의 안내로, 새재에서 죽정치까지의 마루금 13.2Km를 걸은 바가 있어, 이번 산행을 마치면 외망에서 죽정치까지 49.9Km가 깨끗하게 연결이 된다.


2009년 3월 23일(월). 동서울터미널에서 오후 5시30분 발 광양 행 버스를 탄다.(요금 일반, 21,500원) 24일에는 한일 간 WBC 결승전이 있어, 하루를 미룰까도 생각했지만, 주말에도 산행계획이 있어 소형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배낭에 챙겨 넣고 출발을 한다.


광양에는 터미널이 두 개가 있다. 10시가 조금 넘어 버스는 먼저 동광양 버스터미널에 도착하고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 내린다. 나도 따라 내리려고 배낭을 둘러메다 보니 꿈쩍 않고 자리를 지키는 승객들이 보인다. 깜짝 놀라 기사양반에게 묻는다.


"다른 버스터미널이 또 있나요?"

"광양읍에 종합터미널이 있어요. 여기서 15분 정도 걸리죠."


배낭을 벗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뒷좌석의 아주머니가 어느 산엘 가느냐고 묻는다. 호남정맥을 종주 중이라고 하니 반색을 한다. 자신도 호남정맥을 종주하다 지금은 잠시 쉬지만 4월부터는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복사해간 지도를 내보이며 오늘 숙박할 예정인 '베스파 사우나'가는 길을 묻는다. 아주머니도 '베스파 사우나'를 안다며, 가는 길을 자세히 알려준다.


'베스파 사우나'는 종합터미널에서 도보로 15분~20분 거리에 있다. 부근에 24시간 영업하는 뼈다귀 집이 있고, 그 집 바로 앞에 외망 가는 버스 정류장이 있어, 홀 대간꾼들이 즐겨 이용하는 집이다. 택시를 타면 바로이지만, 해장국집과 버스정류장을 확인하기 위해 걸어서 찾아가보기로 한다.


아주머니의 자세한 설명 덕에 쉽게, 주공 '칠성아파트' 단지 건너편에 있는 뼈다귀 집과 버스정류장을 찾아 확인하고, '베스파 사우나'에서 일박한다. (요금 경노우대, 5000원, 큰 타월 사용료 1,000원)


2009년 3월 24일(화).

5시 30분, 뼈다귀 집에 들러 해장국으로 식사를 한다. (5,000원) 아침식사로 적합한 메뉴랄 수는 없지만, 단일 메뉴이니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6시 경,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와 버스정류장에서 107번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3월 말이지만, 꽃샘추위를 한다더니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6시 20분 경, 107번 버스가 도착한다. 승객이 하나도 없는 빈차다. 6시 59분. 종점인 외망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유일한 승객이다. 공연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섬진강 하구인 외망을 이곳 사람들은 망덕이라고 부른다. 버스정류장 이름도 망덕이다. 기사양반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버스에서 내려선다.

버스 창밖으로 본 망덕산과 천왕산

망덕산


인적이 없는 조용한 하구(河口)다. 왼쪽은 강가로 이어지는 도로이고, 직진 길은 산 아래 마을로 이어지는 것 같다. 어느 길로 가야할지 물어볼 사람도 없다. 왼쪽 강변도로로 들어선다. 조금 걸으니 외망마을 돌 표지가 보인다. 강변도로를 따라 걸으며 보는 풍광이 아름답다.

섬진강 하구

 

섬진강 상류 쪽 풍광


강변도로를 따라 상가가 형성돼 있다. 등산로 입구에 신광약국이 보인다. 근처에 있다는 윤동주 시인의 시고(詩稿)를 감추어 두었던 곳이 어딘지를 알고 싶어, 신광약국의 문을 두드려 보지만 반응이 없고, 옆의 슈퍼도 문이 잠겨 있다. 할 수 없이 등산로 입구로 되돌아와 '호남정맥의 시발점 망덕산' 안내판을 들여다 본 후, 안내 표지판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신광약국

