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4일 주월산 오르다 본 존제산


2009년 4얼 16일(목)

호남정맥 종주를 마무리하는 날이다. 유심천 찜질방에서 여느 때처럼 4시 30분에 일어나서 스트레칭과 샤워로 몸을 풀고, 5시 10분경, 김밥 집에 들러 치즈 오므라이스를 주문한다. (4,500원) 맛도 좋고, 양도 많다. 아침으로는 너무 양이 많아 2/3 정도로 포식을 하고 길 건너 순천대 쪽 버스정류장에서 63번 버스를 기다린다.


엊저녁에는 순천에도 제법 많은 비가 내렸으나, 지금은 비는 그쳤지만 검은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언제 또 비가 내릴지 모를 날씨다. 일기예보만 믿고 우중산행 준비를 하지 않아 걱정이다. 아직 어둠이 완전히 물러가지 않은 새벽 날씨가 쌀쌀하다. 6시가 조금 넘어 63번 버스가 도착한다.


기사 양반에게 빈계재에 내려달라고 부탁을 한다. 하지만 기사양반은 빈계재가 어딘지 모르는 모양이다. 혹시 불재가 아니냐고 묻더니, 어느 산엘 가느냐고 다시 묻는다. 백이산, 존제산을 넘는다고 하자, 백이산 등산로는 낙안읍을 지나 한참 더 가야한다고 한다. 일반등산로와 정맥 마루금이 같지 않을 터이니 기사양반의 말로는 감 잡기가 어렵다. 낙안읍 직전 고개마루턱에 내려달라고 부탁한다.


이윽고 버스가 불재를 넘는다. 기사양반이 고개를 내려서면 낙안읍이라고 알려준다. 서둘러 버스를 세워달라고 부탁하고, 버스에서 내린다. 되돌아 고개 마루턱까지 올라가 보지만 아무리 보아도 어제 하산하여 들머리를 확인했던 지점이 아니다. 물어 볼 곳도 없는 불재 주변에서 난처하게 됐다.


고개를 내려서면 낙안읍이라는 기사 양반의 말을 기억하고, 일단 낙안읍까지 가서 방법을 찾기로 하고 터덜터덜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내린다. 호남정맥을 마감하는 날의 산행인데 왠지 시작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약 15분 쯤 걸어, 어제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에 도착한다. 어제는 2~3대의 택시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지금은 택시도 보이질 않는다.


114에 물어 택시를 호출하려는데 마침 빈 택시 한대가 모습을 보인다. 빈계재까지 간다니까 다행스럽게도 택시기사가 빈계재를 알고 있다. 불재에서 내려왔던 도로와는 다른 도로인 왼쪽도로로 들어서서, 약 5분 쯤 달려 택시는 낮 익은 빈계재에 도착한다. 요금을 물으니 6,000원을 내라고 한다. 거리에 비해 다소 과한 요금이라는 느낌은 들지만 목적지에 무사히 데려다 준 것이 고마워 군소리 없이 요금을 지불하고 차에서 내린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불재는 금전산으로 오르는 고개고, 빈계재는 같은 58번 국지도를 따라 낙안을 지나 외서면 쪽으로 달리다 만나는 고개다. 버스기사의 이야기가 맞는 건데, 착각을 하고 불재에서 내린 것이 잘못이다. 7시 24분, 표지기가 걸려있는 절개지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들머리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7:24) 빈계재/산행시작-(07:39) 봉, 좌-(07:47) 570m봉-(08:04~08:05) 백이산 정상-(08:05~08:20) 알바 후 정상 회귀-(08:29) 530m봉-(08:41) 임도-(08:55) 370m봉-(09:05~09:16) 석거리재-(09:23) 묘-(09:31) 417m봉-(09:47) 참호봉-(09:51) 안부-(09:58) 봉, 우-(10:03) 묘지봉-(10:14) 벌목능선-(10;15) 임도-(10;26) 하얀집-(10:29) 임도삼거리, 좌-(10:31) 왼쪽 산길 진입-(10:33) 갈림길, 우-(10:36) 억새안부-(10:47) 490m봉, 좌-(11:01~11:27) 485.5m봉/식사-(11:39) 2차선 포장도로-(11:45) 창녕조공 합장묘-(11:47) 측백나무숲-(11:48) T자, 좌-(12:00) 주랫재』중식 26분, 알바 15분포함, 총 4시간 36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아직도 어둑한 산길을 가파르게 오른다. 7시 39분, 고도 435m 지점에서 능선은 왼쪽으로 굽어져 한동안 평탄하게 이어진다. 짙은 비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산속의 분위기가 스산하다. 7시 47분, 510m봉에 오른다. 바람에 불려 비구름이 흩어지며 눈앞에 억새로 뒤 덮인 부드러운 봉우리가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낙안읍성이 비구름 사이로 흐릿하게 내려다보인다.