등산 안내판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6:59) 외망도착-(07:05) 등산로 입구-(07:10) 박씨 화수정 입구-(07:14) 이정표<정상 710m)-(07:19) 이정표/약수터 갈림길-(07:22) 이정표<정상 410m>-(07:31) 갈림길, 좌-(07:32) 묘2기-(07:33~07:35) 망덕산 정상-(07:36) 갈림길, 우-(07:37~07:38) 전망바위-(07:40) 전망바위-(07:46) 철조망-(07:53) 억새 공터-(07:57) 함양조공 합장묘-(08:01) 임도-(08:03) 2번국도-(08:18) T자, 우-(08:30~08:40) 무명묘역/휴식-(08:50) 암봉-(09:05) 쌍묘/측백나무 숲-(09:15~09:21) 천왕산 정상-(09:40) 굴다리-(09:42) 증산마을입구, 좌-(09:43) 오른쪽 절개지-(09:47) 밀양박공 묘-(09:56) 순흥안공 합장묘-(10;00) 삼정치-(10;06) 납골당 뒤 시멘트도로-(10;09) 갈림길, 우-(10:11) T자, 우/왼쪽 절개지-(10:27~10:57) 시멘트도로/중삭-(11:00) 뱀재-(11:10) 수원백공 묘-(11:12) 밤나무단지-(11:26) 정박산-(11:40) 상도재-(11:46~13:00) 마루금 이탈-(13:18) 민둥산-(13:40~13:41) 국사봉-(13:46) 갈림길, 우-(14:00) 갈림길, 우-(14:10) 286m봉-(14:14) 송전탑-(14:16) 서낭당 안부-(14:40) 헬기장-(14:45) 임도, 우-(14:49) 탄티재-(15:12) 286m봉, 좌-(15:30) 백학광장 갈림길-(15:34~15:38) 불암산정상-(15:54) 바위지대-(16:02) 사유지 경고판-(16:08) 토끼재』중식 및 휴식 시간 40분, 등로 이탈 약 1시간 포함, 총 8시간 58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막다른 골목길로 들어서면 길은 오른쪽으로 이어지고 정면 벽에 '한반도 최장맥 시발점/ 망덕산 등산로' 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이어 골목길은 왼쪽의 가파른 시멘트 오르막길로 굽어지고, 시멘트길 한쪽에 계단을 만들어, 눈비로 미끄러울 때를 대비해 놓았다. 정면 나뭇가지에 걸린 표지기들이 바람에 펄럭인다. 어차피 좁은 땅에 대간이나 정맥 마루금을 원상대로 보존한다는 것은 무리겠다. 상가가 들어서고 집들이 들어서더라도 이처럼 마루금의 흐름을 표기하여 후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망덕산 등산로 안내

시멘트 오름길


박씨화수정입구(朴氏花樹亭入口)라는 오래된 돌표지가 보인다. 오래전에는 꽃과 나무로 아름다웠던 곳인 모양이다. 지금은 노란 개나리가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일 뿐이다. 잠시 멈추어 서서, 뒤돌아 비로소 아침잠에 깨어난 듯 조용하게 펼쳐진 하구를 내려다본다. 아름답다. 조금 더 오르니, 약수터 370m, 정상 710m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박씨화수정 입구 돌표지

맑게 갠 봄 날씨다. 쌀쌀하게 느껴져 재킷을 입은 채 산을 오른다. 반장갑을 낀 손끝이 시리게 느껴진다. 묘1기를 지나고 약수터 갈림길을 지난다. 약수터는 직진이고 정상은 오른쪽이다. 배우자와 함께 평화롭게 영면을 취하는 박공의 합장묘를 거쳐, 아침햇살이 비치는 송림 숲을 걷는 기분이 그만이다. 다시 약수터 갈림길을 지난다. 이정표는 정상까지 410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등산로 옆에 활짝 핀 진달래가 유난히 붉다. 

쾌적한 송림길

이정표

유난히 붉게 보이는 송림 속의 진달래


돌계단 길, 진달래 꽃길을 걷고, 몇 차례 묘를 지나, 7시 33분, 정상석, 삼각점<남해 301 2001 복구>, 정상표지판, 그리고 조망판이 있는 망덕산 정상(197.2m)에 오른다. 주위의 나무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망덕산을 내려서다, 진달래가 고운 묘역에 서서, 북으로 뾰족한 억불봉을 바라본다.

돌계단 길, 진달래 꽃길

망덕산 정상

정상표지판과 표지기


7시 36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1분 후, 전망바위에 서서, 사방을 둘러본다. 멋진 조망이다. 북서쪽으로 천왕산과 수어천이 보이고, 북쪽으로 멀리 뾰족한 억불봉이 우뚝한데, 가까이로는 가야할 나지막한 정맥능선과 진정리 너른 들, 그리고 남해안고속도로가 펼쳐진다. 전망바위에서 왼쪽으로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서다 또 다른 전망바위에 서서, 이번에는 광양제철소와 광양 컨테이너부두를 카메라에 담는다.

천왕산, 수어천

북쪽 조망,

망덕산 정상의 조망 안내판

광양제철소와 컨테이너부두


왼쪽 급경사 내리막 쪽으로 표지기들이 보인다. 바위지대를 지나고, 철조망을 따라 가파르게 이어지던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점차 완만해지더니 억새가 무성한 공지로 나온다. 오른쪽으로 천왕산과  2번 국도가 보인다. 억새가 무성한 공지에는 진달래, 개나리, 매화꽃들이 화사하고, 함안조공 묘역의 동백이 꽃망울 터뜨린다. 등산로는 임도를 내려서서 과수원을 지나고 2번 국도에 이른다.

매화

동백

장재마을과 천왕산

2번국도


고속도로 같은 2번 국도를 차량들이 무섭게 질주한다. 가까운 곳에 건널목이 보이질 않아 불법횡단을 시도한다. 주위를 둘러보고 재빨리 중앙분리대에 이르러, 배낭을 벗은 후, 분리대 아래를 기어 넘는다. 덤프트럭 한 대가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간다. 놀라 자라목이 된다. 한동안 마음을 가라안친 후, 나머지 반쪽 도로를 건너 시멘트옹벽을 넘는다.

2번 국도를 건너고


잡목넝쿨 사이로 희미한 등산로가 가파르게 이어진다. 잠시 후 희미한 갈림길에 이르러, 잠시 망설이다, 왼쪽 길을 따라 올라 능선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비로소 잡목사이로 뚜렷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능선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8시 30분, 묘 1기가 있는 곳에서 지도를 확인하고, 물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젊은 등산객 한 사람이 모습을 나타낸다. 반갑게 인사를 한다. 5사람이 함께 산행을 하는데, 어제 백운산을 넘고, 외화마을 마을회관에서 일박한 후, 두 파트로 나누어 산행중이라며, 등산객 두 사람을 보지 못했냐고 묻는다. 산에서 사람 만나기는 처음이라고 대답하자, 웃으며 서둘러 앞서 나간다.

약 10분 간 휴식을 취한 무명묘역


아름다운 진달래 꽃길을 산책하듯 걸어 오른다. 8시 49분, 시야가 트인 묘역에서 멀리 광양제철소를 바라보고, 1분 후, 전망바위에 올라 지나온 망덕산과 광영이주단지를 굽어본다. 전망바위에서 내려, 쌍묘와 측백나무 숲을 지나고, 9시 16분, 천왕산 암봉(225.5m) 위에 선다. 조망이 빼어나다.

광영이주단지

천왕산 정상

지나온 망덕산

제철소와 광량만

진정리 너른 들과 정박산

수어천


가파른 진달래 꽃길을 내려선다. 왼쪽으로 남해고속도로와 수어천교가 보인다. 과수원을 지나, 9시 40분, 굴다리를 통해 고속도로를 건너고, 증산마을 입구에서 왼쪽 도로를 따르다,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여기저기 산재한 묘들을 지나며 부드러운 산길을 걷는다. 동네 뒷동산 같은 분위기다. 10시 삼정치를 지나는데, 혼자서 밭일을 하던 아주머니가 등산객을 보고 허리를 편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지나친다.