510m봉

 

가야할 봉우리

 

낙안읍


비구름이 몰려오면 안개비 같은 빗방울이 옷자락을 적신다. 바람이 불어, 비구름을 걷어내자, 눈앞에 백이산이 커다랗게 다가온다. 8시 4분, 백이산 정상(584.3m)에 오른다. 넓은 정상에 정상석, 삼각점, 그리고 정상표지판 등이 보인다. 주변에는 억새가 무성하고 잡목이 없어 맑은 날에는 조망이 무척 좋겠다. 하지만 지금은 온통 비구름뿐이다.

구름이 흩어지며 백이산 오르는 등산로가 홀연히 나타난다.

 

정상표지판

 

정상석과 삼각점.


정상에서 1분 정도 머물고, 왼쪽 억새능선으로 내려선다. 나뭇가지에 홀대모 표지기, 9정맥 표지기가 보여 아무 의심 없이 내려선다. 8시 12분, 무심히 나침반을 보니, 남쪽으로 내려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 비구름에 싸여 주변 능선의 흐름은 전혀 볼 수가 없다. 지도를 꺼내 본다. 백이산에서 분기되는 능선이 세 가닥이다. 올라온 능선, 남쪽 능선, 그리고 서쪽 능선인데 마루금은 서쪽이다. 약 8분 정도 내려왔던 길을 되짚어 다시 정상으로 향한다.

알바라고 인식한 지점에서 되돌아서고


8시 20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다른 하산 길을 찾지만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나침반을 보며 서쪽을 집중적으로 훑어 나가다 보니, 비로소 가파르게 떨어지는 흙길이 보이고, 아래쪽 나뭇가지에 걸린 표지기들도 눈에 들어온다. 약 15분 정도 알바를 한 후에 다시 마루금을 찾아 들어선 것이다. 약 4분간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니, 길이 평탄해지며 울창한 송림 사이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서쪽 하산길

 

송림 숲 산책길


8시 29분, 530m봉을 내려선다. 저 아래에서 기계음이 요란하고 채석장이 내려다보인다. 8시 41분, 너른 임도로 내려선다. 왼쪽으로 채석장 경계인지, 로프가 쳐져있고 위험을 알리는 표지가 바람에 펄렁인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져 채석장 경계로프를 따라 거친 잡목 사이로 비좁게 오르내린다. 8시 55분, 370m봉에 오른다. 비로소 백이산이 모습을 보인다.

임도

 

채석장

 

모습을 보인 백이산


370m봉을 내려서서 석거리재로 향한다. 묘지를 지나며 건너편 산을 바라보고, 9시 5분, 순천시 외서면과 보성 벌교읍의 경계가 되는 석거리재에 내려서서, 27번 국도를 건너 휴게소로 들어선다. 포카리스웨트를 사고, 더운 커피를 마시며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고도가 낮아서인지, 비구름은 다소 걷혔지만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날씨는 여전하다.

석거리재

 

휴게소


9시 16분, 버스정류장 옆 절개지를 오르며 산행을 속개한다. 9시 23분, 묘역을 지나며 뒤돌아 백이산을 바라보고, 가파른 잡목 능선을 올라, 9시 31분, 417m봉에 이른다. 이어 거친 능선을 오르내린다. 잡목들의 저항이 심하고, 쓰러진 나무들이 갈 길을 방해한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추동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417m봉

 

추동저수지


9시 47분, 참호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잇달아 봉우리 두 개를 넘어, 벌목능선을 걸으며 다시 구름에 가린 백이산을 돌아본 후, 농장사이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걷는다. 타이탄 트럭 옆에서 일을 하는 젊은이 두 사람을 만나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그 중 하나가 어디서 오느냐고 묻더니 농장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퉁명스럽게 주의를 준다. 저 앞에 보이는 하얀 건물울 향해 계속 임도를 따라 걷는다.

참호봉

 

다시 구름에 가린 백이산

 

임도


임도를 따라 오르며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언덕 위의 하얀 집에 이른다. 사람이 상주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주위는 잘 정비해 놓았다. 아마도 농장 관리인이나 인부들이 잠시 머무는 곳인가 보다. 뜰에 들어서서 주위를 조망하는데 차 소리가 들리더니 아까 보았던 타이탄 트럭이 와서 멈춘다. 다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임도에는 꽃잎이 하얗게 떨어져있고 좌우에는 나무들을 정연하게 싶어 놓았다.

지나온 능선

 

하얀 집

 

임도


10시 29분, 임도 삼거리에 이르러, 표지기들이 보이는 왼쪽 길로 내려선다. 임도가 오른쪽으로 굽어 내리는 곳에 출입금지 팻말이 보이고, 왼쪽 산길에 표지기들이 요란하다. 표지기를 따라 왼쪽 산길로 들어서는데 다시 차 소리가 들리더니 차가 멈춰 선다. 아마도 농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고 계곡 따라 온 모양이다. 기분이 언짢기는 하지만 이해는 간다. 힘들여 나무나 고사리를 심어 놓은 농장을 등산객들이 마구 훼손해 피해를 본 사람들의 자구책이 아니겠는가?