 수어천교와 남해고속도로

증산마을 입구

삼정치


납골당 뒤 시멘트도로를 따라 오른다. 천왕산과 수어천을 돌아보고, 10시 9분, 도로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절개지를 올라 과수원 길을 걷는다. 이어 동백이 곱게 핀 순흥안공 묘를 지나며, 뒤돌아 망덕산과 천왕산을 한눈에 보고, 동글동글한 바위들이 산재한 완만한 오름길 지나, 고도 약 110m정도의 둔덕을 넘어 10시 27분, 시멘트도로로 내려선다, 저 아래 아스팔트도로가 지나가는 뱀재가 보인다.

납골당

뒤돌아 본 천왕산과 수어천

한눈에 보이는 망덕산과 천왕산


야구 결승전 중계도 시작되는 시간이라, 시멘트도로에 자리를 잡고, 점심상을 펼친다. 반주 두어 잔에 빵과 떡, 우유와 사과가 전부다. 라디오 중계방송을 들으며 약 30분 동안 느긋하게 식사를 한 후, 시멘트도로를 오른쪽으로 따라 내린다. 11시, 뱀재에 내려서고, 진상면 경계판이 보이는 왼쪽으로 진행하여 오른쪽 절개지를 오른다.

뱀재


야구 중계방송을 들으며 11시 10분, 수원백공 묘를 지나고, 밤나무단지를 거쳐, 11시 25분, 원형삼각점, 정상표지판이 있는 정박산(167.2m)에 오른다. 잡목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정박산을 내려서서 밭을 건너고 잡목넝쿨지역을 지나 시멘트도로가 이어지는 상도재에 이른다. 왼쪽에 송전탑이 보인다. 이어 시멘트도로는 임도로 바뀌고, 11시 46분, 갈림길에서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하지만 묘에 이르러 길이 끊긴다.

정박산

삼각점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으로 들어선 길은 묘지로만 통하는 길인 모양이다. 다시 임도로 나와, 왔던 길을 따라 내리다. 표지기를 확인하고 되돌아선다. 오른쪽 사면에 과수원이 보이는 지점에서 임도는 밭으로 변하고, 밭 너머로 다시 임도가 이어진다. 밭을 건너 임도를 따라 계속 진행한다. 마루금이라고 짐작되는 오른쪽 능선과 점점 멀어진다. 한동안 표지기도 보이질 않는다. 알바가 틀림없다.

임도가 밭으로 변하고


임도를 따라 고개 마루턱에 이른다. 좌우 능선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오른쪽 능선을 따라 마루금 쪽을 향한다.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니,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능선이 보인다. 희미한 산길이 골짜기를 지나 능선사면을 타고 이어진다. 아마도 약초꾼들이 지나는 길인 모양이다, 주위 나뭇가지들의 저항이 점점 심해진다.

밭을 건너 임도를 따라 앞에 보이는 고개 마루턱으로


산길은 계속 사면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능선이 가깝게 보인다. 우선 능선에 올라 방향을 확인하고, 마루금을 찾지 못하면, 오늘산행을 포기하고 가까운 곳으로 탈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산길을 버리고 오른쪽 능선으로 길 없는 길을 만들어 나간다. 빽빽하게 들어찬 잡목을 헤치며 가파른 사면을 오르려니 죽을 맛이다. 1시 정각, 뚜렷한 길이 보이는 능선에 올라선다.


중계방송에 정신이 팔려 송전탑을 지나 오른쪽 능선으로 진입하는 곳을 놓치고 계속 임도를 따라 걷다 알바를 한 모양이다. 약 1시간가량 마루금을 벗어나 방황을 하다, 그래도 능선의 흐름을 파악하고 겨우 마루금을 찾아 들어선 것이다. 다행이다. 1시 9분, 반가운 표지기를 만난다.

반가운 표지기


1시 18분, 작은 민둥산에 올라, 광양만과 지나온 마루금을 굽어보고, 1시 40분, 옛 성터 흔적이 있는 국사봉(445.2m)에 오른다. 삼각점이 보이고, 비닐정상표지판이 땅에 떨어져 있다. 가야할 불암산과 수어저수지를 바라보고, 국사봉을 왼쪽으로 내려선다.

광양만과 지나온 마루금

국사봉의 표지기들

땅에 떨어진 정상표지판

삼각점


이어 만나는 두 차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2시 10분, 286m봉에 올라 불암산과 탄치재를 바라본 후, 송전탑이 보이는 안부로 내려서면서, 상단치, 하단치 마을을 카메라에 담는다. 2시 40분, 헬기장을 지나고, 임도로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2시 49분, 2번 국지도가 지나가는 탄티재에 이른다.

불암산과 탄티재

상단치 하단치 마을

임도변의 목련

탄티재


도로를 건너 임도를 따라 오르다, 오른쪽 산길로 들어서서, 여러 기의 묘를 지나,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올라 286m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3시 30분, 쓰러진 이정표가 있는 백학광장 갈림길을 지나고, 시야가 트이며 오른쪽으로 섬진강과 하동읍을 굽어본다.

백학광장 갈림길


3시 34분,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너른 불암산 정상(431.3m)에 오른다. 삼각점, 정상표지판이 보이고, 마침 구조물을 설치하는 인부들을 만난다. 조망이 빼어나다. 현지인의 설명을 들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불암산 정상

정상표지

삼각점

섬진강과 하동읍

섬진강과 지리산 방향

남해 금오산 방향

지나온 능선


불암산을 왼쪽으로 내려선다. 아름다운 진달래 꽃길이 이어진다. 바위지대를 지나고, 편안하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산책하듯 걷는다. 4시, 갈림길을 만나 오른쪽으로 내려서며, 사유지에 게시한 살벌한 경고문을 본다. 마루금을 훼손하여 버섯재배지를 조성하는 모양이다. 대지로 조성된 사유지를 지나며 수어천 저수지를 굽어보고, 4시 8분, 아스팔트도로가 지나가는 토끼재에 이른다.

사유지 경고문

마루금에 조성된 대지

수어천 저수지

토끼재 느랭이골 휴양림 입구


토끼재에서 숙박을 부탁했던 외화마을 '천지민박'에 전화를 한다. 작업 중이라 픽업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진상면 쪽, 14번 국지도로 내려서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14번 국지도로 내려서서, 외화마을로 향하는데 마을 쪽에서 버스가 내려온다. 다음 버스를 타려면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하고, 걸으려니 너무 멀다. 죽림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진상면 개인택시를 호출한다. 10분 정도 지나 택시가 모습을 보이고, 5시 경, 민박집에 도착한다. (택시비 14,000원)


 

(2009. 3. 27.)





at 10/10/2009 08:03 pm comment

부러워요 건강에 등산이 좋다고 합니다 산행일기와 아름다운 사진 감사히 담아갑니다 우림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림 at 04/07/2009 09:23 am comment

안녕하세요?이처럼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갑습니다.그날 베스파 사우나 가는 길을 자세히 알려주셔서 쉽게 찾아 갈 수 있었습니다.고맙습니다.이제 4월인데,호남정맥 산행 길에 나스셨는지요?한 구간, 한 구간 즐거운 산행기록을 쌓으시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정맥종주를 완성하시기 바랍니다.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데, 불편은 없었는지요?번거로움을 마다 않고 찾아주시고,답글 남겨주시니 영광입니다.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미자 at 04/06/2009 08:36 pm comment

안녕하세요~~? 버스안에서 만났던 아주머니 입니다. ㅎㅎㅎ 정말 반가워요. 대단한 산행기를 읽노라니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네요.우리 산하를 몸으로 알아가시는 모습이 보여집니다.홀로 가는 그 길에 안전과 건강을 빌어 봅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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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터질 것 같은 진달래 꽃망울


2009년 3월 15일(일)

송암 산악회의 호남정맥 14구간 산행에 따라나선다. 코스는 『피재-가지산(509.9m)-장고목재-삼계봉(503.9m)-노적봉(430m)-깃대봉(448m)-국사봉(449.1m)-곰재』로 도상거리는 약 12Km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귀 가리개를 할 정도로 쌀쌀하던 날씨가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면서 시간이 흐르자, 난방을 하지 않은 버스 안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창밖은 완연한 봄이다. 밝은 봄날, 산행하면서 맞는 바람이 부드러운 훈풍이고, 능선의 진달래 꽃 봉오리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붉다.