임도 삼거리

 

출입금지 팻말

 

왼쪽 산길로 유도하는 표지기들

 

험한 잡목길이 이어진다. 10시 33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왼쪽은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다. 10시 47분, 490m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철쭉능선을 오른다. 양지 바른 곳인지 철쭉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11시 1분, 좁은 485.5m봉에 오른다. 나뭇가지에 준,희 님이 걸어 놓은 표지판이 보인다. 바람을 피해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한다.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는 철쭉

 

485.5m봉


점심식사를 하면서 자주 건너편 존제산 방향을 보지만, 비구름이 덮여 산의 형태도 보이질 않는다. 고민이 생긴다. 능선도 아닌 임도를 6Km나 걸어, 정상에 올라가 보아야 조망도 없을 터이고, 군부대 철수 후 유령의 집처럼 버려진 부대 막사를 통과하고, 개 무덤을 지나, 철조망을 넘어야한다는 정상통과가 맑은 날씨에도 오싹하다는데, 오늘처럼 비구름에 덮여 있을 때는 더 더욱 분위기가 고약할 터이니 선뜻 마음이 내키질 않는다. 11시 27분, 식사를 마치고 무거운 기분으로 비탈길을 내려선다. 울창한 낙엽송 숲을 지나고 11시 39분, 2차선 포장도로에 내려선다.

존제산 방향

 

포장도로


도로를 건너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고, 11시 45분, 창녕조공 합장묘를 지나면서 뒤돌아 485.5m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능선이 왼쪽으로 굽어지며 울창한 편백나무 숲을 지나고,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등산로가 벌목지대를 통과하여 내려선다. 시야가 트이며 오른쪽으로 구산리 넓은 들과 주랫재를 지나는 도로가 내려다보인다.

묘역에서 본 485.5m봉

 

편백나무 숲

 

구산리 넓은 들

 

주랫재 1

 

주랫재 2

 

주랫재 3

12시 주랫재에 내려선다. 정자가 있고,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 문학비'그리고 문학비 안내문이 보인다. 안내문에서는 "장광산(존제산)줄기와 제석산줄기는 벌교를 넓게 보듬고 있는 벌교의 상징이다."라고 했고, 문학비에서 조정래씨는 "장광산과 제석산은 태백산맥이라는 거대한 나무의 잔가지에 피어난 잎들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문학비

 

문학비 안내문


존제산으로 이어지는 아스팔트 도로입구에 백림농장 간판이 보인다. 약 2Km정도 오르면 백림농장이고, 그곳에서 임도를 따라 4Km 쯤 걸으면 존제산 정상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왠지 마음이 내키지를 않는다. 비구름이 낮게 깔린 음산한 날씨에, 아침부터 버스를 잘못 내리고, 백이산 정상에서 알바를 하는 등 집중력이 떨어지는 날이다.

존제산 가는 길

"기록들에 의하면 49년 이래 5년여에 걸친 소백, 지리 지구 공비토벌전에서 교전회수 실로 10,717회, 전몰군경의 수는 6.333명에 달한다. 빨치산 측 사망자 수는 믿을 만한 근거는 없지만 줄잡아 1만 수천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피아 2만의 생령들이 희생된 그 처절함은 세계 유격전 사상 그 유례가 드믈다." (이태의 남부군에서)

조정래 씨 말씀대로 제석산은 태백산맥이라는 거대한 나무의 잔가지에 피어난 잎에 불과하지만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억울하게 죽어간 젊은 넋들이 갈 곳을 몰라, 아직도 허공을 헤매고 있을, 존제산을 이처럼 음산한 날씨에 혼자 오르기가 겁이 난다.


한동안 망설이다 벌교택시를 부른다. 바람이 고개마루턱을 향해 분다. 차가군 바람을 맞으며, 약 20분 정도 기다리니 택시가 온다. 12시 55분, 벌교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고 (택시요금 13,000원), 1시 5분 발, 광주행 버스를 탄다. (7,800원) 광주까지는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광주 유 스퀘어에 도착하여 3시35분 발 강남 행 버스표를 끊고 (16,100원),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산 후(1,800원), 지난번에 식사를 했던 식당을 찾아 다시 돈까스를 주문한다. (5,000원)

 


(2009. 4. 24.)









at 12/24/2010 03:30 am comment

참 산행을 즐기시는 분 같습니다 갑사히 담아갑니다

 

고락산성 at 05/07/2010 07:53 am comment

형님은 대한민국 산줄기를 거의 설렵하셨군요.여전히 건강하시죠? 항상 앚지않고 있슴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 갈 기회가 있으면 한번 뵙도록 하렵니다.항상 건강을 기원합니다.오늘도 편안하시구요.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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