광주를 지난다. 버스가 갑자기 멈추더니, 몇 사람이 뛰어내려, 길가에 서 있던 코란도에서 지함박스 서너 개를 버스로 옮겨 싣는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 고장 출신이 호남정맥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친구 분이 삼합과 막걸리를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이 또한 남도의 정취이고 호남의 인심이 아니겠는가? 덕분에 하산 후 흐뭇한 뒤풀이 잔치가 벌어진다.

 

버스는 11시 28분, 유치면 경계판이 보이는 피재에 도착하고,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버섯재배용 통나무를 쌓아 놓은 너른 임도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2분 후, 갈림길에서 오른쪽 임도로 접어들면 오른 쪽 길가에 고사리 재배지역이니 산에 들어오지 말라는 팻말이 보인다.

산행시작

 

고사리 재배지역, 출입금지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28) 피재도착/산행시작-(11:30) 갈림길, 우-(11:35) 청주한공 가족묘-(11:37) 임도-(11:59) 410m봉, 좌-12:05) 전망바위-(12:15) 장평,우산 갈림길-(12:25) 봉/조망-(12:32) T자, 우-(12:34) 능선, 왼쪽 우회-(12:39) 능선, 왼쪽 우회-(12:42) 가지산 암봉 갈림길, 좌-(12:46~12:49) 가지산 암봉-(12:51) 갈림길 회귀-(12:58) 이정표/가지산-(13:05) 송전탑-(13:17) 무명봉, 좌-(13:22) 440m봉, 직진-(13:25) 봉, 좌-(13:30) 장고목재-(13:47) 이정표/삼계봉-(14:00) 삼계봉/삼각점-(14:03~14:13) 묘1기/간식-(14:24) 봉-(14:31~14:32) 노적봉/헬기장/땅끝기맥 출발점-(14:38) 헬기장-(14:40) 묘 1기-(14:42) T자. 우-(14:48) 깃대봉, 우-(14:51) 안부-(15:09) 국사봉, 우-(15:11) 백토재-(15:26) 봉, 약 400, 우-(15:32) 깃대봉 표지판, 좌-(15:41) 안부-(15:52) 봉, 좌-(15:53) 이정표<곤치휴게소 3.4Km>, 좌-(16:06) 안부-(16:09) 묘1기-(16:17) 340m봉-(16:19) 묘1기, 우-(16:20) 여흥민공 합장묘, 좌-(16:23) 곰재』간식 10분 포함, 총 4시간 5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용무를 보느라 잠시 임도를 벗어났다 되돌아오니, 아무도 없다. 용무를 보아야 하는 여자대원들을 생각해서 처음에는 진행을 서서히 하라는 김동화대장의 당부가 있었음에도 버스에서 내리자 선두는 무엇에 쫓기듯 내달리고, 나머지 대원들도 정신없이 그 뒤를 따른 모양이다. 청주한공의 가족묘를 거쳐, 뻘겋게 새로 조성해 놓은 임도를 지나, 진달래능선을 오른다. 진달래 꽃망울이 금방이라도 터질듯 붉다.

청주한공 가족묘

 

진달래 붉은 꽃망울


바위들이 듬성듬성 보이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11시 50분, 능선이 분기하는 410m봉에 이르고, 이어 왼쪽으로 내려선다. 바람이 분다. 하지만 차가운 기운이 하나도 없는 훈풍이다. 나뭇가지사이로 가지산을 바라보며 비탈길을 내려선다. 12시 5분, 전망바위에 올라, 서쪽으로 용문리와 탐진강를 굽어보고, 280도 방향의 멋진 봉우리를 카메라에 담는다.

410m봉

 

용문리와 탐진강

280도 방향의 멋진 봉우리


12시 15분, 이정표가 있는 장평우산 갈림길에 내려선 후에야, 비로소 기다리고 있던 후미대장을 만난다. 이정표는 가지산까지의 거리가 1.6Km라고 알려준다. 12시 25분, 다시 전망이 트인 봉우리에 올라, 이번에는 가지산 암봉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선다.

장평우산 갈림길

가지산 암봉


능선길이 가볍게 오르내린다. 두 차례 능선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산죽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곳에서 오르막길이 가팔라지더니, 12시 42분, '장평' 한 방향만을 가리키는 외팔이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마루금은 오른쪽으로 이어지고, 가지산 정상인 암봉은 왼쪽이다. 왼쪽 가지산 암봉으로 향한다.

가지산 갈림길의 표지기들


12시 46분, 가지산 암봉에 선다. 조망이 빼어나다. 동남쪽으로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으로는 가야할 능선이, 서쪽으로 멋진 봉우리가, 북서쪽으로 봉덕리 산골마을, 그리고 동으로 우산리 넓은 들이 내려다보인다. 한 동안 주위를 둘러 본 후, 12시 51분, 갈림길로 되돌아와 마루금 능선을 걷는다.

가지산 암봉

지나온 능선

가야할 능선

서쪽 조망

서북쪽 봉덕리 산골마을

동쪽의 우산리 넓은 들

갈림길


파란 산죽길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정면으로 가야할 가지산이 보인다. 12시 58분, 이정표가 있는 가지산(509.9m)에 오른다. 지도상에 표기된 가지산 정상이다. 암릉길이 이어지고, 로프가 걸려있다. 아마도 등산객들이 많은 곳인 모양이다. 1시 5분, 송전탑을 지나고, 이어 나지막한 봉우리를 넘어서니 한동안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부드러운능선

지도상의 가지산

가지산 이정표

송전탑


1시 17분, 대원 두 명이 식사를 하고 있는 무명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고, 1시 22분에 440m봉에 올라 직진하여, 1시 30분 임도가 지나가는 장고목재에 내려선다. 이정표는 삼계봉까지 1.0Km라고 알려준다. 임도를 건너 오르막길을 오른다. 시야가 트이며 110도 뱡향으로 병곡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정면에 가야할 봉우리가 우뚝하고, 오르막 경사가 가팔라진다. 1시 47분, 이정표가 있는 봉우리에 오른다. 이정표는 현 위치를 삼계봉으로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지형도를 보면 이 봉우리는 장고목재 이후 첫 번째 봉우리이고, 삼계봉은 그 다음 봉우리임을 알 수 있다.

장고목재 이정표

임도

110도 방향의 병곡마을

삼계봉으로 잘못 표기된 이정표


2시, 삼각점<청풍 307, 복구 2001.6>과 정상표지판이 있는 삼계봉(三界峰)에 오른다. 봉우리 이름은 세 곳의 경계가 되는 곳이라는 의미인데 어느 곳의 경계를 확인할 수가 없다. 가지산 암봉에서 이곳까지 이어지는, 지나온 봉우리들이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삼계봉 정상

정상 표지판

일직선으로 보이는 지나온 봉우리들


삼계봉을 내려서서 푸른 산죽사이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길을 걷는다. 2시 3분, 길가에 있는 묘를 만나, 묘역으로 들어서서, 간식을 들며 약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삼계봉이 오늘구간의 절반을 조금 지난 지점이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큰 봉우리가 4개나 남아있다. 서둘러 산행을 속개한다. 등산로는 여전히 푸른 산죽 사이로 부드럽게 이어지며 동북쪽으로 향한다. 시야가 트이며 140도 방향으로 병동마을과 병동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한 무덤가

병동마을과 저수지


2시 24분, 봉우리 하나를 넘고 벌목지대를 지나, 2시 31분, 이정표가 있는 바람재 삼거리, 너른 헬기장에 오른다. 헬기장 왼쪽 끝에 노적봉(430m) 돌 표지가보인다. 이곳이 땅끝기맥 시발점으로 이곳에서 해남 땅끝까지 도상거리 117Km의 산줄기가 이어진다고 쓰여 있다.

바람재 삼거리/노적봉/땅끝기맥 분기점

이정표

노적봉 돌 표지


노적봉을 내려서며 남쪽으로 가지산과 지나온 능선을 보고, 정면으로 가야할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2시 38분, 헬기장을 지나, 산판길로 들어서서, 잠시 이를 따라 걷다, 표지기들의 안내로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이어 묘 1기를 지나고, T자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울창한 소나무 숲을 걷는다.

남쪽으로 보이는 가지산

가야할 능선

헬기장


다시 산죽길이 이어지고 능선이 가팔라진다. 2시 48분, 깃대봉(448m)에 오른다. 표지기들만 요란하고 별다른 표지는 보이지 않는다.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깃대봉을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안부를 지나 완만하게 이어지는 참나무 능선길을 걷는다. 능선이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잠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국사봉(499m)이다. 나뭇가지에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깃대봉

참나무 능선길

국사봉 정상

정상표지판


국사봉을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조금 지나 대원들이 쉬고 있는 헬기장에 도착하여 술 한잔을 얻어 마시고 함께 출발한다. 3시 20분, 오른쪽의 우곡마을과 왼쪽의 이옥동을 연결하는 백토재에 내려서서 직진하여 오르막길을 오른다. 3시 26분, 고도 약 400m정도의 무명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잠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3시 38분, 고도 약 470m정도의 봉우리에 오른다. 깃대봉 표지판이 나뭇등걸에 매어져 있다. 어느 것이 진짜 깃대봉인가? 앞의 것이 지도상에 표기된 깃대봉이다. 

헬기장

백토재

깃대봉 표지판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져 북동쪽을 향해 안부를 지나더니, 곧이어 오르막길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꺾여 동남쪽으로 향한다. 이어 능선이 가볍게 오르내리며 작은 봉우리 두 개를 넘는다. 오른쪽으로 지나온 가지산 능선이 검게 보인다. 3시 53분, 460m 정도 높이의 능선에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정표의 현재 위치를 누군가가 긁어 버리고 대신 국사봉이라고 써 놓았다. 곰치휴게소까지의 거리 3.4Km도 엉터리다. 이곳부터 곰치까지는 그 절반 거리도 되지 않는다. 아마도 작업자가 위치를 잘못 알고 세운 모양이다.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꺽여 동남쪽으로 향하고

오른쪽으로 검게 보이는 가지산 능선

잘못 세워진 이정표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노송 한 그루가 긴 가지를 하늘로 뻗지 못하고 능선을 따라 기듯이 늘어져있다. 이윽고 내리막이 끝나고 평탄한 길을 지나 안부에 이르러 직진한다. 묘 1기를 지나고, 벌목지대를 거치며 능선은 왼쪽으로 굽어 오르막으로 오르더니, 4시 17분, 오늘 구간의 마지막봉인 340m봉에 이른다. 이어 무덤에서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넓어진다.

노송

340m봉


4시 20분, 여흥민공 합장묘에 이르고, 왼쪽으로 굽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 4시 23분, 839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곰재에 내려선다. 이정표, 화순군 청풍면 경계판, 그리고 호남정맥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입간판이 보인다. 청풍면 쪽에 있는 웅치 휴게소로 향한다. 4시 27분, 휴게소에 도착하여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뒤풀이 자리로 끼어든다.

여흥민공 합장묘

곰재

호남정맥 등산로 입구 입간판

곰치 휴게소


산악회가 준비한 술과 음식, 그리고 이 고장 분이 마련해 준 특식 '삼합'으로 모처럼 푸짐한 뒤풀이 모임을 갖는다. 4시 50분경, 후미그룹이 도착하고, 이들이 식사를 마치자, 5시10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9. 3. 19.)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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